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5. 15.


거의 반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포시즌스 호텔 서울 페이스트리 셰프가 새로 부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석 상태가 꽤 길었던 관계로 - 취업과 관련한 비자가 신청한다고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 오자마자 셰프의 색채를 보여줄 시간적인 여유가 아무래도 부족하니 새로 나온 종류들은 흔히 말하는 '클래식' 한 것들이다.


부드러워 할 것은 부드럽고, 바스락거려야 할 것들은 바스락거리며, 유지방의 풍성함은 입안 가득차고, 견과류의 고소함과 어울리는 짠맛의 더해짐이, 카라멜의 쌉싸름함, 무엇보다 단맛 중심의 음식이 아닌가! 당연히 먹는 내내 즐거웠었다. 세상에 '클래식' 한 것을 먹으며 즐거워 해야 하다니! 그만큼 형편 없는 수준의 음식 세계를 너무 많이 마주친다. 예컨데 달지 않은 디저트 같은,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밀푀유를 먹고 있으면 여전히 '달지 않은' 케이크를 찾는 손님들을 많이 본다. 그게 아니면 '천 겹의 잎사귀' 수준의 리뷰나.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새로 부임한 셰프의 새로운 음식들을 만나게 될텐데 부디 이번만큼은 옆에서 자꾸 근거없는 이야기가 떠돌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셰프도, 지지난 셰프도 초창기와 달리 떠날 즈음엔 의욕을 잃은 듯 정말 무난한 수준의 음식들을 내놓았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은 그만 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2022. 5. 6.


가든 테라스가 오픈 하기 전날에 같은 호텔 내의 찰스 H. 바에서 행사가 있었다. 마치 아뮤즈 부쉬와 같았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그래도 좋다. 분명 다음날 본격적으로 판매할 요리를 먼저 먹어볼 기회였으니 말이다. 물론 행사에 나왔던 요리 모두가 가든 테라스에서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 칵테일도 마찬가지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는 모두 훌륭했었다. citrus 와 spicy, 이 두 단어만으로도 흥분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다음날 요리가 정말 기대되었다.


다음날 손님이 없을 때 미리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으러 오후 다섯시 반쯤 도착했는데 벌써 긴 줄이 형성되었었다. (결국 유튜브에는 음식 영상만 올렸다.) 가장 인기 많은 소파석은 이제 예약만 받고, 최소 삼십만원 이상 소비를 해야 하고 나머지 좌석 - 테이블 좌석 - 은 예약이 없으니 미리 와서 줄을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 모든 음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만큼 가 치가 과연 있을까?



이 날 먹었던 요리에 대해 말하기 전에 가든 테라스 이야기부터 해보자. 처음 비어 앤 버거로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평은 부정적이었다. 짜고, 너무 기름진 이런 버거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어차피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이야기 해도 듣지 않는다. 미국 버거 여행을 수십번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는 경험이 정말 많다며 극찬을 하지만, 정작 당시 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꽤 공을 들인 호텔 직원이 미국인이었던 것은 그렇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 미국인이 주관해서 잘 했다는 의미가 아님을 주의 하시라. 경험이 절대적 근거가 된다면 만드는 사람 빼고 아무도 그 음식에 대해 평할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 그리고, 처음에 그런대로 선택지가 많았던 맥주는 결국 작년에는 국산 생맥주 - 비어 크래프트? - 위주였고, 버거도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은 아주 순한 버거로 바뀌었지만 아무리 코로나 19 때문에 해외를 많이 못 나가서 그렇다 하더라도 인기는 최절정을 달렸었다. 그 결과물이 올해 오픈 당일 그렇게 긴 줄을 형성했을 것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오픈 이래 꾸준히 다이닝을 방문하고 있지만 늘 갈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시작은 좋았지만 좋게 말해 '현지화' 되는 과정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는 그런대로 본인들의 의도를 지킨다고 할까? 그마저도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를 올리기 위해 칵테일 하나 주문 후 몇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말이다. 


이제 멕시코 요리를 이야기 해보자. 호텔에서는 제대로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멕시코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셰프를 초빙했다. 어차피 모든 식재료를 국내로 갖고 올 수 없었을테니 현지와 비교해서 재료 수준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비교해봤자 마음만 아플테니까 말이다. 전날 찰스 H. 바에서 진행한 행사에 나왔던 요리는 정말 훌륭했었다. 짠맛 중심에 citrus가 더해지며, 다시 spicy까지, 부드러움과 공존하는 바삭함,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이며 아보카도가 갖고 있는 고소함 등이 더해지니 당연히 입안은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칵테일은 또다른 citrus를 더하거나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니 지금까지 진행했었던 찰스 H. 바의 행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들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든 테라스에서는 그런 결과물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칵테일은 요리와 잘 어울리는 구성들로 잘 만들어져 나온다. 그러나 음식들은 다르다. 토르티야의 두께는 제각기 다른 가운데 맛의 매개체가 아닌 오히려 중심으로 돌출하며, - 적절한 두께가 얼마였더라? 망할 놈의 인치법!!! - 정작 중심에 있어야 할 부속물들은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끝부분과 가운데의 맛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 대부분 간이 약했는데, 함께 곁들여진 소스마저도 전날과 달리 밋밋함을 보이고 있었다. 가장 기대했었던 yellow worm 은 감칠맛을 전혀 느낄 수 없이 희미한 바스락거리는 질감만 겨우 느꼈었는데, 그마저도 별다른 향이 없는 채소들이 눈치 없이 아삭거리며 끼어들었다. tripa 타코는 질겅거리는 질감만 남아 있을 뿐 그 외에는 어떠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함께 나온 소스는 맛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주지 못했었다. 메뉴판에 보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설명되어 있지만 그런 것들이 큰 의미가 있지도 않았다. 매콤한 마요네즈? 살사 마차 소스? 콩 스프레드? 절인 양파? 유튜브 영상을 보면 분명 존재함을 알 수 있는데, 입안에서는 정작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다. 셰비체 역시 신맛이 존재는 하지만 단어 그대로 존재에 의미를 둘 뿐이다. 과카몰레도 호텔 인스타그램 홍보 사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데, 함께 나온 토르티야 칩도 희미한 짠맛만이 있을 뿐이다.


왜 이런 결과물들이 나온 것일까? 일단 셰프가 모든 요리를 혼자서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그러나, 셰프만 바뀐다고 해서 결과물 역시 달라질까? 실제로 주방에서 만드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하루 이틀 교육만으로 극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먹는 사람이 이것이 잘못 만든 것인지 제대로 만든 것인지 구분조차 못한다면 셰프와 주방 인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올 수 있을까?

버거 못지 않게 멕시코 음식 마니아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느 요리와 다르지 않게 평가의 기준은 객관적인 - 과학적인 - 기준과 상관없이 주관적인 - 대체로 경험에 기초한, 그 경험이란 것이 단지 횟수 위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 기준에 근거해서 대체로 평을 이룬다. 물론 대중들이 선호하는 취향을 선택한 호텔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지 않았을 때의 매출과 그렇게 했을때의 매출은 굳이 계산하지 않더라도 인기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이닝이 형편 없는, 포시즌스라는 이름값이 아까운 호텔이란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와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뷰 맛집',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날 의도하지 않았는데 객실에서 발가벗고 춤을 추는 커플을 정면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덤으로 슬리퍼와 샌들을 신고 온 사람들의 무좀 걸린 발을 보면서, 가만 그래서 더욱 음식이 맛 없게 느껴졌던 것일까?

2022. 5. 2.


이미 지난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통해 한껏 기대감을 가졌었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 뻔한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나름대로 재치있게 표현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자신의 요리 이야기는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주 간단하게 보이지만 그러나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과연 그것을 한국에서도 요리로 보여줄 수 있을까?










먼저 빵부터 이야기 해보자. 여전히 '식전빵' 이니 배 부르게 먹으면 안되는 존재로 인식하여 한국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빵말이다. 지난 방문때 빵의 심각함을 당연히 셰프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호텔 내 페이스트리 셰프는 공석이고 - 최근에 부임하였다. - 설사 페이스트리 셰프가 있다고 해도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것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의 빵은 정말 불필요한 존재로만 남아 있으니 보칼리노에 새로 셰프가 왔다고 해서 빵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빵의 결과물은 어떠한가? 안초비를 발라 구웠다고 하지만 짠맛은 희미하게 느껴졌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처음에 반응이 너무 짜다는 이야기가 많아 바꿨다고 한다. 이래서 내가 새 메뉴가 나오면 무조건 첫 날에 가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사정이 있어 뒤늦게 방문했으니......

게다가 방문 당일 두 번째로 받은 빵 접시를 보라. 마이야르 반응이 어떻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하얀 밀가루를 반죽해서 빵을 구웠을 때 대체로 색이 어떻게 나온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 않나? 짜다 타령과 함께 아주 지긋지긋한 소리 탔다 타령도 21세기에 한국에서는 여전하다. 

식사하는 내내 자리를 차지하는 빵의 존재를 생각하면 아무리 임시 방편이라고 하지만 보칼리노의 요리들과는 그렇게 썩 어울리는 존재는 아니었다. 억지로 먹긴 했지만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이제 새로 왔으니 무언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호텔 오픈 초창기에 'The Market Lader' 라고 빵을 따로 파는 곳이 있었으나 그곳의 가장 큰 인기메뉴는 크림 단팥빵이었고 그마저도 사람들이 빵을 사러 잘 오지를 않아 - 지하에 있었으니 단순히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 결국 사라졌던 것을 생각하면, 그 중 일부의 빵과 샌드위치를 1층에서 따로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하는 빵을 생각하면, 나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빵 문제는 비단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니 해봤자 재미 하나도 없는 빵 이야기는 그만 하자. 


보칼리노의 요리는 그럼 어떠한가? 셰프가 이야기했듯이 아주 간단하게 보이지만 먹는 내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었다. 오픈 초창기의 경험은 거의 없었으니 그걸 제외하더라도 보칼리노는 항상 전채 요리로 내세운 것은 토마토와 부라타 치즈였었는데, 각 셰프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당연히 달랐었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토마토의 맛은 여전히 밋밋하면서 단맛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신맛과 짠맛과 감칠맛을 더할 것인가? 새로 온 셰프는 발사믹 캐비아를 통해서 신맛은 물론 향까지 더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요리를 다 먹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새로 온 셰프는 향을 적재적소에 잘 쓴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의 완두콩 스프는 민트향이 맛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셰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fresh' 에 초점을 두었다. 전채, 수프, 파스타, 메인 요리까지 모두 무언가 아쉬운 부분을 - 재료의 한계? 조리의 한계? - 향을 더해 나름대로 해결하면서 셰프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이 봄의 또다른 표현이든 셰프가 새롭게 한국에서 요리를 시작함을 표현한 것이든 말이다. 그래서 여러번의 방문 내내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함께 짝지은 와인인데, 향과 잘 어울리는 와인의 부재가 방문 내내 너무 아쉬웠었다. 당장 와인 리스트를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 상쾌함을 표현한 향들과 어울리는 와인이 한 병이라도 있었다면 더욱 즐거웠으리라. 


보칼리노의 고질적인 문제, 접객의 미숙함은 여전했는데 유독 호텔 내 다른 다이닝에 비해 보칼리노는 그 미숙함이 더욱 크다. 직원들이 자주 이직하는 것이야 이 호텔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손님이 많을때와 적을때의 접객 차이는 그 간격이 너무 컸었다. 호텔 내 다른 다이닝들은 언제나 예약이 많다보니 특히 주말에는 예약 없이 방문한 고객들이 자리가 없어 차선책으로 보칼리노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손님이 몰릴 때에는 직원들이 정신 없이 심지어는 뛰어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한국에서 이탈리아 요리는 너도 나도 잘 아는 요리의 세계라 그런지 늘 '내가 아는 이탈리아 요리가 아닌데' 와 같은 무논리 의견이 지배적인데, 제발 이번만큼은 보칼리노에서 또 그런 세계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새로 셰프가 오면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을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타성에 젖은 요리를 너무 많이 만났기 때문인데, 이번만큼은 셰프의 재미있는 요리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