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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5.


사진이 의외일 수 있다. 그동안 나는 한 번도 블로그에 메뉴 사진을 올린적이 없다. 블로거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올리는데, 메뉴는 레스토랑의 홈페이지에 대부분 업로드 해놓았기 때문에 굳이 블로거가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럼 이 사진을 왜 올렸냐고? 서울에 유일한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문을 연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설 특선 메뉴는 이렇게 초라하다. 


요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다. 제대로 조리했고 맛있었다. 딤섬 셰프가 바뀌면서 니엔까오가 좀 달라졌고, 루주에 나오는 빵은 “바삭함” 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랍스타 요리는 웍 프라이드 결과물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것 말고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설날에만 먹는 “전통 요리” - 문화 혁명 이야기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 가 고작 푼 초이와 니엔까오만 있는 것은 아닌데, 이왕 특선 메뉴가 나온다면 설날에만 먹는 요리와 함께 셰프만의 특선 요리도 만들면 좋겠는데 등등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야할까?


호텔 내부의 사정이나 정치적인 문제까지 - 보수냐 진보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언급하기보다 그냥 먹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서울이란 도시가 이제는 우리만 아는 도시도 아니고, (한국의) 미식가라면 거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버린 “미슐랭 가이드” 가 진출한 마당에 저 메뉴판은 얼마나 초라한가? 서울의 다른 “광동식 레스토랑” 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식 중식 레스토랑들은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다.


여전히 코로나 19의 여파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아예 문을 닫았던 호텔들이 생각보다 많다. - 내후년쯤에나 다시 해외를 나갈 생각인데, 그때까지 그래도 설 특선 메뉴를 내놓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만 가져야겠다.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2023. 12. 4.


이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눈치 챘겠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너무 무난해서 재미가 없었다. 맛이 없냐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먼저 11월에 나왔던 레드 크리스마스의 경우 초콜릿과 향신료의 전형적인 조합이지만 향신료의 향은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체리도 마찬가지이다. 알콜이 들어갔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작년의 바카라와 협업을 통해 선보였었던 케이크를 생각하면 역시나 작년은 의외의 결과물이었고, 올해 나온 것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만의 전형적인 조합이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만들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로써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닐라 향이 - 신기하게도 바닐라는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 주를 이루고 초콜릿의 질감이 더해져서 레드 크리스마스보다는 질감의 대조에 의한 재미가 좀 더 있긴 한데, 그 초콜릿들을 빼버리면? 그냥 바닐라 무스에서 끝나버린다.


크리스마스이니 모양만 놓고 보면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형식도 일단은 구색을 갖췄으니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맞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맛 (flavour) 은? 나는 작년의 바카라와의 협업이 전형적인 형식이지만 그게 놀라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올해에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새로 나온 두 종류의 쁘띠 갸또가 차라리 낫다. 하나는 딸기향이 상쾌하게 다가오고 다른 하나는 유자가 이름에 들어갔지만 - 오히려 레몬이 절로 생각나 조금 의외였으나 - 신맛의 상쾌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또 타르트와 무스 종류이다. 다른 것은 이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지금 페이스트리 셰프가 호텔 오픈 이래 세 번째 셰프인데 - 이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런 변화는 세계 여느 호텔들이나 비슷하다.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뻔한데, 서울은 그러하기엔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세 번 모두 셰프가 초창기엔 여러 시도를 하지만 결국 1년 정도 지나면 항상 이런 모습들을 보였었다. 


맛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니콘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이것을 자꾸 눈에 보일려고만 하니 한국의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매년 산으로만 가고 있다. 거기에 늘 따라붙는 이야기, "맛은 개인 취향", 그 어디에도 논리와 과학은 없다. 물론 이것은 음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23. 11. 1.


벚꽃향이 매혹적인 벚꽃 케이크는 지난 4월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 향을 계속 맡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수정되는 경우를 많이 만났었는데, 다행스럽게도 -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까? -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반응은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디저트라는 것이 단맛 중심의 음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 맛 (flavour) 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이렁 요소들이 한국에서는 낯설음 때문인지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다보니 그런 음식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때나...아 그 때에도 그냥 초콜릿 중심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음식이 그래도 한 켠에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반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것이 오히려 놀라웠었다.


망고 에클레어는 제주의 여느 호텔들과 달리 망고의 신맛이 선명했었다. 향도 선명하고 단맛도 또렷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망고는 단맛만 너무 강조된 나머지 오히려 신맛이 느껴질 경우 뭔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몽블랑도 역시나 선명한 신맛 덕분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상태가 유지만 된다면 계속해서 갤러리 라운지에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셰프가 자신의 색깔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사실상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로비에 흐르는 음악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팝송 리믹스 댄스 버전까지 로비에 울리니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올라왔던 흥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2023. 5. 19.


유 유안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중식당은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조리 실력부터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물론 유 유안을 포함해서 서울의 광동식 레스토랑은 "북경 오리" 의 인기가 대단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유형의 일들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항상 갈 때마다 아쉬웠던 것은 디저트의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 물론 광동 요리부터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지만 - 과 그나마 존재하는 디저트도 대부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며 "망고" 디저트만 그런대로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새로운 딤섬과 함께 몇 가지 요리가 새로 나오면 그에 맞춰 디저트도 한 두가지가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디저트 메뉴만 모두 바뀌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고전적인 디저트 세 종류인데 모두 차 - 또는 수프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 형태로 나온다. 내심 아몬드 수프도 같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유 유안 오픈 때 잠시 존재했다가 이내 사라지고 2018년인가 2019년에 다시 잠시 나왔지만 이내 사라졌던 과거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거의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런 형태의 디저트들은 한국인 입장에서 디저트라는 개념으로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대체로 따뜻하고 은은한 단맛 - 단맛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한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달지 않아서 좋은, 그런 의미라고 보면 된다. - 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품으로 주문할 때 대부분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디저트들은 갑자기 메뉴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세트 메뉴에 당연히 들어가겠지만 "망고" 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을 수도 있다.

물론 차가운 디저트들도 존재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인 망고 사고를 비롯해서, 알로에 젤리와 초코볼이 있는데 그 중 흥미로운 디저트는 초코볼이다. 고전적인 디저트인 찹쌀 경단을 서양 요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쌀과 팥의 질감은 부드럽게, 그에 대조되는 바삭거리는 초콜릿, 지방의 고소함은 쌀과 팥 대신 초콜릿이 받쳐 주고 거기에 쌀의 고소함이 더해져 입체적인 맛 (flavour) 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신맛의 소르베가 더해지는데 정기적으론 어렵다해도 이런 식의 재해석한 디저트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바란다.


차가운 디저트들은 그동안의 쿠 셰프 스타일과는 다르게 나름대로 플레이팅에 신경을 써서 나온다. 따뜻한, 고전적인 디저트도 마찬가지인데 그런대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요리들을 단품으로 주문할 경우 꼭 디저트 하나씩은 주문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새로운 디저트 메뉴들도 추가되고, 이번에 새로 나온 디저트 메뉴들도 금새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2023. 5. 4.


한국의 과일들은 대체로 맛없다. 지나치게 강조하는 단맛은 흐릿한 여운이 생각보다 커서 당장 입안에 들어오면 달게 느껴지지만 이내 그 단맛의 여운은 쉽게 흐려진다. 게다가 신맛은 흔적조차 거의 없다.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정작 과일에서 신맛이 느껴지면 불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했었는데 또 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 메뉴 중 과일이 들어가는 빙수들이 모두 한결같이 맛이 그리 느껴졌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과일 빙수들은 당장 컨셉트가 어떻고를 떠나서 그나마 꾸준하게 보여준 모습은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올해엔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이유가 뻔히 짐작이 되어서 기분이 매우 착잡했었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차라리 포시즌스 호텔은 더 이상 빙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월드 오브 빙수이든 이달의 빙수이든, 여행 컨셉트이든 도시 소개 컨셉트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생과일"을 얼마나 "많이" 올렸느냐, "생과일" 은 "당도" 가 어느 정도인가 이 두 가지만 만족스럽다면 정말 "맛있는" 빙수이다. "생과일" 대신 조리한 과일이 올라 가면 제품을 썼니, 과일 품질이 낮은 것 아니냐와 같은 억측만 나온다. 플레이팅? 그런 것이 중요한가? 


물론 호텔 입장에서 빙수 판매는 일종의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특정 호텔의 빙수가 최고가 되는 현실에서 굳이 비교 당하고 욕까지 먹어가며 판매를 해야하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과일" 과 "당도" 를 제외하고 대부분 관심이 없다. 


한편 여전히 "가격"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데, 사실 황당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은 이 "요리" 같지 않은 음식에 대한 것이지 가성비나 가심비와 같은 쌩뚱맞은 주제로 넘어갈 내용은 아니다. 재료비니 인건비니, 접객에 대한 비용이니 같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곱게 간 얼음 위에 생과일 달랑 올린 것이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과일을 조리하고, 심지어 질감의 대조를 위해 더한 것들까지 모두 다 쓸데 없는 짓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마치 돈을 더 받을려고 꼼수 부린 것처럼 말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올해 빙수는 신맛의 부재를 극대화 하였기에 예전만큼의 재미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국산 과일의 단맛 부조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에도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그 호텔과 비교해서 할 것이다. 누가 잘못 만들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 그러니 어차피 빙수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예년처럼 포시즌스 호텔만의 빙수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여전히 빙수를 굳이 사먹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과 9월에 나올 빙수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2023. 4. 10.


여전히 로비를 중심으로 라운지까지 종잡을 수 없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직원은 단 한 명만 있었다. 오픈 시간 조금 지나 방문했지만 과연 한 명의 직원만으로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그런 가운데 음식들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것이 나왔었다. 지난번엔 "봄" 이니 "딸기" 가, 이번에는 "벚꽃" 이 필 시기이니 그것을 주제로? 일본에서의 "슌" 영향? - 왜 하필 일본과 연관 짓냐고 하겠지만 이쪽 세계의 음식들은 유럽보다 일본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런 것은 뭐 그런대로 좋게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주제가 맛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료를 우리는 제철 과일을 사용했습니다' 이거나 외형을 그래 벚꽃 시즌이니 벚꽃 색상에 맞춰서 아니면 모양을...그 수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먹고 나서 평가를 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춘 것인지 아니면 만드는 사람이 그 정도밖에 못 만들어서인지 하여간 어디를 가나 대부분 그런 수준에서 만들고 평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일단 새로 나왔으니 한 번 먹어보자 차원에서 먹었는데 다소 놀라웠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생과일을 그대로 올려야 수준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데, 특히 향신료나 알콜이 들어갈 경우 재료에 문제가 있으니 꼼수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었다. 그런데 갤러리 라운지 38에서는 전혀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체리와 리큐르의 결합, 거기에 덧대어진 향신료의 조합, 일단 이것만으로 향을 좀 더 풍부하게 채워준다. 게다가 의외로 무스는 굉장히 매끄러웠다. 이게 놀랍거나 칭찬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인데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놀라운 일이다. 향의 풍부함과 매끄러운 질감의 결과물이 아침부터 상쾌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벚꽃" 을 주제로 맛으로 표현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잘 만들었지만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인데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으니 의외로 놀라웠다, 딱 이 수준에서 끝난다. 제주, 벚꽃, 언제든지 이것을 맛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셰프는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현재 프랑스 출신의 셰프가 새로 왔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세계를 다음 방문에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음료의 경우 오픈 초창기에 비하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전히 커피와 홍차는 선택지가 적고 대신 다소 조잡스런 음료 선택지가 더욱 늘었다. 제주산 녹차는 둘째 치고 자꾸 뭔가 우려낸 것들로 차를 만드는데 글쎄... 그런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추가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것들을 갖춰야 메뉴판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 호텔은 처음 문을 열기 전에 초대한 손님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대대적으로 음식에 대해 한국인이 선호하는 수준에 맞춰 문을 열어서 그 한계가 명확한데, 그나마 갤러리 라운지의 음료와 음식들은 종종 그 한계를 살짝 넘어설 때가 있어서 여전히 만족은 못하지만 제주도에 갈 때마다 찾는다.

2023. 3. 6.


윈터 큐브에 이어서 나온 스프링 큐브는 안에 딸기가 들어있다. 한국에서 봄 하면 딸기, 너무 흔한 만남이라 또 딸기야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내가 선입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민트향이 시간차를 두고 밀려 오는데, 봄의 산뜻함이 절로 생각나게 만든다. 딸기가 아니라 민트가 핵심이라니, 그것도 한국에서!


지난 발렌타인 데이에 이어서 이번에는 정체 불명의 화이트 데이를 겨냥한 퓨어 러브는 코코넛향이 순수하게 느껴진다.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페이스트리 셰프의 향을 다루는 실력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오히려 지난 로맨스 케이크보다 더욱 향이 선명하다. 거기에 더해 살짝 씹히는 코코넛의 질감이 아주 경쾌하다. 


무엇보다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의 백미는 바로 헤이즐넛 파리 브레스트이다. 그동안 새로 온 세프의 창작물들이 너무 달지 않아 아쉽다고 했었는데, 아주 제대로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한 견과류의 고소함까지, 너무 달고 고소해서 - 당연히 이게 단점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 오히려 놀라웠다. 이게 놀랄 일은 아닌데 워낙 한국에서 "달지 않아서 좋아요." 가 극찬의 표현이니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서걱거리는 슈의 질감과 함께 크림의 crunchy 질감까지 씹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드디어 새로 셰프가 온지 1년만에 제대로 된 라인을 보여주는 것인가?


이런 결과물들을 만나니 한 가지 아쉬움이 여전히 눈에 띄는데 바로 짝이 잘 맞는 음료였다. 커피보다 홍차가 그리운데 한국에서 이와 잘맞는 홍차를 만나기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쓰거나 떫거나 같은 이유로 거부감이 큰 분위기에 기껏 인기 있는 것들은 가향차가 대부분, 그게 아니라면 현미 녹차정도? 물론 이는 반대의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차가 괜찮다면 같이 곁들일 음식의 결과물이 형편 없는 그런 상황말이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홍차의 선택지가 다양하지는 않아도 몇 가지가 있긴 하나 커피에 비하면 그 결과물이 아쉬울 때가 많다. 특히 이번에 나온 파리 브레스트와는 당장 짝이 잘 맞는 홍차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게 단순히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기 보다 현실적인 여건들이 서로 맞물린 상황이어서 계속 아쉬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2023. 2. 11.


2월은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달이다. 모양은 예쁘지만 사실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만드는 모든 요리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그리고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해 만든 로맨스 케이크 역시 그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김새는 페이스트리 셰프가 일본에서 활동한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고, 완성도도 나쁘지 않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면 여느 발렌타인 데이 기념 음식들과 맛이 다르지 않다. 아주 살짝 로즈 워터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금새 사라져버린다. 지난달에 나온 윈터 큐브를 생각하면 형태에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한국의 "딸기"가 올라간 밀푀유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딸기" 계절을 맞이해서 딸기가 들어가는 것은 좋은데 굳이 눈으로 확인 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밀푀유와 한국 딸기가 시각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끔찍한 한국의 딸기 질감은 밀푀유의 질감과 전혀 맞지 않으니 시각은 물론 촉각마저 절망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한국 딸기의 흐릿한 단맛과 거의 없는 신맛마저 더해지니 맛에서도 최악의 조합이다. 다만 재방문했을 때 조금은 단단한 딸기를 올렸고, 메뉴가 나온 첫 날보다 조금은 더 선명한 단맛과 신맛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나는 한국 딸기가 서양의 디저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아주 지겹게 이야기했으니 빵과 함께 이제 그만 이야기 하자.


플랑은 당연히 바닐라 향이 지배적인데, 확실히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을 능수능란하게 잘 사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플랑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겠지만 향을 잘 다루는 능력을 다른 음식에서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한편으로 초콜릿 딜라이트 케이크는 초콜릿의 쌉싸름함에 리큐르에 절인 블랙 커런트가 맛의 한 층을 더 깔아주고, 견과류와 함께 느껴지는 짠맛의 선명함이 놀라웠는데 원래 이름은 "Brut" 으로 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원래대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한국에서 갖고 있는 초콜릿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술과 과일의 조합이나 짠맛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게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이게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초콜릿까지 더해졌으니...


분명 셰프는 이보다 더 다양한 맛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한국에 온지도 일년이 되었건만 여전히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이든 내부적인 요인이든 여러 문제들이 겹쳐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3. 1. 31.


반년만에 다시 찾은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갤러리 라운지는 국내 호텔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직원 수의 부족이었다. 오픈 초창기에야 대부분의 호텔들은 많은 직원들이 곳곳에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유야 이제는 뻔히 알지만 그게 그렇게 반가운 일은 당연히 아니다.

그런 가운데 커피와 음식은 반년 전에 비해 조금 나아졌었다. 비록 뻔한, "딸기" 를 주제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몽블랑의 경우 또렷한 단맛과 다소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느껴지는 신맛의 조화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타르트와 에클레어는 몽블랑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년 전과 분명 결이 다름이 느껴져서 문의하니 새로 프랑스 출신의 셰프가 부임했다고 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런 변화가 그냥 느껴질리가 없지.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 든다. 몽블랑의 경우 안에 든 머랭은 퍼석거린다고 할까? 그 미묘한 질감에 살짝 불안감을 느꼈었는데, 타르트에 이어 에클레어까지 먹고 나니  그 불안감은 역시나 실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타르트의 경우 부드러우면서 입안에서 가볍게 부숴지는 질감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한편으로 퍼석거리는 것이 단순히 flaky 하다기 보다는 메마름이 느껴졌었는데 에클레어에서 확실히 그게 더 강하게 느껴졌었다. 다소 의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픈 시간에 맞춰 먹었으니 그랬을테고 오후에 먹었으면 어디선가 수분이 더해져서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이러면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한 번 더 먹어보면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정도로 또 괜찮았던 것은 아니었다. 국산 딸기의 그 흐릿한 단맛과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신맛, 그리고 그 물컹거리는 질감은 타르트와 너무 따로 노는데다 전체적으로 맛과 향이 밋밋해서 달지도 않은 타르트를 또 한 번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에클레어도 마찬가지, 뻑뻑한 - 그렇다고 해서 국내 많은 에클레어들의 그 뻑뻑함 정도는 아니었다. - 크림을 또 다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는 느낌이라면 너무 주관적인 접근일까?


커피의 경우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었는데, 지금까지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갤러리 라운지에서 마셨던 카푸치노 중 가장 괜찮았었다. 이 역시 문의 하니 얼마 전에 원두가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테라로사에서 원두를 공급 받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최소한 어떻게든 먹을만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보인다. 그게 자체적이든 외부요인이든 하여간 부딪힘도 있다는 것이 같이 느껴지지만, 제주도에서 소위 말하는 "특급 호텔" 중에서는 이 정도 수준을 만나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로비 전체에 흐르는 음악들이다. 이번에는 운 좋게 메탈리카 노래는 들리지 않았지만 Bon Jovi의 Wanted Dead or Alive 나 Queen 의 Bohemian Rhapsody, 그러다가 갑자기 힙합 음악 - 제목이 얼른 기억나지 않는데 8, 90년대 유명했었던 - 돼 하나 흘러 나왔는데 호텔 1층의 공간을 이렇게 꾸며놓고 그런 노래들을 아무렇지 않게 틀어놓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직원들이 그만 두는 이유에는 이런 것들도 일부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호텔 산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접근하는 기업체가 과연 몇 곳이나 있을까?

2023. 1. 9.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자마자 비록 한시적이지만 - 일주일동안 판매한다고 하니 아마 이 글이 올라올 시점에선 판매가 종료되었을 것이다. - 고전적인 메뉴가 하나 등장했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가 문을 연지 8년째 되는데, 그동안 셰프가 두 번이나 바뀌었고 바뀔때마다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가 등장했었다. 쇼케이스 안 어딘가에 항상 이런 고전적인 메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초창기에는 그리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인기가 있는 것은 딸기 아니면 망고 쇼트 케이크 정도, 밀푀유도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었다. 

다들 빵 전문가니 디저트 전문가니 내세우지만 사실 많이 먹어봤다 수준에서 품평이 이뤄지지 뭘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평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기껏 비교한다는 것이 프랑스 어디를 갔었는데인데 그런 수준에서 꾸준하게 이런 메뉴들을 내놓는 것만으로 언제까지 박수를 쳐야 할까?

아무튼 셰프가 바뀔때마다 이런 메뉴들이 주를 이루는 것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전적인 메뉴들 일부는 항상 쇼케이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셰프가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고싶을 때 사용할 재료부터 해서 도구까지 한국의 식품관련 법안들은 좋게 말하면 한국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세심한 기준들로 가득차서 당장 무언가를 내놓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갈레트 데 루아를 주문했을 때 왕관은 따로 제공한다. 왕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fève 까지 같이 감안해서 생각을 해보면 다분히 의도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법률상 식품에 올릴 수는 없으니 궁여지책인데 이럴거라면 차라리 안 내는 것이 맞겠지만 어디 이 음식이 의도가 뻔한데 그럴 수는 있을까?






사실 반가웠던 메뉴는 윈터 큐브이다. 드디어 셰프만의 새 메뉴 등장, 과연 어떤 맛의 세계를 느끼게 해줄까? 지난 글까지 꾸준히 이야기 했었지만 새로 온 셰프는 향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맛을 설계하는데, 그동안 향신료에 기대었다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부드럽게 갈라지는 무스 - 이걸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 메뉴들은 대부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질감이 다소 뻑뻑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나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피드백을 통한 보정이라 생각한다. - 를 입안에 넣으면 향을 통해 청량감과 함께 느껴지는 것은 "겨울" 이다.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아니라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감각의 겨울? 이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꽤 복잡한데 단어만 선택하자면 "겨울", 색상을 보면 언뜻 겨울왕국의 "엘사" 가 생각나는데 그것과 일맥상통하려나?

향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꽤나 복잡하게 느껴져서 혹시 다른 여러 향신료가 들어갔는지 문의까지 했었는데, 그렇게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하나를 더 먹으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남아있던 윈터 큐브는 매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아쉬움과 셰프의 일본에서의 활동을 생각해보면 윈터 큐브 모양새는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해서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물론 그 시간이 일부라도 일년 가까이 걸렸다는 것이 여전히 불만이지만 말이다.

2022. 12. 4.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기대되는 곳 중 하나가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이다. 비교적 모형 만들기에 관대한 세계여서 가장 화려한 모양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향신료의 사용도 좀 더 적극적일테니 말이다.

한국에서 '맛' 이란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달지 않아야 할 케이크들을 바라는 상황에서 '맛의 층' 이나 '맛' 이 의미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 '입맛은 개인 취향이죠' 따위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전 페이스트리 셰프가 만들었던 케이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맛으로 표현한 그 케이크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을 본적이 없다. 사실 그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평범한, 다시 말해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전형적인 맛을 - 이걸 클래식 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 만났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케이크 모양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았었다 정도?


첫 시작이 불만인 것을 보니 짐작이 되겠지만 그렇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를 들어가자 마자 보이던 것들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모양들이었다. 모양이야 그럴 수 있지, 반드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맛의 구성조차 아쉬웠었다.


"초콜릿 버블' 은 초콜릿과 라즈베리, 전형적인 맛 구성이다. '스노우 볼'은 '초콜릿 버블' 이 단순하게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좀 더 맛의 층이 다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잘 만들었지만 딱 그 정도 선에서 멈춰 있다. 잘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결국 '맛' 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보여줘야 할텐데 여전히 새로 온 셰프의 세계는 물음표다. 

게다가 의도는 이해하지만 또다시 드러나는 한국의 현실은 오히려 암울하다. '딸기 버블'은 국산 딸기의 한계 - 단맛은 있으나 끝이 흐릿하면서 수분이 과하다는 느낌, 신맛의 부재 - 를 그대로 보여준다. '피스타치오 버블' 은 럼에 절인 체리의 맛과 향은 그런대로 좋았으나 피스타치오의 향과 맛을 나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그리 달지 않다는 것이다. 셰프가 몇 년동안 일본에 머무르면서 생각이 바뀐 것인지, 한국에 들어와서 주요 고객층 - 우스개 소리로 나보고 호텔 관계자냐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정작 출근 도장을 열심히 찍는 고객들은 나 말고 훨씬 많다. 아니 나는 명함을 못 내밀 정도이다. - 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셰프의 성향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셋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이유가 섞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첫 날 밀푀유까지 총 네 가지를 먹으면서 차나 커피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일주일 가량 뒤에 나올 '바카라' 와 협업을 통해 만들 '크리스마스 쥬얼' 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었다. 모양이야 어차피 '바카라' 의 디자인을 토대로 만들텐데 여전히 셰프의 일본에서의 활동 결과물은 인스타그램에만 존재할 뿐 한국에서는 보여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입 먹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향신료의 다양한 향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여전히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진저 브레드와 시나몬의 향은 아주 찰나의 시간차를 두고 넛맥과 정향이 뒤따르면서 입안 가득 향을 풍부하게 채워놓는다. 그 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느껴지는 오렌지의 상큼함이 깔끔하게 입 안을 씻어준다. 향신료의 향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복합적으로 느껴지게 함으로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을 알린다. 셰프는 단순하게 지난 까르띠에처럼 무난하고 평범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아닐까? (물론 셰프는 예전 이야기를 들었을 수 있지만 직접 먹어보진 않았으니 까르띠에 케이크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크리스마스 쥬얼' 마저 그리 달지 않다. 차나 커피의 도움 없이 한 판을 그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울 수 있을 정도인데, 정작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리뷰를 찾아보면 지금도 달지 않아서 괜찮았다는 호평이 많이 보인다.

2022. 8. 21.


여전히 바뀌는 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새로운 요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의 커다란 틀 안에서 바뀌는 분위기는 아닌데, 이게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향" 인데, 입 안에 넣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향신료의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머리 속에는 강렬함을 안겨준다. 사진에서의 케이크는 잔잔하게 입 안에서 퍼지는 진저 향이 매혹적인데 혀에서 느껴지는 패션 프루트와 파인 애플의 신맛과 과일의 향들이 진저 향과 잘 어울린다. 거기에 방점을 찍는 향신료가 하나 더 있지만 이는 직접 느껴 보시라. 혼자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이니 프티 가토로도 판매했으면 좋겠다.


지난 추억을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페이스트리 셰프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호텔 오픈 초창기의 베린느의 매끄러운 질감은 심지어 여러가지 종류를 판매했었는데 곧 사라졌었고, 그 다음에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맛과 질감의 대조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의 향은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 


단순하게 눈과 입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하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외침은 이번에도 지속적이지만 지난 7년간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길게 가봤자 일년에서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직까지 새로 온 셰프가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향" 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2022. 8. 4.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월간 빙수는 세 가지만 준비되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새로 오자마자 곧바로 메뉴를 개발했을테니 시간 부족만 생각하더라도 이해되는 상황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오픈 이래 빙수 메뉴를 디저트로 접근해서 매년 새로운 주제로 내놓았었다. 그리고, 그런 독특한 접근 방법이 - 한국에서는 독특한 접근 방법이다. - 늘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한국에서 빙수란 대체 어떤 음식일까?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생과일 - 주로 망고, 비싼 과일 위주 - 거기에 팥이 올라간 음식에 대해서 매년 언론에서는 가격이 어떻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원가가 어떻고 이야기 하는데 아무도 맛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곱게 간 우유 얼음, 생과일, 끝. 대체 셰프가 한 일은 무엇이 있는가? 오늘은 생과일 상태가 별로 안 좋네요, 그럼 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월간 빙수의 경우 철저하게 서양의 고전적인 디저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처음에 나온 파블로바나 이번에 마지막으로 나온 휘낭시에와 얼 그레이 조합, 그래서 사실 예전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과연 이렇게 빙수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에 나온 빙수만 하더라도 그냥 따뜻한 홍차 한 잔에 휘낭시에만 먹어도 충분한데 굳이 거기에 차가운 얼음을 더할 필요는 없었다. 빙수로 만든다고 해서 어떤 극적인 맛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같이 나온 얼 그레이 아이스크림이 흥미로웠다.


올해의 다소 빈약한 (?) 월간 빙수 구성은 물론 시간 부족이라는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마도 내년에는 올해와는 다른 모습의 빙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항상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제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이 빙수 지옥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늘 비교 대상이 "신라 호텔" 인데, 잘해도 본전을 못 거두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과감하게 애프터 눈 티를 뺀 것처럼 빙수도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미끼 상품이 되었든 아니든 말이다. 호텔 빙수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컨셉트가 어떠한지, 맛의 구성은 어떠한지 중요하지 않다. 신라 호텔만큼 하거나 그보다 뛰어나거나,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이 잘 나오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항상 호텔에서 하는 말 "빙수 하나 팔아도 남는게 거의 없습니다." 아무도 호텔마다 빙수를 꼭 만들어서 팔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2022. 7. 24.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제주도에 있는 오성급 호텔들 중 가장 음료와 음식 모두 신경 쓰는 곳이라 제주도에 갈 때마다 들린다. 여전히 음료에 대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특색 없는 제주도 녹차나 정체 불명의 커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픈 초창기에만 하더라도 그런 메뉴는 당연히 없었다. 많이 찾으니 준비한 것이든 준비를 해놓았으니 많이 찾는 것이든 반가운 일은 아니다. 칵테일 메뉴를 좀 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호텔 바 특성상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저녁에 차이나 하우스에서 식사를 한 뒤 한 잔 정도 마실 생각은 갖고 있다. 

꾸준히 매달 또는 계절별로 메뉴가 바뀌긴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질 뿐 사실 큰 변화는 없는데, 국내 여느 호텔들처럼 이 호텔에서도 애플 망고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케이크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와 같은 후기는 비단 이 호텔만의 후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정말 대단한 일인가? 당연한 것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은 물론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칭 "빵"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이야기 할 내용은아니다. 그것이 해외에서의 풍부한 경험까지 더해진 것이라면 더더욱, 사실 많이 먹었다고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많이 먹어 본 사람일 뿐이다. 아무튼 망고 케이크는 부드럽긴 하지만 망고의 질감이 부드러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뭉개지면서 살짝 결이 느껴지는 질감이 그리 잘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과일류에서 기대하는 신맛은 "제주산 애플 망고" 에서는 당연히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맛의 차원에서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 하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인데, 망고 케이크를 팔지 않았을 때 어떤 반응들이 일어날까?


체리 피스타치오 타르트는 피스타치오 크림이 뻑뻑한데다 체리 역시 신맛의 기대치가 낮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던 것은 예전과 달리 단맛이 잘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좀 더 단맛이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로비에 흐르는 음악들은 락에서부터 힙합까지 중구난방인데다 체크 인 과정에서 대기하는 손님들이 무작정 들어와 빈 자리에 앉고, 신발을 신은채로 소파 위를 올라가거나 테이블 사이를 전력 질주하는 아이들은 많아졌다. 그만큼 메뉴도 가짓수는 늘었지만 혼돈의 연속인데 누군가 새로 와서 맛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이 호텔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얏트 계열의 호텔이니 인력풀은 어느 정도 가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2022. 5. 15.


거의 반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포시즌스 호텔 서울 페이스트리 셰프가 새로 부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석 상태가 꽤 길었던 관계로 - 취업과 관련한 비자가 신청한다고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 오자마자 셰프의 색채를 보여줄 시간적인 여유가 아무래도 부족하니 새로 나온 종류들은 흔히 말하는 '클래식' 한 것들이다.


부드러워 할 것은 부드럽고, 바스락거려야 할 것들은 바스락거리며, 유지방의 풍성함은 입안 가득차고, 견과류의 고소함과 어울리는 짠맛의 더해짐이, 카라멜의 쌉싸름함, 무엇보다 단맛 중심의 음식이 아닌가! 당연히 먹는 내내 즐거웠었다. 세상에 '클래식' 한 것을 먹으며 즐거워 해야 하다니! 그만큼 형편 없는 수준의 음식 세계를 너무 많이 마주친다. 예컨데 달지 않은 디저트 같은,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밀푀유를 먹고 있으면 여전히 '달지 않은' 케이크를 찾는 손님들을 많이 본다. 그게 아니면 '천 겹의 잎사귀' 수준의 리뷰나.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새로 부임한 셰프의 새로운 음식들을 만나게 될텐데 부디 이번만큼은 옆에서 자꾸 근거없는 이야기가 떠돌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셰프도, 지지난 셰프도 초창기와 달리 떠날 즈음엔 의욕을 잃은 듯 정말 무난한 수준의 음식들을 내놓았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은 그만 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2022. 4. 19.


예상대로 '뷰 맛집' 으로 유명해졌다. 오픈 초 열정이 넘치던 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그만둔 직원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이곳의 문제는 한국의 거의 모든 유명한 '맛집', '뷰 맛집', '고오급 오성급 호텔 라운지' 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주문했던 베린은 여전히 매끄러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단맛과 신맛의 균형? 그런 것은 이제 한국에서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망고와 패션 프루트를 넣었는데도 이 정도 수준의 맛내기라면 그 이유는 뻔히 짐작된다. 심지어 티라미수는 해동이 덜 되어 언 상태 그대로 나왔었다. 올려놓은 딸기는 물컹거리며 흐릿한 단맛과 함께 신맛은 없는 국산 딸기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는데, 떠먹기 불편한 상태로 올려놓았었다. 이미 두 번 넘게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뀌었는데, 바뀌었다면 예전과 달라져야 하지만 - 단순하게 기술적인 문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 그런 결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녁에는 칵테일을 마셨는데 주문한 보스턴 쿨러는 얼음 알갱이가 마시는 내내 계속해서 씹혔었다. 호텔 라운지 바의 칵테일 결과물에 대해서 크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 이는 해외 호텔도 마찬가지이다. - 그래서 결국 라운지 38은 어떤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들 먹을만큼 먹어봤다고, 마실만큼 마셔봤다고 전제를 하면서 리뷰를 남기는데 이 정도 수준의 결과물이라면 당연히 비판을 해야겠지만 그런 리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후기는 '뷰' 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 페이스트리 셰프는 떠났고, 바는 병째 주문한 와인과 위스키 중심, 서울에서 제주까지 거의 모든 호텔들이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다들 맛은 개인 취향, 사람마다 다르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2022. 2. 14.


서울, 천만명이 사는 도시, 그곳에서의 미식은 과연 어떤 행위를 의미하는 것일까? 오랜만에 찾아갔는데 여전히 결과물은 한국에서 최고의 호텔이라고 평가 받는 신라 호텔을 비롯한 소위 말하는 오성급 호텔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니, 개인 가게까지 통틀어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내 개인 취향 차이 아니냐고? 난 이 블로그에서 한 번도 내 개인 취향을 기준으로 음식들을 평가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주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 디저트이니까 단맛 중심, 질감은 부드러움이 핵심, 딱 이 정도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서울의 결과물은 대부분 형편 없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 이는 만드는 사람의 잘못일까, 먹는 사람의 잘못일까, 아니면 둘 다의 잘못일까?






셋 다 단맛은 그리 강하지 않다. 피나 콜라다 에클레어에 들어간 파인애플은 신맛마저도 희미하다. 라즈베리 몽블랑은 아예 신맛의 거의 없는 수준인데다 중간에 뜬금없이 생딸기가 하나 들어가있다. 헤이즐넛의 고소함도 마찬가지로 희미하다. 질감 대조를 이야기 하기엔 너무 건조한 푸석푸석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셋 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고 뻑뻑함이 느껴진다. 


이런 류의 결과물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호텔이든 아니든 심지어 한국에서 줄 서서 먹는다는 가게에서까지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딜마를 떠나서 그런대로 마실만한 홍차가 유독 쓰게 느껴졌었다.

2021. 11. 26.


먼저 슬픈 소식부터 전해야겠다. 이제 더 이상 포시즌스 호텔 서울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페이스트리 셰프의 새로운 디저트들을 만날 수 없다. 그는 이제 다른 곳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내놓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여전히 부드럽고, 단맛 중심에 신맛이 균형을 맞추고 있으며 질감 대조를 이루고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2019년도에 보여줬었던 하나의 개념을 맛으로 표현한다든지, 2020년도에 보여줬었던 것처럼 향신료와의 조화 같은 것은 더 이상 없다. 작년부터 맛을 축약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는 더욱 간결해졌다. 그래서 리뷰도 사실 더 이상 쓸 내용이 없다.

이 날도 조용히 앉아 새로 나온 것들을 먹고 있었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덜 단게 어떤거에요?" 라고 묻고 있었다. 페이스트리 셰프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것들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2021. 10. 1.


9월말쯤 오픈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는 진작 들었지만 그날이 9월 마지막 날이 될 줄은 몰랐었다. 전날 알게되어 부랴부랴 다이닝 예약을 하면서 조금 일찍 호텔에 도착한 김에 이 곳을 들렀는데, 같은 층에 라운지와 카페가 있다보니 처음 방문할 경우 헤맬 수 있을 것 같다. 





오픈 첫 날 방문한 곳이니 좋은 부분부터 이야기 해 보자. 단맛 중심의 음식과 같이 마실 음료로 커피와 차는 선택지가 그런대로 다양한 편이다. 당연한 것인데 왜 좋은 부분이라고 이야기 하냐고? 서울이란 도시는 생각보다 선택지가 그리 다양한 곳이 많지 않다. 여기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가 홍차를 잘 내놓는지 이야기를 하자면 머리가 아파지니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자. 잠실에 볼 일이 있어서 나온김에 그나마 최소한의 기댈 곳을 생각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그럼 디저트류들은 먹을만 한가? 


아주 쫄깃 쫄깃한, 이제는 '뚱카롱' 이라고 부르는 수준의 마카롱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거기에 바질이나 코코넛, 리치가 들어간 것들은 최소한의 목소리 - 향 - 를 내고 있는데다 약간의 쫄깃함은 느껴지지만 그것보다 아주 기분좋게 가볍게 바스라지는 질감이 느껴졌었다. 파인애플, 라즈베리, 딸기의 신맛 역시 최소한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차든 커피든 같이 즐기기엔 나쁘지 않았다. 물론 세 개의 마카롱을 먹기엔 입안이 좀 피곤해졌지만.

프랑스쪽 호텔 브랜드 아니랄까봐 그 외에도 몽블랑이나 오페라, 퓌 다무르와 같은 것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 역시 그저 반갑다. 메뉴 구성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 이야기를 들었지만 딸기 쇼트 케이크, 망고 쇼트 케이크 - 아주 지긋 지긋하다. - 와 같은 것들이 쇼 케이스에 없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가장 중요한 맛은 난 좀 더 달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도 아마 달다는 항의가 많을 것 같은 예상이 들었는데, 맛의 균형을 위해 들어있는 신맛도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니 그런대로 먹을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초콜릿 타르트나 퓌 다무르의 경우 초콜릿이 들어 있고 카라멜 라이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쌉싸름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다분히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맛을 설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석 : 한국인 입맛 비율을 60 : 40으로 설정했다고 할까? 어찌되었든 국내에서 쓴소리 안 듣고 매출을 올릴려면 이 정도는 맞춰야할테니 나름대로 업장측에서 균형을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수준만 유지한다면 가끔 잠실에 들릴 일 있을 때 먹고 마시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들릴 생각이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호기심 해소 차원에서 오전에 들러 크루아상에 카푸치노 한 잔 마실 생각도 갖고 있다. 단, 전제 조건은 여기에서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초콜릿 룸도 따로 있었는데, 초콜릿을 안 좋아하는 편이어서 따로 구입을 하진 않았기에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다.

2020. 12. 1.


많이 찾지 않는 블로그이지만 매년 이 맘때쯤엔 조회수가 배 이상 오르는데,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때문이다. 오픈 초창기에 까르띠에 케이크와 함께 산타 클로스 얼굴이 올라간 케이크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매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또 많이 찾는 것 같다.

물론 눈으로 봤을 때 예쁘거나 즐거우면 좋긴 한데, 대부분 거기서 평가가 끝나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작년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만남' 을 주제로 가족들의 만남과 친구들의 만남을 맛으로 표현해서 좋아했었는데, 그에 대해서 별로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에는 또 무엇을 주제로 해서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였을까?












Christmas Coco Island Ball


크리스마스, 계절이 겨울이니 이번에는 향신료에 초점을 둔 분위기이다. 특히 이 코코 아일랜드 볼의 경우 바나나를 시나몬과 함께 구웠는데 그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바나나 특유의 향과 함께 달콤함이 먼저 입안에 느껴지며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코코넛 특유의 향과 함께 고소함,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 질감과 대조되는 아삭아삭 씹히는 코코넛의 질감, 그리고 마지막에 입안에서 맴도는 시나몬 향이 혀와 코를 즐겁게 한다. 고전적인 조합을 귀엽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홍차와 함께 나른한 오후 어느날 같이 즐긴다면, 따뜻한 - 특히 올해는 더더욱 그런 따뜻함이 간절하다. -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비스듬히 자르다보니 단면이 조금 이상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꽤 잘 만들었었다. 

나머지 두 가지는 유자와 망고가 만나는데 유자는 새콤하면서도 시트러스류 특유의 쓴맛의 마무리가, 망고 역시 새콤하면서도 핵과류 특유의 살짝 아린듯함이 맛차의 쓴맛과 한데 어우러져 마무리 짓는다.












Black Forest Cake


고전적인 조합인 초콜릿과 체리가 만났는데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깜짝 놀랐었다. 부드러움이라는 질감의 표현을 세 가지 결로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의 부드러움, 씹는 맛이 있지만 저항감은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부드러움, 각각 어디에서 그런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지는 직접 먹은뒤 찾아 보시라. - 그런 즐거움을 미리 다 이야기 해버리면 정작 먹을때는 재미가 없을테니까 - 더불어 초콜릿의 쓴맛과 체리의 신맛이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도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는 홀 사이즈로도 주문 가능한데 크기만 다를 뿐 모든 것은 다 같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바란다.




Christmas Coco Santa







Christmas Coco Reindeer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홀사이즈를 기다렸을 것이다. 올해에는 어떤 모양으로 나왔을지 말이다. 귀엽게 두 가지 모양이 나왔는데,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물어보니 대부분 산타 클로스를 선택했었다. 나는 루돌프가 마음에 드는데 모양이 좀 더 귀엽고 세세한 표현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둘 다 올해에는 같은 내용물이어서 맛이 같으니 올려진 모양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코로나 19가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겠지만 올해에는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들은 아쉬움이 있다. 평소 페이스트리 셰프가 추구하는 방향을 생각하면 올해에도 하나의 개념을 맛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런 것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질감이나 맛, 향 역시 다양한 층이 느껴지는 - 시간적이든 공간적이든 -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축약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코로나 19가 모든 것을 힘들게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라고 이야기 하기 어렵다. 좀 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맛 (flavour) 의 층을 느낄 수 있을텐데 어느 순간 멈추고 사라져 버린다는 느낌을 먹는 내내 느꼈었다. 페이스트리 셰프도 한국에서 근무한지 2년이 넘었으니 어떻게 만드는 것이 대중적으로 반응이 좋을지 이제는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구하는 방향을 매 시즌마다 선보여서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여러가지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그 한계 속에서도 즐거운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