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5. 25.



내가 딤섬을 좋아한다는 것은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거나 블로그 리뷰를 꾸준히 봤었다면 잘 알텐데, 가장 좋아하는 딤섬 중 하나가 조주식 딤섬이다. 작년에 싱가포르를 다시 갔었을 때 마침 조주 지역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갔었는데, 못 먹을 정도로 형편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이곳을 목적지로 갈 필요성을 못 느꼈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조주식 딤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마지막에 식사로 먹었었던 fish noodle 이 정말 맛있어서 다음에 여기 오면 요리를 중심으로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한편으로 조주 요리, 즉 해산물 중심의 요리가 넓은 범위에선 광동 요리에 포함되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텐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었다.






여기는 두 번째 방문이라 아직 직원들이 내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에 왔었을 때 fish noodle 이 인상적이어서 다시 왔다니까 매니저가 굉장히 반가워했었다. 디너는 처음이라 혹시 추천해줄만한 메뉴가 있냐고 물으니 몇 가지 추천을 해줬었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2인 이상이 먹을 수 있는 양이어서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해산물 중에서 갑각류 요리도 몇 가지 추천 했었는데,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게 요리를 먹고 있었지만 일일이 내가 발라먹어야 하는 분위기여서 다음에 와서 주문하기로 하고 결국 대부분의 메뉴는 내가 메뉴판에서 선택했었다.

싱가포르이니 영어로 대화 나누기가 어렵진 않았지만 파인 다이닝이라 하기엔 분위기도 그렇고 - 이날 재미있는 싸움 구경을 했었다. - 직원들의 접객도 그렇게 매끄럽지 않았다. 물론 싱가포르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도 마찬가지 분위기이나 여기는 특유의 무뚝뚝함이라기 보다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편이었다. 주문을 넣었는데 빠트린 것도 있었지만 곧바로 사과하고, 또 웃으면서 대응하니 굳이 그런 것까지 문제 삼을 일은 아니었다. 매니저도 재방문 했다고 하니 신경 쓰였는지 가끔씩 여유가 있을 때 - 가보면 알겠지만 두 번의 방문 모두 거의 만석 수준이어서 정말 정신 없는 분위기였었다. - 음식은 어떠한지 확인은 물론 종종 small talk 도 해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Fish Maw Soup with Chinese Herbs & Minced Pork

한국에서 중식 수프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일단 식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돼지 지방의 고소함을 생각하면 한없이 맑은 - 보통 한식에서 맑다는 의미는 지방의 고소함을 제거했다는 의미로 나는 받아들인다. - , 다시 말해 느끼하지 않은 수프 몇 가지만 판매를 하니 나는 거의 수프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왔는데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생선 부레가 들어간 수프를 주문 했었는데, 밑바탕인 돼지 지방의 고소함과 감칠맛이 받쳐 주고 거기에 생선 부레가 갖고 있는 고소함이 한층 더해지면서 - 익숙치 않으면 끈적거리는 지방의 고소함이 너무 느끼하다라고 하겠지만 - 절로 탄성이 흘러 나온다. 꼬들거리는 질감의 부레와 부드럽게 다져진 돼지고기의 질감을 내기 위해 적절하게 익힌 건더기도 무척 좋다. 이 맛을 느끼기 위해 나는 서울에서 여섯시간을 날아왔다. 







Marinated Duck Meat

가금류 요리도 몇 가지 먹고 싶었지만 대체로 양이 많다 보니 그나마 양이 적은 것으로 선택한 것이 이 마리네이드 한 오리 요리였었다. 오리 특유의 향이 일단 매혹적이다. 탄력있는 오리의 질감은 큰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씹힌다. 함께 제공된 white vinegar 는 강한 신맛이 오리의 고소함을 깔끔하게 느끼게 하지만 대신 오리 특유의 향을 누르는 경향이 있어서 중간에 한 번씩 입안을 정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만 먹었었다.






Steamed Eel with Plum Sauce

생선 요리도 먹고싶었지만 대부분의 생선 요리가 whole size 이거나 fillet 도 양이 제법 된다고 해서 건너뛰려고 했었는데, 마침 매니저가 이 요리는 양도 그리 많지 않고 자기가 생각했을 때 꽤 괜찮은 요리라고 추천을 하길래 주문했었다. plum 소스가 꽤 달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리 달지 않고 오히려 적절한 신맛이 장어의 고소함에 맛 (flavour) 의 한 층을 불어 넣어준다. 장어는 저항감 없이 칼만 갖다 대어도 부드럽게 잘리는데, 그렇다고 포크로 집었을 때 바스라지지 않고 탄탄하게 모양이 잡혀있을만큼 정말 잘 익혔었다.






Teochew Style Fish Noodle in Soup

작년에 처음 메뉴판에서 이 메뉴를 봤을 때, 나는 생선살 또는 어묵이 들어간 면 요리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앞에 붙은 조주 스타일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서버에게 문의 했었는데, 생선살로 면을 만들었다고 설명을 듣고 주저않고 이 면 요리를 주문했었다. 맛과 향을 생각하면 아마 대구살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부드럽게 씹히는 면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의 어묵처럼 저항감이 느껴지는 탄력이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탄력이 느껴진다. 중간에 약간의 꼬들거리는 듯한 버섯과 함께 먹다보면 한국에서의 쫄깃과는 다른 씹히는 질감이 중독적이다.





Mashed Taro with Gingko and Almon Cream

이 디저트 역시 매니저가 추천했었는데, 처음에 타로가 안 보여서 잘못 나온줄 알고 문의하니 매니저가 웃으면서 스푼으로 살짝 저어주니 메뉴명 그대로 부드럽게 으깬 타로가 속에 들어있었다. 아몬드 크림의 살짝 혀가 아린 맛과 단맛과 고소함에 타로의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더해지면서 일반 아몬드 크림 수프와는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몇몇 레스토랑들처럼 이제 이 곳도 앞으로 싱가포르를 갈 때마다 들릴 생각이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좀 번거롭다해도 갑각류 요리도 주문해야겠다. 물론 식사의 끝은 항상 fish noodle 과 타로 아몬드 크림이 아닐까? 지앙난춘이나 체리 가든처럼 여기도 한 번만 갈 것이 아니라 최소 두 번은 들려야겠다. 그래야 다른 면이나 밥, 디저트를 선택할 때니까 말이다.

2020. 5. 20.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에서 새로 주말 브런치 메뉴를 시작한다고 들었을 때 나름대로 기대를 했었다. 얼마 전 새로 나온 메뉴인 샤브샤브를 생각하면 예전 키오쿠 시절의 음식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솥밥 메뉴가 메인이라는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AB Weekend Brunch

Japanese Steamed Egg Custard 

Sea Urchin, Salmon Roe


첫 시작은 괜찮았었다. 키오쿠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키라 백 음식들을 생각하면 좀 더 가이세키에 가까운 요리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AB Weekend Brunch

Pot Rice with Fish

Grilled Seasonal Fish, Katsuo Dashi


그러나 그 이후 나오는 샐러드와 생선회는 전형적인 아키라 백 스타일이었고, 심지어 솥밥도 내가 생각했던 그런 솥밥이 아니었다. 이게 문제가 되냐고? 사실 아키라 백 측에선 키오쿠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혼자 상상에 빠진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뿐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게다가 아키라 백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니 무언가 잘못된 음식이 아닐까 오해할 수 있는데,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것과 아키라 백이 추구하는 방향을 생각하면 전형적인 단맛 중심에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질감 대조, 적당히 눈 요깃거리를 제공하는 플레이팅을 보여주고 있다. 주말에 가볍게 즐기기 딱 좋은, 기존 아키라 백 메뉴들의 지향점을 생각하면 그 선에서 만족스러운 메뉴 구성이다.


하지만 아키라 백 서울은 언제까지 비슷한 음식들을 내놓을 것인가? 간단하게 말해 모든 음식들이 맛이 비슷하다. 그래서 쉽게 질려버릴 가능성이 높은데, 메뉴 개편도 거의 없으니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보면 어느 순간 인기가 사라질 수 있다. 특히 서울은 음식 유행이 금방 바뀌는 도시가 아닌가? 모든 식당들이 꼭 깊이가 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비슷한 음식들을 내놓거나 기존 메뉴를 거의 변동없이 유지하는 전략은 이제 오픈한지 일년이 지났으니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인력 낭비이다. 아키라 백 주방에는 옛 키오쿠 시절의 인력들이 대부분 남아 있기에 조리 실력은 매우 우수한데, 그에 비해 만드는 음식들은 대체로 단순하다. 앞서 전략 이야기의 연장선인데 가이세키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방 인력의 조리 실력을 생각한다면 기왕 새로 주말 브런치 메뉴를 개발하기로 했으니 충분히 새로운 메뉴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자가복제 수준의 메뉴만 계속 내놓을 것인가?

2020. 5. 17.



빵을 살 일이 있어 잠시 들린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달고나 커피를 판매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총 세 가지 종류의 달고나 커피를 마셨다. 허세가 아니라 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아침에만 카푸치노를 마시는 편이어서 사실 이런 류의 커피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달고나 커피의 핵심을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는 캐치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주문했었다.






Cream Latte


이미 뉴스까지 방영되었으니 굳이 이 블로그에서 원리부터 해서 만드는 방법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튼 달고나 맛을 충실하게 잘 구현 했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달고나 맛의 핵심이다. 

단맛 중심이긴 하지만 쓴맛과 신맛 등도 느껴져야 하는데 스치듯이 지나간다. 거기에 한국 우유 유지방의 고소함도 밋밋하니 풍성해야 할 맛 (flavour) 이 단맛쪽에 치우쳐있다. 커피의 쓴맛과 신맛이 어느 정도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내고 있지만 그렇다면 굳이 달고나를 힘들게 만들어 올릴 필요가 있을까?

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달고나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하겠지만 달고나 빙수를 생각하면 함께 제공하는 달고나의 색상도 그렇고 분명 좀 더 복잡한 맛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데,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조정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평소 그의 지론이나 - 가끔씩 마주치면 대화를 나누는데, 사실 이건 자주 가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해외에선 셰프나 매니저와 종종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다. 그저 단골 손님이니까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 그가 한국에 온 초창기에 만든 카라멜 타르트의 맛을 생각하면 분명 맛의 중심을 한쪽으로 조정했다는 확신이 든다.

2020. 5. 13.



그동안 꾸준히 내 블로그를 구독한 분들은 눈치 챘겠지만 수많은 팔찌 브랜드 중 나는 발렌티노 가라바니를 가장 좋아한다. 거의 매 시즌마다 한 가지 이상씩 구입하는데, 온라인 직구를 통해서 구입하다 보니 항상 겪는 문제가 바로 비슷한 색상일 경우이다.






아예 색상이 다를 경우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비슷하게 보일 경우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컬러 번호를 알아보면 되는데, 안타깝게도 파페치를 제외하고 따로 문의하더라도 대부분의 직구 사이트는 컬러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기록 차원에서라도 리뷰를 남기는 편이다. 이번에 구입한 팔찌의 컬러 번호 역시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분홍 계열의 색상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몇 번 기회를 놓쳤다가 재입고 되었기에 얼른 구입하였다.






나는 손목이 얇은 편이어서 사이즈를 가장 작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의 경우 사이즈 구분 없이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손목에 채우기도 쉽고 무엇보다 너무 튀지 않으면서 하나의 포인트로써 착용할 수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이 브랜드 제품만 계속 구입하고 있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제는 직구 가격과 국내 매장 가격이 거의 큰 차이가 없으나 직구 사이트가 할인할 때 구입하면 매장 가격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그 때는 따로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금액은 30% 정도 저렴하다고 보면 된다.

2020. 5. 6.



삼년만의 재방문이었다. 당시 기억으로 나쁘지 않았는데 매년 꼭 가야겠다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 생각 나면 들릴만한 곳이라 생각했었다. 당시 딤섬 몇 가지와 콘지 하나를 먹고 나왔었기에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하게 딤섬들을 먹을 생각이었다.












삼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동안 셰프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디렉터 등이 바뀌면서 얀팅이 추구하는 방향을 바꿨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사이에 미슐랭이 진출하면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입장에서부터 퇴장까지 접객 및 응대는 예전의 모습들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싱가포르 특유의 건들거림이 그리 나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정중하게 격식을 갖춰 다가온다. 문제는 그 모습들이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느낌이다. 더 리츠 칼튼 밀레니아 싱가포르 섬머 파빌리온은 미슐랭을 의식한 나머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접객을 보였다면 이곳 얀팅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예전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여기도 다분히 미슐랭을 의식해서 그런것일까?






Deep - Fried Prawn Roll with Banana






"Snow Pear" Dumpling with Barbecued Pork






Homemade Steamed Rice Roll with Shrimp and Chives






Pan - fried Shanghai Pork Dumpling


예전의 얀팅 딤섬들은 내놓는 모양새는 투박했었는데 삼년이 지나 방문하니 꽤 공들여서 내놓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얀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의 세계는 방향을 잃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모양에 신경 쓴 만큼 맛 또한 신경 썼으면 좋았을텐데 맛은 전혀 발전하지 않았고 오히려 예전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 다른 광동식 레스토랑에서도 거의 비슷한 맛을 가진 딤섬을 만날 수 있다면 굳이 얀팅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Taro Sago served with Coconut


딤섬을 먹기 위해 더 이상 목적지로 설정해서 갈 생각은 없다. 다만 다른 요리들이 어떠할지 궁금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다시 싱가포르를 가게 되더라도 일단 이 곳은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차후 상황을 봐서 끼워 넣을 생각이다.

2020. 5. 4.


2015년 10월 오픈 이후 2016년부터 매년 한시적인 기간동안 주문 가능한 빙수는 2020년에는 조금 일찍 판매 하였다. 코로나의 영향을 생각한다면 좀 더 일찍 판매를 시도한 것이 의외인데, 예년과 달리 더 월드 오브 빙수는 하지 않고 투어 오브 코리아라고 해서 다른 주제로 판매하는 빙수가 있고 2016년 이후 꾸준하게 판매하고 있는 기본 빙수 세 가지가 있다. 투어 오브 코리아의 빙수들은 아직 모두 선보인 것은 아니니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따로 블로그에 글 올릴 예정이다.





그동안 꾸준히 내 블로그 글을 본 분들은 이 이야기를 또 한다면 이제는 지겹다라고 생각 할텐데, 나는 여전히 빙수를 꼭 먹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빙수를 판매할 때마다 특정 호텔을 꼭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특유의 - 라고 주장하겠지만 빙수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어느 나라가 원조인지 굳이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디저트를 어떻게 재해석 해서 내놓을지 늘 기대를 하기 때문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그동안 이 호텔의 빙수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었다.











Mango Mango Bingsu

Shaved iced milk, mango cubes, mango sauce, mango ice cream, mango pudding, coconut crumble, sago pearls


한국 호텔들의 망고 빙수들은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와 늘 비교를 당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호텔이 먼저 시작했든 결국 최종 승자는 언제나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이다.

예전에 블로그에 글 올린적이 있지만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는 내놓는 모양새가 아무 생각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서 부정적으로 평했었지만 맛만 놓고 보면 자잘한 문제를 제외하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신라 호텔은 애플 망고를 사용하고, 우유 얼음도 살짝 씹히는 질감을 갖고 있는 반면 포시즌스 호텔은 망고를 사용하고, 우유 얼음도 좀 더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두 호텔 모두 똑같은 맛의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모를까,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거기서 누가 더 낫다 비교하는 것은 정말 의미 없는 행위이다.. 아무튼 여기서 굳이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는 이야기 할 필요가 없으니 그만하자.


항상 빙수를 먹을 때마다 불편한 점을 이야기 했던 것 중 하나가 먹기 불편하게 수북히 쌓아서 내놓는 것이었다. 빙수가 배를 채울 음식은 아닌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인데, 한국의 미식 평가에서 빠지지 않는 객관적인 기준인 가성비 - 난 이 용어 자체가 정말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 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렇게 내놓지 않으면 양도 적으면서 가격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평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물은 언제나 처음부터 먹기 불편하고, 결국 대부분 다 먹지 못해 어느 정도 남겨놓는다. 반면 올해부터는 처음부터 양을 조금 줄여서 예년보다 먹기 편하게 나온다. 다만 나는 대체로 혼자 가니 문제 삼지 않는데, 둘 이상이 갔을 때 저 빙수를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서로 입안에 들어간 숟가락으로 빙수를 서로 푹푹 떠서 먹는 상황을 상상하면 끔찍한데 이건 경험해보지 못해서 호텔에서 어떻게 접객을 할지 궁금하다.


한편 맛의 설계를 놓고 보면 예년보다 좀 더 단순해졌다. 전형적인 한국 빙수의 모습인데, 망고와 우유 얼음 조합이 끝이어서 질감 대조나 향과 맛의 층들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은 모습은 거의 없다. 그래서, 조금 심심하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예년보다 반응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앞서 이야기해던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와 늘 비교 당하는 처지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애플 망고가 아닌 망고가 갖고 있는 특유의 혀가 아린듯한 맛과 강한 신맛, 그리고 결이 느껴지는 망고의 질감이 종종 부정적인 비교를 당할 것 같다. 중간에 애플 망고로 잠깐 교체할 생각은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생과일을 그대로 내놓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일정치 않은 품질인데 - 특히 한국에서 그 문제는 꽤 심각한 편이다. - , 예전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조리 과정을 거쳐 내놓았더니 호텔에서 싸구려 통조림 제품을 쓴다고 항의를 하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따로 조리하지 않고 - 사실 망고는 따로 조리 과정을 할 필요가 없긴 하다. 저 항의 과정은 복숭아를 사용했던 빙수가 나왔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소스를 좀 더 공들여 만들었는데 망고 상태가 좋지 못할 때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만큼 맛있었다.










Berry Very

Shaved iced milk, fresh summer berries, summer berry sorbet, berry compote, cocoa tuile

2016년에 더 월드 오브 빙수 중 하나였었던 이 빙수는 당시 처음 먹자마자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많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이후로 꾸준히 매년 선보이는 기본 빙수중 하나로 나오고 있다. 당시 찰스 H. 바 헤드 바텐더와 일종의 협업 과정을 통해 선보였었던 알콜 시럽은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시럽을 첨가 했을 때 좀 더 향을 풍부하게 만들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대신 새로 나오는 시럽이 베리류 특유의 신맛을 더욱 잘 살려주기 때문에 알콜 시럽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과일의 상태가 일정하지 못할 때 어느 정도 맛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딸기들의 맛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신맛이 강한 딸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외인데 - 그래서 이상한 딸기를 사용한다는 비난을 종종 받는다. - 무엇보다 아삭하게 씹히는 조금 단단한 질감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했었다. 이 빙수 역시 예년과 달리 좀 더 선명한 베리류 특유의 신맛에 초점을 둬서 오히려 단순해진 맛의 세계가 나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만들어봐야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못하다면 -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무지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 개인적으로 그 지점이 무척 아쉽긴 하나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함께 제공되는 판나 코타가 조금 의외의 조합이긴 한데, 잘 만든 것이어서 그것 나름대로 먹는 재미가 있다. 










Maru Bingsu

Shaved iced milk, sweetened red beans, almond praline ice cream, condensed milk, red bean pudding, sticky rice cakes, rice puff cake, multigrain powder


앞서 굳이 빙수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 이유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빙수이다. 한국 빙수의 대표주자인만큼 불합리한 요소들이 너무 많은데, 일단 팥이 갖고 있는 무겁고 텁텁한 느낌이 먹는 내내 불편함을 준다. 아무리 잘 삶아도 거슬리는 팥 껍질의 씹히는 느낌도 썩 기분 좋지 않다. 거기에 단맛을 더하니 맛이 더욱 텁텁해지는데 차라리 짠맛을 좀 더 더한다면 어떠할까? 물론 그래도 여전히 무거울 것 같긴 하다.

미숫가루 역시 먹기 불편한데 빙수를 그냥 떠먹자니 사레 들리기 딱 좋고, 섞어서 먹기엔 되직함을 넘어서 끈적거리는 질감이 불쾌하다. 고소함을 불어넣어 주긴 하지만 미숫가루가 없다고 해서 딱히 맛 자체에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한편 올려놓은 떡은 예년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온도 때문에 조금 딱딱해지는 것과 가뜩이나 미숫가루 때문에 끈적거리는 빙수의 질감에 이에 달라붙기까지 하는 떡의 질감이 더해져 더욱 불쾌한 끈적거림을 남긴다. 거기에 한과까지 끈적거림이 더해지니 가장 한국적인 빙수는 질감만 놓고 보아도 최악의 경험만을 선사한다. 속에 든 푸딩은 역시 온도 때문에 조금 굳어 있긴 하나 그런대로 빙수의 부드러운 질감과 잘 어우러지는데 다만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 못해서 안 넣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 위에 생과일을 올려 놓는 조합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잘 통하는 조리 방법인데, 그래서 나는 빙수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차라리 각 빙수마다 올려져 있는 셔벗이나 아이스크림을 따로 판매하면 어떠할까? 잘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한 스쿱, 좀 더 욕심 내서 두 스쿱 정도만 먹어도 나는 빙수보다 훨씬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그만한 가치를 가진 아이스크림과 셔벗을 만드는데 그것을 따로 사먹을 수 없어서 아쉽다.

2020. 5. 1.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는 직구 가격도 더 이상 매력이 없다. 국내 매장에서 구매하는 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으며, 직구 사이트들이 할인을 하는 경우 최대 30% 까지 할인될 때 그나마 가격 매력이 있지만 이것도 만약 관부가세를 따로 계산해야 하는 사이트라면 마찬가지로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있다.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색상이 비슷한 경우 품번을 확인하면 같은 색상의 팔찌를 구매할 일이 없다. 다만 대부분의 직구 사이트들은 품번을 따로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파페치는 품번을 같이 공지하기 때문에 확인하기가 쉽다.


















굳이 남녀 구분을 하고싶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분홍 계열의 색상을 남성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야 하지만 난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다.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들은 색상의 다양함은 다른 브랜드에 비하면 비교적 떨어지는 편인데, 대신 디자인이 간단해서 무난하게 착용하기에 좋다. 나는 시계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항상 손목이 허전한데, 이 팔찌들을 구매한 이후 간단하게 포인트를 줄 수 있어서 여름철 반팔 셔츠를 입었을 때 꼭 착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