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6. 1.

EATANIC GARDEN at JOSUN PALACE, A LUXURY COLLECTION HOTEL, SEOUL GANGNAM -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 이타닉 가든 디너 2021년 5월


아, 이 괴랄한 레스토랑에 대한 리뷰를 어떻게 쓸지 지난 주말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신세계에 대한 어떠한 믿음이 없다. 이미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경험하지 않았던가? 괴랄한 명칭부터 해서 유명인을 내세우는 마케팅 - 당시 바와 광동식 레스토랑의 교묘한 눈속임은 여기 조선 팰리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 , 허세 가득한 복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급한 것들까지 한 마디로 정의 하자면 카오스 그 자체인데 굳이 내가 내 돈을 써가며 가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니 굳이 여기 블로그에서 그 부분까지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아무튼 믿음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결국 이 괴랄한 레스토랑에 대한 리뷰를 쓰게 만들었다.


먼저 레스토랑의 이름부터 너무 웃기지 않은가? 네이버를 검색해보면 싱가포르의 보타닉 가든을 언급하던데, 굳이 싱가포르를 들먹일 필요는 없다. 단어 그대로 'Botanic Garden' 에서 'Botanic' 을 'Eatanic' 으로 바꿨을 뿐이다. 그 어디에도 싱가포르의 그곳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Botanic Garden' 과도 연결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갖다 붙였을 뿐이다. 레스토랑 실내가 초록빛이 주를 이루니 보타닉 가든이 아니냐고? 정말 보타닉 가든에 온 기분이 든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디자인과 명칭이 아직까지 통하는 서울이라니!


한편 한식의 맛과 멋을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고? 이 부분은 정말 할 이야기가 많은데, 우선 신세계 관련인이면서 동시에 아주 유명한 그의 말에 따르자면 무려 미슐랭 별을 세 개나 받은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의 헤드 셰프 출신인 한국인 셰프를 모셨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인가? 구글에서 아무리 검색해봐도 그곳의 셰프는 전혀 다른 사람인데? 이런 말장난 같은 행위를 이미 레스케이프에서 경험했었다. 세계적인 바텐더들이 레스케이프를 찾아 온다는 말장난 말이다. 정작 그곳의 헤드 바텐더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여전히 이런 유명세에 기댄 홍보가 먹혀들다니! 그래서, 이타닉 가든은 대체 어떤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것인가?







아뮤즈 부쉬 세 가지를 아주 당당하게 메뉴판에 하나씩 이름까지 붙여 가며 선보이는데, 일단 인스타그램이든 구글이든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를 검색해보라. 이타닉 가든은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와 협약을 맺은 것인가? 아니면 한국 지점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타닉 가든이 추구하는 방향이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복제 수준인가?

한식의 맛과 멋을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고 하기엔 레스토랑 이름부터 해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복제를 완벽하게 했냐면 그것조차 아니다. 대체 한국에서 아뮤즈 부쉬란 어떤 존재일까? 하나면 충분할 수준인데 이것을 억지로 세 가지로 늘렸다는 인상을 먼저 받았다. 

이 레스토랑에서 선보일 요리가 어떤 것인지 아뮤즈 부쉬로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뮤즈 부쉬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음식에서 신맛이 도드라지지만 그것도 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함께 해야 맛의 균형 역할을 다 할텐데, 그 두 가지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이니 오히려 신맛만 강조되는데 이것들이 계속 반복되니 금새 질려버린다. 게다가 단맛들이 거의 모든 요리에서 거슬릴 정도로 느껴진다. 이런, 한식의 맛을 재해석 했다면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면서? 한식에서야 달아야 할 음식들은 달지 않게 만들고, 달지 않아야 할 음식들은 달게 만드니 그것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면 억지로라도 이해할 여지가 있겠지만 그것이 글로벌한 감각, 아니 감각을 떠나서 과학적으로 이치에 맞는 것인가?


질감 대조는 거의 없는 가운데, 묘하게 거슬리는 질감도 보여준다. 과조리까지는 아니지만 적절하게 익힌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하지만 과조리쪽에 조금 더 가까운 질감 말이다. 대부분의 재료가 해산물인데 그 묘한 질감들이 계속해서 거슬렸었다.



한편 모든 요리들이 향은 거의 없었다. 새집 냄새가 계속 거슬렸으나 그것과 별개로 요리에서는 향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는데, 맛의 설계 자체가 나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싫어할테니 짠맛은 덜어 내고 단맛을 더하며, 느끼하다 할 수 있으니 지방은 덜어 내어 맛 (flavour) 의 풍성함은 제거하고, 향은 익숙한 것들만 남겨 두고 조금이라도 거부감이 들 여지는 빼 낸, 한 마디로 말해 백지에 가까운 수준의 음식을 내놓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를 복제 하되, 한국인 입맛에 맞추자. 그리고, 그것을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고 포장하자.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의 요리에서 일식적인 요소를 대충 한식적인 요소로 가리면 되니까.


내가 너무 억측하는 것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거의 복제 수준의 플레이팅과 백지에 가까운 맛의 설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편 음식 구성은 너무 중복된다. 거의 모든 음식들이 숟가락으로 떠먹는 형식인데, 마치 국물과 함께 건더기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스조차 풍성하게 흡사 한식에서의 국물처럼 깔아 주는데 그것을 숟가락으로 한참 퍼먹게 만든다. 그 어디에도 탄수화물이 없으니 공허하다. 그러다가 디저트 순서에 다다르면 이제는 단맛 중심이 아니다. 레스토랑 이름과는 별개인 코스의 흐름들이 뒤죽박죽인데다 마무리 단계에서 허무하게 끝내버리니, 내가 이런 기분을 느낄려고 삼십만원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가, 속된 말로 현타가 와버렸었다.





거기에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고 마지막에 차가 나오는데 이것마저도 밍숭맹숭했었다. 향도 맛도 없는 밍숭맹숭함, 업장에서 직접 블렌딩한 차라던데 설명을 들었어도 굳이 이것을 세세하게 기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튼 이걸로 모든 식사를 마무리 지으란다. 아, 이래서 한식을 재해석 했다고 한 것일까?





이런 혼동은 음료에서도 만나게 되는데, 일단 와인 페어링을 선택하니 아뮤즈 부쉬부터 친절하게 짝을 지어준다. 식전주 주문은 받지 않겠다, 어차피 주문 안 하는데 그냥 우리가 아뮤즈 부쉬에 맞는 샴페인을 짝 지어줄게, 그래서 정작 디너 코스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은 일곱 잔의 와인 페어링을 선택해도 요리 하나는 와인과 짝이 이뤄지지 않는다.

와인만 놓고 보면 미네랄이 주를 이루니 어쩌면 음식의 맛이 선명 했더라면 억지로라도 보타닉 가든과 연계해서 코스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음식들이 그런 것들을 보여주지 못하니 와인 페어링마저 중복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한국 전통술도 하나 짝이 지어졌는데, 역시나 그 지독한 단맛과 강한 향이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 아니 같이 짝을 지어놓은 음식조차 지독한 단맛과 강한 향 때문에 금새 질려버렸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소믈리에의 존재였었다. 왜 이 요리와 이 와인을 짝을 지었는지 설명을 듣기란 한국에서 쉬운 일이 아닌데, 다행히도 이타닉 가든의 소믈리에는 그런 아쉬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날 룸에서는 식사하는 내내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 등이 꽤 거슬리게 들렸었는데, 나중에 보니 여러 여성들이 여러번 들락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이 호텔의 위치가 하필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에 있지? 이런 혼동의 현장,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는 곳, 이런 곳이 여전히 국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백지에 가까운 수준 말고 셰프가 원래 의도했었던 방향이 궁금해서 곧바로 재방문 할 생각을 가졌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타닉 가든은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의 색채를 먼저 지워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 가 이런 수준의 색채를 보여주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설마가 사람 잡지는 않겠지?


무언가 좀 더 정리해서 글을 써야하는데 정리가 쉽게 되지 않는다. 마치 내가 이 날 먹었던 음식들처럼 말이다. 

댓글 1개:

  1. 작년 이맘때쯤에는 알랭 뒤카스 계열 업장 유치를 검토한다는 기사도 돌았었는데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모습이 된 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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