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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7.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제주 애플 망고 빙수 2022년 5월


올해에도 제주도산 애플 망고 빙수 유행은 여전하다. 애플 망고가 망고의 수 많은 품종 중 가장 맛있는 품종인가? 글쎄, 우유를 얼린 얼음 위에 망고를 올려서 먹는 것은 망고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가? 글쎄, 아무렴 뭐 어떠한가? 시원한 호텔의 라운지에 앉아 십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빙수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제각기 다를텐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과연 빙수라는 것이 하나의 음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다른 호텔들처럼 매년 망고 빙수를 비롯해서 몇 가지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의도는 좋은데 결과물은 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올해 새로 바뀌면서 올해 주제는 '디저트' 인데, 일단 주제에 맞게 만들긴 하였다. 문제는 고정관념이 그 결과물을 산으로 가게 만들고 있었다.

빙수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팥빙수일텐데, '흑임자 크렘 브륄레 빙수'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형적인 팥빙수, 팥과 떡이 올라간 빙수인데 떡이 문제였다. 차가운 얼음과 만나 딱딱하게 굳는 것부터 불편하지만 설사 그 전에 재빠르게 먹는다 해도 끈적거리며 이에 달라붙는 떡의 질감은 빙수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설정, 부드러운 얼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떡고물은 빙수와 한데 섞어버리면 곤죽이 되어버리는데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지 않다. 무엇보다 팥, 떡, 위에 올린 흑임자 푸딩, 바닐라 아이스크림, 연유까지 모두 다 단맛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맛의 균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안그래도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빙수가 더더욱 빨리 물려 몇 숟갈 먹다가 지쳐버린다. 

이런식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텐데 팥빙수는 무조건 떡이 들어가야 한다, 팥은 무조건 달아야 한다는 관습적인 개념이 음식을 망쳐버리고 있었다. 팥에 소금간을 하는 것도 관습적일텐데,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굳이 부드러운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 떡을 꼭 넣어야할까? 그렇지 않고도 얼마든지 '팥빙수' 를 맛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차라리 '제철 과일 샤를로트 빙수' 를 먹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이 균형을 맞춰 주고, 함께 들어간 레이디 핑거가 부드러우니 말이다. 물론 굳이 샤를로트를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극찬하는 '신라 호텔'의 빙수보다 더 비싼 '골든 제주 애플 망고 빙수' 를 먹었을 때에는 정말 이제는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경쟁에서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무엇을 하든 '신라 호텔' 이 망하기 전까지 늘 비교가 될텐데, 포시즌스 호텔에서 추구하는 하나의 음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굳이 알고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애를 쓸 필요는 없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 따위는 최대한 억누른채, 단맛을 더욱 증가 시키기 위한 노력을 볼 때마다 그럴바에 그냥 설탕 찍어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게다가 일정치 않은 결과물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조리' 를 하는 순간 대중들의 반응은 '생과일' 이 아닌 '조리된 과일'은 무언가 꼼수를 부린 것이라 받아 들이니 어떤 날은 당도가 괜찮은데 또 어떤 날은 당도가 시원찮으니 결국 비교해보면 돈만 비싸지 맛은 더럽게 없다라는 평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거기에 더한 민트 푸딩이라니! 질감 대조를 위해 넣은 크럼블이나 결과적으로 단맛을 더하기 위한 마시멜로 같은 쓸데 없는 것들은 왜 넣어서 먹기 불편하게 만드는가!


맛의 조합은 상관 없다. 달디 단 망고를 떠먹다가 남은 얼음에 살짝 단팥 올려서 먹으면 딱 좋은 빙수가 최고이지, 디저트 개념으로 접근해봤자 알고싶지도 않고 그저 쓸데없는 짓을 한, '아 여기 셰프는 외국인이라지? 그러니 결과물이 이런식으로 나오는군' 평이나 받는 것이다.


빙수에 대해 리뷰를 할 때마다 늘 결론은 같다. 차라리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먹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디저트, 아니 그냥 얼린 얼음만 하더라도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게다가 몇 숟갈 먹다보면 맛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진다. 물론 한국에서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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