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W - Gourmet Traveler

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6. 3. 13.


  저녁에 다시 방문해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여기는 셰프의 요리를 선보이는 것보다 관광객을 상대로 잘 팔리는 요리를 내놓기로 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컨셉트로 영업을 하는 곳에 굳이 재방문 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는다.

 가뜩이나 물가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는 판국에 여기만의 요리를 만들지도 않는데 내 돈을 내면서까지 갈 이유가 있을까? 물론 요리의 수준은 훌륭하다. 한국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목적지로 갈만한가? 

 지금도 가끔 홈페이지를 통해 메뉴를 확인하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도 딱히 메뉴는 큰 변화가 없다.

2026. 2. 23.


 지난 호텔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이 호텔은 투숙객 중심의 동선이 아니어서 외부인이 방문하기엔 편할지 몰라도 투숙객은 어느 공간이든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카페 마들렌은 포시즌스 호텔 셔틀 보트 탑승장 근처에 있는데 포시즌스 레지던스와 가장 가깝다. 따라서 주요 고객을 누구를 상정하고 문을 열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갈만한 곳인가?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방콕 카페 맛집 키워드부터 해서 사진 찍기 좋은 카페, 심지어 하이쏘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인플루언서 = 하이쏘는 아닌데 잘 모르면서 쓴 글이 대부분이다. 어찌되었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찾아가야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들린다면?


 여느 호텔에 있는 베이커리와 디저트 가게가 그렇듯 와우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맛의 구성은 교과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국의 호텔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게 이름에서 유추하겠지만 마들렌부터 해서 크루아상, 사과 쇼송까지 일단 잘 구웠다. 케이크나 무스류도 마찬가지다. 유지방의 고소함과 단맛 중심, 그리고 열대 과일의 신맛까지 - 방콕이 어느 나라에 있는 도시인지 생각해보라! - 무엇보다 질척거리지도 힘을 줘야 겨우 잘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 매끄러운 질감까지 거슬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교과서적이란 것이 물론 아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기에 호텔에 소속된 곳이니 맛의 특색은 그다지 없는 편이라 볼 수도 있으나 방콕에서 포시즌스 호텔에 투숙 중 제과든 제빵이든 먹고싶을 때 일순위로 찾을만하다.


 커피와 초콜릿은 태국 북부 지역에서 생산한 원두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커피의 경우 물론 유명한 원두와 비교하자면 아주 뛰어난 품질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환경 등을 생각해서 다양한 운동이 펼쳐지고 식음료 업계에도 일정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태국에서 커피와 초콜릿을 재배하고 일정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부러웠다. 물론 그것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서 속된 말로 돈값을 못하지도 않으니 부러울 수 밖에.

 나는 젤리 류를 굳이 찾아서 먹는 편은 아닌데, 여기에서 직접 만든 젤리는 꽤 맛있었다. 태국산 마하차녹 망고를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투숙객에게는 몇 개 먹어보라고 객실에 놓여져있다. 실제로 먹어보니 망고의 산미가 젤리의 맛의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하필 월병 구매에 신경이 쏠려 젤리를 미처 구매하지 못해서 아쉽다. 


 온전히 음료와 음식에 집중하고싶다면 오전에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점심 시간 전후로 해서 오후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방콕의 인플루언서들이 여기저기에서 사진 찍기 위해 몰리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들고, 바리스타가 공을 들여 음료를 만들어 주지만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은 서울이나 방콕이나 똑같은 것 같다.

2026. 2. 3.


 레스토랑의 이름처럼 차오프라야 강변에 자리잡은 이 곳은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파인 다이닝이라 하더라도 방콕에서의 접객은 그렇게 원활한 편은 아닌데, - 내가 팬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을 제외 하고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은 접객이 썩 원활한 편은 아니었다. - 포시즌스 호텔 방콕의 여느 다이닝보다도 매끄럽게 시작했었다. 거기에 더해 내부의 인테리어는 이름에 걸맞게 잘 꾸며 놓았으니 자연스레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그 기대감은 메뉴판을 보는 순간 극에 달하게 되는데,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생선 요리인 red gurnard 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기대감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게 되는데 하필 솔드 아웃이어서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것인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주방에 확인해 본 결과 마지막으로 한 마리가 남아서 요리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에 실망감은 다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메뉴 이름 그대로 여행을 왔는데 그 여행을 신나게 즐길 수 있었으니까.


 식전주로 메뉴명이 가물가물한데 - 레스토랑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맞나? 이래서 리뷰는 바로 써야 한다. 하필 식전주 메뉴판을 사진 촬영하지 않았다. - BKK 소셜 클럽이 아닌 레스토랑에서 만든 정말 잘 만든 칵테일이었다. 아마도 White Negroni 였던 것 같은데, 더운 여름날씨에 너무 무겁지 않고 살짝 가벼우면서도 네그로니 특유의 쓴맛이 식전주로써 제격이었다. 매니저는 아니었고 아마도 중간 관리자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자신있는 추천이 단순히 외워서 이야기하는 기계적인 답변이 아닌, 방콕에서 이런 직원을 만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입장에서부터 계속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방콕이라는 도시답게 중간에 커틀러리가 생선 요리가 메인이었는데 육류 요리에 맞춰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 실수쯤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을만큼 기분이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만든 칵테일을 마시고 난 뒤 나온 빵들은 이후 나올 요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잘 만든 빵, 그냥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나중에 요리들과 먹을때도 맛있는, 너무 튀지 않는 구수한 맛과 향이 때로는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 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탄수화물의 포만감과 함께 크러스트의 그 바삭한 질감이 요리의 맛에 입체감을 더해주는 그런 빵이었다. 방콕도 사실 빵을 잘 만드는 레스토랑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쉬운 도시는 아닌데, 호텔 내 레스토랑의 빵의 완성도가 이 정도라니! 자연스레 디저트도 기대하게 되었다. 물론 피에몬테 요리로 구성된 코스에 맞춰서 그리시니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버터도 나왔으면, 아 뒤늦게 생각났는데 버터 제공을 내가 거절했었던가? 매번 반성하는 부분인데 리뷰는 빨리 하는 것이 좋다. 반년이 지나 글을 쓰다보니 잊혀진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후 나오는 요리들은 플레이팅도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잘 나오고 요리의 완성도도 방콕이라는 도시를 감안하더라도 꽤 높은 편이었다. 피에몬테 요리 중심으로 잘 알려진 요리들이 나오다보니 뻔한 구성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아뇰로티의 경우 추가 요금 없이 블랙 트러플이 올라가는데 만약 화이트 트러플 계절에 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물론 그 시기엔 소스나 소가 달라지겠지만 또 그런 것도 흥미롭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즐거움은 지속되진 못했는데 그 이유는 와인 페어링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물론 코스 요리와는 그런대로 짝을 잘 지었지만 무언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구운 생선 요리까지도 다소 맥이 빠지게 만들만큼 말이다. 이 순간만큼은 나의 주량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정말 짝이 잘 맞는 와인을 병째 주문할 수 있는 주량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흔히 말하는 2%의 부족함을 와인이 채워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등장하니 코스에서의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직접 만들어준 sgroppino 였었다. 사실 다 먹고 난 다음에 추가로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고맙게도 서비스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그 과정에서의 유쾌하게 나눈 대화도 그렇고 요리도 좋았지만 접객도 방콕이란 도시 안에서 최고라 할 수 있을만큼 좋았기에 무조건 여기는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혼자 와서 먹는 것도 좋지만 다시 찾게 된다면 누군가와 동행을 하고싶다. 유쾌한 접객과 잘 꾸며놓은 내부 인테리어, 잘 만든 식전주 칵테일, 너무 진중하지 않고 방콕이라는 도시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담겨 있는 요리, 거기에 짝이 잘 맞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차오프라야 강변 뷰, 식후주 한 잔을 마시고 난 다음 일어나서 이동하기 좋은 바까지 갖춘 이 호텔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목적지로써 딱 좋은 이 곳을 혼자 찾기에는 너무 아쉬우니까.

2026. 1. 27.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건성으로 확인한 내 잘못이 컸다. 셰프의 명성? 유명하다 해도 레스토랑에 상시 근무하는 형태도 아닌데, 물론 그가 없다고 해서 음식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이니 사실상 현재 레스토랑에 있는가는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그의 요리를 한 두가지는 먹을 수 있으리라 내가 너무 큰 착각을 했었다.


 투숙 당시 호텔 총지배인은 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총지배인이었고, - 그의 전략이라고 할까 - 다이닝에 대한 접근법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는 대중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었을 것이라 생각은 했었지만, 물론 네이버 블로거들의 흔한 표현인 사기니 기만이니 뭐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좀 더 내가 자세히 확인했어야 하는데 대충 살펴본 내 잘못이 크다. 분명 홈페이지에는 어떤 곳인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 6년만에 다시 해외를 나가다보니 나 혼자 흥분했었나보다.


 요리가 형편 없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다만 어떤 곳인지 홈페이지에 명확하게 설명이 나와 있으니 나 같이 덤벙거리는 실수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차원에서 후기를 남긴다. 

2025. 12. 22.



  포시즌스 호텔에 3박을 투숙하는 동안 매일 갔었다. 방콕에서 가장 가보고싶었던 바였었고 이왕이면 모든 칵테일 메뉴를 다 마시고싶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헤드 바텐더는 당시 미국 출장 중이어서 만날 수 없었다. 서울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방콕에서 재회하기로 했었지만 방콕에서의 만남은 아무래도 다음 기회로 넘겨야겠다.

 방문 당시 메뉴는 크게 멕시코라는 나라를 놓고 장소, 인물, 파티 세 개의 틀 안에서 각각 넉 잔의 칵테일을 (논알콜 칵테일 하나를 포함해서) 주문할 수 있었는데, 아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대체로 멕시코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지라 자세한 내용, 그에 따른 배경과 칵테일의 맛과 연결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잇기 어려웠었고 따라서 사실 칵테일이 어떠했는지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맛있었다 따위의 의미 없는 결론은 내릴 수 있겠지만.

 바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이나 의도 등은 결국 헤드 바텐더의 부재로 인해 자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바의 이름과 바의 공간,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 방콕의 지향점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여행의 목적지로써 갈 이유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다시 방콕을 갈지 현재 시점에선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다시 가게 된다면 아마 그 이유 중 하나가 이 바의 존재때문이 아닐까? 물론 헤드 바텐더가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그렇지만 바뀐다 하더라도 갈 것 같긴하다. 칵테일을 차치하더라도 공간과 그 안에서 일어났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바의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태국의 소위 말하는 상류층 문화를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