CROW - Gourmet Traveler

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4. 2. 5.


사진이 의외일 수 있다. 그동안 나는 한 번도 블로그에 메뉴 사진을 올린적이 없다. 블로거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올리는데, 메뉴는 레스토랑의 홈페이지에 대부분 업로드 해놓았기 때문에 굳이 블로거가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럼 이 사진을 왜 올렸냐고? 서울에 유일한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문을 연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설 특선 메뉴는 이렇게 초라하다. 


요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다. 제대로 조리했고 맛있었다. 딤섬 셰프가 바뀌면서 니엔까오가 좀 달라졌고, 루주에 나오는 빵은 “바삭함” 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랍스타 요리는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것 말고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설날에만 먹는 “전통 요리” - 문화 혁명 이야기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 가 고작 푼 초이와 니엔까오만 있는 것은 아닌데, 이왕 특선 메뉴가 나온다면 설날에만 먹는 요리와 함께 셰프만의 특선 요리도 만들면 좋겠는데 등등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야할까?


호텔 내부의 사정이나 정치적인 문제까지 - 보수냐 진보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언급하기보다 그냥 먹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서울이란 도시가 이제는 우리만 아는 도시도 아니고, (한국의) 미식가라면 거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버린 “미슐랭 가이드” 가 진출한 마당에 저 메뉴판은 얼마나 초라한가? 서울의 다른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식 중식 레스토랑들은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다.


여전히 코로나 19의 여파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아예 문을 닫았던 호텔들이 생각보다 많다. - 내후년쯤에나 다시 해외를 나갈 생각인데, 그때까지 그래도 설 특선 메뉴를 내놓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만 가져야겠다.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2023. 12. 4.


이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눈치 챘겠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너무 무난해서 재미가 없었다. 맛이 없냐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먼저 11월에 나왔던 레드 크리스마스의 경우 초콜릿과 향신료의 전형적인 조합이지만 향신료의 향은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체리도 마찬가지이다. 알콜이 들어갔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작년의 바카라와 협업을 통해 선보였었던 케이크를 생각하면 역시나 작년은 의외의 결과물이었고, 올해 나온 것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만의 전형적인 조합이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만들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로써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닐라 향이 - 신기하게도 바닐라는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 주를 이루고 초콜릿의 질감이 더해져서 레드 크리스마스보다는 질감의 대조에 의한 재미가 좀 더 있긴 한데, 그 초콜릿들을 빼버리면? 그냥 바닐라 무스에서 끝나버린다.


크리스마스이니 모양만 놓고 보면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형식도 일단은 구색을 갖췄으니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맛 (flavour) 은? 나는 작년의 바카라와의 협업이 전형적인 형식이지만 그게 놀라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올해에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새로 나온 두 종류의 쁘띠 갸또가 차라리 낫다. 하나는 딸기향이 상쾌하게 다가오고 다른 하나는 유자가 이름에 들어갔지만 - 오히려 레몬이 절로 생각나 조금 의외였으나 - 신맛의 상쾌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또 타르트와 무스 종류이다. 다른 것은 이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지금 페이스트리 셰프가 호텔 오픈 이래 세 번째 셰프인데 - 이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런 변화는 세계 여느 호텔들이나 비슷하다.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뻔한데, 서울은 그러하기엔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세 번 모두 셰프가 초창기엔 여러 시도를 하지만 결국 1년 정도 지나면 항상 이런 모습들을 보였었다. 


맛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니콘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이것을 자꾸 눈에 보일려고만 하니 한국의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매년 산으로만 가고 있다. 거기에 늘 따라붙는 이야기, "맛은 개인 취향", 그 어디에도 논리와 과학은 없다. 물론 이것은 음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23. 11. 9.


호텔 건물에 자리 잡고 있지만 호텔 소속의 다이닝은 아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XX 출신의 셰프가 있다와 같은 홍보 문구도 - 물론 내가 모든 매체를 하나부터 열까지 들여다 본 것은 아니기에 홍보 문구가 존재하지만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 찾아 보기 힘들다. "홍콩 출신의 셰프가 만드는 딤섬" 과 같은 내용도 없다. 무엇보다 메뉴판 첫 장에 "광동" 이란 단어가 보이지만 그렇다고 (무늬만) 광동식 레스토랑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국식 중식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몇 가지 광동 요리들이 눈에 띈다. 사실 형식은 광동 요리이지만 내용은 거의 한국식 중식 요리에 가깝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타협하면서도 최소한의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한 흔적들이 보이기에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한국에서 외국 요리는 본질이 무엇이든 하나같이 변형의 결과는 어디를 가나 대부분 비슷하다. 그리고 그것을 개인 취향 또는 현지화라는 미명 아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조리 상태부터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물론 아무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모르니 지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심 명동의 요리도 그러한가? 아니다. 메뉴명만 보면 광동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중식 요리의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조리 상태만큼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도 않고 현실적인 여건 - 웍 프라이드 결과물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인과 외국인, 둘 중 누가 조리를 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 을 감안하더라도 준수한 조리 결과물을 보여줬었다. 다소 미숙함이 곳곳에서 느껴지긴 하지만 잘 못하면서 잘하는 척 눈속임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2023. 11. 1.


벚꽃향이 매혹적인 벚꽃 케이크는 지난 4월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 향을 계속 맡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수정되는 경우를 많이 만났었는데, 다행스럽게도 -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까? -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반응은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디저트라는 것이 단맛 중심의 음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 맛 (flavour) 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이렁 요소들이 한국에서는 낯설음 때문인지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다보니 그런 음식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때나...아 그 때에도 그냥 초콜릿 중심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음식이 그래도 한 켠에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반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것이 오히려 놀라웠었다.


망고 에클레어는 제주의 여느 호텔들과 달리 망고의 신맛이 선명했었다. 향도 선명하고 단맛도 또렷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망고는 단맛만 너무 강조된 나머지 오히려 신맛이 느껴질 경우 뭔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몽블랑도 역시나 선명한 신맛 덕분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상태가 유지만 된다면 계속해서 갤러리 라운지에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셰프가 자신의 색깔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사실상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로비에 흐르는 음악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팝송 리믹스 댄스 버전까지 로비에 울리니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올라왔던 흥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2023. 10. 26.


르 쉬느아도 예외적일 수가 없었다. 인력 부족 문제는 특히 제주도에서 숙명적인 영역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정통" 광동 요리들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비록 알란 셰프는 싱가포르로 돌아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방에서 만든 요리들의 완성도가 낮아지는 일은 여전히 상상할 수 없다. 오히려 새로 주방을 맡은 킹 셰프의 플레이팅만 놓고 봐도 무언가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여러 외적인 여건들 때문에 제약이 일부 보이지만 말이다.


새 메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이푸 누들이다. 드디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니! 라고 외치기엔 이미 다른 곳에서도 먹을 기회는 있었지만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지 메뉴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하는데, 부디 르 쉬느아에서는 그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드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고 약간의 툭툭 끊긴다고 할까? 하여간 조금은 독특한 질감이 매력적인 면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푸 누들 요리는 생선 부레가 들어간 것이지만 일단 이푸 누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딤섬의 경우 한 때 무제한 행사를 할 적엔 훨씬 많은 딤섬들을 주문 가능했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가짓수는 많이 줄어든 것이 아쉽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도 대부분 찐 딤섬류, 그것도 무난하게 새우나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이 주를 이루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플레인 창펀과 돼지갈비 찜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