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2. 26.


호캉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픈 첫 날의 호텔에 투숙했을까? 뻔히 예상되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호텔을, 그것도 충성심은 하나도 없는 브랜드 호텔을 말이다.

나보다 더 구구절절하게 역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테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래플스 앰배서더를 노렸으나 결국 아코르로 넘어가게 되면서 사라져 버렸으니, 래플스가 아닌 이상 예전의 같은 소속이었던 페어몬트를 결코 갈 일이 없었겠지만 문득 호기심이 생겼었다. 페어몬트는 어떤 개념을 보여주는 호텔인가?


래플스 싱가포르와 래플스 마카티에 투숙하면서 같은 건물 또는 근처 건물에 들어선 페어몬트의 이미지는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도심지에 있으면서 현대적인, 비즈니스 맨을 위하지만 좀 더 신경을 쓴 듯한, 다시 말해 스위소텔과 래플스 사이 어딘가쯤에 - 래플스쪽으로 조금 더 가깝겠지만 - 위치하는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다른 페어몬트는 하다 못해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 본 적이 없기에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딱 그 정도였었다. 그래서, 서울에 진출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궁금했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진출하는 것인가?


스위트에 투숙했기에 체크 인은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에서 진행했었다. 오픈 첫 날이니 여러가지 미숙함들은 이미 충분히 각오 했었고 - 오픈 특가는 아니었지만 때마침 아코르 할인 할 때 저렴하게 예약했으니 그런 것들은 감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한다. - 그래서 굳이 다른 브랜드의 클럽 라운지와 굳이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마찬가지로 같은 브랜드도 아닌데 여기와 저기를 비교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썩 매끄럽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문제 삼을 것도 아니었는데, 아쉬운 것은 에스코트 서비스였었다. 키를 들고 엘리베이터까지만 안내하더니 객실은 나 혼자 스스로 올라갔어야 했었다. 한국 호텔들은 대체로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분위기인데, 럭셔리 브랜드 호텔이라면 첫 투숙객에게 방 위치부터 해서 방 내부 안내까지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한다.


한편 이게 한국에서 너무 쉽게 마주치는 상황인데, 비슷한 시간에 체크 인 또는 체크 아웃 하는 사람들이 몰릴 경우 얼마만큼 빠르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느냐에 따라 투숙객들의 불만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이 몰릴 경우 - 사실 그런 경우를 만나는 것이 드문 것이 맞겠지만 한국은 오히려 그런 경우가 너무 잦은 편이다. - 어떻게 응대를 할 것인가, 이건 앞으로 호텔 측이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 같다. 많은 한국인들이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아울러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음료의 경우 방 가격을 더 올려서라도 좋은 것들로 갖다 놓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미네랄 워터는 국내 브랜드의 해양 심층수가 제공 되는데, 이게 객실에도 있는 것이라 차별성도 없지만 무엇보다 맛이 없다. 물에도 맛의 차이가 느껴지냐고? 질감부터 해서 분명 맛의 차이가 있다. 탄산수로 페리에를 제공하던데 미네랄 워터는 - 비록 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 에비앙 정도는 갖다 놓을 수 있다고 생각 한다. 주스도 마찬가지로 제품이 나오던데, 제품을 쓰는 것은 괜찮으나 맛이...자몽 주스의 경우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느껴져야 하나 불쾌한 여운의 단맛 - 설탕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당이 들어간 것 같았다. - 이 많이 거슬렸었다. 커피도 원두가 딱히... 주류 종류도 마찬가지인데 테라 병맥주는 좀 아니지 않나? 물론 이건 호텔의 잘못만은 아닌 것이 다들 품격들을 이야기 하는데 정작 중요한 음식과 음료의 품질은 질이 아니라 양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을 갖다 놓아봤자 오히려 욕을 더 먹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키를 꽂아야 하는 시스템을 만나니 오히려 낯설었다. 카드 키 디자인도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거실에 있는, 문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인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비상 전화기 또는 비상 버튼이 없다는 것이다. 또 손을 씻을 수 있게 해놓곤 정작 비누와 수건은 전혀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위생 비닐도 박스를 열어 보니 비어 있었다. 처음부터 이런 아쉬운 모습을 보게 되어 유감이다.










고개를 돌리니 마감 상태도 썩 좋지 못했다.










































물론 코로나 19 때문에 일부러 채워 놓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에스코트 서비스가 중요한 것이다. 직원이 안내 해서 자세한 설명을 했더라면, 그게 힘들다면 체크 인 할 때 충분히 안내할 수 있었던, 아니면 인쇄물 한 장만 올려 놓았어도 될 일인데 오픈 첫 날이니 일단 감수 하자.






























페어몬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개념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현대적인, 도시적인, 간소한 이런 느낌들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스위트인데 - 기본 스위트이긴 하지만 실제 객실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다. - 실내 디자인은 너무 평범하다. 코로나 19 때문에 마찬가지로 웰컴 어매니티가 무엇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는데, 문의 하니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것은 아닌 분위기였었다. 나중에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알 수 있으리라.














침실도 마찬가지로 너무 평범한 디자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페어몬트 브랜드에 처음 투숙한 것이고,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는 '비즈니스 맨들을 위한 하지만 좀 더 럭셔리에 가까운' 이었기에 그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부합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사무 용품은 따로 없고, 코로나 19 때문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놓여져 있었다.






이왕 갖춰 놓는김에 충전용 케이블도 같이 구비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새로 지은 호텔답게 충전용 USB 단자가 있는데다 침대 맡 양쪽에 같이 설치되어 있으니 편리하다.







문제는 시계가 없었다. 체크 아웃 할 때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 직원에게 이야기 하니 스피커에 시간 표시가 같이 된다던데, 나중에 룸 디렉터에게 설명을 들었을 때 일반 객실 블루투스 스피커에 해당되는 이야기였었다.







TV는 전혀 손대지 않아서 어떤 채널들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디자이너의 의도를 도저히 알 수 없었는데, 왜 이렇게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나름 감각적인 디자인처럼 보이겠지만 정작 투숙객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구조이다.


































워크 인 클로짓은 수납 공간이 너무 적다. 구두 솔도 왜 저 서랍 안에 따로 넣어놓았을까? 옷 몇 벌 걸어 놓고 캐리어와 가방 하나만 놓아도 더 이상 여유 공간이 없다. 정말 비즈니스 맨들을 위한 호텔일까?






화장실도 마찬가지로 비데까지 설치하는 김에 그래도 스위트 객실 내 변기인데 센서 작동을 통해 변기 뚜껑이 자동으로 열고 닫힌다면 좀 더 편리했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도 비상 전화 또는 비상 버튼이 전혀 없었다.











욕실 내부도 마찬가지로 디자인은 나름 감각적이긴 하나 실용성은 많이 떨어진다. 















내가 정말 좋은 호텔들만 다녀서 그런가, 요즘 지어진 럭셔리 브랜드 호텔들은 - 또는 재단장한 럭셔리 브랜드 호텔들은 - 직관적으로 조작이 간편하게끔 수전을 설치 하는데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그렇지 않았다.수압이나 물 빠짐은 그래도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문제는 하수구 냄새였었다. 하수구 냄새와 르 라보 향, 새집 냄새가 뒤섞여 샤워 부스 문을 여는 순간 묘한 악취가 꽤 신경 쓰이게 했었다.






르 라보의 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딱히 반갑지 않은 어매니티였었다.










욕조만 덩그러니 있는 가운데, 그나마 입욕 소금이 놓여 있었다는 것이 반가웠다고 할까?






싱크는 정말 디자인만 고려한 나머지 실용성은 거의 0에 가까운 그런 구조이다. 스위트인데 더블도 아닌 싱글 싱크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여기 저기 물방울이 다 튄다. 수건은 끝에 그것도 세 개가 한꺼번에 걸려 있으니 물기를 닦는 것도 편하지 않다. 






공간도 상대적으로 너무 좁다. 도대체 디자이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디자인을 구상했을까?






헤어 드라이기는 다이슨 제품이다. 어매니티 박스가 휑하게 보이게끔 어매니티가 놓여져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실내 디자인이 더더욱 페어몬트 브랜드의 개념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보다 더 상위 스위트는 괜찮을까?










침실에서 바라 본 뷰인데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건물 구조가 아니어서 사실 부분 한강 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뷰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내가 묵었던 방은 나은 편이다. 반대쪽에 위치할 경우 정면은 거대한 건물이 막고 있어서 야간에 조명 때문에 예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강을 바라 보기엔 답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시그니처 스위트는 각 층마다 두 개씩 있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모든 층에 또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저층으로 배정 받을 경우 항의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녁을 먹고 올라오니 - 나는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에서 저녁을 해결하지 않았다. 호텔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데, 유독 한국에서는 거하게 한상 차림이 나와야 하는 분위기이다. - 슬리퍼가 저렇게 놓여져 있었다. 나는 분명 워크 인 클로짓에서 신발 갈아신고 나왔는데?


























페어몬트 골드 룸부터 제공한다는 턴 다운 서비스의 결과물이 이렇다. 내가 바닥 한쪽 켠에 놓아둔 사용한 수건 두 장만 갈았을 뿐 슬리퍼는 뜬금 없이 거실에 저렇게 갖다 놓고 그 이외에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하우스 키핑 라인으로 전화를 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오픈 첫 날이니 정말 큰 문제가 아니라면 감수할 생각으로 간 것이기에 항의를 하기 보다 이렇게 되어 있었으니 다른 손님들에게는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만 전달 했었다. 























아무리 오픈 첫 날이라 하더라도 너무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온 라인 상에서 듣고 보았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페어몬트 호텔의 다른 지점에서 지원을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호텔 직원들을 경력자만 뽑을 수는 없기에 이런 상황을 마주칠 확률은 코로나 19 상황 이전보다 훨씬 높다. 

방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사실 호텔측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체크 인 할 때 스위트 운영 상황을 들은 것도 있었기에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그 부분만 제외 한다면 오픈 첫 날에 마주칠 것이라 예상 했던 상황들을 거의 모두 만났는데 - 이 블로그에 그 내용을 모두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 , 나는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 재투숙 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가에 초점을 두는 편이라 경험은 부정적이지만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였다면 웃고 넘길만한 일들도 있었고 나름대로 관리자와 만나 의견을 전달하고 뭐 그런 상황들이었을텐데,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도 마찬가지로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기에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재투숙 할 의향은 있다. 다만 내가 호캉스라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기에 언제 재투숙 할지는 모르겠다.


너무 긍정적으로만 상황을 보는 것인가? 아니다. 너무나 부정적인 상황도 만났기에 이것은 좀 개선되었으면 한다. 바로 직원들의 어투였었다. 다시 재입대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었는데, 거의 모든 직원들이 '~ 다.', '~ 까?'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굳이 그런 말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인데도 '죄송합니다.' 를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문화라 생각하는데, 비록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인격체로서 동등하게 서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한편 이곳의 유러피언 다이닝과 바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따로 리뷰 글을 올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