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6. 27.


2015년 오픈 이후 꾸준히 광동 요리를 비롯해서 중국의 여러 지역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인기는 북경 오리와 게살 볶음밥, 불도장과 마파 두부, 하가우와 씨우마이, 샤오롱바오뿐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모든 요리를 잘 알고 먹는 것은 아니기에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여기에서 안 해도 되는 말들을 갖다 붙이니 그것이 문제이다. 미슐랭 별을 잃을만하다, 하가우를 제외 하면 내놓는 딤섬들은 사문난적이다, 웰컴 드링크를 강매한다 이런 평가들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메뉴 개편들이 큰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는 다음 메뉴 개편 - 길어봤자 석달이다. - 시기에 또 사라질텐데?

해외의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빠지지 않는 수프 중 하나가 건부레 수프인데, 한국에서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지만 드디어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물론 나온 형태는 한국인들의 선호도를 고려한 듯 걸죽하게 내놓고 건부레 등도 아주 잘게 썰어서 넣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맛과 질감을 선보인다. 탱글탱글하면서도 아주 약간 끈적이는 듯한 건부레의 질감과 더불어 돼지 또는 오리가 갖고 있는 지방의 고소함과 풍성한 질감은 만나기 어렵다.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이게 다음 메뉴 개편 시기에도 살아 있을까?








딤섬 메뉴는 거의 절반 가까이 바뀌었는데 - 그래봤자 유 유안에서 선택 가능한 딤섬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 항상 처음 만나는 딤섬들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반갑다. 사실 해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긴 한데, 나도 먹는 양은 제한적이니 늘 선택 순위에서 거의 제외되었던 것들이라 사실상 처음 먹는 것이었다.

그동안 유 유안의 새 딤섬 메뉴들은 간이 세다라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그래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맛의 딤섬으로 바뀌고 결국 다음 메뉴 개편 때 사라지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딤섬의 짠맛보다 소스가 아쉬웠다. 예를 들어 튀긴 하가우의 경우 메뉴명에는 파인애플과 토마토 소스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단맛이 주를 이루고 신맛이나 감칠맛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었다. 바질 소스도 그 특유의 향은 잘 느껴졌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이것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낼 수 있는 맛이 한계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결국 소스는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데, 대중적으로는 오히려 담백 (?) 해서 좋다라는 평을 받을 것 같다.

2022. 6. 7.


올해에도 제주도산 애플 망고 빙수 유행은 여전하다. 애플 망고가 망고의 수 많은 품종 중 가장 맛있는 품종인가? 글쎄, 우유를 얼린 얼음 위에 망고를 올려서 먹는 것은 망고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가? 글쎄, 아무렴 뭐 어떠한가? 시원한 호텔의 라운지에 앉아 십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빙수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제각기 다를텐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과연 빙수라는 것이 하나의 음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다른 호텔들처럼 매년 망고 빙수를 비롯해서 몇 가지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의도는 좋은데 결과물은 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올해 새로 바뀌면서 올해 주제는 '디저트' 인데, 일단 주제에 맞게 만들긴 하였다. 문제는 고정관념이 그 결과물을 산으로 가게 만들고 있었다.

빙수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팥빙수일텐데, '흑임자 크렘 브륄레 빙수'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형적인 팥빙수, 팥과 떡이 올라간 빙수인데 떡이 문제였다. 차가운 얼음과 만나 딱딱하게 굳는 것부터 불편하지만 설사 그 전에 재빠르게 먹는다 해도 끈적거리며 이에 달라붙는 떡의 질감은 빙수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설정, 부드러운 얼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떡고물은 빙수와 한데 섞어버리면 곤죽이 되어버리는데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지 않다. 무엇보다 팥, 떡, 위에 올린 흑임자 푸딩, 바닐라 아이스크림, 연유까지 모두 다 단맛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맛의 균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안그래도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빙수가 더더욱 빨리 물려 몇 숟갈 먹다가 지쳐버린다. 

이런식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텐데 팥빙수는 무조건 떡이 들어가야 한다, 팥은 무조건 달아야 한다는 관습적인 개념이 음식을 망쳐버리고 있었다. 팥에 소금간을 하는 것도 관습적일텐데,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굳이 부드러운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 떡을 꼭 넣어야할까? 그렇지 않고도 얼마든지 '팥빙수' 를 맛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차라리 '제철 과일 샤를로트 빙수' 를 먹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이 균형을 맞춰 주고, 함께 들어간 레이디 핑거가 부드러우니 말이다. 물론 굳이 샤를로트를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극찬하는 '신라 호텔'의 빙수보다 더 비싼 '골든 제주 애플 망고 빙수' 를 먹었을 때에는 정말 이제는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경쟁에서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무엇을 하든 '신라 호텔' 이 망하기 전까지 늘 비교가 될텐데, 포시즌스 호텔에서 추구하는 하나의 음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굳이 알고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애를 쓸 필요는 없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 따위는 최대한 억누른채, 단맛을 더욱 증가 시키기 위한 노력을 볼 때마다 그럴바에 그냥 설탕 찍어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게다가 일정치 않은 결과물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조리' 를 하는 순간 대중들의 반응은 '생과일' 이 아닌 '조리된 과일'은 무언가 꼼수를 부린 것이라 받아 들이니 어떤 날은 당도가 괜찮은데 또 어떤 날은 당도가 시원찮으니 결국 비교해보면 돈만 비싸지 맛은 더럽게 없다라는 평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거기에 더한 민트 푸딩이라니! 질감 대조를 위해 넣은 크럼블이나 결과적으로 단맛을 더하기 위한 마시멜로 같은 쓸데 없는 것들은 왜 넣어서 먹기 불편하게 만드는가!


맛의 조합은 상관 없다. 달디 단 망고를 떠먹다가 남은 얼음에 살짝 단팥 올려서 먹으면 딱 좋은 빙수가 최고이지, 디저트 개념으로 접근해봤자 알고싶지도 않고 그저 쓸데없는 짓을 한, '아 여기 셰프는 외국인이라지? 그러니 결과물이 이런식으로 나오는군' 평이나 받는 것이다.


빙수에 대해 리뷰를 할 때마다 늘 결론은 같다. 차라리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먹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디저트, 아니 그냥 얼린 얼음만 하더라도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게다가 몇 숟갈 먹다보면 맛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진다. 물론 한국에서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