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W - Gourmet Traveler

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6. 4. 6.


 좋게 말해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라고 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이 호텔은 이제 많이 낡아버렸다. 재단장할 시기를 이미 지나버렸는데 별다른 계획이 없는 분위기이다. 2008년에 있었던 시위의 영향으로 많은 유능한 직원들이 떠난 뒤로 한때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과 함께 최고의 접객을 보였던 그 명성은 코로나 이후 더욱 처참하다 할 정도로 추락하였다. 전 객실 차오프라야 강 뷰, 여느 강변에 있는 호텔과 다른 반대쪽에서 바라보는 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호텔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던 호텔이었다. 


 그럼 다이닝은 어떠할까? 호텔과는 별개로 코로나 직전까지 접객은 훌륭했었고 요리 역시 광동 요리든 태국 요리든 꽤 준수한 편이었다. 방콕 특유의 부족한 완성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그런 곳이었다. 코로나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을텐데 예전 그 분위기를 지금도 느낄 수 있을까? 








 다행히 메이지앙은 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차 카트를 보니 눈물겨웠다. 어쩌면 호텔 전체적으로 재단장 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애써 좋게 바라볼 정도로 말이다. 방콕 특유의 친근함을 직원들이 보여주진 않지만 절제된 동작들과 접객은 방콕은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기만큼은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고 조용히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관광객 중심의 손님들이 아닌 중국계 태국인 손님들이 흔히 말하는 중국인답지 않게 - 나는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각자 좋아하는 요리를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를 이렇게 내놓는데 당연히 요리도 훌륭했었다. 많은 요리 선택지, 방콕답지 않은 요리의 완성도, 그렇다고 고전적이지만은 않은 딤섬의 모양새들, 무엇보다 메이지앙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격 변동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좋았었다. 물론 전혀 변동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콕도 이제는 어줍잖은 파인 다이닝이라고 내세우는 곳 조차 기본적으로 수십만원은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인테리어만 그대로인 것이 아니라 요리도 그대로였었다. 물론 거의 십여년만에 방문했으니 세프가 모두 바뀌었겠지만 특히 딤섬 담당 셰프는 꼭 만나보고 싶을 정도였었다. 고전적인 딤섬 조차 요즘 유행에 맞춰 색상이나 모양을 변주한 것도 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콕에서 흔히 만나는 속된 말로 2% 부족한 완성도가 아닌 최상의 결과물들은 여전히 이 레스토랑을 여행의 목적지로 삼고싶을 정도였었다. 전체적으로 가격은 올랐지만 그만큼의 접객이나 완성도는 못 따라오기에 방콕을 이제 여행지에서 제외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메이지앙만큼은 놓치지 않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정도로 럭셔리에 초점을 두지만 태국 요리들은 특히 서양인 관광객 중심으로 입맛에 맞춰 너무 순하고, 서양 요리들은 파인 다이닝이라 해도 뭔가 부족한 완성도, 그나마 선택지로 괜찮은 광동식 레스토랑은 갈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 속에서 올해에도 방콕을 꼭 가야 하나 고민을 하게 만드는데 여기만 생각하면 그래도 가야지란 생각이 든다. 

2026. 3. 26.


 5년만에 재방문하였다. 당연히 변화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조잡한 얄궂은 인테리어야 재단장 하지 않는한 그대로일테고, 엉망진창 수준의 조리 상태는 여전히 변함없을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5년 전 모습 그대로였었다.

 레스토랑을 재단장하고 외국에서 주방팀원들을 데려오지 않는한 음식은 달라지지 않을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접객 수준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 5년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단 말인가? 여전히 차와 물은 내가 알아서 따라 마셔야 하고, - 따라 마시면 되지 그걸 왜 따지냐 하겠지만 오픈 첫 날 관리자와 대화를 나눌 때 물을 포함한 음료는 직원들이 직접 따르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 그것까지는 애써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파인 다이닝 아닌가? 동네 중국집 아르바이트생이 하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음식을 내려놓고 가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누룽지탕을 내놓을 때에는 도구를 사용하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마무리 지을텐데 사람 불안하게 힘들게 붓는 과정에서 쏟을 것 같으니 본능적으로 맨손을 갖다 대려는 모습을 보고 그냥 할 말을 잃었다. 

2026. 3. 13.


  저녁에 다시 방문해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여기는 셰프의 요리를 선보이는 것보다 관광객을 상대로 잘 팔리는 요리를 내놓기로 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컨셉트로 영업을 하는 곳에 굳이 재방문 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는다.

 가뜩이나 물가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는 판국에 여기만의 요리를 만들지도 않는데 내 돈을 내면서까지 갈 이유가 있을까? 물론 요리의 수준은 훌륭하다. 한국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목적지로 갈만한가? 

 지금도 가끔 홈페이지를 통해 메뉴를 확인하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도 딱히 메뉴는 큰 변화가 없다.

2026. 2. 23.


 지난 호텔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이 호텔은 투숙객 중심의 동선이 아니어서 외부인이 방문하기엔 편할지 몰라도 투숙객은 어느 공간이든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카페 마들렌은 포시즌스 호텔 셔틀 보트 탑승장 근처에 있는데 포시즌스 레지던스와 가장 가깝다. 따라서 주요 고객을 누구를 상정하고 문을 열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갈만한 곳인가?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방콕 카페 맛집 키워드부터 해서 사진 찍기 좋은 카페, 심지어 하이쏘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인플루언서 = 하이쏘는 아닌데 잘 모르면서 쓴 글이 대부분이다. 어찌되었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찾아가야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들린다면?


 여느 호텔에 있는 베이커리와 디저트 가게가 그렇듯 와우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맛의 구성은 교과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국의 호텔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게 이름에서 유추하겠지만 마들렌부터 해서 크루아상, 사과 쇼송까지 일단 잘 구웠다. 케이크나 무스류도 마찬가지다. 유지방의 고소함과 단맛 중심, 그리고 열대 과일의 신맛까지 - 방콕이 어느 나라에 있는 도시인지 생각해보라! - 무엇보다 질척거리지도 힘을 줘야 겨우 잘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 매끄러운 질감까지 거슬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교과서적이란 것이 물론 아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기에 호텔에 소속된 곳이니 맛의 특색은 그다지 없는 편이라 볼 수도 있으나 방콕에서 포시즌스 호텔에 투숙 중 제과든 제빵이든 먹고싶을 때 일순위로 찾을만하다.


 커피와 초콜릿은 태국 북부 지역에서 생산한 원두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커피의 경우 물론 유명한 원두와 비교하자면 아주 뛰어난 품질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환경 등을 생각해서 다양한 운동이 펼쳐지고 식음료 업계에도 일정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태국에서 커피와 초콜릿을 재배하고 일정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부러웠다. 물론 그것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서 속된 말로 돈값을 못하지도 않으니 부러울 수 밖에.

 나는 젤리 류를 굳이 찾아서 먹는 편은 아닌데, 여기에서 직접 만든 젤리는 꽤 맛있었다. 태국산 마하차녹 망고를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투숙객에게는 몇 개 먹어보라고 객실에 놓여져있다. 실제로 먹어보니 망고의 산미가 젤리의 맛의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하필 월병 구매에 신경이 쏠려 젤리를 미처 구매하지 못해서 아쉽다. 


 온전히 음료와 음식에 집중하고싶다면 오전에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점심 시간 전후로 해서 오후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방콕의 인플루언서들이 여기저기에서 사진 찍기 위해 몰리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들고, 바리스타가 공을 들여 음료를 만들어 주지만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은 서울이나 방콕이나 똑같은 것 같다.

2026. 2. 3.


 레스토랑의 이름처럼 차오프라야 강변에 자리잡은 이 곳은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파인 다이닝이라 하더라도 방콕에서의 접객은 그렇게 원활한 편은 아닌데, - 내가 팬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을 제외 하고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은 접객이 썩 원활한 편은 아니었다. - 포시즌스 호텔 방콕의 여느 다이닝보다도 매끄럽게 시작했었다. 거기에 더해 내부의 인테리어는 이름에 걸맞게 잘 꾸며 놓았으니 자연스레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그 기대감은 메뉴판을 보는 순간 극에 달하게 되는데,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생선 요리인 red gurnard 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기대감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게 되는데 하필 솔드 아웃이어서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것인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주방에 확인해 본 결과 마지막으로 한 마리가 남아서 요리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에 실망감은 다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메뉴 이름 그대로 여행을 왔는데 그 여행을 신나게 즐길 수 있었으니까.


 식전주로 메뉴명이 가물가물한데 - 레스토랑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맞나? 이래서 리뷰는 바로 써야 한다. 하필 식전주 메뉴판을 사진 촬영하지 않았다. - BKK 소셜 클럽이 아닌 레스토랑에서 만든 정말 잘 만든 칵테일이었다. 아마도 White Negroni 였던 것 같은데, 더운 여름날씨에 너무 무겁지 않고 살짝 가벼우면서도 네그로니 특유의 쓴맛이 식전주로써 제격이었다. 매니저는 아니었고 아마도 중간 관리자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자신있는 추천이 단순히 외워서 이야기하는 기계적인 답변이 아닌, 방콕에서 이런 직원을 만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입장에서부터 계속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방콕이라는 도시답게 중간에 커틀러리가 생선 요리가 메인이었는데 육류 요리에 맞춰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 실수쯤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을만큼 기분이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만든 칵테일을 마시고 난 뒤 나온 빵들은 이후 나올 요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잘 만든 빵, 그냥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나중에 요리들과 먹을때도 맛있는, 너무 튀지 않는 구수한 맛과 향이 때로는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 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탄수화물의 포만감과 함께 크러스트의 그 바삭한 질감이 요리의 맛에 입체감을 더해주는 그런 빵이었다. 방콕도 사실 빵을 잘 만드는 레스토랑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쉬운 도시는 아닌데, 호텔 내 레스토랑의 빵의 완성도가 이 정도라니! 자연스레 디저트도 기대하게 되었다. 물론 피에몬테 요리로 구성된 코스에 맞춰서 그리시니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버터도 나왔으면, 아 뒤늦게 생각났는데 버터 제공을 내가 거절했었던가? 매번 반성하는 부분인데 리뷰는 빨리 하는 것이 좋다. 반년이 지나 글을 쓰다보니 잊혀진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후 나오는 요리들은 플레이팅도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잘 나오고 요리의 완성도도 방콕이라는 도시를 감안하더라도 꽤 높은 편이었다. 피에몬테 요리 중심으로 잘 알려진 요리들이 나오다보니 뻔한 구성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아뇰로티의 경우 추가 요금 없이 블랙 트러플이 올라가는데 만약 화이트 트러플 계절에 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물론 그 시기엔 소스나 소가 달라지겠지만 또 그런 것도 흥미롭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즐거움은 지속되진 못했는데 그 이유는 와인 페어링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물론 코스 요리와는 그런대로 짝을 잘 지었지만 무언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구운 생선 요리까지도 다소 맥이 빠지게 만들만큼 말이다. 이 순간만큼은 나의 주량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정말 짝이 잘 맞는 와인을 병째 주문할 수 있는 주량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흔히 말하는 2%의 부족함을 와인이 채워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등장하니 코스에서의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직접 만들어준 sgroppino 였었다. 사실 다 먹고 난 다음에 추가로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고맙게도 서비스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그 과정에서의 유쾌하게 나눈 대화도 그렇고 요리도 좋았지만 접객도 방콕이란 도시 안에서 최고라 할 수 있을만큼 좋았기에 무조건 여기는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혼자 와서 먹는 것도 좋지만 다시 찾게 된다면 누군가와 동행을 하고싶다. 유쾌한 접객과 잘 꾸며놓은 내부 인테리어, 잘 만든 식전주 칵테일, 너무 진중하지 않고 방콕이라는 도시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담겨 있는 요리, 거기에 짝이 잘 맞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차오프라야 강변 뷰, 식후주 한 잔을 마시고 난 다음 일어나서 이동하기 좋은 바까지 갖춘 이 호텔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목적지로써 딱 좋은 이 곳을 혼자 찾기에는 너무 아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