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8. 21.


여전히 바뀌는 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새로운 요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의 커다란 틀 안에서 바뀌는 분위기는 아닌데, 이게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향" 인데, 입 안에 넣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향신료의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머리 속에는 강렬함을 안겨준다. 사진에서의 케이크는 잔잔하게 입 안에서 퍼지는 진저 향이 매혹적인데 혀에서 느껴지는 패션 프루트와 파인 애플의 신맛과 과일의 향들이 진저 향과 잘 어울린다. 거기에 방점을 찍는 향신료가 하나 더 있지만 이는 직접 느껴 보시라. 혼자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이니 프티 가토로도 판매했으면 좋겠다.


지난 추억을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페이스트리 셰프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호텔 오픈 초창기의 베린느의 매끄러운 질감은 심지어 여러가지 종류를 판매했었는데 곧 사라졌었고, 그 다음에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맛과 질감의 대조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향은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 


단순하게 눈과 입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하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외침은 이번에도 지속적이지만 지난 7년간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길게 가봤자 일년에서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직까지 새로 온 셰프가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향" 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2022. 8. 12.


전날 저녁에 디너 메뉴가 대폭 줄어든 것에 실망했었는데, 딤섬 메뉴는 바뀐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기대를 하였다. 물론 한국인들이 찾지 않는 닭발 같은 것은 빠질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딤섬을 비롯한 점심에만 주문 가능한 요리들도 많이 빠졌었다.

그래도 반가운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 순무 케이크나 함수각과 같은 딤섬들이 새로 나왔었다. 내 입장에서야 빠진 메뉴들이 아쉽긴 해도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면 꼭 있는 메뉴들이 일부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새로 나온 딤섬류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느냐는 것인데, 한국에서 딤섬은 곧 찐만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에...


순무 케이크의 경우 웍 프라이드 해서 나오는데 차이나 하우스는 특이하게도 비펑탕 스타일로 내놓는다. 웍 프라이드 한 순무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팬 프라이드 한 것에 비하면 너무 기름지지 않나 생각을 하는데, 차이나 하우스는 비펑탕 스타일로 내놓으니 오히려 깔끔한 감칠맛의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운 순무 케이크와 대조되는 질감이 곁들여지니 재미 또한 있었는데, 한국에서 광동 요리를 제대로 내놓는 세 곳 중에 유일하게 딤섬 메뉴로 순무 케이크 선택이 가능하니 아직 메뉴에 존재할 때 기회가 될 때마다 부지런히 먹어야겠다.


반면에 함수각이나 창펀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내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함수각의 경우 단맛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었고 창펀 역시 소스가 밋밋했었기 때문이다. 샹젠바오는 너무 건조했었다. 

차이나 하우스는 주방 인력에 따라 여전히 맛과 완성도의 격차가 큰 것은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이는 차이나 하우스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 그나마 세 곳 중 한 곳은 그런 차이를 느낄 수가 없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 주방 인력을 모두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는한 한국에서 그 격차는 감안해서 먹을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세 곳 모두 문을 열었을 때에는 꽤 의욕적으로 광동 요리들을 - 딤섬을 포함해서 - 선보였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메뉴 선택지는 많이 줄었다. 그리고, 세 곳 모두 비슷한 요리들이 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넓게 보면 광동식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점들이 다 그러한데, 여전히 맛은 개인 취향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 개인 취향이라면 인기 메뉴도 달라야 하지 않나? -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로 음식들을 평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음식의 완성도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2022. 8. 8.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즌 메뉴로 싱가포르 스타일의 머드 크랩 메뉴를 선보인다. 아직까지 코로나 19 상황이 끝나지 않은데다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여서 항공권과 호텔과 관련해서 안정치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해외 여행을 계속 미루고 있는데, 매년 싱가포르를 가던 사람 입장에서 크랩 요리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 생각했었다. 혼자 갔을 때 먹기엔 양이 적은 편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게살을 발라 먹는 귀찮음이 크기에 그러한데, 그나마 한국에서는 게 크기가 일단 작으니 그 귀찮음이 덜 할 것 같아서 올해에도 주문해서 먹었지만 결론은 항상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 크기가 작아도 귀찮은 것은 귀찮은 것이니까 말이다.

비교를 항상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분명 나올 말들이 '싱가포르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야.' 일텐데, 북경 오리와 마찬가지로 게 품종이 똑같은 것은 아니니 그건 좀 알고 그런 소리를 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게 크기도 싱가포르보다 작다.


아무튼 칠리 크랩과 흑후추 크랩은 작년에 먹었기 때문에 건너 뛰고 올해에 새로 나온 백후추 크랩을 먹었는데, 흑후추보다 향은 좀 더 복잡하다고 할까? 광동 요리에서 흑후추 요리는 대체로 단맛도 살짝 느껴지는데 이 백후추는 단맛보다 spicy, hot 이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전체적인 맛 (flavour) 을 따져보면 칠리, 흑후추, 백후추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백후추 요리를 선택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다시 머드 크랩 요리를 먹을 생각은 없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게살을 발라 먹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귀찮기 때문이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 취향임을 잊지 말자. 


사실 이 크랩 요리보다 더욱 흥미가 생기는 것은 새로 나오는 면 요리들이다. 탄탄면과 완탕면인데, 둘 다 홍콩식 - 참고로 광동 요리는 홍콩 요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 으로 나온다. 여기서 내 취향을 또 이야기 하자면 탄탄면의 경우 사천식을 더 좋아하는 입장에서 국물이 흥건한, 그리 맵지 않은 홍콩식 탄탄면은 썩 구미가 당기지 않지만 일단 원래 탄탄면에 쓰이는 면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반가웠었다. 마찬가지로 간이 된 듯한 되지 않은 듯한 홍콩식 완탕면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탄탄면과 마찬가지로 원래 완탕면에 쓰이는 면을 사용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었다.

한국에서 면 요리는 쫄면을 중심으로 한 쫄깃하거나 막국수처럼 툭툭 끊기거나 극단적인 경우를 많이 만나는데, 광동 요리에서 면 요리들은 각각의 면마다 질감부터 다른데 그런 질감의 다름을 드디어 유 유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은 더 다양한 면들이 수입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도 꽤 도전적이라 생각한다. 


올해 들어 유 유안은 광동 요리들을 좀 더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아직까지 반응은 썩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여전히 많은 테이블 위에는 북경 오리와 마파 두부, 가지 요리가 올려져 있고, 디저트는 대부분 생략한 가운데 프티 프루로 나오는 초콜릿만 극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 유안의 이런 시도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몇 년은 더 해외 여행 계획이 없는 지금, 그나마 광동 요리들을 - 다른 지역 요리들을 포함해서 -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아직까지 서울에서 하나 뿐이니까.

2022. 8. 4.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월간 빙수는 세 가지만 준비되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새로 오자마자 곧바로 메뉴를 개발했을테니 시간 부족만 생각하더라도 이해되는 상황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오픈 이래 빙수 메뉴를 디저트로 접근해서 매년 새로운 주제로 내놓았었다. 그리고, 그런 독특한 접근 방법이 - 한국에서는 독특한 접근 방법이다. - 늘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한국에서 빙수란 대체 어떤 음식일까?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생과일 - 주로 망고, 비싼 과일 위주 - 거기에 팥이 올라간 음식에 대해서 매년 언론에서는 가격이 어떻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원가가 어떻고 이야기 하는데 아무도 맛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곱게 간 우유 얼음, 생과일, 끝. 대체 셰프가 한 일은 무엇이 있는가? 오늘은 생과일 상태가 별로 안 좋네요, 그럼 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월간 빙수의 경우 철저하게 서양의 고전적인 디저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처음에 나온 파블로바나 이번에 마지막으로 나온 휘낭시에와 얼 그레이 조합, 그래서 사실 예전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과연 이렇게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에 나온 빙수만 하더라도 그냥 따뜻한 홍차 한 잔에 휘낭시에만 먹어도 충분한데 굳이 거기에 차가운 얼음을 더할 필요는 없었다. 빙수로 만든다고 해서 어떤 극적인 맛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같이 나온 얼 그레이 아이스크림이 흥미로웠다.


올해의 다소 빈약한 (?) 월간 빙수 구성은 물론 시간 부족이라는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마도 내년에는 올해와는 다른 모습의 빙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항상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제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지옥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늘 비교 대상이 "신라 호텔" 인데, 잘해도 본전을 못 거두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과감하게 애프터 눈 티를 뺀 것처럼 빙수도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미끼 상품이 되었든 아니든 말이다. 호텔 빙수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컨셉트가 어떠한지, 맛의 구성은 어떠한지 중요하지 않다. 신라 호텔만큼 하거나 그보다 뛰어나거나,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이 잘 나오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항상 호텔에서 하는 말 "빙수 하나 팔아도 남는게 거의 없습니다." 아무도 호텔마다 빙수를 꼭 만들어서 팔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