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는 레스토랑에도 그대로 전해지는데, '홍연' 도 아니고 무려 '더 그레이트 홍연' 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홍보하는데 심지어 메뉴판 첫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있다.
"붉은 실로 맺어지는 영원한 인연, 홍연. 더 그레이트 홍연은 품격이 느껴지는 호사로운 공간에서의 진귀한 식사로 귀빈과의 특별한 인연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광동식 정통 파인 다이닝의 황홀한 맛의 향연은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메뉴판 첫 페이지에 나온다. 왜 말도 안되냐고? 메뉴판에 나와 있는 요리들 중 광동 요리가 몇 가지가 있었을까? 심지어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방향이 '건강'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인 다이닝이 '건강' 을 생각한다고? 이걸 또 소비자들은 대환영 하는 분위기, 그러니 이런 말도 안되는 행태가 먹히는 것이겠지.
사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호텔과 다이닝은 더 이상 믿음이 없다. 그래서 이 곳도 갈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방문했을 뿐이다. 물론 내가 먹은 것은 모두 금액을 지불하였고 그래서 음식 - 요리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 - 에 대해서 평을 쓸 수 있지만 어쨌든 음식이 궁금해서 간 것은 아니었고 따라서 기대한 것도 없었기에 실망한 것도 없었다. 다만 몇 가지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음식 따위에 대한 평보다 이런 음식 따위가 나오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다.
그래서 나는 더 그레이트 홍연의 음식에 대해서 딱히 큰 불만이 없었다. 이렇게 내놓지 않으면 욕을 먹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사실 이 날은 자리에 앉자마자 불쾌한 일이 있어서 식사하는 내내 괴로웠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남자 두 명은 여자를 따먹니 어쩌니 같은 음담 패설을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물론 항의해봤자 이런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사과하지는 않을테니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있는지 문의 했었는데 오픈 첫 날 만석이어서 옮길 수가 없었다. 직원들도 쉽게 제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식' 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한편으로 반대쪽 옆자리에는 어디 '미식가 모임' 에서 모여서 온 것 같았는데, 듣기 싫어도 다 들리는 대화 내용을 계속 들어야 했었다. 손님들의 요구가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되었든 잘못 조리된 음식들을 먹고 오히려 감탄사를 내뱉는데다 광동식 레스토랑에 와서 '짬뽕', '탕수육' 과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니 마니, 심지어 가격을 고려해서 코스가 낫니 단품이 낫니, 정말 '미식' 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을까?
나는 지금 저 두 팀의 사람들을 흉 보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레스토랑 어디를 가도 저 두 지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대화 내용들을 듣기 싫어도 다 들어야 한다. 편하게 룸을 예약해서 다른 사람 피곤하지 않게 배려좀 해주시지, 비용이 부담된다면 큰 소리로 이야기 하지를 말던가!
괴랄한 '조선 팰리스' 라는 명칭, 번지르르 하게 꾸몄지만 '럭셔리'는 커녕 '복제' 수준의 내부 모습들, 파인 다이닝에서 '건강' 을 찾는 모순, '미식가' 라 자처하지만 형편 없는 음식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모습들, '파인 다이닝' 에서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 여전히 대한민국 수도에서 쉽게 마주치는 모습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손님 비위를 맞춰주려 오픈 첫 날 고생한 더 그레이트 홍연 전직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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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로그인 없이 댓글 달았다가 안내된 페이지로 로그인하고 나니 위에 댓글이 잘못 올라온 것 같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임페리얼 트레저는 직접 가 본 적 없지만 그 곳이나 제주신화월드의 르 쉬느아처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업장이 아닌 이상 작성자님꼐서 바라시는 본토의 느낌이 나는 업스케일 중식은 유지되기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용진이형 mott32 팬이라고 듣고 조선팰리스에 mott 직접 들여온다는 썰 듣고 기대 많이했는데 이게뭐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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