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3. 11. 9.


호텔 건물에 자리 잡고 있지만 호텔 소속의 다이닝은 아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XX 출신의 셰프가 있다와 같은 홍보 문구도 - 물론 내가 모든 매체를 하나부터 열까지 들여다 본 것은 아니기에 홍보 문구가 존재하지만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 찾아 보기 힘들다. "홍콩 출신의 셰프가 만드는 딤섬" 과 같은 내용도 없다. 무엇보다 메뉴판 첫 장에 "광동" 이란 단어가 보이지만 그렇다고 (무늬만) 광동식 레스토랑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국식 중식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몇 가지 광동 요리들이 눈에 띈다. 사실 형식은 광동 요리이지만 내용은 거의 한국식 중식 요리에 가깝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타협하면서도 최소한의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한 흔적들이 보이기에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한국에서 외국 요리는 본질이 무엇이든 하나같이 변형의 결과는 어디를 가나 대부분 비슷하다. 그리고 그것을 개인 취향 또는 현지화라는 미명 아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조리 상태부터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물론 아무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모르니 지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심 명동의 요리도 그러한가? 아니다. 메뉴명만 보면 광동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중식 요리의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조리 상태만큼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도 않고 현실적인 여건 - 웍 프라이드 결과물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인과 외국인, 둘 중 누가 조리를 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 을 감안하더라도 준수한 조리 결과물을 보여줬었다. 다소 미숙함이 곳곳에서 느껴지긴 하지만 잘 못하면서 잘하는 척 눈속임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2023. 11. 1.


벚꽃향이 매혹적인 벚꽃 케이크는 지난 4월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 향을 계속 맡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수정되는 경우를 많이 만났었는데, 다행스럽게도 -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까? -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반응은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디저트라는 것이 단맛 중심의 음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 맛 (flavour) 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이렁 요소들이 한국에서는 낯설음 때문인지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다보니 그런 음식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때나...아 그 때에도 그냥 초콜릿 중심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음식이 그래도 한 켠에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반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것이 오히려 놀라웠었다.


망고 에클레어는 제주의 여느 호텔들과 달리 망고의 신맛이 선명했었다. 향도 선명하고 단맛도 또렷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망고는 단맛만 너무 강조된 나머지 오히려 신맛이 느껴질 경우 뭔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몽블랑도 역시나 선명한 신맛 덕분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상태가 유지만 된다면 계속해서 갤러리 라운지에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셰프가 자신의 색깔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사실상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로비에 흐르는 음악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팝송 리믹스 댄스 버전까지 로비에 울리니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올라왔던 흥을 깨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