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7. 25.



이제는 매 시즌마다 메종 마르지엘라 스니커즈는 하나 이상씩은 꼭 구입한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색상만 바뀌는, 디자인의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즌마다 하나 이상씩은 마음에 드는 것이 꼭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구입만 할 뿐 실제로 신고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파페치에서 구입했었는데, 아마 세일할 때 구입했을 것이다. 





























페인트를 흩뿌린듯한 모델의 경우 대부분 가죽 위에 다양한 색상의 페인트를 흩뿌렸었는데, 이번에는 캔버스에 검은색 잉크를 흩뿌렸다. 가급적 흰 신발은 사지 않으려고 하는데, 처음에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보는 순간 정말 예뻐보여 구입하였다. 이런 종류의 신발은 자가용을 이용하고 거의 실내에만 머무를 때 신어야 할텐데, 그럴려면 내가 어떤 삶을 현재 살고 있어야 할까?

2020. 7. 20.



코로나 19 상황이 장기화 되다 보니 르 쉬느아에서도 예전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특선 메뉴가 나오게 된다. 일단 홈페이지 안내대로 7월부터 두 달간 진행될 특선 메뉴는 중국 동북 요리와 홍콩식 면 요리이다. 중국 8대 요리에 속하지 않는 동북 요리를 왜 뜬금없이 르 쉬느아에서는 선보였을까?





Wok fried shredded potato, black vinegar

르 쉬느아는 국내 관광객과 제주도민을 겨냥해서 만든 광동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생각한다.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지금보다 더 한국인에게 익숙한 요리들 위주로 메뉴를 만들었을 것이다. 사실 메리어트 리조트 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소속은 또 메리어트 리조트가 아니어서 메리어트 회원 할인 혜택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누구를 겨냥하고 만들었을까?

사드에 이어 코로나까지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주게 되니 예전 같으면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를 특선 메뉴로 - 실제로 사천 요리 프로모션을 한 적이 있다. - 선택했겠지만 결국 국내에 남아 있는 중국인들을 생각하면 동북 요리 선택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동북 요리가 르 쉬느아에 잘 어울리느냐, 난 그 점이 너무 아쉬웠었다.

르 쉬느아의 조리 실력은 여전히 흠 잡을 것이 거의 없다. 이 감자 요리도 아삭한 질감과 흑식초의 새콤한 맛이 입맛을 사로 잡는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다는 것이다. 파인 다이닝에서 만날 수 있는 요리로써의 맛 (flavour) 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파인 다이닝에서 달랑 감자채 볶음 하나를 이렇게 내놓으면 어느 누가 지갑을 열 것인가?

거의 모든 동북 요리를 다 먹은 결과 새로운 요리를 만난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굳이 내가 이런 평범한 맛의 요리를 먹기 위해 제주까지 비행기를 탈만한 가치는 있느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곧바로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준이었다. 파인 다이닝의 요리보다 흔히 말하는 가정식 수준? 맛을 즐기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끼니를 떼울만한 수준이다. 

실제로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에도 내 의견에 동의 했었는데, 사실 현실적인 문제 즉 코로나로 인한 장기적인 매출 저하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 같은 결과라 생각한다. 재료 수급 문제도 있고 - 한국에서 수입 안 되는 재료들이야 워낙 많았지만 경제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위축되면서 그동안 수입 가능하던 식재료들이 아예 수입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 국내에 남아 있는 중국인들중에 동북쪽 출신들이 많을테니 그들을 겨냥해서 이런 메뉴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Honey barbecued Iberico pork noodles with shrimp wonton and soy sauce (dry)

그럼 홍콩식 면 요리는 어떠했을까? 라우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나 한국인들을 겨냥해서 나온 메뉴는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질감이 아니기 때문인데, 쫄깃쫄깃한 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툭툭 끊어지긴 하나 조금은 찰진듯한, 하지만 부드러운 면 질감이 재미 있었는데, 대중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한국인들에게는 홍콩식 짜장면이 인기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반면 사진에서의 면 요리는 일단 차슈 특유의 향이나 소스의 향과 짠맛 중심의 맛을 생각하면 정말 홍콩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한국인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면 요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홍콩을 좋아하고 또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무척 많을테니 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리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홍콩의 요리들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최근에 르 쉬느아에서 식사를 하면서 나와 중국인 손님들을 제외하고 북경 오리를 주문하지 않는 한국인들을 본 적이 없다. 딤섬도 마찬가지인데, 물론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를 주문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다른 메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광동식 레스토랑인데 이제 더 이상 오리 구이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언젠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테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국에서 더 이상 알란 찬 셰프의 요리들을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래도 르 쉬느아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겠지만 말이다.

2020. 7. 13.



코로나 19의 영향이 장기화 되다보니 메뉴 개편도 매우 제한적이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식재료의 제한이 큰데, 수입까지 원활하지 않다보니 새로 나온 딤섬 메뉴는 두 가지 뿐이었다. 






Pan - fried cabbage and shiitake mushroom dumplings


한국에서 딤섬이라 하면 찐 딤섬류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팬 프라이드 뿐만 아니라 심지어 튀긴 것까지 그 종류는 매우 많다. 유 유안에서는 새로운 딤섬들을 꾸준히 한국에 소개하고 있지만 반응은 늘 부정적이다. 이 딤섬도 먹자마자 든 생각은 다음 메뉴 개편 때 사라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일단 찐 딤섬이 아니고, 피는 (한국인들이 생각하기에) 두껍고, 속 내용물도 새우 등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리뷰가 드문 편인데, 초창기에 하가우 피가 왜 이리 두껍냐는 반응이 많았었다. 한국에서 만두피는 얇다 못해 찌는 과정에서 터질 정도로 아주 얇아야 잘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가우의 속이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게 피가 얇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Steamed short rib in black pepper sauce


기다리던 돼지갈비찜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 유 유안에서는 오픈 이래 몇 년간 돼지갈비찜이 딤섬 메뉴에 포함되어 있었었고, 당연히 인기는 많지 않았었다. - 한식에서의 LA 갈비를 생각하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는 요리이다.

어디선가 유 유안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 홍콩의 정통 딤섬 메뉴는 사라지고 흑후추 소스로 맛을 가린 가짜 딤섬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홍콩에서 어떤 딤섬들을 먹었길래 그런 리뷰를 남겼을까? 아니 그보다, 21세기에 살면서 어디까지가 정통 딤섬인 것일까?

유 유안의 딤섬 메뉴들을 보면 너무 뻔한 딤섬 종류 중심이다. 오픈 이래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그 뻔한 딤섬만을 찾고 있다. 중간에 고전적인 딤섬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딤섬들도 - 그 대부분은 해외에서 경험이 다양하다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만났을 딤섬들이다. 물론 나는 경험이 곧 지식이자 하나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존재 했었지만 항상 다음 메뉴 개편때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메뉴 개편 때 선보였었던 두 종류의 딤섬을 계속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0. 7. 9.



첫 방문은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단지 멤버십 할인 때문에 - 지금은 호텔 멤버십에 가입할 수 없다. - 가볍게 끼니를 떼우고 갈 생각으로 방문 했었지만 점심을 먹고 곧바로 그날 저녁을 예약한 뒤 이제는 매년 싱가포르에 방문하면 한 번은 꼭 들리는 레스토랑이다. 










건물이 처음 지어질 때부터 호텔을 생각하고 지은 것은 아니기에 - 싱가포르에 다녀온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예전에는 우체국이었다. - 객실부터 다이닝까지 공간은 음식을 즐기기엔 좋은 환경은 아니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치 연회장 한 켠에 가벽을 세운 듯한 분위기인데, 그래서 외부 소음 - 로비가 꽤 넓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 보니 혼잡하고 시끄러운 편이다. - 이 그대로 들어오기에 음식에 집중하기 어렵다. 나름대로 꾸며놓은 공간이지만 어색한 기운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레스토랑 이름부터해서 공간과 기물까지 하나의 개념에 맞춰 만들어 놓았지만 그 한계가 너무 드러나니 그것이 매우 아쉽다.







Braised Abalone with Dried Scallops, Deep - Fried Fish Maw, Flower Mushrooms, Crab Meat in Superior Broth and Chinese Wine


원래 계획은 딤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설 연휴가 얼마 안 남은 시기여서 설 특선 메뉴만 선택 가능했었다. 한국에서는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수프를 먹기가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싱가포르나 타이페이로 여행을 가면 꼭 수프 하나는 선택해서 주문한다. 늘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오리냐 생선 부레냐인데, 다행히도 제이드에선 선택지가 부레 하나만 있어서 고민을 덜 했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이런 류의 수프가 나온다면 - 실제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 짜고, 냄새가 이상하고, 끈적거리는 듯한 기분 나쁜 질감에, 너무 느끼하다는 평가가 있겠지만 서양 요리에서의 수프와는 또다른 맛의 층이나 향의 복잡함을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우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지방의 고소함에 이어 뒤따라 오는 해산물의 감칠맛과 단맛, 부드러운 게살 등의 질감과 대조되는 건관자 등의 바삭함, 마치 전분을 넣은 것처럼 걸죽한 것 같지만 술술 넘어가는 수프의 질감은 한국에서 더 많은 광동식 레스토랑이 생기더라도 결코 만나기 힘든 맛의 세계이다.


내가 제이드의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는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서양 요리 조리 기법을 차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스 사용이 특별한데 광동 요리의 전통적인 소스도 물론 만날 수 있지만 색다르게 접근한 소스를 사용한 요리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제이드는 주말 딤섬 뷔페 형식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하다. 하지만 파인 다이닝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나는 더 다양한 리뷰가 네이버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이드는 그런 관점에서 하나의 목적지로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2020. 7. 6.



작년부터 포시즌스 호텔 내 다이닝인 보칼리노와 유 유안은 분기별로 메뉴가 바뀐다. 전반적인 교체보다 부분적인 교체로 보면 되는데, 보칼리노의 이번 새 메뉴는 또 어떤 맛의 세계를 보여줄까? 







요리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빵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겠다. 한국에서 서양 요리를 판매하는 거의 모든 파인 다이닝들은 빵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워낙 한국인들의 빵에 대한 개념이 남달라서 그런지 형편 없는 빵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지겨운데, 그래도 꾸준히 이야기 하는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빵을 만든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며 특히 한국의 서양 요리를 판매하는 파인 다이닝들은 대부분 따로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전문 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그 이해란 것은 최소한 먹을만한 수준이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럼 보칼리노의 빵은 어떠한가? 일단 형편 없지는 않다. 다만 방문할 때마다 그 편차가 커서 어떤 날은 완벽하게 구워져 나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럭 저럭 먹을만 하거나 아니면 잘못 구웠거나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완벽하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이 편차가 좀 더 줄었으면 좋겠다.







Zuppa di piselli fredda, spuma di Gorgonzola, olio Bio dell' Umbria

Cold pea soup, gorgonzola foam, Umbrian Bio Extra Virgin olive oil


새 요리들은 여름을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완두콩 수프가 백미인데, 단순히 차가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먹는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습도가 낮은, 살랑이는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날 한낮에서 저녁으로 이어지는 그 사이 어느 시간, 여유로운 어느 한 여름 날을 떠올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콩의 단맛이 관통하고 있지만 그것이 다음 요리를 즐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함께 짝을 맞춘 와인이 그 단맛을 잘 마무리 지어줌은 물론 확실하게 여름이란 계절의 마침표를 찍어 준다.

한국의 여름을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부분의 음식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참치 피자의 경우 약간의 끈적이는 (습도가 높은) 한국의 여름 어느 해질녘의 모습들을 어느 정도는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고, 그와 함께 짝 지어진 와인 역시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어 준다.











Sommariva,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DOCG


보칼리노는 여전히 하나의 개념을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번 새 메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와인 페어링이다. 테이스팅 메뉴에서 와인 페어링은 45,000원 밖에 안 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짝을 잘 맞췄다. 그동안의 짝짓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와인이 전반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데, 그것이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 요리마다 확실하게 여름이란 계절을 잘 느끼게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테이스팅 메뉴는 반드시 와인 페어링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