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7. 12. 29.


대만인들은 야끄라고 읽던데, 직원에게 문의하니 영어식으로 야게라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한다. 사실 이 식당의 경우 2년전에 타이페이를 방문했을 때 점심을 먹었던적이 있다. 그때는 런치 세트 메뉴를 먹었었는데, 맛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쨌든 괜찮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식당 예약을 가장 먼저 했던 곳이 바로 야게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가 사실 뷰가 좋다라고는 할 수 없는 편인데, 거기에 3층에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창가 좌석은 사진처럼 뷰가 이게 끝이어서 굳이 창가 좌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는 밝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타이페이 날씨가 항상 이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대만 관련 여행 카페 글을 보면 날씨가 어떻고 기후가 어떻고 하는데, 본인 여행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옷차림 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인 자료는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봐도 널려있는데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탄산수를 시켰는데, 보이차도 같이 주문하였다. 우리야 보이차라고 말하지만 당연히 그리 발음하니 못 알아 듣는데, 문제는 나도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차를 처음 주문하는 것이라 보이차를 뭐라고 발음해야 할지 몰랐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서버가 푸얼? 이라고 이야기 해서 그게 맞는지도 모르고 그냥 오케이 했는데 주문하고 기다리는동안 인터넷 검색해보니 푸얼이 보이차였었다. 뭐, 이렇게 하나 또 배웠으니 보이차를 주문할 때는 절대 잊지 않을 것 같다.






Fluffy Taro Root Dumpling, Foie Gras, Fried


어느 도시를 가든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면 꼭 시켜보는 메뉴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타로 즉 토란이 들어간 딤섬이다. 그게 찐것이든 튀긴것이든 꼭 시켜보는데, 사실 푸아그라는 제대로 읽지 않고 시켰었다. 따라서 처음에 먹었을 때 어? 안에 푸아그라가 들어갔나? 하면서 메뉴판을 다시 읽었었다.

우선 잘 튀겼다. 말 그대로 fluffy 했었고, 먹기 좋은 온도로 내놨었다. 문제는 기본적인 간이었다. 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전날 벤꼬또에서 이탈리안 셰프와 대화를 나눴기에 어느정도 대만인들이 음식을 심심하게 먹는 것도 대략 알고 있었고, 또 광동식 요리 자체가 간이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닌 것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0에 가까운 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맛이 매우 밋밋하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간을 좀 해서 내달라고 요청했어야 할까?






Radish Cake, Dried Shrimps, Chinese Sausage, X. O. Sauce, Wok - fried


타로와 마찬가지로 꼭 시켜보는 메뉴 중에 하나가 바로 순무 케이크이다. 식당마다 표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보통은 radish나 turnip으로 표기하고, 가끔 carrot 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순무 케이크도 잘 볶아졌다. 튀김과 함께 볶음도 조리 상태가 거의 완벽했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밑간이었다. X. O. 소스의 매움이나 짠맛과 감칠맛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해주지만 겉만 그럴 뿐 씹다보면 여전히 밋밋함이 전반적으로 맛을 음미하는데 있어서 크게 방해가 된다.






Crab Meat, Shrimp Spring Roll, Crispy


이 요리까지 맛을 보고 나니 이제 찐 딤섬의 조리 상태가 어떠할지 궁금했다. 앞서 튀기거나 볶거나 모두 다 조리 상태가 완벽에 가까웠으니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되었는데, 일단 이 딤섬도 말 그대로 크리스피하게 잘 튀겨졌다.






Australian Abalone, Pork and Shrimp Shu - Mai, Steamed


사실 슈마이나 하가우는 잘 안 시키는데, 만약 메뉴명에 전복이나 랍스터 등이 올라가 있는 경우에는 호기심 차원에서 시켜본다. 이날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인데 나오는 과정에서 흔들렸는지 딤섬이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짠맛이 아쉬웠는데, 그 부분을 제외한다면 찐 딤섬류도 조리 상태가 매우 훌륭했었다. 이쯤되니 짠맛 부재는 어쩔 수 없지만, 조리 상태에서부터 괜찮으니 다음에 타이페이를 또 올텐데, 계속해서 이 집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lack Truffle, Bird's Nest, Lobster Dumplings, Steamed


메뉴를 꼼꼼하게 본다고 하지만 사실 주문하다보면 내가 특정 단어만 보는 경우가 많다. 이 메뉴도 랍스터라는 단어만 보고 시키게 되었는데, 나오고 나서야 블랙 트러플과 제비집이 들어갔네? 하고 알게 되었다. 






둘 다 랍스터가 들어간 상태에서 위에 각각 블랙 트러플과 제비집이 올려져 있었는데, 역시나 짠맛이 거의 없으니 맛이 입체적이지 않았다. 블랙 트러플의 향은 좋았는데 맛은 거의 0에 가까웠고, 제비집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역시나 맛은 거의 0에 가까웠다. 랍스터의 단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쯤되니 짠맛의 부재에 대해서는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재방문하게 된다면 따로 요청을 하리라 다짐하면서 먹었다.






옆에 같이 나온 랍스터는 장식용이기에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두 딤섬을 다 먹으면 서버가 알아서 접시를 치워준다.






Seafood Spring Rolls, Rice Rolls, Steamed


창펀에서는 이 메뉴를 하나 시켰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일단 창펀 자체는 잘 쪘다. 흐물거리지도 않고 나온지 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탱글함이 여전히 살아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찐 창펀 속에 들어있는 튀긴 스프링 롤이다. 눅눅하지 않고 바삭함이 계속 유지된 상태였다.






사진이 하나 빠졌는데, 처음에 나올 때에 같이 곁들여진 창펀 소스가 있지만 바로 부어주지 않고, 먹을때마다 하나씩 덜어서 그 위에 살짝 소스를 뿌려 먹으면 된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내 테이블을 담당한 서버는 X. O. 소스를 얹어서 먹는 것을 추천했다. 사진에서 오른쪽 앞에 있는 것이 X. O. 소스인데, 그 옆은 두반장, 그리고 뒷쪽은 흑식초였는지 간장이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아무튼 곁들여진 창펀 소스까지 모두 다 조금씩 얹어서 먹어봤는데, 어느 소스든 다 맛있게 먹을만하다. 단지 자기 취향이 어떻냐에 따라서 소스를 선택하면 된다. 마지막 한점까지 바삭함과 탱글함이 유지되는 것이 꽤 놀라웠다.






Barbecued Pork, Apple, Puff Pastry, Baked


이 메뉴 역시 메뉴에서 눈에 띄면 꼭 시켜보는데, 단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번인데, 이것은 퍼프 페이스트리였다는 것이다. 역시나 메뉴를 유심히 보면서 특정 단어만 보는 경향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나중에 서버에게 문의해보니 번의 경우 지난 11월에 메뉴가 개편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내년에 다시 개편할 때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 내년 재방문때 참고하기로 하고, 퍼프 페이스트리의 경우 사과가 들어간 것이 독특했는데, 사과의 신맛 자체는 꽤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짠맛의 부재에 가까운 면이 오히려 사과의 신맛과 단맛을 부각시켜서 사과가 주이고 바베큐 포크가 부로 느껴졌었다.






Shredded Fish Maw, Bean Sprouts, Abalone Sauce, E - Fu Noodles, Braised


아직 여유가 좀 있었는데 메뉴에서 이푸 누들을 본지라 곧바로 식사 메뉴로 이푸 누들을 주문하였다. 딤섬 한 두가지를 더 먹으면 이 이푸 누들을 배불러서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서버가 양이 2 ~ 3인분 분량이라 하프 사이즈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하였다. 이푸 누들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거절할까 하다가, 그간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양에 대해서는 직원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았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전복 소스가 어느 정도 짠맛과 감칠맛을 보완해주지만 여전히 간의 밋밋함이 아쉬웠는데, 그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 면요리 역시 완벽에 가까운 요리였었다. 이푸 면 특유의 질감과 숙주의 아삭함과 생선 부레의, 뭐랄까 하여간 그 특유의 질감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정말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gg Custard Pastry, Baked


디저트 메뉴에 아몬드 수프가 있길래 그것을 주문할까 하다가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에그 커스터드 페이스트리를 주문했는데 앞서 다른 요리와 마찬가지로 디저트까지 정말 완벽하게 조리 상태가 좋았었다. 맛의 측면에서 간을 제외하고는 정말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요리였었고 식사시간이었다. 직원들의 응대도 좋았고, 보이차의 향이나 맛이 깔끔하게 모든 요리를 맛보고 난 뒤에 정리를 해주었기에 정말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용객들의 태도였는데, 개인적으로 아기들이 식당에 오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 일단 아기들이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해야 그 낯설음으로 인한 울음이나 이런 것들이 덜해질텐데, 그런 측면에서 나는 아기들이 식당에 나오는 것에 대해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울음 소리나 이런 것들도 감안할 수 있다. 문제는 이날 이용객들중 아기가 아닌 어린이들이었는데, 대다수 부모들이 손에 휴대전화를 쥐어주고 게임에 열중하게 하였다. 게임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 다만 소리를 아주 크게 틀어놓고 해서 그것이 매우 거슬렸다. 정말 항의를 하고싶었지만 이날 전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 단위였었고, 그들 대부분이 그렇게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항의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참고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짠맛의 부재와 시끄러움이 꽤 아쉬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자리였기에 당연히 다음 타이페이 방문때에도 이 식당을 이용할 생각이다. 물론 그때에는 짠맛의 부재에 대해서 따로 요청을 할 생각이다.

2017. 12. 28.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하여 2년만에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에 재방문하게 되었다. 2년전 방문때에는 타이페이 시내를 구경 다니느라 사실 제대로 식당들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세 번째 방문때에는 식당들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시간 여건상 많은 레스토랑을 방문하긴 어려워 투숙하는 호텔 식당들을 중심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첫번째로 벤코토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현재 헤드 셰프가 작년까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의 헤드 셰프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보칼리노에 대해서는 평가가 많이 갈리는데, 난 그 대부분이 무지로 인한 평가라고 본다. 짜다, 덜 익혔다, 양이 적다 등등 말이다. 보칼리노에서 나는 그 반대로 좋게 보지 않는데, 다시 말해 덜 짜고, 너무 익혔고 등등 때문이다. 심지어 따로 그렇게 조리 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어이없게 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 전 셰프가 있을 때에는 자주 가지 않았다. 그러나, 타이페이로 옮긴 지금은 본인의 음식 세계를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일단 메뉴를 선택한 뒤 기다리는 동안 매니저가 와서 인사를 하는데, 서울에서 왔다니까 자기가 홍콩에서 같이 근무했던 셰프가 현재 보칼리노에 가 있다고 한다. 어? 나 보칼리노 자주 가는데...혹시 셰프 치로를 말하는거냐니까 그렇다며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벤코토 셰프도 서울에서 왔다고 인사를 시켜주겠단다. 나는 셰프의 얼굴을 알기는 하지만, 사실 두 번 정도 방문이 다였고, 딱히 따로 인사 나눈적도 없어서 셰프는 나를 잘 모를텐데 뭐 암튼 나와서 인사를 하길래 사실 전에 보칼리노에서 당신 만난적 있다고 하니 그 역시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단 이 부분은 사적인 내용이 많으니 넘어가겠다.






우선 주문은 디너 4 코스로 와인 페어링도 함께 선택했다. 나중에 서버가 서울에서 왔다니까 한 가지 물어보던 것이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주문하냐는 거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질문 의도를 알 수 있었는데, 서울이나 타이페이나 큰 차이가 없나 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나올 음식에 대해서 불안감을 갖게 하기도 하였다.










포카치아와 치아바타가 나왔는데 생김새도 그렇고, 하나 떼어서 먹어보니 이런, 둘 다 덜 구워졌다. 한국에서 만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이걸 반갑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빵부터 이렇게 나오니 더더욱 음식에 대해서 불안감이 커졌다.














Sautéed king octopus, parsley potatoes, olives crumble, lemon dressing


우선 전채로 선택한 요리는 질감이나 향은 흠 잡을 것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짠맛이었다.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전형적인 한국식이랄까? 간이 거의 안되어 있으니 단맛이나 신맛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음식은 맛이 매우 밋밋하게 느껴졌다. 간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전채 요리로써 딱 좋았을것이다.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갔다.


















Red prawn, prawn bisque


감칠맛과 스파게티와 새우의 단맛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여전히 간이 거의 안되어 있다보니 그게 매우 밋밋하게 느껴진다. 스파게티의 질감은 과조리되어 흐물흐물하다. 이걸 다시 물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분명 감칠맛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일 정도로 훌륭한데, 짠맛이 관통하지 않으니 이 밋밋한 요리를 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정말 짧은 시간동안 엄청 생각했었다. 그나마 와인과의 짝짓기는 아주 좋았는데, 어찌되었든 폭발적인 감칠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Roasted Kagoshima pork tenderloin, crushed potatoes, pancetta, bok choi

타이페이에 왔으니 bok choi (bok choy)를 내놓는 것인가? 어찌되었든 전체적으로 조리 상태는 완벽했다. 질감은 흠잡을 것이 없었고, 특히 저 감자의 경우 순무 케이크를 떠올리게 하면서 (물론 맛이나 이런 것들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카고시마산 돼지고기도 나중에 셰프가 나와서 자랑할 정도로 재료의 질 자체는 아주 좋았다. 문제는 역시도 짠맛의 부족이었다. 대체 왜 간을 거의 안 한 것일까?

그 이유는 이 요리를 먹는 도중에 다시 헤드 셰프가 나와서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되었다. 일단 셰프가 오늘 요리가 어땠냐고 물어보길래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전체적으로 조리 상태는 아주 좋았지만 간이 좀 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그렇게 내놓으면 항의가 많다고 한다.

응? 이건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하는 생각에 사실 당신의 요리를 서울 보칼리노에서도 맛봤지만 그때 아마 많은 한국인들이 짜다, 덜 익혔다 등등으로 항의하지 않았는가? 물어보니 맞다고, 이곳 대만인들도 대부분 그런식으로 항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왜 전반적으로 모든 요리가 간이 밋밋했는지, 스파게티의 질감이 왜 흐물거렸는지 말이다. 셰프는 언제까지 머무르냐고 다시 묻길래, 25일까지 있지만 식당 예약을 모두 다 해놓은 상태라고 하니 알겠다며, 일단 남은 요리들 맛있게 즐기라며 돌아서는데 그의 뒷모습이 힘없어 보이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Tiramisu


둘 다 맥빠지는 대화를 나누고 나니 디저트는 입에서 거의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수없이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을 이곳 타이페이에서, 그것도 첫번째로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똑같이 보게 되니 더 이상 식사 자리가 즐겁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에스프레소 싱글이 그나마 아쉬움들을 달래주었는데, 일단 온도가 알맞았다. 한국에서처럼 너무 뜨겁지도 않았고, 맛도 이 정도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따로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의 케이크샵에서도 판매한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사먹어봐야지 해놓고는 깜빡했다. 질감이나 맛이 의외로 괜찮았는데말이다.

아마 셰프와의 대화가 없었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재방문할 의사는 있다. 대신 그때는 주문할 때 미리 요구를 해야할 것이다. 직원들의 응대도 아주 좋았다. 아마 요리의 간까지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호텔 객실로 돌아갔다.

2017. 12. 14.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2015년 10월 1일에 오픈했었다. 첫 투숙은 10월 3일에 했었는데, 체크 인 할 때부터 첫인상이 무척 좋았다. (당시 체크 인을 도와줬던 직원은 다음날 체크 아웃 할 때 역시 도와줬었고, 그 이후 나중에 이그제큐티브 클럽 라운지에서 또 마주쳤으며 지금도 여러가지로 편의를 제공해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10월 3일 당일 저녁에 바로 2주 뒤 예약을 또 잡았었는데, 하여튼 첫인상은 꽤 좋았었다.

당시 다이닝도 무척 궁금했었는데, 특히 한국에서 거의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광동식 레스토랑이 가장 궁금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10월 15일 이후에 오픈 한다기에 키오쿠를 먼저 이용했었는데, 아무튼 2주 뒤 다시 투숙하면서 처음으로 유 유안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 유안의 첫인상도 역시 무척 좋았었다.

물론 엄격하게 이야기 하자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부분도 있긴 했다. 그러나, 오픈 초였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신경 쓰는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왔기에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과연 음식은?


지금도 유 유안에서 앉아 요리를 먹고 있다보면 듣기 싫어도 옆좌석, 심지어는 저 건너편 좌석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다 들린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거의 소음 수준에 가까운데, 일단 그 부분은 언제 기회가 되면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고, 하여튼 듣기 싫어도 들리게 되는 소리 중에 하나가 짜장면과 짬뽕이다. 첫 이용을 하는 날에도 어디선가 짜장면과 짬뽕 찾는 소리가 들렸다. 블로그든 여러 카페든 첫 이용 후기를 나중에 보니 팔선 등과 비교하는 얘기도 있었다.


한국은 다양성을 그리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한국식 중식 요리 - 나는 이 한국식이란 표현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 한국식이란 것이 대부분 어이가 없는 조리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 가 먹고싶다면 광동식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이 곳에 올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런 음식들을 안 내놓는다고 항의 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다. 내가 돈을 냈으니까 그런 의견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여간 그런 이상한 분위기에서 주문한 요리를 먹으면서 참 여러가지로 서글펐다. 일단 주문할 때 고수 빼지 말고 주세요라는 요청을 먼저 했었다. 심지어 고수를 여분으로 더 갖다 달라고 했고, 되도록이면 본토 방식대로 요리를 해달라고까지 요청 했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는가?


그리고, 제공된 고수를 맛 보면서 또 한 번 서글펐는데 향이나 맛이 밋밋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국산 고수와 해외에서 생산된 고수는 향이나 맛이 생각보다 꽤 차이가 난다. 그리고, 일부 음식들은 향신료 일부가 빠진듯한 느낌이었고, 간 또한 약간 밋밋했으며 심지어 질감도 문제가 있었다. 당연히 그랬던 이유는 한국에서 유통되는 식재료의 한계가 가장 크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의 질감이나 맛에 대한 기준이 엉뚱한 부분도 있고.


쓸데없는 서두가 너무 길었는데, 그렇게 서글픈 가운데 유 유안을 이용했었고, 그 때 셰프 사이먼 우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조리 자체에 큰 문제가 없는한 되도록이면 셰프와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 하는데 - 상황에 따라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다. - 그 이유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지식이 잘못된 것이라면 바로 잡을 수 있고, 무엇보다 셰프가 왜 이렇게 음식을 만들 수 밖에 없었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그에게 감사할 일이 정말 많았다. 여러가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그는 최상의 요리를 제공해 주었다. 종종 그가 직접 웍을 붙잡고 요리를 만들어 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인상 좋고 맛있게 요리를 만들던 그가 어느 날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새로 오게 될 총괄 셰프도 미리 만났었다.






셰프 사이먼 우가 근무하는 마지막 날은 평일이었다. 평일 저녁에는 시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그 날은 시간을 늦게라도 낼 수 있어서 부랴부랴 예약을 잡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요리를 맛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그리고 먹고싶은 요리는 많았지만 눈 딱 감고 셰프 사이먼 우에게 맡겼다.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평소 내가 양고기를 좀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마지막으로 그가 만들어 준 메뉴에 있던 요리는 양고기 요리였다. 음식을 먹으면서 감정 이입은 하지 않는 편인데, 이날만큼은 2년동안의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메뉴에는 없는 요리가 하나 더 나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나에게 만들어준 요리이다. 그 전에 잠깐 마지막 대화도 나눴다. 이날 내가 준비했던 선물이 유 유안에서 따로 준비했던 선물과 짝이 맞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슬펐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요리를 맛볼 수 없으니까.

그가 옮긴 곳에서 나중에 또 만나자고 약속 했지만 그게 말처럼 어디 쉬운 일인가!










배는 여전히 고팠지만 더 이상 음식을 맛 볼 수가 없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면서 그냥 그렇게 두 요리를 기억하고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셰프 사이먼 우를 만날 수가 없다. 열악한 현실에서 그는 그 안에서 최상의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노력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도 당연히 내놓았다. 물론 그 결과물을 대중들은 여전히 잘못된 상식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그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2017. 12. 5.


12월 1일부터 새롭게 판매되는 크리스마스 관련 미니 오너먼트 케이크들을 맛보기 위해 방문하였다. 인스타그램에서 몇 번 언급했었지만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는 늘 아쉬운 부분이 있다. 좀 더 잘 할 수 있는데 힘을 아낀다는 느낌이랄까? 일단 맛부터 보도록 하자.






작년과 동일한 모양과 동일한 맛으로 한 달동안 판매할 산타 클로스 케이크이다. 이미 맛을 알기에 이번에는 사먹어보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맛의 구성은 이 산타 클로스 케이크보다 올봄에 판매했던 부활절 관련 케이크가 좋았었다. 산타 클로스 케이크가 맛이 없다라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아울러 작년에 엄청 인기가 많았던 까르띠에 케이크는 말 그대로 한정 판매였기 때문에 올해에는 당연히 볼 수 없다.










Vietnamese Style Pork Salad


오픈 초창기에는 상호에 충실하게 이런 메뉴들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지하에 있던 더 마켓 라더에서 판매하던 샐러드와 샌드위치, 빵 종류 몇 가지는 이제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판매하게 되었는데, 일단 한국에서 상호와 어울리는 음식들만 판매하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더 힘든 상황이므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게 소위 말하는 5성급 호텔이라도 말이다.

어쨌든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샐러드의 경우 기본적으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있다. 감칠맛과 신맛이 잘 살아 있고, 쌀국수의 질감도 초창기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좋은 상태이다. 돼지고기의 질감도 그렇고, 향이나 맛 모두 전채로써 딱 좋은 구성이다. 다만 한국 양배추와 당근의 질감과 맛이 문제인데, 이 부분은 늘 이야기 하지만 현실을 잘 알기에 감안하고 먹는 편이다.











샐러드를 다 먹고 난 다음에 새로 나온 미니 오너먼트 케이크 다섯가지를 모두 시켜보았다. 사실 제대로 맛을 보려면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가지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모두 다 먹지 않기에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일단 모두 다 먹었다. 그게 맛있어서라기 보다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어서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Raspberry White Chocolate Sphere

Bergamot Orange Sphere

Winter Berry White Chocolate Sphere


이름과 색상은 쉽게 연결지을 수 있다. 게다가 맛 또한 이미 먹어보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단맛과 신맛의 절묘한 조화가 기대되는데, 놀랍게도 그 기대는 한 입 먹어보는 순간부터 깨지게 된다. 너무 달지 않고, 너무 새콤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라고 할까? 






Yuzu White Chocolate Sphere

Green Apple White Chocolate Sphere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굉장히 한국적인 맛이었다. 디저트라는 것이 무엇인가? 디저트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맛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문하는 과정에서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는다. 달지 않은 케이크 주세요, 달지 않은 것으로 추천 해 주세요. 디저트는 기본적으로 단맛 중심이다. 당연히 본인이 단맛을 싫어한다면 디저트는 건너 뛰는 것이 맞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듯 하다. 신맛도 마찬가지이다. 맛의 균형을 위해서 신맛은 빠질 수가 없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들어간 재료들은 그 신맛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데 문제는 그 신맛 자체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그나마 유자와 오렌지가 조금 더 신맛이 잘 느껴진다고 할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이미 알고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오픈한지 2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모든 다이닝들이 맛의 초점을 어디에 두는지, 그리고 그 초점이 어디로 옮겨지는지도 모두 다 겪어봤기에 슬프지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 했었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는 좀 더 잘 할 수 있는데, 힘을 아끼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이다.


한편으로 질감의 문제는 첫째 날에는 크게 걸리는 부분이 없었는데, 둘째날에 발생했었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먹어봤지만 슬픈 현실을 또다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첫째날에는 걸리는 부분이 없던 것이 둘째날에는 먹는 과정에서 계속 힘을 주어 쪼개야 했었다. 이 부분이 매우 아쉬웠는데, 의도적이었을까? 다음에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예정이다.


분명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는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서울에서 소위 말하는 현지화 - 그것이 정말 어이없는 방향이 대부분이지만 - 는 그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 예컨대 재료 수급 문제는 매장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니 이해는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정말 안타깝다. 생과일을 잔뜩 올린 케이크나 달지 않은 디저트는 실력이 없어서, 또는 잘 몰라서 이렇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신맛이라면 짠맛과 함께 기겁을 할 정도이니 - 그런데 왜 김치나 빙초산이 잔뜩 들어간 무침류 등은 또 맛있다고 할까? - 커피도 그렇고 모든 디저트가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맛을 느끼게 된다.


해외 여행도 자주 다니고, 나름 미슐랭이든 뭐든 해외 맛집 좀 다녀봤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현실에서 왜 음식의 세계는 갈수록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