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차가 많이 식은데다 비워지기도 해서 새로 달라고 내가 이야기 했는데, 두 번째로 온 차는 그냥 맹물 맛이었다. 오픈 첫 날이니 이해할 수준의 일들이 아니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와인을 주문할까 하다가 주문 안 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최소 예약 3일 전에 주문해야 한다는 한글 메뉴명으로 '광동식 크리스피 닭고기', 사실 한국에서 큰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좋은 요리 중 하나이다. 한국 닭에 대한 논쟁을 굳이 여기에서 다시 할 필요는 없고, 하여간 재료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기에 그걸 문제 삼고싶지는 않지만 저 흐물거리는 닭 껍질을 보라. 사전에 구워 놓은 닭을 다시 전자 렌지 등에 데워서 내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향, 맛 (taste) 은 처음부터 기대 하지도 않았으니 거기까지 이야기 하지는 않겠다.
하여간 이건 도저히 넘어갈 수 없어서 이야기 했더니 주방에서 돌아온 답변은 첫날이라 손발이 안 맞다보니 주방에서 늦게 나오는 과정에서 눅눅해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이건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길래 같이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이런 경우 요금을 받을지 말지는 업장에서 결정할 문제이긴 한데, 내가 같이 계산 해 달라고 한 이유는 사실 내가 먹은 모든 요리는 대부분 2/3 이상을 남겼었는데 하나 같이 제대로 조리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딱 하나 이야기 한 이것만 계산 안 하기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고보니 그 많은 음식들을 대부분 남기고 계속 치워 달라고 했을 때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할까?
웍 프라이드 한 채소 요리 결과물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지만 한국에선 이게 당연한 결과물이니 이것도 이해하자.
광동식 레스토랑, 그것도 해외의 유명 레스토랑 분점이라는데 메뉴 구성도 그렇고 결과물도 이렇다면 왜 굳이 신세계 - 이마트 - 조선 호텔은 자꾸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홍보를 하는가? 늘 말하지만 한국식 중식을 하는 것은 불만이 없다. 그런데, 한국식 중식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자꾸 광동식이라고 이야기 하니 한국인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 의심을 넘어 확신이 들 정도이다. "어차피 잘 모를텐데 우리가 하는 것은 고급이고 늘 옳은 결과물이야.", 거기에 인플루언서들 홍보를 업고 "와서 다양한 홍콩의 요리들을 즐겨봐.", 너무 억측이라고?
들을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날 말도 안되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주문 메뉴명은 '북경오리' 와 '어향가지' 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