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8. 10. 30.






5개월만에 다시 르 쉬느아를 방문하였다.














Longjing


용정차를 주문하였는데, 사실 차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기에 맛이나 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소믈리에처럼 차에 대해서도 레스토랑에 전문가가 있어서 이날 주문하는 음식에 맞춰 차를 추천해주거나, 아니면 해외 몇몇 광동식 레스토랑처럼 티 페어링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당장 차값을 받는다고 항의를 하는 현실에서 굳이 레스토랑측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도를 하려고 할까? 하지만 나는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그런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muse Bouche


오이 소박이가 나왔는데 한식에 대해서 크게 믿음이 없기에 그렇게 반가운 아뮤즈 부쉬는 아니었다.







Poached Jeju abalone, sake, sesame sauce - 3 pieces


지난 방문과 달리 플레이팅이 조금 바뀌었다. 부드럽게 찐 전복의 질감과 신맛의 소스가 잘 어울려서 전채로서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Double boiled sea treasures soup, young coconut (Jeju abalone, sea cucumber, sea whelk, dried scallop)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특선 해선탕인데 감칠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살짝 코코넛의 단맛도 느껴지는데 거슬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거기에 전복이나 해삼, 소라, 건관자가 들어가 있어서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한 질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향이나 맛이 그렇게 강렬하지 않은데도 다 먹고 나면 묘하게 끌어당기는 것이 있어서 제주도에 머무르는 사흘 중 이틀을 주문해서 먹었다.



















Traditional Peking duck with condiments


한국에서 북경 오리에 대한 믿음 역시 없지만 르 쉬느아에서는 그래도 상태가 괜찮은 편이기에 이번에도 반마리를 주문하였는데, 르 쉬느아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인 서버의 접객이 아쉬웠었다. 보통 오리가 나오면 고객에게 확인을 시킨다음 눈앞에서 해체를 하는데, 서버가 들고 와서 뭐라고 이야기 하더니 - 한국인 직원은 아니었다. - 후다닥 해체 작업으로 넘기는 것이었다. 잠시만이라는 말을 할 틈도 없었는데, 제주도라는 지역이 관광지로 유명하긴 하나 호텔이나 파인 다이닝의 접객 수준은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

르 쉬느아에서는 북경 오리를 모두 밀 전병에 싸서 제공하지만 하나만 부탁하고, 나머지는 내가 직접 싸먹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국산 오리가 북경 오리를 만들기 위해 따로 사육하는 것이 아니어서 맛 (taste), 질감, 향, 맛 (flavor) 모두 해외와 비교하기에는 무리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먹는 것이 좋은데, 이걸 굳이 해외와 심지어 국내 다른 다이닝과 비교하는 글들을 가끔 네이버 세상에서 보게 된다. 과연 그게 의미가 있을까?







오리 다리는 따로 간장 소스와 함께 내놓았다.






Tsingtao


마침 칭다오 생맥주가 있어서 한 잔 주문하였다. 







Wok - fried duck meat, black pepper sauce, capsicum and leek


나머지 살코기는 흑후추 소스 볶음을 요청하였는데, 흑후추 소스의 감칠맛과 독특한 향이 웍 프라이드한 오리 고기의 부드러운 질감과 잘 어울렸다. 살짝 단맛도 같이 느껴졌는데, 칭다오 맥주도 잘 어울렸지만 이와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과 함께였다면 좀 더 맛을 입체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음에 가게 되면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아야겠다.






Braised abalone, fried rice

매번 방문할 때마다 전복이 없어서 - 이게 국산 재료의 한계라고 할까? 공급 안정성이 떨어진다. 적당한 크기의 전복이 들어오지 않으면 요리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들었다. - 먹지 못한 전복 볶음밥을 드디어 먹을 수 있었다. 소스의 감칠맛과 독특한 향이 입맛을 더욱 자극하는데, 밥은 잘 볶았고 전복은 탱글함 없이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말 부드럽게 잘 익혔다. 

싱가포르에서 알란 셰프의 요리 중 하나인 에그 누들 위에 올려진 쇠고기 볼살을 이렇게 부드럽게 익혔었는데, 재료가 다를 뿐 그때 먹었던 질감 그대로였다. 가끔 전복의 탱글함이 종종 억세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소스의 감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함께 어우러지니 정말 말 그대로 입안 가득 flavor를 느낄 수 있었다. 







Double boiled bird's nest, rock sugar, red dates


제비집을 너무 많이 넣어서 별 다른 맛을 못 느꼈는데, 조리 실수라기 보다 의욕이 넘쳐서 - 원래는 이 정도로 제비집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 그런것이라 이해할 수 있었다.


여전히 식재료의 한계 때문에 메뉴 가짓수가 제한적이지만 그런 가운데 셰프가 계속해서 한정된 재료 안에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 내고 있어서 계속 르 쉬느아를 찾게 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전히 접객이 파인 다이닝에 걸맞지 않다라는 것인데, 몇몇 직원들의 경우 능숙한 모습들을 보이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애써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지만 - 현실적으로 제주도라는 곳이 관광지로서는 매력적이나 생활하기에는 고향이 아닌 이상 외부인에게는 힘들기 때문에 능숙한 직원들을 고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교육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가끔 느끼게 되고, 관계자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직접 들은적도 있다. - 그래도 개선이 있기를 바란다.

2018. 10. 29.


2016년, 2017년, 2018년 3년 연속으로 방문한 밀리우는 제주도에 있는 해비치 호텔에 위치하고 있다. 매년 셰프가 바뀌었는데 항상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매년 방문했었는데, 이번에도 아쉬움은 많았었다. 이번에는 사진만 나열하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이야기 하겠다.





































Amuse Bouche Selon La saison










가염 버터에 시나몬을 섞었다고 들었다.






Jambon Ibérico ed bellotta


하몽은 서비스로 받았고 - 재방문 해주어서 고맙다는 차원에서 받은 것인데, 한국이나 외국이나 파인 다이닝에서 재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나름대로 혜택이 있다. - 원래 시그니처 메뉴를 선택했을 때에 나오는 것인데, 아무튼 여기까지 한꺼번에 음식과 술이 나오니 정신이 없었다.
















Crudo de thon sauce aigre - doux






Carpaccio de Boeuf truffe noir


이 카르파치오도 원래는 시그니처 메뉴에 나오는 것인데, 역시 서비스로 받았다.






Langoustine sauce crémona














Tatin d'oignon sorbet parmesan
















Cannelloni de céleri rave au foie gras, Truffe noir
















Poisson du jour






메뉴에는 쇠고기만 나오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문의하니 양고기가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으로 주문하였다.
















Près Dessert - Poire












Dessert - Figue















2시간 가까이 식사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1. 메뉴 구성이 좋게 말하면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들, 푸아그라, 트러플, 랑구스틴, 랍스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굳이 셰프가 머리 아프게 메뉴 구성을 생각할 필요 없이 그대로 나열해놓아도 크게 불만을 듣지 않을 구성이다. 왜 그렇게 구성을 했을까? 물론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확인하고 갔으니 선택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2. 뻔히 맛이 예상되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희망을 갖고 방문했었는데, 예상 가능한 맛도 느낄 수 없었었다. 예상 가능한 맛도 못 느꼈다는 이야기가 맛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맛은 없긴 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예 아무런 맛을 못 느꼈다는 것이 아니라 맛이 희미했었다. 예를 들어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양파의 경우 온도, 맛, 질감의 대조를 보여주기 위해 구성되었다고 설명 들었지만 온도의 대조만 확인 가능했을 뿐, 질감의 대조는 부드럽긴 했으나 바삭하지는 않았고, 맛의 대조도 짠맛과 단맛의 대조가 뚜렷하지 못했다.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과조리 하지 않고 잘 익혔지만 짠맛이 받쳐주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랑구스틴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양고기까지도 그랬다. 간이 제대로 안되어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너무 짜다라는 항의가 종종 들어와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분명 주문할 때 짜다고, 덜 익혔다고 안 할테니 적극적으로 조리를 해달라고 부탁하였지만 전달이 안되었나보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심지어 디저트도 단맛이 매우 약했다. 무화과의 경우 그 흐물거리는 질감이 디저트의 질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내놓은것일까? 게다가 단맛도 아닌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상태였었다. 셰프는 무화과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내놓은 것일까?


3. 와인 페어링의 경우 총 다섯가지 와인이 나오는 것으로 선택했는데, 중간에 와인 하나가 준비된 것이 다 떨어졌다고 추가로 육천원만 낸다면 다른 와인으로 바꿔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이 파인 다이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설사 일어난다고 해도 대응을 이렇게 해야 하는가? 육천원 더 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4. 음식은 그렇다쳐도 이 척박한 제주도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파인 다이닝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서버의 접객이었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말 그대로 너무 혼란스러웠다. 와인은 음식이 나오고 나서 제공되었고, 빵은 두 종류 중 하나를 먼저 다 먹었는데도 채워주는 것이 없었고, 심지어 디저트를 먹을 때 빈 빵접시와 먹다 남은 버터는 내 테이블 위에 계속 놓여 있었다.


5. 좀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여기서 조금만 더 잘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일텐데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 곳이다. 하지만 무료 투숙 바우처 때문에 1년에 한 번 제주도를 가게 되니 재방문하는 것이지, 굳이 여기 음식을 먹으러 가기 위해 다시 가고픈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