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4. 27.


드디어 마리포사의 세 코스 요리를 모두 먹었다. 곧 메뉴가 개편 되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마도 나는 하나의 코스만 계속 선택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먹었던 메뉴에 대해서는 딱히 어떤 이야기를 더하고싶지는 않다.






다만 마리포사 뿐만이 아닌 인구 천만명이 산다는 대도시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이야기 하고싶다. 우선 빵, '식전빵' 이라고 부르는, 우리가 초, 중, 고등 학교를 다닐 때 반복해서 들었던 서양인의 '주식' 빵 말이다.


'식전빵' 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건 요리가 나오기 전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한 번 뜯어서 먹으라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모르니까 그리 말 할 수는 있는데, 좀 먹어봤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건 식전빵이 아니라 식사빵이네요 같은 평가글을 쓰는 것을 볼 때마다 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리 말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유럽의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에 가서도 - 물론 나는 미슐랭 가이드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 이거 다 먹으면 배 부르니까 맛만 봤어요 같은 후기를 보면, 언제 빵이 나와서 언제 빵이 사라지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하고 그런 리뷰를 남기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아니, 사실 궁금하지도 않은데 그런 리뷰가 자꾸 무엇때문인지 각종 매체를 통해 보기 싫어도 눈에 띈다.


게다가 빵의 완성도, 왜 해외에 나가면 그렇게 맛있는 빵들이 한국에만 들어 오면 별로일까? 다시 말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야 모르니까 아무말이라도 할 수 있다지만 심지어 음식과 관련해서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들까지도 '겉바속촉'을 외치지만 정작 어떻게 구운 것이 잘 구운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사진으로 봐도 덜 구워진 빵인데 쫄깃해서 맛있다는 글까지 보면......






디저트도 마찬가지, 달아야 할 음식이 더 이상 달지 않고, 분명 베리류가 들어갔으니 신맛이 있을 것이라 예상 가능한데 시지 않은 그런 디저트를 만날 때마다 식사의 마무리가 개운치 않다.


내가 100% 내부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이나마 업장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든 의사 결정이 오롯이 셰프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마무리로써 구상했었던 결과물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 그것이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이 더 클 때 음식도 그렇고 내 마음도 참담해진다.


이제는 법도 바뀔 때가 된 것 같고, 비록 지금은 하늘길이 거의 막혀 있지만 다들 한 번쯤은 외국에서 파인 다이닝을 경험했을테니 이제는 외국 음식에 대한 인식도 바뀔 때가 훨씬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식재료에서부터 사람들의 경험까지 모두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이제는 처절하게 느껴진다. 







음료도 마찬가지, 와인 콜키지가 합리적이지 않다에서부터 내가 아는 와인은 말야까지, 항상 그 어디 안에서 맴돌고 있다. 그 비싼 와인을 마시면서 음식은 그만한 값어치를 못하는, 그런 현실이 화가 나야 할텐데 나는 그런 리뷰를 본 적이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 성의 없는 와인 짝짓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리뷰도 거의 본 적이 없다. 가격과 연결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종종 본 적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이 서울에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게다가 2주 가량 문을 닫고 주방을 좀 더 넓히는 등의 내부 공사를 진행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좀 더 즐거운 미식의 세계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쎄, 외부적인 요인이 바뀌지 않는한 마리포사의 요리들은 여전히 어디 한 군데는 빛 바랜 모습을 보일 것 같다. 물론 그 한계를 나는 여전히 감수하겠지만 말이다.


아,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빠트릴뻔 했다. 내가 이번에 가서 선택했던 메뉴는 'Hyper Local" 이었다.

2021. 4. 23.


래플스 싱가포르에 있는 바를 이야기 하면 아마 대부분 롱바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유명한 곳은 -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칵테일이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바로 라이터스 바이다. 래플스 싱가포르의 역사와 함께 하는 유명 작가들이 머물렀던 곳, 하지만 지독히 폐쇄적인 정책을 펼쳤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많은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새로 재단장 했으니 들린 것은 아니고 그저 라 담 드 픽에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맞은편에 있던 이 곳에 식전주 한 잔 마시러 들렸었다. 래플스 싱가포르 스위트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그동안 한국인 직원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던 호텔인데, 여기 바에서도 한국인 바텐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곧 다른 바로 옮겼다.) 

래플스 싱가포르가 재단장하면서 다이닝에 신경을 쓴만큼 바에도 신경을 쓰려는 분위기이나 아직까지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인 바텐더는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고, 이후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문을 닫았던 이곳은 작년 말에 다시 새로 오픈하면서 새 헤드 바텐더도 오게 되었는데 몇 년 안에 이 바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될까 궁금하다.







Escape to Home

Gin, Rose, Cucumber, Laksa Leaf, Lemon, Elderflower, Burdock Tonic


(지금도 잘 모르지만) 이때에도 칵테일을 잘 모를 때라 그저 식전주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을 추천해 달라고 했었는데, 아직까지 오픈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며 메뉴에서 이 칵테일을 추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맛에 대한 별 다른 기억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딱히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Singapore Sling

싱가포르 어디에서든 싱가포르 슬링은 원한다면 주문 가능하고 또 마실 수 있지만 바마다 레시피가 다르기에 굳이 '원조' 를 마시고싶다면 롱바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당시 이야기를 나눴던 바텐더가 식사 후 다시 들려달라고 해서 갔더니 이렇게 싱가포르 슬링을 하나 만들어 줬었는데, 오리지날 레시피대로 만들었지만 기존의 롱바 싱가포르 슬링과는 맛이 다를 것이라 이야기 했었다. 왜 그런지 서로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굳이 여기에서 언급하고싶지 않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라이터스 바는 예전에는 투숙객이 아니면 출입이 안되었지만 지금은 래플스 싱가포르의 개방 정책에 따라 투숙객이 아니어도 방문 가능하다. 대신 라 담 드 픽처럼 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한지는 정확히 모르므로 자세한 것은 직접 호텔측에 문의하면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2021. 4. 19.


사실 이 곳은 블로그에 리뷰를 올릴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여러번 재방문을 통해 이곳뿐만 아니라 서울 아니 한국에서 일정한 행위가 반복되는 현상을 간략하게나마 이야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공간 문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시그니처 스위트 리뷰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건물을 일정 기간 임대를 해서 호텔을 운영하는 것이라 인테리어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층은 층고가 높은 편이라 시선이 답답하게 보이지는 않으나 테이블 공간은 그 한계 때문에 조금은 답답하게 배치된 측면이 있다. 그래도 일부 테이블은 이렇게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많은 한국인들이 뷰에 대해서 어떤 환상 같은 것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특정 지역이 아닌 이상 해외에서의 보았던 뷰를 볼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페어몬트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어몬트가 럭셔리 브랜드 호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쇼 플레이트부터 해서 커트러리까지 준비를 해놓았는데, 아트리움 라운지에서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류들을 자르기엔 칼이 조금 불편하다. 






Hallabong sorbet

Coconut dark chocolate

Strawberry mint cheesecake

Yuzu sorbet


우선 아이스크림과 소르베부터 이야기 해보자. 길게 이야기 할 것 없이 아이스크림은 밀도가 너무 낮고, 단맛은 밋밋한 가운데 끝의 여운이 허무하게 끝나고, 신맛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졌었다. 심지어 초콜릿 아이스크림 같은 경우에는 초콜릿 특유의 쌉싸름함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Mango Short cake

음식도 마찬가지인데 단맛은 미약하고, 신맛은 거의 없으며, 유지방의 고소함이 없으니 신기루같이 허무하고, 질감은 대체로 뻣뻣한 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총괄 셰프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결국 현지화 전략이 문제였었다. 모든 호텔의 장점이자 단점인 현지화 전략, 그 '현지화' 라는 것이 어떤 탄탄한 기초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기초라는 것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이런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대체 이런 류의 음식이 달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먹어야 하는가? 김치를 먹는 나라에서 대체 신맛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맛과 향과 질감의 층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기본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이런 결과물이 당연한 것이고, 정작 제대로 만들 경우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곳이란 비난을 언제까지 만나야 할까?







Dilmah Private Reserve Black Tea

Single Estate Earl Grey


한국에서는 음식이 별로이면 음료가 낫거나, 음료가 별로이면 음식이 낫거나, 아니면 둘 다 별로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트리움 라운지는 그나마 음료는 나은 편이었다.

특히 홍차의 경우 딜마라는 브랜드를 떠나서 호텔이란 것을 감안해도 - 음료와 관련해서 호텔의 전문성은 그렇게 크게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 한다. - 그런대로 마실만한 편이다. 결국 홍차와 어울릴만한 음식은 없는 가운데, 그래도 홍차라도 그럭저럭 마실만 하니 혹 여의도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들려서 한 잔 정도 마시고 갈 의향은 있다.

2021. 4. 16.


한국에서 일식 = 스시일 뿐, 가이세키와 같은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다. 일례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키오쿠라는 곳은 교토식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홈페이지에까지 안내가 되었지만 나름 미식가라 자처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정작 스시를 먹고 이 집 별로네 같은 리뷰를 올린적이 있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뜬금없이 미토우가 가이세키 요리의 정수를 보여 준다고 극찬을 하니 절로 호기심이 생기긴 했었지만 늘 그렇듯 의미 없는 행위라 생각되어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같이 가자고, 그 전쟁통이라는 예약 경쟁을 뚫고 연락이 와서 2월의 어느 날 같이 갔었다. 







메뉴판 첫 장을 펼치자 마자 이런 문구부터 눈에 들어왔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계절이 한국만의 고유물인가? 가이세키의 핵심이 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저런 문구를 메뉴판에 집어넣었을까? 굳이 일본과 비교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유통되는 식재료 수준이 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것까지 문제 삼지는 않는데, 혹시나 그런 것들에 대한 다른 손님들의 항의 방지 차원에서 스스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것일까?







청어알이 나오는데 일단 전체적인 맛은 놀라울 정도로 밋밋하다. 신맛이라도 있을줄 알았건만 미약한 흔적만 보여준다. 무엇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청어알의 비린내, 가이세키를 한국에서 먹으면서 이런 고약한 비린내를 처음 맡았다.







더 놀라운 것은 완모노, 뚜껑을 열자 느껴져야 할 스이쿠치 향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다음 요리를 생각해서 조금은 심심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간이 느껴져야 하지만 그보다 더욱 미약한 간은 더욱 놀라움을 안겨 준다. 

이쯤에서 왜 저 문구를 메뉴판에 눈에 띄게 써놓았는지 짐작이 된다. 겸손 차원에서 표현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다. 스스로 부족함을 잘 알기에 변명 차원에서든 아니면 가이세키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부러든 하여간 썩 반가운 일은 분명 아니다.






사시미도 썩 좋은 수준은 아닌데, 그보다 불쾌한 것은 접객이었다. 우리 일행은 룸으로 배정되었는데 - 물론 아무도 룸을 원하지 않았다. - 우리에게 음식이 나오기 전에 카운터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먼저 음식이 나왔었다. - 물론 그게 불쾌하다는 것은 아니다. -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들에게는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분명 룸에서 다 들었는데, 우리에게 음식을 내놓을 때에는 일부만 설명을 한다. 참돔 밑에 보리된장으로 무친 봄동이 있다는 것을 왜 우리 테이블에 와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을까? 깜빡해서?







핫슨은...15만원이란 가격이 비싸다고 하면 비쌀 수 있고 싸다고 하면 또 쌀 수 있는데, 달랑 다섯 가지 요리를 내놓으면서 그것도 계절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조리 수준도 가이세키라 하기엔 너무 평범한 것들로만 조리 해서 내놓는다. 이것 저것 소스랑 같이 내놓았지만 소스는 그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맛 (flavour) 이 밋밋했었다. 이런 수준의 음식들을 15만원이나 내고 사먹을만큼 가치가 있을까? 나는 지금 가성비 따위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솥밥도 마찬가지로 설명을 또 빠트렸었는데, 원하면 오차즈케로도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을 우리 테이블에서만 언급하지 않았었다. 대신 직접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지었다고 자랑을 하는데, 품종을 정확하게 설명했었던가? 내 기억은 품종까지는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설사 했다고 해도 강조한 부분은 품종이 아니라 셰프의 가족이 직접 지은 쌀로 밥을 지었다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강조할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 솥밥은 밥이 너무 질었다.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공기를 더 요청했을 때조차 서버는 오차즈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그 순간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들에게는 셰프가 오차즈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오차즈케를 주문할 생각은 없었다. 밥이 너무 질은 편인데 거기에 차를 더하라고? 게다가 솥밥마저도 간이 너무 심심했었다. 밥이야 그렇다 쳐도 위에 올린 은대구조차 맛이 밋밋하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네이버 세상과 인스타그램 세상에서의 리뷰 글을 보다 보면 이 가격이면 너무 저렴한 것이다, 일본에 내놓아도 미슐랭 별을 받을 수 있다라는 찬사를 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키오쿠에 방문해서 스시를 먹고 조선 호텔이나 신라 호텔 따라 잡으려면 멀었다고 평을 남겼었다.


스시는 내가 관심 없으니 차치 하고, 대체 한국에서 가이세키조차 어떤 요리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일까? 이곳 뿐만이 아니라 이런식의 행태들은 어느 나라 요리이든 한국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다들 먹을만큼 먹었고, 평할 수 있을만큼 지식이 쌓였다고 하는데 왜 항상 결과물들은 대부분 이러한가? 

2021. 4. 8.


예약일 이틀 전 전화벨이 울린다. 예약 확인, 그리고 메뉴 안내까지 한국에서 몇몇 레스토랑에서만 받을 수 있는 전화였었다. 그리고, 사전에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 안내와 예약 접수까지 원활한 흐름을 보여줬었다. 당연한 일인데 왜 굳이 시작에서부터 언급하냐고?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 한국에서는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Spumoni 를 토대로 약간의 변형을 가한 웰컴 드링크 제공부터 물과 식전주 주문까지 실제로 레스토랑 안에서도 접객은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간이 너무 답답하다. 건물을 임대해서 호텔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의 답답함이 꽤 크게 다가온다. 직원들의 유니폼도 마찬가지로 너무 단조롭다 못해 강남 어딘가에 있는 명칭만 파인 다이닝인 여느 식당들의 단조로운 유니폼을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요리들은 고군분투하고 직원들의 접객 및 응대도 매우 훌륭하지만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아쉬움과 답답함은 종종 마주치는 요리의 아쉬움과 만나게 되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인테리어와 장소의 협소함이야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개방할 테라스에서는 그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까? 물론 나는 그것 조차 시야를 일정 부분 가리는 건물 구조 때문에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왜 레스토랑 리뷰를 하면서 음식이 아닌 다른 것들을 먼저 이야기 하냐면 조금만 더 생각을 하고 투자를 했다면 이보다 더욱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었을텐데, 아끼고 또 아껴 만들었고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쌓여 결국 요리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빵부터 이야기 해보자. 셰프가 신경써서 구웠다는 빵은 흠 잡을 것이 전혀 없었다.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내놓아야 할 결과물을 셰프가 '신경 써야' 내놓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아울러 마리포사에서는 빵이 항상 이렇게 나온다는 보장을 할 수 있을까?

지난 방문때와 달리 접시에 빵을 종류별로 한꺼번에 모두 다 내려 놓는데, 예전처럼 빵 바구니를 식탁 위에 놓지 말고 직접 서버가 접시에 올려 두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내 생각엔 우선 빵 바구니를 보여주고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한 뒤 접시가 빌 때마다 곧바로 채워주는 시스템을 윗선에서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아무튼 이런 불편함에 대해서 의견을 전달했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다음에 방문해봐야 알 것 같다.







Gala Menu Tribute

Artisan Farming / Passion

Deep Ocean Caviar Served with Traditional Condiments

메뉴의 주제를 생각하면 이 캐비아 메뉴는 없어도 될 요리였었다. 한식의 구절판을 변형했지만 그 선에서 끝날뿐 국산 캐비아의 맛 없음뿐만 아니라 코스의 다른 요리들의 결을 생각하면 너무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물론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셰프의 의견이 항상 존중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요리를 코스 처음에서부터 내놓은 것에 대해 크게 불만은 없다.







가장 긴 코스의 메뉴여서 조금 걱정 했었는데, 다행히도 음료는 모든 요리마다 짝을 짓지 않았다. 나는 요리와 잘 어울린다면 꼭 와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종류의 음료와 짝을 짓든 상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첫 시작부터 칵테일이 나온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Gala Menu Tribute

Artisan Farming / Passion

Hot - Smoked Sturgeon Loin, Grapefruit, Garlic, Lime







Gala Menu Tribute

Artisan Farming / Passion

John Dory, Seasonal Mountain Herbs, Serrano Jamon Broth

첫 캐비아를 제외 하고 이날도 모든 요리가 마음에 들었었는데, 주제에 맞게 코스 구성을 하였고 각 요리마다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철갑상어는 동남아 어느 도시, 전복은 국내, 문어는 남유럽을 여행하는 기분이 절로 들었었다. 짝짓기 한 음료들은 여행을 떠나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 앉혀 주는 역할을 했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에서 만족스러웠던 것은 복합적인 향과 입체적인 질감이었다. 전복 요리에서 올리브 오일의 향은 언뜻 한식에서의 참기름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렇다고 한식에서처럼 모든 것을 덮는 것이 아니라 전복을 씹을 때마다 고소함과 함께 바다 내음, 달콤함을 강렬하면서도 잔잔하게 불러 일으킨다. 특히 달고기 요리에서 달래 특유의 알싸한 향과 함께 smoky 까지 더해지면서 음식의 맛 (flavour) 을 풍부하게 만들어, 달고기의 달콤함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줬었다. 또한 각 요리마다 적절하게 더해진 올리브 오일들이 각 요리마다 질감을 부드럽게 느끼게 하는데, 기분 좋게 입술에 코팅되는 것이 단순히 입안에서 씹히는 질감만 만족시키지 않고 혀끝과 입술까지 감각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더욱 입체적인 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찾게 된다면 이 코스는 더 이상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든 최상의 결과를 세프가 이끌어 내고 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의 열악함이 여전히 크게 다가와 그런 최상의 결과가 다소 처절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특히 치즈를 생각하면 그 처절함은 너무 슬프게 다가왔었다. 2021년 현재 월드 베스트니 아시아 베스트니 너도 나도 순위권 안에 들고 미슐랭 별도 많이 받고 있는데, 왜 여전히 식재료의 열악함은 여전할까?

2021. 4. 4.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오픈했을 때 아마도 메인 다이닝은 보칼리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위치부터 객실에서 접근하기 가장 편리한데다 오픈 초창기 조식도 이곳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결국 반응은 썩 좋지 못했었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의 파인 다이닝 대부분은 아뮤즈 부쉬에 꽤 많은 공을 들인다. 그것이 무조건 문제라고 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내부를 들여다보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을 들인만큼 메인 요리까지 그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거의 모든 레스토랑들이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보칼리노까지 일정 수준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뮤즈 부쉬에 지나치게 공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 내가 먹을 요리들에 대한 어떤 힌트라고 할까, 그런 것까지 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짠맛, 너무 짜다라는 말을 굳이 처음부터 들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아는 이탈리안 요리는 이렇지 않아.' 내가 식사를 하는 도중에 심지어 바로 옆 테이블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여러번이다. 듣고싶지 않아도 들어야 되는 이야기이지만 무시하려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데, 그 근거까지 같이 듣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 중에 나는 한 번도 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정작 가장 중요한 빵은 보칼리노 뿐만 아니라 국내 여느 파인 다이닝들도 수준이 처참할 정도인데 왜 아무런 말들이 없을까?







Crudo di branzino, salsa al limone,  candito, insalata riccia, aneto, evo bio Umbro

Seabass carpaccio, candied lemon dressing, frisee salad, Umbrian extra virgin olive oil

적당한 두께의 농어의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과 대조되는 중간에 씹히는 작은 알갱의 소금, 짠맛이 받쳐주니 농어의 은은한 단맛이 올리브 오일의 고소함과 더불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데, 거기에 레몬의 잔잔한 새콤달콤함까지 더해지니 봄이 왔다는 것을 절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 한 모금까지 더해진다면 봄을 맞이하는 것이 더욱 완벽할텐데 당연하게도 와인 페어링을 선택하면 짝을 잘 맞춘 와인이 함께 제공된다.







Crema di asparagi, sformatino di Parmigiano Reggiano, perle di aceto balsamico

Asparagus cream, Parmigiano Reggiano flan, balsamic vinegar pearls

한국인에게 음식의 온도란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극단적인 온도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처음 레스토랑에서 차가운 수프라 이야기 하면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움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정도로 차갑게 나오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봄'을 주제로 봤을 때 earthy 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데, 밝고 활기찬 대지의 봄이 머리속으로 그려진다. 발사믹 펄이 입안에서 톡톡 터질 때마다 전해지는 신맛이 생동감을 더욱 느끼게 하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플랑이다. 좀 더 간이 선명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욱 아쉬운 것은 계란의 품질, 물론 이것은 보칼리노의 잘못은 아니다. 







Cacciucco moderno, calamari e gamberi marinate al limone verde, vongole, cozze, e ristretto di crostacei

Tuscan seafood stew, lime marinated calamari and prawns, mussels, clams, grilled bread

스튜 역시 '봄'을 맛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넓은 범위 안에서 earthy 는 아스파라거스 스프와 같지만 결은 사뭇 다르다. 스튜의 경우 smoky 가 더해지면서 좀 더 농후하다고 할까? 봄비가 내린 날 느껴지는 새싹이 돋아나는 흙내음과 비슷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쾌함도 같이 느껴진다.

흐름을 생각하면 농어에 이어서 아스파라거스를 선택하는 것이 맞겠지만 - 그래서 비록 season 코스는 사라졌지만 autentico 코스 선택시 스타터와 수프는 그 두 가지 요리가 짝을 이루고 있다. - 비가 내리는 봄날이라면 절로 이 스튜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Fregula, polpo, zucchine, bottarga di tonno ed olio al basilico

Fregula pasta, octopus ragout, zucchini, bottarga and basil oil

프레골라라는 파스타는 처음 접했는데 씹히는 질감이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문어와 질감이 살짝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 독특함이 매력적인데, 한동안 농어 크루도와 프레골라 파스타 때문에 보칼리노를 계속 찾을 것 같다.

아울러 코로나 19 상황이 끝난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길게 내어서 이탈리아 여행을 한 번 떠나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수많은 이탈리아 요리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Tenuta San Guido Le Difese 2018

와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렇게 하프 보틀까지 준비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와인 한 잔조차 주문 안 하는 테이블을 많이 보게 된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서양 음식을 즐기는데 있어서 와인은 빼놓을 수 없다. 종교적인 이유든 건강때문이든 선택을 안 할 수는 있지만 심지어 그런 경우까지 대비해서 선택지를 준비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내가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자유일 수 있지만 제발 그런 이야기들은 다른 테이블에는 들리지 않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다들 한 마디씩 보태지만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에서 잘 만든 이탈리아 요리를 만나기가 여전히 힘들다.

네이티브 유니온과 톰 딕슨이 협업해서 만든 코일 케이블을 하나 구입하였다. 예전에 아주 잠깐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가진적이 있었지만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내 소득을 생각하면 취미로라도 접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래서 사실 충전 케이블도 아이폰을 구입 했을 때 박스 안에 든 케이블만 사용했었는데, 언제 단선될지 몰라 여유분으로 하나 사려고 알아보던 중 이 제품을 알게되었다.






관심있는 분야는 깊지는 않더라도 어떻게든 공부하려는 편이지만 관심없는 분야는 정말 무지하기에 톰 딕슨이란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고, 네이티브 유니온이란 브랜드도 몰랐었다. 물론 지금도 자세히는 모르는 편이나 여행갈 때 사용하기 위해 어댑터부터 해서 이것 저것 구매해놓았다.














이제는 단종되어서 네이티브 유니온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구매하기 어렵지만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보면 어딘가에서는 (?) 여전히 구매 가능한 것 같다. 

길이는 1.2m여서 조금 길지 않나 생각이 들지만 여행을 갔을 때 호텔에서 묵을 경우 침대맡에서 충전용으로 사용하기엔 적당한 길이이다. (요즘 새로 지어진 호텔들은 대부분 충전용 USB 포트가 따로 있다.) 단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니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 후 보관하기에도 가죽 스트랩이 있어서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