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10. 31.


나는 시계에 관심이 없어서 아예 브랜드조차 잘 모르는 편인데, 여름철 반팔 옷을 입었을 때 손목이 허전해 보여서 팔찌를 구입했지만 주로 발렌티노 가라바니 제품만 구입했었다. 그동안 알렉산더 맥퀸 제품은 머플러만 구입 했었는데, 매치스 패션 세일 기간에 마침 눈에 띄는 팔찌가 있어서 구입하였다.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직구 사이트마다 특징이 다르지만 유독 매치스 패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포장에 꽤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크기의 상자도 과대 포장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꼼꼼하게 포장을 해서 배송을 보냈었다.


















알렉산더 맥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해골 바가지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교하게 만들어 놓았다.






길이가 길기 때문에 두 번 감아서 착용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카모플라쥬가 너무 튀지 않아서 좋았다. 너무 티나지 않지만 하나의 포인트로 착용하기 좋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해골 바가지의 소리도 경쾌하다. 질리지 않은 디자인이어서 올 여름에 거의 매일 착용했을 정도로 자주 착용했었다.

이런 디자인이라면 다른 색상도 구입할 생각이었지만 찾아보니 다른 색상의 팔찌들은 해골 바가지가 금장이거나 팔찌 색상이 채도와 명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구매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직구 사이트를 검색해 보는데, 이런 디자인은 다시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9. 10. 27.


한국에서 딤섬이란 어떤 존재일까? 홍콩을 비롯해서 딤섬을 먹을 수 있는 도시는 꽤 많은데, 그렇게 많은 도시들을 매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니 서울에서 딤섬을 제대로 만드는 식당은 몇 군데나 있을까?

르 쉬느아에서는 10월에는 딤섬과 관련해서 오색 샤오롱바오를 주문할 수 있었다. 오색이니 다섯가지 색상이라는 것은 짐작 가능한데, 단순하게 색상만 그렇다고 해서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는 않을테고 어떤 요소들을 더해서 나오는지 궁금했었다. 설마 한국에서의 접근 방식처럼 재료 하나 더 들어간 것으로 티 내는 것은 아니겠지 했었는데 기우였었다.


고전적인 샤오롱바오와 함께 - 은은한 단맛과 함께 진한 지방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 나머지 네 가지 샤오롱바오는 들어가는 재료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저마다 향, 맛, 질감의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흑마늘의 응축된 단맛이 더해져 좀 더 단맛을 느낄 수 있었던 흑색 샤오롱바오나 트러플이 들어가 향이 좋았던 녹색 샤오롱바오처럼 색이 다른 샤오롱바오들을 하나씩 먹을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한편으로 이런 재미들을 국내의 다른 요리들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했었다. 그런 요리들이 있었던가?


예를 들어 트러플을 생각해보자. 화이트냐 블랙이냐를 떠나서 가격을 차치 하더라도 국내에서 트러플 열풍이 불면 어떤 식의 음식들이 등장할까? 매운맛 열풍에 따라 등장했었던 각종 매웠던 음식들을 생각하면 예상은 너무 쉽다. 문제는 그런 결과물들이 기존의 음식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재미를 더해주느냐다. 맛 (taste) 이 하나 더해졌다고, 향 (aroma) 이 하나 더해졌다고 끝이냐, 아니면 그렇게 더해짐으로써 좀 더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내 경험의 대부분은 전자였다.


분명 트러플이 들어간다면 향이 매력적일 수는 있다. (물론 트러플 향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과물일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더해짐으로써 기존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더해진 트러플 향 때문에 한 층 더 맛의 승화를 끌어낼 수 있다면 난 그것이 파인 다이닝에서 셰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맛의 승화는 또다른 차원에서의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기에 무한 반복이 이뤄진다면 금새 지루해져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프로모션은 짧은 기간동안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르 쉬느아에서는 한 달 동안만 이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9. 10. 21.


지난 유 유안의 송이 특선 메뉴를 생각하면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요리를 못해서? 전혀 아니다. 나는 유 유안이 요리를 못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안타깝거나 아쉬웠었는데, 그런 맥락에서 기대하지 않았었다.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이란 어떤 곳일까? 송이 특선 메뉴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무엇에 초점을 두고 맛이 있다, 없다 이야기를 할까? 게다가 지금까지 경험은 유 유안에서는 단품 메뉴만 나왔을 뿐 코스 메뉴가 나온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단품이 아닌 코스 메뉴가 나왔었는데, 송이라는 하나의 큰 줄기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끄러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 되게 자, 자연 송이의 향을 실컷 느껴봐라 우르르 쾅쾅 이런 구성이 아니라 입체적인 맛, 그러니까 송이의 향과 더불어 감칠맛 - 물론 각 요리마다 그 감칠맛의 결은 달랐다. - 과 함께 단맛과 신맛이 적극적으로 개입 하면서 파인 다이닝에서 나와야만 하는 그런 요리와 맛을 선보이고 있었다.






Braised spinach bean curd with pine mushrooms


그중 가장 백미는 바로 이 요리였는데, 소스의 감칠맛이 밑바탕에 깔린 가운데 은은한 단맛과 함께 고소함, 그리고 약간의 쓴맛이 뒤이어 느껴지면서 두부와 시금치와 송이 버섯의 일관되게 부드러운 질감속에 대조되는 건관자의 바삭함, 무엇보다 끝에서 느껴지는 송이의 향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지면서 입체적인 맛의 절정을 보여준다. 송이의 향이 모두를 뒤덮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서 잔잔하게 느껴지니 코스 구성에 있어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요리가 나오기 전의 수프에서부터 감칠맛의 향연이 펼쳐지긴 하지만 서로 결이 다르니 부딪히지 않고, 향이나 맛이 너무 강조되어 균형을 잃어버려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없어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아쉬운 것은 마지막 마무리로 나오는 디저트였었는데, 디저트 자체만 놓고 보면 유자 무스는 흠 잡을 것이 없다. 다만 코스의 마무리로써 유자 무스가 제 역할을 다 했냐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먼저 떠오른다. 기존 단품 메뉴에서 넣을 것이 아니라 한정적이라도 코스 메뉴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따로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2018 Weingut Robert Weil Riesling trocken


지난 메뉴 개편 때부터 유 유안에서는 와인 짝짓기도 선택 가능한데 아쉽게도 송이 특선 메뉴에는 와인 짝짓기를 선택할 수 없다. 물론 요청을 하면 병이든 글라스든 와인 짝짓기가 가능 하다. 두부 조림과 짝이 맞는 와인을 추천 받아 마셨던 리즐링은 신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긴 했지만 잔잔하게 느껴지던 송이 향도 깔끔하게 정리 해주는 바람에 송이향의 여운을 좀 더 길게 갖지 못해서 아쉬웠다. 

와인과 짝이 어렵다면 차와 짝을 맞출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파인 다이닝이라면 어떻게든 구성을 갖출려고 노력을 할텐데, 유독 한국에선 그런 모습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항상 이야기 하는 내용이지만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이 시원찮다면 결국 선택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럼 최종적으로 손해는 누가 볼까? 

2019. 10. 14.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 체크 아웃 시간이 오후 4시까지 보장이어서 - 모든 방이 다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소리 중 하나가 후기 보니 레이트 체크 아웃 보장 해주던데!!! 이다. 그런 정책은 호텔 홈페이지에서 정확하게 확인 가능하다. - 마지막 점심을 체리 가든에서 먹었다.






체리 가든의 주말 딤섬 브런치와 관련하여 많이 검색하는 것 같은데, 싱가포르에선 파인 다이닝이라고 딤섬 가격이 엄청 비싸지 않다. 동네 식당들과 거의 비슷한 가격을 받고 있다. 누가 봐도 비싼 재료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10 SGD 이상 받지만 (게다가 한 바구니가 아니라 한 개의 가격인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딤섬들은 한 바구니에 세 개 기준으로 10 SGD 미만의 가격을 받고 있다. 어차피 다양하게 주문할 것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 하가우나 샤오롱 바오 정도만 시킬 생각이라면 굳이 무제한에 초점을 두고 갈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야 가성비 운운하며 가격 싸고 양 많고, 즉 맛에 초점을 두지 않고 자꾸 엉뚱한 곳에 초점을 두는데, 외국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파인 다이닝에 가면서 가성비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좀 웃기지 않은가?






Pu er












Crispy wasabi - aioli prawns with fresh mango and tobiko


싱가포르의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메뉴 중 하나인데, 체리 가든의 와사비 새우 요리가 가장 맛의 균형이 좋아서 정말 이 것 하나 때문에 매년 체리 가든을 찾는다. 단맛과 신맛의 균형도 좋지만 무엇보다 와사비 특유의 톡 쏘는 것이 너무 과하지 않아서 좋다. 






Steamed cod fish dumpling with coriander






Steamed crystal dumpling with fresh mushrooms and black truffle






Steamed Wagyu beef dumpling with Sha Cha sauce






Steamed prawn dumpling with black garlic

하가우는 어디를 가나 대부분 비슷해서 주문을 잘 안하는 편이다. 하지만 체리 가든에서는 안에 흑마늘을 넣어서 입안에서 퍼지는 흑마늘의 향과 응축된 단맛이 꽤 매력적이어서 항상 주문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의외로 만나기 어려운 딤섬 중 하나가 대구살이 들어간 딤섬이다. 이런 딤섬은 주말 딤섬 브런치 메뉴에는 없기 때문에 만약 먹고싶다면 평일에 방문해야 한다. sha cha sauce 가 들어간 딤섬도 마찬가지이다. 부드러운 와규의 질감과 함께 입안에서 퍼지는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데 한국인에게는 익숙치 않은 향이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Steamed pork xiao long bao






Steamed prawn and pork dumpling with vinegar and spicy sauce







Crispy snow crab puff






Crispy spring roll with goose meat and coriander






Yam puff with roasted duck and mushroom






Crispy bean curd skin roll with prawn and lychee






Deep - fried Kataifi lobster


예전에는 개구리나 달팽이가 들어가는 딤섬들도 있었는데, 이번에 가니 조금은 무난한 딤섬들만 보여서 아쉬웠다. 체리 가든은 찐 딤섬들은 여전히 모양부터 해서 여러가지로 꽤 신경을 쓴다는 느낌이 드는데, 튀기는 쪽의 딤섬들은 모양도 그렇고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덜 신경 쓴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crispy 하거나 puffy 함은 문제가 없는데 좀 대충 튀겨서 내놓는다고 할까? 게다가 재료들도 예전의 달팽이와 같은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보다 오리나 랍스타 등을 넣고 만들어서 흔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Fragrant fried rice with crab meat, egg white and conpoy


배가 많이 불렀지만 그래도 볶음밥 하나를 주문 했었는데, 이런 볶음밥을 먹고 나면 한국에서 볶음밥을 주문할 엄두가 안 난다. 일단 wok fried 나 stir fried 는 한국인 조리팀원들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외국인 조리팀원들과 실력 차이가 간격이 꽤 큰 편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이 정도 품질의 자스민 쌀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감안 해서 국내에서 볶음밥을 먹지만 그래도 그 차이가 아쉽기만 하다.






Hawthorne jelly with chestnut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란 서양 요리 관점과는 다르게 그렇게 단맛이 강한 편은 아닌데, 대신 차가운 쪽보다 따뜻한 쪽의 디저트들이 많다. 게다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기 보다 조금은 텁텁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그런 것이 싫다면 이런 젤리류의 디저트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달지 않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고 할까?

체리 가든은 워낙 자주 가다보니 직원들과도 많이 친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때마다 접객 및 응대를 보면 불편한 면이 있다. 여기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전체가 그런 편인데, 불친절하다기 보다 도시 분위기가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는게 속 편하다.

2019. 10. 3.








꾸준히 내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다면 지겨운 이야기이겠지만, 처음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자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보칼리노와 유 유안의 경우 작년까지 일년에 두 번 대대적인 메뉴 개편이 있었지만 올 여름부터 계절별로 일부 메뉴를 교체하고 있다.






Poached pork belly rolls with vegetables in minced garlic sauce






Marinated prawns with sliced bean curd skin and persimmon














Marinated pig ear with coriander in spicy vinaigrette


전채 메뉴는 세 가지가 새로 등장했는데, 돼지 귀 냉채는 지난번에도 한 번 나왔었던 메뉴이다. 기존에는 오도독 씹히는 질감이 재미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감이 들어간 냉채는 새우와 감의 단맛이 인상적인데 신맛이 적절하게 개입하고 있어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세 요리 모두 소스가 비슷해서 전반적으로 음식들이 단조롭다. 사실 돼지 귀 냉채의 경우 해외 광동식 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는 요리인데, -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다른 레스토랑과의 수평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유 유안과 비교했을 때 아쉬운 것은 향신료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는 것이다. 돼지 귀의 질감만 놓고 보면 굉장히 부드러워서 인상적이긴 한데 뒤이어 느껴지는 매콤함과 신맛이 입맛을 돋우지만 향신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니 빈 공간이 느껴져서 뒷마무리가 아쉬웠다. 다른 두 요리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다보니 재료만 다를 뿐 느껴지는 전체적인 맛 (flavour) 는 단조로워서 차별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물론 왜 그런 결과물이 나오는지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아쉬움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해해야 할까? 난 업장측에서 좀 더 과감하게 시도했으면 좋겠다. 이런 제약들이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족쇄가 되어 계속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raised hot and sour soup with lobster, assorted seafood and vegetables






Double - boiled chicken soup with watercress and jujube


산라탕은 다시 랍스터가 들어갔는데, 기존의 해산물만 들어가는 것보다 좀 더 감칠맛을 느낄 수 있어서 바뀐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유 유안 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더라도 각자 취향에 따라 더할 수 있도록 고추 기름과 흑식초가 따로 제공되지만 유 유안의 산라탕은 매콤함과 신맛의 균형이 좋아서 굳이 더하지 않더라도 즐겁게 마실 수 있어서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그날 상황에 따라 흑식초를 좀 더 추가할 때도 있지만 그냥 먹어도 내 취향에는 딱 좋다.

치킨 수프의 경우 예전 메뉴와 사실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이것 역시 왜 그런지 이유는 짐작 가능한데, 재료 수급 문제를 떠나서 한국에서 왜 돼지 지방의 고소함이 느끼함으로 표현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유 유안의 수프들은 대부분 맛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지방의 고소함이 더해지고 거기에 다른 재료가 더 들어감에 따라 맛의 층이 달라지는 것이 중식에서 수프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그런 수프를 만나기가 힘들다. 향신료나 재료의 거부감은 낯설어서 그렇다라고 억지로라도 이해 가능한데, 한국에서 돼지로 만드는 국물 요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Stewed monkfish with cabbage in spicy fish soup






Stir - fried squid with water spinach and shrimp paste


오징어류는 그렇게 좋아하는 재료는 아니어서 몇 개 집어 먹다가 말았는데, 잘 볶아서 질기 지 않고 아삭거리는 공심채의 질감과 부드러운 오징어의 질감은 좋았었다.

한편 아귀 스튜의 경우 처음에는 배추의 단맛이 느껴지면서 뒤이어 감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느껴지다가 끝에서 살짝 매콤함이 느껴졌었다. 좀 더 감칠맛과 고소함이 진했으면 어떨까싶지만 맛의 층이 잘 느껴지기에 만족스러웠던 요리였다. 아귀 완자도 굉장히 부드러운데, 아귀만으로 만들었다고 보기엔 많이 부드러워서 문의 하니 새우가 같이 들어갔다고 설명을 들었다. 






Stir - fried kai - lan with preserved pork and morel mushrooms






Braised minced Jeju black pork balls with ginkgo nuts in oyster sauce


카이란 모렐 버섯 볶음의 경우 아삭거리는 카이란의 질감도 좋았고, 무엇보다 절인 돼지 고기의 짠맛이 돼지 고기만 먹으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지만 모렐 버섯과 카이란과 같이 곁들여 먹으면 맛의 균형이 잘 맞아서 부담 없이 계속 젓가락을 가게 만들었다. 특히 생강과 같이 먹으면 알싸하면서 약간의 쓴맛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아줘서 좋았다.

돼지 완자는 유 유안의 바뀐 메뉴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요리이다. 한국에서 가을이란 주제로 메뉴를 선정한다면 심지어 양식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요리들이 재료쪽에 초점을 두거나 플레이팅에 초점을 두고 나오는데, 이 요리는 먹는 내내 가을이 계속 생각나는 요리였었다. 은행과는 별개로 중식에서도 가을을 주제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그러고보니 지난 여름 메뉴에서도 전채에서 여름을 느낄 수 있는 오이 냉채가 있었다.






"Sichuan" wok - fried crispy tofu, chili and cashew nuts


이 요리도 예전에 한 번 나왔었던 요리인데, 메뉴명 그대로 crispy 하게 볶은 두부의 질감이 재미있는 요리이다. 매콤하지만 단맛이 강한 소스와 잘 어울리는데, 맛의 균형을 위해 신맛의 개입도 적절해서 좋았다. 아삭하게 씹히는 오이의 상큼함 역시 개입함으로써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는 소스의 과한 맛을 잘 잡아주고 있었다.






Wok - fried rice noodles with shredded chicken in spicy and sour sauce


예전에 사이먼 셰프가 있을 때 미슐랭 별 하나를 받으면서 한시적으로 나왔었던 산라탕면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많이 다르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반가운 면요리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재료 수입이 원활하지 못하다보니 쌀과 면 요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식사 메뉴는 이것 하나만 바뀌었고 나머지 식사류는 변동 사항이 없는데, 가짓수도 적지만 무엇보다 거의 변동이 없다 보니 나처럼 자주 가는 사람들 입장에선 단조롭게 느껴진다. 선택지라도 많다면 그나마 그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겠지만 이푸면 같은 것은 아예 기대조차 하기 어렵고, 그 외 계란면 같은 것도 인기가 없다보니 잠깐 메뉴에 올랐다가 곧바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소스도 XO 소스가 들어가는 요리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짜장면을 끝까지 안 내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디저트는 바뀐 것이 없어서 이것 역시 아쉬운데, 사실 지난 메뉴 개편 때 잠깐 등장했었던 아몬드 수프가 인기가 없었던 것을 생각 하면 계속해서 망고 디저트만 등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디선가 하나씩 광동식을 표방하는 레스토랑들이 오픈하던데, 그 중 제대로 요리를 내놓은 곳은 몇 군데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