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5. 27.

THE GREAT HONG YUAN at JOSUN PALACE, A LUXURY COLLECTION HOTEL, SEOUL GANGNAM -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 더 그레이트 홍연 디너 2021년 5월


조선 팰리스, 더 그레이트 홍연, 호텔에 들어설 때부터 정말 웃겼었다. 도어맨들이 무슨 유럽 여느 궁전의 근위병도 아니고 그 괴랄한 유니폼을 입고 문을 열어 주는데 입구의 로고며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조각상이며, 오너의 취향이 레스케이프 때부터 참 한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럭셔리' 를 추구할 것이라면 좀 더 돈을 써서 진짜 화려하게 하지, 건물 임대해서 들어서서 그러려니 해도 그렇다면 '럭셔리' 같은 용어는 좀 자제 하던가, 인플루언서 동원해서 홍보도 하루 이틀이지 이런 터무니 없는 복제 수준이 한국에서 '럭셔리' 평가를 받는 현실이 정말 웃겼었다. 해외에서 진짜 '럭셔리' 가 무엇인지 경험 해 본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는데, 비판은 커녕 오히려 국내에선 인기가 많다. 1914년을 강조하면서 유럽이 아닌 곳에서 유럽과 연계한 개념으로 들어선 '조선 팰리스', 그럼 아예 유럽인 것처럼 나아가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레스토랑에도 그대로 전해지는데, '홍연' 도 아니고 무려 '더 그레이트 홍연' 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홍보하는데 심지어 메뉴판 첫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있다.

"붉은 실로 맺어지는 영원한 인연, 홍연. 더 그레이트 홍연은 품격이 느껴지는 호사로운 공간에서의 진귀한 식사로 귀빈과의 특별한 인연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광동식 정통 파인 다이닝의 황홀한 맛의 향연은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메뉴판 첫 페이지에 나온다. 왜 말도 안되냐고? 메뉴판에 나와 있는 요리들 중 광동 요리가 몇 가지가 있었을까? 심지어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방향이 '건강'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인 다이닝이 '건강' 을 생각한다고? 이걸 또 소비자들은 대환영 하는 분위기, 그러니 이런 말도 안되는 행태가 먹히는 것이겠지.


사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호텔과 다이닝은 더 이상 믿음이 없다. 그래서 이 곳도 갈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방문했을 뿐이다. 물론 내가 먹은 것은 모두 금액을 지불하였고 그래서 음식 - 요리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 - 에 대해서 평을 쓸 수 있지만 어쨌든 음식이 궁금해서 간 것은 아니었고 따라서 기대한 것도 없었기에 실망한 것도 없었다. 다만 몇 가지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음식 따위에 대한 평보다 이런 음식 따위가 나오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다.






먼저 서버가 '반찬' 이라며 제공하는 이 음식들, 반찬인데 짠맛이 밑바탕에 있지 않고 식초가 들어간 것 같은데 싸구려 빙초산 따위를 쓴듯한 시큼한 신맛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홍연에서처럼 다진 마늘 맛이 강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런 '반찬' 을 대체 언제까지 정통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내세우는 곳에서 만나야 하는가?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는데 이런 것도 안 내준다면 또 야박하다고 그럴까?






닭과 돼지로 소위 말하는 '육수' 를 뽑았을텐데 감칠맛과 지방의 고소함 따위는 전혀 없는 간이 하나도 안 된 멀건 국물에 송이와 심지어 모렐까지 들어갔지만 버섯의 향과 맛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 이 신기한 수프가 광동식 정통 파인 다이닝에서 나오고 있다. 아무도 이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고, 오히려 간이 될 수록, 지방의 고소함이 선명해질수록 항의가 많은 현실을 대체 언제까지 만나야 하는가?






볶음밥에 나오는 국물까지 완벽했었던 더 그레이트 홍연이다. 국물 따위는 주지도 않는 진짜 정통 광동식 레스토랑이 여전히 욕 먹는 현실, 심지어 밥을 볶았는데도 질척거린다. 열이 가해져 수분이 제거되는 과학적 근거는 알 필요도 없고, 그게 볶음밥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저 한식에서의 밥처럼 촉촉해야지! 그러면서 또 불맛은 찾는 모습들을 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음식이 나오는 것이 한편으로 또 이해된다. 

그래서 나는 더 그레이트 홍연의 음식에 대해서 딱히 큰 불만이 없었다. 이렇게 내놓지 않으면 욕을 먹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사실 이 날은 자리에 앉자마자 불쾌한 일이 있어서 식사하는 내내 괴로웠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남자 두 명은 여자를 따먹니 어쩌니 같은 음담 패설을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물론 항의해봤자 이런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사과하지는 않을테니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있는지 문의 했었는데 오픈 첫 날 만석이어서 옮길 수가 없었다. 직원들도 쉽게 제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식' 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한편으로 반대쪽 옆자리에는 어디 '미식가 모임' 에서 모여서 온 것 같았는데, 듣기 싫어도 다 들리는 대화 내용을 계속 들어야 했었다. 손님들의 요구가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되었든 잘못 조리된 음식들을 먹고 오히려 감탄사를 내뱉는데다 광동식 레스토랑에 와서 '짬뽕', '탕수육' 과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니 마니, 심지어 가격을 고려해서 코스가 낫니 단품이 낫니, 정말 '미식' 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을까?

나는 지금 저 두 팀의 사람들을 흉 보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레스토랑 어디를 가도 저 두 지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대화 내용들을 듣기 싫어도 다 들어야 한다. 편하게 룸을 예약해서 다른 사람 피곤하지 않게 배려좀 해주시지, 비용이 부담된다면 큰 소리로 이야기 하지를 말던가! 


괴랄한 '조선 팰리스' 라는 명칭, 번지르르 하게 꾸몄지만 '럭셔리'는 커녕 '복제' 수준의 내부 모습들, 파인 다이닝에서 '건강' 을 찾는 모순, '미식가' 라 자처하지만 형편 없는 음식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모습들, '파인 다이닝' 에서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 여전히 대한민국 수도에서 쉽게 마주치는 모습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손님 비위를 맞춰주려 오픈 첫 날 고생한 더 그레이트 홍연 전직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댓글 3개:

  1. 로그인 없이 댓글 달았다가 안내된 페이지로 로그인하고 나니 위에 댓글이 잘못 올라온 것 같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임페리얼 트레저는 직접 가 본 적 없지만 그 곳이나 제주신화월드의 르 쉬느아처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업장이 아닌 이상 작성자님꼐서 바라시는 본토의 느낌이 나는 업스케일 중식은 유지되기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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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진이형 mott32 팬이라고 듣고 조선팰리스에 mott 직접 들여온다는 썰 듣고 기대 많이했는데 이게뭐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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