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레이블이 마루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마루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3. 5. 4.


한국의 과일들은 대체로 맛없다. 지나치게 강조하는 단맛은 흐릿한 여운이 생각보다 커서 당장 입안에 들어오면 달게 느껴지지만 이내 그 단맛의 여운은 쉽게 흐려진다. 게다가 신맛은 흔적조차 거의 없다.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정작 과일에서 신맛이 느껴지면 불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했었는데 또 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 메뉴 중 과일이 들어가는 빙수들이 모두 한결같이 맛이 그리 느껴졌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과일 빙수들은 당장 컨셉트가 어떻고를 떠나서 그나마 꾸준하게 보여준 모습은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올해엔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이유가 뻔히 짐작이 되어서 기분이 매우 착잡했었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차라리 포시즌스 호텔은 더 이상 빙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월드 오브 빙수이든 이달의 빙수이든, 여행 컨셉트이든 도시 소개 컨셉트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생과일"을 얼마나 "많이" 올렸느냐, "생과일" 은 "당도" 가 어느 정도인가 이 두 가지만 만족스럽다면 정말 "맛있는" 빙수이다. "생과일" 대신 조리한 과일이 올라 가면 제품을 썼니, 과일 품질이 낮은 것 아니냐와 같은 억측만 나온다. 플레이팅? 그런 것이 중요한가? 


물론 호텔 입장에서 빙수 판매는 일종의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특정 호텔의 빙수가 최고가 되는 현실에서 굳이 비교 당하고 욕까지 먹어가며 판매를 해야하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과일" 과 "당도" 를 제외하고 대부분 관심이 없다. 


한편 여전히 "가격"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데, 사실 황당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은 이 "요리" 같지 않은 음식에 대한 것이지 가성비나 가심비와 같은 쌩뚱맞은 주제로 넘어갈 내용은 아니다. 재료비니 인건비니, 접객에 대한 비용이니 같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곱게 간 얼음 위에 생과일 달랑 올린 것이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과일을 조리하고, 심지어 질감의 대조를 위해 더한 것들까지 모두 다 쓸데 없는 짓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마치 돈을 더 받을려고 꼼수 부린 것처럼 말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는 신맛의 부재를 극대화 하였기에 예전만큼의 재미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국산 과일의 단맛 부조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에도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그 호텔과 비교해서 할 것이다. 누가 잘못 만들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 그러니 어차피 빙수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예년처럼 포시즌스 호텔만의 빙수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여전히 빙수를 굳이 사먹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과 9월에 나올 빙수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2022. 8. 4.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월간 빙수는 세 가지만 준비되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새로 오자마자 곧바로 메뉴를 개발했을테니 시간 부족만 생각하더라도 이해되는 상황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오픈 이래 빙수 메뉴를 디저트로 접근해서 매년 새로운 주제로 내놓았었다. 그리고, 그런 독특한 접근 방법이 - 한국에서는 독특한 접근 방법이다. - 늘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한국에서 빙수란 대체 어떤 음식일까?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생과일 - 주로 망고, 비싼 과일 위주 - 거기에 팥이 올라간 음식에 대해서 매년 언론에서는 가격이 어떻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원가가 어떻고 이야기 하는데 아무도 맛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곱게 간 우유 얼음, 생과일, 끝. 대체 셰프가 한 일은 무엇이 있는가? 오늘은 생과일 상태가 별로 안 좋네요, 그럼 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월간 빙수의 경우 철저하게 서양의 고전적인 디저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처음에 나온 파블로바나 이번에 마지막으로 나온 휘낭시에와 얼 그레이 조합, 그래서 사실 예전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과연 이렇게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에 나온 빙수만 하더라도 그냥 따뜻한 홍차 한 잔에 휘낭시에만 먹어도 충분한데 굳이 거기에 차가운 얼음을 더할 필요는 없었다. 빙수로 만든다고 해서 어떤 극적인 맛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같이 나온 얼 그레이 아이스크림이 흥미로웠다.


올해의 다소 빈약한 (?) 월간 빙수 구성은 물론 시간 부족이라는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마도 내년에는 올해와는 다른 모습의 빙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항상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제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지옥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늘 비교 대상이 "신라 호텔" 인데, 잘해도 본전을 못 거두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과감하게 애프터 눈 티를 뺀 것처럼 빙수도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미끼 상품이 되었든 아니든 말이다. 호텔 빙수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컨셉트가 어떠한지, 맛의 구성은 어떠한지 중요하지 않다. 신라 호텔만큼 하거나 그보다 뛰어나거나,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이 잘 나오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항상 호텔에서 하는 말 "빙수 하나 팔아도 남는게 거의 없습니다." 아무도 호텔마다 빙수를 꼭 만들어서 팔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2022. 6. 7.


올해에도 제주도산 애플 망고 빙수 유행은 여전하다. 애플 망고가 망고의 수 많은 품종 중 가장 맛있는 품종인가? 글쎄, 우유를 얼린 얼음 위에 망고를 올려서 먹는 것은 망고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가? 글쎄, 아무렴 뭐 어떠한가? 시원한 호텔의 라운지에 앉아 십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빙수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제각기 다를텐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과연 빙수라는 것이 하나의 음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다른 호텔들처럼 매년 망고 빙수를 비롯해서 몇 가지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의도는 좋은데 결과물은 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올해 새로 바뀌면서 올해 주제는 '디저트' 인데, 일단 주제에 맞게 만들긴 하였다. 문제는 고정관념이 그 결과물을 산으로 가게 만들고 있었다.

빙수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팥빙수일텐데, '흑임자 크렘 브륄레 빙수'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형적인 팥빙수, 팥과 떡이 올라간 빙수인데 떡이 문제였다. 차가운 얼음과 만나 딱딱하게 굳는 것부터 불편하지만 설사 그 전에 재빠르게 먹는다 해도 끈적거리며 이에 달라붙는 떡의 질감은 빙수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설정, 부드러운 얼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떡고물은 빙수와 한데 섞어버리면 곤죽이 되어버리는데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지 않다. 무엇보다 팥, 떡, 위에 올린 흑임자 푸딩, 바닐라 아이스크림, 연유까지 모두 다 단맛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맛의 균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안그래도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빙수가 더더욱 빨리 물려 몇 숟갈 먹다가 지쳐버린다. 

이런식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텐데 팥빙수는 무조건 떡이 들어가야 한다, 팥은 무조건 달아야 한다는 관습적인 개념이 음식을 망쳐버리고 있었다. 팥에 소금간을 하는 것도 관습적일텐데,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굳이 부드러운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 떡을 꼭 넣어야할까? 그렇지 않고도 얼마든지 '팥빙수' 를 맛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차라리 '제철 과일 샤를로트 빙수' 를 먹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이 균형을 맞춰 주고, 함께 들어간 레이디 핑거가 부드러우니 말이다. 물론 굳이 샤를로트를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극찬하는 '신라 호텔'의 빙수보다 더 비싼 '골든 제주 애플 망고 빙수' 를 먹었을 때에는 정말 이제는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경쟁에서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무엇을 하든 '신라 호텔' 이 망하기 전까지 늘 비교가 될텐데, 포시즌스 호텔에서 추구하는 하나의 음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굳이 알고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애를 쓸 필요는 없다.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 따위는 최대한 억누른채, 단맛을 더욱 증가 시키기 위한 노력을 볼 때마다 그럴바에 그냥 설탕 찍어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게다가 일정치 않은 결과물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조리' 를 하는 순간 대중들의 반응은 '생과일' 이 아닌 '조리된 과일'은 무언가 꼼수를 부린 것이라 받아 들이니 어떤 날은 당도가 괜찮은데 또 어떤 날은 당도가 시원찮으니 결국 비교해보면 돈만 비싸지 맛은 더럽게 없다라는 평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거기에 더한 민트 푸딩이라니! 질감 대조를 위해 넣은 크럼블이나 결과적으로 단맛을 더하기 위한 마시멜로 같은 쓸데 없는 것들은 왜 넣어서 먹기 불편하게 만드는가!


맛의 조합은 상관 없다. 달디 단 망고를 떠먹다가 남은 얼음에 살짝 단팥 올려서 먹으면 딱 좋은 빙수가 최고이지, 디저트 개념으로 접근해봤자 알고싶지도 않고 그저 쓸데없는 짓을 한, '아 여기 셰프는 외국인이라지? 그러니 결과물이 이런식으로 나오는군' 평이나 받는 것이다.


빙수에 대해 리뷰를 할 때마다 늘 결론은 같다. 차라리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먹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디저트, 아니 그냥 얼린 얼음만 하더라도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게다가 몇 숟갈 먹다보면 맛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진다. 물론 한국에서 잘 만든 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2021. 8. 2.


언론에서는 기껏 '빙수 가격 논란', 또는 호텔 홍보팀에서 보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빙수 맛집' 소개 따위가 주를 이룬다. 덩달아 인플루언서들도 어디가 비싸니 싸니 수준에서 더해봐야 '신라가 최고' 수준에서 빙수 리뷰를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제는 포시즌스 호텔의 빙수에 대해 이야기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해도 결론은 신라 호텔이 기준점이 되는 현실에서 빙수의 재해석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예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매달 새로운 빙수를 선보였지만 - 작년부터 더 월드 오브 빙수 테마로 빙수를 내놓지 않고 있다. - 결국 자세히 뜯어보면 고전적인 서양 디저트를 빙수와 접목했는데, 어떻게 접목했는지 기술적으로 이야기 해봤자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피치 멜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에 들어간 복숭아가 딱복이냐 물복이냐 수준에서 아마 평가가 오갈 것이다.

대부분 신라 호텔 빙수 줄이 너무 길어 차선책으로 포시즌스 호텔을 선택하고 그마저도 애플 망고 빙수가 품절이라면 마지못해 다른 빙수를 선택하는데, 아무도 왜 이런 빙수가 나왔는지 살펴보지 않는다. 물론 모든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곱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걸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어딘가에 글과 사진을 올릴 때 평가를 하려고 하니 문제이다. 어차피 결론은 신라 호텔에서 애플 망고 빙수를 먹을걸, 아니면 포시즌스 호텔 애플 망고 빙수도 맛있네요!

포시즌스 호텔에서 과감하게 애프터 눈 티를 접었던 것처럼 - 오이 샌드위치와 연어 샌드위치가 나오는 애프터 눈 티가 국내에 또 있었는지 모르겠다. - 빙수도 접었으면 좋겠지만 다른 호텔들 다 하는 빙수를 평가가 어떻든 여기에서도 많이 찾는데 그것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많이 찾는 생과일 잔뜩 올린 빙수만 판매하고 이제는 어떤 주제이든 따로 판매하던 빙수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니 그것을 판매하면 어떨까? 한국에서 아이스크림의 대우를 생각하면 그것마저도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빙수라는 것이 배불리 먹을 음식은 아니건만 조금만 양을 줄여도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심지어 가격을 얼마나 받으면서 양은 이만큼 주는가! 같은 이야기도 나오는데, 1 ~ 2인 양으로 나오는 것이 좋겠지만 이걸 또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 돌고 돌아 결론은 제자리이다. 하지만 난 항상 빙수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생과일만 먹어도 충분할텐데 꼭 얼음을 더해야 하는지, 생과일도 무조건 달기만 해야 하는지 - 그 단맛이 흐릿한지 또렷한지는 차후의 문제 - 생과일이란 것이 항상 품질이 일정할 수는 없는데 그럼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좋을지, 빙수란 것이 먹다 보면 점점 녹는데 입안의 온도도 점점 내려가면서 '맛' 을 온전히 느낄 수 없을텐데... 너무 심각하다고? 그래서 난 여전히 아이스크림이나 셔벗 한 두 스쿱이 낫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에서 빙수를 주문하면 빙수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 함께 곁들여져 나오는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이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2021. 5. 3.


올해에도 어김없이 5월이 되니 서울의 호텔들은 빙수를 내놓는다. 한국에서 신라 호텔의 위상은 성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어느 호텔이든 '망고' 빙수를 내놓고 또 신라 호텔과 비교 당한다. 

다들 우유를 얼려 곱게 갈아서 그 위에 생과일 썰어서 올려 놓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늘 말하지만 그게 음식으로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의 우유는 유지방의 고소함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생과일도 상황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클텐데 달면 달아서 맛있고, 달지 않으면 달지 않아서 맛 없고 그 수준에서 평가만 뒤따른다. 그렇게 달디 단 과일이 좋다면 굳이 호텔에 가서 생과일이 잔뜩 올라간 빙수를 줄을 서가면서 기다렸다가 먹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런 관점에서 그러면 너는 왜 매년 빙수를 먹으러 특정 호텔에 가는가 하겠지만 적어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맛을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년 기다리는 것 뿐이다. 내 블로그 글을 꾸준히 보았다면 내가 얼마나 빙수에 대해 부정적인지 알 수 있다.

올해에는 예전처럼 '월드 오브 빙수' 주제가 아닌 분위기인데, 외국인 페이스트리 셰프가 재해석한 한국의 빙수를 올해에는 어떻게 맛을 표현했을까? 그래서, 첫 날에 방문했었다. 안타깝지만 첫 날에 먹고 난 뒤 며칠이 지나 재방문 하면 맛은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기에 어떻게든 새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당일에 방문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Jeju Apple Mango Bingsu

Shaved iced milk, fresh apple mango, mango pudding, mango sauce, mango sorbet


드디어 (?)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망고가 아닌 제주도산 애플 망고로 빙수를 내놓았다. 애플 망고란 명칭이 참 웃기다는 생각도 드는데 - 하필 그 이름을 일본에서 지었고, 신라 호텔은 일본의 유명 호텔과 꽤 관계가 깊다. - 이 품종이 망고의 최고봉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엄청난 당도때문에 최고 품종으로 치는 분위기이다. 그러니, 망고 특유의 신맛과 약간 아린듯함이 의외로 거부감이 컸었고, 후숙 따위는 무시하는 분위기이니 - 예쁘게 썰어서 올려두어 사진상으로 잘 나오게 하려면? - 그런 여건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신라 호텔이 역시 최고야 하는 분위기,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디저트의 일종이니 단맛과 신맛, 유지방의 고소함, 반으로 가르면 층을 이루고 있는 형태까지 충실하게 기본을 따르려 한 흔적은 보이지만 총합의 맛은 물음표이다. 차라리 욕을 계속 먹을지언정 예전처럼 망고 빙수를 내놓았으면 어떠했을까? 향까지도 무의미 한 이런 빙수를 먹으니 빙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확장될 것이 이제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더욱 확장되었다.

생과일의 품질이 언제나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그래서, 그동안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조리를 선택했었는데, 이게 또 '통조림' 제품을 쓴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전형적인 디저트의 형태를 따르려고 한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16년에 처음 나왔을 때 신맛이 매력적이었던 베리 빙수는 당시 찰스 H. 바의 헤드 바텐더가 만든 알콜 시럽을 더하면 더욱 풍부해지는 맛 (flavour) 이 인상적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가 요금을 지불해가면서까지 선택하지 않아서 알콜 시럽은 어느 순간 빠졌었고 올해에는 매력적이었던 신맛마저 좀 더 약해졌다. 전통적인 팥빙수였던 마루 빙수 역시 흑임자로 바꿨는데, 유지방의 고소함을 흑임자의 고소함으로 대체한 것 같으나 탄 듯한 쓴맛의 여운이 의외로 길어서 잘 만든 단팥이 너무 아쉬웠었다. 

세 빙수 모두 아쉬움이 컸지만 대신에 각각 사이드로 또는 빙수 위에 또는 빙수 안에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는 여전히 먹을만했었다. 당연히 빙수는 대부분 남겼지만 아이스크림과 소르베는 남김 없이 다 먹었다. 빙수 대신 더 잘 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소르베를 판매하면 좋겠는데, 그게 또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해하기에 이래저래 현실이 너무 아쉽다.


아무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디저트의 형식따위는 아예 다 무시하고 우유 얼음에 생과일 잔뜩 올리고, 그 생과일도 매일 당도 측정해서 일정 당도 이상의 생과일만 올린다면 어떠할까? 그러면 오히려 호평을 받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디저트의 형식이 어떻고, 주제를 어떻게 맛으로 표현했는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호텔, 생과일 빙수, 인스타그램, 무엇을 하든 결론은 신라 호텔, 언제부터인가 빙수는 그냥 하나의 유행인, 한국에서의 여느 음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 월드 오브 빙수는 이제 사라진 대신 매달 바뀌는 빙수 메뉴가 하나 따로 있는데, 5월에 나온 빙수는 그나마 디저트로써 먹을만하다. 이 빙수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따로 글을 쓸까 생각중인데, 일단 나는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0. 6. 7.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에서 2016년부터 진행되었던 더 월드 오브 빙수는 2020년 올해에는 투어 오브 코리아 라는 개념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빙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년 빙수를 먹고 리뷰를 남기는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빙수라는 음식이 서양에서는 굉장히 낯선 존재이기 때문이다. 처음 행사를 기획 진행했을 때에는 지금처럼 페이스트리 셰프가 전담해서 빙수를 만든 것이 아니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모든 다이닝 셰프들이 하나씩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에도 대부분의 셰프들은 외국인이었다. 그들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빙수 - 어떻게 보면 디저트의 일종인 - 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었다. 물론 2016년 첫 해에만 그렇게 진행 했었고, 2017년부터는 계속해서 페이스트리 셰프가 전담해서 만들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여전히 외국인 - 지금은 프랑스 출신 - 시선에서 바라본 빙수란 어떤 존재일까?

결국 빙수도 하나의 요리라고 생각한다면 셰프는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the world of bingsu 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었다. 영감은 전 세계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또는 포시즌스 리조트에서 받았다고 설명했었는데, 예를 들어 런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표기된 빙수의 경우 마치 내가 런던에서 오후에 얼 그레이 티 한잔을 마시며 망중한을 즐기는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교토라면 온천욕을 즐긴 뒤 고요한 정원을 바라보며 말차를 마시는 순간을 맛으로 표현했었다. 다시 말해 개념에 충실하게 맛을 표현했었다.


문제는 실제로 빙수를 먹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비단 빙수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음식을 다루는 거의 모든 파인 다이닝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인데, 개념부터 부재인 곳도 많고 개념을 설정했지만 그것에 충실하게 맛을 표현하는 파인 다이닝을 나는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한국인들은 아직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냥 단순하게 맛이 있다, 없다라고 표현만 할 뿐 - 심지어 그 주장의 근거도 객관적인 경우가 드물다. 이는 이어서 이야기 할 두번째 이유와 이어지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겠다. - 아무도 개념에 충실한지, 또는 충실하지 않은지 이야기 하는 비평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두번째로 맛의 설계이다. 빙수도 일종의 한국적인 디저트라고 생각한다면 서양에서의 기본적인 설계는 단맛 중심에 맛의 균형을 위해 신맛이 존재할테며, 변주를 위해 쓴맛이나 짠맛이 더해질테고, 그 밑바탕에는 유지방의 고소함 - 아무 생각 없이 우유 빙수를 쓰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물론 한국의 우유는 유지방의 고소함이란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 이 깔려 있을 것이다. 질감은 눈꽃 빙수를 한국인들이 선호하니 부드럽지만 역시 변주를 위해 crispy 나 crunchy 질감도 더해진다. 

마루에서 판매하는 모든 빙수는 모두 저 관점에서 만들어지는데,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망고 빙수가 신라 호텔과 비교되는 이유도 망고의 신맛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까지의 the world of bingsu 들을 보면 오렌지나 자몽, 베리류, 초콜릿이나 말차 등이 등장 했던 이유가 바로 저 이유 때문인데, 그것이 한국인들에게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다가왔었다. 게다가 한국인들에게 빙수 위에 올라가는 과일이란 싱싱한 생과일이 올라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데, 생과일은 어제와 오늘 품질이 항상 같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조리 과정을 거쳐 내놓았더니 통조림 제품을 쓰냐는 오해를 하거나, 그냥 생과일을 올렸더니 맛이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빙수들은 맛이 어떠할까?


첫 번째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올해에는 the world of bingsu 가 아닌 tour of Korea 라는 개념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왜 하필?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세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적어서 지금까지 만들었던 빙수의 개념을 이해 못했을 수도 있으니 국내 여행을 주제로 맛을 표현했을까? 그러나 빙수를 먹고 나니 그런 생각은 사라졌었다.

녹차 빙수는 보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순전히 녹차라는 재료를 사용했으니 보성을 내세운다. 인삼도 마찬가지로 강화도가 인삼이 유명하니 강화를 내세울 뿐 빙수를 먹는 내내 그 어디에서도 내가 지금 강화 여행을 온 기분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해가 안되는 빙수도 있었는데 초콜릿 빙수의 제주이다.

나는 셰프가 모르고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tour of Korea, 매우 한국적인 그러니까 보성 하면 녹차가 유명하니까 보성 녹차 빙수, 고구마는 해남이 유명하니까 해남 고구마 빙수 이렇게 짝을 지어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들이 대체로 이런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으니 대세를 따랐을 것이다. 


두 번째 관점에서 맛의 설계는 여전히 충실하게 서양에서의 디저트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막걸리 빙수를 살펴 보자. 막걸리는 신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신맛이 당연히 나는 것인데 막걸리에서 신맛이 난다고 비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신맛을 내기 위해 요거트를 같이 내놓았더니 너무 시다고 항의가 들어와서 요거트의 신맛이 밋밋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새 메뉴가 나오면 첫날에 어떻게든 사먹을려고 노력한다. 거의 대부분 하루 이틀만 지나도 처음과 맛의 설계가 달라진 경우를 그동안 너무 많이 만났었다.) 

한국의 과일들은 대부분 맛이 없다. 단맛 일색인데 그 단맛이 깔끔하지 않고, 과일이라면 응당 갖고 있어야 할 신맛들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생과일은 올리지 않고 요거트를 내놓았을텐데 요거트의 신맛이 반갑지 않다면 안 먹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밋밋하게 만들어서 먹는 것이 나을까?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으니 빙수도 좀 덜 달게 만들었더니 이번에는 달지 않아서 별로라는 글도 본 적이 있다. 제주와 트러플이 도저히 연결되지 않아 문의를 하니 원래는 한라봉을 사용할 계획이었다고 들었다. 당연히 신맛이 거의 없는 밍밍한 단맛의 한라봉을 쓰면 초콜릿과 짝이 맞지 않다. 그리고, 생각대로 한라봉이랑 잘 어울리지 않아 트러플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tour of Korea 라는 개념을 충실하게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비난을 보게 되면 도대체 한국에서 미식이란 존재가 무엇일까 곱씹게 된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빙수만 놓고 보자. 신라 호텔의 애플 망고 빙수처럼 과일은 무조건 단맛 중심, 신맛 따위는 필요 없고 맛의 균형이니 변조니 이런 것들은 무의미하다. 곱게 간 얼음 위에 단맛 중심의 생과일, 그것도 이왕이면 열대 과일 하나만 올리면 된다. 그렇게 만들지 않을거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비교만 당하고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열심히 만들어봤자 비아냥이나 듣고 비교를 당할바엔 차라리 안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차라리 잘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계절 상품으로 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복잡한 현실이 싫어서인지 여전히 단순하게 만든 빙수를 사랑한다. 호텔도 결국 영업이 잘 되어야 계속 문을 열 수 있을테니 빙수를 만들어 판매를 할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많은 사람들이 날이 더워지니 시원한 호텔 라운지에 앉아서 망고 빙수를 비롯한 여러 빙수를 먹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신라 호텔이 더 낫네 이럴 것이다. 그럴거라면 굳이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왜 갔는가? 사람들은 그저 분위기, 사진, 내가 지금 여기에 앉아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파인 다이닝이나 호텔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2020. 5. 4.


2015년 10월 오픈 이후 2016년부터 매년 한시적인 기간동안 주문 가능한 빙수는 2020년에는 조금 일찍 판매 하였다. 코로나의 영향을 생각한다면 좀 더 일찍 판매를 시도한 것이 의외인데, 예년과 달리 더 월드 오브 빙수는 하지 않고 투어 오브 코리아라고 해서 다른 주제로 판매하는 빙수가 있고 2016년 이후 꾸준하게 판매하고 있는 기본 빙수 세 가지가 있다. 투어 오브 코리아의 빙수들은 아직 모두 선보인 것은 아니니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따로 블로그에 글 올릴 예정이다.





그동안 꾸준히 내 블로그 글을 본 분들은 이 이야기를 또 한다면 이제는 지겹다라고 생각 할텐데, 나는 여전히 빙수를 꼭 먹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빙수를 판매할 때마다 특정 호텔을 꼭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특유의 - 라고 주장하겠지만 빙수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어느 나라가 원조인지 굳이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디저트를 어떻게 재해석 해서 내놓을지 늘 기대를 하기 때문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그동안 이 호텔의 빙수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었다.











Mango Mango Bingsu

Shaved iced milk, mango cubes, mango sauce, mango ice cream, mango pudding, coconut crumble, sago pearls


한국 호텔들의 망고 빙수들은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와 늘 비교를 당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호텔이 먼저 시작했든 결국 최종 승자는 언제나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이다.

예전에 블로그에 글 올린적이 있지만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는 내놓는 모양새가 아무 생각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서 부정적으로 평했었지만 맛만 놓고 보면 자잘한 문제를 제외하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신라 호텔은 애플 망고를 사용하고, 우유 얼음도 살짝 씹히는 질감을 갖고 있는 반면 포시즌스 호텔은 망고를 사용하고, 우유 얼음도 좀 더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두 호텔 모두 똑같은 맛의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모를까,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거기서 누가 더 낫다 비교하는 것은 정말 의미 없는 행위이다.. 아무튼 여기서 굳이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는 이야기 할 필요가 없으니 그만하자.


항상 빙수를 먹을 때마다 불편한 점을 이야기 했던 것 중 하나가 먹기 불편하게 수북히 쌓아서 내놓는 것이었다. 빙수가 배를 채울 음식은 아닌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인데, 한국의 미식 평가에서 빠지지 않는 객관적인 기준인 가성비 - 난 이 용어 자체가 정말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 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렇게 내놓지 않으면 양도 적으면서 가격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평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물은 언제나 처음부터 먹기 불편하고, 결국 대부분 다 먹지 못해 어느 정도 남겨놓는다. 반면 올해부터는 처음부터 양을 조금 줄여서 예년보다 먹기 편하게 나온다. 다만 나는 대체로 혼자 가니 문제 삼지 않는데, 둘 이상이 갔을 때 저 빙수를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서로 입안에 들어간 숟가락으로 빙수를 서로 푹푹 떠서 먹는 상황을 상상하면 끔찍한데 이건 경험해보지 못해서 호텔에서 어떻게 접객을 할지 궁금하다.


한편 맛의 설계를 놓고 보면 예년보다 좀 더 단순해졌다. 전형적인 한국 빙수의 모습인데, 망고와 우유 얼음 조합이 끝이어서 질감 대조나 향과 맛의 층들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은 모습은 거의 없다. 그래서, 조금 심심하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예년보다 반응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앞서 이야기해던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와 늘 비교 당하는 처지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애플 망고가 아닌 망고가 갖고 있는 특유의 혀가 아린듯한 맛과 강한 신맛, 그리고 결이 느껴지는 망고의 질감이 종종 부정적인 비교를 당할 것 같다. 중간에 애플 망고로 잠깐 교체할 생각은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생과일을 그대로 내놓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일정치 않은 품질인데 - 특히 한국에서 그 문제는 꽤 심각한 편이다. - , 예전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조리 과정을 거쳐 내놓았더니 호텔에서 싸구려 통조림 제품을 쓴다고 항의를 하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따로 조리하지 않고 - 사실 망고는 따로 조리 과정을 할 필요가 없긴 하다. 저 항의 과정은 복숭아를 사용했던 빙수가 나왔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소스를 좀 더 공들여 만들었는데 망고 상태가 좋지 못할 때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만큼 맛있었다.










Berry Very

Shaved iced milk, fresh summer berries, summer berry sorbet, berry compote, cocoa tuile

2016년에 더 월드 오브 빙수 중 하나였었던 이 빙수는 당시 처음 먹자마자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많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이후로 꾸준히 매년 선보이는 기본 빙수중 하나로 나오고 있다. 당시 찰스 H. 바 헤드 바텐더와 일종의 협업 과정을 통해 선보였었던 알콜 시럽은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시럽을 첨가 했을 때 좀 더 향을 풍부하게 만들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대신 새로 나오는 시럽이 베리류 특유의 신맛을 더욱 잘 살려주기 때문에 알콜 시럽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과일의 상태가 일정하지 못할 때 어느 정도 맛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딸기들의 맛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신맛이 강한 딸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외인데 - 그래서 이상한 딸기를 사용한다는 비난을 종종 받는다. - 무엇보다 아삭하게 씹히는 조금 단단한 질감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했었다. 이 빙수 역시 예년과 달리 좀 더 선명한 베리류 특유의 신맛에 초점을 둬서 오히려 단순해진 맛의 세계가 나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만들어봐야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못하다면 -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무지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 개인적으로 그 지점이 무척 아쉽긴 하나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함께 제공되는 판나 코타가 조금 의외의 조합이긴 한데, 잘 만든 것이어서 그것 나름대로 먹는 재미가 있다. 










Maru Bingsu

Shaved iced milk, sweetened red beans, almond praline ice cream, condensed milk, red bean pudding, sticky rice cakes, rice puff cake, multigrain powder


앞서 굳이 빙수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 이유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빙수이다. 한국 빙수의 대표주자인만큼 불합리한 요소들이 너무 많은데, 일단 팥이 갖고 있는 무겁고 텁텁한 느낌이 먹는 내내 불편함을 준다. 아무리 잘 삶아도 거슬리는 팥 껍질의 씹히는 느낌도 썩 기분 좋지 않다. 거기에 단맛을 더하니 맛이 더욱 텁텁해지는데 차라리 짠맛을 좀 더 더한다면 어떠할까? 물론 그래도 여전히 무거울 것 같긴 하다.

미숫가루 역시 먹기 불편한데 빙수를 그냥 떠먹자니 사레 들리기 딱 좋고, 섞어서 먹기엔 되직함을 넘어서 끈적거리는 질감이 불쾌하다. 고소함을 불어넣어 주긴 하지만 미숫가루가 없다고 해서 딱히 맛 자체에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한편 올려놓은 떡은 예년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온도 때문에 조금 딱딱해지는 것과 가뜩이나 미숫가루 때문에 끈적거리는 빙수의 질감에 이에 달라붙기까지 하는 떡의 질감이 더해져 더욱 불쾌한 끈적거림을 남긴다. 거기에 한과까지 끈적거림이 더해지니 가장 한국적인 빙수는 질감만 놓고 보아도 최악의 경험만을 선사한다. 속에 든 푸딩은 역시 온도 때문에 조금 굳어 있긴 하나 그런대로 빙수의 부드러운 질감과 잘 어우러지는데 다만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 못해서 안 넣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 위에 생과일을 올려 놓는 조합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잘 통하는 조리 방법인데, 그래서 나는 빙수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차라리 각 빙수마다 올려져 있는 셔벗이나 아이스크림을 따로 판매하면 어떠할까? 잘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한 스쿱, 좀 더 욕심 내서 두 스쿱 정도만 먹어도 나는 빙수보다 훨씬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그만한 가치를 가진 아이스크림과 셔벗을 만드는데 그것을 따로 사먹을 수 없어서 아쉽다.

2019. 8. 6.


2016년 첫 시작이래 항상 호기심을 자극했었던 더 월드 오브 빙수가 드디어 2019년에도 모두 발표되었다. 한국에서 - 더 넓게 보면 아시아 지역 - 디저트 개념으로 빙수가 소비되고 있다면, 외국인 셰프 입장에서 빙수라는 디저트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었는데, 바라건데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디저트란 음식으로 접근해서 만든 빙수들은 하나같이 외면 받는 반면, 생과일을 잔뜩 올려서 만든 빙수가 여전히 인기 있다면 더 월드 오브 빙수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전히 나는 그럴바엔 차라리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먹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English Tea

inspired by FS London


작년의 High Tea 라는 빙수를 조금 손봐서 다시 나온 빙수인데, 작년에 처음 먹었을 때 향이 좋아서 인기 많겠다고 생각했었다. 예상대로 꽤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올해에 다시 내놓았다고 한다. 올라간 아이스크림 종류가 바뀐 것 말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 작년에 나왔던 빙수를 거의 그대로 다시 내놓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위에 올린 오렌지가 생과일이란 것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과일 더 나아가 '생' 이란 단어가 붙으면 한국에선 고급이란 이미지가 붙는 경향이 있는데, 과일을 있는 그대로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이 항상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려대로 상태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Vitamin Sea

inspired by FS Maldives Kuda Huura


음식에서 신맛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도 재미있는 이 빙수는 신맛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빙수였다. 김치를 좋아하면서 의외로 음식에서 신맛이 느껴지는 경우 싫어하는 한국인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이 빙수는 일종의 재앙처럼 여겨질 수 있을만큼 신맛이 강렬하다. 그런데, 그게 단맛의 균형을 잘 맞춰주고 있으며 이름처럼 비타민 C 하면 떠오르는 맛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함께 제공되는 모히토를 넣으면 향이 더해지면서 좀 더 풍부한 flavour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코코넛이 가지고 있는 바삭함과 크럼블이 가지고 있는 바삭함은 서로 결이 조금 다른데, 그것들이 부드러운 질감의 빙수와 라임 젤리와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 질감 차원에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나온 더 월드 오브 빙수를 포함해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지금까지 내놓았던 더 월드 오브 빙수 중 가장 디저트다운 빙수를 드디어 처음으로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난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선 자꾸 다른 방향으로 표현을 하려고 해서 - 주로 보이는 쪽으로, 시각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그게 맛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 차라리 그럴바엔 빙수를 안 하는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맛을 설계 한다면 난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다.










Dolce Delizioso

inspired by FS Florence


알렉스 셰프의 티라미수를 보칼리노에서 먹고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빙수 역시 티라미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얼음 위에 티라미수를 올려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잘 만든 티라미수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 주문 했을 때, 플레이팅이 좀 바뀌었는데 이렇게 바뀐 것이 먹기엔 훨씬 편했다.










Soobakbing

inspired by FS Seoul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섯번째로 나와야 할 빙수인데 마지막으로 바뀐 이유는 수박 때문이었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굳이 수박으로 빙수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굳이 호텔측에서 직접 - 물론 호텔 직원이 직접 재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수박을 생산해서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마디로 말해 총체적 난국의 빙수였었다. 전형적인 한국식의 접근, 그래서 괴랄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자꾸 그것을 시각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름이란 계절을 맛으로 표현하려는데, - 그럴 능력이 안되서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지만, 기껏 만들어봤자 소비자측에서 이해 못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 여름 하면 한국에선 과일이 수박이 가장 먼저 떠오를테고, 그걸 빙수 위에 올려보자,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너무 간단하게 보이니 스토리텔링을 더해 호텔에서 직접 재배한 수박을 올려보자, 그리고 이왕이면 수박 속을 파서 그 안에 빙수를 넣어서 제공하자.

그럴거라면 그냥 수박 사서 먹는게 낫지 않나? 차라리 화채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의도로 수박을 재배했는지 설명을 들으면 이해는 되는데, 항상 결과물은 의도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박이 이렇게 작게 생산될지 몰랐다는 이야기는 그냥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셰프라면 그런 변명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수박은 달긴 하지만 그 단맛이 흐릿한 인상을 많이 줘서 끝이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이 빙수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니 맛이 없었다. 게다가 신맛을 더하기 위해 석류 시럽을 위에 뿌렸는데, 차가운 얼음과 만나면 딱딱하게 굳어질 것이란 생각을 못한걸까? 심지어 함께 올린 코코넛 크림은 꽝꽝 얼어서 먹는데 깜짝 놀랐다. 수박 모양의 젤리 역시 차가운 얼음과 만나니 쫄깃하다 못해 질겨져서 먹기에도 불편하지만 질감 자체가 너무 불쾌했었다.


함께 제공된 수박 속엔 일종의 그라니타 식으로 만들어 나왔는데, 난 처음에 저 씨앗이 모양을 내기 위해 초콜릿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 씨앗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마 이 그라니타는 빙수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






주말에 다시 방문해서 먹었는데 첫날 내가 먹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코코넛 크림을 좀 더 많이 넣은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석류 시럽도 내가 먹을 때에는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었는데 사진처럼 전혀 굳지 않았고 빙수 속에 시럽이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게다가 내용물도 구성이 조금 달랐었는데, 내가 먹을 때에는 빙수 얼음, 수박 아이스크림, 석류 시럽, 수박 모양 젤리 이게 다였다.

그러니 혹평을 했었는데, 원래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라면 혹평까지 할 수준은 아니다. 석류 시럽의 신맛이 여름이란 계절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다 젤리가 여전히 차가운 얼음과 만나 딱딱해진 질감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라니타의 씹히는 질감과 대조되는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질감이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문제는 석류 시럽의 신맛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전면에 나서다보니 수박 빙수라는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그냥 수박이 들어 있네 정도일 뿐,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이건 취향 문제일 수도 있는데, 수박 씨앗들이 먹는데 꽤 방해가 된다. 나야 어릴 때부터 수박을 먹을 때 씨앗도 그냥 먹어서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 수준이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해졌는데, 그렇다면 내가 첫 날 먹었던 빙수는 무엇이었을까?

2019. 6. 5.


올해들어 4년째 더 월드 오브 빙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차례 밝혔었지만 난 여전히 빙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너무 차가워서 몇 숟갈 먹다보면 무슨 맛인지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인데, 그래서 아예 양을 적게 낸다거나 아니면 중간에 따뜻한 차 한잔 등으로 입안을 씻어 주거나 그렇지 않은 이상 좋게 바라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찾아가는 이유는 외국에는 없는 이 디저트류를 외국인 셰프들은 - 2016년 첫 해엔 당시 각 레스토랑별 셰프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했었고, 그 이후는 페이스트리 셰프가 직접 만들고 있다. - 어떻게 해석해서 만들어 낼까 호기심이 생겨서 자꾸 찾게 된다.










Berry Fun

inspired by FS Los Angeles


이름에 충실한 빙수인데, 먹는 순간 할리우드 스타들이 생각났다. 몸매 관리를 위해서 먹으면 딱 좋을 내용물들인데다 아침 식사에 어울릴만한 내용물들인데, 이걸 쾌락의 절정체인 디저트와 결합 하니 조금 웃기기도 했다. 한국 딸기는 참 어중간하게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 단맛이 강하지만 그게 썩 기분 좋은 단맛은 아니고, 신맛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었다. 다만 너무 차가운 빙수와 결합하다보니 그래놀라가 너무 딱딱해져서 의도했던 crunchy 질감과는 동떨어졌었는데, 차라리 크기를 작게 만들어 넣으면 어떨까 의견을 전달했었고 그 이후 작게 나온 그래놀라와 다시 한 번 먹었는데 그때는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다.










Arigato

inspired by FS Kyoto


녹차 또는 말차 빙수는 매년 더 월드 오브 빙수에서 선보이고 있다. 내놓은 모양새만 놓고 보면 살짝 거부감이 드는데, 호텔에서도 인식하고 있지만 이게 어떻게 조정이 안되나보다. 아무튼 맛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내놓았던 녹차 또는 말차 관련 더 월드 오브 빙수 중에서 가장 괜찮았다.

우선 획기적인 것은 녹차와 팥의 고전적인 조합을 배제했다는 것인데, 둘이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지만 늘 팥 고명의 그 텁텁한 단맛이 싫었는데 이번에는 팥이 없어서 한층 더 깔끔한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떡을 넣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이번에 들어간 떡은 이에 들러붙지 않고 너무 질기지도 않았으며 안에 들어간 팥 앙금이 오히려 깔끔한 단맛을 보태주어 좋았다.

보통 빙수들을 보면 아이스크림을 위에 올려서 내놓지만 이 아리가토 빙수는 얼음 속에 아이스크림을 넣고 위에는 생크림과 녹차 푸딩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 말차 가루를 뿌려놓았는데, 그러다보니 생김새는 썩 좋아보이진 않지만 맛의 차원에서는 단맛과 말차 특유의 쓴맛이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크럼블의 바삭한 질감 대조나 말차와 섞어서 내놓은 연유가 텁텁할 것 같지만 오히려 깔끔하게 단맛을 느끼게 해주어서 지금까지 나왔었던 녹차 또는 말차 관련 더 월드 오브 빙수 중 가장 괜찮았다.










Exotic Chocolate

inspired FS Bali


조합 자체는 초콜릿과 빙수로써 단순한데, 맛도 예상 가능한 범위여서 그동안 색다르게 만들어 내던 더 월드 오브 빙수들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초콜릿류들의 crunchy 질감이 부드러운 빙수와 대조되는 재미가 있었는데, 철저하게 단맛 위주로 제작된 초콜릿들이 오히려 깔끔한 단맛을 내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다만 그 단맛이 강하다보니 몇 숟갈 먹다보면 금방 질려버리는데, 처음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먹으면 괜찮겠다라고 생각했다가 디저트로써 접근한다면 몇 숟갈 먹고 끝내는 것이 오히려 깔끔하게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서 빙수 관련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그동안 높이를 좀 낮춰서 내놓으면 어떻겠냐라는 말을 매번 호텔측에 건의 했었는데, 올해 드디어 그 높이를 낮춰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 더 낮추거나 차라리 양을 좀 더 줄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는데, 일단 각자 먹을만큼 덜어내는 차원에서 높이가 저 정도면 조금 불안해도 덜어낼 때 불편함이 예전보다 덜하다. 빙수란 것이 배부르게 먹기 위한 음식은 아니므로 양은 좀 더 줄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에 밝혔듯이 그 차가운 온도가 결국 혀를 얼얼하게 만들어 나중에는 맛을 아예 못 느끼므로 아예 몇 숟갈 정도의 양만 내놓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또 푹푹 떠먹는 재미를 못 느낄테니 마냥 그렇게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에는 총 일곱가지 더 월드 오브 빙수를 선보인다고 하는데, 그 중 세 가지에 대해서 먼저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각각 2주씩 선보인다고 하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Exotic Chocolate이다.


먼저 선보였던 세 가지 더 월드 오브 빙수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맛을 선보여서 기존에 선보였던 더 월드 오브 빙수들을 생각하면 좀 평범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나올 네 가지 더 월드 오브 빙수는 이름만 놓고 보면 색다르게 나올 것 같아서 기대를 하고 있다. 나중에 네 가지 더 월드 오브 빙수를 모두 먹어보고 다시 블로그에 리뷰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2019. 5. 15.


다시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난 여전히 빙수를 먹을바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 이유는 간단하다. 빙수는 몇 숟갈 먹다 보면 그 차가움 때문에 나중에 맛을 못 느낀다. 그렇다고 양을 조금만 주는 것도 아니잖은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시즌스 호텔 서울을 찾는 이유는 바로 디저트로써 서양인 관점에서 접근해서 빙수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빙수는 나중에 따로 글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기본적인 빙수, 즉 언제든지 주문 가능한 세 가지 빙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먼저 좋은점부터 이야기 하자면 전반적으로 양이 줄었다. 양이 줄은 것이 좋은 이야기냐고? 빙수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게다가 양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높게 쌓을수록 오히려 먹기에도 불편하다. 이 부분은 빙수 판매를 시작한 2016년부터 계속 이야기 했던 내용인데 드디어 쌓은 높이를 줄였다!

물론 그에 반해 가격은 조금 올랐는데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빙수는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닐뿐더러 사람들은 자꾸 재료 원가만 갖고 이야기 하는데 가격에는 그것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가성비 운운하며 이야기 할 때마다 참 여러가지로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든다.










MARU BINGSU

Shaved iced milk, sweetened red bean, Korean rice wine jelly, Sticky rice cakes, multigrains powder, Omija sorbet, cactus Yu - gwa


우선 마루 빙수는 내용물이 바뀐 부분들이 있는데, 이 빙수를 처음 본 순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왜냐하면 전형적인 한국 음식들의 불합리한 요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저 백년초 유과가 빙수와 어울릴까? 빙수 질감은 부드러운데, 저 유과는 딱딱한데다 질기다. (한국인들은 쫄깃해서 좋다고 하는 그런 질감) 게다가 빙수의 맛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올렸을까? 한국 전통 음식이어서?

팥은 전반적으로 잘 삶았다. 그러나 단맛이 너무 강하다보니 텁텁한 느낌이 드는데, 짠맛이 좀 더 개입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팥을 잘 삶았기에 빙수의 질감과는 그런대로 어울리는데 문제는 찹쌀떡이다. 그 쫄깃한 질감에 이에 달라붙는 것이 유과와 마찬가지로 빙수의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불쾌한 이질감을 계속 입안에 남게 한다.

더 웃긴 것은 중간 중간에 뿌려진 미숫가루인데 도대체 저것을 왜 뿌렸을까? 한국적인 음식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몇 번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한국에서는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음식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런 재료를 넣었습니다가 거짓말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된다고 난 생각하는데, 설사 그렇다해도 미숫가루가 빙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집어넣었을까? 그냥 떠먹기에는 자칫 잘못하면 사레가 들릴 수 있고, 섞어서 먹으면 곤죽이 되어서 보기부터 싫어지는데 거기에 안그래도 팥의 단맛때문에 텁텁한데 더 텁텁한 느낌을 갖게 한다. 도대체 왜 이것을 집어 넣었을까? 예전에 설빙의 인절미 빙수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그것을 참고해서 그런 것일까?

게다가 식혜 젤리는 질감도 어울리지 않지만 거의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미자 셔벗은 그 자체로는 신맛이 잘 살아 있어서 좋은데 이게 빙수와 같이 먹으면 자꾸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각 재료들이 서로 따로 노는 분위기인데 전형적인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저기에 연유까지 뿌린다면 더 맛과 질감은 끔찍해지는데, 난 차라리 그냥 팥과 얼음과 연유 세 가지만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짠맛과 단맛의 균형을 잘 맞춰 놓아서 말이다. 










SUMMER BERRY

Shaved iced milk, berry compote, fresh berries, Summer berry granite, cocoa tuile, condensed milk


섬머 베리란 이름으로 바뀐 베리 빙수는 2016년에 처음 나온 이후 자꾸 맛이 퇴보하고 있었다. 베리류 특유의 신맛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항상 말하지만 과일들 특히 베리류들은 신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과일에서 신맛을 싫어하고 자꾸 단맛만을 찾는다. 그래서 그런지 저렇게 베리류가 많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신맛들이 덜 느껴졌었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알콜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데, 처음 나왔을 시기인 2016년부터 이 빙수를 그냥 먹었을 때와 다르게 알콜이 들어가면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안그래도 베리류의 신맛이 줄어들어 심심한데 한층 더 맛이 밋밋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표기된 것과 다르게 한 두가지 재료는 빠진 것 같은데, 메뉴 수정에 대해서 두 번 정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직 반영이 안되었나? 별 것 아닌 것 같겠지만 호텔에서는 그런 실수도 별 것이 아니다. 맛의 차원이야 아무리 만드는 사람이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고 해도 소비자가 이해를 못하거나 외면해서 결국 바뀌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런 실수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인들만 와서 사먹는 곳도 아니지 않은가?










MANGO MANGO

Shaved iced milk, mango cubes, coconut cream, sago pearls, Mango sauce, mango ice cream, condensed milk


그나마 이 망고 빙수는 먹을만 했다. 예전에 비해 한층 더 맛이 또렷해졌다고 할까? 망고 특유의 섬유질이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그런대로 부드러운 빙수와 질감은 잘 어울린다. 망고는 신맛이 아주 잘 살아 있는데 이것 때문에 계소 신라와 비교되는 분위기던데 신라는 애플 망고를 쓰지 않나? 애플 망고는 신맛보다 단맛이 더 강한 과일이고, 망고는 단맛도 나지만 신맛도 그만큼 갖고 있는 과일인데 왜 자꾸 그 차이를 감안 안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단맛의 빈 자리는 망고 소스와 연유가 채워주고 있으니 맛의 균형도 아주 좋다. 망고 아이스크림은 따로 제공되는데 부드러운 질감 대비 크럼블의 바삭한 질감 대조도 흥미롭다. 

다만 앞서 섬머 베리 빙수와 마찬가지로 생과일을 사용하다 보니 상태에 따라 신맛의 강도가 차이가 날 경우가 있을텐데, 그래서 난 이런 생과일을 올리기보다 꼭 빙수를 먹고싶다면 과일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로 조리한 다음 얼음 위에 올려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사족 1. 월드 오브 빙수는 추후 몇 가지 더 선보인 다음 따로 글 올리도록 하겠다.

사족 2. 또 한 번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은 것이 빙수 판매를 시작했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작년 망고 빙수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작년과 올해 망고 빙수가 똑같은 모습으로 판매되는가? 심지어 월드 오브 빙수는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서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을 올리기 전에 직원 개인 계정으로 먼저 똑같은 사진을 올렸다. 순서가 뒤바뀌지 않았나? 게다가 전문 촬영 장비로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싶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대체로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썩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도 않는다. 전문가가 촬영했다면 결과물은 일반인들이 촬영한 것과는 다르게 나와야 한다.

사족 3. 망고 빙수도 마찬가지로 몇 가지 재료들이 빠져서 나오는데, 메뉴 수정은 빨리 하는 것이 좋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빙수 판매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도록 메뉴판이 인쇄가 안 되어서 일일이 직원들이 설명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재료를 빼기로 해놓곤 그걸 그대로 메뉴판에 실어놓았다. 이런 실수들은 5성급 호텔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2019. 4. 4.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마루에서 벚꽃 시즌을 맞이하여 한정 기간 동안 - 약 2주 정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 벚꽃 메뉴를 판매한다.


몇 차례 다른 글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한국에서 만약 벚꽃 관련 메뉴를 판매한다면 대부분 모양, 색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은 누가 봐도 벚꽃과 연관 있게 만드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맛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물론 모양과 관련해서 그렇게 만든다고 당장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음식이라면 적어도 맛에서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주제는 벚꽃인데 정작 맛은 그것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만든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맛은 전혀 달라도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와 관련해서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어떠할까?






Beot - Kkot

Cherry blossom, strawberry essence, milk foam, Espresso shot (optional)


벚꽃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 음료는 그것을 맛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막 벚꽃 맛이 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온도가 살짝 높은 것이 아쉽긴 한데, 이보다 온도가 낮을 경우 한국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부분은 이해할 여지가 있다.

단맛이 상대적으로 강하긴 한데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만약 개인 취향에 따라 더 단맛을 즐기고싶다면 함께 제공되는 벚꽃 모양의 설탕을 넣으면 된다. 함께 곁들이라고 나온 벚꽃 떡은 놀랍게도 전혀 떡같은 질감이 아니다. 흔히 쫄깃하다고 표현하는데, 이에 달라붙는 끈적함이 썩 반갑지 않은데다가 속에 보통 넣는 팥 앙금의 지나친 단맛과 거슬리는 팥 알갱이의 질감때문에 이런 류의 떡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떡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혹시나싶어 문의하니 페이스트리 셰프가 한국의 찹쌀떡과 관련해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부터 인상적이다. 이것만 따로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음료와 짝도 잘 맞아서 좋았다.

추가 요금 없이 제공되는 에스프레소는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신맛의 커피가 들어가서 맛의 균형만을 생각한다면 얼추 맞춰 주긴 하나 정작 음료의 전체적인 맛은 지나치게 평범해지기 때문이다. 






Pink Fizz

Cherry blossom, hibiscus essence, lemon, prosecco


향부터 매혹적인 이 칵테일은 맛 역시 벚꽃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잘 구현했다. 한낮에 벚꽃 구경을 한 뒤 라운지에 앉아 벚꽃의 여운을 즐기며 상쾌하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한국에서 대낮부터 술을 마신다고 그러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식전주로 마시기에도 좋다. 이 칵테일 역시 함께 곁들일 수 있도록 벚꽃 떡이 제공된다.


벚꽃 관련 메뉴이니 꼭 모양과 색과 맛을 벚꽃에 한정 지어서 낼 필요는 없다. 게다가 벚꽃이란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맛있다라고 표현할만큼 매력적인 맛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런 관점에서 이번 마루에서 판매하는 벚꽃 관련 두 음료는 일정 부분 해당되긴 하지만 - 다소 아쉽다는 이야기다. - 그래도 이 음료를 만든 사람이 어떤 관점에서 맛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일정 부분 아쉬워도 계속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을 찾게 된다.

2018. 8. 11.


인스타그램에 한식 사진 몇 장을 올렸더니 내 계정에서 한식 사진도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 있었다.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나는 운영하는 목적은 해시 태그나 검색어를 통해서 여행을 갈 때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글과 사진을 올린다. 가끔씩 나도 네이버 세상에서, 인스타그램에서 해시 태그나 검색어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물론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말이다.

서두에서부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마루에 가면 닭백숙을 판매하고 있어라는 정보 차원에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에 우리가 "보양식"으로 먹는 삼계탕 또는 닭백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기 때문이다. 내가 독립한 이래 삼계탕을 직접 돈을 주고 사먹은 적은 딱 한 번 있는데 그 이후로는 마지못해 끌려간 회식 자리에서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먹으면서 늘 머릿속에 떠올랐던 불편한 점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호텔이니까 저렇게 세팅 해주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그렇다 쳐도 한번쯤 생각해본 적 있을까? 대부분의 "한식" 관련 식당에 가면 수저는 커다란 통에 넣어져 있고 거기서 내가 꺼내야 한다. 위생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까? 누구나 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밥을 먹을려고 식탁 앞에 앉는 것은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건 해외 경험을 통해서 놀랐던 것인데,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에 위치한 스파이스 레스토랑 앤 바에서 당시 스시를 먹고 - 스시를 먹을려고 한 것은 아닌데 당시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젓가락을 습관처럼 옆에 놔두었더니 서버가 빈 접시를 치울 때 같이 치우면서 새로 젓가락을 세팅해 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특히 한식 파인 다이닝이라면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앞 코스에서 음식물들이 묻은 젓가락과 숟가락이 계속해서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은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한편으로 숟가락과 젓가락만 있으면 될텐데 왜 포크와 나이프가 같이 놓여져 있냐면 닭백숙에 전복과 낙지가 들어가서 그렇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세팅이다. 습관적으로 전복과 낙지를 통으로 넣어버리는데, 그것이 먹는 사람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일까? 얼마든지 크기를 조절해서 넣을 수 있다. 파인 다이닝이란 것이 뭔가? 어떻게든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가?


이런 부분은 대체로 습관적으로 기존에 해왔던 것을 되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넣는 것이 오히려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편하다는 것을 알아도 손님들의 요구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도 가끔 들었다. 한국에서는 무엇이든 재료가 통째로 들어가야 제대로 재료를 넣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낮다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아니면 양으로 만족한다는 의미로써 가성비가 좋다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DAK BAEKSUK - Traditional Chicken Stew

Abalone, Baby Octopus, Cordyceps, Chestnut, Glutinous Rice, Ginseng, Ginkgo Nut


포시즌스 호텔 서울 오픈 초창기부터 마루에서는 삼계탕 메뉴가 있었다. 초창기의 삼계탕은 지금 사진의 모습과 비슷한데 차이점은 전복과 낙지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당시 삼계탕을 호기심에 먹어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 뜨겁지 않은 국물의 온도와 퍽퍽하지 않은 부드러운 질감의 닭과 국물에서 짠맛과 감칠맛이 잘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닭도 보기 싫게 한마리를 통째로 넣은 것이 아니라 - 물에 삶아져 허연, 그리고 돌기가 올라온 닭껍질의 표면은 입맛을 뚝 떨어트린다. - 저렇게 동그랗게 말아서 세 덩어리가 들어가 있었다.

이후 작년에는 통째로 한 마리를 넣었다가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야 제대로 닭 한 마리가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신뢰도가 낮다는 얘기, 물론 통째로 한 마리이긴 했으나 뼈는 모두 제거해서 해체한 상태에서 넣어서 먹는 것 자체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물론 간이 안 맞고 너무 뜨겁다는 문제는 있었다.) 올해 다시 이렇게 나왔기에 반가웠으나 문제는 낙지와 전복이었다. 과조리의 결과물로 너무 질긴데다가 곧바로 먹기에 불편해서 꺼내 들어 칼과 포크를 이용해서 내가 직접 해체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어야 했었다. 

국물의 온도는 다행히도 작년과는 달리 초창기처럼 적당해서 좋았는데, 항상 이야기 하지만 "한식"에서 국물의 온도는 너무 높다. 아예 맛을 못 느낄 정도인데, 후후 불며 먹는 재미, 그 뜨거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원함을 모르구먼! 하겠지만 그게 진짜 맛을 느끼는 것인가? 후후 불어서 온도를 낮출거라면 처음부터 바로 떠먹을 수 있게 내놓으면 먹는 사람이 더 편하지 않나?

온도는 문제가 없었지만 맛이 문제였다. 분명 닭육수를 기반으로 만들었을텐데 감칠맛이 희미하다. 당연히 기본적인 간을 안했기에 즉 다시 말해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서 짠맛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국물 자체는 맛이 없다. 옆에 소금 종자를 같이 갖다 놨는데, 내가 직접 간을 맞춰야 한다면 요리사는 왜 존재하는가? 게다가 처음 조리할 때 간을 맞추는 것과 완성된 음식에 간을 맞추는 것은 맛 자체가 다르다. 


다행히 닭의 질감은 상대적으로 퍽퍽하지 않았으나 문제는 안에 삼과 대추 등이 너무 들어가서 해체하는 순간 아무런 맛도 존재하지 않던 국물이 삼과 대추의 쓴맛과 단맛이 뒤섞이며 음식 맛이 이상해져버렸다. 약식동원이란 말이 참 거슬리는데, 음식은 음식일 뿐이다. 맛을 위해서 삼과 대추를 넣을 것이라면 이것이 전체적인 면에서 맛을 해치지 않아야 하는데 삼과 대추의 맛이 중심이 되어버렸다.


안에 들어간 밤은 물컹거리는 질감이 많이 거슬리는데 차라리 water chestnut을 넣었더라면 아삭거리는 질감이 닭의 부드러운 질감과 대조를 보여 좋았을 것이다. 끝으로 반찬은 역시 습관적으로 내놓아서 그런지 음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그나마 버섯이나 김치가 신맛이 있으니 닭백숙과는 잘 어울리지만 나머지 반찬은 질감도 맛도 닭백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럴바에는 그냥 안 내는 것이 더 좋은데,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오픈 초창기때 셰프와 지금 셰프는 물론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평소 마루에서 한식을 먹는 사람들이 어떤 불만을 제기했을지 굳이 직접 듣지 않아도 대략 알고 있다. 당연히 나는 이 닭백숙이 그 결과물이라 생각하는데, 만약 셰프가 직접 의도해서 이렇게 만든 것이라면? 더 이상 마루에서 한식을 사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여기뿐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다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더욱 뜨거운데, 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이날 아니면 못 먹는 음식도 아닌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는 삼계탕이나 닭백숙을 복날이니까 "보양"을 해야 하므로 몇십분에서 몇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서 사먹고 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영계"가 어떻고 "토종"닭이 어떻고 하면서 말이다.

2018. 8. 8.


2018년을 맞이하여 세 번째 행사를 진행중인 월드 오브 빙수도 이제 일곱 가지 모든 메뉴가 다 나왔다. 올해에는 2주일 간격으로 새 메뉴를 선보였는데, 매번 새로 나오는 월요일에 곧바로 달려가 먹어본 이유는 크게 두가지 때문이다.

첫째, 재료의 일관성 문제인데 한국은 거의 모든 식재료가 맛에 초점을 두고 생산된다고 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상황이다. 대체로 생산 편의성과 유통 편의성에 초점을 두기에 재료가 일정 수준 일관한 품질을 보여주지 못한다. 특히 과일은 그 상황이 더욱 심한데 수입을 하든 국내에서 생산을 하든 상관없이 같은 메뉴라도 그날 들어온 과일 상태에 따라서 맛의 편차가 너무 큰 편이다. 그러니 아예 첫날에 방문하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맛의 변화인데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디저트는 단맛 중심인데 한국에서는 그 단맛을 너무 싫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은 갈수록 단맛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디저트는 갈수록 달지 않게 만들고 있다. 비록 빙수는 그 편차가 좀 덜하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런 변화가 그렇게 달갑지 않기에 첫날에 방문하는 것이다.


아무튼 네 가지 빙수는 어떻게 나왔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BUBBLE BATH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George V Paris


파리의 영감을 받아서 그런 것인지 일곱가지 빙수 중 가장 예쁘게 나왔던 빙수이다. 문제는 자몽인데, 아무래도 자몽 특유의 쓴맛이 한국인들에게는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과일을 그대로 올리다보니 질감 차원에서도 살짝 거슬리는 측면이 있다. 우유 빙수야 한국 우유 특성상 홀스타인 종을 쓰다보니 유지방의 고소함이 그렇게 받쳐주는 편은 아니다. 반면 슈크림은 신맛이 아주 좋은데 만약 단맛이 좀 더 받쳐줬다면 모양만큼 맛의 차원에서 가장 완벽한 빙수였다고 생각한다. 빙수에 올려놓아서 그런것인지 슈는 얼어서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몇 번 이야기 했지만 개선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HIGH TEA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London at Park Lane


밀크 티의 향과 맛이 인상적인데 단맛과 신맛의 균형도 잘 맞았고, 밀크 티 젤리의 약간 탱글한 질감이 재미 있었다. 오렌지도 첫날에는 단맛과 신맛이 좋았는데 특히 질감도 꽤 부드러웠었다. 헤이즐넛이 크런치한 질감이 대조를 이루면서 맛과 질감, 향 모두 완벽하다라고 할 정도로 좋았기에 대중적으로 큰 거부감 없이 인기가 많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인기가 꽤 좋았다고 한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재료의 품질이 일관성을 갖지 못한 현실 때문에 다시 사먹었을 때에는 오렌지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아쉬웠었다.










CAFÉ HAI

Inspired by Four Seasons Resort Nam Hai, Hoi An


처음에 새로 나올 2018년 월드 오브 빙수 이야기를 들었을때 가장 궁금했었던 빙수가 이 빙수였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솜사탕이 올라가는 디저트가 유행을 하고 있었기에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빙수를 선보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의도는 충분히 이해 되나 결과물은 다소 끔찍하다고 할까? 무척 아쉬웠었던 빙수이다.

처음에는 사진처럼 솜사탕이 올려져 있는데 이 솜사탕이 단맛을 보여주는 가운데, 부어지는 에스프레소와 함께 커피가 가득한 빙수여서 앞서 선보인 하이 티와 함께 가장 고전적인 디저트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디저트와 커피 또는 디저트와 홍차는 항상 짝지어 다니지 않는가? (물론 한국에서는 그 조합이 잘 어울리지는 못하는데 디저트를 잘 만들면 커피를 제대로 못 내거나, 커피를 제대로 내면 디저트가 엉망인 경우가 많고, 아니 둘 다 잘 못 내는 경우가 더 많다. 홍차도 마찬가지) 그런 차원에서 가장 기대했었는데, 문제는 다음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결과물이 다소 먹기 꺼려질 정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런 빙수를 먹고싶겠는가? 뜨거운 커피가 부어지니 빙수가 녹으면서 처음에 보이는 모습은 흉측스럽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끔찍했었다. 게다가 단맛이 다소 부족하다 보니 커피의 신맛이 좀 더 지배적이어서 맛의 균형 차원에서도 어울리지 않았다. 다만 곁들여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꽤 향과 맛이 좋았다. 결국 빙수를 시켜서 몇 숟갈 뜨다가 그냥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다 먹고 나왔었다.










COCO N' BANANA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Johannesburg


그리고 마지막 월드 오브 빙수는 바나나와 초콜릿 조합이었는데 이는 고전적인 조합이니 실패할 확률은 매우 적다. 바나나의 질감이 아주 조금 아쉬웠지만 카라멜 시럽에 졸여 맛과 향을 잘 살렸고, 바삭한 크럼블과 크루통에 대조되는 부드러움이 흥미로운 가운데, 단맛이 강렬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 물론 한국인 기준 - 인상적이다. 신맛의 부재는 올려진 아이스크림이 채워주는데 처음에 호텔 직원이 내 의견을 물었을 때 아이스크림만 놓고 본다면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으니 아쉬울 수 있겠지만, 빙수 맛 차원에서는 오히려 신맛이 균형을 잘 잡아주기에 굳이 아이스크림까지 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물론 조금 더 신맛이 강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대중들의 입맛, 취향 - 나는 내 취향을 기준으로 평을 하지 않는다. - 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가장 고전적인 조합이니 이 빙수도 인기가 많을 것이다.


이제 올해 준비한 월드 오브 빙수는 모두 나왔다. 2주가 지나면 그 다음부터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세 가지 월드 오브 빙수를 다시 2주 간격으로 선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방송에도 나왔던 칠라토 빙수는 계속해서 주문 가능하다고 들었다.


앞서 세 가지 월드 오브 빙수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더 이상 월드 오브 빙수라는 이름 아래 호텔에서 갖가지 빙수를 굳이 만들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맛의 차원에서 몇 숟갈 뜨다보면 그 차가움에 더 이상 맛을 느끼기도 어렵고, 빙수도 디저트이니 질감을 생각한다면 부드러움이 생명일텐데 그 차가운 온도 때문에 올려진 재료들이 얼어버리면서 딱딱하거나 얼음이 녹으면서 수분과 만나 녹아버려 흐물거리거나 끈적이는 질감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빙수를 선보이겠다면 차라리 양을 줄여서 몇 숟갈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내놓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는데, 질보다 양이 우선인 현실에서 - 가성비란 표현도 결국 가격 대비 양이 얼마만큼이냐로 귀결되지 않는가, 한국에서는 신기하게도 음식값 = 재료비로 수렴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기 자신의 인건비는 소중하지만 남의 인건비는 생각도 안 하는 경우 역시 많은 편이다. - 그렇게 내놓는다면 오히려 더 인기가 없을테니 호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이와 관련해서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 때문에 대기가 두 시간 걸린 경우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어서 놀란적이 있다.)


올해 6월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뀌었는데, 그 역시 외국 국적이다. 새로 바뀐 셰프도 아마 빙수라는 것이 생소할텐데, 내년에도 만약 월드 오브 빙수를 한다면 어떤 빙수를 선보일지 한편으로 궁금하다. 첫번째 월드 오브 빙수는 비록 몇 가지는 당시 찰스 H. 바의 헤드 바텐더 덕분에 알콜이 첨가되며 맛이 아예 달라지는 재미있는 모습을 선보였던 것이 인상적이었고 - 반면에 대부분의 빙수는 당시 각 다이닝 셰프들의 아이디어로 만들다보니 대부분 대중들에게 외면 받기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외국인 셰프들은 빙수가 생소한데다가 당시에는 대부분의 빙수에 유료로 추가해서 알콜 시럽을 넣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은 맛의 차이가 상당했다. 한국적 정서에서는 이것을 당연히 무료로 제공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 작년에는 무난하게 접근을 했었다면 올해에는 전 페이스트리 셰프가 떠나기 전 디저트의 핵심을 제대로 보여줬다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재료가 제대로 뒷받침만 해줬더라도 아주 훌륭한 빙수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