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영향이 없었다면 진작 문을 열었을 오울은 계속해서 오픈이 연기되다 드디어 2022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원래 보칼리노와 함께 운영되던 장소여서 '오울' 이라는 바의 개념을 생각하면 아주 잘 어울리는 실내 디자인이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까? 그런대로 내부를 잘 꾸며놓았다.
그러나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구상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장소는 안타깝다는 감정이 먼저 드는 장소이다. '내가 아는 이탈리아 요리는 이런게 아니야'와 식전주든 식후주든 음주 문화가 아직 널리 알려진 상황이 아닌 것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 비운의 장소는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키오쿠와 마찬가지로 정말 아쉬운데 이런 경우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니 새삼 놀라운 일은 또 아니다.
아무튼 오울 바에서 주문 가능한 칵테일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안주 역시 한국의 술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의외로 호텔 주변에 전집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술집들이 없다고 설명을 들었다. 호텔이란 곳의 특성을 생각 하면 외국인 투숙객을 대상으로 문을 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편으로 가격을 생각 하면 호텔 바이지만 부담없이 한국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설정이다. DJ가 와서 음악을 트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인의 경우 어느 연령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는지 역시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호텔 내의 찰스 H. 바를 생각하면 이런 설정들이 찰스 H. 바와 다르니 굳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설정 때문에 나는 오히려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다.
한국에서 만든 소주와 진 등으로 칵테일을 만들다보니 어딘가 하나는 빠진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술에 대해선 거의 무지에 가깝기 때문에 가급적 이 블로그에서 바 리뷰 - 해외의 바들은 여행 정보 차원에서 다룰 뿐, 국내 바들은 리뷰를 쓰지 않았다. - 를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칵테일의 향과 맛 (flavour) 의 부족함을 느꼈었다. 예를 들면 진 토닉의 경우 선비, 정원, 부자 이 세 가지 국산 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든 진 특유의 향과 맛 (taste) 의 부족함이, '수정과' 칵테일은 수정과의 향을 고스란히 살리긴 했지만 오크통에 숙성 시킨 소주는 다소 인위적인 향과 맛 (taste) 을 첨가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별로였던 것은 아니다. '참외' 칵테일은 오울의 안주들과 두루 잘 어울렸었고, '우유' 칵테일은 단맛이 강한만큼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좋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오울의 한계점이 느껴진다. 일단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들이 제한적이다보니 만들 수 있는 칵테일도 제한적이다. 향, 맛 (flavour), 심지어 알콜의 도수까지... 이는 오울만의 책임은 아니긴한데, 시간이 지나면 제한적인 한국산 술들이 좀 더 다양해질까?
안주들은 한국의 음식 - 이라고 하기엔 전형적인 한국의 저렴한 가격의 술집 안주들, 계란말이부터 라면까지 - 을 재해석 했다기보다 거의 모든 식재료들을 '호텔에서 직접 만들어서' 에 초점을 두었다. 그동안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 보편적인 기준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창조적이다는 의미는 아니다. - 다가왔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렇게 구성을 하는 것이 반응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편인 가격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 양고기 안주였었다. 질기다는 느낌이 아주 없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바삭한 질감은 흥미로운데다 함께 곁들여진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 (flavour) 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간과 향이 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항상 마주치는 '짜다' 타령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선에서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술과 함께 곁들일 음식을 생각한다면 분명 더 간이 강해야겠지만 말이다. 이는 거의 모든 안주 메뉴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그나마 함께 나오는 소스들이 어느 정도는 맛 (flavour) 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니 거기에 위안을 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오쿠에서 아키라 백으로 바뀐 것처럼 와인 바 보칼리노 역시 오울로 바뀌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서 적당한 안주 하나 시켜 그와 잘 어울리는 가벼운 칵테일 한 잔 마시는 그런 곳 말이다. 아키라 백은 외부 업체이니 차치하고, 이미 호텔 내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다이닝과 바가 있으니 하나쯤은 가벼운 곳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내 제반 여건이 나아진다면 물론 조금은 진중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