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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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 26.


 5년만에 재방문하였다. 당연히 변화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조잡한 얄궂은 인테리어야 재단장 하지 않는한 그대로일테고, 엉망진창 수준의 조리 상태는 여전히 변함없을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5년 전 모습 그대로였었다.

 레스토랑을 재단장하고 외국에서 주방팀원들을 데려오지 않는한 음식은 달라지지 않을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접객 수준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 5년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단 말인가? 여전히 차와 물은 내가 알아서 따라 마셔야 하고, - 따라 마시면 되지 그걸 왜 따지냐 하겠지만 오픈 첫 날 관리자와 대화를 나눌 때 물을 포함한 음료는 직원들이 직접 따르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 그것까지는 애써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파인 다이닝 아닌가? 동네 중국집 아르바이트생이 하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음식을 내려놓고 가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누룽지탕을 내놓을 때에는 도구를 사용하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마무리 지을텐데 사람 불안하게 힘들게 붓는 과정에서 쏟을 것 같으니 본능적으로 맨손을 갖다 대려는 모습을 보고 그냥 할 말을 잃었다. 

2024. 2. 5.


사진이 의외일 수 있다. 그동안 나는 한 번도 블로그에 메뉴 사진을 올린적이 없다. 블로거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올리는데, 메뉴는 레스토랑의 홈페이지에 대부분 업로드 해놓았기 때문에 굳이 블로거가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럼 이 사진을 왜 올렸냐고? 서울에 유일한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문을 연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설 특선 메뉴는 이렇게 초라하다. 


요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다. 제대로 조리했고 맛있었다. 딤섬 셰프가 바뀌면서 니엔까오가 좀 달라졌고, 루주에 나오는 빵은 “바삭함” 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랍스타 요리는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것 말고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설날에만 먹는 “전통 요리” - 문화 혁명 이야기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 가 고작 푼 초이와 니엔까오만 있는 것은 아닌데, 이왕 특선 메뉴가 나온다면 설날에만 먹는 요리와 함께 셰프만의 특선 요리도 만들면 좋겠는데 등등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야할까?


호텔 내부의 사정이나 정치적인 문제까지 - 보수냐 진보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언급하기보다 그냥 먹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서울이란 도시가 이제는 우리만 아는 도시도 아니고, (한국의) 미식가라면 거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버린 “미슐랭 가이드” 가 진출한 마당에 저 메뉴판은 얼마나 초라한가? 서울의 다른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식 중식 레스토랑들은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다.


여전히 코로나 19의 여파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아예 문을 닫았던 호텔들이 생각보다 많다. - 내후년쯤에나 다시 해외를 나갈 생각인데, 그때까지 그래도 설 특선 메뉴를 내놓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만 가져야겠다.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2023. 12. 4.


이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눈치 챘겠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너무 무난해서 재미가 없었다. 맛이 없냐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먼저 11월에 나왔던 레드 크리스마스의 경우 초콜릿과 향신료의 전형적인 조합이지만 향신료의 향은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체리도 마찬가지이다. 알콜이 들어갔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작년의 바카라와 협업을 통해 선보였었던 케이크를 생각하면 역시나 작년은 의외의 결과물이었고, 올해 나온 것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만의 전형적인 조합이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만들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로써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닐라 향이 - 신기하게도 바닐라는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 주를 이루고 초콜릿의 질감이 더해져서 레드 크리스마스보다는 질감의 대조에 의한 재미가 좀 더 있긴 한데, 그 초콜릿들을 빼버리면? 그냥 바닐라 무스에서 끝나버린다.


크리스마스이니 모양만 놓고 보면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형식도 일단은 구색을 갖췄으니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맛 (flavour) 은? 나는 작년의 바카라와의 협업이 전형적인 형식이지만 그게 놀라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올해에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새로 나온 두 종류의 쁘띠 갸또가 차라리 낫다. 하나는 딸기향이 상쾌하게 다가오고 다른 하나는 유자가 이름에 들어갔지만 - 오히려 레몬이 절로 생각나 조금 의외였으나 - 신맛의 상쾌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또 타르트와 무스 종류이다. 다른 것은 이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지금 페이스트리 셰프가 호텔 오픈 이래 세 번째 셰프인데 - 이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런 변화는 세계 여느 호텔들이나 비슷하다.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뻔한데, 서울은 그러하기엔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세 번 모두 셰프가 초창기엔 여러 시도를 하지만 결국 1년 정도 지나면 항상 이런 모습들을 보였었다. 


맛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니콘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이것을 자꾸 눈에 보일려고만 하니 한국의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매년 산으로만 가고 있다. 거기에 늘 따라붙는 이야기, "맛은 개인 취향", 그 어디에도 논리와 과학은 없다. 물론 이것은 음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23. 11. 9.


호텔 건물에 자리 잡고 있지만 호텔 소속의 다이닝은 아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XX 출신의 셰프가 있다와 같은 홍보 문구도 - 물론 내가 모든 매체를 하나부터 열까지 들여다 본 것은 아니기에 홍보 문구가 존재하지만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 찾아 보기 힘들다. "홍콩 출신의 셰프가 만드는 딤섬" 과 같은 내용도 없다. 무엇보다 메뉴판 첫 장에 "광동" 이란 단어가 보이지만 그렇다고 (무늬만) 광동식 레스토랑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국식 중식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몇 가지 광동 요리들이 눈에 띈다. 사실 형식은 광동 요리이지만 내용은 거의 한국식 중식 요리에 가깝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타협하면서도 최소한의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한 흔적들이 보이기에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한국에서 외국 요리는 본질이 무엇이든 하나같이 변형의 결과는 어디를 가나 대부분 비슷하다. 그리고 그것을 개인 취향 또는 현지화라는 미명 아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조리 상태부터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물론 아무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모르니 지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심 명동의 요리도 그러한가? 아니다. 메뉴명만 보면 광동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중식 요리의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조리 상태만큼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도 않고 현실적인 여건 - 웍 프라이드 결과물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인과 외국인, 둘 중 누가 조리를 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 을 감안하더라도 준수한 조리 결과물을 보여줬었다. 다소 미숙함이 곳곳에서 느껴지긴 하지만 잘 못하면서 잘하는 척 눈속임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2023. 5. 24.


올해에도 어김없이 5월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가든 테라스를 열었다. 가든 테라스 하면 버거였지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그 주제는 달라졌는데, 2016년과 같이 샴페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해당 샴페인의 진열이 눈에 띄는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놓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인데 2017년에 처음 버거를 내세웠을 때만 하더라도 - 사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식음료 부분에서 늘 최선을 다했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대중성은 비교적 떨어진다는 것이다. -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방문할 수록 달라지는 버거 수준에서 이미 눈치를 챘지만 외국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서 팔기엔 한국은 너무나 절망적인 곳이다. 따라서 올해엔 아예 샴페인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이 차라리 나은 전략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도 호기심 차원에서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하려고 했으나 오픈 당일에 개인 사정이 있어서 주문을 못했는데 다음 기회에 버거를 중심으로 몇 가지 먹어볼 생각이다. 칵테일도 몇 가지 준비되어 있었는데 역시 사정이 있어서 마셔보진 못했고 논 알콜 칵테일 한 잔을 마셨는데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서 술을 못 마시는데 석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싶다면 주문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아이스크림이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이야기 했었지만 어줍잖은 빙수 따위는 이 호텔에서만큼은 그만 만들고 차라리 잘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디저트 메뉴에 호텔에서 직접 만든 - 보통 외주를 통해 납품을 받는다. -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설마 이름처럼 대중적인 아이스크림이 나올까 했었는데 설마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호텔이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사한 것이지만 더운 여름날 옥상에 올라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상상을 해보면 우아하게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보다 이렇게 제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샴페인과 아주 잘 어울렸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몇 년 동안은 대중성에 맞춰 나오는 관계로 식음료 수준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거의 방문을 안했었는데, 올해엔 가볍게 샴페인 한 잔에 버거를 먹고 - 둘이 잘 어울릴려나? -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물고 내려오면 좋을 것 같다. 흥이 나면 2차로 호텔 바를 이용하면 될테고 말이다. 물론 그러기엔 극악에 가까운 대기줄이 부담되지만.


호텔 오픈 초창기인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호텔 바든 가든 테라스든 손님을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웠던 시기를 생각하면 가끔 그 대기줄이 이해가 안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사실 1 ~ 2년동안 극적으로 변한 것은 없으니 이런 변화가 신기할 때가 있다.

2023. 5. 19.


유 유안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중식당은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조리 실력부터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물론 유 유안을 포함해서 서울의 광동식 레스토랑은 "북경 오리" 의 인기가 대단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유형의 일들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항상 갈 때마다 아쉬웠던 것은 디저트의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 물론 광동 요리부터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지만 - 과 그나마 존재하는 디저트도 대부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며 "망고" 디저트만 그런대로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새로운 딤섬과 함께 몇 가지 요리가 새로 나오면 그에 맞춰 디저트도 한 두가지가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디저트 메뉴만 모두 바뀌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고전적인 디저트 세 종류인데 모두 차 - 또는 수프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 형태로 나온다. 내심 아몬드 수프도 같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유 유안 오픈 때 잠시 존재했다가 이내 사라지고 2018년인가 2019년에 다시 잠시 나왔지만 이내 사라졌던 과거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거의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런 형태의 디저트들은 한국인 입장에서 디저트라는 개념으로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대체로 따뜻하고 은은한 단맛 - 단맛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한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달지 않아서 좋은, 그런 의미라고 보면 된다. - 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품으로 주문할 때 대부분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디저트들은 갑자기 메뉴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세트 메뉴에 당연히 들어가겠지만 "망고" 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을 수도 있다.

물론 차가운 디저트들도 존재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인 망고 사고를 비롯해서, 알로에 젤리와 초코볼이 있는데 그 중 흥미로운 디저트는 초코볼이다. 고전적인 디저트인 찹쌀 경단을 서양 요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쌀과 팥의 질감은 부드럽게, 그에 대조되는 바삭거리는 초콜릿, 지방의 고소함은 쌀과 팥 대신 초콜릿이 받쳐 주고 거기에 쌀의 고소함이 더해져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신맛의 소르베가 더해지는데 정기적으론 어렵다해도 이런 식의 재해석한 디저트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바란다.


차가운 디저트들은 그동안의 쿠 셰프 스타일과는 다르게 나름대로 플레이팅에 신경을 써서 나온다. 따뜻한, 고전적인 디저트도 마찬가지인데 그런대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요리들을 단품으로 주문할 경우 꼭 디저트 하나씩은 주문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새로운 디저트 메뉴들도 추가되고, 이번에 새로 나온 디저트 메뉴들도 금새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2023. 5. 15.


5월에 새 메뉴가 나왔고, 메뉴가 나온 첫 날에 이미 다녀왔지만 블로그에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다. 잘 만들었지만 여전히 맛없는 국산 과일의 단점을 또다시 이야기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작성하는 날을 기준으로 이틀 전에 다시 방문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국산 과일의 맛없음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닐뿐더러 셰프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을 한참 벗어난 부분이니 다시 이야기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과일이 달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은 것이 그렇게 단맛 중심의 과일이 좋으면 굳이 과일을 왜 먹으려고 하는가? 설탕이라는 아주 훌륭한 재료가 있다. 국산 과일, 예를 들어 딸기 같은 것은 아주 달콤한데 라즈베리는 달콤하지 않아서 불만이라고? 베리류의 특징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아무튼 셰프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니 그건 넘어가더라도 결정적으로 이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이유는, 비록 라즈베리 타르트이나 피스타치오와의 짝짓기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닌데 첫 날 먹었을 때의 그 고소한 피스타치오의 향과 맛이 재방문 한 날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닥이 포슬포슬하게 가볍고 경쾌하게 부숴지던 질감은 여전히 부드럽긴 하지만 다소 딱딱한 방향으로 바뀌었었다. 내가 새 메뉴가 나오는 첫 날에 무조건 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한다. 그것도 안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달지 않아서 좋다, 꾸덕해서 좋다,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따위의 후기들은 다시 말해 '이 집 정말 조리 제대로 못하는 집이에요.'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걸 칭찬이랍시고 후기를 너도 나도 쓴다. 피스타치오와 같은 견과류의 고소함과 유지방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느끼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느끼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고소함과 신맛의 조합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국산 라즈베리는 신맛이라곤 어딜 둘러봐도 찾을 수 없지만 그래서 커피든 홍차든 음료가 존재하지 않는가?


우리가 라면을 먹을 때 만두 추가, 떡 추가, 파 추가 같은 것은 취향 차이라고 하지만 국물 양이 너무 많거나 면이 불어 터질 정도로 끓인 것은 취향 차이가 아니라 "잘못" 조리했다고 말한다. 라면은 쉽게 구분 가능한데, 디저트류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잘 모를 때에는 차라리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2023. 5. 8.



업무상 매년 또는 격년에 한 번 가게 되는 곳이 에버랜드인데 갈 때마다 속 빈 강정인 곳이라 생각하는데 이곳에서 먹은 음식 또한 일관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일관된 모습이란 것이 칭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내하는 직원은 존재하나 주문은 테이블에서 태블릿 PC로, 결제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구조인데 메뉴는 단순한 몇 가지만 존재한다. 크리스탈 제이드인데 주요 메뉴는 여느 동네 중국집처럼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이 있다. 물론 딴딴면이나 완탕면이 있긴 하지만 짜장면과 공존하는 곳인데 굳이 그 요리들을 주문할 필요가 있을까?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접시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 저기 짬뽕 국물 등이 튀어서 묻어 있고, 젓가락은 비록 입에 닿는 부분은 아래로 해서 모두 세워놓았지만 어찌되었든 손님이 꺼내야 한다. 반찬과 물은 셀프 서비스, 가서 보니 위생 상태는... 정말 내가 크리스탈 제이드에 들어온 것이 맞는가?


한국에서 외국 요리는 신기루 같은 존재이니 특히 이런 프랜차이즈점은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기에 배만 채운다는 생각으로 들어서긴 했지만 올리브유로 볶았다는 짜장면 메뉴를 보니 웃음만 나왔다. 왜 하필 올리브유인가? 게다가 맛은 여느 중국집처럼 단맛 중심인데, 이제는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 디저트는 달지 않아야 잘 하는 곳인 반면, 식사류는 단맛 중심인 세상인데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사이드로 주문한 몽콩식 튀김 만두는 영문 메뉴명과는 달리 - Pan fried - 정말 튀겨서 나왔는데 간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손님이 알아서 간장 찍어 먹으란 말이지? 한국에서 음식이란 더 이상 화학적 변화에 의한 어떤 결과물이 아니다. 간장에 찍어 먹으면 짠맛이야 어떻게든 더해지겠지만 간을 한다는 것이 단순하게 짠맛이 더해진다는 의미는 아닌데 그런 것쯤이야 무시해도 그만이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 여전히 중구난방식으로 운영하는 놀이 동산, 심지어 입구쪽에는 "감성교복" 이란 곳이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복을 점차 없애는 추세인데 여전히 인기가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곳, 한국에서 최고의 놀이동산의 현주소이다. 내년에 또 갈 가능성도 있는데 이제 어디서 식사를 해야할까?

2023. 5. 4.


한국의 과일들은 대체로 맛없다. 지나치게 강조하는 단맛은 흐릿한 여운이 생각보다 커서 당장 입안에 들어오면 달게 느껴지지만 이내 그 단맛의 여운은 쉽게 흐려진다. 게다가 신맛은 흔적조차 거의 없다.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정작 과일에서 신맛이 느껴지면 불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했었는데 또 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 메뉴 중 과일이 들어가는 빙수들이 모두 한결같이 맛이 그리 느껴졌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과일 빙수들은 당장 컨셉트가 어떻고를 떠나서 그나마 꾸준하게 보여준 모습은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올해엔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이유가 뻔히 짐작이 되어서 기분이 매우 착잡했었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차라리 포시즌스 호텔은 더 이상 빙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월드 오브 빙수이든 이달의 빙수이든, 여행 컨셉트이든 도시 소개 컨셉트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생과일"을 얼마나 "많이" 올렸느냐, "생과일" 은 "당도" 가 어느 정도인가 이 두 가지만 만족스럽다면 정말 "맛있는" 빙수이다. "생과일" 대신 조리한 과일이 올라 가면 제품을 썼니, 과일 품질이 낮은 것 아니냐와 같은 억측만 나온다. 플레이팅? 그런 것이 중요한가? 


물론 호텔 입장에서 빙수 판매는 일종의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특정 호텔의 빙수가 최고가 되는 현실에서 굳이 비교 당하고 욕까지 먹어가며 판매를 해야하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과일" 과 "당도" 를 제외하고 대부분 관심이 없다. 


한편 여전히 "가격"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데, 사실 황당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은 이 "요리" 같지 않은 음식에 대한 것이지 가성비나 가심비와 같은 쌩뚱맞은 주제로 넘어갈 내용은 아니다. 재료비니 인건비니, 접객에 대한 비용이니 같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곱게 간 얼음 위에 생과일 달랑 올린 것이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과일을 조리하고, 심지어 질감의 대조를 위해 더한 것들까지 모두 다 쓸데 없는 짓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마치 돈을 더 받을려고 꼼수 부린 것처럼 말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는 신맛의 부재를 극대화 하였기에 예전만큼의 재미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국산 과일의 단맛 부조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에도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그 호텔과 비교해서 할 것이다. 누가 잘못 만들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 그러니 어차피 빙수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예년처럼 포시즌스 호텔만의 빙수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여전히 빙수를 굳이 사먹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과 9월에 나올 빙수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2023. 3. 6.


윈터 큐브에 이어서 나온 스프링 큐브는 안에 딸기가 들어있다. 한국에서 봄 하면 딸기, 너무 흔한 만남이라 또 딸기야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내가 선입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민트향이 시간차를 두고 밀려 오는데, 봄의 산뜻함이 절로 생각나게 만든다. 딸기가 아니라 민트가 핵심이라니, 그것도 한국에서!


지난 발렌타인 데이에 이어서 이번에는 정체 불명의 화이트 데이를 겨냥한 퓨어 러브는 코코넛향이 순수하게 느껴진다.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페이스트리 셰프의 향을 다루는 실력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오히려 지난 로맨스 케이크보다 더욱 향이 선명하다. 거기에 더해 살짝 씹히는 코코넛의 질감이 아주 경쾌하다. 


무엇보다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의 백미는 바로 헤이즐넛 파리 브레스트이다. 그동안 새로 온 세프의 창작물들이 너무 달지 않아 아쉽다고 했었는데, 아주 제대로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한 견과류의 고소함까지, 너무 달고 고소해서 - 당연히 이게 단점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 오히려 놀라웠다. 이게 놀랄 일은 아닌데 워낙 한국에서 "달지 않아서 좋아요." 가 극찬의 표현이니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서걱거리는 슈의 질감과 함께 크림의 crunchy 질감까지 씹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드디어 새로 셰프가 온지 1년만에 제대로 된 라인을 보여주는 것인가?


이런 결과물들을 만나니 한 가지 아쉬움이 여전히 눈에 띄는데 바로 짝이 잘 맞는 음료였다. 커피보다 홍차가 그리운데 한국에서 이와 잘맞는 홍차를 만나기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쓰거나 떫거나 같은 이유로 거부감이 큰 분위기에 기껏 인기 있는 것들은 가향차가 대부분, 그게 아니라면 현미 녹차정도? 물론 이는 반대의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차가 괜찮다면 같이 곁들일 음식의 결과물이 형편 없는 그런 상황말이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홍차의 선택지가 다양하지는 않아도 몇 가지가 있긴 하나 커피에 비하면 그 결과물이 아쉬울 때가 많다. 특히 이번에 나온 파리 브레스트와는 당장 짝이 잘 맞는 홍차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게 단순히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기 보다 현실적인 여건들이 서로 맞물린 상황이어서 계속 아쉬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2023. 2. 24.


여전히 북경 오리 갖고 국내 또는 해외 레스토랑들과 비교하는 수준의 리뷰 - 라기 보다 그냥 나 이것 먹었음! - 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유 유안의 새 딤섬 메뉴는 늘 기대를 갖게 했었다. 어차피 하가우나 샤오롱바오만 다들 먹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고전적이든 아니든 몇 가지 새 딤섬 메뉴를 선보였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런 기대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다들 해외 레스토랑들과 비교하니 나도 비교 하자면 해외의 경우 하가우만 하더라도 고전적인 그대로 내놓는 곳들도 있지만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는 곳들도 많은데, 유 유안은 씨우마이와 샤오롱바오만 조금 다르게 내놓았지만 그저 재료 하나 더 넣었어요 수준에서 그친다. 춘권도 새우에서 다시 돼지고기로 바뀐 정도인데, 물론 완성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몇 번 이야기 했었지만 유 유안은 특히 굽거나 튀긴 딤섬들의 질감 완성도가 아주 높은데, 함수각도 그렇고 춘권 역시 가볍게 바스락 거리는 질감들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의 창펀도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 바스락거리는 질감 대조가 흥미로운데 사실 이 딤섬 메뉴는 몇 년전에 메뉴판에 존재하다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등장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새로 나온 딤섬 메뉴들은 새롭게 나왔다기보다 기존에 있던 메뉴들이 여러 이유로 사라졌었다가 다시 등장하였는데, 대중성을 너무 의식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에서 딤섬은 곧 찐 만두라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애써 이해할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사진 속 창펀처럼 소스를 찍어 먹게 나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디너 메뉴와 마찬가지로 딤섬까지 이번 유 유안의 새 메뉴들은 쿠 셰프의 의견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3. 2. 17.


드디어 애저 요리가 다시 등장했다. 유 유안이 오픈했을 때 바베큐 메뉴에 애저와 광동식 오리 구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메뉴에 오른 것이다. 이제 광동식 오리 구이만 다시 등장하면 된다. 거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북경 오리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했으니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또 하나 반가웠던 메뉴는 복건식 볶음밥이다. 예전에 프로모션으로 잠깐 중국 8대 지방 요리 식사 메뉴로 나왔었다. 대다수 한국인들이 제대로 볶아서 나온 볶음밥이 너무 건조하다고 아우성이니 계란국 같은 것을 찾게하지 말고 차라리 이런 볶음밥 메뉴를 내놓는 것이 나을테다. 


이제는 기대조차 안하는데, 여전히 유 유안에서는 쿠 셰프만의 요리만을 찾기가 어렵고 메뉴판에 기재된 요리 가짓수도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디저트 메뉴는 특색이 너무 없는데, 네이버 후기를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디저트를 주문할 생각도 없고 기껏 제공되는 프티 푸르에 호들갑만 떨 뿐이다. 사실 저 두 메뉴가 다시 등장한 것이 반갑기는 하나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들을 보면 그동안 쿠 셰프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뜬금 없는 것들이 있다. 애저 요리 위에 캐비아가 올라가는 것이 신기한 일도 아니고 해외에서도 자주 만나는 일이긴 하나 쿠 셰프는 그동안 캐비아나 블랙 트러플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었다. 양고기 바비큐도 같이 나오는 민트 젤리가 너무 생뚱맞다. 새로 나온 수프 한 가지도 여전히 담백한 수준이다. 담백하다는 표현이 한국에서는 칭찬으로 들리겠지만 전혀 칭찬이 아니다.

2015년에 유 유안이 오픈했었는데 2025년, 그러니까 10년이 지나면 광동 요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더 알려질려나? 갈 길이 먼데 여전히 유 유안의 최고 인기 메뉴는 북경 오리이다. 그런 가운데 쿠 셰프의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최상의 상태를 보여준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건조하다라고 불평을 하지만 말이다.

2023. 2. 11.


2월은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달이다. 모양은 예쁘지만 사실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만드는 모든 요리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그리고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해 만든 로맨스 케이크 역시 그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김새는 페이스트리 셰프가 일본에서 활동한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고, 완성도도 나쁘지 않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면 여느 발렌타인 데이 기념 음식들과 맛이 다르지 않다. 아주 살짝 로즈 워터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금새 사라져버린다. 지난달에 나온 윈터 큐브를 생각하면 형태에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한국의 "딸기"가 올라간 밀푀유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딸기" 계절을 맞이해서 딸기가 들어가는 것은 좋은데 굳이 눈으로 확인 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밀푀유와 한국 딸기가 시각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끔찍한 한국의 딸기 질감은 밀푀유의 질감과 전혀 맞지 않으니 시각은 물론 촉각마저 절망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한국 딸기의 흐릿한 단맛과 거의 없는 신맛마저 더해지니 맛에서도 최악의 조합이다. 다만 재방문했을 때 조금은 단단한 딸기를 올렸고, 메뉴가 나온 첫 날보다 조금은 더 선명한 단맛과 신맛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나는 한국 딸기가 서양의 디저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아주 지겹게 이야기했으니 빵과 함께 이제 그만 이야기 하자.


플랑은 당연히 바닐라 향이 지배적인데, 확실히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을 능수능란하게 잘 사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플랑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겠지만 향을 잘 다루는 능력을 다른 음식에서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 초콜릿 딜라이트 케이크는 초콜릿의 쌉싸름함에 리큐르에 절인 블랙 커런트가 맛의 한 층을 더 깔아주고, 견과류와 함께 느껴지는 짠맛의 선명함이 놀라웠는데 원래 이름은 "Brut" 으로 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원래대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한국에서 갖고 있는 초콜릿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술과 과일의 조합이나 짠맛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게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이게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초콜릿까지 더해졌으니...


분명 셰프는 이보다 더 다양한 맛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한국에 온지도 일년이 되었건만 여전히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이든 내부적인 요인이든 여러 문제들이 겹쳐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3. 1. 9.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자마자 비록 한시적이지만 - 일주일동안 판매한다고 하니 아마 이 글이 올라올 시점에선 판매가 종료되었을 것이다. - 고전적인 메뉴가 하나 등장했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가 문을 연지 8년째 되는데, 그동안 셰프가 두 번이나 바뀌었고 바뀔때마다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가 등장했었다. 쇼케이스 안 어딘가에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초창기에는 그리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인기가 있는 것은 딸기 아니면 망고 쇼트 케이크 정도, 밀푀유도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었다. 

다들 빵 전문가니 디저트 전문가니 내세우지만 사실 많이 먹어봤다 수준에서 품평이 이뤄지지 뭘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평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기껏 비교한다는 것이 프랑스 어디를 갔었는데인데 그런 수준에서 꾸준하게 이런 메뉴들을 내놓는 것만으로 언제까지 박수를 쳐야 할까?

아무튼 셰프가 바뀔때마다 이런 메뉴들이 주를 이루는 것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전적인 메뉴들 일부는 항상 쇼케이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셰프가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고싶을 때 사용할 재료부터 해서 도구까지 한국의 식품관련 법안들은 좋게 말하면 한국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세심한 기준들로 가득차서 당장 무언가를 내놓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갈레트 데 루아를 주문했을 때 왕관은 따로 제공한다. 왕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fève 까지 같이 감안해서 생각을 해보면 다분히 의도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법률상 식품에 올릴 수는 없으니 궁여지책인데 이럴거라면 차라리 안 내는 것이 맞겠지만 어디 이 음식이 의도가 뻔한데 그럴 수는 있을까?






사실 반가웠던 메뉴는 윈터 큐브이다. 드디어 셰프만의 새 메뉴 등장, 과연 어떤 맛의 세계를 느끼게 해줄까? 지난 글까지 꾸준히 이야기 했었지만 새로 온 셰프는 향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맛을 설계하는데, 그동안 향신료에 기대었다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부드럽게 갈라지는 무스 - 이걸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 메뉴들은 대부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질감이 다소 뻑뻑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나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피드백을 통한 보정이라 생각한다. - 를 입안에 넣으면 향을 통해 청량감과 함께 느껴지는 것은 "겨울" 이다.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아니라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감각의 겨울? 이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꽤 복잡한데 단어만 선택하자면 "겨울", 색상을 보면 언뜻 겨울왕국의 "엘사" 가 생각나는데 그것과 일맥상통하려나?

향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꽤나 복잡하게 느껴져서 혹시 다른 여러 향신료가 들어갔는지 문의까지 했었는데, 그렇게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하나를 더 먹으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남아있던 윈터 큐브는 매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아쉬움과 셰프의 일본에서의 활동을 생각해보면 윈터 큐브 모양새는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해서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물론 그 시간이 일부라도 일년 가까이 걸렸다는 것이 여전히 불만이지만 말이다.

2022. 12. 4.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기대되는 곳 중 하나가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이다. 비교적 모형 만들기에 관대한 세계여서 가장 화려한 모양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향신료의 사용도 좀 더 적극적일테니 말이다.

한국에서 '맛' 이란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달지 않아야 할 케이크들을 바라는 상황에서 '맛의 층' 이나 '맛' 이 의미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 '입맛은 개인 취향이죠' 따위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전 페이스트리 셰프가 만들었던 케이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맛으로 표현한 그 케이크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을 본적이 없다. 사실 그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평범한, 다시 말해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전형적인 맛을 - 이걸 클래식 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 만났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케이크 모양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았었다 정도?


첫 시작이 불만인 것을 보니 짐작이 되겠지만 그렇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를 들어가자 마자 보이던 것들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모양들이었다. 모양이야 그럴 수 있지, 반드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맛의 구성조차 아쉬웠었다.


"초콜릿 버블' 은 초콜릿과 라즈베리, 전형적인 맛 구성이다. '스노우 볼'은 '초콜릿 버블' 이 단순하게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좀 더 맛의 층이 다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잘 만들었지만 딱 그 정도 선에서 멈춰 있다. 잘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결국 '맛' 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보여줘야 할텐데 여전히 새로 온 셰프의 세계는 물음표다. 

게다가 의도는 이해하지만 또다시 드러나는 한국의 현실은 오히려 암울하다. '딸기 버블'은 국산 딸기의 한계 - 단맛은 있으나 끝이 흐릿하면서 수분이 과하다는 느낌, 신맛의 부재 - 를 그대로 보여준다. '피스타치오 버블' 은 럼에 절인 체리의 맛과 향은 그런대로 좋았으나 피스타치오의 향과 맛을 나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그리 달지 않다는 것이다. 셰프가 몇 년동안 일본에 머무르면서 생각이 바뀐 것인지, 한국에 들어와서 주요 고객층 - 우스개 소리로 나보고 호텔 관계자냐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정작 출근 도장을 열심히 찍는 고객들은 나 말고 훨씬 많다. 아니 나는 명함을 못 내밀 정도이다. - 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셰프의 성향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셋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이유가 섞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첫 날 밀푀유까지 총 네 가지를 먹으면서 차나 커피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일주일 가량 뒤에 나올 '바카라' 와 협업을 통해 만들 '크리스마스 쥬얼' 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었다. 모양이야 어차피 '바카라' 의 디자인을 토대로 만들텐데 여전히 셰프의 일본에서의 활동 결과물은 인스타그램에만 존재할 뿐 한국에서는 보여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입 먹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신료의 다양한 향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여전히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진저 브레드와 시나몬의 향은 아주 찰나의 시간차를 두고 넛맥과 정향이 뒤따르면서 입안 가득 향을 풍부하게 채워놓는다. 그 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느껴지는 오렌지의 상큼함이 깔끔하게 입 안을 씻어준다. 향신료의 향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복합적으로 느껴지게 함으로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을 알린다. 셰프는 단순하게 지난 까르띠에처럼 무난하고 평범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아닐까? (물론 셰프는 예전 이야기를 들었을 수 있지만 직접 먹어보진 않았으니 까르띠에 케이크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크리스마스 쥬얼' 마저 그리 달지 않다. 차나 커피의 도움 없이 한 판을 그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울 수 있을 정도인데, 정작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리뷰를 찾아보면 지금도 달지 않아서 괜찮았다는 호평이 많이 보인다.

2022. 11. 28.


Four Seasons, 그래서 메뉴가 분기별로 바뀌는데 그렇다고 대대적인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광동 요리는 변방 요리이며 여전히 각종 플랫폼의 매체에서  유 유안의 대표 메뉴는 북경 오리다. 그래서, 분기별로 바뀌어도 큰 변동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새로운 광동 요리들을 꾸준히 선보였었다. 그것도 국내에서는 식재료 수급조차 어려운 것들을 어떻게든 채워 놓았었다.





연말이 다가오니 작년처럼 찰스 H. 바와의 협업을 통해 두 가지 칵테일을 내놓았는데, 클래식 칵테일인 Toddy 와 Old Fashioned 를 트위스트해서 선보이고 있다. 잘 모르면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자를 늘 다짐하고 있기에 칵테일이 어떠한지 평가 하지 않겠다. 





이번에 반가운 소식은 드디어 서울에서 이푸면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유안은 그동안 식사 메뉴는 변화가 거의 없었는데 지난 메뉴 개편 때 홍콩식 탄탄면과 홍콩식 완탕면이 나왔었고, 거기에 이푸면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다. 탄탄면이든 완탕면이든 이푸면이든 사실 한국인들에게 셋 모두 낯선 질감일텐데 - 한국인에게 면이란 쫄깃 쫄깃해야 하지 않은가! - 이푸면의 경우 부드러움이 - 한국어로 단순하게 부드럽다고 하기엔 그렇고 푹신푹신한? -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유 유안에서는 전형적인 형태, 굴 소스에 버섯 등을 넣고 웍 프라이드 해서 내놓고 있는데 다분히 디너 메뉴를 염두해서 만든 것 같다. 여기에서 내 취향을 이야기 하자면 낮에 딤섬을 먹고 식사로 braised 한 것을 만나고싶지만 - 게다가 최근에 유 유안에서는 건부레 요리도 선택할 수 있으니 이왕이면 이푸면에도 건부레가 들어간 - 우선 이런 면 요리가 있다 소개 형태로 내놓은 것은 아닐까? 참고로 런치 세트 메뉴에 이푸면요리가 들어가 있다.


구수계도 추가되었지만 전에 한 번 나왔었던 메뉴이고, 딤섬은 이번에 바뀐 것이 없다. 아무래도 연말 특별 메뉴에 좀 더 신경을 쓴 분위기다. 그래도 나는 이푸면이 등장한 것이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낮에 유 유안을 간다면 딤섬을 먹고 나서 이푸면으로 마무리, 저녁에 유 유안을 간다면 건부레 요리를 먹고 나서 이푸면으로 마무리,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푸면 선택시 조리 방식에 따른 다른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2022. 10. 12.



보칼리노도 이제 유 유안과 마찬가지로 잘 나가는 메뉴 -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메뉴, 셰프의 시그니처 따위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 는 그대로 놔두고 부분적으로 메뉴 변경을 하기로 마음 먹은 듯 하다.

크루도 메뉴는 아예 사라져 버렸고, 메뉴 대부분이 부분적인 변화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큰 틀 안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수프만 아예 새로 바뀌었고, 메인에서는 오리 고기가 선택지로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정도? 좋게 말하자면 영업 하는데 있어서 가장 탁월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러면 셰프란 존재가 굳이 필요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프는 분명 몇 개 안되는 메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었다. 그게 얼마나 대중적으로 먹힐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렌틸 콩 수프에서는 전형적인 가을 분위기, 트러플을 비롯한 버섯의 향연을 선보이는데 컬리플라워 수프는 조용히 뒤에 서 있다. 오히려 트러플을 이 수프에 뿌려 넣으면 더욱 맛있으리라. 한국에서 트러플의 인기는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과열된 분위기인데, 마르코 셰프는 트러플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설계를 하였다. 마치 "내 요리를 많이 소개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요리는 충분히 낼 수 있어!" 항변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리코타 치즈로 만든 뇨끼 - Gnudi? - 에서도 알 수 있는데, 전 메뉴의 토마토 소스 뇨끼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예 고르곤졸라 퐁듀에 호두까지 넣어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메인인 오리 고기에서는 아쉬움이 컸는데, 체리 대신 선택한 오미자 소스는 단맛이 살짝 물리는 경향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질감은 부드러움에만 초점을 둬서 흥미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 선택지에 가금류 하나가 추가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새로 부임한 후 처음 선보였던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생각하면 분명 그는 스토리 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셰프였었다. 그러나 이후 코스 요리는 거의 변동이 없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 중 거의 유일하게 예약 없이도 워크 인 가능한 레스토랑이 보칼리노이다. 그리고, 보칼리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몇 년째 동일하다. 나는 이런 관계 속에서 이제는 보칼리노에 다른 셰프 그 누가 오더라도 큰 변함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생각보다 이탈리안 요리는 한국에서 그 이미지가 확고하다. 물론 다른 요리도 마찬가지이지만.

2022. 9. 26.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굳이 북경 오리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북경 오리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따로 사육한 오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해외에서 경험이 많았든 적었든 간에 외국 - 특히 북경 - 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안 나는 이유를 찾느라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어디가 북경 오리를 잘 만들어 내냐는 한국 특유의 순위 결정도 의미가 없는 것이 서울의 경우 대부분 특정 레스토랑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차이가 거의 없다.

어디 북경 오리만 그렇겠냐만 하여간 제대로 만든 요리를 만나기 힘든 도시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광동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하필 새 메뉴로 북경 오리를 그것도 블랙 트러플을 더해서 내놓는다고 했을 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라는 것이 어떤 합리적인 이유에서 나온 요리가 아닌데다 블랙 트러플 특유의 향이 요리를 잡아먹기 때문에 오히려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서양 셰프들이 많은 현실에서 가끔 광동식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마주치는 같은 식재료인데 크기 등에 따라 판매 금액이 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일종의 허세에 가까운 요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여전히 재료의 한계는 있지만 이건 유 유안에서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다 이 블로그에서 지겹게 다뤘으니 그만 이야기 하자. 거의 보여주기식에 가깝지만 어쨌든 블랙 트러플도 위에 갈아주고, 오일 향이 더해졌지만 블랙트러플 향도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데 그런 눈에 보이는 것 말고 '맛'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블랙 트러플에 오리가 잡혀먹힐거라 예상했었지만 보기 좋게 그 예상은 빗나갔었다. 여느 광동 요리 - 아! 북경 오리는 광동 요리가 아니긴 하지만 - 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향신료의 향연, 그 궤를 보여준다. 좀 더 즐거운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는 선에서 블랙 트러플이 존재하지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춘빙에 싸먹을 때 전통적인 첨면장을 내놓지 않고 유 유안에서 만든 소스가 나오는데, 오리의 고소함과 함께 소스의 고소함이 더해지고 여기에 당근의 단맛이 더해져서 최종적으로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블랙 트러플을 잔뜩 뿌린 - 정확히 말하자면 트러플 오일 향 범벅 - , 눈으로 보여주는 선에서 북경 오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북경 오리가 등장한 것이다. 


셰프가 외국에서의 유행을 그대로 한국에 선보이지 않고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이런 일종의 허무맹랑한 요리도 승화시켜 선보일 정도라면 다른 광동 요리들도 셰프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좀 더 다양한 메뉴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여건만 갖춰진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는 생각을 하면......


후속 요리로 나오는 면 요리는 우동면이 나오는데 면과 오리와 소스가 서로 겉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우동은 겉에만 소스가 묻어 있을 뿐 먹을 수록 서로 분리된 맛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푸 면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한국에 제대로 수입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우동면을 선택한 것이 최선책이었으리라. 






그런대로 꽤 흥미로웠던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에 비하면 새로 나온 메뉴 두 가지는 결과물만 놓고 보면 많이 아쉽다. 코코넛 수프의 가장 큰 아쉬움은 지방의 고소함이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인들의 '입맛' 에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광동식 건관자 콘지도 원래라면 간이 하나도 안 된, 요우티아오 등을 사진에서처럼 따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콘지 안에 들어가 있고, 흑식초를 살짝 넣어서 먹어야 정석이겠지만 한국에서 콘지는 정말 인기 없는 요리 중 하나인데 그렇게 내놓으면......

그래서 약간의 짠맛을 더했고, 요우티아오도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콘지에 넣어서 먹을 수 있게 따로 내놓았다. 무엇보다 최근에 웍을 바꿨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 그래서 웍 프라이드 요리 결과물이 이전과 많이 다르다. 물론 이전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그래서 콘지의 질감도 이전과 달리 부드럽게 나온다. 점심에 방문해서 딤섬을 먹고 난 뒤 마무리로 즐기기 딱 좋다. 그렇지만 결국 '현지화' 는 더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최근 들어 유 유안에서는 이전과 달리 좀 더 다양한 광동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언제든지 대환영한다. 다만 이번의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에서 느꼈던 것처럼 고전적인 요리들 말고 창의적인 광동 요리도 셰프가 충분히 만들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코스는 어렵다고 해도 메뉴 개편때마다 단품 요리로 하나 정도는 꾸준히 나오면 좋겠다. 비록 다음 개편때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조차 없다면 너무 암울하다.

2022. 9. 15.


새 메뉴가 나오면 곧바로 가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그 시기를 놓쳤었다. 사실 메뉴가 거의 바뀌진 않았는데, 일부 메뉴가 바뀌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정이 있어 방문을 못하다 추석 연휴에 갔었다. 곧 가을 메뉴가 새로 나온다니 그때는 곧바로 방문하리라.


아주 오랜만에 네그로니 한 잔을 식전으로 주문했었는데, 메인과 어울릴만한 와인을 하프 보틀로 하나 추천 받고 마시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여기도 문을 연지 7년째인데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전주뿐만 아니라 식후주까지 모두 준비해놓고 있지만 리스트의 빈약을 떠나서 선택지가 너무 제한적이다. 정말 무난한 수준의 와인 페어링 - 이것도 메뉴에 등장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 - 은 이제 지루할 정도이다.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쪽에선 스시를 먹으면서 샴페인 리스트를 자랑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 정작 서양 요리를 먹는 곳에서 와인 사진을 다양하게 올리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니면 아주 비싼 와인들을 잔뜩 올리거나, 그런데 그것이 그날 먹었던 요리와 짝이 잘 맞았을까?





임시방편으로 만들었던 빵 (?) 은 그냥 자리를 잡은 분위기이다. 심지어 추가로 요청할 경우에는 추가 요금이 있고, 아예 포장해가는 손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의 빵에 대해 가대하지 않지만 하나만 말하자면 한국에서 빵은 여전히 갓 구운, 쫄깃 쫄깃한 질감을 자랑해야 맛있는 빵이다. 보칼리노도 대세를 따라가는 분위기이다. 차라리 전에 나오던 치아바타가 괜찮았었다. 물론 완성도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곧 메뉴가 바뀔테니 이번에 먹었던 요리에 대한 평은 건너뛸까 생각했었는데, 먹는 내내 착잡했었다. 새로 나왔던 파스타 메뉴는 재료 입고가 되지 않아 주문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나는 워낙 안 팔리다보니 재료 입고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었다. 크루도 메뉴에서 새우의 경우 전체적인 합은 보칼리노의 창 밖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여름의 뉘앙스가 잘 느껴졌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수박에 모든 것이 먹혀버린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만다린 오일은 시트러스는 너무 희미한데 흐릿한 단맛이 스쳐지나가는데, 수박과 함께 국산 과일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참치 크루도는 마요네즈가 제 목소리를 못냈었는데 의도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왜 있잖은가 이런 곳의 후기를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짜고 느끼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설계를 했다고 생각한다.


우설의 경우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긴 모처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왔는데 피자와 파스타와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디저트는 티라미수로 마무리 해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온 보람이 있을 것이다.


곧 있을 새 메뉴 업데이트는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결과는 늘 비슷할 것 같다. 그러니 매번 새 메뉴가 나오자마자 방문하는데, 그래도 오픈이래 꾸준히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을 선보이는 곳이니 투덜거리면서도 또 찾아간다.

2022. 8. 21.


여전히 바뀌는 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새로운 요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의 커다란 틀 안에서 바뀌는 분위기는 아닌데, 이게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향" 인데, 입 안에 넣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향신료의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머리 속에는 강렬함을 안겨준다. 사진에서의 케이크는 잔잔하게 입 안에서 퍼지는 진저 향이 매혹적인데 혀에서 느껴지는 패션 프루트와 파인 애플의 신맛과 과일의 향들이 진저 향과 잘 어울린다. 거기에 방점을 찍는 향신료가 하나 더 있지만 이는 직접 느껴 보시라. 혼자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이니 프티 가토로도 판매했으면 좋겠다.


지난 추억을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페이스트리 셰프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호텔 오픈 초창기의 베린느의 매끄러운 질감은 심지어 여러가지 종류를 판매했었는데 곧 사라졌었고, 그 다음에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맛과 질감의 대조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향은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 


단순하게 눈과 입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하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외침은 이번에도 지속적이지만 지난 7년간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길게 가봤자 일년에서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직까지 새로 온 셰프가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향" 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