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4. 27.


드디어, 드디어 한국에서도 건부레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이번 시즌 추천 메뉴는 두 가지만 새로 등장했는데 하나는 죽순, 다른 하나는 건부레로 가장 고전적인 요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아쉬움이 컸었는데 죽순의 경우 전채로 살짝 데쳐서, 채소 요리로 웍 프라이드 해서 소스와 함께 무언가 새롭게 나올거라 예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건부레 역시 수프 하나와 함께 최소 두 세가지 요리는 새로 나올거라 예상했었는데 역시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방을 둘러싼 한국에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셰프가 모든 요리를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웍 프라이드의 경우 한국인과 외국인이 조리한 결과물의 차이가 너무 크다. - 물론 이는 단순하게 한국인이니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 게다가 건부레의 경우 한국인이 직접 조리한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셰프 스스로가 여러가지 이유로 주방에 없을 경우 - 예를 들어 쉬는 날이나 휴가를 갔을 경우 - 결국 조리 결과물은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장 최선의 상황으로 조리 방법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셰프가 주방에 없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게끔 말이다.

한편으로 이 블로그에서 아주 지겹게 이야기 한 내용, 많은 한국인들에게 유 유안이 광동식 레스토랑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 요리를 새롭게 만들어 내놓든 많은 한국인들이 선택하는 메뉴는 정해져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어떻게든 메뉴 추천을 하려면 어떤 요리가 나오는 것이 좋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 유안을 찾을 때마다 메뉴판에 존재하는 동안 부지런히 죽순 요리와 건부레 요리를 챙겨 먹을 생각이다. 고전적이든 창의적이든 일단 이런 요리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2022. 4. 24.


아키라 백은 오픈 이후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 아키라 백의 성격을 생각하면 메뉴 변동이 거의 없는 것이 마냥 나쁘다라는 평가를 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요리의 맛이 쉽게 질릴 수 있는 구성이므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 19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 아키라 백의 요리들을 생각하면 결이 다르지만 - 종종 계절별로 한시적인 프로모션 메뉴를 진행한다. 그럴때마다 아키라 백을 찾게 되는데, 이제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아키라 백의 요리들 때문에 방문을 자주 하지 않는 관계로 소식을 뒤늦게 듣고 방문하였다.


봄이다보니 조개란 재료에 초점을 두고 메뉴 구성을 하였는데, 예전 키오쿠 시절의 가이세키 요리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주방 인력이 많이 바뀌다보니 결과물이 썩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구성 자체도 비교적 간소화 한 수준인데, 짐작컨대 일단 아키라 백의 개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코스 구성을 할 수 없다는 이유와 더불어 주방에서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구성한 것은 아닐까?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간거라 그렇게 큰 실망을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블로그에 글을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양식이든 일식이든 코스로 구성된 경우 대체로 양이 적다라는 평을 많이 보게 되는데, 파인 다이닝이 배 부르게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양식의 경우 빵이 코스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먹지 않으니 포만감이 덜한 것인데, 반대로 한국에서의 한식과 일식 - 가이세키 류와 같은 - 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날 내가 먹었던 코스 요리는 마지막에 초밥이 나오기 전까지 코스가 진행되는 내내 탄수화물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포만감은 전혀 가질 수가 없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상 차림 문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 요리에서의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이제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참고로 태국 요리와 광동 요리는 코스 메뉴의 경우 수프 다음에 나오는 요리들은 식사 메뉴와 동시에 나온다. 이걸 또 한국에서 미식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먹는 사람의 속도를 고려 하지 않고 한꺼번에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말이다.

2022. 4. 23.


직구의 매력 중 하나가 국내 매장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 - 물론 관부가세와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유명 직구 사이트들은 대부분 한글을 지원하면서 가격대가 국내 매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를 정말 좋아하지만 사람 심리라는 것이 참 그런게 예전 가격을 자꾸 생각하면서 - 브랜드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 지갑을 잘 열지 않게 되어버렸다. 결국 세일할 때나 할인 코드가 발급될 때만 구입하는데, 그러다보니 정말 사고싶었던 팔찌가 종종 품절되면서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품절될까봐 얼른 구입부터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살 수 있으면 사고, 아니면 말고가 되어버리니 나 스스로 사람 마음을 정말 모르겠다.






파페치에서 세일할 때 구입했는데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진이 돌아간 것은 아니다. 이 제품은 박스가 좀 크게 나오다보니 저렇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냥 무난하게 차고 다닐 생각에 이 색상을 구입했는데 막상 사놓고 보니 또 잘 착용을 하지 않았다. 조금 후회가 되는데 별 수 있나, 어쩌다 한 번이라도 차고 다녀야겠다.

2022. 4. 19.


예상대로 '뷰 맛집' 으로 유명해졌다. 오픈 초 열정이 넘치던 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그만둔 직원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이곳의 문제는 한국의 거의 모든 유명한 '맛집', '뷰 맛집', '고오급 오성급 호텔 라운지' 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주문했던 베린은 여전히 매끄러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단맛과 신맛의 균형? 그런 것은 이제 한국에서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망고와 패션 프루트를 넣었는데도 이 정도 수준의 맛내기라면 그 이유는 뻔히 짐작된다. 심지어 티라미수는 해동이 덜 되어 언 상태 그대로 나왔었다. 올려놓은 딸기는 물컹거리며 흐릿한 단맛과 함께 신맛은 없는 국산 딸기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는데, 떠먹기 불편한 상태로 올려놓았었다. 이미 두 번 넘게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뀌었는데, 바뀌었다면 예전과 달라져야 하지만 - 단순하게 기술적인 문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 그런 결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녁에는 칵테일을 마셨는데 주문한 보스턴 쿨러는 얼음 알갱이가 마시는 내내 계속해서 씹혔었다. 호텔 라운지 바의 칵테일 결과물에 대해서 크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 이는 해외 호텔도 마찬가지이다. - 그래서 결국 라운지 38은 어떤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들 먹을만큼 먹어봤다고, 마실만큼 마셔봤다고 전제를 하면서 리뷰를 남기는데 이 정도 수준의 결과물이라면 당연히 비판을 해야겠지만 그런 리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후기는 '뷰' 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 페이스트리 셰프는 떠났고, 바는 병째 주문한 와인과 위스키 중심, 서울에서 제주까지 거의 모든 호텔들이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다들 맛은 개인 취향, 사람마다 다르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2022. 4. 11.


이번에 방문하니 새로운 메뉴가 추가되었다. 봄을 맞이해서 이른바 '봄 특선' 메뉴이다. 서양 요리와 달리 동양 요리는 재료에 좀 더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 서양 요리가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 그게 또 한국, 일본, 중국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일단 중국 요리만 고면 어떻게 조리를 해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굳이 문화 혁명까지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 옛 것을 연구해서 받아들여야 정통, 전통이지 따위 소리를 하기엔... - 광동 요리만 봐도 서양 요리의 조리 기법을 받아 들여 자기네만의 요리로 거듭나지 않았던가?

사실 메뉴명만 보더라도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예상 가능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주문했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얼마나 맞춰 내놓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요리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종종 착각하는데 사실 광동 요리가 그렇게 간이 강한 요리들이 아니다. 오히려 흔히 좋아하는 정통일수록 간을 한 듯 안 한 듯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요리들을 중심으로 메뉴 구성을 해놓았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요리가 다 그런 것은 아니긴 한데, 최대한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간을 강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맛을 더욱 살리는 배려까지 한데다 XO 소스가 들어간 요리도 약간의 칼칼함 - 물론 나는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 만 느껴질 뿐이다. 셰프가 이제는 한국인들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잘 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이런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항상 이야기 하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는 중국 요리, 즉 한국식 중국 요리집은 제주도에도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차이나 하우스의 인기 메뉴는 북경 오리이다. 봄 특선 요리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2022. 4. 5.


한 달 사이에 재방문하였다. 그 이유는? 메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셰프가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더 이상 한국의 파인 다이닝에서 빵에 대한 기대는 않겠노라고 이야기 했었지만 이번에는 빵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한국 호텔답지 않게 의외로 빵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베이커를 초빙하였는데, 드디어 그가 만든 빵이 마리포사에 등장하였다.

'식전빵' 이란 용어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빵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에서 - 스시에선 밥을 엄청 신경 쓰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왜 서양 요리에서 빵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식에서의 밥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  의외의 영입인데, 결과적으로 썩 좋은 상태의 빵이 나오진 않았다. 처음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덜 구웠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대다수의 아주 쫄깃 쫄깃 하다 못해 질척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레스토랑에선 나오는 음식에 따라 다양한 빵을 직접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었는데, 그 결과물이 썩 좋지 못하지만 ㅔ마냥 업장의 잘못이라고 탓하진 못하겠다. 빵을 입으로 베어 물고, 배를 채우면 안 된다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한 조각 정도만 먹고, 빵 접시가 빌 때마다 채워 주는 것이 매우 친절하다고 평하는 현실에서 이 정도면 그래도 꽤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전복과 문어 요리가 마리포사에서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가 된 것 같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 번갈아 가면서 또는 둘이 동시에 - , 당연하게도 전체적인 흐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의 세계를 생각하면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문득 다음 메뉴에서도 이 요리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빠져 버리면?


마리포사 오픈 때부터 일관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smoky, earthy, 그리고 지방이 선사하는 풍성한 바탕인데 다른 요소들은 제쳐 두고 이 세 가지만 집중해서 느끼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항상 갈 때마다 기대 된다. 게다가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sweetbread 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여건만 갖춰진다면 사슴과 같은 육류나 비둘기와 같은 조류 요리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물론 거의 꿈만 같은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여전히 메인은 쇠고기 요리이다.)


한편 와인 페어링의 경우 지난 메뉴에서는 다소 맛의 균형을 맞추는데 급급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요리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셰프와 소믈리에가 처음부터 메뉴를 구상할 때 어떤 조합을 선보일지 충분히 협의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짝짓기였었다.


그러나, 앞서 시작인 빵과 함께 마무리인 디저트의 아쉬움이 매우 컸었다. 메인 요리까지 경쾌하면서도 강렬하게 휘몰아치던 이야기의 흐름은 정작 디저트에서는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끝맺음조차 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디저트의 뻣뻣한 질감은 흐릿한 단맛에 신맛은 거의 없는 물컹거리는 딸기의 질감과 더해지니 그것만으로도 이내 흥미를 잃게 만든다. 초콜릿에서 느낄 수 있는 맛 (flavour) 을 맛없는 딸기가 모두 뒤덮는다고 할까? 그런 가운데 신맛의 라즈베리 소르베만이 그나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