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3. 12. 4.


이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눈치 챘겠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너무 무난해서 재미가 없었다. 맛이 없냐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먼저 11월에 나왔던 레드 크리스마스의 경우 초콜릿과 향신료의 전형적인 조합이지만 향신료의 향은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체리도 마찬가지이다. 알콜이 들어갔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작년의 바카라와 협업을 통해 선보였었던 케이크를 생각하면 역시나 작년은 의외의 결과물이었고, 올해 나온 것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만의 전형적인 조합이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만들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로써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닐라 향이 - 신기하게도 바닐라는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 주를 이루고 초콜릿의 질감이 더해져서 레드 크리스마스보다는 질감의 대조에 의한 재미가 좀 더 있긴 한데, 그 초콜릿들을 빼버리면? 그냥 바닐라 무스에서 끝나버린다.


크리스마스이니 모양만 놓고 보면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형식도 일단은 구색을 갖췄으니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맛 (flavour) 은? 나는 작년의 바카라와의 협업이 전형적인 형식이지만 그게 놀라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올해에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새로 나온 두 종류의 쁘띠 갸또가 차라리 낫다. 하나는 딸기향이 상쾌하게 다가오고 다른 하나는 유자가 이름에 들어갔지만 - 오히려 레몬이 절로 생각나 조금 의외였으나 - 신맛의 상쾌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또 타르트와 무스 종류이다. 다른 것은 이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지금 페이스트리 셰프가 호텔 오픈 이래 세 번째 셰프인데 - 이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런 변화는 세계 여느 호텔들이나 비슷하다.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뻔한데, 서울은 그러하기엔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세 번 모두 셰프가 초창기엔 여러 시도를 하지만 결국 1년 정도 지나면 항상 이런 모습들을 보였었다. 


맛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니콘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이것을 자꾸 눈에 보일려고만 하니 한국의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매년 산으로만 가고 있다. 거기에 늘 따라붙는 이야기, "맛은 개인 취향", 그 어디에도 논리와 과학은 없다. 물론 이것은 음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