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8. 7. 27.


지난 방문때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곳인데,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궁금해서 다시 찾아갔다.







오후 두 시 조금 넘겨서 찾아가서 대부분의 점심 식사 손님들은 빠진 상태였다.






여기는 탄산수를 주문하면 바두아가 나온다. 탄산수 자체만 놓고 보면 게롤슈타이너를 좋아하는데, 식사와 함께 하기엔 산 펠레그리노를 좋아하는 편이다. 바두아는 그 두 탄산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할까?







Beef with Cumin






Charred Beef Noodles


메뉴판을 보니 일부 메뉴는 바뀌었는데, 이것 저것 시켜보기에는 혼자 와서 그렇게 많이 먹을 상태는 아니어서 기존에 있던 메뉴 두 가지를 주문하였다. 점심때 찾아갔기에 간단하게 두 가지 요리만 주문 했는데, 하필 주재료가 겹친다. 어쨌든 큐민 쇠고기의 경우 약간 과조리 되어 질기긴 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쇠고기 쌀국수의 경우 쇠고기의 조리 상태는 흠 잡을 것 없이 부드럽게 잘 익혀졌었다. 다소 탄 것이 아니냐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텐데 당연히 그런 상태는 아니다. 






문제는 맛이었다. 지금도 가끔 네이버 세상을 둘러보면 짠 것 아니냐라는 말이 있는데, 맞다. 짜다. 그런데 그게 소금을 과하게 투척한 그런 짠맛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짠맛을 밑바탕에 깔아 두고 그 위에 단맛, 신맛, 감칠맛, 매움, spicy, 이런 것들이 겹쳐지며 입안에서 다양한 맛 (taste) 과 향과 맛 (flavor) 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태국 음식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분명 짠맛의 밑바탕은 잘 깔려 있지만 그 외 나머지는 거의 없거나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여운이 길지 않아 결과적으로 짠맛만 도드라진다. 그래서 따로 나온 피쉬 소스나 식초, 설탕 등을 넣어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먹긴 했는데, 조리를 처음부터 할 때 넣는거랑 결과물에 넣는 것이랑 차이가 있기에 그 균형을 제대로 맞추기는 어려웠다.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방콕은 세계적인 관광 도시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러다보니 방콕에서 맛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타이 레스토랑에서는 맛이 대체적으로 순한 편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 많은 식당들은 더욱 그렇다. 한국인들이 언제 다양한 향신료를 접해 본 적이 있는가? 신 김치는 잘 먹으면서 의외로 요리에서 신맛이 느껴지면 거부감이 강하다. 이런 것들이 겹쳐 있다보니 업장측에서 조절 한 것은 아닐까?

식사 후 F & B 매니저와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먼저 와서 질문한 것이 음식이 혹시 짜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런 항의가 많다는 이야기일텐데, 여기에 대화 내용을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고, 아무튼 업장측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것 정도로만 밝힌다.






자스민 라이스는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것 자체가 나오는 것만으로 반가울 수는 있겠지만 사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그냥 안 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는데, 업장 측에서는 대부분의 재료를 직수입 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수입, 통관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직수입 하는 재료들의 품질이 항상 일정하지 못할 문제가 있다. 게다가 밥은 처음에는 무료로 같이 나오고 이후 추가 주문시 요금을 받는다고 하는데, 꽤 좋은 품질의 쌀을 수입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테니 그 안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좋은 상태의 음식을 맛 보려면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 언제쯤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까?


맛의 설정은 너무 아쉽지만 업장측의 고충을 알기에 - 여기뿐이겠는가? 한국에서 대부분의 식당들은 맛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업소의 경우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 나도 그 안에서 타협을 할 여지는 있다. 아무튼 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보니 아직 메뉴판에 올리지 못한 메뉴들이 있다고 들었다. 몇 가지 음식은 아주 소량으로 잠깐 맛을 볼 수 있었는데, 어느 정도 재료 수급 문제가 해결된다면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메뉴가 또 일부 바뀌게 된다면 재방문 할 생각이다.

2018. 7. 24.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위치한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는 분기별로 메뉴가 바뀐다. 이번에도 바뀐 첫날에 방문하였다. 사람들이 종종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나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나 여기 다녀왔어라고 자랑할 목적으로 사진을 올리고, 또 그러기 위해서 메뉴가 처음 나오는 날에 없는 시간을 쪼개어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메뉴가 새로 나오는 날을 기준으로 될 수 있으면 그날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저트의 경우 한국에서는 음식은 갈수록 단맛이 강해지는데, 단맛 중심인 디저트는 갈수록 싱거워지고 있다. 게다가 맛의 균형을 위해 신맛이 당연히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또 이 신맛은 엄청 싫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첫날에는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잘 맞아도 며칠만 지나도 그 균형이 아슬아슬하거나 깨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에 가급적 첫 날에 맛을 보는 것이다.






아무튼 2018년 6월에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뀌었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메뉴를 구상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호텔이 오픈한 당시만 하더라도 매달 메뉴가 일부 바뀌었는데, 결국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는 없기에 분기별로 메뉴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메뉴가 사실 모양만 놓고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 아쉬울 수 있다.






Dome Pavlova Raspberry Lychee Rose

Yogurt Blueberry Donut






Paris Brest Eclair






Strawberry & Red Bean Charlotte


일단 새롭게 나온 것은 이 네가지 메뉴이다.







Grand Cru Equatorial Chocolate Eclair

Strawberry Breton







Calamansi Lime Cream Puff






Forest Berry Chocolate Tart






Berry Panna Cotta

Seasonal Berry Tart


반면에 이 메뉴들은 기존의 메뉴들에서 모양만 조금 또는 거의 바뀌지 않은채 나왔다. 그래서 아마 자주 이용하던 고객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셰프가 바뀌었는데 새로 나오는 메뉴가 거의 없다니!

그러나,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주어진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는 있다. 게다가 모양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맛 또한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셰프에게 이야기도 했었지만 기본적으로 디저트가 갖춰야 할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아주 좋았다. 오픈 초창기에 비해서 갈수록 항의가 많아지다보니 알게 모르게 예전 셰프는 단맛의 강도를 줄이고, 신맛은 거의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만들었었는데, 그에 반해 새로 바뀐 디저트들은 균형이 잘 이뤄져 있어서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실제로 새로 바뀐 셰프도 맛 (taste) 의 차원에서 그 두가지의 균형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생과일류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 질감 차원에서 서걱거리는 생과일들의 질감은 부드러운 디저트의 질감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 - 한편으로 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베리류들이 이번에는 신맛도 잘 느껴져서 좋았다. 물론 굳이 이렇게 생과일을 올려야 하는지는 계속해서 의문이지만 말이다.







아직까지 성에 안 차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디저트의 모양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파블로바의 경우 처음에 나왔던 모양은 마시멜로가 너무 볼품이 없었는데 차라리 이렇게 바뀐 것이 훨씬 낫다.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요거트 도넛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잎새 모양의 초콜릿이 올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냥 동그란 모양으로 올려져 있었다.

한편 파리 브레스트 에클레어의 경우 견과류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 좋았는데, 다소 느끼할 수 있으니 짠맛이 개입함으로써 맛의 균형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짠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상했었는데, 첫날과 다르다보니 내가 첫번째에서 맛을 잘못 느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소금이 들어간다고 들었다. 종종 사람들이 내가 절대 미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다.





한편으로 이곳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대부분 만날 수 있는 문제인데, 쇼케이스의 습도 조절이 안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이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습도 조절이 제대로 안되다보니 오픈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사실상 디저트들의 질감들은 대부분 질겨지거나 뻣뻣해지고 만다. 아무리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놓아도 소비자가 그걸 제대로 경험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쇼케이스를 수입하자니 수입 과정의 문제도 있겠지만 전압과 주파수가 안 맞을 수도 있다. 호텔측에서도 이 문제는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기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쯤 국내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까?

2018. 7. 21.


오픈 전부터 호텔 이름과 호텔 내부 디자인과 관련하여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굳이 이 블로그에서 그 얘기를 꺼내지는 않겠다. 어차피 투숙할 일도 없는데 이야기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이다. 하지만 서울에 두 번째로 광동식 레스토랑이 생기는 것은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오픈일에 맞춰 저녁에 식사를 하러 방문하였다.

신세계에서 그간 펼친 외식 산업을 보면 사실 그렇게 믿음직스럽지는 못했다. 대중적으로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것이 한국의 미식 세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있었다. Mott32와 어떤 관계로 식당을 운영하든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Mott32가 지점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곳에서 파견 나온 셰프가 언제까지 상주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첫인상은 좋았다. 예약일 일주일 전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미처 받지 못해 그 다음주 월요일에 - 예약일은 7월 19일 목요일 저녁이었다. - 통화를 해서 미리 사전 주문으로 북경 오리와 차슈를 주문하였고, 예약일 이틀 전 예약 확인 전화를 받았었다. 언제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이라고 내세우는 곳에서 그렇게 예약 확인을 한 적이 있었던가? 물론 그렇게 하는 업장도 있겠지만 내 경험 안에서는 그런 곳은 여기 팔레 드 신을 제외하고 한 곳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텔에 들어설 때부터 다시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새로 오픈하는만큼 어느 정도 새집 냄새는 날거라고 예상했었지만 로비의 향과 새집 냄새가 섞이면서 불쾌한 냄새를 맡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게되었다. 식당 방문 전에 같은 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사진처럼 세면대는 세 개가 있지만 비누는 하나밖에 없었다. 심지어 페이퍼 타월만 처음에 놓여져 있었는데 비즈니스 호텔이니 페이퍼 타월만 놓여질 수 있겠지만 저렇게 배치 해놓은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누를 가지러 가는 사이에 물이 떨어져 젖어버릴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인가? 나중에 식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화장실을 갔을 때에는 저렇게 핸드 타월을 쌓아뒀는데 이것 역시 한 곳에만 놓여져 있으니 핸드 타월을 사용할 경우 자칫 동선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다음날 다시 방문했을 때에도 여전히 비누는 저렇게 하나만 배치되어 있길래 업장측에 이야기 했는데, 굳이 이것을 확인하러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새집 냄새가 계속 느껴졌다. 식당에서 새집 냄새를 맡으며 음식을 먹어야 한다니 이건 비누 배치 문제와는 좀 다른 성격의 문제라 생각하는데, 우리가 맛을 느낀다는 것은 향을 포함해서 느끼는 것인데 거기에 새집 냄새 특유의 불쾌감이 같이 섞인다면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고싶었던 것은 아니다.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정도라면 오픈 전까지 어떻게든 냄새를 제거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오픈을 연기했어야 한다. 파인 다이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자리에 안내되어 바닥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애완동물도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식당에도 같이 출입이 가능한지 문의 했는데, 저 털들은 짐승의 털은 아니고 테이블 등을 옮기는 과정에서 카페트가 일어난 부분이라고 들었다. 이런 부분은 전혀 확인을 안 하고 오픈을 한 것일까?





다행히도 다음날 재방문 하니 카페트는 치워져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옆 좌석과의 간격을 보라. 파인 다이닝에서 이렇게 간격이 좁은 곳은 정말 처음 본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이란 장소가 적당한 목소리의 크기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데, 이런 간격에서 옆좌석에서 듣고싶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실제로 이날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해서 총지배인과도 안면이 있는 여러 사람들이 단체로 방문하였던데, 그들이 떠드는 소리에 도저히 식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나보다 더 좋은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했을 사람들인데, 이런 곳에서 목소리 크기를 낮추는 상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어차피 큰 기대도 안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저런 간격이다보니 나중에 북경 오리를 주문한 테이블에 카트가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창가쪽 좌석은 손님이 없어서 의자를 옮기고 나서 카트가 이동할 수는 있었는데, 만약 만석일 경우에는 어떻게 이동할까? 물론 그것을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예약 당시 창가쪽 좌석이 가능하다면 그쪽으로 배정을 부탁하였는데, 배정은 받았지만 이렇게 커튼이 쳐져 밖을 볼 수는 없었다. (물론 암막 커튼은 아니니 밖을 볼려면 볼 수는 있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호텔 전체가 어둠이 컨셉이라 이렇게 커튼을 쳤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처음에 창가에 앉았는데 곧 자리 배정을 잘못 했다며 다른 쪽 창가 좌석으로 다시 옮겼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리고 오픈 첫 날이니 이 부분은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옮긴 좌석의 테이블이 꽤 많이 흔들린다. 이야기 하니 다른 창가 좌석으로 옮겨주려 하는데 다른 테이블도 마찬가지로 흔들렸다. 결국 창가쪽이 아닌 한 라인 건너서 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이때 나왔어야 했다.

오픈 첫 날이니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훈련을 했다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은 충분히 감안하고 방문했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오픈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황이 아닌가? 테이블이야 그렇다 쳐도, 저 지저분한 카페트 바닥과 새집 냄새가 꽤 나는데 거기서 식사를 해야 한다니, 과연 파인 다이닝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인가? 정말 이때 그냥 일어났어야 했다.





테이블을 옮기는 바람에 사진이 없는데, 먼저 탄산수를 주문했는데도 저 컵에다 스틸 워터를 따라줬다. 탄산수를 주문했는데 왜? 내가 들은 대답은 물도 같이 따라 드립니다였다. 이건 실수라 생각하고 넘길 수 있다.






제대로 메뉴얼이 존재하고 또 훈련이 되었다면 혹시 얼음도 필요하냐고 물어야 하는데, 그건 없을 수도 있고 깜빡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얼음을 담아서 컵을 갖고 온다. 나중에 얼음을 달라고 하는 것과, 처음부터 얼음을 채워 와서 빼달라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결국 저렇게 탄산수를 따른 컵을 따로 받는데 거의 10분 가까이 걸렸다.







라임이나 레몬을 혹시 필요로 하는지도 묻는 것이 맞겠지만, 또 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물을 유료로 주문하는 것부터가 생소한 문화인데, 거기에 라임이나 레몬을 넣는다는 것은 더 생소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라임을 부탁하니 이렇게 갖고 와서 테이블 위에 그냥 올려 놓는다. 내가 알아서 넣으면 되나요라고 물으니 네, 그러시면 됩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저 라임이 놓여진 그릇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저 자리에 계속 있었다. 아까운 라임들...이라고 내가 슬퍼해야 하나? 어쨌든 이런 상황들은 그저 오픈 첫날이니 웃어 넘길려면 억지로라도 넘길 수는 있다.





차 역시 유료로 주문 가능한데, 난 이것을 돈 받는다에는 불만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주문 가능한 차는 우롱차와 자스민차 등이었는데 우롱차를 주문했더니 갑자기 얼음이 담긴 컵에 차갑게 한 잔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따뜻한 차는 없냐니까 그제서야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차를 주문하는데 당연히 얼음이 담긴 컵에 빨대를 꽂아서 나온다는 상황 자체가 그냥 헛웃음이 나왔는데, 우롱차는 그렇게만 제공한다고 해서 그럼 취소하고 자스민차를 내달라고 하였더니 이렇게 왼쪽에다가 차를 따라놓고 가버렸다. 이건 그냥 실수로만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내가 오른쪽으로 모두 다 직접 옮겼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물 주문, 메뉴판 제공, 주문 이렇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메뉴판을 줄 생각은 아무도 안 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메뉴판을 달라고 했는데도 갖고 오는데 시간이 걸렸고, 메뉴판도 주류와 음료 메뉴판은 없이 음식 메뉴판만 건네 받았다. 이런건 오픈 첫 날이니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의 실수가 아니다.

게다가 메뉴판에는 점심과 저녁 모두 주문 가능하다라고 적혀 있길래 딤섬 몇 가지 먼저 주문했는데, 30분 가까이 지나고 나서야 죄송하다, 사실 저녁에 주문 가능한 딤섬은 세 가지만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30분 가까이 지났다는게 놀라웠다. 딤섬이 나오는데 30분 가까이 걸리는 것도 문제인데, 그래서 그 부분을 이야기 하려니 그때 즈음해서 이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허탈했었다. 이때라도 그냥 나왔어야 했다.






Marinated Jelly Fish & Cucumber, Black Fungus, Chinese Black Vinegr


이제 와서 보니 메뉴에 오타가 있다. 아무튼 전채로 시킨 해파리 냉채는 상큼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스타그램을 찾아 보면 몇몇 사람들은 반응이 별로인데, 정말 짜다라는 표현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제대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애써 첫날이다, 그러니 이해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음식을 먹었는데 첫 음식은 또 나쁘지 않아서 어떻게 또 차분하게 넘기게 되었다.






Apple Wood Roasted 42 Days Peking Duck


하지만 분명 차슈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이야기 하면 북경 오리를 그때 달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차슈와 북경 오리가 같이 나왔다. 이건 첫날이니 전달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넘어가자.


문제는 저 오리에서 아무런 향을 맡을 수가 없었다. 오리 특유의 향은 물론 그냥 아무런 향이 나지 않았다. 이런 오리는 정말 처음 봤다. 한국에서 오리 특유의 향이 나면 분명 비린내, 잡내라고 항의 할테니 일부러 향을 없애버린 것인가? 워낙 그런 경우를 자주 봐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향이 나지 않을까?





카트가 못 들어오니 바로 앞이 아닌 떨어져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삭함이라곤 전혀 없는 오리 껍질은 질겅 질겅 고무를 씹는듯한 질감이었다. 어차피 국산 오리이니 껍질 아래에 지방층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했지만 씹을 때마다 어디서 나오는지 수분이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살코기는 너무 퍽퍽했다. 향은 나지 않지, 껍질은 질겅 질겅 고무 씹는듯한 질감에 퍽퍽한 살코기의 질감까지,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그냥 이런 수준이면 차라리 안 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음식이 어떠했는지 직원이 질문했을 때 맛이 정말 없다라고 대답했다. 맛없다라는 표현이 아니라 아무런 맛 (taste)도, 아무런 향 (aroma)도 느낄 수 없으니 맛 (flavor)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원래라면 한 점씩 맛만 보고 치워버리는데, 이런 상황이 정말 신기해서 혹시나 내가 잘못 느낀 것인지, 아니면 희망 사항이지만 제대로 조리된 부분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해서 반 정도는 더 씹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VIP 고객이 오니까 가뜩이나 오픈 첫 날 원활하지 못한 서버들의 서비스는 더욱 사라져 버렸는데, 내가 치워달라고 요청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릇을 치우지도 않았고 심지어 치워 달라고 요청했는데 저 설탕과 오이가 담긴 그릇은 또 놔둔채 다른 빈 그릇들이나 음식이 절반 이상 남은 그릇만 치웠고, 더 놀라운 것은 저 설탕과 오이가 담긴 그릇을 새로 세팅까지 해주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바쁘니까라고 이해하기에는 글쎄, VIP 고객들에게는 원활하게 서비스가 진행되는 모습이 뻔히 보였는데, 거기에는 전담 직원 몇을 붙여놓고 다른 테이블은 적은 인원이라도 서비스가 진행되게 해야 하지 않는가? 이건 오픈 첫날이라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닌데, 그러니까 처음부터 아니다싶었을 때 내가 일어섰어야 했다.






게다가 손을 닦으라고 이렇게 물티슈를 놓고 가는데, 이게 파인 다이닝에서 나올만한 상황인가? 저 라임은 다시 봐도 그냥 웃음만 나온다.





Baebecue Pluma Iberico pork, honey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나는 홈페이지나 업장의 메뉴에 적힌 메뉴명을 그대로 옮겨 쓴다. 그러고보니 아직 레스케이프 홈페이지에는 메뉴가 올라와 있지 않다. 그럼 정보는 어디서 확인을 해야하는지?

아무튼 이날 유일하게 만족했었던 아니, 앞서 해파리 냉채와 함께 유이하게 만족했던 메뉴이다. 단맛과 짠맛의 균형이 좋은 가운데 부드러운 질감과 적절한 수분은 한국에서 정말 만나기 어려운데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 메뉴는 계속 사먹을 여지는 충분히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뜬금없이 뒤늦게 나온 기본 소스 네 가지인데, 이걸 왜 이제서야 내놓은지 이유를 모르겠다. 왜 이제서야 나오냐니까 정확한 대답을 못 들었다. 기본 서비스입니다라고만 들었는데, 그냥 차라리 미처 내오지 못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면 이해를 했을 것이다. 오픈 첫날이니까라고 말이다.






Smoked Black Cod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직접 총괄 셰프에게 들었는데, 사진은 저렇게 찍혔지만 그 전에 뚜껑을 열어 연기가 흩어지는 모습을 테이블 위에서 연출한다.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싶은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튼 단맛과 짠맛의 소스와 함께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살은 꽤 훌륭했으나 문제는 훈연향이었다. 새집 냄새와 같은 역겨운 향이 느껴지는데 이게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다.





"Mishima" Beef, Grilled Leeks, Black Bean Paste, Garlic Chips


이 요리는 소스가 겉돌았다. 쇠고기는 간이 하나도 안 되어 있고, 처음에 입안에 넣었을 때에는 검은콩 소스의 짠맛과 감칠맛이 느껴지나 씹으면 씹을수록 고기와 겉돌았다. 다시 말해 소스의 맛은 곧 사라져 버리고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 쇠고기만 부드럽게 씹을 수 밖에 없었다. 직원에게 설명 듣기론 한 번 소스를 묻혀 조리한 다음 다시 그 위에 소스를 뿌려 내놓는다고 했는데, 소스를 묻혀 조리한 상태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걸 접시를 다 치운 다음 나중에 문의해서 그렇게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순간부터 피드백 의사는 묻지 않고, 그냥 테이블도 치우지 않는 상태에서 방치되어 있다고 이야기 하니 그제서야 부랴부랴 접시는 치우는데 나는 왜 음식이 이런 상태인지 질문을 또 다른 직원에게 이야기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이걸 어떻게 내가 받아들여야 할까? 오픈 첫날이니 정신 없이 바쁘고 그런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서 정말 화가 났던 상황은 어쨌든 접시는 다 치워졌으니 그냥 추가로 식사 메뉴를 주문 했는데 30분 가까이 지나도록 음식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바쁘게 내 주변을 지나가는데 불러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겨우 질문을 하니 음식이 많이 밀렸다며 15 ~ 20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걸 왜 질문을 해야 설명을 들을 수 있는가? 게다가 주문이 밀렸다는데 왜? 그래서 그럼 식사 메뉴 취소하고 디저트 메뉴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확인해 달라 요청했더니 5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이날 VIP 고객이 꽤 왔었다. 그 VIP가 누구인지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오픈 첫 날인데 단골 고객은 당연히 아니다. 나도 해외 몇 곳의 레스토랑과 국내에서도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 있기에 단골이든 아니면 정말 유명 인사라서 그렇든 우대 서비스를 제공 하는 것은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차별적인 모습들이 너무 티가 나다보니 파인 다이닝에서 제대로 대접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날 내가 받았던 차별적인 모습도 그랬다.

음식이 주문이 밀려서 늦게 나온다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주변 테이블들도 다 그래야했다. 애써 그들은 미리 한꺼번에 주문 했으니, 나는 추가로 요청 했으니 주문이 밀려서 그렇다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는 서버든 매니저든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는가? 이걸 내가 일일이 다 이야기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 된다면 이건 애시당초 응대 메뉴얼부터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거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그래서 그냥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3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지만 내가 먹었던 음식과 제공 받은 서비스는 그 값어치를 하지 못했다. 다시 올 일은 없겠다싶었는데, 이놈의 호기심 때문에 다음날 점심 예약을 다시 올라가서 예약했다.









Crispy Sugar Coated BBQ Iberico Pork Bun


그런 상황에서도 다음날 예약 잡았던 이유는 바로 이 딤섬 메뉴와 전날 주문 했지만 결국 못 먹었던 초면 때문이다.


처음에 나온 번은 냄새부터 밀가루 냄새가 풀풀 나는데 역시나 한 입 베어무니 덜 구워졌었다.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두 번째 나온 것도 전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덜 구워졌었다. 그래서 다시 또 돌려보냈다. 그리고 20분이 넘도록 다시 이 번은 나오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굳이 여기에 다 쓰고싶지는 않다. 다만 한국에서 수급 가능한 재료와 홍콩 현지에서 수급 가능한 재료의 차이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고, 한국인 스태프와 홍콩 현지 스태프의 조리 실력도 차이가 난다는 것 역시 다 알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인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짜다라는 소리, 나는 이야기 하지도 않았기에 이걸 굳이 Mott32 총괄 셰프가 나에게 직접 와서 할 필요가 없었는데 왜 나와서 그 이야기를 했는지 그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항의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단지 내가 원한 것은 이 번이 덜 구워졌으니 다시 내달라는 거였고, 결국 내가 들은 답변은 두번 되돌려 보내고 나서 Mott32 총괄 셰프에게 들은 답변은 발효가 끝난 준비된 재료가 없어서 더 이상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총지배인과 팔레 드 신 총괄 셰프와 Mott32 총괄 셰프가 미안한 마음에 제공한 음식들은 굳이 평하고 싶지 않기에 빼버렸고, 나머지 내가 주문해서 먹은 딤섬들과 디저트들에 대한 평을 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빼버렸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저트를 먹고 나서 계산서를 달라 했더니 저 번이 포함된 계산서를 갖고 오는 것이었다. 바베큐 번은 가격을 안 받겠다고 이야기를 사전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기에 그것만 빼서 다시 계산서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내가 들은 대답은 '오늘 드신 음식은 저희가 죄송한 마음에 서비스로 그냥 드리겠습니다, 대신 다음에 다시 꼭 방문해 주십시오' 였다. 나는 그런 한국적인 응대를 너무 싫어하므로 그냥 내가 먹은 것은 계산하겠다라고 다시 이야기 했지만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더 웃겼던 것은 이런 상황에서 레스토랑 매니저가 직접 나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서버를 거쳐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서버가 무슨 권한이 있겠는가? 위에서 지시가 그렇게 내려졌으니 그대로 따르는 것인데 거기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 결국 그냥 나와버렸다. 결과적으로 공짜로 음식을 먹은 것인데 그러므로 내가 음식에 대한 평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빼버렸다.


그러나, 나는 이런 한국적인 응대 방식이 너무 불편하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다시 여기를 방문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때에도 여전히 서비스가 여러가지로 미흡하고, 음식들도 잘못 나오는 경우 또 되돌려 보내거나 항의 한다면, 그게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혹시나 공짜를 바라고 먹을건 다 먹고 항의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더운 여름날, 나는 광화문까지 걸어가면서 계속 이 상황을 곱씹었다. 그리고 지금도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내가 다른 요리들을 맛 보러 가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그냥 끝내야 하는지 말이다.

2018. 7. 16.


포스팅 해야할 시기를 놓쳤다. 2017년 1월에 방문 했었던 레스토랑이라 메뉴도 바뀌었고 기억도 희미하게 남아 있어서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프라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포스팅 한다.

당시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에 묵으면서 체코 전통 요리를 파인 다이닝으로 즐길 수 있는 곳 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였더니 그런 레스토랑은 프라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프라하에 한 시간인가 두 시간을 차로 달려서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차선책으로 프라하 시내에서 파인 다이닝 추천을 부탁하였더니 한 곳을 추천 받았는데 하필 내가 프라하에 머무는 시기에 잠시 문을 닫는다는 공지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추천 받은 곳이 바로 지금 포스팅 할 필드라는 레스토랑이다. 당시 미슐랭 별 하나를 받은 곳이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계속해서 별 하나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다른 추천 받은 곳도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다.)






호텔에서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였지만 당일에 눈이 제법 내려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다. 오픈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해서 내가 첫 손님이었는데, 한참 눈을 쓸다가 내가 택시에서 내리니 반갑게 맞이해주던 직원들이 생각난다. 파인 다이닝이지만 조금은 캐주얼한 분위기도 있었는데, 영어로 대화 가능하였고 직원들도 유머러스한 면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메뉴는 데구스테이션을 선택하였고, 와인 페어링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아마 B로 선택했을 것이다. A와 B의 차이는 물론 가격 차이도 있지만 어떤 와인 리스트의 차이가 있었는지 당시 문의를 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서 잘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식전빵을 한국에서는 대부분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상 식사 시작에서부터 디저트가 나오기 전까지 빵이 계속해서 테이블에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파인 다이닝에서 나는 음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직접 굽든 아니면 사정에 의해서 외부에서 공급을 받든 빵이 맛이 없으면 음식도 크게 기대를 안 하는 편이다. 필드는 빵이 괜찮았다라고 기억이 남아 있다. 물론 제공되는 버터도 마찬가지이다.













아뮤즈 부쉬는 세 가지가 나왔었다.






이제 와서 사진을 찾아보니 하필 와인 라벨은 찍지 않고, 안타깝게도 와인잔만 찍었었다.






























음식이 계속 나오면서 그에 맞는 와인도 함께 짝지어져 나왔는데, 내가 술을 잘 못 마시다보니 대부분의 와인을 어느 정도는 남겼었다. 소믈리에가 슬픈 표정으로 와인이 마음에 안 드는지 물어보던데, 항상 외국에서 와인 페어링을 할 경우 느끼는 것이지만 소믈리에들은 대체로 와인과 관련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은 대부분 내가 와인을 남기니 한결같이 혹시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조심스레 묻던데, 술을 잘 못해서 남기는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빨개진 내 얼굴을 보여주면 다들 유쾌하게 웃으며 이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홈페이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와인 페어링 A와 B, 그리고 논 알콜 페어링도 선택지로 나와 있다.






처음에 물수건이 먼저 나오길래 의아 했었는데, 곧 이어 나온, 내 기억에는 거위 간이었던가? 위에 트러플이 올려져 있고 하여간 서양 요리에서 맨손으로 집어 먹어야 하는 음식은 처음 만나서 생소하였다. 꽤 기름진 음식이다보니 손에 잔여물이 많이 묻었는데 그것을 나중에 닦으라고 물수건이 나온 것이었다. 기억에는 지방의 고소함과 함께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짠맛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가운데 트러플 향이 전체적으로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괜찮았었다.


















메인 요리는 사슴 고기였던가? 오리 고기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옆에 곁들어진 것은 호박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식당 이름과 잘 어우러지는 메뉴 구성인데, 재미있는 것이 치즈와 함께 맥주가 제공되는 것이었다. 보통 와인과 짝짓기를 하는데 맥주와도 잘 어울렸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피클의 아삭한 질감과 신맛이 인상적이었다. 치즈도 어찌나 맛있던지 남김없이 다 먹었는데, 정확하게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해서 아쉽다. 아무래도 프라하를 한 번 더 가야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짝짓기 한 맥주인데, 체코 맥주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나? 짝짓기한 맥주는 벨기에산이었다. 분명 이 메뉴 구성과 잘 어울리는 맥주도 있을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받았던 것은 쿠키였던가?

아무튼 즐거운 식사였는데 포스팅을 뒤늦게 하다보니 맛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정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슐랭 별을 떠나서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기에 프라하를 다시 찾는다면 재방문 할 의사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