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6. 29.


광동식 레스토랑에 방문해서 북경 오리를 찾는 것처럼 딤섬도 찾는 것이 정해져 있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니고 심지어 해외 레스토랑에 방문해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물론 모두가 다 알고 먹는 것은 아니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대부분 네이버 세상과 인스타그램 세상에서 특정 검색어를 반복 입력해서 찾는다. 그저 여기가 맛집이고 반드시 어떤 메뉴를 주문해야 하는지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나는 늘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정확하게 알려고 하지 않고 맛은 주관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주관적인 것을 강조한다면 왜 남이 쓴 후기를 찾아보는가?


수 많은 딤섬들 종류 중에 하가우와 시우마이, 샤오롱바오만 찾을 수 있다. 굳이 새로운 종류의 딤섬들을 먹으려고 할 필요도 물론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제대로 만든 하가우는 결과물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고 먹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이번에 새로 바뀐 시우마이를 보면 돌고 돌아 제자리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결국 위에 올려진 것은 날치알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메뉴 중 하나인 시우마이의 경우 해외에서는 단어 그대로 고전적으로 내놓는 파인 다이닝도 있지만 여러가지 다양한 변주를 내놓는 곳도 있다. 다른 재료를 추가하면서 질감의 대조를 느끼게 하거나 어떤 맛의 극적인 변화까지, 때로는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비싼 식재료를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게 썩 반갑지 않은 분위기이다. 

역시 고전적인 메뉴 중 하나인 순무 케이크도 재등장하였지만 얼마나 오래갈까? 돼지 갈비는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닭발은 꿈도 못 꿀 일이다. 특히 유 유안의 경우 튀기거나 굽는 딤섬의 질감 대조가 인상적인데, 그런 딤섬들은 거의 인기가 없다보니 새로 나왔다가 다음 메뉴 개편 때 금새 사라져 버린다. 하가우, 시우마이, 샤오롱바오를 제외 하면, 기껏해야 춘권과 같은 튀긴 딤섬이 인기가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말도 안 되는 딤섬 따위를 내놓는다고 비난까지 한다. 결국 새로 바뀐 메뉴들도 하나를 제외 하면 예전에 유 유안에서 주문 가능했었던 딤섬들의 재등장 수준에서 끝나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미슐랭 별이 어떻고, 모 호텔의 모 업장과 비교가 어떻고, 그런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Steamed rice flour crepe with "Char Siu" and coriander in oyster sauce

유 유안 오픈 초창기 때의 청판을 생각하면 언제부터인가 너무 얇게 만들어서 주문을 잘 안했었다. 오랜만에 차슈 청판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여전히 얇게 만들어서 청판 특유의 질감을 즐기기엔 너무 아쉬웠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의도적인 결과물이었다. 속이 비친다는 것이 피가 얇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 다들 피가 얇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 한식에서의 만두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분위기이다. - 결국 또 이런 결과물이 반복된다면 여전히 청판은 주문을 잘 안 할 것 같다. 

아울러 짜다 타령도 여전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덕분에 새로 나온 딤섬들도 전반적으로 간이 약했었다. 그걸 또 담백하니,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와 같은 후기들로 네이버 세상에는 가득 펼쳐질 것이다. 

2021. 6. 26.


6월초에 다녀간 뒤 이주일이 지나 다시 방문하니 딤섬 메뉴가 일부 바뀌었다. 선택지는 조금 더 늘어났지만 맛은 퇴보했었다. 간이 거의 안 된 딤섬들 말이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간이 안 된 딤섬들을 간장에 푹 찍어 먹는 모습들을 보면 이제는 별 생각도 들지 않는다.






Braised  and deep - fried chicken feet, black bean in abalone sauce

그런 가운데 오리 날개와 같은 딤섬들은 금새 사라져버렸다. 대신 닭발이 등장했는데 전복 소스랑 같이 나온다고 하지만 감칠맛은 미약하다. 

'현지화' 라는 단어의 뜻을 되짚어 봐야 할까? 아무런 맥락이 없는 맛의 설정 따위가 '현지화' 라면 난 차라리 사대주의자라 욕을 먹을지언정 더 이상 한국에서 외식을 하고싶지 않다. 정말 나는 뭐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간이 된, 과조리 되지 않은, 향이 있는 요리를 먹고싶을 뿐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들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마주쳐야 하는가? 다들 홍콩에 한 번씩은 다녀왔다면서 레스토랑들을 비교 하던데, 도대체 홍콩 어디에서 음식을 사 먹었길래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것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그저 의견들이 누적되어 차이나 하우스의 요리들을 망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심지어 점심에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스파클링 와인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이제 음식만 제대로 나오면 된다. 차이나 하우스는 그런 역량을 분명 갖고 있는데, 오픈 이래 반년 가까이 변함이 없다.


2021. 6. 24.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였었다. 광동식 레스토랑이 생긴지 5년이 지나 6년째 되는 해인데, 여전히 선택지는 빈약하고, 식재료의 수준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너도 나도 북경 오리 품평을 하지만 가냘픈 오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심지어 광동식 레스토랑인데 북경 오리만 있고 광동식 오리 구이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인구 천 만의 도시, 중국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건만 심지어 너도 나도 찬양하는 '미슐랭 가이드' 까지 진출한 마당에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현실을 대체 언제까지 바라봐야 할까? 오픈 초창기 나름 선택지가 많았었던 메뉴판은 이제 몇 장 되지도 않고, 그 안에서도 늘 잘 나가는 것만 나갈 뿐 진짜 광동 요리와 다른 지역 요리는 글자로만 존재할 뿐 탁자 위에서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 






Double - boiled Korean red ginseng soup with pork and mushrooms

오리 수프나 생선 부레 수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 못해 토마토와 계란이 들어간 수프조차 만나기 힘들다. 기껏해야 제비집이나 불도장이 인기만 있는데 그것조차 묽디 묽다. 지방의 고소함은 느끼하니까 제거해야 할 존재, 감칠맛은 짜니까 줄여야 하고, 이상한 냄새 따위는 나지 않아야 하는 그런 맑고 고운 묽은 수프 말이다. 홍삼이야 그렇다 쳐도 돼지와 버섯이 들어간 수프인데 감칠맛도, 지방의 고소함도 옅은 수프를 이제는 정말 그만 만나고싶다.

"거창하게 광동식 레스토랑에 왔는데 가장 중요한 수프를 먹지 않고 무슨 이 레스토랑의 음식 맛을 논한단 말인가!" 와 같은 이야기는 하고싶지 않다. 모두가 잘 알고 먹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Lemongrass fruit jelly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유 유안에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 삼발 소스나 주후장이 들어간 요리가 각각 하나씩 새로 생겼다. -  늘 새로 생기고, 다시 또 사라져 버린다. 오픈 이래 변함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요리들, 가장 인기 있는 요리들은 '북경 오리' 와 '마파 두부' 와 '게살 볶음밥' 이다. 그리고, 대부분 홍콩 등에 여행 가서 먹었던 그 맛이 나네, 나지 않네로 평가를 하고 있다.

디저트조차 망고만 인기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레몬그라스 젤리도 다음 메뉴 개편때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단 것 같으면서도 달지 않는, 잔잔하게 향이 느껴지는 이 젤리를 선뜻 주문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양식당에서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성의 없다고 하는 현실에서, "이런 얄궂은 젤리 따위를 돈 받고 팔다니!" 와 같은 반응이 뻔히 예상된다.

다들 망고 디저트가 맛있다고 하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망고와 포멜로의 조합을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든 현실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 무언가 하나라도 바뀌었어야 하는데, 차라리 제자리 걸음이라면 다행이지만 갈수록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새로 추가된 식후주 리스트 - 세 종류 뿐이긴 하지만 - 가 애처롭게 보인다. 유 유안의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가를 떠나서 디저트조차 잘 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식후주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까?

2021. 6. 17.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 셀럽들의 신발이니 NBA에서 착용 금지한 신발이니와 같은 도시 전설 수준의 이야기들이 많이 떠돈다.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래서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 셀럽 세상이나 NBA 세상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냥 온라인 쇼핑몰 구경을 하다가 단순한 디자인에 내가 원하는 색상의 신발이 눈에 띄어서 주문을 했었는데, 브랜드의 철학과 같은 것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면 되니 따로 여기에선 언급하지 않겠다.






신발 라인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목적에 맞는 라인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일단 신어보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 홈페이지 설명만 참고할 수 밖에 없었다. 기능성이야 나름대로 있겠지만 결국 최종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은 색상과 디자인이었는데, 여러 라인 중 브리즈 라인이 내 눈에는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었다.










국내에 매장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으로 직배송 가능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 보면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세일을 할 경우에는 거의 절반 넘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나 단점은 다양한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색상을 구매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공식 홈페이지를 이용해야 한다.




































워낙 이런 색상을 좋아해서 늘 이 색상 계열의 신발을 찾았었는데 국내에선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눈에 띄어서 이 브랜드의 신발을 사게 되었다.

디자인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한데, 발목이 굵고 발볼이 넓다면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보일 가능성이 높으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구매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할 때 신을 목적으로 산 것은 아니어서 기능성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아무튼 신으면 발을 빈틈없이 감싸주는데 그렇게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게도 매우 가볍고 걸을 때마다 정말 부드럽게 착지하면서 마치 공중에 떠다니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익숙해지면 공중에 떠다니는 느낌은 나중에 들지 않는다. 

가벼운 옷차림에 신고 다니기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회가 되는대로 다양한 색상을 구매할 생각이다.

2021. 6. 8.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보니 딤섬 메뉴가 많이 바뀐 것을 확인하였다. 비록 차이나 하우스는 철저하게 한국인 입맛에 맞춰 요리를 내놓지만 어찌되었든 딤섬 메뉴가 더욱 늘어난 것은 언제나 환영할 일이다. 그것도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새우나 돼지 고기가 들어간 찐 딤섬류가 아니라면 더더욱! 






여전히 소개는 '반찬' 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종의 '환영 음식' 인 것은 업장과 나 모두 알고 있다. 향신료의 향이 좀 더 더해지면 좋겠지만 여긴 한국임을 잊지 말자. 신맛도 마찬가지이다.







Lapsang Souchong

국내에서 차를 구하는 것보다는 훨씬 향과 맛이 좋은데, 당연히 해외에서 직수입 해오니 그렇다. 물론 호텔에서 판매하는 것이니 검역 절차는 준수했는데, 몇 번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좋게 말해 법이 우리들의 건강을 위해 아주 철저하게 절차를 밟는지라 사실 종류의 다양성은 아직까지 이곳에서 만나기 어렵다. 작년 말에 오픈 했을 때 곧 차 종류가 더 늘어날 것이라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도 차의 가짓수가 많이 늘어나지 않은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는데, 언젠가 절차가 끝나면 차 선택지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찻잔도 마찬가지로 원래 이렇게 제공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국내 모 업장에서의 1 ~ 2년이 걸렸던 시간을 생각하면 꽤 빨리 (?) 들어온 것이다. 







Cantonese roast duck


메뉴를 보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이 광동식 오리 구이! 

우선 차이나 하우스는 광동식 레스토랑은 분명 아니다. 광동 요리뿐만 아니라 사천과 상해 요리도 함께 선택지를 제시하는 곳이라 사실 북경 오리가 인기 많은 것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 문제는 국내에 유통 되는 오리가 북경 오리든 이 광동식 오리 구이든 요리를 하기에 적합한 종류인가? 껍질만 주네, 살코기랑 같이 주네도 마찬가지, 이 작디 작은, 지방층도 얇은 오리로 대체 어떤 수준의 북경 오리가 나오는 것을 바란단 말인가? 비교를 하자면 끝이 없지만 결론은 국내에 유통 되는 오리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정도로 북경 오리가 인기가 있다면 이제는 오리도 새로운 종류가 유통이 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그런 가운데 광동식 오리 구이를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사실 이 정도 품질의 오리를 북경 오리든 광동식 오리 구이든 파인 다이닝에서는 내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여건을 감안한다면 그저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비록 최대한 한국인들이 거부감을 덜 보일 수준으로 향을 내고 오리를 익혔지만 그저 플럼 소스에 오리 한 점 찍어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Deep - fried shrimp meat ball with mozzarella cheese

한국인들에게 딤섬이라면 주로 찐 종류의 하가우와 같은 투명한 피의 새우가 들어간 딤섬을 많이 떠올리겠지만 사실 그 종류는 정말 많다. 언제 한 번 찾아본 적이 있는데, 일단 서적은 힘든 것 같고 구글링을 통해 알아보다가 그 수 많은 종류와 변형, 각 지역에서의 특정 딤섬 조차 여기 저기 변형된 모습들을 보니 자료를 찾다가 금방 지쳐 버려서 포기 했었는데, 아무튼 이런 완자도 찐 것 뿐만 아니라 튀긴 것도 종종 만나게 된다. 안에 치즈가 들어 있고 튀긴 것이니 함께 나온 마요네즈가 신맛을 더해 맛의 균형을 맞춰 주니 마요네즈를 아끼지 말고 푹 찍어 먹자. 단맛도 더해져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돼지 갈비, 찹쌀 연잎밥, 심지어 오리 날개찜까지 새로 메뉴판에 등장 했다! 해외의 여느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딤섬들 - 안타깝게도 순무 케이크와 창펀은 아직 빠져 있다. - 을 드디어 차이나 하우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물론 한국인들 입맛에 철저하게 맞추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정책에 따라 비록 맛과 향은 덜 하지만 앞서 광동식 오리 구이처럼 딤섬도 그저 한국에서 선택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어느 나라 음식이든 다른 나라로 건너 가게 되면 맛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유독 국내는 그 편차가 너무 심하다. 지방의 고소함이 조금만 더해져도 느끼하다는 평이, 짠맛과 감칠맛의 밑바탕은 그저 소금을 들이부은 것이라는 평이, 향신료는 잡내 따위나 없애는 하지만 이건 중국향이야와 같은 평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차이나 하우스는 결국 대중성에 초점을 두었는데, 그런 가운데 다양한 중국의 지역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비록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요리가 중심이긴 하지만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저 여기에서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21. 6. 1.


아, 이 괴랄한 레스토랑에 대한 리뷰를 어떻게 쓸지 지난 주말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신세계에 대한 어떠한 믿음이 없다. 이미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경험하지 않았던가? 괴랄한 명칭부터 해서 유명인을 내세우는 마케팅 - 당시 바와 광동식 레스토랑의 교묘한 눈속임은 여기 조선 팰리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 , 허세 가득한 복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급한 것들까지 한 마디로 정의 하자면 카오스 그 자체인데 굳이 내가 내 돈을 써가며 가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니 굳이 여기 블로그에서 그 부분까지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아무튼 믿음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결국 이 괴랄한 레스토랑에 대한 리뷰를 쓰게 만들었다.


먼저 레스토랑의 이름부터 너무 웃기지 않은가? 네이버를 검색해보면 싱가포르의 보타닉 가든을 언급하던데, 굳이 싱가포르를 들먹일 필요는 없다. 단어 그대로 'Botanic Garden' 에서 'Botanic' 을 'Eatanic' 으로 바꿨을 뿐이다. 그 어디에도 싱가포르의 그곳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Botanic Garden' 과도 연결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갖다 붙였을 뿐이다. 레스토랑 실내가 초록빛이 주를 이루니 보타닉 가든이 아니냐고? 정말 보타닉 가든에 온 기분이 든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디자인과 명칭이 아직까지 통하는 서울이라니!


한편 한식의 맛과 멋을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고? 이 부분은 정말 할 이야기가 많은데, 우선 신세계 관련인이면서 동시에 아주 유명한 그의 말에 따르자면 무려 미슐랭 별을 세 개나 받은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의 헤드 셰프 출신인 한국인 셰프를 모셨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인가? 구글에서 아무리 검색해봐도 그곳의 셰프는 전혀 다른 사람인데? 이런 말장난 같은 행위를 이미 레스케이프에서 경험했었다. 세계적인 바텐더들이 레스케이프를 찾아 온다는 말장난 말이다. 정작 그곳의 헤드 바텐더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여전히 이런 유명세에 기댄 홍보가 먹혀들다니! 그래서, 이타닉 가든은 대체 어떤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것인가?







아뮤즈 부쉬 세 가지를 아주 당당하게 메뉴판에 하나씩 이름까지 붙여 가며 선보이는데, 일단 인스타그램이든 구글이든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를 검색해보라. 이타닉 가든은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와 협약을 맺은 것인가? 아니면 한국 지점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타닉 가든이 추구하는 방향이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복제 수준인가?

한식의 맛과 멋을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고 하기엔 레스토랑 이름부터 해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복제를 완벽하게 했냐면 그것조차 아니다. 대체 한국에서 아뮤즈 부쉬란 어떤 존재일까? 하나면 충분할 수준인데 이것을 억지로 세 가지로 늘렸다는 인상을 먼저 받았다. 

이 레스토랑에서 선보일 요리가 어떤 것인지 아뮤즈 부쉬로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뮤즈 부쉬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음식에서 신맛이 도드라지지만 그것도 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함께 해야 맛의 균형 역할을 다 할텐데, 그 두 가지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이니 오히려 신맛만 강조되는데 이것들이 계속 반복되니 금새 질려버린다. 게다가 단맛들이 거의 모든 요리에서 거슬릴 정도로 느껴진다. 이런, 한식의 맛을 재해석 했다면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면서? 한식에서야 달아야 할 음식들은 달지 않게 만들고, 달지 않아야 할 음식들은 달게 만드니 그것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면 억지로라도 이해할 여지가 있겠지만 그것이 글로벌한 감각, 아니 감각을 떠나서 과학적으로 이치에 맞는 것인가?


질감 대조는 거의 없는 가운데, 묘하게 거슬리는 질감도 보여준다. 과조리까지는 아니지만 적절하게 익힌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하지만 과조리쪽에 조금 더 가까운 질감 말이다. 대부분의 재료가 해산물인데 그 묘한 질감들이 계속해서 거슬렸었다.



한편 모든 요리들이 향은 거의 없었다. 새집 냄새가 계속 거슬렸으나 그것과 별개로 요리에서는 향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는데, 맛의 설계 자체가 나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싫어할테니 짠맛은 덜어 내고 단맛을 더하며, 느끼하다 할 수 있으니 지방은 덜어 내어 맛 (flavour) 의 풍성함은 제거하고, 향은 익숙한 것들만 남겨 두고 조금이라도 거부감이 들 여지는 빼 낸, 한 마디로 말해 백지에 가까운 수준의 음식을 내놓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를 복제 하되, 한국인 입맛에 맞추자. 그리고, 그것을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고 포장하자.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의 요리에서 일식적인 요소를 대충 한식적인 요소로 가리면 되니까.


내가 너무 억측하는 것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거의 복제 수준의 플레이팅과 백지에 가까운 맛의 설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편 음식 구성은 너무 중복된다. 거의 모든 음식들이 숟가락으로 떠먹는 형식인데, 마치 국물과 함께 건더기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스조차 풍성하게 흡사 한식에서의 국물처럼 깔아 주는데 그것을 숟가락으로 한참 퍼먹게 만든다. 그 어디에도 탄수화물이 없으니 공허하다. 그러다가 디저트 순서에 다다르면 이제는 단맛 중심이 아니다. 레스토랑 이름과는 별개인 코스의 흐름들이 뒤죽박죽인데다 마무리 단계에서 허무하게 끝내버리니, 내가 이런 기분을 느낄려고 삼십만원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가, 속된 말로 현타가 와버렸었다.





거기에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고 마지막에 차가 나오는데 이것마저도 밍숭맹숭했었다. 향도 맛도 없는 밍숭맹숭함, 업장에서 직접 블렌딩한 차라던데 설명을 들었어도 굳이 이것을 세세하게 기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튼 이걸로 모든 식사를 마무리 지으란다. 아, 이래서 한식을 재해석 했다고 한 것일까?





이런 혼동은 음료에서도 만나게 되는데, 일단 와인 페어링을 선택하니 아뮤즈 부쉬부터 친절하게 짝을 지어준다. 식전주 주문은 받지 않겠다, 어차피 주문 안 하는데 그냥 우리가 아뮤즈 부쉬에 맞는 샴페인을 짝 지어줄게, 그래서 정작 디너 코스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은 일곱 잔의 와인 페어링을 선택해도 요리 하나는 와인과 짝이 이뤄지지 않는다.

와인만 놓고 보면 미네랄이 주를 이루니 어쩌면 음식의 맛이 선명 했더라면 억지로라도 보타닉 가든과 연계해서 코스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음식들이 그런 것들을 보여주지 못하니 와인 페어링마저 중복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한국 전통술도 하나 짝이 지어졌는데, 역시나 그 지독한 단맛과 강한 향이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 아니 같이 짝을 지어놓은 음식조차 지독한 단맛과 강한 향 때문에 금새 질려버렸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소믈리에의 존재였었다. 왜 이 요리와 이 와인을 짝을 지었는지 설명을 듣기란 한국에서 쉬운 일이 아닌데, 다행히도 이타닉 가든의 소믈리에는 그런 아쉬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날 룸에서는 식사하는 내내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 등이 꽤 거슬리게 들렸었는데, 나중에 보니 여러 여성들이 여러번 들락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이 호텔의 위치가 하필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에 있지? 이런 혼동의 현장,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는 곳, 이런 곳이 여전히 국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백지에 가까운 수준 말고 셰프가 원래 의도했었던 방향이 궁금해서 곧바로 재방문 할 생각을 가졌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타닉 가든은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의 색채를 먼저 지워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가 이런 수준의 색채를 보여주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설마가 사람 잡지는 않겠지?


무언가 좀 더 정리해서 글을 써야하는데 정리가 쉽게 되지 않는다. 마치 내가 이 날 먹었던 음식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