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4. 27.


"식재료 본연의 맛을 비밀스럽게 완성한 건강 광동식 중식의 제안, 홍연 홍연은 가볍고 조화로운 (Light, Well-balanced) 광동식 요리를 우아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중식입니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 서울판에서 홍연에 대해 “중국 요리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라는 평을 했을 정도로 홍연은 기존 중국 요리의 틀을 깨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홍연은 맛과 더불어 가볍고 영양이 조화를 이룬, 몸에 좋은 요리를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식재료는 해산물, 두부, 야채 요리를 중심으로 하여 시간과 품이 더 걸리더라도 건강을 위해 공을 들여 요리합니다."

홈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 그래서 그렇게 싱거웠나? 물론 싱겁다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에 좋은 요리? 파인 다이닝인데 몸에 좋은 요리를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거기에 광동식 요리? 정말 광동식 요리를 하는가?










첫 방문이었는데 들어섰을 때 분위기는 좋았었다. 흡사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 더 차이나 하우스에 들어선 기분이었는데, 흘러 나오는 음악과 직원들의 유니폼도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Oolong

메뉴판에 따로 차가 몇 가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롱차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때까지는 조금이라도 음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혼자 간 것이 아니어서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보았는데, 한국식 중식 요리도 있지만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전적인 메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대는 이것이 나오자마자 깨져버렸다. 목이 버섯에 다진 마늘을 얼마나 넣었는지 마늘맛이 지배적인데 심지어 은은한 단맛도 아닌 아린 맛이 지배적이다. 몇 점 집어먹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어서 그 이후로 먹지 않았다. 피클류들도 신맛이 너무 강한데, 그 신맛도 기분 좋은 신맛이 아니라 흡사 빙초산을 먹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호텔 다이닝인데 싸구려 빙초산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고싶다.) 거기에 단맛도 생각보다 강하다. 한국에서 중식은 '느끼하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맛의 균형 차원에서 신맛을 강하게 했을 것이라 믿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기엔 속된 말로 너무 싼티가 났었다.






Caviar Xiaolongbao

저녁에도 딤섬 주문이 가능하다 해서 몇 가지 주문했었는데, 일단 소롱포는 포시즌스 호텔 홍콩 룽킹힌에 이어서 어이없는 수준이었다. 아무리 찢어도 소위 말하는 육즙이란 것은 개미 눈물 수준이었고, 돼지고기 특유의 단맛과 함께 지방의 고소함이나 캐비아의 짠맛이란 것은 너무 미미했었다. 바닥에 붙지 말라고 당근을 놓고 그 위에 소롱포를 올려놨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는줄 알고 먹었다가 입안에서 이상한 것이 씹혀 뱉어내니 당근이었다.  

맛 설계는 이해된다. 한국에서 특히 호텔 파인 다이닝의 주요 고객층을 생각하면 몸에 아주 좋고 담백하다 못해 아무 맛도 안나야 하니까 말이다. - 그걸 또 사람들은 담백하다, 재료 본연의 맛이 아주 좋다고 평하겠지만 -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처음부터 이곳 역시 조리 실력이 썩 좋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Crispy Baked BBQ Dim Sum

나온 상태만 봐도 먹고싶지 않은 모양새인데 아니나 다를까 덜 구워져서 크리스피는 온데간데 없고, 질척거리는 질감에 차슈는 맛이 그리 달지도 짜지도 않았었다. 문득 레스케이프 팔레 드 신 첫 방문이 생각났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곳도 이곳 홍연 출신 셰프가 헤드 셰프였었다. 심지어 당시 총지배인이 신세계 F & B 디렉터이기도 하고, 하여간 이제는 한국에서 너무 익숙한 일이라 더 이상 화가 나지는 않지만 이런 수준의 딤섬을 내놓기가 속된 말로 쪽팔리지 않나 보다. 나름 세계 곳곳에 있는 파인 다이닝들을 다니면서 잘 만든 음식들 많이 먹었다는 사람들이 총괄 위치에 있는데 왜 그곳에서 만든 결과물들은 하나같이 이 모양일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사진 정리를 하던 중에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데, 하여간 이것 말고 모렐 버섯 관탕교라는 요리도 주문 했었는데, 이건 쥬에의 관탕교가 생각났었다. 덤플링을 가르니 이상한 단맛이 나면서 마늘 다진 것 특유의 아린 맛이 나는 그 관탕교 말이다. 이상한 식감의 덤플링도 그렇고, 그러고보니 거기도 이곳 홍연 출신 셰프가 헤드 셰프였었다. 이제서야 왜 그 두 곳의 요리들이 이상했었는지 이해가 된다.






Sautéed Scallops with XO Sauce








Sautéed Beef with Black Pepper Sauce

소테를 했다는 이 두 요리는 사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메뉴들인데, 난 그냥 전분을 넣고 끓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XO 소스와 달리 한국에서 XO 소스는 종류가 다른 것일까? 하여간 이상한 맛의 관자 요리는 그냥 한 점만 먹어보고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흑후추 소스 쇠고기도 마찬가지인데 흑후추는 안 보이고 신기하게도 마늘 다진 것의 아린 맛, - 그러고보니 이것도 쥬에와 똑같다. - 질겅거리는 채소도 그렇고 이것도 좀 웃긴 요리였었다.

사실 중식뿐만 아니라 양식도 그렇고 대체로 한국에서 조리 실력은 매우 낮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게 왜 그런지 그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 있어서 먹을 수준만 된다면 그것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데 이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소테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못하는대로 그냥 내놓았다면 그런대로 이해를 하겠는데, 그걸 감추기 위해 눈속임을 했다고 난 해석한다. 마치 양식에서 아뮤즈 부쉬로 화려하게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Fried Pork with Sweet and Sour Sauce

광동 요리 중 비슷한 요리가 있지만 그냥 탕수육은 탕수육이다. 다만 여기서도 고질적인 문제가 몇 가지 보였는데, 그 중 일단 염지가 거의 안되어 있어서 싱거웠던 튀김이나 소스도 단맛이 좀 더 강했고, 아주 쫄깃 쫄깃한 튀김 옷 같은 것 말이다. 한국식 중식 요리이니 그것만의 특징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일까?






추가 주문 할 때 광동 요리처럼 해달라 요청 하였지만 나온 것은 그냥 소스를 부은 뒤 잘 섞어서 내온 상태였었다. 조리 실력을 엿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고 단순하게 광동식으로도 먹고 싶어서 요청한 것이지만 소테든 웍 프라이든 그걸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낸 것인데, 앞서 말했던 눈속임이 싫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말한 것이다.






Chop Suey over Fried Noodles

쥬에와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튀겼다고 메뉴명에는 표기되어 있지만 튀겼다고 보기엔 면의 질감이 눅눅하고 질긴 것이 그냥 소스로 뒤덮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속임, 사실 하나 하나 다 이야기 했어야 하지만 나 혼자 간 것은 아니기에 별 다른 말은 안 했었고, 아마 자의로 혼자 스스로 갈 일은 더 이상 없기에 앞으로도 이야기 할 일은 없겠지만 이런 식의 장사는 한국 최고의 호텔 중 하나라는 곳에서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Chilled Cheonhyehyang Mango with Sago

오늘 들어온 천혜향 상태가 좋지 못해서 혹시 자몽을 대신 넣어도 괜찮겠냐고 하길래 그럼 그렇게 달라고 했었다. 맛을 평하기 이전에 난 이게 좀 슬펐던 것이 포멜로 수입이야 원활하지 못하니 그렇다 쳐도 국산 천혜향의 품질 상태가 일정치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미식이란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앞으로 신세계 계열에서 하는 모든 음식과 관련된 것에는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기로 했다. 교묘한 눈속임도 사실 모른척 속아 넘어갈 수 있는데, 그것도 일정 수준 이상이 전제된 상태에서의 이야기이지 이렇게 조리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그걸 교묘하게 가리는 것은 예전이야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통하지 않아야 한다. 다들 해외에서의 경험이 일정 수준 있지 않은가? 물론 경험이 곧 지식은 아니기에 먹는 사람이 모를 수도 있다. 그걸 교묘하게 눈속임하며 화려한 언사로 현혹하는 사람들이 문제인데 거기에 다들 열광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무튼 모임 때문에 몇 번 더 갈 것 같은데, 철저하게 한국식 중식 요리를 - 탕수육이나 짜장면 같은 것들 - 중심으로 주문해야겠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할인 카드가 있으니 호텔 음식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 딱 그 정도 선에서 먹으면 그런대로 괜찮지 않을까싶다.

2020. 4. 21.


지난 2월에 메뉴가 바뀌어서 새로운 계절인 여름에 새 메뉴가 나올거라 생각했었는데, 4월에 일부 메뉴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포시즌스 호텔 서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메뉴가 지난번처럼 대대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고 일부 몇 가지만 바뀌거나 좀 더 추가되었다. 새 메뉴들은 역시 봄이란 계절을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는데, 다만 기존 봄 메뉴들과는 결이 다른 방향이어서 시즌 코스 메뉴는 크게 변화가 없었기에 단품으로 주문했었다.







Burrata, crema di piselli, asparagi bianchi, prosciutto di Parma croccante

Burrata, sweet peas cream, white asparagus, Parma ham chips


부드러운 부라타 치즈와 대조되는 바삭거리는 파르마 햄 칩스, 촉촉하게 대지를 적셔주는 빗방울처럼 리듬감을 넣는 아삭한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이것들을 하나로 안아주는 완두콩 크림의 상쾌한 단맛이 절로 상쾌한 봄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살짝 뿌린 흑후추의 spicy 한 것이 향을 한 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데, 여기에 짝이 잘 맞는 와인과 함께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살짝 earthy 한 느낌이 좀 더 들었어도 나쁘지 않았으리라.


코로나 19 때문에 전 세계가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봄은 오나보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나온 것을 보면 말이다. 단순히 봄이니까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아니라 이 재료를 통해서 봄을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음식처럼 희망찬 봄이 오면 좋겠다.



당분간 보칼리노를 가게된다면 첫 시작은 항상 이 요리로 하고싶다. 향과 질감, 맛과 향 모두 잘 살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여서 곧 있을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프로모션도 기대 된다.














Zuppa di carote e tartare di gamberi rosa

Carrot soup, spring vegetables, prawn tatare, basil oil


은은한 당근 수프의 단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새우의 단맛이 정말 잘 어울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프 온도 때문에 조금씩 달라지는 새우 질감의 변화와 부드럽게 씹히는 새우 질감과 함께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들의 질감도 무척 재미있다. 거기에 살짝 가미된 바질 향이 봄 입맛을 돋운다. 






Raviolo di ricotta e spinaci, burro emulsionato e ragu' di verdure

Ravioli, ricotta and spinach, vegetables ragout


라비올리의 씹히는 질감이 무척 좋은데 거기에 아삭거리는 채소들까지 그동안 늘 아쉬웠었던 채소들의 익힘 상태가 이번 방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어서 좋았었다. 

사실 이 요리는 맛만 놓고 보면 조금 단순한 편이다. 적당히 고소하고, 씹히는 질감이나 은은한 채소들의 향이 나쁜 것은 아닌데 무언가 하나 빠진듯한 느낌이 든다. 그 아쉬움은 짝을 맞춘 와인이 정확하게 채워주고 있다.

여기에 흐름이 잘 맞는 메인 요리를 하나 더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여기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현재 준비된 메인 메뉴들이 - 물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 이 봄 향연들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든다. 양고기라면 어느 정도 흐름을 끌고 가겠지만 다소 무겁게 느껴졌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준비된 요리와 디저트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코스 구성으로 놓고 보기엔 결이 다르다는 의미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2020. 4. 19.


한국에서 딤섬은 어떤 존재일까? 하가우와 시우마이는 워낙 유명하지만 그 외의 다른 딤섬들은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일까?

유 유안은 오픈 초창기에 비하면 현재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딤섬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나는 그것이 아쉬웠었다. 물론 해외와 비교하자면 재료 수급 문제부터 동일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늘 감안하지만 하가우와 같은 새우 딤섬, 즉 익숙한 딤섬 위주로 사람들이 찾는 것이 항상 아쉽다. 그런데, 이번 메뉴 개편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딤섬 메뉴들이 새로 생겼다.






Pork dumplings in chili oil and black vinegar


드디어 이 딤섬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니! 이미 르 쉬느아에서도 만났었고 심지어 최근에 다녀온 팀호완에서도 만났었지만 맛의 균형이 가장 좋은 곳은 유 유안이다. 메뉴명에서 알 수 있듯이 신맛과 매운 맛 위주이긴 하지만 난 이 딤섬 맛의 핵심은 돼지 고기의 단맛이 얼마만큼 여운을 갖고 있느냐라 생각한다. 

매년 싱가포르를 가니 거기서 자주 만나는데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 지앙난춘은 그런 맛의 균형이 아주 좋지만 그 외 다른 레스토랑들은 조금씩 한쪽으로 치우쳐서 아쉬웠었다. 그럼 유 유안은 어떠할까? 유 유안도 마찬가지로 맛의 균형이 아주 좋다. 처음에 새콤한 흑식초의 맛이 느껴지지만 딤섬을 입 안에 넣어 씹으면 느껴지는 돼지 고기 단맛 여운이 신맛과 잘 어우러진다. - 내 취향을 생각하면 좀 더 매콤해도 괜찮겠지만 - 그러면서 살짝 매운 맛이 한 층 더해져 굉장히 즐겁게 먹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돼지 고기만을 넣어서 질감이 매우 부드럽지만 조금 지루하다. 대조되는 질감을 가진 다른 재료를 넣어서 리듬감을 더한다면 어떠할까? 이왕이면 고수잎을 넣어서 향까지 한 층 더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Steamed pork balls with cordyceps in black pepper sauce


유 유안에서 몇 번 완자가 나오긴 했었는데 그동안 반응은 좋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어떠할까? 앞서 딤섬과 같은 돼지 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하지만 질감은 사뭇 다르다. 부드러운 가운데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질감, 오도독 씹히는 목이 버섯, 살짝 다른 결의 오도독함이 느껴지는 동충하초까지 질감 차원에서부터 재미있는 딤섬이다. 거기에 흑후추 소스의 spicy와 단맛의 여운이 돼지 고기 단맛과 어우러진다.






Abalone and chicken tartlet

유 유안 오픈 초창기 딤섬들을 생각하면 찐 딤섬들은 피가 탱글탱글하게 잘 만들어져서 좋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늘 퍼진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반면 예나 지금이나 굽거나 튀긴 딤섬들의 질감은 일정 수준을 유지해서 좋은데, 이 타르트도 마찬가지이다. 입안에 넣어 씹었을 때 잘게 부숴지는 타르트의 질감이 아주 좋다. 거기에 고소함과 더불어 소스의 단맛과 짠맛의 균형이 아주 좋은데, 전복과 닭고기의 씹히는 질감도 흥겹다. 평일에는 세 개 기준으로 판매하지만 주말 딤섬 브런치에는 낱개로 주문 가능하다.


대중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새로 나온 메뉴들이 조금 의외이긴 하지만 나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딤섬들이 계속 나오기를 원한다. 다음 메뉴 개편 때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부지런히 먹으러 가야겠다.

2020. 4. 15.


이 곳을 다녀온 뒤 과연 국내에서 파인 다이닝을 다닐 필요가 있을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분명 어딘가에는 제대로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을텐데 내가 못 찾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 곳은 따로 리뷰 글을 올리고싶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최악의 경험이었다. 따로 글 쓸 필요 없이 나는 이 동영상 하나만으로 이곳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1. 개념 부재

"Welcome to L'Impression Respecting ingredients from local terroir and the heritage of Korean gastronomy, we apply our genuine understanding of aging and fermentation to offer you a unique contemporary cuisine. By sharing our philosophy, inspiration and passion through our creations, we hope to provide you with a memorable dining experience. 

이 땅에서 자란 식자재를 활용하여, 숙성과 발효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한국 본연의 요리법을 접목한 컨템포러리 퀴진을 선보입니다. 임프레션의 철학과 영감, 그리고 열정이 녹아 든 최고의 식사를 통해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숙성과 발효는 한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깊은 이해를 했다면 맛이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다. 숙성과 발효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한국 본연의 요리법?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정리된 한국 본연의 요리법이 현재 존재하고 있을까? 있다면 임프레션의 요리들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술 지게미 등을 넣어서 발효시켜 만든 빵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일단 제대로 구운 빵이 아니었지만 그것을 떠나서 술 지게미를 넣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빵의 전체적인 맛은 시큼거리면서 끝맛이 달았다. 그것도 여운이 꽤 긴데다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 그래서, 코스 메뉴에서 묵묵히 자리를 차지해야 할 빵은 요리의 모든 맛을 뒤덮어 버린다. 분명 어떤 요리를 먹었는데 빵이 압도해버리는, 그래서 심지어 짝을 맞춘 와인 - 와인의 짝도 대부분 맞지 않았다. - 마저 압도해버리는 바람에 더욱 불쾌감을 남긴다. 심지어 이 빵은 한 번 먹고 나니 아직 코스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버가 그냥 치워버린다. 물어보니 따로 요청 하면 계속 빵을 제공하지만 요청이 없으면 치우는 것이 업장의 방침이란다. 그러면서 필요한지 묻길래 괜찮다고 하였다. 굳이 다시 먹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들었다는 새우젓갈과 피클류도 마찬가지이다. 감칠맛과 신맛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약한 대신 앞서 빵과 마찬가지로 불쾌한 여운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식의 쌈과 같이 먹으라고 나온 코스에서 맛의 균형을 전혀 잡아주지 못한채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계절별로 메뉴가 바뀐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봄을 맞이해서 최근에 메뉴가 바뀌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먹는 사람 입장에선 봄을 맛으로 표현했을 것이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디에서도 봄이라는 계절을 느끼지 못했다. 설마 봄을 대표하는 식재료를 사용했으니 봄을 표현했다라고 하는 것일까? 그런 것은 파인 다이닝의 영역이 아니다. 


임프레션에서는 숙성과 발효를 통해 어떤 맛의 세계를 보여주려고 했을까?



2. 조리 문제


아뮤즈 부쉬는 꽤 화려하게 나온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흔히 세계 삼대 진미라는 캐비아와 푸아그라, 트러플이 모두 등장한다. 플레이팅도 꽤 그럴싸하다. 그렇지만 삼대 진미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아무런 맛이 없었다. 왜 삼대 진미라고 부를까? 재료 자체가 폭발적인 맛을 갖고 있어서 모든 것을 압도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다 그런 압도적인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트러플은 향이 없었고, 캐비아는 감칠맛이 미약했으며 - 국산 캐비아의 한계 - 푸아그라는 지방의 고소함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미리 준비를 해놓을 수 있는 아뮤즈 부쉬는 그럴싸하게 등장한다. 맛이 어떻든 시각적으로 좋은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Dry - aged duck, savoy cabbage, red radish

그러나 코스가 진행될수록 아뮤즈 부쉬의 화려함은 - 맛은 둘째치고 - 온데간데 없고 점점 나쁜 방향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처음 이 오리를 받았을 때 다시 되돌려 보낼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아마 이 오리만 문제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스가 진행될수록 점점 나쁜 방향으로 조리 상태를 보여줬기에 되돌려 보내봤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먹었는데, 당연히 제대로 구워지지 않은 오리인데다 맛도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다 먹지 않고 남겼었다. 보통 이렇게 되돌려 보내면 업장측에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어떤 행동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물론 그러기 전에 사전에 이런 상태의 오리는 먹는 사람에게보내기 전에 차단했어야 한다.






중간에 빵이 나올 때 함께 보여줬던 이 버터는 보기에는 즐거울지 몰라도 사실 음식을 즐기는데 별다른 의미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버터가 맛이 좋았냐면 발효를 시켰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결과물은 썩 좋지 못했다.

난 무엇보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비단 임프레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파인 다이닝을 보면 아뮤즈 부쉬는 꽤 공들여 만드는 반면 코스가 진행될수록 조리 실력부터 의심스러운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임프레션은 주방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보고싶지 않아도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버터가 한 번 나갈 때마다 주방 인력 중 한 명이 도중에 하던 일을 멈추고 저 버터를 보기 좋게 모양을 다시 잡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버터가 나올 때 먹는 사람 입장에선 보기 좋아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냥 처음부터 주방에서 버터를 예쁘게 담아내와도 먹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온전히 요리를 조리하는데 투입되어야 할 인력이 큰 의미가 없는 버터 모양을 다시 잡는데 투입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음식의 조리 상태는 썩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물론 그 인력이 조리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고 해서 결과물이 좋았을지는 모르겠다.





Livarot cheese, asparagus, spring greens tartelette

열린 주방이라 계속 들을 수 밖에 없었는데, 셰프가 명령을 내리면 "Oui" 라고 대답을 한다. 어찌되었든 기본적으로 임프레션은 프렌치 레스토랑임을 내세우는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치즈를 이런식으로 내놓을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조리 상태는? 



3. 맛의 부재


요즘 프렌치 요리가 점점 가벼워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바탕에는 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깔려 있다. 임프레션에서는 그런 밑바탕을 만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그런 맛의 세계를 보여주면 대체로 짜다, 느끼하다라는 반응이 많다보니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인지 물어보니 임프레션은 처음부터 그렇게 맛을 냈다고 한다.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맛들이 희미하다 보니 음식들은 대체로 맛이 없었다. 코스의 첫 시작인 두릅과 봄나물들은 간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발효랍시고 한국의 장을 버무려 내놓다 보니 나물의 쓴맛들만 강하게 느껴지는데다 심지어 셋 다 맛이 비슷해서 굳이 세 가지 종류의 나물을 내놓을 필요성을 못 느꼈었다. 랍스타도 마찬가지로 특유의 단맛과 함께 진한 감칠맛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게다가 향들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인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맛 (flavour) 의 세계는 0에 가까운 입체적이지 않고 매우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 가운데 단맛이 강하면서 시큼거리는 빵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요리들의 맛을 눌러 버리니, 가뜩이나 짝이 안 맞아 마시는 내내 불편했었던 와인들은 빵들과 오히려 충돌을 일으켜 더욱 불편함을 남겼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조리 실력이나 개념의 부재를 생각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까지 한국에서 프렌치 요리의 인식은 짜고 느끼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디저트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저트를 말하기 전에 소위 메인격이라 할 수 있는 육류로 넘어가기 전에 나온 이 셔벗은 놀랍게도 단맛이 매우 강해 - 그만큼 신맛도 탄탄해서 그게 더 놀라웠었다. - 나는 여기서 식사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디저트들은 더욱 놀랍게도 단맛이 아닌 묘한 맛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Black pepper ice cream, toffee pudding, smoked banana

단맛 중심이어야 할 디저트는 오히려 쓴맛 중심이었다. 희미한 단맛 뒤에 남는 불쾌한 여운의 쓴맛때문에 가뜩이나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던 코스는 마무리마저 썩 좋지 못했었다. 분명 아이스크림만 떠먹었을 때에는 그래도 단맛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는데, 바나나와 토피 푸딩까지 모두 함께 먹었을 때에 느껴지는 이 불쾌함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에스프레소 싱글은 아메리카노처럼 묽었었고, 마카롱은 너무 푸석거리는 질감때문에 또 한번 놀랬었다. 차라리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쫄깃함이었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웃어 넘겼을텐데 그런 쫄깃함이 아닌 푸석거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4. 서비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서비스이다. 다른 것들을 말 할 필요 없이 내가 방문했을 때 테이블 상태를 보자. 나는 원래 이 테이블들은 처음부터 손님을 받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나갈 때 챙겨준 것은 끝까지 오묘한 맛의 세계를 보여줬었다. 고소함과는 거리가 아주 먼 태운듯한 쓴맛때문에 결국 버려야했었다.


임프레션은 이름 그대로 나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줬었다. 그 깊은 감명이 좋은쪽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그냥 그날 하루 참 맛없는 음식 먹었네 하고 끝났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기억속에 남겠지만 애써 그 기억들을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임프레션이 한국에서 어떤 컨템포러리 퀴진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임프레션은 이쪽 세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2020. 4. 13.


아키라 백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보니 샤브샤브 메뉴를 시작한다고 해서 얼른 다녀왔다. 이미 내 블로그에서 아키라 백 리뷰 글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맛내기 기법의 단순함이 금방 질리는 설계여서 그리 자주 찾진 않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예전 키오쿠의 가이세키 요리를 떠올릴 수 있는 메뉴들이 간혹 있기에 가끔 찾게 되는데, 샤브샤브는 아키라 백보다 키오쿠쪽에 좀 더 가까운 메뉴여서 부랴부랴 찾게 되었다.






Experience Chef Akira's New Promotion Menu

AB SHABU SHABU

Hanwoo Sirloin, Assorted Vegetables, Udon, Shabu Stock


내 블로그에서 각 레스토랑마다의 메뉴판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만든 것이 아닐뿐더러 그런 역할은 이미 레스토랑 홈페이지가 충실하게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샤브샤브가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알면 재미는 있겠지만 음식을 먹는데 어떤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스톡에 대해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아키라 백에선 국물을 떠 먹으라고 따로 숟가락을 제공하지 않는다. 샤브샤브 먹는 방법을 생각하면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나는 아키라 백 - 예전 키오쿠 - 을 믿기 때문에 따로 스톡 맛을 볼 생각은 없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몇 숟갈 떠먹어보긴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맛과 짠맛이 강한 편인데 -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너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 뒤에 따라오는 신맛도 조금 느슨하지만 느껴지는 편이었다.







왜 만약의 경우라고 이야기 하냐면 이런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 난 그게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건강을 생각하면 다이닝은 안 가는 것이 맞다. - 상대적으로 간을 약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런 요구는 난 사실 소비자의 정당한 요청 또는 요구라고 보지 않는데, 다행히도 아키라 백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스키야키를 조금 비틀어서 만든거라 대체로 간이 강한편이다. 그러니 한국식처럼 먹을 필요는 없고 살짝 데쳐서 먹으면 채소의 아삭한 질감도 즐길 수 있고, 한우임을 감안하더라도 부드러운 쇠고기의 질감늘 느낄 수 있다. 버섯이나 두부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국물 중심의 요리로 접근했다면? 그렇다면 처음부터 스톡의 간이 강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건더기가 의미 없어지는 것이 맛들이 모두 국물로 빠져 나간 생기 잃은 즉 질긴 고기와 채소를 건져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니 아마 주문할 때 아키라 백 측에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겠지만 거기에 충실히 따른다면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업장측의 의도를 생각하면 굳이 나쁜 방향의 선택지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함께 곁들일 소스는 총 네 가지가 제공 되는데, 사실 스톡이 충분히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소스랑 같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맛의 균형을 위한 신맛의 존재가 조금 느슨하기 때문에 좀 더 요리를 즐기고싶다면 신맛을 보충해 줄 소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칠리 소스는 단맛이 너무 강해 금방 물리고, 폰즈 소스는 신맛도 있지만 짠맛도 강해서 스톡과 맛이 중첩되어 오히려 더 짜게 느껴진다. 생계란은 사실 나는 한국 계란에 어떠한 믿음도 없기 때문에 딱히 맛있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깨 소스가 조금 텁텁한 질감이 덧대여지긴 하지만 신맛이 어느 정도 보충되기 때문에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다.

고기와 채소를 살짝 데쳐 먹고 난 뒤에 함께 제공된 우동을 살짝 풀어서 건져 먹으면 되는데, 한국식처럼 국물까지 떠먹을 필요는 없고 거기에 밥을 요청해서 말아 먹거나 죽을 만들어 먹을 필요도 없다. 그러라고 만든 요리가 아닌데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기물 자체가 팔팔 끓여서 뭘 할 구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창한 구성은 아닌데다 두 사람 기준으로 양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점심 시간에 간단하게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예전 키오쿠 시절이 살짝 생각나서 좋았었는데, 좀 더 개인적인 바람은 이런 류의 요리가 몇 가지 더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아키라 백과는 결이 좀 안 맞겠지만 말이다.

2020. 4. 10.


사이먼 셰프가 떠나고 쿠 셰프가 처음 왔을 때 먹었던 요리들을 떠올려보면 광동 요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쿠 셰프는 호남이나 사천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었다. 모종의 일로 인해 그가 펼쳐내는 요리들이 한국에서 의욕을 잃었다는 느낌이 간혹 들 때가 있지만 어찌되었든 서울에서 제대로 만든 사천, 호남 요리를 아주 가끔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마라 열풍을 생각하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4월 1일부터 마라 스페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주문 가능한 요리는 총 네 가지 뿐이며 사천 요리하면 떠올릴만한 요리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천 후추라 부르는 재료가 들어감으로써 혀가 얼얼한 느낌의 짜릿함을 우선적으로 떠올리겠지만 실제로 사천 요리들을 먹어보면 모두가 다 엄청 맵고 혀가 얼얼한 것은 아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단순하게 맛이 그렇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과정에서 단맛과 신맛 등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그 매운 정도도 처음부터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끌어오르는 경우를 만날 수도 있다. 향은 또 어떠한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가지 맛에 향신료의 향, 거기에 더해 통각인 매운맛이 적절하게 더해짐으로써 우리는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또다른 묘한 자극을 느낄 수 있는데, 난 그것이 사천 요리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매력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류의 요리는 고통일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럼 요리를 선택 안 하면 될 문제를 선택한 뒤 자꾸 불만을 터트리는데 있다. 지난 시그니엘의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 방문 때도 했었던 이야기인데, 불만을 제기 안할테니 제발 제대로 만들어서 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짠맛을 좋아하지 않으니 짜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 사실 파인 다이닝에 가면서 건강 걱정 하는 것부터 난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 를 요청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짜다고 안 할테니 제발 간 좀 제대로 맞춰서 내주세요 라고 요청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Chef Koo's Recommendation Ma - La Special

Spicy Hanwoo beef stew with chili and coriander


르 쉬느아에서 이미 비슷한 요리를 먹은 적이 있지만 거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요리이다. 한식에서의 국물 요리를 생각하고 실컷 떠먹었는데, 실제로는 건더기만 건져 먹고 국물은 잘 마시지 않는다고 들었다.

쇠고기의 감칠맛이나 안에 든 배추의 은은한 단맛, 처음에는 모르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얼얼해지는 혀와 어느새 머리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 - 흘러 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많이 흘릴 수도 있다. - 그러면서 느껴지는 머리에서부터의 짜릿함이 꽤 매력적이다. 

다만 이런 매력을 느낄려면 안타깝게도 사천 요리답게 제대로 만들어 주세요란 요청을 먼저 해야 한다. 국내 호텔 다이닝 대부분의 주요 고객들을 생각하면 다이닝 측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특유의 얼얼함과 더불어 매운맛을 제대로 못 느낄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각종 TV 프로그램을 보면 외국인들이 왔을 때 김치나 홍어를 들이밀 때가 있다. 한국에 왔으면 한식 맛을 제대로 느껴야지! 하면서 말이다. 그럼 외국 음식을 한국으로 들여왔을 때에는? 한국에 들어왔으니 한국식대로 만들어 먹어야지! 좋다, 그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한국식이 언제 제대로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있었던가? 설사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한국식 중식만 있는 것보다 어딘가에는 광동 요리나 사천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들도 이제는 세계적인 도시, 서울에 생겨야 하지 않을까?

2020. 4. 6.


미쉐린 가이드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지만 사실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서울이란 도시로 여행을 떠났을 때 어느 식당을 가면 음식을 즐길 수 있을까? - 배가 고파서 끼니를 떼우러 가는 것이 아닌 -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며, 한국은 한식이란 고유 음식 문화를 갖고 있으니 아무래도 한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우연찮게 가보니 미쉐린 별을 받은 레스토랑이었지, 나는 사실 미쉐린 가이드를 참고해서 레스토랑을 가지 않는다. 여기를 간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한식의 문제점을 여기는 고스란히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 그 대답을 듣고싶었었다. 사실 이런 곳은 디너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살펴보니 런치로 가도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런치에 방문하였다.







보통 레스토랑에 가면 물을 따로 주문 하지만 -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물은 업장에서 생산하는 재화가 아니다. 외부로부터 구입해서 제공하게 되는데 당연히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짜인 물은 수돗물 정도가 제공되는 것이 맞다. - 따로 보리차 같은 것을 제공한다고 해서 일부러 음료를 주문하지 않았다.

무료인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 목을 축이는 것은 물론 음식을 먹는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구수하다라는 느낌은 들지만 그 정도 선에서 그친다.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니 혹 다시 가게 되더라도 차라리 따로 음료를 주문하지 다시는 차를 주문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맛이 없으니까, 한국의 물은 그렇게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에 뭘 하나 더 집어넣고 팔팔 끓여서 내놓은들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한국에서도 생산되는 찻잎을 넣고 우려낸 차를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Mother Nature

Amuse - Fish Noodles

noodles made with fish and squid, served in savory anchovy stock



맞이 요리로 내놓은 어국수는 면 질감은 흥미로웠다. 탱글탱글 하게 씹히면서 부드러운 질감, 중간에 오징어도 이질감 없이 잘 스며들어 재미있었다. 게다가 의외로 한식 치고 간이 강한 편이다. 아니, 이 정도로 간을 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그 선까지 간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국물이 너무 쓴 맛이 강했다. 이유는 짐작되는데, 사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한국인들이 그리 좋아하는 재료 본연의 맛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엔 쓴맛이 너무 강해 모든 것을 뒤덮고 있었다. 잘 만들었던 면의 질감과 딱 좋았던 짠맛의 개입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Mother Nature

Prawn

deep fried prawn coated with dried barley shrimp


산천이란 메뉴명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한국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 개념의 부재는 여기에서도 느껴졌었다. 아니, 억지로 이야기하자면 한국적인 고소함과 구수함을 개념으로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콩묵에서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그런 뉘앙스가 느껴졌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것이 일관적이지 않고 중구난방이다. 다시 말해 결이 서로 달라 통일되지 않고, 그냥 이것 저것 끌어다 놓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콩의 고소함과 토장국의 구수함이 결이 같을까? 보리 새우의 고소함은? 사실 한국에서 그런 개념 부재나 재료에 주로 집중하는 경향을 한 두 번 만난 것은 아니기에 애써 의식하지 않고 넘기려면 넘길 수 있다. 그럼 단순하게 조리만 놓고 보면 어떠할까?

비채나의 좋았던 점은 거의 모든 요리에서 짠맛 중심이면 짠맛이 단맛 중심이면 단맛이 밑바탕에 잘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거기에서 멈춰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좀 더 입체적인 맛 (taste) 이나 질감, 향들이 느껴지지 않거나 어설프게 존재하니 결과적으로 맛 (flavour) 은 너무 단조로웠다. 이 새우 강정의 경우 향을 맡으면 보리 새우의 향이 느껴지지만 그걸로 끝이다. 그 향이 어떤 새로운 맛의 층을 형성하지 않는다. 게다가 겉의 보리새우의 흐릿하게 씹히는 질감들은 바삭함까지는 아니어서 잘 만든 새우 완자의 부드러운 질감과 대조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겉돌면서 끝에 불쾌한 여운을 남긴다. 결정적으로 소스가 강정과 어우러지지 않고 혼자 튄다. 단맛이 다소 강한데 끝이 깔끔하지 않으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Mother Nature

Rice & Soybean Soup with Shepherd's Purse

daily milled rice & barley soybean soup, cooked with shepherd's purse in clam stock





Mother Nature

Striploin Bansang

wet - aged striploin, grilled and seasoned with Bicena signature sauce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마지막에 탄수화물이 나온다. 그럼 앞에서 먹을 때 탄수화물 부재 문제는? 한식은 양식과 달라서 코스라는 개념이 없다. 그것을 도입한다면 형식만 쫓을 것이 아니라 그 내용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면 반찬들을 하나씩 미리 내놓는 것 밖에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체로 단백질 위주이거나 한식이니까 채소만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탄수화물의 부재가 아쉬운 경우가 많다.

물론 마지막에 이렇게 내놓지 않으면 한식을 먹은 것 같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셰프가 의도적으로 피했을 수도 있다. 그럼 굳이 코스로 형식을 나눌 필요가 있을까? 

비채나는 조리 상태만 놓고 보면 거의 흠잡을 것이 없다. 간은 물론 심지어 온도까지 제대로 맞춰 내놓고 있다! 팔팔 끓지 않는 국을 만나기가 한국에선 쉽지 않은데 딱 먹기 좋은 온도로 맞춰서 내놓았다. 고기도 한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부드럽게 잘 익혔고 심지어 촉촉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안타까운 모습들이 보였는데 바로 곁들여 먹기 위한 반찬들이 의외로 심심했었다. 간이 아주 약했는데 심지어 김치들은 신맛조차 약했었다. 갓김치의 경우 아삭하게 씹히지 않고 흐물거리는 질감이 썩 좋지 않았다. 겉절이는 단맛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그리고, 토장국은 맛의 층이 없이 매우 단조로워서 몇 숟갈 뜨다가 말았다. 어떤 부분은 기존의 문제점들을 보여주지 않아서 매우 좋았다가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여전히 한식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결과를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16 Luigi Pira Langhe Nebbiolo





런치 코스 메뉴에선 와인 페어링을 두 잔 또는 석 잔 선택 가능한데, 나는 석 잔을 선택했었다. 간은 잘되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이 단조로워 사실 전체적으로 와인과 짝이 잘 맞지 않았는데, 그 중 이 마지막 밥에서 짝은 정말 최악이었다. 설마 쇠고기가 나오니까 단순하게 레드 와인으로 짝을 맞춘 것은 아니겠지? 겉절이나 김치의 고춧 가루와 밑바탕인 매운맛을 생각하면 레드 와인과 짝이 맞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와인의 탄닌이 마치 쇠맛처럼 느껴지는데다 그걸 넘어서서 텁텁함까지 가세하고 spicy한 와인과 겹쳐지면서 불쾌한 여운이 지속적이어서 식사에 큰 방해가 되었었다. 비채나를 운영하는 회사가 화요도 같이 생산해서 그런지 몰라도 꼭 짝을 와인과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국산 술과 짝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물론 국산술 대부분의 밑바탕이 단맛이 강한 편이어서 그것도 썩 좋은 선택지가 될 순 없겠지만 말이다.






Mother Nature

Pomegranate Sikhye

sikhye (sweet rice punch), made with pomegranate and non - glutinous rice fermented in barley malt


일종의 프리 디저트라 생각하는데 신맛은 좋았지만 식혜 특유의 끝의 여운 즉 텁텁한 단맛이 꽤 길어서 차라리 이 것을 디저트로 내놓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Mother Nature

Jerusalem Artichoke Ice Cream, Mugwort Rice Cake

ice cream made with roasted Jerusalem artichoke

minced mugwort and sticky rice, kneaded and filled with sesame seeds


아이스크림의 단맛과 고소함이 매우 좋았었는데 차라리 이것 하나만 디저트로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아이스크림은 디저트로써 아주 깔끔하게 끝맷음을 보여줬는데, 함께 나온 떡의 질감이 썩 좋지 못했다. 한국인들에게 떡의 쫄깃함은 꽤 익숙하겠지만 외국인들에게 그런 쫄깃함과 이에 달라붙는 질감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아이스크림만 놓고 보면 한식이 갖고 있던 문제점들을 셰프는 잘 알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타파해 나아갈 것인지 해결책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식이 갖고 있던 문제점 중 하나인 간의 부재나 극단적인 온도 - 아주 뜨겁거나 아주 차갑거나 - 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대신 전반적인 문제점 즉 개념의 부재나 단조로운 맛 (flavour) 의 설계는 여전했었다.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코스 구성이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구성을 보여줄 것 같은데 여전한 구성 즉, 탄수화물의 코스 내에서 부재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색다른 한식의 모습을 비채나에선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선가 가로막혀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