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3. 1. 31.


반년만에 다시 찾은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갤러리 라운지는 국내 호텔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직원 수의 부족이었다. 오픈 초창기에야 대부분의 호텔들은 많은 직원들이 곳곳에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유야 이제는 뻔히 알지만 그게 그렇게 반가운 일은 당연히 아니다.

그런 가운데 커피와 음식은 반년 전에 비해 조금 나아졌었다. 비록 뻔한, "딸기" 를 주제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몽블랑의 경우 또렷한 단맛과 다소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느껴지는 신맛의 조화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타르트와 에클레어는 몽블랑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년 전과 분명 결이 다름이 느껴져서 문의하니 새로 프랑스 출신의 셰프가 부임했다고 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런 변화가 그냥 느껴질리가 없지.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 든다. 몽블랑의 경우 안에 든 머랭은 퍼석거린다고 할까? 그 미묘한 질감에 살짝 불안감을 느꼈었는데, 타르트에 이어 에클레어까지 먹고 나니  그 불안감은 역시나 실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타르트의 경우 부드러우면서 입안에서 가볍게 부숴지는 질감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한편으로 퍼석거리는 것이 단순히 flaky 하다기 보다는 메마름이 느껴졌었는데 에클레어에서 확실히 그게 더 강하게 느껴졌었다. 다소 의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픈 시간에 맞춰 먹었으니 그랬을테고 오후에 먹었으면 어디선가 수분이 더해져서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이러면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한 번 더 먹어보면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정도로 또 괜찮았던 것은 아니었다. 국산 딸기의 그 흐릿한 단맛과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신맛, 그리고 그 물컹거리는 질감은 타르트와 너무 따로 노는데다 전체적으로 맛과 향이 밋밋해서 달지도 않은 타르트를 또 한 번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에클레어도 마찬가지, 뻑뻑한 - 그렇다고 해서 국내 많은 에클레어들의 그 뻑뻑함 정도는 아니었다. - 크림을 또 다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는 느낌이라면 너무 주관적인 접근일까?


커피의 경우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었는데, 지금까지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갤러리 라운지에서 마셨던 카푸치노 중 가장 괜찮았었다. 이 역시 문의 하니 얼마 전에 원두가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테라로사에서 원두를 공급 받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최소한 어떻게든 먹을만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보인다. 그게 자체적이든 외부요인이든 하여간 부딪힘도 있다는 것이 같이 느껴지지만, 제주도에서 소위 말하는 "특급 호텔" 중에서는 이 정도 수준을 만나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로비 전체에 흐르는 음악들이다. 이번에는 운 좋게 메탈리카 노래는 들리지 않았지만 Bon Jovi의 Wanted Dead or Alive 나 Queen 의 Bohemian Rhapsody, 그러다가 갑자기 힙합 음악 - 제목이 얼른 기억나지 않는데 8, 90년대 유명했었던 - 돼 하나 흘러 나왔는데 호텔 1층의 공간을 이렇게 꾸며놓고 그런 노래들을 아무렇지 않게 틀어놓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직원들이 그만 두는 이유에는 이런 것들도 일부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호텔 산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접근하는 기업체가 과연 몇 곳이나 있을까?

2023. 1. 11.


시계는 전혀 관심 없고, 손목은 허전하니 언제부터인가 찾게 된 것이 팔찌인데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만 구입한다. 아주 가끔 알렉산더 맥퀸 팔찌를 구입할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가끔 있는 일이다. 여러 브랜드 제품들을 다양한 라인까지 몇 년째 꾸준히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은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렇다.





이제 직구의 가장 큰 매력적인 요소였었던 가격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되었다. 가장 최근에 한글 홈페이지를 지원하게 된 미스터 포터는 그나마 배송비 무료 정책이 경쟁력이 있지만 다른 직구 사이트들과 달리 제품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팔찌 가죽 색상은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닌데 단지 금색이 눈에 띈다는 것 하나만으로 구입하였다. 

더 이상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색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각 직구 사이트마다 저장해 놓은 제품들은 많은데, 최근에는 선뜻 결제창을 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여행도, 파인 다이닝 방문도, 패션 관련 제품 구입도 이제는 그저 흥미롭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2023. 1. 9.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자마자 비록 한시적이지만 - 일주일동안 판매한다고 하니 아마 이 글이 올라올 시점에선 판매가 종료되었을 것이다. - 고전적인 메뉴가 하나 등장했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가 문을 연지 8년째 되는데, 그동안 셰프가 두 번이나 바뀌었고 바뀔때마다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가 등장했었다. 쇼케이스 안 어딘가에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초창기에는 그리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인기가 있는 것은 딸기 아니면 망고 쇼트 케이크 정도, 밀푀유도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었다. 

다들 빵 전문가니 디저트 전문가니 내세우지만 사실 많이 먹어봤다 수준에서 품평이 이뤄지지 뭘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평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기껏 비교한다는 것이 프랑스 어디를 갔었는데인데 그런 수준에서 꾸준하게 이런 메뉴들을 내놓는 것만으로 언제까지 박수를 쳐야 할까?

아무튼 셰프가 바뀔때마다 이런 메뉴들이 주를 이루는 것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전적인 메뉴들 일부는 항상 쇼케이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셰프가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고싶을 때 사용할 재료부터 해서 도구까지 한국의 식품관련 법안들은 좋게 말하면 한국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세심한 기준들로 가득차서 당장 무언가를 내놓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갈레트 데 루아를 주문했을 때 왕관은 따로 제공한다. 왕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fève 까지 같이 감안해서 생각을 해보면 다분히 의도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법률상 식품에 올릴 수는 없으니 궁여지책인데 이럴거라면 차라리 안 내는 것이 맞겠지만 어디 이 음식이 의도가 뻔한데 그럴 수는 있을까?






사실 반가웠던 메뉴는 윈터 큐브이다. 드디어 셰프만의 새 메뉴 등장, 과연 어떤 맛의 세계를 느끼게 해줄까? 지난 글까지 꾸준히 이야기 했었지만 새로 온 셰프는 향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맛을 설계하는데, 그동안 향신료에 기대었다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부드럽게 갈라지는 무스 - 이걸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 메뉴들은 대부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질감이 다소 뻑뻑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나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피드백을 통한 보정이라 생각한다. - 를 입안에 넣으면 향을 통해 청량감과 함께 느껴지는 것은 "겨울" 이다.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아니라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감각의 겨울? 이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꽤 복잡한데 단어만 선택하자면 "겨울", 색상을 보면 언뜻 겨울왕국의 "엘사" 가 생각나는데 그것과 일맥상통하려나?

향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꽤나 복잡하게 느껴져서 혹시 다른 여러 향신료가 들어갔는지 문의까지 했었는데, 그렇게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하나를 더 먹으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남아있던 윈터 큐브는 매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아쉬움과 셰프의 일본에서의 활동을 생각해보면 윈터 큐브 모양새는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해서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물론 그 시간이 일부라도 일년 가까이 걸렸다는 것이 여전히 불만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