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8. 7. 21.

PALAIS DE CHINE at L'ESCAPE - 레스케이프 팔레 드 신 오픈


오픈 전부터 호텔 이름과 호텔 내부 디자인과 관련하여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굳이 이 블로그에서 그 얘기를 꺼내지는 않겠다. 어차피 투숙할 일도 없는데 이야기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이다. 하지만 서울에 두 번째로 광동식 레스토랑이 생기는 것은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오픈일에 맞춰 저녁에 식사를 하러 방문하였다.

신세계에서 그간 펼친 외식 산업을 보면 사실 그렇게 믿음직스럽지는 못했다. 대중적으로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것이 한국의 미식 세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있었다. Mott32와 어떤 관계로 식당을 운영하든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Mott32가 지점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곳에서 파견 나온 셰프가 언제까지 상주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첫인상은 좋았다. 예약일 일주일 전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미처 받지 못해 그 다음주 월요일에 - 예약일은 7월 19일 목요일 저녁이었다. - 통화를 해서 미리 사전 주문으로 북경 오리와 차슈를 주문하였고, 예약일 이틀 전 예약 확인 전화를 받았었다. 언제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이라고 내세우는 곳에서 그렇게 예약 확인을 한 적이 있었던가? 물론 그렇게 하는 업장도 있겠지만 내 경험 안에서는 그런 곳은 여기 팔레 드 신을 제외하고 한 곳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텔에 들어설 때부터 다시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새로 오픈하는만큼 어느 정도 새집 냄새는 날거라고 예상했었지만 로비의 향과 새집 냄새가 섞이면서 불쾌한 냄새를 맡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게되었다. 식당 방문 전에 같은 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사진처럼 세면대는 세 개가 있지만 비누는 하나밖에 없었다. 심지어 페이퍼 타월만 처음에 놓여져 있었는데 비즈니스 호텔이니 페이퍼 타월만 놓여질 수 있겠지만 저렇게 배치 해놓은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누를 가지러 가는 사이에 물이 떨어져 젖어버릴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인가? 나중에 식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화장실을 갔을 때에는 저렇게 핸드 타월을 쌓아뒀는데 이것 역시 한 곳에만 놓여져 있으니 핸드 타월을 사용할 경우 자칫 동선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다음날 다시 방문했을 때에도 여전히 비누는 저렇게 하나만 배치되어 있길래 업장측에 이야기 했는데, 굳이 이것을 확인하러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새집 냄새가 계속 느껴졌다. 식당에서 새집 냄새를 맡으며 음식을 먹어야 한다니 이건 비누 배치 문제와는 좀 다른 성격의 문제라 생각하는데, 우리가 맛을 느낀다는 것은 향을 포함해서 느끼는 것인데 거기에 새집 냄새 특유의 불쾌감이 같이 섞인다면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고싶었던 것은 아니다.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정도라면 오픈 전까지 어떻게든 냄새를 제거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오픈을 연기했어야 한다. 파인 다이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자리에 안내되어 바닥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애완동물도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식당에도 같이 출입이 가능한지 문의 했는데, 저 털들은 짐승의 털은 아니고 테이블 등을 옮기는 과정에서 카페트가 일어난 부분이라고 들었다. 이런 부분은 전혀 확인을 안 하고 오픈을 한 것일까?





다행히도 다음날 재방문 하니 카페트는 치워져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옆 좌석과의 간격을 보라. 파인 다이닝에서 이렇게 간격이 좁은 곳은 정말 처음 본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이란 장소가 적당한 목소리의 크기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데, 이런 간격에서 옆좌석에서 듣고싶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실제로 이날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해서 총지배인과도 안면이 있는 여러 사람들이 단체로 방문하였던데, 그들이 떠드는 소리에 도저히 식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나보다 더 좋은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했을 사람들인데, 이런 곳에서 목소리 크기를 낮추는 상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어차피 큰 기대도 안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저런 간격이다보니 나중에 북경 오리를 주문한 테이블에 카트가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창가쪽 좌석은 손님이 없어서 의자를 옮기고 나서 카트가 이동할 수는 있었는데, 만약 만석일 경우에는 어떻게 이동할까? 물론 그것을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예약 당시 창가쪽 좌석이 가능하다면 그쪽으로 배정을 부탁하였는데, 배정은 받았지만 이렇게 커튼이 쳐져 밖을 볼 수는 없었다. (물론 암막 커튼은 아니니 밖을 볼려면 볼 수는 있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호텔 전체가 어둠이 컨셉이라 이렇게 커튼을 쳤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처음에 창가에 앉았는데 곧 자리 배정을 잘못 했다며 다른 쪽 창가 좌석으로 다시 옮겼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리고 오픈 첫 날이니 이 부분은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옮긴 좌석의 테이블이 꽤 많이 흔들린다. 이야기 하니 다른 창가 좌석으로 옮겨주려 하는데 다른 테이블도 마찬가지로 흔들렸다. 결국 창가쪽이 아닌 한 라인 건너서 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이때 나왔어야 했다.

오픈 첫 날이니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훈련을 했다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은 충분히 감안하고 방문했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오픈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황이 아닌가? 테이블이야 그렇다 쳐도, 저 지저분한 카페트 바닥과 새집 냄새가 꽤 나는데 거기서 식사를 해야 한다니, 과연 파인 다이닝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인가? 정말 이때 그냥 일어났어야 했다.





테이블을 옮기는 바람에 사진이 없는데, 먼저 탄산수를 주문했는데도 저 컵에다 스틸 워터를 따라줬다. 탄산수를 주문했는데 왜? 내가 들은 대답은 물도 같이 따라 드립니다였다. 이건 실수라 생각하고 넘길 수 있다.






제대로 메뉴얼이 존재하고 또 훈련이 되었다면 혹시 얼음도 필요하냐고 물어야 하는데, 그건 없을 수도 있고 깜빡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얼음을 담아서 컵을 갖고 온다. 나중에 얼음을 달라고 하는 것과, 처음부터 얼음을 채워 와서 빼달라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결국 저렇게 탄산수를 따른 컵을 따로 받는데 거의 10분 가까이 걸렸다.







라임이나 레몬을 혹시 필요로 하는지도 묻는 것이 맞겠지만, 또 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물을 유료로 주문하는 것부터가 생소한 문화인데, 거기에 라임이나 레몬을 넣는다는 것은 더 생소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라임을 부탁하니 이렇게 갖고 와서 테이블 위에 그냥 올려 놓는다. 내가 알아서 넣으면 되나요라고 물으니 네, 그러시면 됩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저 라임이 놓여진 그릇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저 자리에 계속 있었다. 아까운 라임들...이라고 내가 슬퍼해야 하나? 어쨌든 이런 상황들은 그저 오픈 첫날이니 웃어 넘길려면 억지로라도 넘길 수는 있다.





차 역시 유료로 주문 가능한데, 난 이것을 돈 받는다에는 불만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주문 가능한 차는 우롱차와 자스민차 등이었는데 우롱차를 주문했더니 갑자기 얼음이 담긴 컵에 차갑게 한 잔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따뜻한 차는 없냐니까 그제서야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차를 주문하는데 당연히 얼음이 담긴 컵에 빨대를 꽂아서 나온다는 상황 자체가 그냥 헛웃음이 나왔는데, 우롱차는 그렇게만 제공한다고 해서 그럼 취소하고 자스민차를 내달라고 하였더니 이렇게 왼쪽에다가 차를 따라놓고 가버렸다. 이건 그냥 실수로만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내가 오른쪽으로 모두 다 직접 옮겼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물 주문, 메뉴판 제공, 주문 이렇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메뉴판을 줄 생각은 아무도 안 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메뉴판을 달라고 했는데도 갖고 오는데 시간이 걸렸고, 메뉴판도 주류와 음료 메뉴판은 없이 음식 메뉴판만 건네 받았다. 이런건 오픈 첫 날이니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의 실수가 아니다.

게다가 메뉴판에는 점심과 저녁 모두 주문 가능하다라고 적혀 있길래 딤섬 몇 가지 먼저 주문했는데, 30분 가까이 지나고 나서야 죄송하다, 사실 저녁에 주문 가능한 딤섬은 세 가지만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30분 가까이 지났다는게 놀라웠다. 딤섬이 나오는데 30분 가까이 걸리는 것도 문제인데, 그래서 그 부분을 이야기 하려니 그때 즈음해서 이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허탈했었다. 이때라도 그냥 나왔어야 했다.






Marinated Jelly Fish & Cucumber, Black Fungus, Chinese Black Vinegr


이제 와서 보니 메뉴에 오타가 있다. 아무튼 전채로 시킨 해파리 냉채는 상큼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스타그램을 찾아 보면 몇몇 사람들은 반응이 별로인데, 정말 짜다라는 표현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제대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애써 첫날이다, 그러니 이해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음식을 먹었는데 첫 음식은 또 나쁘지 않아서 어떻게 또 차분하게 넘기게 되었다.






Apple Wood Roasted 42 Days Peking Duck


하지만 분명 차슈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이야기 하면 북경 오리를 그때 달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차슈와 북경 오리가 같이 나왔다. 이건 첫날이니 전달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넘어가자.


문제는 저 오리에서 아무런 향을 맡을 수가 없었다. 오리 특유의 향은 물론 그냥 아무런 향이 나지 않았다. 이런 오리는 정말 처음 봤다. 한국에서 오리 특유의 향이 나면 분명 비린내, 잡내라고 항의 할테니 일부러 향을 없애버린 것인가? 워낙 그런 경우를 자주 봐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향이 나지 않을까?





카트가 못 들어오니 바로 앞이 아닌 떨어져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삭함이라곤 전혀 없는 오리 껍질은 질겅 질겅 고무를 씹는듯한 질감이었다. 어차피 국산 오리이니 껍질 아래에 지방층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했지만 씹을 때마다 어디서 나오는지 수분이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살코기는 너무 퍽퍽했다. 향은 나지 않지, 껍질은 질겅 질겅 고무 씹는듯한 질감에 퍽퍽한 살코기의 질감까지,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그냥 이런 수준이면 차라리 안 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음식이 어떠했는지 직원이 질문했을 때 맛이 정말 없다라고 대답했다. 맛없다라는 표현이 아니라 아무런 맛 (taste)도, 아무런 향 (aroma)도 느낄 수 없으니 맛 (flavor)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원래라면 한 점씩 맛만 보고 치워버리는데, 이런 상황이 정말 신기해서 혹시나 내가 잘못 느낀 것인지, 아니면 희망 사항이지만 제대로 조리된 부분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해서 반 정도는 더 씹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VIP 고객이 오니까 가뜩이나 오픈 첫 날 원활하지 못한 서버들의 서비스는 더욱 사라져 버렸는데, 내가 치워달라고 요청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릇을 치우지도 않았고 심지어 치워 달라고 요청했는데 저 설탕과 오이가 담긴 그릇은 또 놔둔채 다른 빈 그릇들이나 음식이 절반 이상 남은 그릇만 치웠고, 더 놀라운 것은 저 설탕과 오이가 담긴 그릇을 새로 세팅까지 해주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바쁘니까라고 이해하기에는 글쎄, VIP 고객들에게는 원활하게 서비스가 진행되는 모습이 뻔히 보였는데, 거기에는 전담 직원 몇을 붙여놓고 다른 테이블은 적은 인원이라도 서비스가 진행되게 해야 하지 않는가? 이건 오픈 첫날이라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닌데, 그러니까 처음부터 아니다싶었을 때 내가 일어섰어야 했다.






게다가 손을 닦으라고 이렇게 물티슈를 놓고 가는데, 이게 파인 다이닝에서 나올만한 상황인가? 저 라임은 다시 봐도 그냥 웃음만 나온다.





Baebecue Pluma Iberico pork, honey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나는 홈페이지나 업장의 메뉴에 적힌 메뉴명을 그대로 옮겨 쓴다. 그러고보니 아직 레스케이프 홈페이지에는 메뉴가 올라와 있지 않다. 그럼 정보는 어디서 확인을 해야하는지?

아무튼 이날 유일하게 만족했었던 아니, 앞서 해파리 냉채와 함께 유이하게 만족했던 메뉴이다. 단맛과 짠맛의 균형이 좋은 가운데 부드러운 질감과 적절한 수분은 한국에서 정말 만나기 어려운데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 메뉴는 계속 사먹을 여지는 충분히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뜬금없이 뒤늦게 나온 기본 소스 네 가지인데, 이걸 왜 이제서야 내놓은지 이유를 모르겠다. 왜 이제서야 나오냐니까 정확한 대답을 못 들었다. 기본 서비스입니다라고만 들었는데, 그냥 차라리 미처 내오지 못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면 이해를 했을 것이다. 오픈 첫날이니까라고 말이다.






Smoked Black Cod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직접 총괄 셰프에게 들었는데, 사진은 저렇게 찍혔지만 그 전에 뚜껑을 열어 연기가 흩어지는 모습을 테이블 위에서 연출한다.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싶은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튼 단맛과 짠맛의 소스와 함께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살은 꽤 훌륭했으나 문제는 훈연향이었다. 새집 냄새와 같은 역겨운 향이 느껴지는데 이게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다.





"Mishima" Beef, Grilled Leeks, Black Bean Paste, Garlic Chips


이 요리는 소스가 겉돌았다. 쇠고기는 간이 하나도 안 되어 있고, 처음에 입안에 넣었을 때에는 검은콩 소스의 짠맛과 감칠맛이 느껴지나 씹으면 씹을수록 고기와 겉돌았다. 다시 말해 소스의 맛은 곧 사라져 버리고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 쇠고기만 부드럽게 씹을 수 밖에 없었다. 직원에게 설명 듣기론 한 번 소스를 묻혀 조리한 다음 다시 그 위에 소스를 뿌려 내놓는다고 했는데, 소스를 묻혀 조리한 상태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걸 접시를 다 치운 다음 나중에 문의해서 그렇게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순간부터 피드백 의사는 묻지 않고, 그냥 테이블도 치우지 않는 상태에서 방치되어 있다고 이야기 하니 그제서야 부랴부랴 접시는 치우는데 나는 왜 음식이 이런 상태인지 질문을 또 다른 직원에게 이야기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이걸 어떻게 내가 받아들여야 할까? 오픈 첫날이니 정신 없이 바쁘고 그런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서 정말 화가 났던 상황은 어쨌든 접시는 다 치워졌으니 그냥 추가로 식사 메뉴를 주문 했는데 30분 가까이 지나도록 음식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바쁘게 내 주변을 지나가는데 불러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겨우 질문을 하니 음식이 많이 밀렸다며 15 ~ 20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걸 왜 질문을 해야 설명을 들을 수 있는가? 게다가 주문이 밀렸다는데 왜? 그래서 그럼 식사 메뉴 취소하고 디저트 메뉴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확인해 달라 요청했더니 5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이날 VIP 고객이 꽤 왔었다. 그 VIP가 누구인지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오픈 첫 날인데 단골 고객은 당연히 아니다. 나도 해외 몇 곳의 레스토랑과 국내에서도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 있기에 단골이든 아니면 정말 유명 인사라서 그렇든 우대 서비스를 제공 하는 것은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차별적인 모습들이 너무 티가 나다보니 파인 다이닝에서 제대로 대접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날 내가 받았던 차별적인 모습도 그랬다.

음식이 주문이 밀려서 늦게 나온다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주변 테이블들도 다 그래야했다. 애써 그들은 미리 한꺼번에 주문 했으니, 나는 추가로 요청 했으니 주문이 밀려서 그렇다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는 서버든 매니저든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는가? 이걸 내가 일일이 다 이야기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 된다면 이건 애시당초 응대 메뉴얼부터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거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그래서 그냥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3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지만 내가 먹었던 음식과 제공 받은 서비스는 그 값어치를 하지 못했다. 다시 올 일은 없겠다싶었는데, 이놈의 호기심 때문에 다음날 점심 예약을 다시 올라가서 예약했다.









Crispy Sugar Coated BBQ Iberico Pork Bun


그런 상황에서도 다음날 예약 잡았던 이유는 바로 이 딤섬 메뉴와 전날 주문 했지만 결국 못 먹었던 초면 때문이다.


처음에 나온 번은 냄새부터 밀가루 냄새가 풀풀 나는데 역시나 한 입 베어무니 덜 구워졌었다.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두 번째 나온 것도 전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덜 구워졌었다. 그래서 다시 또 돌려보냈다. 그리고 20분이 넘도록 다시 이 번은 나오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굳이 여기에 다 쓰고싶지는 않다. 다만 한국에서 수급 가능한 재료와 홍콩 현지에서 수급 가능한 재료의 차이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고, 한국인 스태프와 홍콩 현지 스태프의 조리 실력도 차이가 난다는 것 역시 다 알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인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짜다라는 소리, 나는 이야기 하지도 않았기에 이걸 굳이 Mott32 총괄 셰프가 나에게 직접 와서 할 필요가 없었는데 왜 나와서 그 이야기를 했는지 그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항의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단지 내가 원한 것은 이 번이 덜 구워졌으니 다시 내달라는 거였고, 결국 내가 들은 답변은 두번 되돌려 보내고 나서 Mott32 총괄 셰프에게 들은 답변은 발효가 끝난 준비된 재료가 없어서 더 이상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총지배인과 팔레 드 신 총괄 셰프와 Mott32 총괄 셰프가 미안한 마음에 제공한 음식들은 굳이 평하고 싶지 않기에 빼버렸고, 나머지 내가 주문해서 먹은 딤섬들과 디저트들에 대한 평을 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빼버렸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저트를 먹고 나서 계산서를 달라 했더니 저 번이 포함된 계산서를 갖고 오는 것이었다. 바베큐 번은 가격을 안 받겠다고 이야기를 사전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기에 그것만 빼서 다시 계산서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내가 들은 대답은 '오늘 드신 음식은 저희가 죄송한 마음에 서비스로 그냥 드리겠습니다, 대신 다음에 다시 꼭 방문해 주십시오' 였다. 나는 그런 한국적인 응대를 너무 싫어하므로 그냥 내가 먹은 것은 계산하겠다라고 다시 이야기 했지만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더 웃겼던 것은 이런 상황에서 레스토랑 매니저가 직접 나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서버를 거쳐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서버가 무슨 권한이 있겠는가? 위에서 지시가 그렇게 내려졌으니 그대로 따르는 것인데 거기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 결국 그냥 나와버렸다. 결과적으로 공짜로 음식을 먹은 것인데 그러므로 내가 음식에 대한 평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빼버렸다.


그러나, 나는 이런 한국적인 응대 방식이 너무 불편하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다시 여기를 방문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때에도 여전히 서비스가 여러가지로 미흡하고, 음식들도 잘못 나오는 경우 또 되돌려 보내거나 항의 한다면, 그게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혹시나 공짜를 바라고 먹을건 다 먹고 항의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더운 여름날, 나는 광화문까지 걸어가면서 계속 이 상황을 곱씹었다. 그리고 지금도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내가 다른 요리들을 맛 보러 가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그냥 끝내야 하는지 말이다.

댓글 2개:

  1. 인스타 언니들은 사진 찍어 올리면서 어떤 코멘트를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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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스타 언니들은 사진 찍어 올리면서 어떤 코멘트를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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