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3. 5. 24.


올해에도 어김없이 5월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가든 테라스를 열었다. 가든 테라스 하면 버거였지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그 주제는 달라졌는데, 2016년과 같이 샴페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해당 샴페인의 진열이 눈에 띄는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놓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인데 2017년에 처음 버거를 내세웠을 때만 하더라도 - 사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식음료 부분에서 늘 최선을 다했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대중성은 비교적 떨어진다는 것이다. -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방문할 수록 달라지는 버거 수준에서 이미 눈치를 챘지만 외국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서 팔기엔 한국은 너무나 절망적인 곳이다. 따라서 올해엔 아예 샴페인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이 차라리 나은 전략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도 호기심 차원에서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하려고 했으나 오픈 당일에 개인 사정이 있어서 주문을 못했는데 다음 기회에 버거를 중심으로 몇 가지 먹어볼 생각이다. 칵테일도 몇 가지 준비되어 있었는데 역시 사정이 있어서 마셔보진 못했고 논 알콜 칵테일 한 잔을 마셨는데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서 술을 못 마시는데 석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싶다면 주문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아이스크림이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이야기 했었지만 어줍잖은 빙수 따위는 이 호텔에서만큼은 그만 만들고 차라리 잘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디저트 메뉴에 호텔에서 직접 만든 - 보통 외주를 통해 납품을 받는다. -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설마 이름처럼 대중적인 아이스크림이 나올까 했었는데 설마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호텔이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사한 것이지만 더운 여름날 옥상에 올라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상상을 해보면 우아하게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보다 이렇게 제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샴페인과 아주 잘 어울렸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몇 년 동안은 대중성에 맞춰 나오는 관계로 식음료 수준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거의 방문을 안했었는데, 올해엔 가볍게 샴페인 한 잔에 버거를 먹고 - 둘이 잘 어울릴려나? -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물고 내려오면 좋을 것 같다. 흥이 나면 2차로 호텔 바를 이용하면 될테고 말이다. 물론 그러기엔 극악에 가까운 대기줄이 부담되지만.


호텔 오픈 초창기인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호텔 바든 가든 테라스든 손님을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웠던 시기를 생각하면 가끔 그 대기줄이 이해가 안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사실 1 ~ 2년동안 극적으로 변한 것은 없으니 이런 변화가 신기할 때가 있다.

2023. 5. 19.


유 유안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중식당은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조리 실력부터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물론 유 유안을 포함해서 서울의 광동식 레스토랑은 "북경 오리" 의 인기가 대단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유형의 일들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항상 갈 때마다 아쉬웠던 것은 디저트의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 물론 광동 요리부터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지만 - 과 그나마 존재하는 디저트도 대부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며 "망고" 디저트만 그런대로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새로운 딤섬과 함께 몇 가지 요리가 새로 나오면 그에 맞춰 디저트도 한 두가지가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디저트 메뉴만 모두 바뀌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고전적인 디저트 세 종류인데 모두 차 - 또는 수프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 형태로 나온다. 내심 아몬드 수프도 같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유 유안 오픈 때 잠시 존재했다가 이내 사라지고 2018년인가 2019년에 다시 잠시 나왔지만 이내 사라졌던 과거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거의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런 형태의 디저트들은 한국인 입장에서 디저트라는 개념으로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대체로 따뜻하고 은은한 단맛 - 단맛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한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달지 않아서 좋은, 그런 의미라고 보면 된다. - 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품으로 주문할 때 대부분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디저트들은 갑자기 메뉴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세트 메뉴에 당연히 들어가겠지만 "망고" 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을 수도 있다.

물론 차가운 디저트들도 존재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인 망고 사고를 비롯해서, 알로에 젤리와 초코볼이 있는데 그 중 흥미로운 디저트는 초코볼이다. 고전적인 디저트인 찹쌀 경단을 서양 요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쌀과 팥의 질감은 부드럽게, 그에 대조되는 바삭거리는 초콜릿, 지방의 고소함은 쌀과 팥 대신 초콜릿이 받쳐 주고 거기에 쌀의 고소함이 더해져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신맛의 소르베가 더해지는데 정기적으론 어렵다해도 이런 식의 재해석한 디저트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바란다.


차가운 디저트들은 그동안의 쿠 셰프 스타일과는 다르게 나름대로 플레이팅에 신경을 써서 나온다. 따뜻한, 고전적인 디저트도 마찬가지인데 그런대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요리들을 단품으로 주문할 경우 꼭 디저트 하나씩은 주문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새로운 디저트 메뉴들도 추가되고, 이번에 새로 나온 디저트 메뉴들도 금새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2023. 5. 15.


5월에 새 메뉴가 나왔고, 메뉴가 나온 첫 날에 이미 다녀왔지만 블로그에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다. 잘 만들었지만 여전히 맛없는 국산 과일의 단점을 또다시 이야기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작성하는 날을 기준으로 이틀 전에 다시 방문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국산 과일의 맛없음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닐뿐더러 셰프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을 한참 벗어난 부분이니 다시 이야기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과일이 달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은 것이 그렇게 단맛 중심의 과일이 좋으면 굳이 과일을 왜 먹으려고 하는가? 설탕이라는 아주 훌륭한 재료가 있다. 국산 과일, 예를 들어 딸기 같은 것은 아주 달콤한데 라즈베리는 달콤하지 않아서 불만이라고? 베리류의 특징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아무튼 셰프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니 그건 넘어가더라도 결정적으로 이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이유는, 비록 라즈베리 타르트이나 피스타치오와의 짝짓기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닌데 첫 날 먹었을 때의 그 고소한 피스타치오의 향과 맛이 재방문 한 날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닥이 포슬포슬하게 가볍고 경쾌하게 부숴지던 질감은 여전히 부드럽긴 하지만 다소 딱딱한 방향으로 바뀌었었다. 내가 새 메뉴가 나오는 첫 날에 무조건 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한다. 그것도 안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달지 않아서 좋다, 꾸덕해서 좋다,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따위의 후기들은 다시 말해 '이 집 정말 조리 제대로 못하는 집이에요.'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걸 칭찬이랍시고 후기를 너도 나도 쓴다. 피스타치오와 같은 견과류의 고소함과 유지방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느끼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느끼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고소함과 신맛의 조합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국산 라즈베리는 신맛이라곤 어딜 둘러봐도 찾을 수 없지만 그래서 커피든 홍차든 음료가 존재하지 않는가?


우리가 라면을 먹을 때 만두 추가, 떡 추가, 파 추가 같은 것은 취향 차이라고 하지만 국물 양이 너무 많거나 면이 불어 터질 정도로 끓인 것은 취향 차이가 아니라 "잘못" 조리했다고 말한다. 라면은 쉽게 구분 가능한데, 디저트류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잘 모를 때에는 차라리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2023. 5. 8.



업무상 매년 또는 격년에 한 번 가게 되는 곳이 에버랜드인데 갈 때마다 속 빈 강정인 곳이라 생각하는데 이곳에서 먹은 음식 또한 일관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일관된 모습이란 것이 칭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내하는 직원은 존재하나 주문은 테이블에서 태블릿 PC로, 결제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구조인데 메뉴는 단순한 몇 가지만 존재한다. 크리스탈 제이드인데 주요 메뉴는 여느 동네 중국집처럼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이 있다. 물론 딴딴면이나 완탕면이 있긴 하지만 짜장면과 공존하는 곳인데 굳이 그 요리들을 주문할 필요가 있을까?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접시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 저기 짬뽕 국물 등이 튀어서 묻어 있고, 젓가락은 비록 입에 닿는 부분은 아래로 해서 모두 세워놓았지만 어찌되었든 손님이 꺼내야 한다. 반찬과 물은 셀프 서비스, 가서 보니 위생 상태는... 정말 내가 크리스탈 제이드에 들어온 것이 맞는가?


한국에서 외국 요리는 신기루 같은 존재이니 특히 이런 프랜차이즈점은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기에 배만 채운다는 생각으로 들어서긴 했지만 올리브유로 볶았다는 짜장면 메뉴를 보니 웃음만 나왔다. 왜 하필 올리브유인가? 게다가 맛은 여느 중국집처럼 단맛 중심인데, 이제는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 디저트는 달지 않아야 잘 하는 곳인 반면, 식사류는 단맛 중심인 세상인데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사이드로 주문한 몽콩식 튀김 만두는 영문 메뉴명과는 달리 - Pan fried - 정말 튀겨서 나왔는데 간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손님이 알아서 간장 찍어 먹으란 말이지? 한국에서 음식이란 더 이상 화학적 변화에 의한 어떤 결과물이 아니다. 간장에 찍어 먹으면 짠맛이야 어떻게든 더해지겠지만 간을 한다는 것이 단순하게 짠맛이 더해진다는 의미는 아닌데 그런 것쯤이야 무시해도 그만이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 여전히 중구난방식으로 운영하는 놀이 동산, 심지어 입구쪽에는 "감성교복" 이란 곳이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복을 점차 없애는 추세인데 여전히 인기가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곳, 한국에서 최고의 놀이동산의 현주소이다. 내년에 또 갈 가능성도 있는데 이제 어디서 식사를 해야할까?

2023. 5. 4.


한국의 과일들은 대체로 맛없다. 지나치게 강조하는 단맛은 흐릿한 여운이 생각보다 커서 당장 입안에 들어오면 달게 느껴지지만 이내 그 단맛의 여운은 쉽게 흐려진다. 게다가 신맛은 흔적조차 거의 없다.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정작 과일에서 신맛이 느껴지면 불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했었는데 또 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 메뉴 중 과일이 들어가는 빙수들이 모두 한결같이 맛이 그리 느껴졌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과일 빙수들은 당장 컨셉트가 어떻고를 떠나서 그나마 꾸준하게 보여준 모습은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올해엔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이유가 뻔히 짐작이 되어서 기분이 매우 착잡했었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차라리 포시즌스 호텔은 더 이상 빙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월드 오브 빙수이든 이달의 빙수이든, 여행 컨셉트이든 도시 소개 컨셉트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생과일"을 얼마나 "많이" 올렸느냐, "생과일" 은 "당도" 가 어느 정도인가 이 두 가지만 만족스럽다면 정말 "맛있는" 빙수이다. "생과일" 대신 조리한 과일이 올라 가면 제품을 썼니, 과일 품질이 낮은 것 아니냐와 같은 억측만 나온다. 플레이팅? 그런 것이 중요한가? 


물론 호텔 입장에서 빙수 판매는 일종의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특정 호텔의 빙수가 최고가 되는 현실에서 굳이 비교 당하고 욕까지 먹어가며 판매를 해야하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과일" 과 "당도" 를 제외하고 대부분 관심이 없다. 


한편 여전히 "가격"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데, 사실 황당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은 이 "요리" 같지 않은 음식에 대한 것이지 가성비나 가심비와 같은 쌩뚱맞은 주제로 넘어갈 내용은 아니다. 재료비니 인건비니, 접객에 대한 비용이니 같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곱게 간 얼음 위에 생과일 달랑 올린 것이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과일을 조리하고, 심지어 질감의 대조를 위해 더한 것들까지 모두 다 쓸데 없는 짓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마치 돈을 더 받을려고 꼼수 부린 것처럼 말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는 신맛의 부재를 극대화 하였기에 예전만큼의 재미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국산 과일의 단맛 부조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에도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그 호텔과 비교해서 할 것이다. 누가 잘못 만들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 그러니 어차피 빙수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예년처럼 포시즌스 호텔만의 빙수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여전히 빙수를 굳이 사먹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과 9월에 나올 빙수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