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3. 2. 24.


여전히 북경 오리 갖고 국내 또는 해외 레스토랑들과 비교하는 수준의 리뷰 - 라기 보다 그냥 나 이것 먹었음! - 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유 유안의 새 딤섬 메뉴는 늘 기대를 갖게 했었다. 어차피 하가우나 샤오롱바오만 다들 먹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고전적이든 아니든 몇 가지 새 딤섬 메뉴를 선보였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런 기대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다들 해외 레스토랑들과 비교하니 나도 비교 하자면 해외의 경우 하가우만 하더라도 고전적인 그대로 내놓는 곳들도 있지만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는 곳들도 많은데, 유 유안은 씨우마이와 샤오롱바오만 조금 다르게 내놓았지만 그저 재료 하나 더 넣었어요 수준에서 그친다. 춘권도 새우에서 다시 돼지고기로 바뀐 정도인데, 물론 완성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몇 번 이야기 했었지만 유 유안은 특히 굽거나 튀긴 딤섬들의 질감 완성도가 아주 높은데, 함수각도 그렇고 춘권 역시 가볍게 바스락 거리는 질감들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의 창펀도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 바스락거리는 질감 대조가 흥미로운데 사실 이 딤섬 메뉴는 몇 년전에 메뉴판에 존재하다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등장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새로 나온 딤섬 메뉴들은 새롭게 나왔다기보다 기존에 있던 메뉴들이 여러 이유로 사라졌었다가 다시 등장하였는데, 대중성을 너무 의식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에서 딤섬은 곧 찐 만두라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애써 이해할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사진 속 창펀처럼 소스를 찍어 먹게 나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디너 메뉴와 마찬가지로 딤섬까지 이번 유 유안의 새 메뉴들은 쿠 셰프의 의견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3. 2. 20.



한국에서 디저트류에 들어가는 과일들은 죄다 생과일을 잔뜩 올려야 제대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여전히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하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조리를 한 순간 그것은 재료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이니 눈속임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국산 과일의 열악함은 차치하더라도 질감만 놓고 보면 그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적어도 먹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분위기이다. 내가 먹었던 카카오 시트러스와 베리 요거트 베르가못은 끈적거리고 다소 뻑뻑한 질감을 느꼈었는데 이런 디저트들이 원래 어떤 질감인지 만드는 사람들이 알았든 몰랐든 먹는 사람이 잘 알고 있다면 결코 이런 결과물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분명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맛과 신맛의 조합이라는 아주 지극히 기본적인 원리마저도 사실상 이름과 달리 신맛은 거의 없는 상태였었다.


나는 단순히 여기가 잘 못하네라고 평가를 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정중앙에 자리 잡은 빵 진열대때문이다. 베이커를 영입했다고 선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누가 봐도 덜 구웠다는 티가 나는 허연 빵들과 함께 단팥빵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그걸 한 무더기를 사가는 손님들을 보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주방에 오든 결과물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만드는 사람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설사 잘 안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 그나마 좋았었던 이 라운지의 홍차 메뉴는 여전한 가운데 추가로 들여온 제주산 차 메뉴 중 유자진피 보이차는 이름만 보이차일뿐 사실상 유자진피 차였었다. 해외에서 마실 수 있는 만다린 보이차를 생각해서 국내 여건의 열악함 속에서도 비슷한 흉내는 내었겠지 조금이나마 기대했었는데 여전히 갈 길이 너무 멀다. 대체 이런 상황들을 언제까지 마주쳐야 할까?

2023. 2. 17.


드디어 애저 요리가 다시 등장했다. 유 유안이 오픈했을 때 바베큐 메뉴에 애저와 광동식 오리 구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메뉴에 오른 것이다. 이제 광동식 오리 구이만 다시 등장하면 된다. 거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북경 오리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했으니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또 하나 반가웠던 메뉴는 복건식 볶음밥이다. 예전에 프로모션으로 잠깐 중국 8대 지방 요리 식사 메뉴로 나왔었다. 대다수 한국인들이 제대로 볶아서 나온 볶음밥이 너무 건조하다고 아우성이니 계란국 같은 것을 찾게하지 말고 차라리 이런 볶음밥 메뉴를 내놓는 것이 나을테다. 


이제는 기대조차 안하는데, 여전히 유 유안에서는 쿠 셰프만의 요리만을 찾기가 어렵고 메뉴판에 기재된 요리 가짓수도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디저트 메뉴는 특색이 너무 없는데, 네이버 후기를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디저트를 주문할 생각도 없고 기껏 제공되는 프티 푸르에 호들갑만 떨 뿐이다. 사실 저 두 메뉴가 다시 등장한 것이 반갑기는 하나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들을 보면 그동안 쿠 셰프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뜬금 없는 것들이 있다. 애저 요리 위에 캐비아가 올라가는 것이 신기한 일도 아니고 해외에서도 자주 만나는 일이긴 하나 쿠 셰프는 그동안 캐비아나 블랙 트러플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었다. 양고기 바비큐도 같이 나오는 민트 젤리가 너무 생뚱맞다. 새로 나온 수프 한 가지도 여전히 담백한 수준이다. 담백하다는 표현이 한국에서는 칭찬으로 들리겠지만 전혀 칭찬이 아니다.

2015년에 유 유안이 오픈했었는데 2025년, 그러니까 10년이 지나면 광동 요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더 알려질려나? 갈 길이 먼데 여전히 유 유안의 최고 인기 메뉴는 북경 오리이다. 그런 가운데 쿠 셰프의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최상의 상태를 보여준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건조하다라고 불평을 하지만 말이다.

2023. 2. 11.


2월은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달이다. 모양은 예쁘지만 사실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만드는 모든 요리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그리고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해 만든 로맨스 케이크 역시 그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김새는 페이스트리 셰프가 일본에서 활동한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고, 완성도도 나쁘지 않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면 여느 발렌타인 데이 기념 음식들과 맛이 다르지 않다. 아주 살짝 로즈 워터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금새 사라져버린다. 지난달에 나온 윈터 큐브를 생각하면 형태에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한국의 "딸기"가 올라간 밀푀유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딸기" 계절을 맞이해서 딸기가 들어가는 것은 좋은데 굳이 눈으로 확인 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밀푀유와 한국 딸기가 시각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끔찍한 한국의 딸기 질감은 밀푀유의 질감과 전혀 맞지 않으니 시각은 물론 촉각마저 절망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한국 딸기의 흐릿한 단맛과 거의 없는 신맛마저 더해지니 맛에서도 최악의 조합이다. 다만 재방문했을 때 조금은 단단한 딸기를 올렸고, 메뉴가 나온 첫 날보다 조금은 더 선명한 단맛과 신맛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나는 한국 딸기가 서양의 디저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아주 지겹게 이야기했으니 빵과 함께 이제 그만 이야기 하자.


플랑은 당연히 바닐라 향이 지배적인데, 확실히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을 능수능란하게 잘 사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플랑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겠지만 향을 잘 다루는 능력을 다른 음식에서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 초콜릿 딜라이트 케이크는 초콜릿의 쌉싸름함에 리큐르에 절인 블랙 커런트가 맛의 한 층을 더 깔아주고, 견과류와 함께 느껴지는 짠맛의 선명함이 놀라웠는데 원래 이름은 "Brut" 으로 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원래대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한국에서 갖고 있는 초콜릿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술과 과일의 조합이나 짠맛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게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이게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초콜릿까지 더해졌으니...


분명 셰프는 이보다 더 다양한 맛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한국에 온지도 일년이 되었건만 여전히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이든 내부적인 요인이든 여러 문제들이 겹쳐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3. 2. 8.


코로나 19라는 질병이 제주에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르 쉬느아 역시 주문 가능한 메뉴 가짓수는 많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거의 매달 특선 메뉴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시 새해는 밝았고, 르 쉬느아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설 특선 메뉴를 선보였었다. 그러나 여전히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에 니엔 가오와 찹쌀밥을 먹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딤섬은 새롭게 재미난 것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북해도산 관자 위에 제주산 해조류를 올렸다. 일종의 질감 대비를 느낄 수가 있는데 생김새도 예쁘지만 확실히 씹는 재미가 있었다.


한편 타로가 들어간 요리도 하나 등장하는데, 이 타로란 녀석이 막상 먹을 때는 뻑뻑한 것이 내가 이 요리를 왜 골랐나 후회하게 하지만 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그 뻑뻑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다른 북해도산 관자 요리는 계란 흰자와 아스파라거스라는 고전적인 조합의 요리인데, 여전히 르 쉬느아의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한국에서 최고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입에서 거의 사르르 녹는 듯한 계란 흰자의 질감과 대비되는 아삭거리는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관자는 뻣뻣하지 않고 매우 부드러운. 이는 역시 새 메뉴인 돼지고기 볶음에서도 증명하는데 이게 당연한 결과물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당연하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