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12. 29.


아각, Ya Ge로 표기하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면 "야끄" 에 가까운 발음을 하지만 그냥 "야게" 라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4년 전 처음 갔을 때 확인한 사항인데 어차피 외국인 입장에서 완벽하게 성조까지 감안해서 야끄라고 발음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그냥 야게라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했을텐데 그걸 굳이 따져가며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한자만 놓고 보면 우아한 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는 각종 전시물들이 눈에 띄지만 정작 내부로 들어오면 간결하다. 조금은 휑한 느낌의 내부 모습들이 의외일 수 있다. 언뜻 레스토랑 이름과 연결이 잘 안되는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음식과 접객은 그 우아함이 은연하게 다가온다.

몇 년전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대만 여행이 인기를 갖게 되었지만 세계적으로 놓고 봤을 때 타이페이라는 도시가 관광지로써 유명한 인기 있는 도시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호텔부터 해서 접객이 조금은 어설프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야게는 전혀 그런 어설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필요할 때마다 서버들은 내 테이블 주변에 있다. 무심코 지나가는듯 한데 찻잔에 차가 비어져 있으면 금새 따라준다. 잠시나마 서로 여유가 있을 때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지만 - 다시 말해 접객 및 응대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직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우아하다는 느낌이 - 비록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세련함은 느껴지지 않겠지만 - 절로 든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우연찮게 서버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는데 분명 세련스럽지 않지만 직원들의 움직임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음식이 나와 손님의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과정들이 리듬감 있게 흘러간다. 특히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코스 요리에서 빛을 발한다.







Pineapple, Barbecued Pork Bun, Baked


직원들의 움직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음식 또한 그러한데 일단 플레이팅만 놓고 보면 굉장히 간결하다.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 물론 모든 광동식 레스토랑이 그런 것은 아닌데 대체로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플레이팅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 그런 플레이팅 즉 무심코 접시 위에 올린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플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과함이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는데, 간결함 속에 우아함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맛이 한 편의 예술품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이 차슈 번을 보자. 젓가락을 이용해서 집어 들면 은은한 고소한 향이 먼저 느껴진다. 이어서 한 입 베어물면 부드럽게 쉽게 베어진다. 그런 가운데 바닥쪽의 푹신한 부드러움과 윗쪽의 바삭함이 서로 과하지 않고 정확하게 대조를 보인다. 속에 든 돼지고기는 부드럽지만 탄력있게 씹힌다. 돼지고기의 짠맛은 파인애플의 단맛과 신맛이 맞물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역시 정확하게 맛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파인애플의 아삭거리는 질감도 리듬감을 불어 넣어준다. 처음에 짠맛이 입맛을 돋운다면 마지막에 신맛이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 준다. 워낙 이 딤섬을 좋아해서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든 메뉴판에 보이면 무조건 주문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딤섬중 가장 완벽했었던, 여기서 더 이상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그런 딤섬이었다.

지난 4년간 이곳을 매년 방문하면서 메뉴판에 있을 때마다 - 항상 메뉴판에 있는 것은 아니다. - 주문 했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현재 이 상태가 가장 완벽하다. 실제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눌 때 이 딤섬에 대해 극찬을 하니 셰프가 그동안 많은 연구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고전적인 요리들을 그대로 내놓기 보다 그 안에서 야게만의 음식으로 재창조한, 파인 다이닝에서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라고 할까? 비단 이 딤섬만 그렇게 나온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요리가 질감, 향, 맛 등을 세심하게 가다듬어서 투박한 것 같지만 우아하게 나온다. 여기서 플레이팅까지 가다듬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그 균형감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Organic Soy Pudding


여느 광동 요리에서의 디저트처럼 밋밋한 가운데 은은한 고소함이 느껴진다. 사실 디저트라고 하기엔 거의 무맛에 가까워서 텁텁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여기에 같이 곁들여진 꿀과 설탕 중 하나를 선택해서 더해 먹으면 또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신경을 썼다면 맛부터 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설계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무심함 속에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맛의 설계들이 오히려 더 우아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좋은 차와 함께 곁들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그때엔 또 어떤 새로운 딤섬들을 만나게 될까? 지금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딤섬들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2019. 12. 23.


르 쉬느아는 거의 매달 새 특선 메뉴가 등장한다. 그저 가짓수로만 밀어 붙이는 것은 아니고 알란 셰프 특유의 위트가 들어가거나 다른 요리 기법 - 예를 들어 오픈 초창기 차슈는 한식에서 삼겹살 구이를 착안해서 플레이팅을 했었고, 거기에 쌈을 더하고 단맛을 좀 더 강조한 적이 있었다. - 이 적용된 창작 요리가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고전적인 요리를 내놓거나 길거리 음식을 재해석 해서 내놓고 있었다.






'Teochew' style steamed pork dumplings


얼마전까지 진행했었던 무제한 딤섬 메뉴에 있었던 딤섬인데, 무제한 행사가 끝났어도 이 차오저우식 딤섬을 주문할 수 있게 해놓았다. 한국인들에게 조금은 낯선 딤섬일 수 있는데, 속에 든 아삭한 질감의 땅콩 - 레스토랑에 따라 땅콩 대신 yam 이나 water chestnut 을 넣기도 한다. - 이 재미있는 딤섬이다. 














Marinated black sesame glass noodles in 'Ma La' sauce


지난 사천 특선 메뉴에 있었던 냉채 요리를 좀 더 다듬은 메뉴이다. 새우와 관자가 추가 되었고, 지난번과 달리 테이블 위에서 서버가 직접 소스와 버무려 제공하는데 아쉬운 것은 소스가 예전 메뉴와 맛이 달랐었다. 사천 특유의 톡톡 튀면서 혀를 얼얼하게 마비 시키는 듯한 그런 맛은 덜하고 대신 많이 부드워졌는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잘못 나온 것인지 미처 확인을 못했다. 










Marinated pork knuckle


중국식 족발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한국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굳이 차이점을 이야기 하자면 쌈장 대신 달콤한 칠리 소스와 곁들인다는 것 정도? 그래서 오히려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호기심 차원에서 주문 했던 메뉴라 다시 주문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온도 설정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족발은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나오던데 그러다보니 물컹거리면서 끈적거리는 껍질의 질감이 불편했었다. 중국에서도 족발은 이 정도 온도로 나온다고 하던데 물론 한국식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다소 높은 온도 설정이 족발을 먹을 때 껍질쪽에서 살짝 불쾌한 질감을 느꼈었다. 그나마 단맛의 강도가 강한 편은 아니어서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지만 계속 이런 온도를 유지 한다면 다시 먹을 생각은 없다.






Preserved duck, chicken clay pot rice


12월에는 겨울 특선 메뉴로 광동식 덮밥을 내놓고 있었는데, 세 가지 메뉴가 있다. 그 중 절인 오리와 닭고기 덮밥을 선택했는데, 파인 다이닝인만큼 길거리 음식을 그대로 재현해서 내놓진 않고 맛을 다듬어서 내놓고 있었다.






Topping item

Preserved pork belly


총 세 가지 메뉴 - 절인 오리와 돼지고기 삼겹살 덮밥, 돼지갈비와 삼겹살 덮밥 포함 - 를 모두 먹고 싶었지만 사람이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양은 한정 되어 있으니 그 중 가장 궁금했던 절인 오리와 닭고기 덮밥을 선택했고 토핑만 추가로 주문 가능하다고 해서 삼겹살을 추가 하였다.




















밥을 지을 때 처음부터 clay pot에 쌀을 넣고 그 위에 고기를 올린다고 설명을 들었다. 광동식 덮밥을 주문하면 처음에 사진처럼 상태를 확인 시켜주고 고기를 접시에 덜어 내놓은 다음 밥은 따로 소스를 넣고 비벼 준다. 길거리 음식인만큼 원래는 먹는 사람이 중국식 간장을 뿌려서 먹는다고 하는데, 파인 다이닝이니 이걸 먹는 사람이 손이 덜 가게 설정을 해놓았다. 그리고, 르 쉬느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간장이 아닌 특별 소스를 만들어서 음식을 내놓는데 이 특별 소스의 향이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짠맛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고소하면서 살짝 단맛이 감도는데, 거기에 은은한 꽃향이 느껴지니 그냥 밥만 먹어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그냥 밥만 먹는 것보다 고기를 올려서 먹는게 훨씬 낫다.)


덮밥에 나온 오리 고기는 절인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짠맛이 매우 강했다. 하지만 밥을 지을 때 함께 올려놓았던 생강 향이 배여 있는 상태여서 특별 소스와 생강 향이 한데 어우러져서 독특한 맛 (flavour) 을 느끼게 한다. 짠맛이 거슬리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먹게 만든다. 반면 닭고기는 은은하게 느껴지는 짠맛과 감칠맛과 단맛이 매력적이다. 거기에 매우 부드러운 질감이 오리 고기와는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추가로 주문했던 삼겹살은 물음표인데 밥과 함께 지어져서 나온 것이 아니어서 그럴까? 조금은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확실치 않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돼지 갈비와 삼겹살 덮밥을 주문해서 확인을 해보고싶다. 다만 현재 계획은 12월까지만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그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2019. 12. 17.


2019년 겨울 단품 메뉴와 마찬가지로 딤섬 메뉴도 많이 달라진 것은 없다. 사실 딤섬 메뉴는 한국에서 크게 기대 안하는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딤섬을 선택할 때 익숙한 것들 위주로만 주문하다보니 유 유안에서도 그동안 많은 메뉴를 선보였었지만 결국 꾸준하게 유지되는 메뉴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새 메뉴들도 오픈 이래 꾸준하게 선보이는 것들은 정해져 있고 그 외 메뉴들은 계속 바뀌는 상황이다.






Steamed sea cucumber, shrimp, pork and scallops dumpling in pork stock


한동안 사라졌었던 관탕교가 다시 나왔는데, 예전 메뉴는 제비집이 올려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해삼이 들어가 있다. 여전히 감칠맛을 밑바탕에 두고 덤플링을 갈랐을 때 지방의 고소함이 덧대어지는데, 해산물이 좀 더 들어가 있어 감칠맛과 은은한 단맛이 지난번보다 좀 더 진한 편이다.





Beef and shiitake mushrooms dumpling


오랜만에 유 유안에서 쇠고기가 들어간 딤섬을 만나게 되었는데 기존의 baked 가 아닌 steamed 딤섬이다. 쇠고기와 표고 버섯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감칠맛은 매우 진한데 그 진함의 정도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부드럽게 씹히는 쇠고기의 질감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우면서 탱글탱글한 탄력이 느껴지는 표고 버섯의 질감, 그와 대조되는 아삭거리는 water chestnut의 질감이 무척 재미있다.  굳이 두반장을 더하지 않더라도 짠맛과 감칠맛의 향연을 느낄 수가 있다. 입안에서 퍼지는 쇠고기의 향도 무척 좋다.














Steamed rice flour crepe with pork and cordycep


그동안 유 유안의 창펀은 특유의 흐물거리는 질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문을 잘 안하는 편이었는데, 새로 나온 동충하초 돼지고기 창펀은 전혀 흐물거리지 않고 창펀 특유의 탄력감이 느껴져 좋았었다. 피가 좀 더 두꺼워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이 상태도 나쁘지 않다. 씹으면 씹을수록 베어나오는 돼지고기의 단맛이 입안에 감돌면서 소스의 단맛과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지고, 부드럽게 씹히는 돼지고기와 함께 탄력있는 창펀 피의 질감까지 어느 하나 아쉬움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이번 메뉴 개편에선 주로 steamed 쪽에 신경을 많이 쓴 분위기인데, 유 유안은 pan fried 나 deep fried 딤섬들을 특히 잘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쪽 계열로 새로운 딤섬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국내에서 딤섬이란 주로 steamed 종류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니 상대적으로 반응이 썩 좋지 않은듯 하다. 해외의 광동식 레스토랑들처럼 두페이지에서 세페이지까지 가득찬 딤섬 메뉴들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2019. 12. 15.


유 유안은 계절이 바뀌면서 메뉴도 일부 바뀌었다. 이제는 아뮤즈 부쉬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웰컴 드링크까지 나온다.





Double - boiled bird's nest with pine mushrooms in superior sauce






Braised shiitake mushrooms with crab meat and abalone soup


일년에 두 번 메뉴가 바뀔때 많은 메뉴 교체가 있었지만 올해부터 계절별로 메뉴가 바뀌는 대신 부분적으로 메뉴 교체가 이뤄지는데 겨울 메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맵거나 지방의 고소함이 주를 이루는 요리들이 몇 가지 눈에 띄는데, 이미 예전에 유 유안에서 경험했던 음식들이 대부분이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프 메뉴의 변경은 색다르다. 유 유안은 광동식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수프 메뉴가 많이 아쉬웠는데, 아무래도 재료 수급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일테지만 그와 별개로 한국인들에게 지방의 고소함이란 느끼함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수프 맛이 굉장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돼지를 사용했다면 지방의 고소함이 핵심일텐데 대체로 수프 맛은 밋밋했다. 이걸 또 담백해서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런 형태의 음식을 만들거라면 굳이 돼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향신료가 들어가는 수프들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들은 - 사실 제비집 수프는 송이 버섯이 들어갔다는 것을 제외하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 밑바탕에 돼지 지방의 고소함이 깔려 있는데다 닭의 감칠맛이 기본적인 맛의 층을 이루고 있다. 제비집 수프는 송이 향이 한 축을 이루고, 제비집 특유의 꼬들거리는 질감이 또다른 한 축을 이뤄서 맛 (taste), 향, 질감을 통해 맛 (flavour) 의 향연을 즐겁게 느낄 수 있었다. 게살 전복 수프의 경우 감칠맛과 함께 은은하게 느껴지는 단맛이 인상적이다. 비릿하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해산물 향들이 식욕을 자극한다.


해외에서의 광동식 레스토랑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국내 여건상 비슷한 음식이라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로도 꽤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동안 밋밋했던 수프들이 대부분이어서 어쩌다 산라탕을 한 번씩 주문했었는데, 이제는 매번 수프를 주문하고 싶을 정도이다. 바람이 있다면 몇 가지 더 다양한 수프가 추가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요원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Poached chicken in superior rose wine sauce


수프와 마찬가지로 가금류 메뉴도 한국에선 빈약한 편인데, 거위나 메추라기 요리는 상상하기 어려울테며 그나마 선택 가능한 닭과 오리 역시 맛을, 음식을 위해 사육한다기 보다 유통 등에 초점을 두고 사육하다 보니 큰 기대감이 들지 않았었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 했었지만 굳이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서 북경 오리를 주문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은 변함 없는데, 오픈 초창기만 하더라도 있었던 오리 구이 요리는 이제 더 이상 만나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오리고기 조림 요리가 계속 메뉴에 남아 있어서 다행인데, 이번에 새로 나온 이 닭고기 요리도 매우 반가운 요리였다.

부드럽게 잘 삶은 닭고기의 질감이야 색다른 것은 아니지만 - 항상 말하지만 닭고기는 과조리 하지 않는한 질기지 않다. - 짠맛과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소스와 함께 먹으니 기존의 귀비계와 같은 요리를 생각하면 조금 색다르게 느껴진다. 거기에 뒤늦게 올라오는 은은한 장미향도 매혹적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함께 제공되는 생강 다진 것을 올려서 먹으면 또다른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Braised spinach bean curd with abalone






Steamed rice with abalone and foir gras


그동안의 메뉴 개편을 생각하면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의외로 눈에 띄는 메뉴들은 12월 한 달동안 진행하는 페스티브 세트 메뉴이다. 메뉴 구성도 좋은데다 특히 이 두 가지 메뉴들은 단품으로 주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메뉴 때문이라도 페스티브 메뉴를 주문하고싶을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다. 


광동 요리에서 안 좋아하는 소스가 없지만 특히 전복 소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전복 시금치 두부 조림 같은 경우 전복 소스의 감칠맛이 어찌나 진하게 느껴지는지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사실 송이 특선 메뉴에서 만났던 송이버섯 시금치 두부 조림을 약간 변형한 메뉴이긴 하다.) 특히 푸아그라 전복 찜밥은 푸아그라 지방의 고소함과 전복 소스의 감칠맛이 더해져 입안에서 폭발적인 맛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푸아그라가 낯선 이들에겐 특유의 향이나 지방의 고소함이 느끼하다라고 느껴지겠지만 이런 폭발적인 맛의 매력을 느끼는 것이 파인 다이닝의 매력이 아닐까?





The sweet sphere

Chestnut mousse and green tea whipped garnish with raspberry cream


디저트 메뉴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이 밤 무스 스피어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지난 유자잼 무스와 마찬가지로 이 디저트 메뉴 역시 광동 요리에서 디저트의 특성을 페이스트리 셰프가 캐치를 잘 했다고 느껴졌다. 광동 요리에서 디저트는 서양 요리와 달리 그렇게 달지 않으며 온도도 상대적으로 높으면서 열대 과일의 새콤한 맛이 어느 정도 가미된 것들이 많다. 그러한 특성을 포시즌스 호텔 서울 페이스트리 셰프가 잘 캐치해서 새 디저트 메뉴를 내놓았다. 조금은 텁텁하면서도 단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밋밋한 것도 아닌 그런 맛을 잘 재현했다. 아주 달지 않으면서 적당히 새콤한 이 디저트를 먹고 나면 광동식 요리에서의 전통 디저트들을 먹은 것과 똑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한동안 유 유안에 가면 이 디저트만 계속 먹을 것 같다.

2019. 12. 12.


지난 방문때 좋은 기억들이 남아 있어 다시 찾아간 인덜지 익스페리멘틀 비스트로는 변함없이 친절했고 칵테일은 맛있었다. 예전 기억만 생각하고 가서 자리 여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갔다가 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다행스럽게도 전에 만났었던 바텐더가 나를 기억하고 있어서 잠시 대기 후 운 좋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Iron Buddha Cocktail

2018 Iron Buddha's Heavy Roasted Oolong Tea Liqueur, Sauvignon Blanc, Blood Peach, Chocolate


메뉴판은 처음 칵테일을 접하는 사람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제작되어 있었는데, 타이페이에 왔으니 차와 접목한 칵테일 중 sour 칵테일을 주문하였다. 이름이 재미있었던 것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줬는데, 철관음차로 어떻게 칵테일을 만들었을까?

사실 차나 칵테일이나 아직까지 나에게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까, 향이나 질감이 어렴풋이 느껴지면서도 헷갈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칵테일은 새콤하면서도 끝에 단맛과 함께 과일향이 느껴지는데 정확히 어떤 과일향인지 모르겠다. 들어간 재료를 보면 복숭아 향 같기도 한데, 바텐더에게 정확하게 무슨 향인지 물어볼 것을 그랬나?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입안에 은은하게 맴도는 향이 좋아서 타이페이에 머무르면서 두 번 갔었는데 갈 때마다 이 칵테일을 주문했었다.






Spring Lingering Cocktail

2018 Spring Lingering Oolong Tea Liqueur, Lemon Verbena, Tonic Water


철관음으로 만든 칵테일을 마시고 난 뒤 직원에게 추천 받은 칵테일이다. 서로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대화 하는 과정이 조금 어렵긴 했지만 - 물론 영어를 잘 하는 직원과 바텐더도 있다. - 굉장히 친절했었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이지만 내가 refresh 한 칵테일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이 칵테일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기포의 느낌과 함께 앞서 철관음 칵테일과는 다른 가벼우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잔향이 좋았었다.


한국에서 음식과 마찬가지로 칵테일도 어딘가 빈 공간이 있다고 느껴져서 아쉬운 적이 많았었는데, 알고 보니 식재료 못지 않게 칵테일을 만드는 재료들도 국내에서 수급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게 말하면 법이 잘 만들어진 것인데, 수입 통관 절차부터 해서 검역 과정 등이 꽤 까다롭기 때문이다. 비록 두 잔 정도 칵테일을 마셨지만 입안에서 느껴졌던 칵테일의 질감이나 잔향의 여운이 지금도 꽤 기억에 남아 있다. 우롱차를 비롯해서 칵테일을 좀 더 많은 경험을 한다면 일종의 훈련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맛 (flavour) 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때문에 해외 여행을 가서 먹거나 마시는 행위가 언제나 즐겁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스트로이기 때문에 음식도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타이페이에 워낙 좋아하는 레스토랑들이 몇 곳 있다보니 이번에도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혹 다음 방문때 기회가 된다면 음식도 먹어보고 이와 관련해서 리뷰 글도 올릴 생각이다.

2019. 12. 8.


다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 맘때가 되면 조금 거리감을 갖는데 이유는 초콜릿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먹었던 초콜릿과 초콜릿 케이크들은 너무 뻣뻣했고, 냄새가 불쾌했으며 - 마치 기름 찌든 내와 비슷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 맛의 균형이 맞지 않아 한 스푼만 떠 먹어도 질릴 정도로 단맛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그 단맛도 꽤 불쾌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는 더 이상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콜릿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부드럽고, 지방의 고소함과 기분좋게 만드는 초콜릿 특유의 향들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 한국에서는 조금 이상하게 변질되었지만 - 가족들과의 오랜만에 만남, 따뜻함, 반가움 등을 맛으로 잘 표현했다.


초콜릿 센세이션 볼, 블랙 포레스트 볼, 애플 헤이즐넛 크리스마스 볼 순서대로 부드러움은 밑바탕에 잘 깔려 있지만 crunchy 에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듯한 부드러움까지 그 결은 조금씩 다르다. 신맛이 이쯤에서 좀 더 치고 나올법도 한데 조금은 약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초콜릿의 여운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 한다는 느낌에서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운 느낌까지 저마다 다르게 맛을 표현했다. 서양 문화를 생각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장식품의 모양도 복잡하지 않게 잘 구현했다.


슈톨렌과 파운드 케이크 역시 잘 만들었다. 파운드 케이크는 집에 갖고 와서 뚜껑을 여니 퍼지는 바닐라 향이나 은은하게 깔려 있는 시나몬 향이 파운드 케이크와 정말 잘 어울린다. 속에 가득 든 건과일들과도 맛이나 향 질감 모두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왕 먹을 때 홍차와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톨렌은 향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이 정도면 잘 만든 편에 속한다. 오래 보관 가능한데다 구매 후 바로 먹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먹으면 더 맛있으므로 한 두 조각만 잘라 먹고 놔뒀는데, 블로그에 글 쓰면서 생각난 김에 몇 개 더 사다 놓을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홀 케이크는 두 가지 종류가 나왔는데 하나는 산타 클로스를 다른 하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형상화 해서 만들었다. 가족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며 한 해를 차분하게 마무리 하고싶다면 전자를,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왁자지껄 떠들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싶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그 느낌들을 맛으로 각각  표현했기에 잘 어울릴거라 생각 한다.

2019. 12. 4.


처음 메뉴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4코스 기준으로 가격이 20만원대였기 때문인데, 화이트 트러플이 들어가는데 가격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설명 듣기로 코스별로 화이트 트러플이 2g 씩 들어간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래도 가격이 너무 낮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문제는 그러한 가격 정책이 왜 그리 결정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처음 셰프가 들고 왔을 때 아무런 향이 안 나서 의외였었는데, 먹는 내내 화이트 트러플 향을 거의 맡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듣기로 향이 너무 약해 셰프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그냥 행사를 진행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한다. 물론 할지 말지 선택 여부는 보칼리노 측에서 할 일이며, 셰프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기엔 의사 결정 구조가 복잡한 것도 있으므로 굳이 업장측의 편을 들자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것과 별개로 하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품질 자체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화이트 트러플 향이 거의 없는 편이니 그것에 맞춰 설계 했을 음식들은 모두 다 하나 같이 맛이 없었다. 향이 빠져버리니 안그래도 밋밋한 음식들이 더욱 밋밋했었는데,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Tagliolini, butter and thyme emulsion, truffle paste


메뉴판을 제대로 안 읽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화이트 트러플을 올리는 음식에 트러플 페이스트가 들어간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정말 향이 거의 나지 않아 추가 요금을 더 내기로 하고 2g을 추가해서 총 4g의 화이트 트러플을 올렸는데, 여전히 맛 (flavour) 이 밋밋한 가운데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트러플 페이스트의 향을 맡고 있자니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경이었다.

게다가 보칼리노의 고질적인 문제라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 조리 상태, 문득 예전 로리스 셰프가 떠나고 치로 셰프가 오기 전 공백 상태에서 머리부터 꼬리까지라는 행사를 진행한 적 있었는데 그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무슨 말이냐면 그냥 한 마디로 말해 총체적 난국이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기대를 안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언제까지 과조리 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게다가 저 흥건한 상태를 보라! 화이트 트러플 향은 없는데 트러플 페이스트의 향을 맡고 있자니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다.










Semola risotto, truffle paste, hazelnut


주문을 넣을 때 추가로 6g을 더 넣어서 총 8g이 올려진 상태인데, 앞서 탈리올리니를 먹을 때 그런 상황인줄 알았다면 절대로 이렇게 추가 주문을 안 했을 것이다. 8g까지 화이트 트러플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러플 향은 거의 나지 않고 웃기게도 트러플 페이스트의 향이 강하게 치고 들어 오는데, 역시나 과조리 된 상태에서 불협화음의 맛을 느끼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건 반 이상 남겼었다. 


화이트 트러플도 끝물인데다 한국에 들어오는 트러플의 상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조리 상태도 그동안 치로 셰프가 있을 때 어느 정도 끌어 올린 주방의 조리 수준을 생각하면 어이 없다는 표현을 써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시 형편 없어졌는데, 비단 보칼리노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

2019. 12. 1.


헤드 셰프와 매니저가 바뀐 벤코토는 결과부터 미리 이야기 하자면 음식과 접객 모두 달라졌다. 이게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가?









빵이 나오기 전 올리브 오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데,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난 빵 이야기를 하고싶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파인 다이닝을 한정해 놓고 보면 제대로 만든 빵을 만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식이 빵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대체로 덜 구워졌거나 음식과 결이 안 맞는 빵들이 많았었다. 나는 적어도 파인 다이닝이라면 빵만큼은 제대로 만들거나 그럴 여건이 안되어서 외부로부터 공급 받는다면 수준에 맞는 빵을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벤코토에서 나오던 빵은 꽤 만족스러웠다. 조금은 질척거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아시아권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내 경험 안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물론 파인 다이닝이라면 이 정도 수준이란 것이 기본이어야 할테지만 워낙 그런 곳들을 찾아보기 힘드니 반가운 부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가웠었다. 그래서 새로 온 셰프의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예전에 벤코토에 갔었을 때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이페이도 서양 음식을 먹으면서 와인을 함께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란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체로 와인 짝짓기가 조금은 형식적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와인을 마시는 테이블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면 이번 방문에는 대부분의 테이블 위에 와인잔이 놓여져 있었다. 그만큼 회전율이 좋다면 - 물론 이 날만 그랬을 수도 있다. - 업장과 소비자 모두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튼 이날 와인 짝짓기는 화이트 와인은 살짝 음식과 어긋나는 느낌이었지만 - 와인이 많이 튀어서 잘 만들었던 리조또와 방향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 스파클링 와인과 레드 와인은 음식과 짝이 잘 맞아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었다.













Risotto Alla Marinara

Seafood risotto at La Marinara cooked with cacciucco broth and tomato sauce, served over a composition of fresh seafood selection, oyster, red prawns, scampi, clams and sea urchin


두 가지 코스 메뉴 중 이탈리안 정통 음식을 트위스트 한 테이스팅 4코스를 주문 했었는데, 하필 내가 방문하기 며칠 전 불었던 태풍 때문에 비둘기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메인이 바뀌면서 - 양고기로 바뀌었다. - 디저트도 같이 바뀌었다. 그래도 선택하겠냐는 물음에 내가 응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은 있어도 불만은 없는데, 빈말이라도 매니저와 셰프 모두 다음에 오면 비둘기는 꼭 준비 해놓겠다는 대답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던 달라졌다는 것이 이런 부분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셰프나 매니저 정도이니까 이렇게 농담이라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서버들의 접객을 보면 예전에는 캐주얼하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격식을 제대로 갖춘 느낌이었다.

지난 셰프의 음식들은 플레이팅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그에 맞춰 매니저를 비롯해서 서버들도 흥이 넘치는 편안하게 다가오는 접객이었다면, 바뀐 셰프의 음식들은 플레이팅부터 해서 말 그대로 파인 다이닝답게 여러가지로 신경 쓴 모습에 맞춰 매니저를 비롯한 서버들의 접객 또한 정중하게 다가왔었다.


아무튼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하자면 위 사진만으로 설명을 다 할 수 있다. 플레이팅부터 꽤 신경 쓴 티가 나는데, 조리 상태도 모두 교과서적인 그야 말로 완벽한 수준이었다. 한국에서 저렇게 내놓는다면 십중 팔구는 덜 익혔다고 항의 했을만한 해산물과 쌀의 조리 상태나 - 늘 말하지만 해산물이 쫄깃한 질감이라면 대부분 과조리 상태이다. 회도 먹는 나라에서 새우나 굴을 덜 익혀서 내놓은 것이라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리조또는 대부분 한국식 죽처럼 끓여 내놓는 곳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 짠맛과 소스의 감칠맛이 밑바탕에 잘 깔려 있고 그 위에 해산물의 단맛과 소스와는 다른 결의 감칠맛 등이 가세하면서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의 층이나 향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졌었다. 무엇보다 셰프가 의도한 방향을 잘 따라오는 주방팀 조리 실력의 탄탄함이 인상 깊었다. 해산물과 쌀 모두 과조리 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사실 이건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내용이긴 한데, 한국에서 워낙 말도 안되는 음식들을 많이 만나서 오히려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화이트 와인이 음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서 맛의 여운을 너무 쌩뚱맞게 끊어줬다는 것이다. 또 기대치가 상승한 상황에서 비둘기가 아닌 양고기가 나오다보니 양고기 자체는 리조또와 마찬가지로 잘 만들었지만 맛의 방향이 달라져버리니 이내 기대치가 하락해버리는 아쉬움 - 물론 이것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코스 메뉴의 변동이 있었던 상황이라 코스 흐름의 맥락이 끊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 도 있었다. 


내 블로그에 주로 광동식 레스토랑 포스팅이 많다 보니 중국 음식만 좋아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는 일식이나 양식 등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양식 중에서도 이탈리안 요리를 좋아하는데, 대체로 아시아권에서는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아시아권에서 받아들이기엔 익숙치 않은 맛들 때문에 그럴텐데 - 대표적인 것이 짠맛이 너무 강하다고 항의 하는 -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의외라고 할 정도로 벤코토는 짠맛의 밑바탕이 정말 탄탄했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타이페이에서도 대체로 그런 항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아시아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될 것이다.

2019. 11. 24.






나는 골든 구스 디럭스 브랜드 신발들은 예쁘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다만 캔버스로 만든 신발들은 가끔 눈에 띄긴 했었는데, ssense 에서 마침 할인을 하길래 구입 하였다.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처음 물건을 받자마자 가격에 비하면 박스부터 너무 성의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는데, 박스를 개봉해서 처음 보인 파우치를 보니 그 생각은 확고해졌다. 간단하게 말해서 컨버스급인데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처럼 받는다고 할까? 실제로 신발도 이 정도 가격을 받을만큼 디자인부터 해서 내구성이나 착용감까지 모두 다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 신발을 신는 사람은 무조건 자가용을 이용하는, 실제로 걷는 거리는 얼마 안되는, 골든 구스 디럭스 브랜드에서는 그런 지점을 지향하는 것일까?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밑창 보강 이야기가 많던데 그것을 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이런 식으로 밑창을 만드니 착용감부터 엉망진창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부터 엄청 아픈데, 게다가 스니커즈임에도 불구하고 구두보다 더 또각거리는 소리는 귀에 거슬릴 정도이다. 심지어 청바지에 신었더니 청바지 밑단도 이상하게 뭉치게 만들어서 볼품 없게 만든다. 그래서, 몇 번 신다가 속된 말로 어디 한 구석에 처박아뒀다. 세일해서 샀기에 망정이지 이것을 제값 다 주고 샀다면 정말 속 쓰렸을테다.










할인을 90% 이상 한다고 해도 골든 구스 디럭스 브랜드 제품은 다시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