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3. 12. 4.


이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눈치 챘겠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너무 무난해서 재미가 없었다. 맛이 없냐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먼저 11월에 나왔던 레드 크리스마스의 경우 초콜릿과 향신료의 전형적인 조합이지만 향신료의 향은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체리도 마찬가지이다. 알콜이 들어갔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작년의 바카라와 협업을 통해 선보였었던 케이크를 생각하면 역시나 작년은 의외의 결과물이었고, 올해 나온 것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만의 전형적인 조합이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만들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로써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닐라 향이 - 신기하게도 바닐라는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 주를 이루고 초콜릿의 질감이 더해져서 레드 크리스마스보다는 질감의 대조에 의한 재미가 좀 더 있긴 한데, 그 초콜릿들을 빼버리면? 그냥 바닐라 무스에서 끝나버린다.


크리스마스이니 모양만 놓고 보면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형식도 일단은 구색을 갖췄으니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맛 (flavour) 은? 나는 작년의 바카라와의 협업이 전형적인 형식이지만 그게 놀라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올해에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새로 나온 두 종류의 쁘띠 갸또가 차라리 낫다. 하나는 딸기향이 상쾌하게 다가오고 다른 하나는 유자가 이름에 들어갔지만 - 오히려 레몬이 절로 생각나 조금 의외였으나 - 신맛의 상쾌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또 타르트와 무스 종류이다. 다른 것은 이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지금 페이스트리 셰프가 호텔 오픈 이래 세 번째 셰프인데 - 이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런 변화는 세계 여느 호텔들이나 비슷하다.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뻔한데, 서울은 그러하기엔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세 번 모두 셰프가 초창기엔 여러 시도를 하지만 결국 1년 정도 지나면 항상 이런 모습들을 보였었다. 


맛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니콘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이것을 자꾸 눈에 보일려고만 하니 한국의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매년 산으로만 가고 있다. 거기에 늘 따라붙는 이야기, "맛은 개인 취향", 그 어디에도 논리와 과학은 없다. 물론 이것은 음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23. 11. 9.


호텔 건물에 자리 잡고 있지만 호텔 소속의 다이닝은 아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XX 출신의 셰프가 있다와 같은 홍보 문구도 - 물론 내가 모든 매체를 하나부터 열까지 들여다 본 것은 아니기에 홍보 문구가 존재하지만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 찾아 보기 힘들다. "홍콩 출신의 셰프가 만드는 딤섬" 과 같은 내용도 없다. 무엇보다 메뉴판 첫 장에 "광동" 이란 단어가 보이지만 그렇다고 (무늬만) 광동식 레스토랑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국식 중식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몇 가지 광동 요리들이 눈에 띈다. 사실 형식은 광동 요리이지만 내용은 거의 한국식 중식 요리에 가깝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타협하면서도 최소한의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한 흔적들이 보이기에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한국에서 외국 요리는 본질이 무엇이든 하나같이 변형의 결과는 어디를 가나 대부분 비슷하다. 그리고 그것을 개인 취향 또는 현지화라는 미명 아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조리 상태부터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물론 아무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모르니 지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심 명동의 요리도 그러한가? 아니다. 메뉴명만 보면 광동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중식 요리의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조리 상태만큼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도 않고 현실적인 여건 - 웍 프라이드 결과물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인과 외국인, 둘 중 누가 조리를 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 을 감안하더라도 준수한 조리 결과물을 보여줬었다. 다소 미숙함이 곳곳에서 느껴지긴 하지만 잘 못하면서 잘하는 척 눈속임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2023. 11. 1.


벚꽃향이 매혹적인 벚꽃 케이크는 지난 4월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 향을 계속 맡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수정되는 경우를 많이 만났었는데, 다행스럽게도 -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까? -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반응은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디저트라는 것이 단맛 중심의 음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 맛 (flavour) 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이렁 요소들이 한국에서는 낯설음 때문인지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다보니 그런 음식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때나...아 그 때에도 그냥 초콜릿 중심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음식이 그래도 한 켠에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반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것이 오히려 놀라웠었다.


망고 에클레어는 제주의 여느 호텔들과 달리 망고의 신맛이 선명했었다. 향도 선명하고 단맛도 또렷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망고는 단맛만 너무 강조된 나머지 오히려 신맛이 느껴질 경우 뭔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몽블랑도 역시나 선명한 신맛 덕분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상태가 유지만 된다면 계속해서 갤러리 라운지에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셰프가 자신의 색깔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사실상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로비에 흐르는 음악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팝송 리믹스 댄스 버전까지 로비에 울리니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올라왔던 흥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2023. 10. 26.


르 쉬느아도 예외적일 수가 없었다. 인력 부족 문제는 특히 제주도에서 숙명적인 영역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정통" 광동 요리들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비록 알란 셰프는 싱가포르로 돌아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방에서 만든 요리들의 완성도가 낮아지는 일은 여전히 상상할 수 없다. 오히려 새로 주방을 맡은 킹 셰프의 플레이팅만 놓고 봐도 무언가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여러 외적인 여건들 때문에 제약이 일부 보이지만 말이다.


새 메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이푸 누들이다. 드디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니! 라고 외치기엔 이미 다른 곳에서도 먹을 기회는 있었지만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지 메뉴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하는데, 부디 르 쉬느아에서는 그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드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고 약간의 툭툭 끊긴다고 할까? 하여간 조금은 독특한 질감이 매력적인 면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푸 누들 요리는 생선 부레가 들어간 것이지만 일단 이푸 누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딤섬의 경우 한 때 무제한 행사를 할 적엔 훨씬 많은 딤섬들을 주문 가능했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가짓수는 많이 줄어든 것이 아쉽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도 대부분 찐 딤섬류, 그것도 무난하게 새우나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이 주를 이루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플레인 창펀과 돼지갈비 찜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2023. 10. 22.


이 사진 하나가 현재 차이나 하우스가 처한 상황을 모두 보여준다. 파인 다이닝에서 이런 주문 시스템을 쓸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단 그랜드 하얏트만의 문제는 아니고 사실 제주도에 있는 소위 말하는 '특급' 호텔 조차 모두 겪는 문제인데 - 물론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 인력 부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원활한 접객은 이뤄지지 않는다. '셀프 서비스' 가 아니란 것이 그나마 파인 다이닝으로써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할까?


물론 이런 상황은 이곳만의 상황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하고 억지로라도 그냥 넘길 수 있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메뉴판에 존재하는 요리들이다. 부분적인 개편이든 전체적인 개편이든 그런 변화보다 지난번에는 있었던 메뉴들이 다시 방문하면 보이지 않는다. 문의하면 여러 이유를 듣게되는데 썩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요리들도 대체로 맛이 밋밋하다. 향은 이제 몇 번을 계속 맡아봐야 겨우 느낄 수 있었고 짠맛도 좀 더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다음달에 메뉴 개편이 있을 예정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제는 그리 기대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갈테지만 그때에도 음식들이 이번에 방문했던 경험보다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제 차이나 하우스를 찾지 않을 것 같다. 

2023. 5. 24.


올해에도 어김없이 5월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가든 테라스를 열었다. 가든 테라스 하면 버거였지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그 주제는 달라졌는데, 2016년과 같이 샴페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해당 샴페인의 진열이 눈에 띄는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놓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인데 2017년에 처음 버거를 내세웠을 때만 하더라도 - 사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식음료 부분에서 늘 최선을 다했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대중성은 비교적 떨어진다는 것이다. -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방문할 수록 달라지는 버거 수준에서 이미 눈치를 챘지만 외국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서 팔기엔 한국은 너무나 절망적인 곳이다. 따라서 올해엔 아예 샴페인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이 차라리 나은 전략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도 호기심 차원에서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하려고 했으나 오픈 당일에 개인 사정이 있어서 주문을 못했는데 다음 기회에 버거를 중심으로 몇 가지 먹어볼 생각이다. 칵테일도 몇 가지 준비되어 있었는데 역시 사정이 있어서 마셔보진 못했고 논 알콜 칵테일 한 잔을 마셨는데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서 술을 못 마시는데 석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싶다면 주문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아이스크림이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이야기 했었지만 어줍잖은 빙수 따위는 이 호텔에서만큼은 그만 만들고 차라리 잘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디저트 메뉴에 호텔에서 직접 만든 - 보통 외주를 통해 납품을 받는다. -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설마 이름처럼 대중적인 아이스크림이 나올까 했었는데 설마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호텔이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사한 것이지만 더운 여름날 옥상에 올라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상상을 해보면 우아하게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보다 이렇게 제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샴페인과 아주 잘 어울렸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몇 년 동안은 대중성에 맞춰 나오는 관계로 식음료 수준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거의 방문을 안했었는데, 올해엔 가볍게 샴페인 한 잔에 버거를 먹고 - 둘이 잘 어울릴려나? -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물고 내려오면 좋을 것 같다. 흥이 나면 2차로 호텔 바를 이용하면 될테고 말이다. 물론 그러기엔 극악에 가까운 대기줄이 부담되지만.


호텔 오픈 초창기인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호텔 바든 가든 테라스든 손님을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웠던 시기를 생각하면 가끔 그 대기줄이 이해가 안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사실 1 ~ 2년동안 극적으로 변한 것은 없으니 이런 변화가 신기할 때가 있다.

2023. 5. 19.


유 유안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중식당은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조리 실력부터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물론 유 유안을 포함해서 서울의 광동식 레스토랑은 "북경 오리" 의 인기가 대단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유형의 일들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항상 갈 때마다 아쉬웠던 것은 디저트의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 물론 광동 요리부터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지만 - 과 그나마 존재하는 디저트도 대부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며 "망고" 디저트만 그런대로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새로운 딤섬과 함께 몇 가지 요리가 새로 나오면 그에 맞춰 디저트도 한 두가지가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디저트 메뉴만 모두 바뀌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고전적인 디저트 세 종류인데 모두 차 - 또는 수프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 형태로 나온다. 내심 아몬드 수프도 같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유 유안 오픈 때 잠시 존재했다가 이내 사라지고 2018년인가 2019년에 다시 잠시 나왔지만 이내 사라졌던 과거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거의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런 형태의 디저트들은 한국인 입장에서 디저트라는 개념으로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대체로 따뜻하고 은은한 단맛 - 단맛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한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달지 않아서 좋은, 그런 의미라고 보면 된다. - 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품으로 주문할 때 대부분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디저트들은 갑자기 메뉴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세트 메뉴에 당연히 들어가겠지만 "망고" 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을 수도 있다.

물론 차가운 디저트들도 존재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인 망고 사고를 비롯해서, 알로에 젤리와 초코볼이 있는데 그 중 흥미로운 디저트는 초코볼이다. 고전적인 디저트인 찹쌀 경단을 서양 요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쌀과 팥의 질감은 부드럽게, 그에 대조되는 바삭거리는 초콜릿, 지방의 고소함은 쌀과 팥 대신 초콜릿이 받쳐 주고 거기에 쌀의 고소함이 더해져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신맛의 소르베가 더해지는데 정기적으론 어렵다해도 이런 식의 재해석한 디저트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바란다.


차가운 디저트들은 그동안의 쿠 셰프 스타일과는 다르게 나름대로 플레이팅에 신경을 써서 나온다. 따뜻한, 고전적인 디저트도 마찬가지인데 그런대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요리들을 단품으로 주문할 경우 꼭 디저트 하나씩은 주문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새로운 디저트 메뉴들도 추가되고, 이번에 새로 나온 디저트 메뉴들도 금새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2023. 5. 15.


5월에 새 메뉴가 나왔고, 메뉴가 나온 첫 날에 이미 다녀왔지만 블로그에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다. 잘 만들었지만 여전히 맛없는 국산 과일의 단점을 또다시 이야기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작성하는 날을 기준으로 이틀 전에 다시 방문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국산 과일의 맛없음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닐뿐더러 셰프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을 한참 벗어난 부분이니 다시 이야기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과일이 달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은 것이 그렇게 단맛 중심의 과일이 좋으면 굳이 과일을 왜 먹으려고 하는가? 설탕이라는 아주 훌륭한 재료가 있다. 국산 과일, 예를 들어 딸기 같은 것은 아주 달콤한데 라즈베리는 달콤하지 않아서 불만이라고? 베리류의 특징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아무튼 셰프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니 그건 넘어가더라도 결정적으로 이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이유는, 비록 라즈베리 타르트이나 피스타치오와의 짝짓기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닌데 첫 날 먹었을 때의 그 고소한 피스타치오의 향과 맛이 재방문 한 날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닥이 포슬포슬하게 가볍고 경쾌하게 부숴지던 질감은 여전히 부드럽긴 하지만 다소 딱딱한 방향으로 바뀌었었다. 내가 새 메뉴가 나오는 첫 날에 무조건 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한다. 그것도 안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달지 않아서 좋다, 꾸덕해서 좋다,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따위의 후기들은 다시 말해 '이 집 정말 조리 제대로 못하는 집이에요.'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걸 칭찬이랍시고 후기를 너도 나도 쓴다. 피스타치오와 같은 견과류의 고소함과 유지방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느끼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느끼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고소함과 신맛의 조합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국산 라즈베리는 신맛이라곤 어딜 둘러봐도 찾을 수 없지만 그래서 커피든 홍차든 음료가 존재하지 않는가?


우리가 라면을 먹을 때 만두 추가, 떡 추가, 파 추가 같은 것은 취향 차이라고 하지만 국물 양이 너무 많거나 면이 불어 터질 정도로 끓인 것은 취향 차이가 아니라 "잘못" 조리했다고 말한다. 라면은 쉽게 구분 가능한데, 디저트류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잘 모를 때에는 차라리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2023. 5. 8.



업무상 매년 또는 격년에 한 번 가게 되는 곳이 에버랜드인데 갈 때마다 속 빈 강정인 곳이라 생각하는데 이곳에서 먹은 음식 또한 일관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일관된 모습이란 것이 칭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내하는 직원은 존재하나 주문은 테이블에서 태블릿 PC로, 결제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구조인데 메뉴는 단순한 몇 가지만 존재한다. 크리스탈 제이드인데 주요 메뉴는 여느 동네 중국집처럼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이 있다. 물론 딴딴면이나 완탕면이 있긴 하지만 짜장면과 공존하는 곳인데 굳이 그 요리들을 주문할 필요가 있을까?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접시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 저기 짬뽕 국물 등이 튀어서 묻어 있고, 젓가락은 비록 입에 닿는 부분은 아래로 해서 모두 세워놓았지만 어찌되었든 손님이 꺼내야 한다. 반찬과 물은 셀프 서비스, 가서 보니 위생 상태는... 정말 내가 크리스탈 제이드에 들어온 것이 맞는가?


한국에서 외국 요리는 신기루 같은 존재이니 특히 이런 프랜차이즈점은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기에 배만 채운다는 생각으로 들어서긴 했지만 올리브유로 볶았다는 짜장면 메뉴를 보니 웃음만 나왔다. 왜 하필 올리브유인가? 게다가 맛은 여느 중국집처럼 단맛 중심인데, 이제는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 디저트는 달지 않아야 잘 하는 곳인 반면, 식사류는 단맛 중심인 세상인데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사이드로 주문한 몽콩식 튀김 만두는 영문 메뉴명과는 달리 - Pan fried - 정말 튀겨서 나왔는데 간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손님이 알아서 간장 찍어 먹으란 말이지? 한국에서 음식이란 더 이상 화학적 변화에 의한 어떤 결과물이 아니다. 간장에 찍어 먹으면 짠맛이야 어떻게든 더해지겠지만 간을 한다는 것이 단순하게 짠맛이 더해진다는 의미는 아닌데 그런 것쯤이야 무시해도 그만이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 여전히 중구난방식으로 운영하는 놀이 동산, 심지어 입구쪽에는 "감성교복" 이란 곳이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복을 점차 없애는 추세인데 여전히 인기가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곳, 한국에서 최고의 놀이동산의 현주소이다. 내년에 또 갈 가능성도 있는데 이제 어디서 식사를 해야할까?

2023. 5. 4.


한국의 과일들은 대체로 맛없다. 지나치게 강조하는 단맛은 흐릿한 여운이 생각보다 커서 당장 입안에 들어오면 달게 느껴지지만 이내 그 단맛의 여운은 쉽게 흐려진다. 게다가 신맛은 흔적조차 거의 없다.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정작 과일에서 신맛이 느껴지면 불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했었는데 또 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 메뉴 중 과일이 들어가는 빙수들이 모두 한결같이 맛이 그리 느껴졌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과일 빙수들은 당장 컨셉트가 어떻고를 떠나서 그나마 꾸준하게 보여준 모습은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올해엔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이유가 뻔히 짐작이 되어서 기분이 매우 착잡했었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차라리 포시즌스 호텔은 더 이상 빙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월드 오브 빙수이든 이달의 빙수이든, 여행 컨셉트이든 도시 소개 컨셉트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생과일"을 얼마나 "많이" 올렸느냐, "생과일" 은 "당도" 가 어느 정도인가 이 두 가지만 만족스럽다면 정말 "맛있는" 빙수이다. "생과일" 대신 조리한 과일이 올라 가면 제품을 썼니, 과일 품질이 낮은 것 아니냐와 같은 억측만 나온다. 플레이팅? 그런 것이 중요한가? 


물론 호텔 입장에서 빙수 판매는 일종의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특정 호텔의 빙수가 최고가 되는 현실에서 굳이 비교 당하고 욕까지 먹어가며 판매를 해야하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과일" 과 "당도" 를 제외하고 대부분 관심이 없다. 


한편 여전히 "가격"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데, 사실 황당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은 이 "요리" 같지 않은 음식에 대한 것이지 가성비나 가심비와 같은 쌩뚱맞은 주제로 넘어갈 내용은 아니다. 재료비니 인건비니, 접객에 대한 비용이니 같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곱게 간 얼음 위에 생과일 달랑 올린 것이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과일을 조리하고, 심지어 질감의 대조를 위해 더한 것들까지 모두 다 쓸데 없는 짓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마치 돈을 더 받을려고 꼼수 부린 것처럼 말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는 신맛의 부재를 극대화 하였기에 예전만큼의 재미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국산 과일의 단맛 부조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에도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그 호텔과 비교해서 할 것이다. 누가 잘못 만들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 그러니 어차피 빙수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예년처럼 포시즌스 호텔만의 빙수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여전히 빙수를 굳이 사먹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과 9월에 나올 빙수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2023. 4. 10.


여전히 로비를 중심으로 라운지까지 종잡을 수 없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직원은 단 한 명만 있었다. 오픈 시간 조금 지나 방문했지만 과연 한 명의 직원만으로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그런 가운데 음식들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것이 나왔었다. 지난번엔 "봄" 이니 "딸기" 가, 이번에는 "벚꽃" 이 필 시기이니 그것을 주제로? 일본에서의 "슌" 영향? - 왜 하필 일본과 연관 짓냐고 하겠지만 이쪽 세계의 음식들은 유럽보다 일본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런 것은 뭐 그런대로 좋게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주제가 맛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료를 우리는 제철 과일을 사용했습니다' 이거나 외형을 그래 벚꽃 시즌이니 벚꽃 색상에 맞춰서 아니면 모양을...그 수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먹고 나서 평가를 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춘 것인지 아니면 만드는 사람이 그 정도밖에 못 만들어서인지 하여간 어디를 가나 대부분 그런 수준에서 만들고 평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일단 새로 나왔으니 한 번 먹어보자 차원에서 먹었는데 다소 놀라웠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생과일을 그대로 올려야 수준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데, 특히 향신료나 알콜이 들어갈 경우 재료에 문제가 있으니 꼼수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었다. 그런데 갤러리 라운지 38에서는 전혀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체리와 리큐르의 결합, 거기에 덧대어진 향신료의 조합, 일단 이것만으로 향을 좀 더 풍부하게 채워준다. 게다가 의외로 무스는 굉장히 매끄러웠다. 이게 놀랍거나 칭찬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인데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놀라운 일이다. 향의 풍부함과 매끄러운 질감의 결과물이 아침부터 상쾌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벚꽃" 을 주제로 맛으로 표현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잘 만들었지만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인데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으니 의외로 놀라웠다, 딱 이 수준에서 끝난다. 제주, 벚꽃, 언제든지 이것을 맛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셰프는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현재 프랑스 출신의 셰프가 새로 왔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세계를 다음 방문에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음료의 경우 오픈 초창기에 비하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전히 커피와 홍차는 선택지가 적고 대신 다소 조잡스런 음료 선택지가 더욱 늘었다. 제주산 녹차는 둘째 치고 자꾸 뭔가 우려낸 것들로 차를 만드는데 글쎄... 그런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추가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것들을 갖춰야 메뉴판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 호텔은 처음 문을 열기 전에 초대한 손님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대대적으로 음식에 대해 한국인이 선호하는 수준에 맞춰 문을 열어서 그 한계가 명확한데, 그나마 갤러리 라운지의 음료와 음식들은 종종 그 한계를 살짝 넘어설 때가 있어서 여전히 만족은 못하지만 제주도에 갈 때마다 찾는다.

2023. 3. 6.


윈터 큐브에 이어서 나온 스프링 큐브는 안에 딸기가 들어있다. 한국에서 봄 하면 딸기, 너무 흔한 만남이라 또 딸기야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내가 선입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민트향이 시간차를 두고 밀려 오는데, 봄의 산뜻함이 절로 생각나게 만든다. 딸기가 아니라 민트가 핵심이라니, 그것도 한국에서!


지난 발렌타인 데이에 이어서 이번에는 정체 불명의 화이트 데이를 겨냥한 퓨어 러브는 코코넛향이 순수하게 느껴진다.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페이스트리 셰프의 향을 다루는 실력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오히려 지난 로맨스 케이크보다 더욱 향이 선명하다. 거기에 더해 살짝 씹히는 코코넛의 질감이 아주 경쾌하다. 


무엇보다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의 백미는 바로 헤이즐넛 파리 브레스트이다. 그동안 새로 온 세프의 창작물들이 너무 달지 않아 아쉽다고 했었는데, 아주 제대로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한 견과류의 고소함까지, 너무 달고 고소해서 - 당연히 이게 단점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 오히려 놀라웠다. 이게 놀랄 일은 아닌데 워낙 한국에서 "달지 않아서 좋아요." 가 극찬의 표현이니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서걱거리는 슈의 질감과 함께 크림의 crunchy 질감까지 씹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드디어 새로 셰프가 온지 1년만에 제대로 된 라인을 보여주는 것인가?


이런 결과물들을 만나니 한 가지 아쉬움이 여전히 눈에 띄는데 바로 짝이 잘 맞는 음료였다. 커피보다 홍차가 그리운데 한국에서 이와 잘맞는 홍차를 만나기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쓰거나 떫거나 같은 이유로 거부감이 큰 분위기에 기껏 인기 있는 것들은 가향차가 대부분, 그게 아니라면 현미 녹차정도? 물론 이는 반대의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차가 괜찮다면 같이 곁들일 음식의 결과물이 형편 없는 그런 상황말이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홍차의 선택지가 다양하지는 않아도 몇 가지가 있긴 하나 커피에 비하면 그 결과물이 아쉬울 때가 많다. 특히 이번에 나온 파리 브레스트와는 당장 짝이 잘 맞는 홍차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게 단순히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기 보다 현실적인 여건들이 서로 맞물린 상황이어서 계속 아쉬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2023. 2. 24.


여전히 북경 오리 갖고 국내 또는 해외 레스토랑들과 비교하는 수준의 리뷰 - 라기 보다 그냥 나 이것 먹었음! - 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유 유안의 새 딤섬 메뉴는 늘 기대를 갖게 했었다. 어차피 하가우나 샤오롱바오만 다들 먹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고전적이든 아니든 몇 가지 새 딤섬 메뉴를 선보였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런 기대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다들 해외 레스토랑들과 비교하니 나도 비교 하자면 해외의 경우 하가우만 하더라도 고전적인 그대로 내놓는 곳들도 있지만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는 곳들도 많은데, 유 유안은 씨우마이와 샤오롱바오만 조금 다르게 내놓았지만 그저 재료 하나 더 넣었어요 수준에서 그친다. 춘권도 새우에서 다시 돼지고기로 바뀐 정도인데, 물론 완성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몇 번 이야기 했었지만 유 유안은 특히 굽거나 튀긴 딤섬들의 질감 완성도가 아주 높은데, 함수각도 그렇고 춘권 역시 가볍게 바스락 거리는 질감들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의 창펀도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 바스락거리는 질감 대조가 흥미로운데 사실 이 딤섬 메뉴는 몇 년전에 메뉴판에 존재하다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등장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새로 나온 딤섬 메뉴들은 새롭게 나왔다기보다 기존에 있던 메뉴들이 여러 이유로 사라졌었다가 다시 등장하였는데, 대중성을 너무 의식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에서 딤섬은 곧 찐 만두라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애써 이해할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사진 속 창펀처럼 소스를 찍어 먹게 나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디너 메뉴와 마찬가지로 딤섬까지 이번 유 유안의 새 메뉴들은 쿠 셰프의 의견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3. 2. 20.



한국에서 디저트류에 들어가는 과일들은 죄다 생과일을 잔뜩 올려야 제대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여전히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하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조리를 한 순간 그것은 재료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이니 눈속임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국산 과일의 열악함은 차치하더라도 질감만 놓고 보면 그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적어도 먹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분위기이다. 내가 먹었던 카카오 시트러스와 베리 요거트 베르가못은 끈적거리고 다소 뻑뻑한 질감을 느꼈었는데 이런 디저트들이 원래 어떤 질감인지 만드는 사람들이 알았든 몰랐든 먹는 사람이 잘 알고 있다면 결코 이런 결과물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분명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맛과 신맛의 조합이라는 아주 지극히 기본적인 원리마저도 사실상 이름과 달리 신맛은 거의 없는 상태였었다.


나는 단순히 여기가 잘 못하네라고 평가를 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정중앙에 자리 잡은 빵 진열대때문이다. 베이커를 영입했다고 선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누가 봐도 덜 구웠다는 티가 나는 허연 빵들과 함께 단팥빵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그걸 한 무더기를 사가는 손님들을 보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주방에 오든 결과물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만드는 사람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설사 잘 안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 그나마 좋았었던 이 라운지의 홍차 메뉴는 여전한 가운데 추가로 들여온 제주산 차 메뉴 중 유자진피 보이차는 이름만 보이차일뿐 사실상 유자진피 차였었다. 해외에서 마실 수 있는 만다린 보이차를 생각해서 국내 여건의 열악함 속에서도 비슷한 흉내는 내었겠지 조금이나마 기대했었는데 여전히 갈 길이 너무 멀다. 대체 이런 상황들을 언제까지 마주쳐야 할까?

2023. 2. 17.


드디어 애저 요리가 다시 등장했다. 유 유안이 오픈했을 때 바베큐 메뉴에 애저와 광동식 오리 구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메뉴에 오른 것이다. 이제 광동식 오리 구이만 다시 등장하면 된다. 거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북경 오리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했으니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또 하나 반가웠던 메뉴는 복건식 볶음밥이다. 예전에 프로모션으로 잠깐 중국 8대 지방 요리 식사 메뉴로 나왔었다. 대다수 한국인들이 제대로 볶아서 나온 볶음밥이 너무 건조하다고 아우성이니 계란국 같은 것을 찾게하지 말고 차라리 이런 볶음밥 메뉴를 내놓는 것이 나을테다. 


이제는 기대조차 안하는데, 여전히 유 유안에서는 쿠 셰프만의 요리만을 찾기가 어렵고 메뉴판에 기재된 요리 가짓수도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디저트 메뉴는 특색이 너무 없는데, 네이버 후기를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디저트를 주문할 생각도 없고 기껏 제공되는 프티 푸르에 호들갑만 떨 뿐이다. 사실 저 두 메뉴가 다시 등장한 것이 반갑기는 하나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들을 보면 그동안 쿠 셰프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뜬금 없는 것들이 있다. 애저 요리 위에 캐비아가 올라가는 것이 신기한 일도 아니고 해외에서도 자주 만나는 일이긴 하나 쿠 셰프는 그동안 캐비아나 블랙 트러플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었다. 양고기 바비큐도 같이 나오는 민트 젤리가 너무 생뚱맞다. 새로 나온 수프 한 가지도 여전히 담백한 수준이다. 담백하다는 표현이 한국에서는 칭찬으로 들리겠지만 전혀 칭찬이 아니다.

2015년에 유 유안이 오픈했었는데 2025년, 그러니까 10년이 지나면 광동 요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더 알려질려나? 갈 길이 먼데 여전히 유 유안의 최고 인기 메뉴는 북경 오리이다. 그런 가운데 쿠 셰프의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최상의 상태를 보여준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건조하다라고 불평을 하지만 말이다.

2023. 2. 11.


2월은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달이다. 모양은 예쁘지만 사실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만드는 모든 요리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그리고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해 만든 로맨스 케이크 역시 그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김새는 페이스트리 셰프가 일본에서 활동한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고, 완성도도 나쁘지 않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면 여느 발렌타인 데이 기념 음식들과 맛이 다르지 않다. 아주 살짝 로즈 워터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금새 사라져버린다. 지난달에 나온 윈터 큐브를 생각하면 형태에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한국의 "딸기"가 올라간 밀푀유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딸기" 계절을 맞이해서 딸기가 들어가는 것은 좋은데 굳이 눈으로 확인 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밀푀유와 한국 딸기가 시각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끔찍한 한국의 딸기 질감은 밀푀유의 질감과 전혀 맞지 않으니 시각은 물론 촉각마저 절망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한국 딸기의 흐릿한 단맛과 거의 없는 신맛마저 더해지니 맛에서도 최악의 조합이다. 다만 재방문했을 때 조금은 단단한 딸기를 올렸고, 메뉴가 나온 첫 날보다 조금은 더 선명한 단맛과 신맛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나는 한국 딸기가 서양의 디저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아주 지겹게 이야기했으니 빵과 함께 이제 그만 이야기 하자.


플랑은 당연히 바닐라 향이 지배적인데, 확실히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을 능수능란하게 잘 사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플랑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겠지만 향을 잘 다루는 능력을 다른 음식에서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 초콜릿 딜라이트 케이크는 초콜릿의 쌉싸름함에 리큐르에 절인 블랙 커런트가 맛의 한 층을 더 깔아주고, 견과류와 함께 느껴지는 짠맛의 선명함이 놀라웠는데 원래 이름은 "Brut" 으로 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원래대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한국에서 갖고 있는 초콜릿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술과 과일의 조합이나 짠맛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게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이게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초콜릿까지 더해졌으니...


분명 셰프는 이보다 더 다양한 맛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한국에 온지도 일년이 되었건만 여전히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이든 내부적인 요인이든 여러 문제들이 겹쳐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3. 2. 8.


코로나 19라는 질병이 제주에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르 쉬느아 역시 주문 가능한 메뉴 가짓수는 많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거의 매달 특선 메뉴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시 새해는 밝았고, 르 쉬느아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설 특선 메뉴를 선보였었다. 그러나 여전히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에 니엔 가오와 찹쌀밥을 먹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딤섬은 새롭게 재미난 것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북해도산 관자 위에 제주산 해조류를 올렸다. 일종의 질감 대비를 느낄 수가 있는데 생김새도 예쁘지만 확실히 씹는 재미가 있었다.


한편 타로가 들어간 요리도 하나 등장하는데, 이 타로란 녀석이 막상 먹을 때는 뻑뻑한 것이 내가 이 요리를 왜 골랐나 후회하게 하지만 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그 뻑뻑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다른 북해도산 관자 요리는 계란 흰자와 아스파라거스라는 고전적인 조합의 요리인데, 여전히 르 쉬느아의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한국에서 최고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입에서 거의 사르르 녹는 듯한 계란 흰자의 질감과 대비되는 아삭거리는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관자는 뻣뻣하지 않고 매우 부드러운. 이는 역시 새 메뉴인 돼지고기 볶음에서도 증명하는데 이게 당연한 결과물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당연하지가 않다.

2023. 1. 31.


반년만에 다시 찾은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갤러리 라운지는 국내 호텔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직원 수의 부족이었다. 오픈 초창기에야 대부분의 호텔들은 많은 직원들이 곳곳에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유야 이제는 뻔히 알지만 그게 그렇게 반가운 일은 당연히 아니다.

그런 가운데 커피와 음식은 반년 전에 비해 조금 나아졌었다. 비록 뻔한, "딸기" 를 주제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몽블랑의 경우 또렷한 단맛과 다소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느껴지는 신맛의 조화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타르트와 에클레어는 몽블랑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년 전과 분명 결이 다름이 느껴져서 문의하니 새로 프랑스 출신의 셰프가 부임했다고 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런 변화가 그냥 느껴질리가 없지.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 든다. 몽블랑의 경우 안에 든 머랭은 퍼석거린다고 할까? 그 미묘한 질감에 살짝 불안감을 느꼈었는데, 타르트에 이어 에클레어까지 먹고 나니  그 불안감은 역시나 실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타르트의 경우 부드러우면서 입안에서 가볍게 부숴지는 질감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한편으로 퍼석거리는 것이 단순히 flaky 하다기 보다는 메마름이 느껴졌었는데 에클레어에서 확실히 그게 더 강하게 느껴졌었다. 다소 의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픈 시간에 맞춰 먹었으니 그랬을테고 오후에 먹었으면 어디선가 수분이 더해져서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이러면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한 번 더 먹어보면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정도로 또 괜찮았던 것은 아니었다. 국산 딸기의 그 흐릿한 단맛과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신맛, 그리고 그 물컹거리는 질감은 타르트와 너무 따로 노는데다 전체적으로 맛과 향이 밋밋해서 달지도 않은 타르트를 또 한 번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에클레어도 마찬가지, 뻑뻑한 - 그렇다고 해서 국내 많은 에클레어들의 그 뻑뻑함 정도는 아니었다. - 크림을 또 다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는 느낌이라면 너무 주관적인 접근일까?


커피의 경우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었는데, 지금까지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갤러리 라운지에서 마셨던 카푸치노 중 가장 괜찮았었다. 이 역시 문의 하니 얼마 전에 원두가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테라로사에서 원두를 공급 받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최소한 어떻게든 먹을만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보인다. 그게 자체적이든 외부요인이든 하여간 부딪힘도 있다는 것이 같이 느껴지지만, 제주도에서 소위 말하는 "특급 호텔" 중에서는 이 정도 수준을 만나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로비 전체에 흐르는 음악들이다. 이번에는 운 좋게 메탈리카 노래는 들리지 않았지만 Bon Jovi의 Wanted Dead or Alive 나 Queen 의 Bohemian Rhapsody, 그러다가 갑자기 힙합 음악 - 제목이 얼른 기억나지 않는데 8, 90년대 유명했었던 - 돼 하나 흘러 나왔는데 호텔 1층의 공간을 이렇게 꾸며놓고 그런 노래들을 아무렇지 않게 틀어놓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직원들이 그만 두는 이유에는 이런 것들도 일부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호텔 산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접근하는 기업체가 과연 몇 곳이나 있을까?

2023. 1. 11.


시계는 전혀 관심 없고, 손목은 허전하니 언제부터인가 찾게 된 것이 팔찌인데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만 구입한다. 아주 가끔 알렉산더 맥퀸 팔찌를 구입할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가끔 있는 일이다. 여러 브랜드 제품들을 다양한 라인까지 몇 년째 꾸준히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은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렇다.





이제 직구의 가장 큰 매력적인 요소였었던 가격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되었다. 가장 최근에 한글 홈페이지를 지원하게 된 미스터 포터는 그나마 배송비 무료 정책이 경쟁력이 있지만 다른 직구 사이트들과 달리 제품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팔찌 가죽 색상은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닌데 단지 금색이 눈에 띈다는 것 하나만으로 구입하였다. 

더 이상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색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각 직구 사이트마다 저장해 놓은 제품들은 많은데, 최근에는 선뜻 결제창을 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여행도, 파인 다이닝 방문도, 패션 관련 제품 구입도 이제는 그저 흥미롭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2023. 1. 9.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자마자 비록 한시적이지만 - 일주일동안 판매한다고 하니 아마 이 글이 올라올 시점에선 판매가 종료되었을 것이다. - 고전적인 메뉴가 하나 등장했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가 문을 연지 8년째 되는데, 그동안 셰프가 두 번이나 바뀌었고 바뀔때마다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가 등장했었다. 쇼케이스 안 어딘가에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초창기에는 그리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인기가 있는 것은 딸기 아니면 망고 쇼트 케이크 정도, 밀푀유도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었다. 

다들 빵 전문가니 디저트 전문가니 내세우지만 사실 많이 먹어봤다 수준에서 품평이 이뤄지지 뭘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평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기껏 비교한다는 것이 프랑스 어디를 갔었는데인데 그런 수준에서 꾸준하게 이런 메뉴들을 내놓는 것만으로 언제까지 박수를 쳐야 할까?

아무튼 셰프가 바뀔때마다 이런 메뉴들이 주를 이루는 것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전적인 메뉴들 일부는 항상 쇼케이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셰프가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고싶을 때 사용할 재료부터 해서 도구까지 한국의 식품관련 법안들은 좋게 말하면 한국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세심한 기준들로 가득차서 당장 무언가를 내놓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갈레트 데 루아를 주문했을 때 왕관은 따로 제공한다. 왕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fève 까지 같이 감안해서 생각을 해보면 다분히 의도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법률상 식품에 올릴 수는 없으니 궁여지책인데 이럴거라면 차라리 안 내는 것이 맞겠지만 어디 이 음식이 의도가 뻔한데 그럴 수는 있을까?






사실 반가웠던 메뉴는 윈터 큐브이다. 드디어 셰프만의 새 메뉴 등장, 과연 어떤 맛의 세계를 느끼게 해줄까? 지난 글까지 꾸준히 이야기 했었지만 새로 온 셰프는 향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맛을 설계하는데, 그동안 향신료에 기대었다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부드럽게 갈라지는 무스 - 이걸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 메뉴들은 대부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질감이 다소 뻑뻑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나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피드백을 통한 보정이라 생각한다. - 를 입안에 넣으면 향을 통해 청량감과 함께 느껴지는 것은 "겨울" 이다.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아니라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감각의 겨울? 이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꽤 복잡한데 단어만 선택하자면 "겨울", 색상을 보면 언뜻 겨울왕국의 "엘사" 가 생각나는데 그것과 일맥상통하려나?

향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꽤나 복잡하게 느껴져서 혹시 다른 여러 향신료가 들어갔는지 문의까지 했었는데, 그렇게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하나를 더 먹으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남아있던 윈터 큐브는 매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아쉬움과 셰프의 일본에서의 활동을 생각해보면 윈터 큐브 모양새는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해서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물론 그 시간이 일부라도 일년 가까이 걸렸다는 것이 여전히 불만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