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9. 26.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굳이 북경 오리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북경 오리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따로 사육한 오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해외에서 경험이 많았든 적었든 간에 외국 - 특히 북경 - 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안 나는 이유를 찾느라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어디가 북경 오리를 잘 만들어 내냐는 한국 특유의 순위 결정도 의미가 없는 것이 서울의 경우 대부분 특정 레스토랑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차이가 거의 없다.

어디 북경 오리만 그렇겠냐만 하여간 제대로 만든 요리를 만나기 힘든 도시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광동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하필 새 메뉴로 북경 오리를 그것도 블랙 트러플을 더해서 내놓는다고 했을 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라는 것이 어떤 합리적인 이유에서 나온 요리가 아닌데다 블랙 트러플 특유의 향이 요리를 잡아먹기 때문에 오히려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서양 셰프들이 많은 현실에서 가끔 광동식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마주치는 같은 식재료인데 크기 등에 따라 판매 금액이 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일종의 허세에 가까운 요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여전히 재료의 한계는 있지만 이건 유 유안에서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다 이 블로그에서 지겹게 다뤘으니 그만 이야기 하자. 거의 보여주기식에 가깝지만 어쨌든 블랙 트러플도 위에 갈아주고, 오일 향이 더해졌지만 블랙트러플 향도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데 그런 눈에 보이는 것 말고 '맛'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블랙 트러플에 오리가 잡혀먹힐거라 예상했었지만 보기 좋게 그 예상은 빗나갔었다. 여느 광동 요리 - 아! 북경 오리는 광동 요리가 아니긴 하지만 - 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향신료의 향연, 그 궤를 보여준다. 좀 더 즐거운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는 선에서 블랙 트러플이 존재하지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춘빙에 싸먹을 때 전통적인 첨면장을 내놓지 않고 유 유안에서 만든 소스가 나오는데, 오리의 고소함과 함께 소스의 고소함이 더해지고 여기에 당근의 단맛이 더해져서 최종적으로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블랙 트러플을 잔뜩 뿌린 - 정확히 말하자면 트러플 오일 향 범벅 - , 눈으로 보여주는 선에서 북경 오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북경 오리가 등장한 것이다. 


셰프가 외국에서의 유행을 그대로 한국에 선보이지 않고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이런 일종의 허무맹랑한 요리도 승화시켜 선보일 정도라면 다른 광동 요리들도 셰프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좀 더 다양한 메뉴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여건만 갖춰진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는 생각을 하면......


후속 요리로 나오는 면 요리는 우동면이 나오는데 면과 오리와 소스가 서로 겉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우동은 겉에만 소스가 묻어 있을 뿐 먹을 수록 서로 분리된 맛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푸 면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한국에 제대로 수입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우동면을 선택한 것이 최선책이었으리라. 






그런대로 꽤 흥미로웠던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에 비하면 새로 나온 메뉴 두 가지는 결과물만 놓고 보면 많이 아쉽다. 코코넛 수프의 가장 큰 아쉬움은 지방의 고소함이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인들의 '입맛' 에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광동식 건관자 콘지도 원래라면 간이 하나도 안 된, 요우티아오 등을 사진에서처럼 따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콘지 안에 들어가 있고, 흑식초를 살짝 넣어서 먹어야 정석이겠지만 한국에서 콘지는 정말 인기 없는 요리 중 하나인데 그렇게 내놓으면......

그래서 약간의 짠맛을 더했고, 요우티아오도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콘지에 넣어서 먹을 수 있게 따로 내놓았다. 무엇보다 최근에 웍을 바꿨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 그래서 웍 프라이드 요리 결과물이 이전과 많이 다르다. 물론 이전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그래서 콘지의 질감도 이전과 달리 부드럽게 나온다. 점심에 방문해서 딤섬을 먹고 난 뒤 마무리로 즐기기 딱 좋다. 그렇지만 결국 '현지화' 는 더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최근 들어 유 유안에서는 이전과 달리 좀 더 다양한 광동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언제든지 대환영한다. 다만 이번의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에서 느꼈던 것처럼 고전적인 요리들 말고 창의적인 광동 요리도 셰프가 충분히 만들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코스는 어렵다고 해도 메뉴 개편때마다 단품 요리로 하나 정도는 꾸준히 나오면 좋겠다. 비록 다음 개편때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조차 없다면 너무 암울하다.

2022. 9. 15.


새 메뉴가 나오면 곧바로 가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그 시기를 놓쳤었다. 사실 메뉴가 거의 바뀌진 않았는데, 일부 메뉴가 바뀌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정이 있어 방문을 못하다 추석 연휴에 갔었다. 곧 가을 메뉴가 새로 나온다니 그때는 곧바로 방문하리라.


아주 오랜만에 네그로니 한 잔을 식전으로 주문했었는데, 메인과 어울릴만한 와인을 하프 보틀로 하나 추천 받고 마시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여기도 문을 연지 7년째인데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전주뿐만 아니라 식후주까지 모두 준비해놓고 있지만 리스트의 빈약을 떠나서 선택지가 너무 제한적이다. 정말 무난한 수준의 와인 페어링 - 이것도 메뉴에 등장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 - 은 이제 지루할 정도이다.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쪽에선 스시를 먹으면서 샴페인 리스트를 자랑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 정작 서양 요리를 먹는 곳에서 와인 사진을 다양하게 올리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니면 아주 비싼 와인들을 잔뜩 올리거나, 그런데 그것이 그날 먹었던 요리와 짝이 잘 맞았을까?





임시방편으로 만들었던 빵 (?) 은 그냥 자리를 잡은 분위기이다. 심지어 추가로 요청할 경우에는 추가 요금이 있고, 아예 포장해가는 손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의 빵에 대해 가대하지 않지만 하나만 말하자면 한국에서 빵은 여전히 갓 구운, 쫄깃 쫄깃한 질감을 자랑해야 맛있는 빵이다. 보칼리노도 대세를 따라가는 분위기이다. 차라리 전에 나오던 치아바타가 괜찮았었다. 물론 완성도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곧 메뉴가 바뀔테니 이번에 먹었던 요리에 대한 평은 건너뛸까 생각했었는데, 먹는 내내 착잡했었다. 새로 나왔던 파스타 메뉴는 재료 입고가 되지 않아 주문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나는 워낙 안 팔리다보니 재료 입고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었다. 크루도 메뉴에서 새우의 경우 전체적인 합은 보칼리노의 창 밖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여름의 뉘앙스가 잘 느껴졌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수박에 모든 것이 먹혀버린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만다린 오일은 시트러스는 너무 희미한데 흐릿한 단맛이 스쳐지나가는데, 수박과 함께 국산 과일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참치 크루도는 마요네즈가 제 목소리를 못냈었는데 의도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왜 있잖은가 이런 곳의 후기를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짜고 느끼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설계를 했다고 생각한다.


우설의 경우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긴 모처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왔는데 피자와 파스타와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디저트는 티라미수로 마무리 해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온 보람이 있을 것이다.


곧 있을 새 메뉴 업데이트는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결과는 늘 비슷할 것 같다. 그러니 매번 새 메뉴가 나오자마자 방문하는데, 그래도 오픈이래 꾸준히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을 선보이는 곳이니 투덜거리면서도 또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