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1. 30.


보칼리노는 지금까지 총 세 명의 셰프가 바뀌었는데, 셰프마다 지향하는 지점이 다르다. 물론 첫 셰프와 지금의 셰프는 넓은 범위 안에서 지향하는 지점이 비슷하지만 직전의 셰프와는 많이 다른데, 누가 더 잘 하고 못 하고는 의미가 없는 평가라 생각한다.







매니저도 바뀌면서 접객도 달라지는 분위기인데 여전히 밝고 경쾌한 분위기는 유지하고 있다. 다만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여느 다이닝들과는 달리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 편이어서 일정한 수준의 접객 수준이 유지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이제 보칼리노도 웰컴 드링크가 제공된다. 여기에 또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한국의 파인 다이닝들 대부분이 아뮤즈 부쉬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을 생각하면 단순 비교하자면 그럴 수 있겠지만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빵은 아쉬운데,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다기보다 어느 날에는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잘 구워져 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 어느 날에는 조악하다고 할 정도로 엉망인 경우가 있다. 늘 말하지만 나는 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건의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는 분위기이다. 대부분 빵을 음식이 나오기 전 간단하게 먹는 단어 그대로 '식전빵' 으로만 인식하는데다 겉바속촉을 다들 외치지만 그 겉바속촉을 잘못 알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어찌되었든 빵은 그 식당의 얼굴이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제발 빵만큼은 서양 음식을 내놓는 파인 다이닝이라면 보칼리노를 포함해서 어디든 많은 개선이 있기를 바란다.






Crema di castagne, zucca e funghi shitake, crocchette di spalla di agnello brasata e tartufo nero di Norcia

Chestnut cream, pumpkin, braised lamb shoulder croquettes, black truffle


이번 메뉴부터 코스 메뉴는 단일화하였는데 개인적으로 계절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코스 메뉴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셰프가 어떤 하나의 주제를 어떻게 맛으로 표현했는가 하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을 하는 후기가 하나도 없음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처음에 밤 수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을 했었다. 여느 한국의 다이닝들처럼 밤의 단맛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다행히도 기우였었는데 오히려 밤의 고소함을 잘 살렸다. 정말 살짝 느껴지는 밤의 단맛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전혀 방해되지 않았고, 양고기 크로켓의 진한 감칠맛이 더해지면서 농염하면서도 요염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Conchiglioni alla Norcina, salsiccia di maiale fatta in casa, crema di Parmigiano Reggiano, fondo di maiale e tartufo nero di Norcia

Norcina style conchiglioni, house made pork sausages, 24 - months aged Parmigiano Reggiano fondue, Norcia black truffle


그러한 느낌은 계속해서 파스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Norcina 지역이 돼지로 만든 제품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돼지고기 소시지가 들어가는데 아쉬운 것은 국내산 돼지를 사용했다는 것이지만 그런 아쉬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만큼 감칠맛이 연속적으로 입안에서 터지니 농염과 요염을 지나 더욱 사람을 황홀하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요리와 짝이 맞는 와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 보칼리노에서는 짝을 맞춘 와인이 있긴 하지만 선택지의 제약이 너무 많다보니 요리와 완벽한 짝을 이루지는 못한다. 재방문한다면 이 요리와 짝이 잘 맞는 와인을 보틀로 주문해야겠다. Norcina의 유명한 돼지 고기 소시지, 블랙 트러플이 들어갔으니 와인도 그에 맞춰 주문한다면?







Branzino al sale aromatizzato alle erbe e limone, couscous di verdure e salsa "Brodetto"

Steamed seabass, vegetables couscous, brodetto sauce


계속해서 메인인 농어찜까지 맛의 표현이 일관되게 느껴지는데, 계속해서 맛이 폭발적이니 이쯤에서 물릴 것 같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짝을 맞춘 와인의 도움도 있겠지만 수프 - 파스타에서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이 생선 요리가 정점을 찍어가는 흐름인 영향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칼리노에서는 이를 따로 코스로 만들지는 않았다.








Mernga, arancia e fragola

Meringue, strawberry ad orange, berry sorbet and raspberry marmalade


그리고 그런 흐름은 이 디저트가 아주 상큼하게, 깔끔하게 마무리 해준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페이스트리 셰프는 각 다이닝별로 요리들의 특징과 다이닝들이 추구하는 방향을 파악해서 그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들을 내놓는다. (아키라 백의 경우 오픈 초창기에는 아키라 백에서 직접 만든 디저트가 나왔기 때문에 사실 요리와 썩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 디저트까지 입안을 지치게 만들었었다.) 물론 여전히 보칼리노의 인기 디저트 메뉴는 티라미수이지만.

2021. 1. 27.


어김없이 새 메뉴가 나오지만 - 파인 다이닝에서 이게 신기할 일인가? 오히려 메뉴를 주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 이번에도 또 얼마나 갈까? 광동식 레스토랑인 유 유안에서 여전히 인기 있는 음식은 북경 오리와 마파 두부이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자칭 타칭 파워 블로거니 인플루언서니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 두 요리 중심으로 먹고서 이 집 잘 하네 또는 이 집 못하네 정도 수준의 평가 글을 올리고 있다. 언제까지 볶음밥이 건조하다와 같은 말도 안되는 평가 리뷰를 보아야 하는가?

서양 음식과는 달리 한식에서처럼 중식도 소위 말하는 '한상 차림' 문화권이어서 코스를 선택해도 대체로 음식들은 한꺼번에 차려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불편하다면 미리 이야기 하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들어주는 편이다. 나는 해외에서 먹을 때는 그런 경험이 없던데 하는 사람들은 그게 외국인이니까 눈치껏 알아서 맞춰 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끔씩 심심할 때 '르 쉬느아' 와 '유 유안' 레스토랑 방문 후기를 검색해 보는데 이와 관련한 불만글을 거의 매번 볼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그러면 먼저 이야기 해야 하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리 따진다면 세상 모든 파인 다이닝들은 일일이 방문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 해야 한다. 







Braised Chinese cabbage with mushrooms and dried scallops


아무튼 유 유안의 새 메뉴 이야기를 해보자. 여전히 사라질 메뉴들은 첫 날부터 먹는 순간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이 채소 요리는 어떠할까? 광동 요리가 무조건 간이 센 것만 있는 것은 아닌데, 이런 류의 요리는 특히 한국 호텔 다이닝의 주요 고객인 노년층 - 부정적인 의미로 말 하는 것이 아니다. - 에게도 부담없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다면 이 메뉴는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지도?


한편으로 어릴 때부터 배웠던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 그럼 뭐하는가?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를 만나는 것이 여전히 너무 제한적이다. 특히, 건전복이나 건굴 요리는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 북경 오리가 이만큼 인기 있고, 그에 힘입어 여기 저기 새로 생기는 중식당에서도 북경 오리를 내놓는데,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슬슬 '진짜 북경 오리' 를 만들기 위해 품종, 사육, 유통 등에 대한 결과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여전히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를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수프, 바베큐, 가금류 등의 선택지도 여전히 제한적이고, 향부터 해서 질감, 맛 모두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이는 비단 유 유안만의 문제는 아닌데, 어찌되었든 손님들의 반응에 신경써야 할테니 그 안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나는 너무 안타깝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먹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또 선택지도 다양해져야 하는데 그런 세상이 언제쯤 올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플랫폼에서 저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리뷰를 올린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글을 쓰든 영상을 찍든 그런 내용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리고, 그런 리뷰를 오늘도 열심히 검색해서 사람들은 광동식 레스토랑을 방문한다. "이 집이 북경 오리, 마파 두부, 망고 디저트 맛집이래."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광동 요리' 또는 다른 지역의 요리들을 새롭게 내놓는 유 유안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2021. 1. 22.


다시 찾아간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예전과 비교하면 좀 더 나아졌다. 이것이 칭찬할 일인가? 글쎄, 미슐랭의 별 갯수를 떠나서 프렌치 레스토랑, 파인 다이닝으로써 하나의 요리로 생각하자면 난 이보다 더 나은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국에서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 했을 때, 그래도 일정 수준의 요리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또 찾아 간다고 해도 Must Try 코스를 재선택할 생각은 이제 없다. 한국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이 코스는 의도는 좋지만 여전히 나는 굳이 열악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열악함을 만났었다. 물론 그런 열악함은 일정 부분 감수하고 있기에 그것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메인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것, 언제까지 파인 다이닝에서 한우 스테이크만 선택해야 할까?

한편으로 코스의 흐름이 끊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하나의 큰 줄기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 중구난방 같다고 할까? 그런점에서 차라리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Emotion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좀 더 간을 강하게 해서 맛을 선명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여기서 좀 더 강해진다면 분명 짜다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 사실 이 정도 선에서도 짜다라고 항의할 가능성이 높긴 하다. - 마찬가지로 생선 비린내, 고기 누린내 이야기가 여전히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빵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방문에 비하면 이번에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적당히 바스러지는 껍질과 함께 구수한 맛이 조금은 있었고, 속도 예전처럼 덜 구워 끈적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파인 다이닝임을 감안한다면 사실 이보다는 더 잘 나와야 한다. 

한편으로 이렇게 조각으로 처음부터 내놓을 생각이라면 한 조각씩 내놓고, 빵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채워주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실내가 더욱 건조할텐데 저렇게 내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빵이 말라버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먹는 사람이야 모른다 쳐도 - 그런데, 이제는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식전빵이란 단어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빵은 음식이 나오기 전 배를 채우라고 내놓는 것이 아니다. - 만들고 내놓는 사람마저 모른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늘 말하지만 나는 파인 다이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빵이라고 생각하는데, 만드는 사람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Whipped Chaource cheese from Champagne region, Delicate Port wine jelly, grated local tomme


한편으로 치즈 선택지는 아예 메뉴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물론 선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인지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 수입이 원활했어도 사실 선택지는 몇 개 없었다. - 메뉴에서 아예 빼버렸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이런 것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는 것일까?





여전히 성의 없게 만들었다. 다음부터는 아예 건너뛸 생각이다.






Tom & Mozza

Confit tomato, curd fresh cheese ice cream with basil sauce, Pine nut and olives Arlette


페이스트리 셰프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스의 마무리로써 디저트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놀고 있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끝맺어줘야 하는데 혼자 다른 곳에 가서 서 있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주방에서 서로 손발이 안 맞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분 좋게 끝나야 할 식사를 꼭 디저트가 망쳐버린다.











Marc Hebrart Brut Rosé Champagne Premier Cru

이 날 소믈리에의 접객은 최악이었다. 식전주로 Taittinger 샴페인을 먼저 주문했었는데, 한 모금 마시며 와인 페어링 리스트가 적힌 메뉴판을 보니 첫 시작도 마찬가지로 Taittinger 샴페인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식전주를 바꿨는데, 리스트에 적힌 세 가지 샴페인에 대한 소믈리에의 설명은 드라이 한 것, 덜 드라이 한 것, 달콤한 것이었다. 세상에 샴페인에 대한 설명을 그렇게 압축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니!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19

우선 이 와인부터 이야기 하자. 동치미와 짝을 지었는데 와인에서 쓴맛이 강하게 느껴졌었다. 이날 소믈리에는 한 번도 나에게 와인과 짝이 어떠한지 묻지 않았는데, 동치미와 짝을 지은 이 와인은 쓴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이야기 했더니 '아, 네...' 이러고 난 뒤 더 이상 어떠한 피드백이 없었다. 기계적으로 와인을 따라주고, 와인에 대한 설명도 연도와 품종 그걸로 끝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 요리와 짝을 지었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고, 나중에 짝이 어떠한지 의견을 묻는 일도 전혀 없었다.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와인 짝짓기도 순서가 잘못 나왔다! 그러니 음식과 짝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가리비와 짝을 맞춰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가리비와 짝을 맞춰 나온 것은 지금 확인해보니 리슬링 와인이었다. 

지난 방문을 생각해보면 좀 더 자연스럽게 와인 짝짓기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음식은 하나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하는데, 와인은 그저 일차원적인 요소에만 집중해서 짝을 지은 느낌이다. 하나씩 해체해서 들여다보면 음식과 그럭저럭 짝이 맞지만 전체의 그림에서 바라보면 안그래도  Must Try 코스에서는 음식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에 끊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 와인이 거기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다시 찾을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계속해서 눈에 띈다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한국에도 이제 제대로 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2021. 1. 20.


분기별로 바뀌는 유 유안의 새 딤섬 메뉴들은 이번에는 새로운 딤섬 메뉴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지겨운데, 한국에서는 어떤 딤섬을 내놓든 결국 대중적인 귀결은 몇 가지로 한정되는 분위기이다. 다들 육즙이 어떻고 피 두께가 어떻고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평가를 하는데, 그토록 주장하는 경험이 많다면 정작 딤섬의 본고장에서는 어떻게 딤섬을 만들고 또 새롭거나 변형을 한 딤섬들이 계속 나오는지 왜 한 마디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하가우의 속이 잘 보일려면 피가 얇디 얇아야 하는데 여기는 피가 왜 이리 두꺼워 같은 평가를 내가 직접 들은적도 있는데, 그래서 유 유안의 찐 딤섬류는 늘 먹을 때마다 아쉬운 경우가 많다. 피를 얇게 만들면 모양부터 어디 제대로 잡히겠는가?






Peanut turnip cake with scallops

정말 좋아하는 딤섬 중 하나인 순무 케이크가 메뉴판에 다시 등장한 것은 반갑지만 여전히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메뉴 변동이 일어나는 현실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고전적인 딤섬들이야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도 흔히 만날 수 있지만, 파인 다이닝으로써 특히 미슐랭 별까지 받은 곳들은 자기들만의 시그니처 딤섬이나 고전적인 딤섬일지라도 하다못해 질감 변화를 준 딤섬들을 내놓는데 유 유안은 새로운 시도를 해도 결국 기본 줄기는 정해져 있으니 안타깝다.







Beef congee with spring onion

사실 나는 딤섬을 먹고 나서 더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경우 식사류로 콘지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한국에서는 그렇다고 먹고싶은 이푸 누들 요리는 사실상 만나기 어려우니 콘지를 선택하게 된다. 이번에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났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콘지 종류가 아쉽기만 하다. 이것도 종종 짜다라는 항의가 있는 것인지 간이 거의 안 된 콘지를 먹는 경우도 있었는데, 메뉴판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늘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슐랭 별 하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 이런 현실에서 미슐랭 가이드가 서울에 진출 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놀랍지만.

2021. 1. 14.


더 스푼 비스트로, 검색해보니 이탈리안 요리 전문 식당이던데 비스트로? 홈페이지는 없고 네이버 후기를 읽어보면 혹평한 후기도 있지만 극찬을 한 후기들의 경우 심지어 이탈리아의 미슐랭 별 받은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못지 않다고?






런치 메뉴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설사 비스트로가 아닌 - 왜 비스트로라고 했는지 물어본다는 것을 깜빡했다. - 트라토리아라고 해도 이런 메뉴판은 다시 봐도 신기하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파인 다이닝을 겨냥한다면 이곳만의 색을 보여줘야 할테고, 캐주얼 다이닝을 겨냥한다 해도 이런 메뉴판은 내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일까?

2021. 1. 11.


래플스 호텔이 문을 닫았을 때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에서 체크 아웃 후 한국으로 돌아갔으니 여기가 마지막 식사 장소였었는데, 이제는 래플스 호텔도 다시 문을 열었고 다이닝에 꽤 신경을 쓴만큼 - 추후 블로그에 리뷰 글 올릴 예정이다. - 여기가 마지막 장소가 되지는 않았다. 사실 식사 후 공항으로의 이동까지 생각하면 편의성 때문에 그런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이제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레스토랑이 된 것은 절대 아니다.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딤섬 브런치 - All you can eat 때문에 인기 있는 장소인데, All you can eat 의 가장 좋은 점은 잘 모르는 음식들을 먹었을 때 만약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가격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나는 체리 가든의 거의 모든 메뉴들을 먹었고, 내 취향을 이제 충분히 알고 있고 - 맛은 개인 취향이다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 , 설사 처음 보는 음식을 먹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금액을 지불하는데 거부감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제는 딤섬 브런치는 선택하지 않는다.






Steamed crystal dumpling with fresh mushrooms and black truffle

Steamed Wagyu beef dumpling with Sha Cha sauce


트러플이 들어간다고 해서 신기해 할 정도는 아니고, 버섯들과 함께 씹히는 채소들의 아삭거리는 질감 대조, 어차피 오일을 넣을텐데 너무 과하지 않은 트러플 향이 만족스러워 이 딤섬은 체리 가든에 가면 무조건 주문한다. 굳이 수평 비교를 할 사안은 아니지만 지앙난춘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샤차 소스가 들어간 딤섬은 정말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부드럽게 풀리는 와규의 질감이 일단 매혹적인데, 향신료에 익숙치 않다면 질감은 좋으나 입안에서 퍼지는 샤차 소스의 향과 맛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마지막에 아삭거리는 아스파라거스의 질감 대조와 살짝 매콤한 여운을 남기는 샤차 소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딤섬이다.







Steamed prawn dumpling with black garlic

Steamed cod fish dumpling with coriander


하가우는 잘 주문하지 않는 편이지만 체리 가든처럼 특별하게 만든다면 또 무조건 주문한다. 체리 가든에서는 흑마늘을 집어 넣었는데, 밑바탕의 짠맛 위에 새우의 은은한 단맛, 거기에 더해지는 진한 흑마늘의 단맛을 동시에 그러면서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맛의 층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단순함에서 벗어나고자 질감 대조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체리 가든은 맛의 층을 하나 더 집어 넣었다. 그것도 절묘한 비율로!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든 대구 딤섬도 해외에서는 메뉴판에서 보인다면 무조건 주문한다. 자칫 과조리 되어 퍽퍽한 질감을 만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체리 가든에서는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된다.







Crispy wasabi - aioli prawns with fresh mango and tobiko


체리 가든에서만 만날 수 있거나 체리 가든이 더욱 맛있는 딤섬들도 있지만 사실 내가 싱가포르에 여행 가는 이유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이 와사비 새우이다. 정말 이것 하나만을 먹기 위해서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만 있다면 매일 가고싶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만큼 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요리는 체리 가든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튀기는 거야 대부분의 레스토랑들도 잘 하는데, 저 와사비 소스의 매콤함과 새콤함, 그 뒤에 느껴지는 단맛은 체리 가든만큼 균형이 잘 맞는 곳을 아직 보지 못했다. 흔히 느끼하다라고 표현하는 지방의 고소함이 너무 과하거나, 소스의 질감이 질척거리거나 점도가 높거나, 물론 그것이 너무 과하지는 않아서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주문을 하지만 체리 가든에서는 그런 것들을 전혀 느낄 수 없으니 좋아할 수 밖에 없다. 







Cherries in nui er hong and aged kuei hua wine cocktail jelly with lychee sorbet

Organic black bean pudding with avocado and sesame ice cream


꼭 인기 많은 메뉴라고 해서 선택하지는 않지만 체리 가든에서만큼은 디저트는 이 두 개의 디저트를 포기할 수 없다. 이 두 디저트는 내가 싱가포르를 방문한 이래 한 번도 메뉴에서 빠진적이 없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래서 이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디저트이기도 하다.

상큼하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면 왼쪽을, 좀 더 클래식한 디저트를 먹고 싶다면 오른쪽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클래식함이란 우리네 입맛에는 다소 텁텁한 느낌의 고소함 위주를 말하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따뜻하지 않고 차갑다는 것이다. 많은 중국인들이 따뜻한 디저트를 주로 먹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차가운 디저트가 시그니처 디저트라는 것이 의외일 수는 있겠다.


코로나 19 상황이 언제쯤 종료될까? 일부러 미루고 미뤄 늦게 블로그에 글 올렸지만 상황이 장기화 되다 보니 늦게 글 올리는 것이 오히려 더욱 희망 고문이 되어버렸다. 가끔씩 저 음식들의 맛을 아직도 기억하는 내 자신이 미울 때가 있다.

2021. 1. 4.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코로나 19의 심각한 상황이 지속 되다 보니 연장 했을 수도 있다. 어느 이유든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여전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광동 요리를 먹을 수 있는 - 물론 유 유안의 인기 메뉴는 북경 오리와 마파 두부이지만 - 곳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찰스 H 바에서 만든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것 말이다.

칵테일 메뉴가 추가 된다는 이야기에 예약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새해 첫 날이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칵테일을 선보일까?







아직까지 한국 음식 문화에서 음식과 음료의 짝짓기란 생소한 문화이다. 여전히 음료를 주문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볶음밥을 시켰는데 왜 계란국을 안 주냐는 항의를 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늘 말하지만 음식과 음료를 같이 주문하는 것은 강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선택지가 있으니 음료를 주문 안해도 된다는 것도 아니다. 배가 고파서 사먹는 경우라면 허기를 채우는 것에 초점을 둬야겠지만 파인 다이닝에 하루 시간을 내어 방문한다면 우리는 초점을 달리 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칵테일은 술이 들어간 두 가지와 술이 들어가지 않은 한 가지, 총 세 가지이다. 물론 지난달에 처음 시작한 칵테일들도 여전히 주문이 가능하다.

지난 칵테일들이 향과 맛 모두 강하다라고 한 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번에 새로 추가된 칵테일들은 향과 맛 모두 좀 더 복잡하면서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어떤 요리와 함께 하냐에 따라 느껴지는 향과 맛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오히려 그런 면에서 또다른 재미를 불러 온다. 예를 들어 상하이 뮬의 경우 향이 강하지 않고 지방도 적은 요리의 경우 - 다시 말하지만 유 유안은 요리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들이 강제적으로 그런 요리를 만들게 한다. - 진저 향이 부드럽게 다가온다면 조금이라도 향이 강하고 지방도 있는 요리와 함께 한다면 잔잔하게 느껴지는 큐민 향이 음식과 부드럽게 어울린다. 

다시 말해 새로 추가된 칵테일들은 지난 칵테일들과 달리 큐민이나 오향 등이 들어가 메뉴명만 놓고 보면 살짝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 한국에서 향신료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 생각보다 그 향들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고 어떤 요리와 함께 마시냐에 따라 은은하게 느껴져서 요리를 더욱 즐겁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선택지를 극단적으로 나눠 보자면 향과 맛이 강렬한 칵테일들과 향과 맛이 부드러운 칵테일로 나눌 수 있다. 먹고 마시는 날의 상황에 따라 - 그것이 몸 상태든, 그날 따라 당기는 술이든, 어떤 요리를 선택했든 - 다양한 선택을 이제는 할 수 있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칵테일도 두 가지를 선택지로 내놓았다. 어떤 칵테일을 선택하든 탭 워터와 함께하는 식사보다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차 선택지도 늘려야 한다. 몇 번 시도를 해보려고 한 것으로 아는데, 더 늦기 전에 차 선택지를 늘렸으면 좋겠다. 와인 페어링 메뉴도 생겼고, 칵테일 메뉴도 생겼는데 정작 차 메뉴가 없다는 것은 좀 어폐가 있지 않나? 그것도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말이다. 물론 여전히 북경 오리와 마파 두부가 인기 있는 광동식 레스토랑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