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5. 27.


조선 팰리스, 더 그레이트 홍연, 호텔에 들어설 때부터 정말 웃겼었다. 도어맨들이 무슨 유럽 여느 궁전의 근위병도 아니고 그 괴랄한 유니폼을 입고 문을 열어 주는데 입구의 로고며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조각상이며, 오너의 취향이 레스케이프 때부터 참 한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럭셔리' 를 추구할 것이라면 좀 더 돈을 써서 진짜 화려하게 하지, 건물 임대해서 들어서서 그러려니 해도 그렇다면 '럭셔리' 같은 용어는 좀 자제 하던가, 인플루언서 동원해서 홍보도 하루 이틀이지 이런 터무니 없는 복제 수준이 한국에서 '럭셔리' 평가를 받는 현실이 정말 웃겼었다. 해외에서 진짜 '럭셔리' 가 무엇인지 경험 해 본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는데, 비판은 커녕 오히려 국내에선 인기가 많다. 1914년을 강조하면서 유럽이 아닌 곳에서 유럽과 연계한 개념으로 들어선 '조선 팰리스', 그럼 아예 유럽인 것처럼 나아가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레스토랑에도 그대로 전해지는데, '홍연' 도 아니고 무려 '더 그레이트 홍연' 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홍보하는데 심지어 메뉴판 첫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있다.

"붉은 실로 맺어지는 영원한 인연, 홍연. 더 그레이트 홍연은 품격이 느껴지는 호사로운 공간에서의 진귀한 식사로 귀빈과의 특별한 인연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광동식 정통 파인 다이닝의 황홀한 맛의 향연은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메뉴판 첫 페이지에 나온다. 왜 말도 안되냐고? 메뉴판에 나와 있는 요리들 중 광동 요리가 몇 가지가 있었을까? 심지어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방향이 '건강'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인 다이닝이 '건강' 을 생각한다고? 이걸 또 소비자들은 대환영 하는 분위기, 그러니 이런 말도 안되는 행태가 먹히는 것이겠지.


사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호텔과 다이닝은 더 이상 믿음이 없다. 그래서 이 곳도 갈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방문했을 뿐이다. 물론 내가 먹은 것은 모두 금액을 지불하였고 그래서 음식 - 요리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 - 에 대해서 평을 쓸 수 있지만 어쨌든 음식이 궁금해서 간 것은 아니었고 따라서 기대한 것도 없었기에 실망한 것도 없었다. 다만 몇 가지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음식 따위에 대한 평보다 이런 음식 따위가 나오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다.






먼저 서버가 '반찬' 이라며 제공하는 이 음식들, 반찬인데 짠맛이 밑바탕에 있지 않고 식초가 들어간 것 같은데 싸구려 빙초산 따위를 쓴듯한 시큼한 신맛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홍연에서처럼 다진 마늘 맛이 강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런 '반찬' 을 대체 언제까지 정통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내세우는 곳에서 만나야 하는가?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는데 이런 것도 안 내준다면 또 야박하다고 그럴까?






닭과 돼지로 소위 말하는 '육수' 를 뽑았을텐데 감칠맛과 지방의 고소함 따위는 전혀 없는 간이 하나도 안 된 멀건 국물에 송이와 심지어 모렐까지 들어갔지만 버섯의 향과 맛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 이 신기한 수프가 광동식 정통 파인 다이닝에서 나오고 있다. 아무도 이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고, 오히려 간이 될 수록, 지방의 고소함이 선명해질수록 항의가 많은 현실을 대체 언제까지 만나야 하는가?






볶음밥에 나오는 국물까지 완벽했었던 더 그레이트 홍연이다. 국물 따위는 주지도 않는 진짜 정통 광동식 레스토랑이 여전히 욕 먹는 현실, 심지어 밥을 볶았는데도 질척거린다. 열이 가해져 수분이 제거되는 과학적 근거는 알 필요도 없고, 그게 볶음밥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저 한식에서의 밥처럼 촉촉해야지! 그러면서 또 불맛은 찾는 모습들을 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음식이 나오는 것이 한편으로 또 이해된다. 

그래서 나는 더 그레이트 홍연의 음식에 대해서 딱히 큰 불만이 없었다. 이렇게 내놓지 않으면 욕을 먹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사실 이 날은 자리에 앉자마자 불쾌한 일이 있어서 식사하는 내내 괴로웠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남자 두 명은 여자를 따먹니 어쩌니 같은 음담 패설을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물론 항의해봤자 이런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사과하지는 않을테니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있는지 문의 했었는데 오픈 첫 날 만석이어서 옮길 수가 없었다. 직원들도 쉽게 제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식' 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한편으로 반대쪽 옆자리에는 어디 '미식가 모임' 에서 모여서 온 것 같았는데, 듣기 싫어도 다 들리는 대화 내용을 계속 들어야 했었다. 손님들의 요구가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되었든 잘못 조리된 음식들을 먹고 오히려 감탄사를 내뱉는데다 광동식 레스토랑에 와서 '짬뽕', '탕수육' 과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니 마니, 심지어 가격을 고려해서 코스가 낫니 단품이 낫니, 정말 '미식' 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을까?

나는 지금 저 두 팀의 사람들을 흉 보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레스토랑 어디를 가도 저 두 지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대화 내용들을 듣기 싫어도 다 들어야 한다. 편하게 룸을 예약해서 다른 사람 피곤하지 않게 배려좀 해주시지, 비용이 부담된다면 큰 소리로 이야기 하지를 말던가! 


괴랄한 '조선 팰리스' 라는 명칭, 번지르르 하게 꾸몄지만 '럭셔리'는 커녕 '복제' 수준의 내부 모습들, 파인 다이닝에서 '건강' 을 찾는 모순, '미식가' 라 자처하지만 형편 없는 음식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모습들, '파인 다이닝' 에서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 여전히 대한민국 수도에서 쉽게 마주치는 모습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손님 비위를 맞춰주려 오픈 첫 날 고생한 더 그레이트 홍연 전직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2021. 5. 23.


드디어 이 레스토랑의 리뷰를 쓴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의미가 있을까? 싱가포르를 다녀온 직후 전 세계적으로 터져버린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리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국에라는 평이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미루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기에 이제서라도 글을 쓰지만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쓰는 글이라 자세한 내용들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 사실 래플스 싱가포르는 호텔로써 명성은 자자했지만 다이닝 수준은 티핀 룸을 제외하고 거의 처참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식들이 맛이 없었다. - 옛 프렌치 레스토랑 자리에 그 유명한 - 인플루언서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 안나 소피 픽의 레스토랑이 새로 들어섰다.

싱가포르에도 미슐랭이 진출 하면서 몇몇 호텔들이 일종의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다이닝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 바 역시 마찬가지 분위기이다. - , 래플스 싱가포르도 재단장을 하면서 다이닝에 엄청난 투자를 하였다. 다분히 미슐랭을 노린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 미슐랭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 어찌되었든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과감한 투자는 언제나 환영한다. 덕분에 투숙객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었던 호텔 정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싱가포르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가!

여느 인플루언서들이라면 안나 소피 픽이 어떻고, 래플스 싱가포르가 어떻고 호들갑을 떨겠지만 나는 그런 글은 쓰지 않으므로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것은 음식이지 그 주변 이야기들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을텐데, 사실 옛 래플스 싱가포르의 모습을 생각하면 규모가 클 수는 없다. 손님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저녁을 늦게 시작하는 서양 문화를 생각 하면 내가 이른 시간에 - 오후 여섯시에 예약하였다. - 와서 그렇다. 

오후 여덟시가 넘으면서 손님들이 많아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는 아니고 다들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서 혼잡스럽다는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빵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제발 '식전빵' 이란 미명하에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배를 채울 수 있네 없네 따위의 후기를 그만 봤으면 좋겠다. 빵이 언제 나와서 언제 사라지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다 해도 맛집 블로거라고 자처하는 사람들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미식이란 어떤 존재인지 정말 궁금하다.

더불어 파인 다이닝에서 빵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만든 빵이란 어떤 것인지 이제는 말 하는 것조차 지겹다. 겉바속촉 따위를 외치지만 정작 이렇게 잘 구워져 나온 빵은 대부분 탔다는 반응이다. 겉이 바삭하다는 것이 딱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속이 촉촉하다는 것이 덜 구워져 축축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Elegance

Berlingots

Pasta parcels filled with French cheese fondue, Fennel broth, lovage and absinthe red Kampot pepper

가장 중요한 음식 이야기를 해보자. 이날 나는 가장 상위 메뉴인 엘레강스를 선택했었는데, 베를랭고라는 이름을 봤을 때 언뜻 머리 위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사탕이었다. 다행히도 (?) 사탕이 나오지는 않았고 모양만 본떠서 나왔는데 프렌치 레스토랑이지만 레스토랑이 있는 도시가 싱가포르임을 셰프는 잊지 않았었다. 무슨 말이냐면 눈으로만 보았을 때 판단 - 물론 싱가포르가 판단의 대표적인 도시는 아니다. - 이 먼저 떠오르지만 먹으면 싱가포르의 푸르름 - 꼭 특정 공원이 아니어도 싱가포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푸른 정경들 - 을 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정말 우아하게 맛으로 표현한 요리들, 직원들의 우아한 동작들 -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 , 우아한 분위기 - 흐르는 음악과 실내 디자인 등 - 일종의 삼위일체가 아닌가! 단순히 유명 셰프 이름만 빌려온 것이 아니다. (미슐랭을 노리는) 의도적이지만 의도적이지 않는, 이 날 지불했었던 음식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정말 황홀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Isojiman Junmai Ginjo

이 날 내 테이블을 담당했던 소믈리에는 일본 출신이었는데, 처음에 와인 페어링을 선택 했었을 때 조심스럽게 사케도 같이 추천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다분히 일본인이라서 권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나는 요리와 짝이 잘 맞다면 크게 상관이 없었기에 괜찮다고 했었는데 이 날 가장 만족스러운 짝짓기였었다. 사케에서 살포시 느껴지는 열대 과일 향들이 생선 요리와 캐비아의 향들을 감싸주며 여전히 싱가포르에 와 있는 분위기를 이어줬었다.

이 날도 거의 대부분의 와인들을 반 이상씩 남기니 소믈리에가 정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혹시 부족하거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었는데, 사실 내가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이야기 하니 안도하는 모습이 괜히 미안했었다. 내가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인 소믈리에도 최근에 채용되어 곧 같이 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던데, 귀국 후 터져버린 코로나 19 상황의 여파가 꽤 긴 상황이어서 지금도 근무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근무하고 있다면 잘 어울리는 한국 전통 술을 짝 지을 수 있을까?













Poularde de Bresse

Marinated with sake, Baby turnip in different textures, Emulsion infused with lemon verbena and green shiso







White Mille - feuille

Ginger flower light cream, Confit grapefruit, Litsea cubeba emulsion


하지만 모든 요리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메인인 뿔라흐드는 뜬금 없이 싱가포르에서 프랑스로 훌쩍 건너 뛴 느낌을 받았었다. 프랑스에서 냉동되지 않은 닭을 직수입 했다던가? 차라리 평범하더라도 와규 스테이크를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코스의 흐름과 벗어나는 메인 요리였었다. 이는 디저트까지 이어지는데, 들어간 재료들만 보면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벗어나지 않지만 - 넓게는 동아시아 - 정작 맛은 앞서 닭과 함께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다소 맥이 빠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싱가포르를 재방문 하면 이 곳은 다시 들릴 생각이다. 





최근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확인해 보니 치즈 가짓수가 더 늘었었다. 내가 방문했었던 당시만 하더라도 오픈한지 삼사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으니 다시 가게 된다면 그만큼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첫 방문 당시 느꼈었던 아쉬운 부분들도 달라지지 않을까?

2021. 5. 17.


예약 확인 후 직원 안내를 받지 않고 그냥 일단 들어간다. 외투는 입구에서 벗어서 맡기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앞에 서서 벗는다. 덕분에 옆자리에 앉은 다른 손님들은 먼지를 그대로 마셔야 한다.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바는 오픈 초창기에 아주 잠깐 운영했으나 지금은 그저 하나의 소품일 뿐이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켜본 모습들이다. 오늘도 네이버 세상에서의 리뷰 대다수는 뷰 맛집, 프로포즈 맛집으로만 소문이 나있고, 인플루언서들은 음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이 집 잘하네 못하네, 더 나아가 미슐랭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빵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식전빵이니 음식 나오기 전에 빵으로 배를 채우면 안된다고? 이런 상황에서 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여전히 빵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아니면 오픈 초에는 꽤 신경 썼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이렇게 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픈 초부터 갔던 사람이 아니니 확실치 않다.







식전주 주문도 마찬가지, 이걸 강매라고 생각하거나 무료인줄 알았는데 유료여서 어이가 없었다 따위의 리뷰는 여전하다. 다들 잘 차려입고 와서 음식에 수돗물 - 파인 다이닝에서 무료는 오직 수돗물 뿐이다. 한국에서는 정수기에서 나온 물이겠지만 - 을 곁들인다. 아니면 달달한 와인만 찾거나.







지난 세 차례 방문 결과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에서는 오직 Emotion 메뉴만 선택할 것이라 다짐 했었는데, 그게 단순히 가격이 가장 저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맛으로 표현했을 때 다른 두 코스와는 달리 가장 색을 잘 보여줬기 때문인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을 주제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봄의 시작에서 끝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인 음식의 맛은 짠맛보다 단맛 중심이었다. 짜다는 항의가 여전한 것일까? 나는 셰프가 의도적으로 단맛에 조금 더 초점을 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로 향도 의도적으로 죽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입체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계란 요리, 트러플과 계란의 조합은 가장 고전적이지만 이 맛 없는 국산 계란은 트러플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그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줬었다. 

국산 식재료의 맛없음 때문에 이제는 선택하지 않는 Must Try 의 재림, 셰프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닉 알레노' 가 직접 주방을 지킨다 해도 최상의 결과를 보일 수 있을까?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는 여전히 무성의한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노오력' 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반응은 한결 같으니 이 정도가 최선의 조합이라 생각하고 이대로 내놓는 것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의 없고 변함 없으며 코스의 마지막으로써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치즈는 이제 영영 안녕, 커피도 주문하려니 유료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따위의 질문을 대체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가?





그렇다고 해서 레스토랑은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이런 프린트까지 내놓을 정도라면 제발 이제는 먹는 사람이 칼과 포크를 어떻게 놓아 두었는지 잘 보고 치울지 말지 결정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해도 아직 다 먹지 않았다는 신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시를 치우려는 부지런한 서버를 이날도 만났었다.

와인 페어링도 마찬가지, 아무리 한국에서 와인 페어링이 일상화 되어 있지 않다 해도 그렇지 그 가격을 받으면서 - 나는 지금 와인 페어링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 평범한 짝짓기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는 그래도 어떻게든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려고 애를 쓰는데, 와인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좋게 보아 입안을 정리해 주는 정도의 수준에서 끝이 난다. 무엇보다 소믈리에의 역할, 한 번도 짝짓기가 어떠한지 묻지 않더니 마지막에 묻기는 하는데 내 이야기를 딱히 귀담아 듣는 눈치는 아니었다.


바뀔 때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잘 알고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가 미식가로 자쳐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리뷰를 올릴 수 있는 지금, 대부분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가? 

2021. 5. 11.


거의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 브랜드의 팔찌 역시 매장이든 패션 사이트든 눈에 띄었을 때 구매를 해야 한다. 네이비와 같은 색상이야 매 시즌마다 계속해서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의 색상은 해당 시즌이 지나면 정말 구매하기 힘들다.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여러번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현재 파페치만이 해당 브랜드의 품번을 홈페이지에 같이 표기한다. 반드시 품번을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모니터에서 보이는 색상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에 보다 정확하게 색상 정보를 알려면 품번을 대조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유명 패션 사이트에서는 색상이 비슷하게 보이면 그냥 구매를 안 하는데 - 물론 무료 반품 등의 정책이 있긴 하지만 국내든 해외든 반품 처리하는 것은 언제나 귀찮다. - 파페치는 자세하게 알려줘서 좋다.










뜨거운 여름날 이 색상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파페치 홈페이지에서 판매한다고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주문했었다.

2021. 5. 8.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포시즌스 호텔 서울 가든 테라스의 비어 앤 버거는 첫 날부터 느낌이 불안했다. 오전에 갑자기 쏟아지던 폭우가 그친 뒤 저 자욱하게 깔려 있는 황사를 보라!

코로나 19 영향 때문에 테이블 수는 줄었고 단체 좌석도 치워졌지만 분위기는 여전하다. 기존의 조리 공간은 연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 갔고 대신 칵테일과 맥주만 보인다. 더워 보이던, 그리고 그 더운 여름날 불편했을 직원들의 유니폼도 시원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왜 불안 했단 말인가?


이 블로그를 꾸준히 구독한 독자 여러분들이라면 내가 이 호텔의 버거에 얼마나 환상이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오픈 초창기 한창 투숙할 때 호기심에 새벽에 주문했었던 버거 말이다. 물론 그 버거는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지금은 다른 도시로 떠난 전 어시스턴트 디렉터는 미국 출신이었기에 그때까지가 정점이었다. 심지어 1층에 있는 마루 라운지에서는 버거와 셰이크 행사까지 진행 했었다!


더 이상 버거는 그 폭발적이던 짠맛과 감칠맛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녹은 치즈도 이제는 희미하고, 패티의 크러스트마저 사라져버렸다. 그놈의 짜다와 이상한 냄새가 난다와 탄 것 아니냐의 항의는 내가 이 곳을 찾을 때마다 옆에서 심심찮게 들었기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그나마 간이 하나도 안 된 것은 아니었다.







Vermouth N Tonic

Sweet Vermouth, tonic water, fruits


첫 해의 다양했었던 외국 병맥주와 그 이듬해까지 풍성했었던 버거의 가짓수도 사라져버렸다. 재작년부터인가 국산 맥주로 대부분 대체 되고 심지어 올해에는 국산 사과로 만든 사이더까지 등장했다. 버거보다 바베큐 메뉴에 초점을 둔 분위기이다. 토마호크와 자이언트 랍스타 말이다. 스낵 메뉴도 좀 더 늘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어준 것은 이 칵테일 한 잔 뿐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했었던 것들은 외면 받고, 대중성을 선택해야 인기가 많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주연이 되어야 할 음료와 음식은 보이지 않고 그저 음악과 분위기, 인스타그램만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볼 수록 더욱 가기 싫게 만들던 가든 테라스 비어 앤 버거 홍보 사진이 드디어 올해 바뀌었다. 물론 오픈 당일에 인스타그램에 달랑 사진 하나 올리는 호텔 홍보팀의 만행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이 역시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 있는 호텔들은 외국게 브랜드라 할지라도 인스타그램 활용을 너무 못한다.

2021. 5. 3.


올해에도 어김없이 5월이 되니 서울의 호텔들은 빙수를 내놓는다. 한국에서 신라 호텔의 위상은 성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어느 호텔이든 '망고' 빙수를 내놓고 또 신라 호텔과 비교 당한다. 

다들 우유를 얼려 곱게 갈아서 그 위에 생과일 썰어서 올려 놓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늘 말하지만 그게 음식으로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의 우유는 유지방의 고소함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생과일도 상황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클텐데 달면 달아서 맛있고, 달지 않으면 달지 않아서 맛 없고 그 수준에서 평가만 뒤따른다. 그렇게 달디 단 과일이 좋다면 굳이 호텔에 가서 생과일이 잔뜩 올라간 빙수를 줄을 서가면서 기다렸다가 먹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런 관점에서 그러면 너는 왜 매년 빙수를 먹으러 특정 호텔에 가는가 하겠지만 적어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맛을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년 기다리는 것 뿐이다. 내 블로그 글을 꾸준히 보았다면 내가 얼마나 빙수에 대해 부정적인지 알 수 있다.

올해에는 예전처럼 '월드 오브 빙수' 주제가 아닌 분위기인데, 외국인 페이스트리 셰프가 재해석한 한국의 빙수를 올해에는 어떻게 맛을 표현했을까? 그래서, 첫 날에 방문했었다. 안타깝지만 첫 날에 먹고 난 뒤 며칠이 지나 재방문 하면 맛은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기에 어떻게든 새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당일에 방문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Jeju Apple Mango Bingsu

Shaved iced milk, fresh apple mango, mango pudding, mango sauce, mango sorbet


드디어 (?)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망고가 아닌 제주도산 애플 망고로 빙수를 내놓았다. 애플 망고란 명칭이 참 웃기다는 생각도 드는데 - 하필 그 이름을 일본에서 지었고, 신라 호텔은 일본의 유명 호텔과 꽤 관계가 깊다. - 이 품종이 망고의 최고봉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엄청난 당도때문에 최고 품종으로 치는 분위기이다. 그러니, 망고 특유의 신맛과 약간 아린듯함이 의외로 거부감이 컸었고, 후숙 따위는 무시하는 분위기이니 - 예쁘게 썰어서 올려두어 사진상으로 잘 나오게 하려면? - 그런 여건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신라 호텔이 역시 최고야 하는 분위기,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디저트의 일종이니 단맛과 신맛, 유지방의 고소함, 반으로 가르면 층을 이루고 있는 형태까지 충실하게 기본을 따르려 한 흔적은 보이지만 총합의 맛은 물음표이다. 차라리 욕을 계속 먹을지언정 예전처럼 망고 빙수를 내놓았으면 어떠했을까? 향까지도 무의미 한 이런 빙수를 먹으니 빙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확장될 것이 이제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더욱 확장되었다.

생과일의 품질이 언제나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그래서, 그동안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조리를 선택했었는데, 이게 또 '통조림' 제품을 쓴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전형적인 디저트의 형태를 따르려고 한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16년에 처음 나왔을 때 신맛이 매력적이었던 베리 빙수는 당시 찰스 H. 바의 헤드 바텐더가 만든 알콜 시럽을 더하면 더욱 풍부해지는 맛 (flavour) 이 인상적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가 요금을 지불해가면서까지 선택하지 않아서 알콜 시럽은 어느 순간 빠졌었고 올해에는 매력적이었던 신맛마저 좀 더 약해졌다. 전통적인 팥빙수였던 마루 빙수 역시 흑임자로 바꿨는데, 유지방의 고소함을 흑임자의 고소함으로 대체한 것 같으나 탄 듯한 쓴맛의 여운이 의외로 길어서 잘 만든 단팥이 너무 아쉬웠었다. 

세 빙수 모두 아쉬움이 컸지만 대신에 각각 사이드로 또는 빙수 위에 또는 빙수 안에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는 여전히 먹을만했었다. 당연히 빙수는 대부분 남겼지만 아이스크림과 소르베는 남김 없이 다 먹었다. 빙수 대신 더 잘 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를 판매하면 좋겠는데, 그게 또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해하기에 이래저래 현실이 너무 아쉽다.


아무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디저트의 형식따위는 아예 다 무시하고 우유 얼음에 생과일 잔뜩 올리고, 그 생과일도 매일 당도 측정해서 일정 당도 이상의 생과일만 올린다면 어떠할까? 그러면 오히려 호평을 받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디저트의 형식이 어떻고, 주제를 어떻게 맛으로 표현했는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호텔, 생과일 빙수, 인스타그램, 무엇을 하든 결론은 신라 호텔, 언제부터인가 빙수는 그냥 하나의 유행인, 한국에서의 여느 음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 월드 오브 빙수는 이제 사라진 대신 매달 바뀌는 빙수 메뉴가 하나 따로 있는데, 5월에 나온 빙수는 그나마 디저트로써 먹을만하다. 이 빙수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따로 글을 쓸까 생각중인데, 일단 나는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