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3. 26.


코로나 19 영향이 없었다면 진작 문을 열었을 오울은 계속해서 오픈이 연기되다 드디어 2022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원래 보칼리노와 함께 운영되던 장소여서 '오울' 이라는 바의 개념을 생각하면 아주 잘 어울리는 실내 디자인이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까? 그런대로 내부를 잘 꾸며놓았다.

그러나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구상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장소는 안타깝다는 감정이 먼저 드는 장소이다. '내가 아는 이탈리아 요리는 이런게 아니야'와 식전주든 식후주든 음주 문화가 아직 널리 알려진 상황이 아닌 것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 비운의 장소는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키오쿠와 마찬가지로 정말 아쉬운데 이런 경우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니 새삼 놀라운 일은 또 아니다.





아무튼 오울 바에서 주문 가능한 칵테일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안주 역시 한국의 술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의외로 호텔 주변에 전집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술집들이 없다고 설명을 들었다. 호텔이란 곳의 특성을 생각 하면 외국인 투숙객을 대상으로 문을 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편으로 가격을 생각 하면 호텔 바이지만 부담없이 한국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설정이다. DJ가 와서 음악을 트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인의 경우 어느 연령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는지 역시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호텔 내의 찰스 H. 바를 생각하면 이런 설정들이 찰스 H. 바와 다르니 굳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설정 때문에 나는 오히려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다.





한국에서 만든 소주와 진 등으로 칵테일을 만들다보니 어딘가 하나는 빠진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술에 대해선 거의 무지에 가깝기 때문에 가급적 이 블로그에서 바 리뷰 - 해외의 바들은 여행 정보 차원에서 다룰 뿐, 국내 바들은 리뷰를 쓰지 않았다. - 를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칵테일의 향과 맛 (flavour) 의 부족함을 느꼈었다. 예를 들면 진 토닉의 경우 선비, 정원, 부자 이 세 가지 국산 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든 진 특유의 향과 맛 (taste) 의 부족함이, '수정과' 칵테일은 수정과의 향을 고스란히 살리긴 했지만 오크통에 숙성 시킨 소주는 다소 인위적인 향과 맛 (taste) 을 첨가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별로였던 것은 아니다. '참외' 칵테일은 오울의 안주들과 두루 잘 어울렸었고, '우유' 칵테일은 단맛이 강한만큼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좋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오울의 한계점이 느껴진다. 일단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들이 제한적이다보니 만들 수 있는 칵테일도 제한적이다. 향, 맛 (flavour), 심지어 알콜의 도수까지... 이는 오울만의 책임은 아니긴한데, 시간이 지나면 제한적인 한국산 술들이 좀 더 다양해질까?





안주들은 한국의 음식 - 이라고 하기엔 전형적인 한국의 저렴한 가격의 술집 안주들, 계란말이부터 라면까지 - 을 재해석 했다기보다 거의 모든 식재료들을 '호텔에서 직접 만들어서' 에 초점을 두었다. 그동안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 보편적인 기준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창조적이다는 의미는 아니다. - 다가왔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렇게 구성을 하는 것이 반응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편인 가격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 양고기 안주였었다. 질기다는 느낌이 아주 없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바삭한 질감은 흥미로운데다 함께 곁들여진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 (flavour) 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간과 향이 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항상 마주치는 '짜다' 타령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선에서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술과 함께 곁들일 음식을 생각한다면 분명 더 간이 강해야겠지만 말이다. 이는 거의 모든 안주 메뉴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그나마 함께 나오는 소스들이 어느 정도는 맛 (flavour) 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니 거기에 위안을 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오쿠에서 아키라 백으로 바뀐 것처럼 와인 바 보칼리노 역시 오울로 바뀌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서 적당한 안주 하나 시켜 그와 잘 어울리는 가벼운 칵테일 한 잔 마시는 그런 곳 말이다. 아키라 백은 외부 업체이니 차치하고, 이미 호텔 내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다이닝과 바가 있으니 하나쯤은 가벼운 곳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내 제반 여건이 나아진다면 물론 조금은 진중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2022. 3. 20.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가 바뀐 것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는 철저하게 Yannick Alléno 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방콕에서 미슐랭 별을 받았던 셰프가 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레스토랑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바만큼 허무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코스 메뉴의 요리 가짓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치즈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쉽다. 메인 메뉴도 결국은 또 스테이크?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삼면이 바다, 1일 생활권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웠지만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싱싱한 해산물 식재료를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가? 그런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코스 메뉴를 구성했지만 들여다보면 'Must Try' 이름이 눈물겹다. 한편 아뮤즈 부쉬를 코스 메뉴에 집어 넣고 심지어 샴페인과 짝짓기까지 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셰프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릇파릇 새싹이 돋더니 결국은 녹음이 짙어지는, 그러면서 경쾌한 봄의 세계를 맛 (flavour) 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야닉 알레노가 중요하게 여기는 소스,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는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대합이나 라비올리 같은 경우 과조리 되어 대합은 너무 질기고, 라비올리는 너무 흐물거렸는데 소스가 그런 단점들을 뒤덮을 정도로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있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그 끔찍한 빵들을 아낌없이 소스를 다 찍어 먹을 정도였었다. 예전의 셰프가 한국의 식재료들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코스 메뉴를 구성하였다면 지금 새로 온 셰프는 소개보다 이것을 승화 시켜 하나의 주제를 완성하는데 초점을 둔 것 같은데 물론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 셰프의 경우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서양 요리를 좀 더 잘 아는 위치에 있다 보니 거기에 맞춰 나아간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


그동안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었던 와인 페어링은 이번에 새로 메뉴가 바뀌면서 구성 역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짝짓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맛의 세계를 음식과 함께 그려나간다기보다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는 쪽에 좀 더 초점을 둔 것 같아서 메뉴가 바뀌기 전에 다시 갈 일이 있다면 차라리 샴페인 한 병을 주문할 것 같다. 이것 역시 다음에 메뉴가 바뀌었을 때 또 비슷한 구성으로 와인 페어링을 했는지 마찬가지로 봐야할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그동안 정말 정말 지루했었던 수플레가 드디어 빠졌는데, 페이스트리 셰프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물이든 고전적이든 얼마든지 다양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디저트의 세계, 달고 단 디저트로 마무리를 지으며 쾌락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을 늘 깨트려서 아쉬웠었는데 아마도 이제 떠나게 되었으니 그가 하고싶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선보인 것은 아닐까?


여전히 접객면에서는 아쉬움이 컸었다. 다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접시 위에 음식이 비자마자 바로 치우려고 하거나, 와인 페어링을 선택했지만 일반적인 와인 정보 이외에는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물론 일정 부분 이해되는 것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포크와 나이프로 사인을 보내는 방법을 모르며 직원이 와서 음식이 어떠한지 와인은 어떠한지 묻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니 말이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디에서도 가르치지도 않는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 한 가지 빠트릴 뻔 했는데 셰프도 메뉴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빵은 변함이 없었다. 새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오면 그의 전문 분야와 상관 없이 빵이 좀 바뀔려나? 

2022. 3. 17.


영화를 보러 간 김에 잠시 시간이 있어 간단하게 저녁을 떼울 요량으로 들렀기에 블로그에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다. 국내든 해외든 크리스탈 제이드는 첫 방문인데 일단 기대감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점이 갖는 장점이자 단점은 차치하더라도 언제 한국에 제대로 요리하는 곳이 몇 군데나 있던가? 꼭 파인 다이닝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오자마자 글을 쓰게 되었다.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리뷰를 쓰는가? 

서울에 해외의 유명 프랜차이즈점을 그대로 들여온 곳이 최근에도 문을 열었지만 열악한 환경에 따라 맛 또한 열악했었는데 놀랍게도 크리스탈 제이드 용산 아이파크몰점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있었다. 샹젠바오의 속은 많이 말라있긴 했지만 특유의 단맛은 희미하게나마 흔적이 있었고, 메뉴명에 '매콤한 돼지고기 완탕' 이라고 써놓았지만 정작 매콤하지 않았던 차우쇼우 역시 희미하게 나마 신맛이 존재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얼마만큼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최소한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인지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게 이 지점만의 특징인지 전체 지점 모두 동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2022. 3. 14.


2015년 10월에 유 유안이 문을 연 이래 오픈 초에 비하면 메뉴 선택지는 많이 줄었다. 오리발도 내놓던 곳이 이제는 북경 오리 - 광동식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 만 내놓으며, 여전히 차 선택지는 전무한데다 심지어 무료이고, 딤섬조차 하가우 위주, 웍 프라이드 결과물이 너무 드라이 하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선에서 열심히 광동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식재료의 가짓수는 동서양 요리 불문 제한적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셰프 추천 메뉴가 코스와 단품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드디어 그런 메뉴가 생겼다.


포시즌스 호텔 이름답게 계절별로 추천 메뉴를 선보일 것 같은데 일단 메뉴판을 보면 광동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울 내용들이다. 전채로 광동식 편육, 수프로 차요테, 해산물로 마늘소스 전복찜, 육류로 쇠고기 순무찜과 웍 프라이드 한 항정살 볶음에 채소 요리로는 배추찜까지! 광동식 레스토랑에 와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굳이 힘들게 검색할 필요 없이 광동 요리 추천 메뉴가 있으니 그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식사류 - 면이든 밥이든 - 와 디저트류가 추천 메뉴에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게다가 추천 메뉴이긴 한데 이게 기존 메뉴에서 몇 가지를 추려 낸 것이어서 셰프만의 일종의 시그니처 메뉴가 아니라는 것도 아쉽다. 계절과 상관 없이 셰프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또는 자신만의 특별 요리도 메뉴에 포함되었다면 그만큼 더욱 흥미로울텐데 말이다. 물론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서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지만.


셰프 추천 메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 싯가라고 적혀 있는 킹 크랩 요리인데, 현재 전쟁 영향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거나 지난 행사때처럼 잠깐 동안만 진행하고 더 이상 수급이 어려워 멈출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킹 크랩으로 네 가지 요리를 선보이는데 비펑탕 스타일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짠맛과 감칠맛을 간간하게 만들었다든지, 계란 흰자와 함께 찐 게살 요리는 크랩 내장을 더한다든지, 멘보샤류와 함께 한국인들 입맛에  맞춰 요리를 내놓았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흔히 말하는 광동 요리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가 무려 '싯가' 로 판매하는데 이상하게 만들었다고......


그나저나 이 메뉴는 최소 방문 이틀 전에 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데 거의 홍보가 안되어있다.

2022. 3. 9.


아니 더 이상 신세계 계열사들의 음식들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오픈초 방문때 그렇게 혹평했는데 왜 또 갔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이왕 간김에 점심 식사로 간단하게 딤섬 몇 가지와 식사 하나, 디저트 하나를 주문했었다.

여전히 광동식 레스토랑이라 내세우지만 메뉴판을 보니 한국식 중식 요리를 더 많이 선보이고 있었다. 밥 종류에는 버젓이 덮밥이라 쓴 메뉴가 여러가지가 있었고, 기타 요리들도 오픈초를 생각하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 결과물들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이제는 스스로 한국식 중식을 선도한다고 내세우는 것이 더 나아보이는데 왜 여전히 광동식 요리를 선보인다고 이야기를 할까?






관탕교는 맹탕인 국물에 신세계 계열사들 특유의 마늘 비린내가 나는, 너무 익혀 흐물거리는 피가 끔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형편 없는 수준으로 나왔었다. 게다가 상어 지느러미라니, 하긴 여기는 짜장면에 트러플을 갈아 넣는 곳이니 상어 지느러미 정도는 넣어줘야 고급 음식이란 평가를 받겠지. 푸페이권은 찐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큰 인기가 없어서 아쉽다만 더 그레이트 홍연에서는 튀겨서 내놓았는데 일단 조리 상태가 엉망이었다. 한 입 베어물자마자 뚝뚝 떨어지는 기름들, 확인을 부탁하니 모양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름에서 건져내자마자 바로 내놓는다나? 결국 다시 해주기로 했는데 기름을 최대한 닦아내서 - 나는 그렇게 설명을 들었다. 모양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일이 닦아 낸다고 말이다. -  내놓았다고 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크리스피 새우 창펀도 마찬가지, 소스 양이 줄어든 것이야 워낙 한국인들이 짜다고 아우성이니 줄였다고 이해해도 푸페이권과 마찬가지로 뚝뚝 떨어지는 기름때문에 결국 한 조각만 먹고 말았다. 홍야우차우사우는 그 특유의 매운맛과 신맛은 온데간데 없고 들큰한 단맛의 여운이 긴 편인데, 거기다 고명으로 올려놓은 파 밑단 흰 부분의 억센 질감이 전체적으로 꽤 큰 불쾌감을 안겨준다. 


오픈 초와 달리 덮밥 메뉴가 많이 보여 혹시나 해서 문의했더니 역시나 단어 그대로 덮밥이었다. 그래서 몇 안되는 볶음밥 메뉴중에서 XO 소스 볶음밥 하나를 골랐는데, XO 소스는 특유의 감칠맛과 단맛은 거의 없는, 볶음밥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데다 전혀 드라이 하지 않은 촉촉한 결과물을 받았었다. 그래도 명색이 한국에서 최고급 호텔 내 파인 다이닝인데 이 정도 수준으로 웍 프라이드 결과물을 내놓다니... 많은 한국인들이 웍 프라이드 결과물이 좋을수록 드라이 하다는 항의를 많이 할테니 의도한 결과물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요리 결과물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의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내에서 한 두번 겪은 일은 아니다보니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데, 결국 디저트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었다. 커피 대신 차로 만들었다는 차라미수는 왜 커피 대신 차를 넣었는지 결과물이 그 이유를 설명조차 못하는데 황당한 것은 해동이 덜 되어 서걱거리는 질감이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웍 프라이드 한 요리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몇 안되는 음식들도 결과물은 파인 다이닝이라 하기엔...... 서양 요리의 문법을 차용한 디저트도 무엇이 핵심인지 전혀 파악을 못한채 내 아이디어 어때? 참신하지? 자랑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오픈 초에는 결과물이 어떻든 광동 요리가 메뉴판에 몇 보이긴 했었지만 일년도 채 안 된 지금, 한국식 중식 메뉴 위주의 발전이 없는 모습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말이다.

2022. 3. 1.


새 메뉴가 나오자마자 가는 편이지만 - 이유는 간단하다. 다들 어디서 많이 먹어봤다고 내세우지만 근거는 전혀 없는 간섭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처음 셰프가 의도했던 방향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마리포사는 늦게 방문했었다. 

첫 방문 이후 메뉴가 바뀔 때마다 방문하는데 늘 항상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에는 어떤 요리를 선보일까? 단순하게 우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죠, 이런 터무니 없는 감상 때문은 물론 아니다.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 이번에는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그런 기대감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번 방문에서도 즐거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향에 초점을 두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나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겨울 여행을 다녀왔다. 겨울 바다를 구경하고 나서 저녁에 캠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런 여행 말이다. 

시작은 짠맛이 도드라진 바다 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요리들이 나온다. 이후 캠핑을 하며 바베큐를 즐기는 느낌이 이어지는데 아쉬운 것은 그런 흐름이 조금은 급격하게 느껴졌었다. 여전히 요리들은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보여주지만 향들이 주제를 또렷하게 만드는 반면 신맛의 여백은 와인으로 채워주다보니 허전함이 다소 느껴졌었다. 게다가 와인 페어링은 여백을 채우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전의 방문과 달리 요리들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맛 (flavour) 의 균형을 맞추는데 급급했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포사의 새 메뉴는 여전히 방문 전 갖는 기대감을 이번에도 충족해줬었다. 특히 조리의 완성도는 오픈 초를 생각하면 질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파인 다이닝에서 조리의 완성도가 좋아졌다와 같은 감상평은 좋은 의미는 분명 아니지만 한국에서 말도 안되는 곳들이 너무 많다보니... 한편 와인 페어링의 아쉬움은 한계에 부딪힌 것인지 - 나는 이 날 식사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테이블들은 정수기 물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한 끼 식사를 하며 쾌락을 즐길 수 있는 곳, 그것이 파인 다이닝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비록 인테리어 - 그러나 페어몬트 호텔은 이해하자. 한국에서 호텔들은 대부분 컨셉트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파인 다이닝은 더더욱, 기껏해봤자 접시, 포크, 나이프, 와인 잔이 어느 회사 제품이네 수준에서 그친다. - 의 아쉬움이나 접객의 아쉬움은 마리포사에도 있지만 쾌락의 본질 즉 맛 (flavour) 은 셰프가 충분히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해 이곳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전혀 아깝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