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6. 30.



헤드 바텐더가 서울의 한 바에서 옆자리에 앉게 되어 알게된 이후 2년째 싱가포르 방문 때마다 들리는 곳이다. 지금도 종종 인스타그램 메신저로 농담을 주고 받는데, 그만큼 유쾌한 사람이라 싱가포르에서 들려야 할 곳이 정말 많아졌지만 그래도 빠트리지 않고 방문하고 있다.

물론 유쾌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들리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가장 중요한 것은 '맛' 일텐데, 비록 여전히 칵테일 쪽에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그가 그것을 잘 알기에 거기에 맞춰 다양한 칵테일 소개를 통해 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Peanut Alexander

Dessert in a cup ; creamy, sweet and nutty

Teeling Irish Whiskey, peanut milk, berry composte, maple syrup


싱가포르에서 만난 바텐더들이 대부분 우스개 소리로 카페 퍼넷 하면 네그로니, 심지어 디저트까지 모두 다 네그로니 라고 소개 하는데, 최근에서야 네그로니에 조금 익숙해졌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모두 독한 술이라 디저트 겸 조금은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을 부탁했었다.







한국인에게 싱가포르 바는 랜턴 바, 롱 바, 레벨 33 이 세 곳 - 아니 하나 더 원 앨티튜드까지 합하면 모두 넷? - 이 익숙할텐데, 그 중 랜턴 바와 레벨 33은 뷰 때문에 많이 선택한다. 카페 퍼넷은 The Fullerton Bay Hotel 바로 옆에 있다. 랜턴 바는 옥상에 있고 카페 퍼넷은 지상에 있다. 둘 중 한 곳을 선택하라면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카페 퍼넷을 선택할 것이다. 뷰도 좋지만 무엇보다 칵테일의 '맛' 이 중요한데 랜턴 바는 그런 점에서 딱히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어차피 같은 곳에 있는데 층수 차이만 있을 뿐 훨씬 맛있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면 어디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카페' 인만큼 주문할 수 있는 음식들도 술과 잘 어울리는 것들로 준비되어 있는데, 헤드 바텐더가 자신한 만큼 - 그렇다고 파인 다이닝 수준을 기대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어 그대로 여기는 '카페' 이다. - 다음에 가게 되면 하루 저녁은 여기서 먹을 생각이다.

2020. 6. 28.



이제는 분기별로 메뉴가 바뀐다. 포시즌스 호텔이니 그 의도는 이해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늘 지울 수 없다.

광동식 레스토랑인데 인스타그램을 봐도, 네이버 카페와 네이버 블로그 후기를 봐도 북경 오리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거기에 마파 두부와 게살 볶음밥까지 이야기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소수일 뿐이다. 물론 누군가는 북경 오리를 정말 좋아해서 그것만 먹으러 갈 수도 있다. 가서 맛있게 먹었으면 다행인데,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이유는 대부분 주관적이다. "맛은 개인 취향 차이이죠, 주관적 아닙니까?", 그렇다면 굳이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카페나 네이버 블로그 후기를 왜 남기고 왜 검색해봅니까?


불만족스럽다고 해서 그것이 문제인가? 물론 아니다. 그 근거가 국내 다른 레스토랑 또는 홍콩 등의 유명 레스토랑과 비교인 것이 문제이다. 정말 자기가 미식가라 자처한다면 국내와 해외의 오리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며, (광동식 레스토랑에서도 물론 북경 오리를 주문할 수 있지만)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오리 구이가 인기 많은 것도, 그것이 왜 국내에선 만나기 힘든지 한 줄이라도 이야기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Double - boiled pork soup with zucchini and cuttlefish


이제는 한국에서도 진한 수프를 먹고싶은데, - 진하다는 의미가 수프가 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이것 하나 뿐이며 이것도 가벼운 수프이다. 물론 먹었을 때 맛이 이상하거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이런 맛을 낸 것은 아닌가 생각이 계속 든다. 한국에선 아직까지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수프를 단품으로 시키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코스 메뉴에 속했을 때 다른 요리들과의 관계나 한국인들의 선호도를 생각해서 계속해서 이런 류의 수프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북경 오리를 좋아하는만큼 분명 오리 수프도 만들면 인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면 논리적일까? 비논리적일까? 불도장을 좋아하는 만큼 전복으로 또는 다른 해산물로 만든 수프도 많은 사람들이 보양식으로 접근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그 대답은 뻔하다.






"Chao zhou" braised cuttlefish and bean curd in superior soy sauce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메뉴들 중에서 유일하게 눈에 띈 메뉴이다. 물론 다른 메뉴들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나는 광동식 레스토랑인만큼 다양한 광동 요리를 만나고 싶은데, 이건 나만 생각해서 될 문제는 아니기에 새롭게 등장한 메뉴들이 지향하는 맛의 세계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그래도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조주 요리를 하나쯤은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부드러운 오징어의 질감이나 특제 간장 소스의 단맛과 감칠맛 위에 더해진 향신료의 향이 시간적, 공간적인 맛 (flavour) 의 만족도를 충분히 채워주지만 먹자마자 든 생각은 이 메뉴는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요리를 처음 먹은 뒤 조주 요리, 더 나아가 광동 요리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한국의 미식 세계에 -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할지 의문이지만 - 발전이 있지 않겠는가?







유 유안에서는 이제 카늘레 - 프랑스어 표기법으로 이렇게 써야 한다고 한다. - 대신 이 유자 카라멜 초콜릿이 나온다. 입안에 넣어 깨물자마자 느껴지는 유자의 쌉싸름한 맛과 신맛, 그 뒤를 이어 카라멜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단맛, 마지막에 유지방의 고소함과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연달아 느껴지는데 곧 한데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느껴지는 맛 (flavour) 의 향연이 정말 좋다. 광동식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유 유안의 개념을 생각하면 그렇게 뜬금 없는 것만은 아니다.


유 유안이 오픈한지 5년이 다 되어가고, 그동안의 인기 영향 때문인지 새로 생기는 호텔들에 일부는 광동식 레스토랑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거의 모두 다 인기 있는 메뉴는 비슷하다. 여전히 어디가 더 북경 오리가 맛있는지 치열하다고 할 정도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의견이 오고 가는데, 거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관심을 많이 가졌다면 분명 식재료의 다양함도 늘어났어야 하는데, 비록 코로나 19 때문에 수입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이제는 레스토랑간 비교 논쟁의 치열함이 다른 방향으로 선회했으면 좋겠다. 좀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2020. 6. 25.



외국 직구 사이트 위시 리스트에 넣어 두고 나중에 결제해야지 하다가 놓쳐버린 색상 중 하나를 운 좋게 국내에서 구입하였다. 때마침 세일 행사를 진행 중이어서 거의 평소 직구 가격에 가깝게 구입할 수 있었다.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내가 이미 구입한 제품과 비슷한 색상으로 보인다면 품번에서 색 번호를 참고하면 중복 구매를 방지할 수 있다.






이번에는 국내 편집 샵에서 구매했었다. 색상을 다양하게 구비해 놓은 곳은 아니어서 다른 직구 사이트의 위시 리스트에만 담아 두고 미처 사지 못해 후회했었던 여러 색상 중 오렌지 색상만 겨우 구입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색상들이 계속 나오니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 구입을 계속 하게 된다. 새로 나온 색상이 보이는 즉시 결제를 해야 하지만 오늘내일 미루다가 놓쳤었는데 다행히 국내 편집샵을 통해 구입할 수 있었다. 


국내 편집샵들 대부분은 발렌티노 가라바니 팔찌류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종류도 몇 가지 없고 색상들도 무난한 것들 위주인데, 그래도 원하는 색상 중 하나를 구입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서 만다린 오리엔탈 멤버십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따로 회원 등급은 나뉘어져 있지 않아서 나처럼 만다린 오리엔탈에 주로 묵는다면 몰라도 여느 호텔 멤버십처럼 혜택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늘 생각하지도 않던 이메일을 수신하였다.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엘리트 멤버로 등급을 올려준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어떤 기준에서 등급이 업그레이드 되는지 알 수 없지만, 홈페이지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측에서 해당 회원에게 따로 초청 메일을 보낸다고 나와있다.

아주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회원 등급에선 선택지로 주어지던 혜택 세 가지가 처음부터 보장된다.






나머지 혜택 선택지는 기존 멤버십 등급과 동일하다. 혜택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제공된다는데, 차후 연장을 받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나와 있지 않다. 국내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없기 때문에 저 혜택을 어떻게든 제공 받으려면 해외로 나가야 하나 코로나 19 때문에 언제쯤 해외로 나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설마 그때까지 문제 해결이 안되어 허무하게 회원 혜택 기간이 그냥 종료되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FANS of MO 회원이면 각 지점마다 무료 또는 유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몇 가지 이용할 수 있는데, 엘리트 회원은 추가로 몇 가지 서비스를 더 이용할 수 있다.











사실 여기까지는 나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는 혜택들이라 시큰둥 했었는데, 파트너 혜택으로 제공되는 것들 중 farfetch 최고 회원 등급 연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 회원 등급을 받으려면 1년에 1,200만원 이상을 구입해야 하는데, 따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저 등급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1년간 무료 배송만으로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인데 - farfetch는 일정 금액 이상이면 저렴하나 그 이하 금액은 배송비만 4만원이 넘는다. - 심지어 같은 브랜드라도 회원 등급이 달라지니 가격도 달라지는 것은 물론 세일을 하지 않던 몇몇 브랜드들도 세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엘리트 멤버 위에 또 다른 등급이 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꾸준히 이용하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얼른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기를 바란다.

2020. 6. 22.



코로나 19 때문에 제주도에 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는 아닐뿐더러 아무리 르 쉬느아를 좋아한다고 해도 건강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망설일 상황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만나기가 서울과 제주 한 곳을 빼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도저히 그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코로나 19의 영향 때문인지 들어섰을 때 다소 휑한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테이블 보는 모두 치워져 있었고 심지어 냅킨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요청하면 가져다 주지만 파인 다이닝인 르 쉬느아에서 저렇게 달랑 종이 냅킨 한 장만 놓여져 있는 것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한편으로 직원들도 대부분 그만 둔 상황에서 - 한국인 직원들 대부분은 오픈 초창기 멤버들이 거의 대부분 그만 둔 상태였는데 물론 코로나 19 때문만은 아니다. 한편으로 대만인 직원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서인지 아니면 코로나 19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 제주 신화월드 내 다른 매장 직원들이 도움을 주러 와 있었는데, 사실 접객 및 응대는 썩 매끄럽지 못했었다. 이건 르 쉬느아만의 문제는 아니라 제주도의 호텔 파인 다이닝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문제이긴 한데, 한편으로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엄격한 잣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현 상황에서 주요 고객들이었던 중국인 (또는 대만인) 손님들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한국인 손님들이 많았었는데, 수영장에서 놀다가 점심을 먹으러 수영복 위에 가운 하나만 걸치고 크록스 신발을 신고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와서 맨발을 소파위에 걸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들에겐 큰 소리로 유튜브를 틀어 놓고 쩝쩝 소리를 크게 내며 음식을 먹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응대가 서툴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 있겠는가?






Double boiled pork ribs soup with white fungus, orange and Korea pear


5월와 6월에 걸쳐 행사를 진행하는 셰프 특선 메뉴를 보니 대체로 전복 중심의 요리였었다. 광동식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전복은 꽤 귀한 식재료에 속하기 때문에 전복 요리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면 몇 가지 전복과 관련 없는 요리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수프였었다. 해외에서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면 가급적 수프는 꼭 주문하는 편인데, 르 쉬느아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리조트 내에 있는 식당이긴 하나 알란 찬 셰프의 영향력이 매우 큰 곳이라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광동식 레스토랑에 걸맞게 다양한 수프를 만날 수 있는데, 광동 요리에서의 제대로 만든 수프를 국내에선 유일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수프 역시 돼지 스톡의 감칠맛이나 고소함이 밑바탕에 깔려 있고 오렌지의 신맛과 배의 단맛 - 하지만 슬프게도 국산 배는 깔끔한 단맛 보다 다소 흐릿한 여운의 단맛이 지배적이었다. 질감도 흐물거리는 것이 다소 심한 편이었다. - 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식 표현으로 꽤 시원한 수프였었다.







Sautéed tiger prawn with Singapore style chili sauce

나는 싱가포르를 그리 자주 갔어도 한 번도 칠리 크랩을 사먹어 본 적이 없어서 칠리 크랩과 비슷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어서 업장 측에 문의 했었는데, 칠리 크랩에서 크랩 대신 tiger prawn 을 넣은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칠리 크랩을 매번 사먹었다고 해도 싱가포르와 단순 비교를 하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동남아에서 칠리 소스란 - 특히 싱가포르에서 - 단맛 중심일텐데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기에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맛도 존재하고, 끝에 살짝 매운 맛이 느껴졌었는데 나중에 이 소스에 만토우를 찍어 먹으면 꽤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와 비슷한 대신 shrimp 를 넣은 요리도 있었는데, 이건 매일 선착순 열 명으로 만원에 판매를 한다. (매일 만 원에 주문할 수 있는 요리는 달라진다.)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국내에선 매우 회의적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한데 일단 한국인들은 대부분 파인 다이닝에 가면서 가성비, 이것도 가격 대비 성능 즉 맛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양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만원에 새콤달콤매콤한 중독성이 강한 칠리 소스 새우 요리를 먹었어도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tiger prawn 이 들어간 요리를 선택할 경우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파인 다이닝에 가면서 예산을 걱정할 것이라면 굳이 파인 다이닝에 갈 이유가 있을까?


한편으로 한국인들은 대부분 익숙치 않은 요리는 거부하는 정도가 심하다. 물론 누구나 낯선 요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식쪽은 특유의 향 때문에 그 거부감이 꽤 강한데, 그렇다보니 익숙한 요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리 소스가 들어간 요리를 많이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제주도에 한 명도 없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단순히 홍보 부족 때문일까? 


내가 1박 2일 동안 머무르면서 식사를 여기에서만 해결 했었는데,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손님들은 선택하는 요리가 비슷했었다. 북경 오리와 마라탕 위주였었는데, 나는 그것이 북경 오리와 마라탕을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서 주문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와 마라탕이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게다가 오리 구이는 주문이 거의 없어 결국 메뉴에서 빠져 있었다. 


그나마 알란 찬 셰프가 직접 모든 것을 총괄하니 이 정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지 만약 여느 호텔 파인 다이닝처럼 운영했었다면 그 결과는 매우 처참했을 것이다. 올해에는 해외 여행이 거의 불가능할텐데, 그렇다면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포함한 다양한 중국 요리를 먹고싶다면 결국 이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부디 상황이 더욱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2020. 6. 16.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가 크랩 요리이다. 대부분 여행을 가게 되면 한 번은 사먹는다고 하던데, 나는 싱가포르 여행을 다니면서 크랩 요리를 한 번도 사먹은 적이 없다. 혼자 가서 먹기엔 많은 양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파인 다이닝이 아니더라도) 손에 무언가를 묻혀가며 일일이 게살을 발라 먹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올리겠지만 이 글을 올리는 날짜 기준 이틀 전에 처음으로 칠리 소스 요리를 먹었지만 - 그 때는 게가 아니라 타이거 prawn 이었다. - 먹자마자 드는 생각은 내가 왜 그동안 칠리 크랩을 안 먹었던가! 였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후회하진 않는다. 여전히 불편하게 일일이 게살을 발라 가며 먹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파인 다이닝에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싱가포르의 게살 요리 관련 식당들이 모두 파인 다이닝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유 유안에서는 총 세 가지 크랩 요리를 선택할 수 있다. 모두 머드 크랩을 사용하며 크기에 따라 조금씩 가격 차이가 있다. 혹자들은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그 맛을 떠올리며 비교를 할텐데, 사람들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 게다가 동일 조건 - 재료, 조리 하는 사람이 모두 같은가? - 도 아니다. 무엇보다 유 유안은 고전적인 메뉴 재현을 개념으로 한 파인 다이닝이 아니다.






Singapore Style Mud Crab Promotion

Wok - fried in chili sauce with crispy bun


평소 쿠 셰프의 요리들을 생각하면 동남아에서 칠리 소스의 단맛 보다는 매운맛에 좀 더 초점을 두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소스의 매운맛, 단맛, 신맛의 균형이 좋고 은은하게 뒤에서 받쳐주는 고소함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 게 특유의 향과 맛이 더해지면서 소스만으로도 입체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제공되는 만토우의 경우 평소 유 유안의 튀긴 딤섬류를 생각하면 역시나 훌륭한 맛을 보여줬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 흔히 말하는 겉바속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은은한 단맛과 함께 버터류의 고소함이 잘 느껴지는데, 거기에 칠리 크랩 소스를 더하니 그 고소함이 배가 되어 입안 가득 찬다. 먹기 불편하다는 단점을 생각한다면 비록 크랩 요리는 모두 다 맛있지만 다시 주문해서 먹고싶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데, 게는 건드리지 않고 만토우를 소스에 실컷 찍어 먹고싶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앞서 말했지만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기억과 동일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해선 안된다. 그런식의 비교는 언제나 한국은 열등하다. 당장 칠리 크랩 요리에 들어가는 토마토 소스나 삼발 소스의 상태가 어디가 좋은지는 아니 최상의 상태를 보여주는 소스를 구하는 것이 어느 도시가 편리할까? 함께 들어가는 계란만 놓고 봐도 답은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싱가포르 출신의 셰프는 어떻게든 그만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와 마파두부만 찾지 말고, 한 번쯤 별미로 싱가포르 크랩 요리를 먹어보는 것은 어떠할까? 음식에 맞춰 소믈리에는 짝이 맞는 와인까지 준비해 놓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싱가포르에 방문하기 어려운 아쉬움을 음식을 통해 달래보자. 때마침 싱가포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양을 볼 수 있었는데, 아주 잠시나마 내가 지금 싱가포르에 여행 와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2020. 6. 11.



여전히 칵테일 보다 뷰에 초점을 두고 선택을 하는 관광객들이 많지만 이제 맨해튼 바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바이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금은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는 흥겨운 음악에 꽤 많은 인파를 만날 수 있다. 작년까지는 바 카운터석은 물론 소파석까지 모두 사람들이 앉아 있고 스탠딩 하는 사람들도 많았었는데, 올해 1월에 갔을 때에는 의외로 비교적 한산한 편이어서 놀라웠다. 이때만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때가 아니어서 바이러스의 영향은 아닌듯 한데, 어찌되었든 여유 있게 바 카운터 석에 앉을 수 있었고 매년 방문 이래 5년만에 처음으로 맨해튼 바의 바텐더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한동안 클래식 칵테일을 배우면서 흥미가 생겨 맨해튼 바에 갔을 때에도 마시고싶었던 클래식 칵테일을 몇 잔 주문 했었는데 한국과 달리 재료가 없어서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IRON HORSE 24 

Monkey 47 Sloe Gin, Lillet Blanc Aperitif, Crème de Cacao Lemon, Grenadine


물론 클래식 칵테일만 마신 것은 아니고 맨해튼 바의 칵테일도 몇 잔 마셨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것도 있지만 맨해튼 바의 칵테일들은 대체로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작년에는 두 잔만 마셨는데도 거의 밤을 샐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못 자기도 했었다. 작년의 기억이 여전히 두려워서 덜 강한 칵테일을 추천해 달라고 했었는데, 그 중 이 칵테일은 부드럽고 새콤하면서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맨해튼 바 칵테일들의 강렬함을 생각하면 많이 순한 편이었다. 올해에는 여유가 있어서 헤드 바텐더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도중에 자기네 칵테일들이 강한지 심각하게 묻기도 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종종 칵테일들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자기들도 직접 듣는다고 했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정신 없이 바쁘다보니 운 좋게 바 카운터석에 앉아도 바텐더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었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그렇게 혼잡하지 않아서 바텐더들을 비롯한 직원들도 피곤한 기색이 덜 묻어나고 전반적으로 접객 및 응대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2020. 6. 7.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에서 2016년부터 진행되었던 더 월드 오브 빙수는 2020년 올해에는 투어 오브 코리아 라는 개념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빙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년 빙수를 먹고 리뷰를 남기는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빙수라는 음식이 서양에서는 굉장히 낯선 존재이기 때문이다. 처음 행사를 기획 진행했을 때에는 지금처럼 페이스트리 셰프가 전담해서 빙수를 만든 것이 아니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모든 다이닝 셰프들이 하나씩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에도 대부분의 셰프들은 외국인이었다. 그들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빙수 - 어떻게 보면 디저트의 일종인 - 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었다. 물론 2016년 첫 해에만 그렇게 진행 했었고, 2017년부터는 계속해서 페이스트리 셰프가 전담해서 만들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여전히 외국인 - 지금은 프랑스 출신 - 시선에서 바라본 빙수란 어떤 존재일까?

결국 빙수도 하나의 요리라고 생각한다면 셰프는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the world of bingsu 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었다. 영감은 전 세계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또는 포시즌스 리조트에서 받았다고 설명했었는데, 예를 들어 런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표기된 빙수의 경우 마치 내가 런던에서 오후에 얼 그레이 티 한잔을 마시며 망중한을 즐기는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교토라면 온천욕을 즐긴 뒤 고요한 정원을 바라보며 말차를 마시는 순간을 맛으로 표현했었다. 다시 말해 개념에 충실하게 맛을 표현했었다.


문제는 실제로 빙수를 먹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비단 빙수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음식을 다루는 거의 모든 파인 다이닝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인데, 개념부터 부재인 곳도 많고 개념을 설정했지만 그것에 충실하게 맛을 표현하는 파인 다이닝을 나는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한국인들은 아직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냥 단순하게 맛이 있다, 없다라고 표현만 할 뿐 - 심지어 그 주장의 근거도 객관적인 경우가 드물다. 이는 이어서 이야기 할 두번째 이유와 이어지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겠다. - 아무도 개념에 충실한지, 또는 충실하지 않은지 이야기 하는 비평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두번째로 맛의 설계이다. 빙수도 일종의 한국적인 디저트라고 생각한다면 서양에서의 기본적인 설계는 단맛 중심에 맛의 균형을 위해 신맛이 존재할테며, 변주를 위해 쓴맛이나 짠맛이 더해질테고, 그 밑바탕에는 유지방의 고소함 - 아무 생각 없이 우유 빙수를 쓰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물론 한국의 우유는 유지방의 고소함이란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 이 깔려 있을 것이다. 질감은 눈꽃 빙수를 한국인들이 선호하니 부드럽지만 역시 변주를 위해 crispy 나 crunchy 질감도 더해진다. 

마루에서 판매하는 모든 빙수는 모두 저 관점에서 만들어지는데,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망고 빙수가 신라 호텔과 비교되는 이유도 망고의 신맛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까지의 the world of bingsu 들을 보면 오렌지나 자몽, 베리류, 초콜릿이나 말차 등이 등장 했던 이유가 바로 저 이유 때문인데, 그것이 한국인들에게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다가왔었다. 게다가 한국인들에게 빙수 위에 올라가는 과일이란 싱싱한 생과일이 올라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데, 생과일은 어제와 오늘 품질이 항상 같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조리 과정을 거쳐 내놓았더니 통조림 제품을 쓰냐는 오해를 하거나, 그냥 생과일을 올렸더니 맛이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빙수들은 맛이 어떠할까?


첫 번째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올해에는 the world of bingsu 가 아닌 tour of Korea 라는 개념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왜 하필?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세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적어서 지금까지 만들었던 빙수의 개념을 이해 못했을 수도 있으니 국내 여행을 주제로 맛을 표현했을까? 그러나 빙수를 먹고 나니 그런 생각은 사라졌었다.

녹차 빙수는 보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순전히 녹차라는 재료를 사용했으니 보성을 내세운다. 인삼도 마찬가지로 강화도가 인삼이 유명하니 강화를 내세울 뿐 빙수를 먹는 내내 그 어디에서도 내가 지금 강화 여행을 온 기분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해가 안되는 빙수도 있었는데 초콜릿 빙수의 제주이다.

나는 셰프가 모르고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tour of Korea, 매우 한국적인 그러니까 보성 하면 녹차가 유명하니까 보성 녹차 빙수, 고구마는 해남이 유명하니까 해남 고구마 빙수 이렇게 짝을 지어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들이 대체로 이런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으니 대세를 따랐을 것이다. 


두 번째 관점에서 맛의 설계는 여전히 충실하게 서양에서의 디저트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막걸리 빙수를 살펴 보자. 막걸리는 신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신맛이 당연히 나는 것인데 막걸리에서 신맛이 난다고 비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신맛을 내기 위해 요거트를 같이 내놓았더니 너무 시다고 항의가 들어와서 요거트의 신맛이 밋밋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새 메뉴가 나오면 첫날에 어떻게든 사먹을려고 노력한다. 거의 대부분 하루 이틀만 지나도 처음과 맛의 설계가 달라진 경우를 그동안 너무 많이 만났었다.) 

한국의 과일들은 대부분 맛이 없다. 단맛 일색인데 그 단맛이 깔끔하지 않고, 과일이라면 응당 갖고 있어야 할 신맛들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생과일은 올리지 않고 요거트를 내놓았을텐데 요거트의 신맛이 반갑지 않다면 안 먹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밋밋하게 만들어서 먹는 것이 나을까?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으니 빙수도 좀 덜 달게 만들었더니 이번에는 달지 않아서 별로라는 글도 본 적이 있다. 제주와 트러플이 도저히 연결되지 않아 문의를 하니 원래는 한라봉을 사용할 계획이었다고 들었다. 당연히 신맛이 거의 없는 밍밍한 단맛의 한라봉을 쓰면 초콜릿과 짝이 맞지 않다. 그리고, 생각대로 한라봉이랑 잘 어울리지 않아 트러플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tour of Korea 라는 개념을 충실하게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비난을 보게 되면 도대체 한국에서 미식이란 존재가 무엇일까 곱씹게 된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빙수만 놓고 보자. 신라 호텔의 애플 망고 빙수처럼 과일은 무조건 단맛 중심, 신맛 따위는 필요 없고 맛의 균형이니 변조니 이런 것들은 무의미하다. 곱게 간 얼음 위에 단맛 중심의 생과일, 그것도 이왕이면 열대 과일 하나만 올리면 된다. 그렇게 만들지 않을거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비교만 당하고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열심히 만들어봤자 비아냥이나 듣고 비교를 당할바엔 차라리 안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차라리 잘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계절 상품으로 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복잡한 현실이 싫어서인지 여전히 단순하게 만든 빙수를 사랑한다. 호텔도 결국 영업이 잘 되어야 계속 문을 열 수 있을테니 빙수를 만들어 판매를 할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많은 사람들이 날이 더워지니 시원한 호텔 라운지에 앉아서 망고 빙수를 비롯한 여러 빙수를 먹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신라 호텔이 더 낫네 이럴 것이다. 그럴거라면 굳이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왜 갔는가? 사람들은 그저 분위기, 사진, 내가 지금 여기에 앉아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파인 다이닝이나 호텔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2020. 6. 4.



2017년부터 시작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 가든 테라스 비어 앤 버거 행사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거의 보름 넘게 늦게 시작하였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오프닝 파티도 취소 되었고, 그만큼 오픈도 늦게 한 것이다.






호텔 오픈 초창기에 투숙하던 당시 밤에 주문했었던 버거의 맛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2017년 첫 행사는 물론 심지어 마루의 행사까지도 빠짐없이 버거를 모두 먹었었다. 룸 서비스로 주문했었던 버거는 부드러운 번, 충분한 크러스트와 함께 잘 구운 패티, 무엇보다 버거 특유의 폭발하는 짠맛과 감칠맛까지 정말 단어 그대로 모든 것이 완벽했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은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은데, 원론적으로 정말 충실하게 잘 만들수록 그만큼 혹평이 많았었다. 5성급 호텔이니 당연히 잘 만들겠지가 아니라 전 업장에 걸쳐서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셰프들은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역설적으로 대중들의 요구를 충실하게 반영하다보니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요리가 나올 때가 있는데, 버거가 특히 그 정도가 심했었다. 버거만 놓고 보면 작년에 그 정도가 가장 심했었는데, 올해는 달라졌을까?










Maru Burger

Grilled US beef, sunny side up egg, lettuce, roasted bell peppers, red onions, sun - dried tomatoes, BBQ sauce, brioche bun


총 네 가지의 버거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굉장히 부드러운 번이다. 버거용 번으로써 약간의 단맛과 함께 풍성하게 밑바탕에 깔려있는 지방의 고소함이 탄탄한데다 무엇보다 매우 푹신푹신한 부드러운 질감, 그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패티는 레스팅도 충분했고 간 고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굽기 상태도 괜찮았었다. 부드러운 번의 질감과 대조되는 아삭거리는 채소들의 씹힘도 좋았다. 한국 계란에 대한 믿음은 거의 없지만 어찌되었든 잘 구운 서니 사이드 업까지 더해지며 풍성한 맛의 조합까지 최소한 버거가 갖춰야 할 모습들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예전 룸 서비스로 주문해서 먹었던 버거의 완성도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근접한, 모처럼 준수한 버거를 만나서 기뻤었다.

가만, 근접한이라고? 그렇다. 근접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폭발적인 짠맛과 감칠맛이 덜 했기 때문이다. 매년 그 정도가 점점 약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버거는 절제의 미학을 가진 음식이 아니다. 함께 제공되는 감자 튀김도 살짝 spicy 하게 시즈닝 되어 있었지만 끝이 약간의 단맛을 갖고 있는데다 짠맛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함께 제공된 케첩에 찍어 먹을 필요가 없었다. 한편으로 패티도 좀 더 크러스트가 있었으면 질감이나 맛 모두 좀 더 풍성했었을텐데, 이 역시 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것일까? 분명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데, 계속해서 시장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 갈수록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는 느낌을 가든 테라스에서도 느꼈었다.




 





Classic Hot Dog

Pork sausage, sauerkraut, ketchup, mustard, onions, hot dog bun


핫도그는 세 종류가 준비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비건이었다. 핫도그는 번이 다소 질척거리는 질감을 갖고 있어서 아쉬웠었다. 마치 전분이 들어가 있는 번이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아 끈적거리는 듯한 질감이었는데, 그래서 핫도그 자체는 큰 감흥이 없었다.






Mixed Grill

48 - hours US beef short ribs, miso - marinated Korean chicken leg, honey Korean pork jowls, crispy leek, spring onion


스낵 메뉴도 네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릴 믹스의 경우 각각 유 유안, 아키라 백, 마루의 대표 음식 하나를 조합했는데, 맥주랑 먹기에 딱 좋은 - 다시 말해 지방의 고소함이 과해서 음식만 먹으면 느끼하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 요리였었다. 치킨은 함께 제공된 간장 마요네즈가 독특했었지만 치킨 자체는 염지가 전혀 안되어 있어서 감흥은 덜했다. 그릴 믹스와 함께 스낵 메뉴조차 짠맛이 받쳐주지 못하니 다소 밋밋한 맛들이 아쉬웠었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류의 음식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저염식으로 먹을 생각을 하면 안된다.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들인데 건강을 생각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을 대체 언제까지 만나야할까?






Bourbon Cafe & Tonic

Bourbon, demerara, espresso, tonic water


맥주 선택지는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들어서 아쉬운데, 그것도 국산 맥주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어서 딱히 어느 하나를 선택 하고싶지 않았다. 대신 칵테일이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각각 식전주,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디저트와 함께 곁들이는 칵테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Turmeric Cooler (Non - Alcohol)

Spiced turmeric cordial, orange juice, citrus


이왕 음료들을 준비하는 김에 셰이크도 준비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아쉬움을 frozen cocktail 로 달래주고 있다. 

준비된 칵테일들은 모두 신맛이 잘 느껴지기 때문에 버거, 핫도그, 스낵 메뉴 중 어떤 것이든 다 잘 어울린다.






Dalgona Bingsu

Shaved iced milk, dalgona ice cream, dalgona pudding, caramel


심지어 디저트까지 준비되어 있다. 버거, 맥주, 칵테일, 와인, 스낵, 디저트까지 모두 다 서로 짝이 잘 맞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기본적인 맛 구성의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그것이 업장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일정 부분 감수할 수 있다. 잘 만들었을 때 그만큼 욕을 먹었으니 계속해서 영업을 하려면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

2020. 6. 1.



지난번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내가 자발적으로 여기를 찾아갈 일은 없고, 다만 모임이 있어서 재방문하였다. 여전히 홈페이지에선 광동식 요리를 선보인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여기는 전형적인 한국식 중식 요리집이지 광동식 레스토랑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메뉴를 선택할 때 광동 요리는 제외 하고 전형적인 한국식 중식 요리만 선택했었다. 






일행들이 딤섬도 몇 가지 주문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세 종류를 주문했었는데, 어차피 나는 이곳에서 딤섬조차 큰 기대를 안하기에 딱히 좋다 나쁘다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문제점 하나를 이야기 하자면 딤섬 밑에 깔아둔 당근인데, 물론 이런식으로 제공하는 곳은 홍연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문제는 그 당근이 제 역할을 하느냐는 것이다. 내 생각엔 기술력도 떨어지고 한국에서 워낙 쫄깃함에 목숨 걸 정도이니 딤섬 피를 그렇게 만들었다가는 바닥이 눌러붙어 젓가락으로 집어들 때 터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당근을 깔아둔 것 같은데, 딤섬을 먹기 위해 하나씩 젓가락으로 집어들 때마다 분리되어야 하는 당근이 딤섬 바닥면에 붙어 있으니 일일이 손으로 그것들을 떼어내야 했었다. 












Fried Chicken with Garlic Sauce

비단 중식만의 문제는 아닌데, 한국에서 주방의 조리 실력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중식은 그 차이가 가장 명확하게 느껴지는데, 따라서 나는 일정 부분은 늘 감수하고 먹는 편이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을 일일이 따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홍연의 요리들은 이해가 안된다. 처음부터 제공되는 목이 버섯 냉채만 하더라도 다진 마늘의 맛이 지배적이다. 이는 깐풍기에도 - 비록 메뉴판에 갈릭 소스가 들어간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 적용되는데, 생마늘 특유의 아린맛에 비릿한 내음이 먹는 내내 혀안에서 맴돈다. 내가 지금 목이 버섯과 깐풍기라는 요리를 먹는 것인지 생마늘 다진 것을 먹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지난번에 먹었던 흑후추 소스 쇠고기 볶음까지 생각한다면 이제는 한국식 중식조차 주문을 안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Fried Beef with Sweet and Sour Sauce

광동식 요리를 표방한다면 이렇게 나오면 안되는데, 여기는 한국식 중식 요리 전문점이니 탕수육을 이렇게 내올 수는 있다. 다만 소스가 문제인데, 그렇게 단맛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맛은 맛의 균형을 맞출 정도는 아닌 어중간한 상태였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지배적인데, 그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으니 신맛이 미약해도 어떻게든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었다. 이제 탕수육도 여기서는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BBQ Pork Fried Rice

사진만 봐도 주방의 웍 프라이드 실력이 그리 좋지 못함을 알 수 있는데,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그것까지 일일이 문제 삼고싶지 않다. 다만 삼만원이란 가격을 받으면서 볶음밥에서 아삭거리는 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넣은 재료가 굳이 양배추여야 할까? 비릿한 양배추의 내음과 여운이 좋지 못한 단맛을 감안한다면 나는 그 가격을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거기에 단맛 가득한 짜장 소스와 멀건 계란국은 왜 내놓을까? 손님들이 찾아서? 볶음밥을 먹는데 그 두가지는 맛의 보강 차원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런 수준의 요리들이 나오는 곳이 여전히 국내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이라 평가받는다. 한국식 중식의 한계는 그렇다쳐도 하다못해 조리 실력이라도 좀 더 끌어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제한적이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중화권 문화를 가진 나라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만큼 파인 다이닝에서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을텐데 여전히 이런 수준의 파인 다이닝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경험이 곧 지식이며 그것이 어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경험들이 이런 수준의 음식들을 비판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굳건히 국내 최고의 식당이라고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