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10. 12.



보칼리노도 이제 유 유안과 마찬가지로 잘 나가는 메뉴 -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메뉴, 셰프의 시그니처 따위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 는 그대로 놔두고 부분적으로 메뉴 변경을 하기로 마음 먹은 듯 하다.

크루도 메뉴는 아예 사라져 버렸고, 메뉴 대부분이 부분적인 변화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큰 틀 안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수프만 아예 새로 바뀌었고, 메인에서는 오리 고기가 선택지로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정도? 좋게 말하자면 영업 하는데 있어서 가장 탁월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러면 셰프란 존재가 굳이 필요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프는 분명 몇 개 안되는 메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었다. 그게 얼마나 대중적으로 먹힐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렌틸 콩 수프에서는 전형적인 가을 분위기, 트러플을 비롯한 버섯의 향연을 선보이는데 컬리플라워 수프는 조용히 뒤에 서 있다. 오히려 트러플을 이 수프에 뿌려 넣으면 더욱 맛있으리라. 한국에서 트러플의 인기는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과열된 분위기인데, 마르코 셰프는 트러플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설계를 하였다. 마치 "내 요리를 많이 소개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요리는 충분히 낼 수 있어!" 항변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리코타 치즈로 만든 뇨끼 - Gnudi? - 에서도 알 수 있는데, 전 메뉴의 토마토 소스 뇨끼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예 고르곤졸라 퐁듀에 호두까지 넣어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메인인 오리 고기에서는 아쉬움이 컸는데, 체리 대신 선택한 오미자 소스는 단맛이 살짝 물리는 경향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질감은 부드러움에만 초점을 둬서 흥미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 선택지에 가금류 하나가 추가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새로 부임한 후 처음 선보였던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생각하면 분명 그는 스토리 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셰프였었다. 그러나 이후 코스 요리는 거의 변동이 없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 중 거의 유일하게 예약 없이도 워크 인 가능한 레스토랑이 보칼리노이다. 그리고, 보칼리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몇 년째 동일하다. 나는 이런 관계 속에서 이제는 보칼리노에 다른 셰프 그 누가 오더라도 큰 변함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생각보다 이탈리안 요리는 한국에서 그 이미지가 확고하다. 물론 다른 요리도 마찬가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