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7. 28.


3개월만에 방문한 차이나 하우스의 가장 큰 변화는 주문 가능한 요리의 숫자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메뉴판을 보는데 금방 끝 페이지가 보이니 처음엔 당황스러웠었다. 태블릿 PC 파일 오류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대폭 줄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남아 있는 요리들도 메뉴판을 보면 모두 다 사진으로 친절하게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메뉴판을 QR 코드로 제공하거나 태블릿 PC로 제공 하는 것이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요리들을 사진으로 확인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처음 외국 음식들을 만나는 사람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겠지만 문자로 요리 이름을 접한 뒤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기다림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선 다소 맥 빠지게 한다. 게다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광동 - 상해 요리가 플레이팅이 화려하고 눈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차이나 하우스의 고객 구성이 한국인들이 많은 현실에서 늘 북경 오리 중심으로 주문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를 가도 북경 오리, 저기를 가도 북경 오리, 한국의 오리들이 북경 오리로 즐길만 한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똑같은 요리만 먹을거라면 굳이 한국에 광동 요리와 상해 요리 중심의 레스토랑이 필요한가? 차라리 북경 오리 전문 식당들이 등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가운데 여전히 오리의 상태는 큰 변함이 없다.


가짓수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처음 등장한 전채 요리가 하나 있었는데, 문득 영화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났었다. 뭣이 중한디? 맛있게 먹었지만 어김없이 예상한 상황 그대로 흐르는 현실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22. 7. 24.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제주도에 있는 오성급 호텔들 중 가장 음료와 음식 모두 신경 쓰는 곳이라 제주도에 갈 때마다 들린다. 여전히 음료에 대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특색 없는 제주도 녹차나 정체 불명의 커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픈 초창기에만 하더라도 그런 메뉴는 당연히 없었다. 많이 찾으니 준비한 것이든 준비를 해놓았으니 많이 찾는 것이든 반가운 일은 아니다. 칵테일 메뉴를 좀 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호텔 바 특성상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저녁에 차이나 하우스에서 식사를 한 뒤 한 잔 정도 마실 생각은 갖고 있다. 

꾸준히 매달 또는 계절별로 메뉴가 바뀌긴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질 뿐 사실 큰 변화는 없는데, 국내 여느 호텔들처럼 이 호텔에서도 애플 망고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케이크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와 같은 후기는 비단 이 호텔만의 후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정말 대단한 일인가? 당연한 것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은 물론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칭 "빵"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이야기 할 내용은아니다. 그것이 해외에서의 풍부한 경험까지 더해진 것이라면 더더욱, 사실 많이 먹었다고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많이 먹어 본 사람일 뿐이다. 아무튼 망고 케이크는 부드럽긴 하지만 망고의 질감이 부드러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뭉개지면서 살짝 결이 느껴지는 질감이 그리 잘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과일류에서 기대하는 신맛은 "제주산 애플 망고" 에서는 당연히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맛의 차원에서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 하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인데, 망고 케이크를 팔지 않았을 때 어떤 반응들이 일어날까?


체리 피스타치오 타르트는 피스타치오 크림이 뻑뻑한데다 체리 역시 신맛의 기대치가 낮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던 것은 예전과 달리 단맛이 잘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좀 더 단맛이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로비에 흐르는 음악들은 락에서부터 힙합까지 중구난방인데다 체크 인 과정에서 대기하는 손님들이 무작정 들어와 빈 자리에 앉고, 신발을 신은채로 소파 위를 올라가거나 테이블 사이를 전력 질주하는 아이들은 많아졌다. 그만큼 메뉴도 가짓수는 늘었지만 혼돈의 연속인데 누군가 새로 와서 맛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이 호텔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얏트 계열의 호텔이니 인력풀은 어느 정도 가동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