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3. 30.


분기별로 바뀌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의 새 메뉴는 이번에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지난 2015년 오픈 이래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지만 해가 지날수록 요리 가짓수는 줄어들고 있고, 갈수록 음식들은 싱거워지고 있다.

미슐랭 별 하나?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마다 자기가 다녀온 홍콩의 룽킹힌, 마카오의 미슐랭 별 세 개짜리 광동식 레스토랑 등과 비교하고 있지만 심지어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서 북경 오리를 중국 본토와 비교하는 글들까지 난무하는데, 그래서 국내에서 광동 요리들은 어떤 발전이 있어 왔는가?







Double boil seashells with angelica root and chicken

수프 메뉴만 놓고 봐도 가짓수가 너무 초라한데 그것도 제비집과 불도장과 산라탕을 빼면 더욱 초라하다. 여전히 지방의 고소함이 존재하면 느끼하다, 건해산물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잡내가 난다, 그저 수프는 담백, 또 담백해야만 잘 만든 것으로 평가하는 이 현실을 도대체 언제까지 만나야 하는가?

늘 그렇듯 간혹 가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꽤 괜찮은 수프 메뉴는 곧바로 다음 분기에 사라져 버리는데, 그런대로 먹을만한 이 수프 역시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기자의 신맛이 이상하다고 하지는 않을지, 미약하나마 남아 있는 지방의 고소함은 느끼하다고 하지 않을지, 쿰쿰한 향을 맡아보니 잡내 처리 하나 제대로 못하네라는 평가를 또 보지는 않을지...











Seasonal Fish

Steamed in soy sauce with red and green chili

사이먼 셰프가 떠나고 난 뒤 새로 온 쿠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는 여전히 만나본 적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가 선보였던 요리들을 생각하면 사천, 호남 요리의 얼얼함과 매콤함을 접목한 것이 꽤 인상 깊었었다. 이번에도 새로 활어 메뉴가 생기면서 제철 생선을 선보였는데,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찐 생선 요리에서의 간장 소스는 여전히 단맛과 감칠맛이 은은하게 감돈다. 거기에 얼얼함과 매콤함이 함께하지만 튀긴 생선 뼈를 중심으로 결이 서로 다른 얼얼함과 매콤함을 새콤함과 함께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유 유안은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 달리 아주 친절하게도 잔가시까지 거의 다 분리한 채 살코기 중심으로 이렇게 한 마리를 내놓으니 먹기에도 편하다. 그런데 과연 이 메뉴가 인기가 있을까?







Steamed dumpling with crab meat and zucchini

생강향이 매력적이라고 설명을 들었지만 내가 먹었을 때 애석하게도 생강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심지어 딤섬의 간 자체가 싱거웠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새 메뉴가 나올 때마다 당일에 방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늘 며칠이 지나면 맛이 달라져 버리는데, 호텔 다이닝의 숙명이라고 하기엔 한국에서의 편차는 너무 크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파인 다이닝을 찾아서는 안된다. 맛의 쾌락을 즐기기 위한 곳에 가서 건강을 찾는 것은 대단히 모순적인 행위이다. 게다가 향신료의 사용을 언제까지 잡내를 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생강향은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향이 아닌가?


북경 오리 - 마파 두부 - 어향 가지 - 청경채 볶음 - 게살 볶음밥 - 망고 디저트 덕분에 이번 새 메뉴 개편도 큰 변동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런치와 디너를 하나로 합쳐서 글을 올린다.

2021. 3. 22.


이미 디너에서 어느 정도 실망한 - 낯이 익은 요리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것이지, 여기가 유명세에 비해 요리를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상태여서 사실 딤섬도 큰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예약을 모두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음날 곧바로 런치때 재방문 하였다.






접객만 놓고 보자면 싱가포르답지 않게 서버들의 친근함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어떤 차별적인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해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싱가포르에서는 파인 다이닝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의 말투 자체가 무뚝뚝함이 크게 느껴지는데, 이곳만큼은 굉장히 살갑게 다가오는 편이다.







Har Kau Shrimp Dumpling with Black Garlic 







Siew Mai dumplings with Sakura Shrimp, Pork & Seafood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광동식 레스토랑 어디를 가더라도 하가우와 시우마이는 잘 안 시키는 편인데, 특별한 경우란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고 이 고전적인 딤섬을 변형을 한 경우에 해당된다. 하가우는 흑마늘을 넣었고, 시우마이는 사쿠라 새우를 올려놓았길래 주문했었다. 

흑마늘을 넣었으니 결이 다른 단맛이 더해져 맛의 층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이 역시 이미 여러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경험한 결과물이어서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시우마이도 마찬가지로 질감이 건관자 등을 올렸을 때와는 다른 질감 대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House Specialty Black Gold Egg Custard Buns







House Specialty Steamed Mushroom Buns

이 두 딤섬도 이미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 나온 모양새를 보고 그렇게 색다르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것 저것 시켜보았지만 고전적인 딤섬이나 고전적이지 않더라도 비슷한 이름의 딤섬들은 이미 싱가포르 내에서 또는 다른 도시에서 경험한 딤섬들이니 다음에 재방문 하더라도 다시 주문할 생각은 거의 없다.







Freshly - Made Rice Rolls Served with Poached Chicken & Spicy Sichuan Sesame Dressing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심심한 것은 아니었고, 조금은 특별하다고 할까? 색다르게 느껴지는 딤섬도 몇 가지 있었는데, 예를 들어 사진에서의 구수계와 창펀의 결합물 같은 것이 있었다. 속을 채워서 나오지는 않고 따로 올려져 나왔는데, 소스를 뿌린 뒤 버무려 (?) 먹으면 된다고 설명을 들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창펀까지 차가웠었는지, 아니면 구수계도 따뜻하게 나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요리는 다음에 가더라도 다시 주문하지 않을까?







Swan - Shaped Durian Pastries

사실 이런 새 모양 - 보통 오리를 많이 경험했었다. - 의 요리는 흔하지는 않더라도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종종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바이 제레미 룽에서는 디저트로 두리안이 들어간 것이 나온다. 부드럽게 여러갈래 바스러지는 질감이야 이런 류의 요리에선 흔한 모습이니 그리 신기할 것은 아닌데, 사실 두리안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혹시나 그 악명 높은 냄새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을까 약간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그런 것은 없었는데, 그리 달지 않으면서도 buttery 한 flavour 가 나름 괜찮게 느껴졌었다. 

런치와 디너 모두 이미 조리 기법부터 해서 플레이팅까지 나는 여기저기에서 경험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렇지, 그런 경험이 적다면 분명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곳이긴 하다. 맛 역시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셰프

이미 디너에서 어느 정도 실망한 - 낯이 익은 요리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것이지, 여기가 유명세에 비해 요리를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상태여서 사실 딤섬도 큰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예약을 모두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음날 곧바로 런치때 재방문 하였다.






접객만 놓고 보자면 싱가포르답지 않게 서버들의 친근함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어떤 차별적인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해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싱가포르에서는 파인 다이닝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의 말투 자체가 무뚝뚝함이 크게 느껴지는데, 이곳만큼은 굉장히 살갑게 다가오는 편이다.







Imperial Pu Er

코로나 19 상황이 끝나면 또 가겠지만 그때는 정말 차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갈 때마다 보이차가 아닌 다른 차들을 마셔야지 생각하고 가지만 무의식적으로 보이차를 주문하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차 수입부터 제약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경험치가 낮다고 할까? 다양성부터 충족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Har Kau Shrimp Dumpling with Black Garlic 







Siew Mai dumplings with Sakura Shrimp, Pork & Seafood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광동식 레스토랑 어디를 가더라도 하가우와 시우마이는 잘 안 시키는 편인데, 특별한 경우란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고 이 고전적인 딤섬을 변형을 한 경우에 해당된다. 하가우는 흑마늘을 넣었고, 시우마이는 사쿠라 새우를 올려놓았길래 주문했었다. 

흑마늘을 넣었으니 결이 다른 단맛이 더해져 맛의 층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이 역시 이미 여러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경험한 결과물이어서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시우마이도 마찬가지로 질감이 건관자 등을 올렸을 때와는 다른 질감 대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House Specialty Black Gold Egg Custard Buns







House Specialty Steamed Mushroom Buns

이 두 딤섬도 이미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 나온 모양새를 보고 그렇게 색다르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것 저것 시켜보았지만 고전적인 딤섬이나 고전적이지 않더라도 비슷한 이름의 딤섬들은 이미 싱가포르 내에서 또는 다른 도시에서 경험한 딤섬들이니 다음에 재방문 하더라도 다시 주문할 생각은 거의 없다.







Freshly - Made Rice Rolls Served with Poached Chicken & Spicy Sichuan Sesame Dressing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심심한 것은 아니었고, 조금은 특별하다고 할까? 색다르게 느껴지는 딤섬도 몇 가지 있었는데, 예를 들어 사진에서의 구수계와 창펀의 결합물 같은 것이 있었다. 속을 채워서 나오지는 않고 따로 올려져 나왔는데, 소스를 뿌린 뒤 버무려 (?) 먹으면 된다고 설명을 들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창펀까지 차가웠었는지, 아니면 구수계도 따뜻하게 나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요리는 다음에 가더라도 다시 주문하지 않을까?







Swan - Shaped Durian Pastries

사실 이런 새 모양 - 보통 오리를 많이 경험했었다. - 의 요리는 흔하지는 않더라도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종종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바이 제레미 룽에서는 디저트로 두리안이 들어간 것이 나온다. 부드럽게 여러갈래 바스러지는 질감이야 이런 류의 요리에선 흔한 모습이니 그리 신기할 것은 아닌데, 사실 두리안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혹시나 그 악명 높은 냄새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을까 약간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그런 것은 없었는데, 그리 달지 않으면서도 buttery 한 flavour 가 나름 괜찮게 느껴졌었다. 

런치와 디너 모두 이미 조리 기법부터 해서 플레이팅까지 나는 여기저기에서 경험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렇지, 그런 경험이 적다면 분명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곳이긴 하다. 맛 역시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셰프의 유명세를 생각 한다면 결과물들이 다소 평범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내가 선택했던 메뉴들이 대체로 고전적인 - 아무래도 첫 방문이다 보니 조금 안전하게 선택한 것도 있다. - 요리들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다시 방문할 생각은 갖고 있는데, 코로나 19 상황이 얼른 끝나지 않으니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21. 3. 17.


羅宴, 한국 최고의 호텔, 한국 최고의 한식 레스토랑,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허울뿐이다. 그 어디에서도 '최고' 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팔선, 아리아께, 라연까지 경험하면서 더 이상 이 호텔의 다이닝은 믿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맛' 만 없었다면 그 정도까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서울 신라 호텔은, 라연은 처음부터 '요리' 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레스토랑의 이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인테리어와 각종 기물들은 한국에서는 비단 라연만의 일은 아니기에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그래도 한국 '최고' 의 호텔이라는 서울 신라 호텔 안에 있는데... 아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굳이 투숙하지 않아도 검색 엔진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텔 객실 내부 디자인만 보더라도 서울 신라 호텔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텔 리뷰를 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니 '요리' 에만 집중해 보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이다. 아무리 한국에서 물은 '공짜' 라는 인식이 강하다 해도 그렇지, 자리에 앉자마자 아주 자연스럽게 손님의 의사를 묻지 않고 괴랄한 '차' 를 한 잔 따른다. 우엉차라고 했던가? 가뜩이나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은 맛이 없는 편인데, 거기에 무언가를 넣어서 우려낸들 무슨 맛이 있겠는가? 거기에 요리와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차라리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이다.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격을 갖췄다고 하기엔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나보다.

그와 더불어 숟가락과 젓가락의 교체 문제 역시 - 이 역시 비단 라연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 여느 한식 파인 다이닝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앞 코스에서 먹고 나서 젓가락에 묻은 각종 양념들과 고춧 가루 - 물론 라연에서 고춧 가루를 만나긴 힘들다. - 를 그 다음 코스 요리를 먹을 때 묻혀 가며 먹어야 하는 것이 미식을 즐기는데 도움을 줄 것인지 해를 끼칠 것인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곳들이야 인력부터 해서 비용까지 감안해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변명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국내 최고의 호텔이라는 곳에 속해 있는 파인 다이닝이라면, 예와 격을 갖췄다고 스스로 표현하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YE / The Propriety

Appetizing Nibbles

아뮤즈 부쉬를 당당하게 메뉴판에 그것도 세세하게 표기하는 한국의 수많은 파인 다이닝을 생각하면 이런 주전부리조차 메뉴판에 당당하게 표기하는 것이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은데, 문제는 이런 주전부리 따위가 앞으로 식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를 한다. 하나는 단맛과 함께 느껴지는 특유의 향과 약간의 쓴맛이, 다른 하나 역시 고소하지만 뒤에 느껴지는 약간의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떨어트린다. 게다가 저렇게 수북하게 쌓아서 주는 의도는 무엇일까? 파인 다이닝에서 '가성비' 를 찾는 것만큼 의미 없는 것이 '양' 에 집착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주전부리는 절묘하게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YE / The Propriety

Braised Korean Beef Short Ribs in Sweet Soy Sauce with Chestnut and Date


미슐랭 별 세 개나 받은 파인 다이닝에 가서 런치 코스를 선택해놓고 리뷰 글을 쓰는 것만큼 의미 없는 행위도 없겠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한식 레스토랑에서 런치와 디너의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보면 그저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코스 구성 메뉴에 대해 하나씩 리뷰를 하려 했지만 그것만큼은 별 의미가 없었기에 몇 개만 보도록 하자.

먼저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선택한 쇠고기 요리는 일단 플레이팅을 보고 있자면 동네 고깃집에서 나오는 갈비찜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좀 더 좋은 재료를 '정성' 을 들여서 내놓았다 정도의 차이? 굳이 파인 다이닝의 존재 이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가정식과 큰 차이가 없는 이 요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코스 이름은 "예' 인데, 그것을 어떻게 요리로 표현했는지 코스 시작부터 종료까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정성' 들여 '깔끔' 하게 차려서 내놓았다는 정도? 이런 음식은 파인 다이닝에서 나와서는 안된다. 이는 비단 라연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 다만 서양 요리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충분히 '맛' 으로 표현 가능한데, 왜 한식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시도가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실력이 없는 것일까? 

게다가 소스에서부터 느껴지는 단맛은 (비록 흐릿하나 밑바탕은 단맛을 갖고 있는) 밤과 대추와 만나면서 더욱 중첩된다. 짠맛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밤과 대추를 넣어놓곤 질감 대조조차 없어 단조로운 평면적인 이 요리를 무려 49,000원이나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먹은 내가 그냥 잘못했다. 여기에 더해 사진에서 한쪽에 보이는 빈 그릇에는 조금 있다가 직원이 손님 앞에서 직접 버무린 일종의 겉절이를 담아 주는데, 그런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를 왜 눈 앞에서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고춧 가루를 넣지 않았다는 것만 흥미로울 뿐 신맛이 미약하니 그저 채소의 쓴맛만 가득한 아삭거리지도 않는 생채소를 갈비찜과 같이 먹자니 먹는 내내 고역이었다. 







YE / The Propriety

Hot Pot Rice with Seaweed and Abalone


동네 한정식집과 별반 다를바 없는 코스 구성, 즉 반찬 나열만 하다가 - 심지어 탄수화물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 마지막에 나오는 '진지' 상은 받자마자 웃음부터 절로 나왔었다. 전복을 빼면 밥과 함께 곁들일 반찬은 모두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한결같이 싱거우면서 동일한 맛의 채소 반찬들이 심지어 질감까지 비슷한데, 이런 단조로운 맛과 질감의 구성을 가진 요리가 코스 내내 반복되고 있다. 나중에 백김치 비슷한 것을 갖다 주기까지 하는데, 짠맛과 더불어 감칠맛은 거의 없는 밍숭맹숭한 김치였었다.

디저트까지 이야기 하기엔 너무 맥락 없는 구성이어서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다. 사실 더 이상 글을 쓰고싶지도 않다.







이런 구성은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어서 더 이상 실망할 일도 없는데, 문제는 접객이다. 이것 때문에 글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날 같이 간 일행 중 나만 페어링을 선택했었는데, 문어 냉채와 짝을 지어 나와야 할 술이 나오지 않아서 문의 하니 문어 냉채와는 짝을 짓지 않았다고 해서 그냥 음식을 먹고 나니 갑자기 잘못 이야기 했다며 뒤늦게 문어 냉채와 짝을 지은 술을 따라 주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죄송하다며 서비스로 원래 없었던 디저트와 짝 지은 술을 내주겠다고 한다.

나 혼자 간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중단 시킨 뒤 계산하고 나왔을텐데, 일행들이 있어서 그냥 아무 말도 안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최고' 라는 호텔의 파인 다이닝의 대처 수준은 '최악' 이었다. 요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미 지나간 음식과 짝을 지어 놓았던 술을 부랴부랴 따라 주는 것이고, 그게 미안하다고 '서비스' 로 디저트에 맞춰 술 한 잔 더 주겠다는 것은 손님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아이고,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죠, 서비스로 술 한 잔 더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얼마나 예와 격을 갖춘 접객인가!







서울 신라 호텔 임원들은 해외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을텐데, 거기에서 단 하나도 배운 것이 없나 보다. 생각이 있다면, 배운 것이 있다면 화장실의 수건 조차 이런식으로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2021. 3. 11.


재단장한 래플스 싱가포르는 다이닝에 꽤 많은 신경을 썼다. 재단장 전의 다이닝을 생각하면 구색만 갖춘 전형적인 호텔 다이닝이었는데, 재단장 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새로 오픈 했다. 그 중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광동식 레스토랑이었다. 드디어 래플스 싱가포르에서도 광동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유럽의 셰프들과 달리 이쪽 세계의 셰프들은 한국에선 인지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인기를 생각 하면 광동 요리가 썩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그럴텐데, 그래서 더욱 궁금했었다. 각 호텔마다 각자의 색을 보여주는데 래플스 싱가포르는 어떤 세계를 보여줄 것인가?






레스토랑이 래플스 아케이드에 있기 때문에 호텔에 투숙하고 있을 경우 처음 방문한다면 찾아가기가 조금 난해하다. 예약 시간보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들어서자마자 직원의 안내로 레스토랑 안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통로가 사진처럼 꾸며져 있다. 종이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레스토랑 이름과 잘 어울리게 꾸며놓았다. 보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서서 기념 사진을 찍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스타그램 등을 보면 종종 여기에서 찍은 개인 사진들이 많이 올라온다.







레스토랑 이름에 걸맞게 잘 꾸며 놓은 인테리어와 함께 쇼 플레이트도 눈길을 끄는데, 구글 등에서 검색해 보면 그동안 셰프가 추구한 요리 철학에 대한 인터뷰나 요리와 관련해서 리뷰어 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쪽 세계에 대해 워낙 허위 정보가 많다 보니 반신반의 했었는데, 여기까지는 첫인상이 좋았었다.





Hundred - Ring Cucumber & Poached Sea Whelk with Soy Sauce Vinaigrette

문제는 음식인데 일단 싱가포르의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과 달리 특별한 재료를 사용한 것들이 몇 가지 눈에 띄었었다. 마음이야 이것 저것 모두 다 주문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먹는 양은 한계가 있으니 우선 셰프 추천 메뉴 몇 가지를 고를 수 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맛은 좋았는데 대체로 요리들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중에 호텔로 돌아가 구글 검색을 여기저기 해보니 중국 요리계에서 제레미 룽 셰프가 꽤 많은 영향력을 끼쳤던 것 같은데, 그에게 배웠던 많은 요리사들이 최종적으로 셰프의 직함을 달고 다른 여러 레스토랑을 갔었고, 그 중 몇 곳은 내가 들려서 이미 요리를 경험했던 것은 아닐까? 영향력을 끼쳤다는 뉴스 기사 등이 100%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 한국에서는 셰프부터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언론은 그것을 또 검증하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었다. - 그에게서 배운 많은 요리사들이 어디로 진출했는지까지 추적 가능하다면 좋았겠지만 그 이상은 찾기 어려웠는데 - 이와 관련해서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자료를 정리 해서 책을 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그런 책이 실제로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 , 아무튼 100%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요리들을 이미 경험했으니 지루함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싱가포르를 가게 된다면 다시 이 레스토랑을 찾을 생각이다. 그때는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하지 않을까? 지루함 속에서도 그런 기대감도 같이 느꼈었다.

2021. 3. 2.


사실 호텔 오픈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호텔 내 다이닝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확인 했을때에도 뷔페 하나, 로비 라운지 하나, 꼭대기 층에 유러피언 레스토랑? 그리고 바 하나 오픈 한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뷔페는 원래 좋아하지 않았었고 한국에서 유러피언 레스토랑이라니? 그러다 문득 체크 인 하기 이틀 전날 메뉴가 궁금해서 호텔측에 문의 하였고 하루 전날 전화 및 메일로 안내를 받았었다.

메뉴를 보니 구성은 전형적인 고전 메뉴들이어서 정말 가고싶지 않았다. 국내 호텔들이 잘 하는 그럴싸하게 메뉴를 구성해놓았지만 제대로 조리조차 못 하는, 그런 곳에 내가 수십만원을 써서 가야 하는가? 그런데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있었다. Inspired by Nature, 설마? 하나의 개념을 맛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그래서 전화를 걸었었다.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데 아직 공사가 덜 끝난 것도 있고, 날이 추운 관계로 열지 않았기에 전망은 다소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 부분을 제외 하고 '마리포사' 라는 이름에 집중하자면 그런대로 인테리어는 나쁘지 않았다.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호텔이 들어서기까지 걸렸던 시간과 일련의 상황들, 무엇보다 이 건물을 호텔이 일정 기간 임차하기로 한 조건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흘러 나오는 음악도 중간에 다소 맞지 않는 선곡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어울린다. 그래서,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코스 메뉴가 세 가지, 단품으로도 주문이 가능했지만 각 코스마다 정해진 주제가 눈길을 끌었으니 코스 메뉴를 선택하고싶었다. 어떤 코스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소믈리에가 오픈 첫 날인데다 셰프가 적극 권장하는 코스가 있으니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한다. 심지어 코스 내의 선택지도 거의 정해줬었는데 이게 불쾌하게 다가오지 않고 어떻게든 셰프가 자기가 선보이고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페리에를 좋아하지 않지만 탄산수는 페리에 뿐이라 해서 그것으로 달라고 하였다. 그 외에도 레스토랑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물도 있다고 해서 한 잔만 달라고 했었는데, 굳이 안 마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향도 넣고 음식과 무난하게 어울리게 만들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맛이나 질감이 그리 유쾌하지는 못했었다.










Taittinger Brut (Réserve) Champagne N.V.


식전주로 이미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에서 샴페인 한 잔 가볍게 마시고 올라왔지만 떼뗑져 한 잔을 더 마셨다.







Mise - en - Bouche Mariposa


사실 큰 기대는 안했었다. 한국에서 유행인 이것 저것 화려하게 눈으로만 즐거운 한 입 꺼리를 몇 가지 늘여놓겠지, 마치 조리 실력이 출중한 것처럼 눈속임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마리포사는 그런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내가 오늘 먹을 요리들이 셰프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그 핵심을 확실하게 보여줬었다. 







Chef's Collection

Inspired by Natue / Mordern European

Hanwoo ++ Beef Tenderloin, Forest Mushrooms, 7 days Fermented Mushroom Vinegar, Chimichurri


사실 메인으로 굳이 쇠고기를 시키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다른 선택지가 얼마나 더 있을까? 게다가 일련의 코스 요리들이 대부분 해산물이었으니 메인은 육류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직원의 권유도 있었기에 오픈 첫 날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로 온김에 도전을 해보자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셰프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싶었을까? 이걸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라면 X가 떠오른다. 자연을 맛으로 온전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코스로 연결되는 셰프가 말하고 싶어했던 이야기의 흐름은 이 메인 요리에서 정점을 찍고 있었다. 요리 하나 하나마다 맛과 함께 셰프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했는지 자세하게 쓰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쓴다. 왜냐하면 미리 알고 가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단어도 'X' 라고 표기하였다. 한국에서 정말 만나기 힘든 이런 재미를 이 블로그를 통해 미리 알고 가면 맥이 빠질 것이다. 자연을 맛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코스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셰프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한 번 음미해 보시라. 우리가 영화를 보러 갈 때에도 모든 내용을 다 알고 가버리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소믈리에는 각종 술로 - 이 날은 와인들과 칵테일 하나로 짝을 맞췄지만 -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마리포사의 소믈리에는 유머 감각도 있었고, 쇼맨십도 있었으며 왜 이렇게 짝을 맞췄는지 그 의도를 넌지시 잘 설명해준다. 메인 요리와 짝을 맞춘 와인은 일종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처럼 제공했었는데, 사실 마시기도 전에 요리의 구성을 생각하면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요리와 와인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 즐거웠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빵부터 이야기 해 보자. 빵만 놓고 보자면 사실 음식조차 끔찍했어야 할 정도로 형편 없었다. 특히 질감, 마치 골판지를 씹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렇다고 마리포사를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현실이 너무 슬펐다. 빵의 형편없음은 고스란히 디저트까지 연결되어서 즐거웠던 이야기의 흐름을 흐지부지 끝내 버린다. 준비된 버터는 온도가 낮아 굳어 있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그나마 빵에 발라 먹기 조금 편했으나 이 마저도 부드럽지 않았다. 이것도 아마 의도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조리 수준도 들쑥날쑥 했었는데 예를 들어 푸아그라는 팬에 구웠다고 하기엔 겉의 질감이 너무 뭉클거린 반면 Langoustine 은 거의 완벽하다 할 정도로 잘 익혔었다. 재료의 아쉬움도 있었는데 국산 캐비아 특유의 밋밋한 짠맛이 이야기의 시작을 흐릿하게 만들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밋밋했었는데, - 아마도 손님들의 반응을 고려해서 조절했을 것이다. - 이런 요소들이 맞물려 이야기의 흐름은 원만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 중간 끊긴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게다가 셰프가 표현하고픈 이야기의 크기도 이보다 좀 더 규모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규모를 축소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요리 자체도 고전 요리를 살짝 트위스트 하는 정도에서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리포사를 재방문 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이곳만의 문제는 아닌데다 아직 오픈 초창기이니 여기 저기서 더욱 부딪히기 전에, 셰프의 철학이 담긴 요리를 그나마 온전히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