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12. 4.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기대되는 곳 중 하나가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이다. 비교적 모형 만들기에 관대한 세계여서 가장 화려한 모양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향신료의 사용도 좀 더 적극적일테니 말이다.

한국에서 '맛' 이란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달지 않아야 할 케이크들을 바라는 상황에서 '맛의 층' 이나 '맛' 이 의미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 '입맛은 개인 취향이죠' 따위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전 페이스트리 셰프가 만들었던 케이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맛으로 표현한 그 케이크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을 본적이 없다. 사실 그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평범한, 다시 말해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전형적인 맛을 - 이걸 클래식 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 만났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케이크 모양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았었다 정도?


첫 시작이 불만인 것을 보니 짐작이 되겠지만 그렇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를 들어가자 마자 보이던 것들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모양들이었다. 모양이야 그럴 수 있지, 반드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맛의 구성조차 아쉬웠었다.


"초콜릿 버블' 은 초콜릿과 라즈베리, 전형적인 맛 구성이다. '스노우 볼'은 '초콜릿 버블' 이 단순하게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좀 더 맛의 층이 다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잘 만들었지만 딱 그 정도 선에서 멈춰 있다. 잘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결국 '맛' 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보여줘야 할텐데 여전히 새로 온 셰프의 세계는 물음표다. 

게다가 의도는 이해하지만 또다시 드러나는 한국의 현실은 오히려 암울하다. '딸기 버블'은 국산 딸기의 한계 - 단맛은 있으나 끝이 흐릿하면서 수분이 과하다는 느낌, 신맛의 부재 - 를 그대로 보여준다. '피스타치오 버블' 은 럼에 절인 체리의 맛과 향은 그런대로 좋았으나 피스타치오의 향과 맛을 나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그리 달지 않다는 것이다. 셰프가 몇 년동안 일본에 머무르면서 생각이 바뀐 것인지, 한국에 들어와서 주요 고객층 - 우스개 소리로 나보고 호텔 관계자냐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정작 출근 도장을 열심히 찍는 고객들은 나 말고 훨씬 많다. 아니 나는 명함을 못 내밀 정도이다. - 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셰프의 성향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셋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이유가 섞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첫 날 밀푀유까지 총 네 가지를 먹으면서 차나 커피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일주일 가량 뒤에 나올 '바카라' 와 협업을 통해 만들 '크리스마스 쥬얼' 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었다. 모양이야 어차피 '바카라' 의 디자인을 토대로 만들텐데 여전히 셰프의 일본에서의 활동 결과물은 인스타그램에만 존재할 뿐 한국에서는 보여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입 먹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신료의 다양한 향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여전히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진저 브레드와 시나몬의 향은 아주 찰나의 시간차를 두고 넛맥과 정향이 뒤따르면서 입안 가득 향을 풍부하게 채워놓는다. 그 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느껴지는 오렌지의 상큼함이 깔끔하게 입 안을 씻어준다. 향신료의 향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복합적으로 느껴지게 함으로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을 알린다. 셰프는 단순하게 지난 까르띠에처럼 무난하고 평범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아닐까? (물론 셰프는 예전 이야기를 들었을 수 있지만 직접 먹어보진 않았으니 까르띠에 케이크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크리스마스 쥬얼' 마저 그리 달지 않다. 차나 커피의 도움 없이 한 판을 그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울 수 있을 정도인데, 정작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리뷰를 찾아보면 지금도 달지 않아서 괜찮았다는 호평이 많이 보인다.

2022. 11. 28.


Four Seasons, 그래서 메뉴가 분기별로 바뀌는데 그렇다고 대대적인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광동 요리는 변방 요리이며 여전히 각종 플랫폼의 매체에서  유 유안의 대표 메뉴는 북경 오리다. 그래서, 분기별로 바뀌어도 큰 변동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새로운 광동 요리들을 꾸준히 선보였었다. 그것도 국내에서는 식재료 수급조차 어려운 것들을 어떻게든 채워 놓았었다.





연말이 다가오니 작년처럼 찰스 H. 바와의 협업을 통해 두 가지 칵테일을 내놓았는데, 클래식 칵테일인 Toddy 와 Old Fashioned 를 트위스트해서 선보이고 있다. 잘 모르면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자를 늘 다짐하고 있기에 칵테일이 어떠한지 평가 하지 않겠다. 





이번에 반가운 소식은 드디어 서울에서 이푸면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유안은 그동안 식사 메뉴는 변화가 거의 없었는데 지난 메뉴 개편 때 홍콩식 탄탄면과 홍콩식 완탕면이 나왔었고, 거기에 이푸면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다. 탄탄면이든 완탕면이든 이푸면이든 사실 한국인들에게 셋 모두 낯선 질감일텐데 - 한국인에게 면이란 쫄깃 쫄깃해야 하지 않은가! - 이푸면의 경우 부드러움이 - 한국어로 단순하게 부드럽다고 하기엔 그렇고 푹신푹신한? -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유 유안에서는 전형적인 형태, 굴 소스에 버섯 등을 넣고 웍 프라이드 해서 내놓고 있는데 다분히 디너 메뉴를 염두해서 만든 것 같다. 여기에서 내 취향을 이야기 하자면 낮에 딤섬을 먹고 식사로 braised 한 것을 만나고싶지만 - 게다가 최근에 유 유안에서는 건부레 요리도 선택할 수 있으니 이왕이면 이푸면에도 건부레가 들어간 - 우선 이런 면 요리가 있다 소개 형태로 내놓은 것은 아닐까? 참고로 런치 세트 메뉴에 이푸면요리가 들어가 있다.


구수계도 추가되었지만 전에 한 번 나왔었던 메뉴이고, 딤섬은 이번에 바뀐 것이 없다. 아무래도 연말 특별 메뉴에 좀 더 신경을 쓴 분위기다. 그래도 나는 이푸면이 등장한 것이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낮에 유 유안을 간다면 딤섬을 먹고 나서 이푸면으로 마무리, 저녁에 유 유안을 간다면 건부레 요리를 먹고 나서 이푸면으로 마무리,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푸면 선택시 조리 방식에 따른 다른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2022. 10. 12.



보칼리노도 이제 유 유안과 마찬가지로 잘 나가는 메뉴 -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메뉴, 셰프의 시그니처 따위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 는 그대로 놔두고 부분적으로 메뉴 변경을 하기로 마음 먹은 듯 하다.

크루도 메뉴는 아예 사라져 버렸고, 메뉴 대부분이 부분적인 변화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큰 틀 안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수프만 아예 새로 바뀌었고, 메인에서는 오리 고기가 선택지로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정도? 좋게 말하자면 영업 하는데 있어서 가장 탁월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러면 셰프란 존재가 굳이 필요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프는 분명 몇 개 안되는 메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었다. 그게 얼마나 대중적으로 먹힐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렌틸 콩 수프에서는 전형적인 가을 분위기, 트러플을 비롯한 버섯의 향연을 선보이는데 컬리플라워 수프는 조용히 뒤에 서 있다. 오히려 트러플을 이 수프에 뿌려 넣으면 더욱 맛있으리라. 한국에서 트러플의 인기는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과열된 분위기인데, 마르코 셰프는 트러플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설계를 하였다. 마치 "내 요리를 많이 소개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요리는 충분히 낼 수 있어!" 항변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리코타 치즈로 만든 뇨끼 - Gnudi? - 에서도 알 수 있는데, 전 메뉴의 토마토 소스 뇨끼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예 고르곤졸라 퐁듀에 호두까지 넣어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메인인 오리 고기에서는 아쉬움이 컸는데, 체리 대신 선택한 오미자 소스는 단맛이 살짝 물리는 경향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질감은 부드러움에만 초점을 둬서 흥미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 선택지에 가금류 하나가 추가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새로 부임한 후 처음 선보였던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생각하면 분명 그는 스토리 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셰프였었다. 그러나 이후 코스 요리는 거의 변동이 없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 중 거의 유일하게 예약 없이도 워크 인 가능한 레스토랑이 보칼리노이다. 그리고, 보칼리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몇 년째 동일하다. 나는 이런 관계 속에서 이제는 보칼리노에 다른 셰프 그 누가 오더라도 큰 변함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생각보다 이탈리안 요리는 한국에서 그 이미지가 확고하다. 물론 다른 요리도 마찬가지이지만.

2022. 9. 26.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굳이 북경 오리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북경 오리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따로 사육한 오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해외에서 경험이 많았든 적었든 간에 외국 - 특히 북경 - 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안 나는 이유를 찾느라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어디가 북경 오리를 잘 만들어 내냐는 한국 특유의 순위 결정도 의미가 없는 것이 서울의 경우 대부분 특정 레스토랑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차이가 거의 없다.

어디 북경 오리만 그렇겠냐만 하여간 제대로 만든 요리를 만나기 힘든 도시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광동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하필 새 메뉴로 북경 오리를 그것도 블랙 트러플을 더해서 내놓는다고 했을 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라는 것이 어떤 합리적인 이유에서 나온 요리가 아닌데다 블랙 트러플 특유의 향이 요리를 잡아먹기 때문에 오히려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서양 셰프들이 많은 현실에서 가끔 광동식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마주치는 같은 식재료인데 크기 등에 따라 판매 금액이 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일종의 허세에 가까운 요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여전히 재료의 한계는 있지만 이건 유 유안에서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다 이 블로그에서 지겹게 다뤘으니 그만 이야기 하자. 거의 보여주기식에 가깝지만 어쨌든 블랙 트러플도 위에 갈아주고, 오일 향이 더해졌지만 블랙트러플 향도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데 그런 눈에 보이는 것 말고 '맛'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블랙 트러플에 오리가 잡혀먹힐거라 예상했었지만 보기 좋게 그 예상은 빗나갔었다. 여느 광동 요리 - 아! 북경 오리는 광동 요리가 아니긴 하지만 - 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향신료의 향연, 그 궤를 보여준다. 좀 더 즐거운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는 선에서 블랙 트러플이 존재하지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춘빙에 싸먹을 때 전통적인 첨면장을 내놓지 않고 유 유안에서 만든 소스가 나오는데, 오리의 고소함과 함께 소스의 고소함이 더해지고 여기에 당근의 단맛이 더해져서 최종적으로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블랙 트러플을 잔뜩 뿌린 - 정확히 말하자면 트러플 오일 향 범벅 - , 눈으로 보여주는 선에서 북경 오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북경 오리가 등장한 것이다. 


셰프가 외국에서의 유행을 그대로 한국에 선보이지 않고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이런 일종의 허무맹랑한 요리도 승화시켜 선보일 정도라면 다른 광동 요리들도 셰프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좀 더 다양한 메뉴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여건만 갖춰진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는 생각을 하면......


후속 요리로 나오는 면 요리는 우동면이 나오는데 면과 오리와 소스가 서로 겉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우동은 겉에만 소스가 묻어 있을 뿐 먹을 수록 서로 분리된 맛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푸 면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한국에 제대로 수입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우동면을 선택한 것이 최선책이었으리라. 






그런대로 꽤 흥미로웠던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에 비하면 새로 나온 메뉴 두 가지는 결과물만 놓고 보면 많이 아쉽다. 코코넛 수프의 가장 큰 아쉬움은 지방의 고소함이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인들의 '입맛' 에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광동식 건관자 콘지도 원래라면 간이 하나도 안 된, 요우티아오 등을 사진에서처럼 따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콘지 안에 들어가 있고, 흑식초를 살짝 넣어서 먹어야 정석이겠지만 한국에서 콘지는 정말 인기 없는 요리 중 하나인데 그렇게 내놓으면......

그래서 약간의 짠맛을 더했고, 요우티아오도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콘지에 넣어서 먹을 수 있게 따로 내놓았다. 무엇보다 최근에 웍을 바꿨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 그래서 웍 프라이드 요리 결과물이 이전과 많이 다르다. 물론 이전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그래서 콘지의 질감도 이전과 달리 부드럽게 나온다. 점심에 방문해서 딤섬을 먹고 난 뒤 마무리로 즐기기 딱 좋다. 그렇지만 결국 '현지화' 는 더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최근 들어 유 유안에서는 이전과 달리 좀 더 다양한 광동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언제든지 대환영한다. 다만 이번의 블랙 트러플 북경 오리에서 느꼈던 것처럼 고전적인 요리들 말고 창의적인 광동 요리도 셰프가 충분히 만들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코스는 어렵다고 해도 메뉴 개편때마다 단품 요리로 하나 정도는 꾸준히 나오면 좋겠다. 비록 다음 개편때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조차 없다면 너무 암울하다.

2022. 9. 15.


새 메뉴가 나오면 곧바로 가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그 시기를 놓쳤었다. 사실 메뉴가 거의 바뀌진 않았는데, 일부 메뉴가 바뀌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정이 있어 방문을 못하다 추석 연휴에 갔었다. 곧 가을 메뉴가 새로 나온다니 그때는 곧바로 방문하리라.


아주 오랜만에 네그로니 한 잔을 식전으로 주문했었는데, 메인과 어울릴만한 와인을 하프 보틀로 하나 추천 받고 마시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여기도 문을 연지 7년째인데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전주뿐만 아니라 식후주까지 모두 준비해놓고 있지만 리스트의 빈약을 떠나서 선택지가 너무 제한적이다. 정말 무난한 수준의 와인 페어링 - 이것도 메뉴에 등장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 - 은 이제 지루할 정도이다.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쪽에선 스시를 먹으면서 샴페인 리스트를 자랑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 정작 서양 요리를 먹는 곳에서 와인 사진을 다양하게 올리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니면 아주 비싼 와인들을 잔뜩 올리거나, 그런데 그것이 그날 먹었던 요리와 짝이 잘 맞았을까?





임시방편으로 만들었던 빵 (?) 은 그냥 자리를 잡은 분위기이다. 심지어 추가로 요청할 경우에는 추가 요금이 있고, 아예 포장해가는 손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의 빵에 대해 가대하지 않지만 하나만 말하자면 한국에서 빵은 여전히 갓 구운, 쫄깃 쫄깃한 질감을 자랑해야 맛있는 빵이다. 보칼리노도 대세를 따라가는 분위기이다. 차라리 전에 나오던 치아바타가 괜찮았었다. 물론 완성도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곧 메뉴가 바뀔테니 이번에 먹었던 요리에 대한 평은 건너뛸까 생각했었는데, 먹는 내내 착잡했었다. 새로 나왔던 파스타 메뉴는 재료 입고가 되지 않아 주문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나는 워낙 안 팔리다보니 재료 입고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었다. 크루도 메뉴에서 새우의 경우 전체적인 합은 보칼리노의 창 밖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여름의 뉘앙스가 잘 느껴졌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수박에 모든 것이 먹혀버린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만다린 오일은 시트러스는 너무 희미한데 흐릿한 단맛이 스쳐지나가는데, 수박과 함께 국산 과일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참치 크루도는 마요네즈가 제 목소리를 못냈었는데 의도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왜 있잖은가 이런 곳의 후기를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짜고 느끼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설계를 했다고 생각한다.


우설의 경우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긴 모처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왔는데 피자와 파스타와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디저트는 티라미수로 마무리 해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온 보람이 있을 것이다.


곧 있을 새 메뉴 업데이트는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결과는 늘 비슷할 것 같다. 그러니 매번 새 메뉴가 나오자마자 방문하는데, 그래도 오픈이래 꾸준히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을 선보이는 곳이니 투덜거리면서도 또 찾아간다.

2022. 8. 21.


여전히 바뀌는 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새로운 요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의 커다란 틀 안에서 바뀌는 분위기는 아닌데, 이게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향" 인데, 입 안에 넣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향신료의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머리 속에는 강렬함을 안겨준다. 사진에서의 케이크는 잔잔하게 입 안에서 퍼지는 진저 향이 매혹적인데 혀에서 느껴지는 패션 프루트와 파인 애플의 신맛과 과일의 향들이 진저 향과 잘 어울린다. 거기에 방점을 찍는 향신료가 하나 더 있지만 이는 직접 느껴 보시라. 혼자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이니 프티 가토로도 판매했으면 좋겠다.


지난 추억을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페이스트리 셰프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호텔 오픈 초창기의 베린느의 매끄러운 질감은 심지어 여러가지 종류를 판매했었는데 곧 사라졌었고, 그 다음에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맛과 질감의 대조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향은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 


단순하게 눈과 입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하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외침은 이번에도 지속적이지만 지난 7년간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길게 가봤자 일년에서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직까지 새로 온 셰프가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향" 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2022. 8. 12.


전날 저녁에 디너 메뉴가 대폭 줄어든 것에 실망했었는데, 딤섬 메뉴는 바뀐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기대를 하였다. 물론 한국인들이 찾지 않는 닭발 같은 것은 빠질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딤섬을 비롯한 점심에만 주문 가능한 요리들도 많이 빠졌었다.

그래도 반가운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 순무 케이크나 함수각과 같은 딤섬들이 새로 나왔었다. 내 입장에서야 빠진 메뉴들이 아쉽긴 해도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면 꼭 있는 메뉴들이 일부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새로 나온 딤섬류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느냐는 것인데, 한국에서 딤섬은 곧 찐만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에...


순무 케이크의 경우 웍 프라이드 해서 나오는데 차이나 하우스는 특이하게도 비펑탕 스타일로 내놓는다. 웍 프라이드 한 순무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팬 프라이드 한 것에 비하면 너무 기름지지 않나 생각을 하는데, 차이나 하우스는 비펑탕 스타일로 내놓으니 오히려 깔끔한 감칠맛의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운 순무 케이크와 대조되는 질감이 곁들여지니 재미 또한 있었는데, 한국에서 광동 요리를 제대로 내놓는 세 곳 중에 유일하게 딤섬 메뉴로 순무 케이크 선택이 가능하니 아직 메뉴에 존재할 때 기회가 될 때마다 부지런히 먹어야겠다.


반면에 함수각이나 창펀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내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함수각의 경우 단맛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었고 창펀 역시 소스가 밋밋했었기 때문이다. 샹젠바오는 너무 건조했었다. 

차이나 하우스는 주방 인력에 따라 여전히 맛과 완성도의 격차가 큰 것은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이는 차이나 하우스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 그나마 세 곳 중 한 곳은 그런 차이를 느낄 수가 없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 주방 인력을 모두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는한 한국에서 그 격차는 감안해서 먹을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세 곳 모두 문을 열었을 때에는 꽤 의욕적으로 광동 요리들을 - 딤섬을 포함해서 - 선보였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메뉴 선택지는 많이 줄었다. 그리고, 세 곳 모두 비슷한 요리들이 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넓게 보면 광동식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점들이 다 그러한데, 여전히 맛은 개인 취향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 개인 취향이라면 인기 메뉴도 달라야 하지 않나? -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로 음식들을 평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음식의 완성도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2022. 8. 8.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즌 메뉴로 싱가포르 스타일의 머드 크랩 메뉴를 선보인다. 아직까지 코로나 19 상황이 끝나지 않은데다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여서 항공권과 호텔과 관련해서 안정치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해외 여행을 계속 미루고 있는데, 매년 싱가포르를 가던 사람 입장에서 크랩 요리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 생각했었다. 혼자 갔을 때 먹기엔 양이 적은 편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게살을 발라 먹는 귀찮음이 크기에 그러한데, 그나마 한국에서는 게 크기가 일단 작으니 그 귀찮음이 덜 할 것 같아서 올해에도 주문해서 먹었지만 결론은 항상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 크기가 작아도 귀찮은 것은 귀찮은 것이니까 말이다.

비교를 항상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분명 나올 말들이 '싱가포르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야.' 일텐데, 북경 오리와 마찬가지로 게 품종이 똑같은 것은 아니니 그건 좀 알고 그런 소리를 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게 크기도 싱가포르보다 작다.


아무튼 칠리 크랩과 흑후추 크랩은 작년에 먹었기 때문에 건너 뛰고 올해에 새로 나온 백후추 크랩을 먹었는데, 흑후추보다 향은 좀 더 복잡하다고 할까? 광동 요리에서 흑후추 요리는 대체로 단맛도 살짝 느껴지는데 이 백후추는 단맛보다 spicy, hot 이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전체적인 맛 (flavour) 을 따져보면 칠리, 흑후추, 백후추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백후추 요리를 선택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다시 머드 크랩 요리를 먹을 생각은 없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게살을 발라 먹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귀찮기 때문이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 취향임을 잊지 말자. 


사실 이 크랩 요리보다 더욱 흥미가 생기는 것은 새로 나오는 면 요리들이다. 탄탄면과 완탕면인데, 둘 다 홍콩식 - 참고로 광동 요리는 홍콩 요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 으로 나온다. 여기서 내 취향을 또 이야기 하자면 탄탄면의 경우 사천식을 더 좋아하는 입장에서 국물이 흥건한, 그리 맵지 않은 홍콩식 탄탄면은 썩 구미가 당기지 않지만 일단 원래 탄탄면에 쓰이는 면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반가웠었다. 마찬가지로 간이 된 듯한 되지 않은 듯한 홍콩식 완탕면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탄탄면과 마찬가지로 원래 완탕면에 쓰이는 면을 사용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었다.

한국에서 면 요리는 쫄면을 중심으로 한 쫄깃하거나 막국수처럼 툭툭 끊기거나 극단적인 경우를 많이 만나는데, 광동 요리에서 면 요리들은 각각의 면마다 질감부터 다른데 그런 질감의 다름을 드디어 유 유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은 더 다양한 면들이 수입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도 꽤 도전적이라 생각한다. 


올해 들어 유 유안은 광동 요리들을 좀 더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아직까지 반응은 썩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여전히 많은 테이블 위에는 북경 오리와 마파 두부, 가지 요리가 올려져 있고, 디저트는 대부분 생략한 가운데 프티 프루로 나오는 초콜릿만 극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 유안의 이런 시도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몇 년은 더 해외 여행 계획이 없는 지금, 그나마 광동 요리들을 - 다른 지역 요리들을 포함해서 -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아직까지 서울에서 하나 뿐이니까.

2022. 8. 4.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월간 빙수는 세 가지만 준비되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새로 오자마자 곧바로 메뉴를 개발했을테니 시간 부족만 생각하더라도 이해되는 상황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오픈 이래 빙수 메뉴를 디저트로 접근해서 매년 새로운 주제로 내놓았었다. 그리고, 그런 독특한 접근 방법이 - 한국에서는 독특한 접근 방법이다. - 늘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한국에서 빙수란 대체 어떤 음식일까?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생과일 - 주로 망고, 비싼 과일 위주 - 거기에 팥이 올라간 음식에 대해서 매년 언론에서는 가격이 어떻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원가가 어떻고 이야기 하는데 아무도 맛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곱게 간 우유 얼음, 생과일, 끝. 대체 셰프가 한 일은 무엇이 있는가? 오늘은 생과일 상태가 별로 안 좋네요, 그럼 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월간 빙수의 경우 철저하게 서양의 고전적인 디저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처음에 나온 파블로바나 이번에 마지막으로 나온 휘낭시에와 얼 그레이 조합, 그래서 사실 예전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과연 이렇게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에 나온 빙수만 하더라도 그냥 따뜻한 홍차 한 잔에 휘낭시에만 먹어도 충분한데 굳이 거기에 차가운 얼음을 더할 필요는 없었다. 빙수로 만든다고 해서 어떤 극적인 맛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같이 나온 얼 그레이 아이스크림이 흥미로웠다.


올해의 다소 빈약한 (?) 월간 빙수 구성은 물론 시간 부족이라는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마도 내년에는 올해와는 다른 모습의 빙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항상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제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지옥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늘 비교 대상이 "신라 호텔" 인데, 잘해도 본전을 못 거두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과감하게 애프터 눈 티를 뺀 것처럼 빙수도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미끼 상품이 되었든 아니든 말이다. 호텔 빙수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컨셉트가 어떠한지, 맛의 구성은 어떠한지 중요하지 않다. 신라 호텔만큼 하거나 그보다 뛰어나거나,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이 잘 나오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항상 호텔에서 하는 말 "빙수 하나 팔아도 남는게 거의 없습니다." 아무도 호텔마다 빙수를 꼭 만들어서 팔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2022. 7. 28.


3개월만에 방문한 차이나 하우스의 가장 큰 변화는 주문 가능한 요리의 숫자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메뉴판을 보는데 금방 끝 페이지가 보이니 처음엔 당황스러웠었다. 태블릿 PC 파일 오류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대폭 줄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남아 있는 요리들도 메뉴판을 보면 모두 다 사진으로 친절하게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메뉴판을 QR 코드로 제공하거나 태블릿 PC로 제공 하는 것이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요리들을 사진으로 확인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처음 외국 음식들을 만나는 사람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겠지만 문자로 요리 이름을 접한 뒤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기다림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선 다소 맥 빠지게 한다. 게다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광동 - 상해 요리가 플레이팅이 화려하고 눈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차이나 하우스의 고객 구성이 한국인들이 많은 현실에서 늘 북경 오리 중심으로 주문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를 가도 북경 오리, 저기를 가도 북경 오리, 한국의 오리들이 북경 오리로 즐길만 한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똑같은 요리만 먹을거라면 굳이 한국에 광동 요리와 상해 요리 중심의 레스토랑이 필요한가? 차라리 북경 오리 전문 식당들이 등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가운데 여전히 오리의 상태는 큰 변함이 없다.


가짓수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처음 등장한 전채 요리가 하나 있었는데, 문득 영화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났었다. 뭣이 중한디? 맛있게 먹었지만 어김없이 예상한 상황 그대로 흐르는 현실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22. 7. 24.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제주도에 있는 오성급 호텔들 중 가장 음료와 음식 모두 신경 쓰는 곳이라 제주도에 갈 때마다 들린다. 여전히 음료에 대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특색 없는 제주도 녹차나 정체 불명의 커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픈 초창기에만 하더라도 그런 메뉴는 당연히 없었다. 많이 찾으니 준비한 것이든 준비를 해놓았으니 많이 찾는 것이든 반가운 일은 아니다. 칵테일 메뉴를 좀 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호텔 바 특성상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저녁에 차이나 하우스에서 식사를 한 뒤 한 잔 정도 마실 생각은 갖고 있다. 

꾸준히 매달 또는 계절별로 메뉴가 바뀌긴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질 뿐 사실 큰 변화는 없는데, 국내 여느 호텔들처럼 이 호텔에서도 애플 망고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케이크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와 같은 후기는 비단 이 호텔만의 후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정말 대단한 일인가? 당연한 것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은 물론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칭 "빵"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이야기 할 내용은아니다. 그것이 해외에서의 풍부한 경험까지 더해진 것이라면 더더욱, 사실 많이 먹었다고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많이 먹어 본 사람일 뿐이다. 아무튼 망고 케이크는 부드럽긴 하지만 망고의 질감이 부드러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뭉개지면서 살짝 결이 느껴지는 질감이 그리 잘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과일류에서 기대하는 신맛은 "제주산 애플 망고" 에서는 당연히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맛의 차원에서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 하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인데, 망고 케이크를 팔지 않았을 때 어떤 반응들이 일어날까?


체리 피스타치오 타르트는 피스타치오 크림이 뻑뻑한데다 체리 역시 신맛의 기대치가 낮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던 것은 예전과 달리 단맛이 잘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좀 더 단맛이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로비에 흐르는 음악들은 락에서부터 힙합까지 중구난방인데다 체크 인 과정에서 대기하는 손님들이 무작정 들어와 빈 자리에 앉고, 신발을 신은채로 소파 위를 올라가거나 테이블 사이를 전력 질주하는 아이들은 많아졌다. 그만큼 메뉴도 가짓수는 늘었지만 혼돈의 연속인데 누군가 새로 와서 맛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이 호텔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얏트 계열의 호텔이니 인력풀은 어느 정도 가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2022. 6. 27.


2015년 오픈 이후 꾸준히 광동 요리를 비롯해서 중국의 여러 지역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인기는 북경 오리와 게살 볶음밥, 불도장과 마파 두부, 하가우와 씨우마이, 샤오롱바오뿐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모든 요리를 잘 알고 먹는 것은 아니기에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여기에서 안 해도 되는 말들을 갖다 붙이니 그것이 문제이다. 미슐랭 별을 잃을만하다, 하가우를 제외 하면 내놓는 딤섬들은 사문난적이다, 웰컴 드링크를 강매한다 이런 평가들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메뉴 개편들이 큰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는 다음 메뉴 개편 - 길어봤자 석달이다. - 시기에 또 사라질텐데?

해외의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빠지지 않는 수프 중 하나가 건부레 수프인데, 한국에서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지만 드디어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물론 나온 형태는 한국인들의 선호도를 고려한 듯 걸죽하게 내놓고 건부레 등도 아주 잘게 썰어서 넣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맛과 질감을 선보인다. 탱글탱글하면서도 아주 약간 끈적이는 듯한 건부레의 질감과 더불어 돼지 또는 오리가 갖고 있는 지방의 고소함과 풍성한 질감은 만나기 어렵다.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이게 다음 메뉴 개편 시기에도 살아 있을까?








딤섬 메뉴는 거의 절반 가까이 바뀌었는데 - 그래봤자 유 유안에서 선택 가능한 딤섬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 항상 처음 만나는 딤섬들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반갑다. 사실 해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긴 한데, 나도 먹는 양은 제한적이니 늘 선택 순위에서 거의 제외되었던 것들이라 사실상 처음 먹는 것이었다.

그동안 유 유안의 새 딤섬 메뉴들은 간이 세다라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그래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맛의 딤섬으로 바뀌고 결국 다음 메뉴 개편 때 사라지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딤섬의 짠맛보다 소스가 아쉬웠다. 예를 들어 튀긴 하가우의 경우 메뉴명에는 파인애플과 토마토 소스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단맛이 주를 이루고 신맛이나 감칠맛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었다. 바질 소스도 그 특유의 향은 잘 느껴졌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이것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낼 수 있는 맛이 한계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결국 소스는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데, 대중적으로는 오히려 담백 (?) 해서 좋다라는 평을 받을 것 같다.

2022. 6. 7.


올해에도 제주도산 애플 망고 빙수 유행은 여전하다. 애플 망고가 망고의 수 많은 품종 중 가장 맛있는 품종인가? 글쎄, 우유를 얼린 얼음 위에 망고를 올려서 먹는 것은 망고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가? 글쎄, 아무렴 뭐 어떠한가? 시원한 호텔의 라운지에 앉아 십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빙수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제각기 다를텐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과연 빙수라는 것이 하나의 음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다른 호텔들처럼 매년 망고 빙수를 비롯해서 몇 가지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의도는 좋은데 결과물은 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올해 새로 바뀌면서 올해 주제는 '디저트' 인데, 일단 주제에 맞게 만들긴 하였다. 문제는 고정관념이 그 결과물을 산으로 가게 만들고 있었다.

빙수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팥빙수일텐데, '흑임자 크렘 브륄레 빙수'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형적인 팥빙수, 팥과 떡이 올라간 빙수인데 떡이 문제였다. 차가운 얼음과 만나 딱딱하게 굳는 것부터 불편하지만 설사 그 전에 재빠르게 먹는다 해도 끈적거리며 이에 달라붙는 떡의 질감은 빙수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설정, 부드러운 얼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떡고물은 빙수와 한데 섞어버리면 곤죽이 되어버리는데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지 않다. 무엇보다 팥, 떡, 위에 올린 흑임자 푸딩, 바닐라 아이스크림, 연유까지 모두 다 단맛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맛의 균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안그래도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빙수가 더더욱 빨리 물려 몇 숟갈 먹다가 지쳐버린다. 

이런식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텐데 팥빙수는 무조건 떡이 들어가야 한다, 팥은 무조건 달아야 한다는 관습적인 개념이 음식을 망쳐버리고 있었다. 팥에 소금간을 하는 것도 관습적일텐데,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굳이 부드러운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 떡을 꼭 넣어야할까? 그렇지 않고도 얼마든지 '팥빙수' 를 맛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차라리 '제철 과일 샤를로트 빙수' 를 먹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이 균형을 맞춰 주고, 함께 들어간 레이디 핑거가 부드러우니 말이다. 물론 굳이 샤를로트를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극찬하는 '신라 호텔'의 빙수보다 더 비싼 '골든 제주 애플 망고 빙수' 를 먹었을 때에는 정말 이제는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경쟁에서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무엇을 하든 '신라 호텔' 이 망하기 전까지 늘 비교가 될텐데, 포시즌스 호텔에서 추구하는 하나의 음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굳이 알고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애를 쓸 필요는 없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 따위는 최대한 억누른채, 단맛을 더욱 증가 시키기 위한 노력을 볼 때마다 그럴바에 그냥 설탕 찍어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게다가 일정치 않은 결과물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조리' 를 하는 순간 대중들의 반응은 '생과일' 이 아닌 '조리된 과일'은 무언가 꼼수를 부린 것이라 받아 들이니 어떤 날은 당도가 괜찮은데 또 어떤 날은 당도가 시원찮으니 결국 비교해보면 돈만 비싸지 맛은 더럽게 없다라는 평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거기에 더한 민트 푸딩이라니! 질감 대조를 위해 넣은 크럼블이나 결과적으로 단맛을 더하기 위한 마시멜로 같은 쓸데 없는 것들은 왜 넣어서 먹기 불편하게 만드는가!


맛의 조합은 상관 없다. 달디 단 망고를 떠먹다가 남은 얼음에 살짝 단팥 올려서 먹으면 딱 좋은 빙수가 최고이지, 디저트 개념으로 접근해봤자 알고싶지도 않고 그저 쓸데없는 짓을 한, '아 여기 셰프는 외국인이라지? 그러니 결과물이 이런식으로 나오는군' 평이나 받는 것이다.


빙수에 대해 리뷰를 할 때마다 늘 결론은 같다. 차라리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먹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디저트, 아니 그냥 얼린 얼음만 하더라도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게다가 몇 숟갈 먹다보면 맛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진다. 물론 한국에서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2022. 5. 15.


거의 반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포시즌스 호텔 서울 페이스트리 셰프가 새로 부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석 상태가 꽤 길었던 관계로 - 취업과 관련한 비자가 신청한다고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 오자마자 셰프의 색채를 보여줄 시간적인 여유가 아무래도 부족하니 새로 나온 종류들은 흔히 말하는 '클래식' 한 것들이다.


부드러워 할 것은 부드럽고, 바스락거려야 할 것들은 바스락거리며, 유지방의 풍성함은 입안 가득차고, 견과류의 고소함과 어울리는 짠맛의 더해짐이, 카라멜의 쌉싸름함, 무엇보다 단맛 중심의 음식이 아닌가! 당연히 먹는 내내 즐거웠었다. 세상에 '클래식' 한 것을 먹으며 즐거워 해야 하다니! 그만큼 형편 없는 수준의 음식 세계를 너무 많이 마주친다. 예컨데 달지 않은 디저트 같은,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밀푀유를 먹고 있으면 여전히 '달지 않은' 케이크를 찾는 손님들을 많이 본다. 그게 아니면 '천 겹의 잎사귀' 수준의 리뷰나.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새로 부임한 셰프의 새로운 음식들을 만나게 될텐데 부디 이번만큼은 옆에서 자꾸 근거없는 이야기가 떠돌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셰프도, 지지난 셰프도 초창기와 달리 떠날 즈음엔 의욕을 잃은 듯 정말 무난한 수준의 음식들을 내놓았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은 그만 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2022. 5. 6.


가든 테라스가 오픈 하기 전날에 같은 호텔 내의 찰스 H. 바에서 행사가 있었다. 마치 아뮤즈 부쉬와 같았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그래도 좋다. 분명 다음날 본격적으로 판매할 요리를 먼저 먹어볼 기회였으니 말이다. 물론 행사에 나왔던 요리 모두가 가든 테라스에서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 칵테일도 마찬가지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는 모두 훌륭했었다. citrus 와 spicy, 이 두 단어만으로도 흥분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다음날 요리가 정말 기대되었다.


다음날 손님이 없을 때 미리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으러 오후 다섯시 반쯤 도착했는데 벌써 긴 줄이 형성되었었다. (결국 유튜브에는 음식 영상만 올렸다.) 가장 인기 많은 소파석은 이제 예약만 받고, 최소 삼십만원 이상 소비를 해야 하고 나머지 좌석 - 테이블 좌석 - 은 예약이 없으니 미리 와서 줄을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 모든 음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만큼 가 치가 과연 있을까?



이 날 먹었던 요리에 대해 말하기 전에 가든 테라스 이야기부터 해보자. 처음 비어 앤 버거로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평은 부정적이었다. 짜고, 너무 기름진 이런 버거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어차피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이야기 해도 듣지 않는다. 미국 버거 여행을 수십번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는 경험이 정말 많다며 극찬을 하지만, 정작 당시 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꽤 공을 들인 호텔 직원이 미국인이었던 것은 그렇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 미국인이 주관해서 잘 했다는 의미가 아님을 주의 하시라. 경험이 절대적 근거가 된다면 만드는 사람 빼고 아무도 그 음식에 대해 평할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 그리고, 처음에 그런대로 선택지가 많았던 맥주는 결국 작년에는 국산 생맥주 - 비어 크래프트? - 위주였고, 버거도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은 아주 순한 버거로 바뀌었지만 아무리 코로나 19 때문에 해외를 많이 못 나가서 그렇다 하더라도 인기는 최절정을 달렸었다. 그 결과물이 올해 오픈 당일 그렇게 긴 줄을 형성했을 것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오픈 이래 꾸준히 다이닝을 방문하고 있지만 늘 갈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시작은 좋았지만 좋게 말해 '현지화' 되는 과정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는 그런대로 본인들의 의도를 지킨다고 할까? 그마저도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를 올리기 위해 칵테일 하나 주문 후 몇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말이다. 


이제 멕시코 요리를 이야기 해보자. 호텔에서는 제대로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멕시코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셰프를 초빙했다. 어차피 모든 식재료를 국내로 갖고 올 수 없었을테니 현지와 비교해서 재료 수준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비교해봤자 마음만 아플테니까 말이다. 전날 찰스 H. 바에서 진행한 행사에 나왔던 요리는 정말 훌륭했었다. 짠맛 중심에 citrus가 더해지며, 다시 spicy까지, 부드러움과 공존하는 바삭함,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이며 아보카도가 갖고 있는 고소함 등이 더해지니 당연히 입안은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칵테일은 또다른 citrus를 더하거나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니 지금까지 진행했었던 찰스 H. 바의 행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들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든 테라스에서는 그런 결과물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칵테일은 요리와 잘 어울리는 구성들로 잘 만들어져 나온다. 그러나 음식들은 다르다. 토르티야의 두께는 제각기 다른 가운데 맛의 매개체가 아닌 오히려 중심으로 돌출하며, - 적절한 두께가 얼마였더라? 망할 놈의 인치법!!! - 정작 중심에 있어야 할 부속물들은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끝부분과 가운데의 맛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 대부분 간이 약했는데, 함께 곁들여진 소스마저도 전날과 달리 밋밋함을 보이고 있었다. 가장 기대했었던 yellow worm 은 감칠맛을 전혀 느낄 수 없이 희미한 바스락거리는 질감만 겨우 느꼈었는데, 그마저도 별다른 향이 없는 채소들이 눈치 없이 아삭거리며 끼어들었다. tripa 타코는 질겅거리는 질감만 남아 있을 뿐 그 외에는 어떠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함께 나온 소스는 맛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주지 못했었다. 메뉴판에 보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설명되어 있지만 그런 것들이 큰 의미가 있지도 않았다. 매콤한 마요네즈? 살사 마차 소스? 콩 스프레드? 절인 양파? 유튜브 영상을 보면 분명 존재함을 알 수 있는데, 입안에서는 정작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다. 셰비체 역시 신맛이 존재는 하지만 단어 그대로 존재에 의미를 둘 뿐이다. 과카몰레도 호텔 인스타그램 홍보 사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데, 함께 나온 토르티야 칩도 희미한 짠맛만이 있을 뿐이다.


왜 이런 결과물들이 나온 것일까? 일단 셰프가 모든 요리를 혼자서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그러나, 셰프만 바뀐다고 해서 결과물 역시 달라질까? 실제로 주방에서 만드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하루 이틀 교육만으로 극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먹는 사람이 이것이 잘못 만든 것인지 제대로 만든 것인지 구분조차 못한다면 셰프와 주방 인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올 수 있을까?

버거 못지 않게 멕시코 음식 마니아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느 요리와 다르지 않게 평가의 기준은 객관적인 - 과학적인 - 기준과 상관없이 주관적인 - 대체로 경험에 기초한, 그 경험이란 것이 단지 횟수 위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 기준에 근거해서 대체로 평을 이룬다. 물론 대중들이 선호하는 취향을 선택한 호텔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지 않았을 때의 매출과 그렇게 했을때의 매출은 굳이 계산하지 않더라도 인기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이닝이 형편 없는, 포시즌스라는 이름값이 아까운 호텔이란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와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뷰 맛집',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날 의도하지 않았는데 객실에서 발가벗고 춤을 추는 커플을 정면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덤으로 슬리퍼와 샌들을 신고 온 사람들의 무좀 걸린 발을 보면서, 가만 그래서 더욱 음식이 맛 없게 느껴졌던 것일까?

2022. 5. 2.


이미 지난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통해 한껏 기대감을 가졌었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 뻔한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나름대로 재치있게 표현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자신의 요리 이야기는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주 간단하게 보이지만 그러나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과연 그것을 한국에서도 요리로 보여줄 수 있을까?










먼저 빵부터 이야기 해보자. 여전히 '식전빵' 이니 배 부르게 먹으면 안되는 존재로 인식하여 한국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빵말이다. 지난 방문때 빵의 심각함을 당연히 셰프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호텔 내 페이스트리 셰프는 공석이고 - 최근에 부임하였다. - 설사 페이스트리 셰프가 있다고 해도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것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의 빵은 정말 불필요한 존재로만 남아 있으니 보칼리노에 새로 셰프가 왔다고 해서 빵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빵의 결과물은 어떠한가? 안초비를 발라 구웠다고 하지만 짠맛은 희미하게 느껴졌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처음에 반응이 너무 짜다는 이야기가 많아 바꿨다고 한다. 이래서 내가 새 메뉴가 나오면 무조건 첫 날에 가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사정이 있어 뒤늦게 방문했으니......

게다가 방문 당일 두 번째로 받은 빵 접시를 보라. 마이야르 반응이 어떻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하얀 밀가루를 반죽해서 빵을 구웠을 때 대체로 색이 어떻게 나온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 않나? 짜다 타령과 함께 아주 지긋지긋한 소리 탔다 타령도 21세기에 한국에서는 여전하다. 

식사하는 내내 자리를 차지하는 빵의 존재를 생각하면 아무리 임시 방편이라고 하지만 보칼리노의 요리들과는 그렇게 썩 어울리는 존재는 아니었다. 억지로 먹긴 했지만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이제 새로 왔으니 무언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호텔 오픈 초창기에 'The Market Lader' 라고 빵을 따로 파는 곳이 있었으나 그곳의 가장 큰 인기메뉴는 크림 단팥빵이었고 그마저도 사람들이 빵을 사러 잘 오지를 않아 - 지하에 있었으니 단순히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 결국 사라졌던 것을 생각하면, 그 중 일부의 빵과 샌드위치를 1층에서 따로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하는 빵을 생각하면, 나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빵 문제는 비단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니 해봤자 재미 하나도 없는 빵 이야기는 그만 하자. 


보칼리노의 요리는 그럼 어떠한가? 셰프가 이야기했듯이 아주 간단하게 보이지만 먹는 내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었다. 오픈 초창기의 경험은 거의 없었으니 그걸 제외하더라도 보칼리노는 항상 전채 요리로 내세운 것은 토마토와 부라타 치즈였었는데, 각 셰프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당연히 달랐었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토마토의 맛은 여전히 밋밋하면서 단맛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신맛과 짠맛과 감칠맛을 더할 것인가? 새로 온 셰프는 발사믹 캐비아를 통해서 신맛은 물론 향까지 더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요리를 다 먹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새로 온 셰프는 향을 적재적소에 잘 쓴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의 완두콩 스프는 민트향이 맛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셰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fresh' 에 초점을 두었다. 전채, 수프, 파스타, 메인 요리까지 모두 무언가 아쉬운 부분을 - 재료의 한계? 조리의 한계? - 향을 더해 나름대로 해결하면서 셰프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이 봄의 또다른 표현이든 셰프가 새롭게 한국에서 요리를 시작함을 표현한 것이든 말이다. 그래서 여러번의 방문 내내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함께 짝지은 와인인데, 향과 잘 어울리는 와인의 부재가 방문 내내 너무 아쉬웠었다. 당장 와인 리스트를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 상쾌함을 표현한 향들과 어울리는 와인이 한 병이라도 있었다면 더욱 즐거웠으리라. 


보칼리노의 고질적인 문제, 접객의 미숙함은 여전했는데 유독 호텔 내 다른 다이닝에 비해 보칼리노는 그 미숙함이 더욱 크다. 직원들이 자주 이직하는 것이야 이 호텔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손님이 많을때와 적을때의 접객 차이는 그 간격이 너무 컸었다. 호텔 내 다른 다이닝들은 언제나 예약이 많다보니 특히 주말에는 예약 없이 방문한 고객들이 자리가 없어 차선책으로 보칼리노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손님이 몰릴 때에는 직원들이 정신 없이 심지어는 뛰어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한국에서 이탈리아 요리는 너도 나도 잘 아는 요리의 세계라 그런지 늘 '내가 아는 이탈리아 요리가 아닌데' 와 같은 무논리 의견이 지배적인데, 제발 이번만큼은 보칼리노에서 또 그런 세계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새로 셰프가 오면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을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타성에 젖은 요리를 너무 많이 만났기 때문인데, 이번만큼은 셰프의 재미있는 요리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2022. 4. 27.


드디어, 드디어 한국에서도 건부레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이번 시즌 추천 메뉴는 두 가지만 새로 등장했는데 하나는 죽순, 다른 하나는 건부레로 가장 고전적인 요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아쉬움이 컸었는데 죽순의 경우 전채로 살짝 데쳐서, 채소 요리로 웍 프라이드 해서 소스와 함께 무언가 새롭게 나올거라 예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건부레 역시 수프 하나와 함께 최소 두 세가지 요리는 새로 나올거라 예상했었는데 역시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방을 둘러싼 한국에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셰프가 모든 요리를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웍 프라이드의 경우 한국인과 외국인이 조리한 결과물의 차이가 너무 크다. - 물론 이는 단순하게 한국인이니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 게다가 건부레의 경우 한국인이 직접 조리한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셰프 스스로가 여러가지 이유로 주방에 없을 경우 - 예를 들어 쉬는 날이나 휴가를 갔을 경우 - 결국 조리 결과물은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장 최선의 상황으로 조리 방법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셰프가 주방에 없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게끔 말이다.

한편으로 이 블로그에서 아주 지겹게 이야기 한 내용, 많은 한국인들에게 유 유안이 광동식 레스토랑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 요리를 새롭게 만들어 내놓든 많은 한국인들이 선택하는 메뉴는 정해져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어떻게든 메뉴 추천을 하려면 어떤 요리가 나오는 것이 좋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 유안을 찾을 때마다 메뉴판에 존재하는 동안 부지런히 죽순 요리와 건부레 요리를 챙겨 먹을 생각이다. 고전적이든 창의적이든 일단 이런 요리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2022. 4. 24.


아키라 백은 오픈 이후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 아키라 백의 성격을 생각하면 메뉴 변동이 거의 없는 것이 마냥 나쁘다라는 평가를 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요리의 맛이 쉽게 질릴 수 있는 구성이므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 19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 아키라 백의 요리들을 생각하면 결이 다르지만 - 종종 계절별로 한시적인 프로모션 메뉴를 진행한다. 그럴때마다 아키라 백을 찾게 되는데, 이제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아키라 백의 요리들 때문에 방문을 자주 하지 않는 관계로 소식을 뒤늦게 듣고 방문하였다.


봄이다보니 조개란 재료에 초점을 두고 메뉴 구성을 하였는데, 예전 키오쿠 시절의 가이세키 요리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주방 인력이 많이 바뀌다보니 결과물이 썩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구성 자체도 비교적 간소화 한 수준인데, 짐작컨대 일단 아키라 백의 개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코스 구성을 할 수 없다는 이유와 더불어 주방에서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구성한 것은 아닐까?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간거라 그렇게 큰 실망을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블로그에 글을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양식이든 일식이든 코스로 구성된 경우 대체로 양이 적다라는 평을 많이 보게 되는데, 파인 다이닝이 배 부르게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양식의 경우 빵이 코스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먹지 않으니 포만감이 덜한 것인데, 반대로 한국에서의 한식과 일식 - 가이세키 류와 같은 - 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날 내가 먹었던 코스 요리는 마지막에 초밥이 나오기 전까지 코스가 진행되는 내내 탄수화물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포만감은 전혀 가질 수가 없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상 차림 문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 요리에서의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이제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참고로 태국 요리와 광동 요리는 코스 메뉴의 경우 수프 다음에 나오는 요리들은 식사 메뉴와 동시에 나온다. 이걸 또 한국에서 미식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먹는 사람의 속도를 고려 하지 않고 한꺼번에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말이다.

2022. 4. 23.


직구의 매력 중 하나가 국내 매장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 - 물론 관부가세와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유명 직구 사이트들은 대부분 한글을 지원하면서 가격대가 국내 매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를 정말 좋아하지만 사람 심리라는 것이 참 그런게 예전 가격을 자꾸 생각하면서 - 브랜드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 지갑을 잘 열지 않게 되어버렸다. 결국 세일할 때나 할인 코드가 발급될 때만 구입하는데, 그러다보니 정말 사고싶었던 팔찌가 종종 품절되면서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품절될까봐 얼른 구입부터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살 수 있으면 사고, 아니면 말고가 되어버리니 나 스스로 사람 마음을 정말 모르겠다.






파페치에서 세일할 때 구입했는데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진이 돌아간 것은 아니다. 이 제품은 박스가 좀 크게 나오다보니 저렇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냥 무난하게 차고 다닐 생각에 이 색상을 구입했는데 막상 사놓고 보니 또 잘 착용을 하지 않았다. 조금 후회가 되는데 별 수 있나, 어쩌다 한 번이라도 차고 다녀야겠다.

2022. 4. 19.


예상대로 '뷰 맛집' 으로 유명해졌다. 오픈 초 열정이 넘치던 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그만둔 직원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이곳의 문제는 한국의 거의 모든 유명한 '맛집', '뷰 맛집', '고오급 오성급 호텔 라운지' 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주문했던 베린은 여전히 매끄러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단맛과 신맛의 균형? 그런 것은 이제 한국에서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망고와 패션 프루트를 넣었는데도 이 정도 수준의 맛내기라면 그 이유는 뻔히 짐작된다. 심지어 티라미수는 해동이 덜 되어 언 상태 그대로 나왔었다. 올려놓은 딸기는 물컹거리며 흐릿한 단맛과 함께 신맛은 없는 국산 딸기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는데, 떠먹기 불편한 상태로 올려놓았었다. 이미 두 번 넘게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뀌었는데, 바뀌었다면 예전과 달라져야 하지만 - 단순하게 기술적인 문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 그런 결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녁에는 칵테일을 마셨는데 주문한 보스턴 쿨러는 얼음 알갱이가 마시는 내내 계속해서 씹혔었다. 호텔 라운지 바의 칵테일 결과물에 대해서 크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 이는 해외 호텔도 마찬가지이다. - 그래서 결국 라운지 38은 어떤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들 먹을만큼 먹어봤다고, 마실만큼 마셔봤다고 전제를 하면서 리뷰를 남기는데 이 정도 수준의 결과물이라면 당연히 비판을 해야겠지만 그런 리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후기는 '뷰' 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 페이스트리 셰프는 떠났고, 바는 병째 주문한 와인과 위스키 중심, 서울에서 제주까지 거의 모든 호텔들이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다들 맛은 개인 취향, 사람마다 다르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2022. 4. 11.


이번에 방문하니 새로운 메뉴가 추가되었다. 봄을 맞이해서 이른바 '봄 특선' 메뉴이다. 서양 요리와 달리 동양 요리는 재료에 좀 더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 서양 요리가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 그게 또 한국, 일본, 중국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일단 중국 요리만 고면 어떻게 조리를 해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굳이 문화 혁명까지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 옛 것을 연구해서 받아들여야 정통, 전통이지 따위 소리를 하기엔... - 광동 요리만 봐도 서양 요리의 조리 기법을 받아 들여 자기네만의 요리로 거듭나지 않았던가?

사실 메뉴명만 보더라도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예상 가능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주문했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얼마나 맞춰 내놓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요리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종종 착각하는데 사실 광동 요리가 그렇게 간이 강한 요리들이 아니다. 오히려 흔히 좋아하는 정통일수록 간을 한 듯 안 한 듯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요리들을 중심으로 메뉴 구성을 해놓았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요리가 다 그런 것은 아니긴 한데, 최대한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간을 강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맛을 더욱 살리는 배려까지 한데다 XO 소스가 들어간 요리도 약간의 칼칼함 - 물론 나는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 만 느껴질 뿐이다. 셰프가 이제는 한국인들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잘 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이런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항상 이야기 하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는 중국 요리, 즉 한국식 중국 요리집은 제주도에도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차이나 하우스의 인기 메뉴는 북경 오리이다. 봄 특선 요리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2022. 4. 5.


한 달 사이에 재방문하였다. 그 이유는? 메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셰프가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더 이상 한국의 파인 다이닝에서 빵에 대한 기대는 않겠노라고 이야기 했었지만 이번에는 빵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한국 호텔답지 않게 의외로 빵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베이커를 초빙하였는데, 드디어 그가 만든 빵이 마리포사에 등장하였다.

'식전빵' 이란 용어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빵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에서 - 스시에선 밥을 엄청 신경 쓰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왜 서양 요리에서 빵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식에서의 밥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  의외의 영입인데, 결과적으로 썩 좋은 상태의 빵이 나오진 않았다. 처음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덜 구웠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대다수의 아주 쫄깃 쫄깃 하다 못해 질척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레스토랑에선 나오는 음식에 따라 다양한 빵을 직접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었는데, 그 결과물이 썩 좋지 못하지만 ㅔ마냥 업장의 잘못이라고 탓하진 못하겠다. 빵을 입으로 베어 물고, 배를 채우면 안 된다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한 조각 정도만 먹고, 빵 접시가 빌 때마다 채워 주는 것이 매우 친절하다고 평하는 현실에서 이 정도면 그래도 꽤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전복과 문어 요리가 마리포사에서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가 된 것 같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 번갈아 가면서 또는 둘이 동시에 - , 당연하게도 전체적인 흐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의 세계를 생각하면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문득 다음 메뉴에서도 이 요리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빠져 버리면?


마리포사 오픈 때부터 일관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smoky, earthy, 그리고 지방이 선사하는 풍성한 바탕인데 다른 요소들은 제쳐 두고 이 세 가지만 집중해서 느끼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항상 갈 때마다 기대 된다. 게다가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sweetbread 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여건만 갖춰진다면 사슴과 같은 육류나 비둘기와 같은 조류 요리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물론 거의 꿈만 같은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여전히 메인은 쇠고기 요리이다.)


한편 와인 페어링의 경우 지난 메뉴에서는 다소 맛의 균형을 맞추는데 급급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요리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셰프와 소믈리에가 처음부터 메뉴를 구상할 때 어떤 조합을 선보일지 충분히 협의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짝짓기였었다.


그러나, 앞서 시작인 빵과 함께 마무리인 디저트의 아쉬움이 매우 컸었다. 메인 요리까지 경쾌하면서도 강렬하게 휘몰아치던 이야기의 흐름은 정작 디저트에서는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끝맺음조차 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디저트의 뻣뻣한 질감은 흐릿한 단맛에 신맛은 거의 없는 물컹거리는 딸기의 질감과 더해지니 그것만으로도 이내 흥미를 잃게 만든다. 초콜릿에서 느낄 수 있는 맛 (flavour) 을 맛없는 딸기가 모두 뒤덮는다고 할까? 그런 가운데 신맛의 라즈베리 소르베만이 그나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채 말이다.

2022. 3. 26.


코로나 19 영향이 없었다면 진작 문을 열었을 오울은 계속해서 오픈이 연기되다 드디어 2022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원래 보칼리노와 함께 운영되던 장소여서 '오울' 이라는 바의 개념을 생각하면 아주 잘 어울리는 실내 디자인이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까? 그런대로 내부를 잘 꾸며놓았다.

그러나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구상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장소는 안타깝다는 감정이 먼저 드는 장소이다. '내가 아는 이탈리아 요리는 이런게 아니야'와 식전주든 식후주든 음주 문화가 아직 널리 알려진 상황이 아닌 것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 비운의 장소는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키오쿠와 마찬가지로 정말 아쉬운데 이런 경우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니 새삼 놀라운 일은 또 아니다.





아무튼 오울 바에서 주문 가능한 칵테일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안주 역시 한국의 술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의외로 호텔 주변에 전집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술집들이 없다고 설명을 들었다. 호텔이란 곳의 특성을 생각 하면 외국인 투숙객을 대상으로 문을 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편으로 가격을 생각 하면 호텔 바이지만 부담없이 한국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설정이다. DJ가 와서 음악을 트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인의 경우 어느 연령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는지 역시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호텔 내의 찰스 H. 바를 생각하면 이런 설정들이 찰스 H. 바와 다르니 굳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설정 때문에 나는 오히려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다.





한국에서 만든 소주와 진 등으로 칵테일을 만들다보니 어딘가 하나는 빠진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술에 대해선 거의 무지에 가깝기 때문에 가급적 이 블로그에서 바 리뷰 - 해외의 바들은 여행 정보 차원에서 다룰 뿐, 국내 바들은 리뷰를 쓰지 않았다. - 를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칵테일의 향과 맛 (flavour) 의 부족함을 느꼈었다. 예를 들면 진 토닉의 경우 선비, 정원, 부자 이 세 가지 국산 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든 진 특유의 향과 맛 (taste) 의 부족함이, '수정과' 칵테일은 수정과의 향을 고스란히 살리긴 했지만 오크통에 숙성 시킨 소주는 다소 인위적인 향과 맛 (taste) 을 첨가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별로였던 것은 아니다. '참외' 칵테일은 오울의 안주들과 두루 잘 어울렸었고, '우유' 칵테일은 단맛이 강한만큼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좋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오울의 한계점이 느껴진다. 일단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들이 제한적이다보니 만들 수 있는 칵테일도 제한적이다. 향, 맛 (flavour), 심지어 알콜의 도수까지... 이는 오울만의 책임은 아니긴한데, 시간이 지나면 제한적인 한국산 술들이 좀 더 다양해질까?





안주들은 한국의 음식 - 이라고 하기엔 전형적인 한국의 저렴한 가격의 술집 안주들, 계란말이부터 라면까지 - 을 재해석 했다기보다 거의 모든 식재료들을 '호텔에서 직접 만들어서' 에 초점을 두었다. 그동안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 보편적인 기준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창조적이다는 의미는 아니다. - 다가왔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렇게 구성을 하는 것이 반응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편인 가격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 양고기 안주였었다. 질기다는 느낌이 아주 없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바삭한 질감은 흥미로운데다 함께 곁들여진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 (flavour) 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간과 향이 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항상 마주치는 '짜다' 타령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선에서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술과 함께 곁들일 음식을 생각한다면 분명 더 간이 강해야겠지만 말이다. 이는 거의 모든 안주 메뉴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그나마 함께 나오는 소스들이 어느 정도는 맛 (flavour) 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니 거기에 위안을 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오쿠에서 아키라 백으로 바뀐 것처럼 와인 바 보칼리노 역시 오울로 바뀌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서 적당한 안주 하나 시켜 그와 잘 어울리는 가벼운 칵테일 한 잔 마시는 그런 곳 말이다. 아키라 백은 외부 업체이니 차치하고, 이미 호텔 내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다이닝과 바가 있으니 하나쯤은 가벼운 곳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내 제반 여건이 나아진다면 물론 조금은 진중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2022. 3. 20.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가 바뀐 것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는 철저하게 Yannick Alléno 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방콕에서 미슐랭 별을 받았던 셰프가 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레스토랑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바만큼 허무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코스 메뉴의 요리 가짓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치즈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쉽다. 메인 메뉴도 결국은 또 스테이크?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삼면이 바다, 1일 생활권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웠지만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싱싱한 해산물 식재료를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가? 그런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코스 메뉴를 구성했지만 들여다보면 'Must Try' 이름이 눈물겹다. 한편 아뮤즈 부쉬를 코스 메뉴에 집어 넣고 심지어 샴페인과 짝짓기까지 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셰프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릇파릇 새싹이 돋더니 결국은 녹음이 짙어지는, 그러면서 경쾌한 봄의 세계를 맛 (flavour) 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야닉 알레노가 중요하게 여기는 소스,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셰프는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대합이나 라비올리 같은 경우 과조리 되어 대합은 너무 질기고, 라비올리는 너무 흐물거렸는데 소스가 그런 단점들을 뒤덮을 정도로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있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그 끔찍한 빵들을 아낌없이 소스를 다 찍어 먹을 정도였었다. 예전의 셰프가 한국의 식재료들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코스 메뉴를 구성하였다면 지금 새로 온 셰프는 소개보다 이것을 승화 시켜 하나의 주제를 완성하는데 초점을 둔 것 같은데 물론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 셰프의 경우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서양 요리를 좀 더 잘 아는 위치에 있다 보니 거기에 맞춰 나아간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


그동안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었던 와인 페어링은 이번에 새로 메뉴가 바뀌면서 구성 역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짝짓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맛의 세계를 음식과 함께 그려나간다기보다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는 쪽에 좀 더 초점을 둔 것 같아서 메뉴가 바뀌기 전에 다시 갈 일이 있다면 차라리 샴페인 한 병을 주문할 것 같다. 이것 역시 다음에 메뉴가 바뀌었을 때 또 비슷한 구성으로 와인 페어링을 했는지 마찬가지로 봐야할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그동안 정말 정말 지루했었던 수플레가 드디어 빠졌는데, 페이스트리 셰프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물이든 고전적이든 얼마든지 다양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디저트의 세계, 달고 단 디저트로 마무리를 지으며 쾌락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을 늘 깨트려서 아쉬웠었는데 아마도 이제 떠나게 되었으니 그가 하고싶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선보인 것은 아닐까?


여전히 접객면에서는 아쉬움이 컸었다. 다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접시 위에 음식이 비자마자 바로 치우려고 하거나, 와인 페어링을 선택했지만 일반적인 와인 정보 이외에는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물론 일정 부분 이해되는 것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포크와 나이프로 사인을 보내는 방법을 모르며 직원이 와서 음식이 어떠한지 와인은 어떠한지 묻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니 말이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디에서도 가르치지도 않는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 한 가지 빠트릴 뻔 했는데 셰프도 메뉴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빵은 변함이 없었다. 새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오면 그의 전문 분야와 상관 없이 빵이 좀 바뀔려나? 

2022. 3. 17.


영화를 보러 간 김에 잠시 시간이 있어 간단하게 저녁을 떼울 요량으로 들렀기에 블로그에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다. 국내든 해외든 크리스탈 제이드는 첫 방문인데 일단 기대감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점이 갖는 장점이자 단점은 차치하더라도 언제 한국에 제대로 요리하는 곳이 몇 군데나 있던가? 꼭 파인 다이닝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오자마자 글을 쓰게 되었다.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리뷰를 쓰는가? 

서울에 해외의 유명 프랜차이즈점을 그대로 들여온 곳이 최근에도 문을 열었지만 열악한 환경에 따라 맛 또한 열악했었는데 놀랍게도 크리스탈 제이드 용산 아이파크몰점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있었다. 샹젠바오의 속은 많이 말라있긴 했지만 특유의 단맛은 희미하게나마 흔적이 있었고, 메뉴명에 '매콤한 돼지고기 완탕' 이라고 써놓았지만 정작 매콤하지 않았던 차우쇼우 역시 희미하게 나마 신맛이 존재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얼마만큼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최소한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인지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게 이 지점만의 특징인지 전체 지점 모두 동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2022. 3. 14.


2015년 10월에 유 유안이 문을 연 이래 오픈 초에 비하면 메뉴 선택지는 많이 줄었다. 오리발도 내놓던 곳이 이제는 북경 오리 - 광동식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 만 내놓으며, 여전히 차 선택지는 전무한데다 심지어 무료이고, 딤섬조차 하가우 위주, 웍 프라이드 결과물이 너무 드라이 하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선에서 열심히 광동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식재료의 가짓수는 동서양 요리 불문 제한적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셰프 추천 메뉴가 코스와 단품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드디어 그런 메뉴가 생겼다.


포시즌스 호텔 이름답게 계절별로 추천 메뉴를 선보일 것 같은데 일단 메뉴판을 보면 광동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울 내용들이다. 전채로 광동식 편육, 수프로 차요테, 해산물로 마늘소스 전복찜, 육류로 쇠고기 순무찜과 웍 프라이드 한 항정살 볶음에 채소 요리로는 배추찜까지! 광동식 레스토랑에 와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굳이 힘들게 검색할 필요 없이 광동 요리 추천 메뉴가 있으니 그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식사류 - 면이든 밥이든 - 와 디저트류가 추천 메뉴에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게다가 추천 메뉴이긴 한데 이게 기존 메뉴에서 몇 가지를 추려 낸 것이어서 셰프만의 일종의 시그니처 메뉴가 아니라는 것도 아쉽다. 계절과 상관 없이 셰프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또는 자신만의 특별 요리도 메뉴에 포함되었다면 그만큼 더욱 흥미로울텐데 말이다. 물론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서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지만.


셰프 추천 메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 싯가라고 적혀 있는 킹 크랩 요리인데, 현재 전쟁 영향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거나 지난 행사때처럼 잠깐 동안만 진행하고 더 이상 수급이 어려워 멈출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킹 크랩으로 네 가지 요리를 선보이는데 비펑탕 스타일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짠맛과 감칠맛을 간간하게 만들었다든지, 계란 흰자와 함께 찐 게살 요리는 크랩 내장을 더한다든지, 멘보샤류와 함께 한국인들 입맛에  맞춰 요리를 내놓았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흔히 말하는 광동 요리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가 무려 '싯가' 로 판매하는데 이상하게 만들었다고......


그나저나 이 메뉴는 최소 방문 이틀 전에 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데 거의 홍보가 안되어있다.

2022. 3. 9.


아니 더 이상 신세계 계열사들의 음식들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오픈초 방문때 그렇게 혹평했는데 왜 또 갔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이왕 간김에 점심 식사로 간단하게 딤섬 몇 가지와 식사 하나, 디저트 하나를 주문했었다.

여전히 광동식 레스토랑이라 내세우지만 메뉴판을 보니 한국식 중식 요리를 더 많이 선보이고 있었다. 밥 종류에는 버젓이 덮밥이라 쓴 메뉴가 여러가지가 있었고, 기타 요리들도 오픈초를 생각하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 결과물들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이제는 스스로 한국식 중식을 선도한다고 내세우는 것이 더 나아보이는데 왜 여전히 광동식 요리를 선보인다고 이야기를 할까?






관탕교는 맹탕인 국물에 신세계 계열사들 특유의 마늘 비린내가 나는, 너무 익혀 흐물거리는 피가 끔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형편 없는 수준으로 나왔었다. 게다가 상어 지느러미라니, 하긴 여기는 짜장면에 트러플을 갈아 넣는 곳이니 상어 지느러미 정도는 넣어줘야 고급 음식이란 평가를 받겠지. 푸페이권은 찐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큰 인기가 없어서 아쉽다만 더 그레이트 홍연에서는 튀겨서 내놓았는데 일단 조리 상태가 엉망이었다. 한 입 베어물자마자 뚝뚝 떨어지는 기름들, 확인을 부탁하니 모양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름에서 건져내자마자 바로 내놓는다나? 결국 다시 해주기로 했는데 기름을 최대한 닦아내서 - 나는 그렇게 설명을 들었다. 모양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일이 닦아 낸다고 말이다. -  내놓았다고 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크리스피 새우 창펀도 마찬가지, 소스 양이 줄어든 것이야 워낙 한국인들이 짜다고 아우성이니 줄였다고 이해해도 푸페이권과 마찬가지로 뚝뚝 떨어지는 기름때문에 결국 한 조각만 먹고 말았다. 홍야우차우사우는 그 특유의 매운맛과 신맛은 온데간데 없고 들큰한 단맛의 여운이 긴 편인데, 거기다 고명으로 올려놓은 파 밑단 흰 부분의 억센 질감이 전체적으로 꽤 큰 불쾌감을 안겨준다. 


오픈 초와 달리 덮밥 메뉴가 많이 보여 혹시나 해서 문의했더니 역시나 단어 그대로 덮밥이었다. 그래서 몇 안되는 볶음밥 메뉴중에서 XO 소스 볶음밥 하나를 골랐는데, XO 소스는 특유의 감칠맛과 단맛은 거의 없는, 볶음밥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데다 전혀 드라이 하지 않은 촉촉한 결과물을 받았었다. 그래도 명색이 한국에서 최고급 호텔 내 파인 다이닝인데 이 정도 수준으로 웍 프라이드 결과물을 내놓다니... 많은 한국인들이 웍 프라이드 결과물이 좋을수록 드라이 하다는 항의를 많이 할테니 의도한 결과물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요리 결과물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의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내에서 한 두번 겪은 일은 아니다보니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데, 결국 디저트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었다. 커피 대신 차로 만들었다는 차라미수는 왜 커피 대신 차를 넣었는지 결과물이 그 이유를 설명조차 못하는데 황당한 것은 해동이 덜 되어 서걱거리는 질감이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웍 프라이드 한 요리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몇 안되는 음식들도 결과물은 파인 다이닝이라 하기엔...... 서양 요리의 문법을 차용한 디저트도 무엇이 핵심인지 전혀 파악을 못한채 내 아이디어 어때? 참신하지? 자랑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오픈 초에는 결과물이 어떻든 광동 요리가 메뉴판에 몇 보이긴 했었지만 일년도 채 안 된 지금, 한국식 중식 메뉴 위주의 발전이 없는 모습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말이다.

2022. 3. 1.


새 메뉴가 나오자마자 가는 편이지만 - 이유는 간단하다. 다들 어디서 많이 먹어봤다고 내세우지만 근거는 전혀 없는 간섭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처음 셰프가 의도했던 방향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마리포사는 늦게 방문했었다. 

첫 방문 이후 메뉴가 바뀔 때마다 방문하는데 늘 항상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에는 어떤 요리를 선보일까? 단순하게 우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죠, 이런 터무니 없는 감상 때문은 물론 아니다.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 이번에는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그런 기대감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번 방문에서도 즐거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향에 초점을 두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나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겨울 여행을 다녀왔다. 겨울 바다를 구경하고 나서 저녁에 캠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런 여행 말이다. 

시작은 짠맛이 도드라진 바다 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요리들이 나온다. 이후 캠핑을 하며 바베큐를 즐기는 느낌이 이어지는데 아쉬운 것은 그런 흐름이 조금은 급격하게 느껴졌었다. 여전히 요리들은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보여주지만 향들이 주제를 또렷하게 만드는 반면 신맛의 여백은 와인으로 채워주다보니 허전함이 다소 느껴졌었다. 게다가 와인 페어링은 여백을 채우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전의 방문과 달리 요리들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맛 (flavour) 의 균형을 맞추는데 급급했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포사의 새 메뉴는 여전히 방문 전 갖는 기대감을 이번에도 충족해줬었다. 특히 조리의 완성도는 오픈 초를 생각하면 질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파인 다이닝에서 조리의 완성도가 좋아졌다와 같은 감상평은 좋은 의미는 분명 아니지만 한국에서 말도 안되는 곳들이 너무 많다보니... 한편 와인 페어링의 아쉬움은 한계에 부딪힌 것인지 - 나는 이 날 식사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테이블들은 정수기 물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한 끼 식사를 하며 쾌락을 즐길 수 있는 곳, 그것이 파인 다이닝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비록 인테리어 - 그러나 페어몬트 호텔은 이해하자. 한국에서 호텔들은 대부분 컨셉트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파인 다이닝은 더더욱, 기껏해봤자 접시, 포크, 나이프, 와인 잔이 어느 회사 제품이네 수준에서 그친다. - 의 아쉬움이나 접객의 아쉬움은 마리포사에도 있지만 쾌락의 본질 즉 맛 (flavour) 은 셰프가 충분히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해 이곳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전혀 아깝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