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7. 26.


먼저 말하자면 다시는 이타닉 가든을 갈 생각이 없다. 이번 방문을 통해 확신이 들었는데, 여전히 셰프의 요리는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 그게 한 사람이든 혹은 두 사람이든 -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허세 가득한 음식만 선보이는데 굳이 또 갈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사용하지도 않을 젓가락을 굳이 올려두고, 한국식 '차' 를 '무료' 로 내놓는다고 해서 한식 기반의 레스토랑이라 주장하는 그곳의 음식에 대해서 왜 맛이 없는지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싶지 않다. 








다만 하나 덧붙여 이야기 하고싶은 것은 접객이다. 먼저 이물질이 나와 이야기 했더니 주방에 전달하겠다 하고는 따로 어떤 이야기가 없었다. 어떤 반대급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파인 다이닝에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한편 서버들은 부지런히 접시를 내려놓고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지만 정작 다 먹고 나서 치울 때엔 음식이 어떠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간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오픈 바 테이블 눈 앞에 서 있던 셰프에게서 어떤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셰프 스스로 하고 싶은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 말이다. 아무리 호텔 파인 다이닝에서 셰프의 선택권이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그 제한의 범위가 너무 크다. 물론 나는 내가 내린 결론이 틀렸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음식부터 바뀌어야 할텐데 과연 그게 될까? 

2021. 7. 17.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해외를 나갈 수 없으니 국내 파인 다이닝을 몇 군데 다녔지만 하나같이 결과는 똑같다. 짠맛이 거의 없는, 디저트는 단맛이 거의 없는, 대부분 결과물은 과조리, 주제는 정해놓았지만 정작 그것을 하나의 요리로 선보이지 않고 재료에만 의존하는 그런 결과 말이다. 물론 해외의 파인 다이닝들도 다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다이닝들을 수평 비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아울러 국내의 여러 여건들, 예컨데 식재료의 한계와 같은 것들도 감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결과물이 같다면, 내가 계속해서 이 짓을 해야할까?






프렌치 레스토랑, 심지어 페이스트리 셰프마저 프랑스인이 있건만 바게트의 상태는 늘 저 모양이다. 두 번째 방문까지는 이야기 했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도 않고 그냥 '식전빵', 이걸로 배를 채우면 안 돼 같은 이야기만 늘 존재한다.






Stay Must Try

Jirisan Hanwoo << grade 1++ >>, beef jus, potato bean cooked with honey and horseradish


코스 메뉴의 개념 따위는 먹는 사람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배 부른가, 가격은 낮은가, 메인은 스테이크가 나오는가, 그것도 한우로 말이다. 그것만 만족 시킨다면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은 어떤 존재일까?

간이 거의 안 된 이 질긴 스테이크를 먹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 어디에도 'Must Try' 는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라는 계절? 그런 것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그동안 이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갔던 이유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야기 하면 조금이나마 주방에서 반응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Pineapple ripened 24 months on the tree, Thin slices flavored with vanilla and cardamom, crystallized cocoa nibs, coconut <<blanc manger>> and ice cream

메뉴명은 장황하게 적혀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향이 없었다. 파인애플은 달긴 하지만 묽은 느낌이 강하게 들고, 향신료의 존재는 찾아 볼 수 없는, 이제 이런 디저트가 나오는 것도 이해는 한다. 여기서 향신료의 향이 느껴진다면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향이 없는 디저트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작년 3월 첫 방문 이후 구성이 전혀 바뀌지 않은 이쪽도 이제는 재미없다. 그리 달지도 않은 것들이라 더더욱...

여전히 페이스트리 셰프는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과 별개로 늘 이 정도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도 일정 부분 포기 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Nicolas Feuillatte Collection Vintage Blanc de Blancs Brut Millésimé Champagne 2012

이 날 유일하게 만족했던 것은 샴페인뿐이다. 그것도 소믈리에의 도움 없이 말이다. 요리에서 셰프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와인에서도 소믈리에의 존재는 없었는데, 와인 페어링은 그 가격을 받으면서 구성이 거의 바뀌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지금 가격이 비싸다 따위의 감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와인 한 병 주문하려고 했으나 소믈리에는 없었고, 그래서 그냥 눈에 띄는대로 샴페인 한 병을 주문했었다. 짝짓기 따위는 알게 뭐란 말인가! 어차피 음식에서부터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데!


음식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자세하게 풀어서 이야기 하려면 얼마든지 글을 길게 쓸 수 있겠지만 나 스스로 고통 받고싶지 않다. 뭐 대단한 것도 없이 짠맛의 개입부터 없는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야기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전히 뷰 맛집, 프로포즈 맛집으로 예약이 어려운 가운데 대부분의 방문 후기는 짜다와 양이 적다와 같은 이야기만 난무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테다.

2021. 7. 12.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의 셰프가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요리의 맛도 함께 떠났나보다. 보칼리노의 가장 큰 문제점, 한국인 입맛에 맞춰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밍숭맹숭함이 다시 돌아왔다. 문득 예전에 첫 셰프가 떠나고 두 번째 셰프가 오기 전까지 일년여의 공백 기간이 떠올랐는데 그때에도 이런 느낌이었다. 분명히 뭔가 하나가 빠진 느낌인데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향이 빠진 것인지, 맛 (taste) 이 빠진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빠진 것인지 말이다.

물론 이미 예상 가능한 일이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이버와 인스타그램 후기에서 보칼리노의 음식에 대해선 평이 극단적이다.






Pesca affogata, budino alla vaniglia e lampone

Poached peach, rice pudding, peach sorbet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디저트이다. 물론 잘 만든 디저트일수록 역시 대중들의 평은 최악으로 몰리겠지만 이런 일도 워낙 일상다반사라 이제는 실망스럽지 않다.

보칼리노뿐만 아니라 국내 어디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지키는 곳은 대체로 평이 좋지 않다. 반면에 그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는 곳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적하면 늘 되돌아오는 이야기는 한결같이 똑같다. 

2021. 7. 9.


이렇게까지 늦게 글을 올릴 생각은 없었다. 코로나 19 상황이라는 핑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언제 다시 해외를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글을 쓰다가 싱가포르를 더욱 그리워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묵혀둘 수는 없는 일이다.









래플스 싱가포르가 재단장 하면서 다이닝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는 래플스 싱가포르 리뷰와 라 담 드 픽 래플스 싱가포르 리뷰에서 이야기 했었는데, 특히 알랭 뒤카스의 식당까지 오픈하면서 정말 호텔측이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 예전 래플스 싱가포르 다이닝을 이용한 적이 있다면 잘 알 것이다. 그때는 정말... - 한편으로 프렌치 레스토랑이 두 곳이나 생기다니, 너무 과한 선택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라 담 드 픽 래플스 싱가포르와 달리 BBR 바이 알랭 뒤카스는 캐주얼한 분위기이다. 직원들의 유니폼도, 직원들의 접객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래플스 싱가포르의 정책 방향이었던 폐쇄성은 - 투숙객이 아니면 호텔 출입이 아예 불가했었다. - 개방적으로 바뀌었고, 거기에 맞춰 특히 예전의 BBR 을 생각하면 - 자세한 것은 구글 검색보다 실제로 이 호텔에 묵으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래플스 싱가포르의 역사 투어에서 사진과 함께 설명을 직접 듣는 것을 권한다. - 이곳도 호텔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춰 결정된 분위기이다. 누구나 쉽게 다가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곳 말이다.











요리도 마찬가지, 아뮤즈 부쉬와 빵 사진을 보라. 어떤 요리를 내놓을 것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Very BBR Festive!

Foie gras de canard poêlé, réduction de Porto

Pan - seared duck foir gras, Port reduction







Very BBR Festive!

Tiger Story

au chocolat de notre Manufacture à Paris

Signature chocolate from our Manufacture in Paris entremets


알랭 뒤카스와 뗄 수 없는 지중해, 물론 코스에 나오는 요리들 중에는 메뉴명을 보거나 요리가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지중해가 바로 떠오르는 것들도 있지만 푸아그라조차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절로 환상을 갖게 한다. 

지금 레스토랑이 있는 곳은 싱가포르인데 뜬금없이 왜 지중해가 나오냐고? 처음 래플스 싱가포르가 문을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호텔 바로 앞은 해변가였었다. 이제는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경유라는 개념이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항공과 함께 해상 운송에서 싱가포르의 지리적 위치를 생각해 보자. 싱가포르 문화는 또 어떠한가? 그저 단순하게 알랭 뒤카스가 자기가 하고싶었던 요리를 아시아권에 선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코스의 대미는 BBR 의 그 유명한 호랑이 이야기와 함께 맞물려 끝을 맺는다. 호랑이와 관련해서 내가 구구절절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보다 직접 호텔에 방문해서 래플스 싱가포르의 역사를 듣는 것을 적극 권한다.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해외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만 나는 전날의 라 담 드 픽 래플스 싱가포르보다 이곳 BBR 바이 알랭 뒤카스의 요리가 더 좋았었다. 단순하게 수평 비교하는 것은 아니고 라 담 드 픽 래플스 싱가포르는 전체적인 흐름은 이해하지만 세부적인 것에서 무언가 손발이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반면 BBR 바이 알랭 뒤카스는 알랭 뒤카스가 추구하는 철학, 래플스 싱가포르의 역사, 싱가포르의 지리적 위치와 문화 등이 혼합되어 식사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며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호텔이 추구하는 개방성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최근에 오스테리아로 재개장을 한다고 홈페이지 등에서 안내되는데, 얼른 다시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2021. 7. 5.


한동안 아키라 백을 방문하지 않았었다. 몇 년째 같은 메뉴, 그리고 어떤 요리를 선택하든 결국은 같은 맛, 창업자가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음식을 내놓겠다는데 터무니 없는 음식이 아닌 이상 비난할 것은 아니나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몇 년째 같은 메뉴가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창업자가 방문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에 아키라 백은 결이 다른 방향의 특선 메뉴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 진행했었던 면 요리와 같은 것 말이다.






Basic Beach

Vodka, Lemongrass Honey, Almond Milk, Lemon

한동안 가지 않은 동안 칵테일 메뉴가 일부 바뀌었다. 아키라 백 음식들이 짠맛과 단맛이 강하다보니 입안을 씻어 줄 칵테일도 조금 강한 측면이 있는데, 결과만 이야기 하자면 아키라 백에서 무엇을 주문하든 칵테일과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음식과 함께 주류도 많이 선택하는 분위기이던데, 이런 분위기가 왜 다른 파인 다이닝에까지 확대되지는 않을까?







Summer Eel Dinner Set

Clear Soup

Pike Eel, Bonito Stock

큰 틀에서 보면 여름 장어 특선 메뉴도 아키라 백 스타일이 묻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선 메뉴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몇 번 더 먹을 생각인데, 옛 키오쿠 시절의 가이세키 요리 느낌도 약간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국의 경우 스모키향과 더불어 깔끔한 감칠맛의 잔잔한 여운이 절로 옛 키오쿠의 요리들을 떠오르게 한다.

아쉽게도 그 흐름은 곧 끝나버리지만 - 특히 디저트의 아쉬움은 너무 크다. 물론 아키라 백의 음식들을 생각하면 무난한 편에 속하지만 말이다. - 잠시나마 여운을 즐길 수 있었으니 아쉬움이 있더라도 기회가 있을때 방문해야 덜 아쉽지 않을까?

아키라 백에 속해있는만큼 완전히 가이세키 요리를 내놓을 수는 없었겠지만 한편으로 주방에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없어 일부만 내놓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가이세키 전문이었던 키오쿠가 사라진 것이 너무 안타까운데, 그나마 주방에 있던 인력들마저 지금은 많이 떠난 것 같아 이제는 가이세키 요리를 하고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할까? 

한편 서버들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만큼 접객도 아키라 백 음식만큼 많이 가벼워졌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오픈 때부터 근무했었던 직원들이 가장 많이 있던 곳이었는데, 물론 나도 직장인인만큼 각자 여러가지 이유로 퇴사하거나 직장을 옮긴 것에 공감하지만 그만큼 훌륭했었던 접객이 사라진 빈 자리도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