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위치한 유유안에서 여름에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 7월 2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동안 여름에 장어나 민어를 주제로 해서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중국 지방 요리를 선보인 적은 처음인데 처음에는 단순히 단품 메뉴로 진행할 것이라 지레짐작 했었는데 코스 요리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Tsingtao
유 유안 오픈 초창기에 하얼빈 맥주랑 같이 음식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 하얼빈 맥주는 메뉴에서 빠졌다고 한다. 술을 잘 못 마시다보니 오픈 초를 제외하고는 맥주를 시켜 본적이 없어서 몰랐었다. 아직 칭다오 맥주는 메뉴에 있다고 해서 주문하였다.
한국에서 광동식 레스토랑은 거의 유일하게 유 유안이 있는데, - 아 제주도에 위치한 르 쉬느아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 항상 아쉬운 점이 이런 프로모션 메뉴 뿐만 아니라 코스 메뉴에 와인 페어링이나 차 페어링이 같이 없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동네 백반집에서도 반주로 싸구려 소주 한 병과 같이 마시는 주류 문화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파인 다이닝에서 음식을 즐기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업장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오픈 초에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Sichuan" Marinated Chicken in Chili Sauce
"Tianjin" Marinated Yam in Blueberry Sauce
"Yunnan" Marinated Assorted Mushroom in Leek Oil Dressing
먼저 전채 요리로 준비 된 세 가지이다. 첫번째로 사천식은 사천 요리답게 매콤한 가운데 땅콩 소스의 고소함과 단맛이 흥미롭다. 유 유안에서 닭고기 요리는 제대로 조리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살코기가 부드러운데 - 늘 말하지만 닭고기는 절대 퍽퍽한 부위가 없다. 과조리 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올 뿐이다. - 중간에 씹히는 땅콩의 크런치한 질감과 대조된다. 두번째로 나오는 마 냉채의 경우 아삭하게 씹히는 마의 질감이 유쾌하지만 블루베리 소스가 단맛은 강한 반면 신맛이 약해 아쉽다. 물론 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블루베리 대부분의 문제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버섯 냉채는 아삭하게 씹히는 샐러리와 부드러운 버섯의 질감 대조가 흥미롭다. 드레싱 소스도 입맛을 제대로 당겨주는 고소함과 신맛의 조화가 균형이 잘 맞아서 세 가지 냉채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대중적으로도 아마 세 번째 냉채가 인기 많지 않을까싶다.
"Shanghai" Double - Boiled Pork Soup with Ginger Meatball
온도가 일단 너무 뜨겁지 않아서 좋다. 입안에 한 스푼 떠넣으면 감칠맛이 느껴지는 가운데 배추의 단맛이 살짝 감돈다. 이어서 완자를 스푼으로 살짝 잘라서 입안에 넣으면 아삭하게 씹히는 생강과 부드러운 고기의 질감이 대조를 이루며, 이어서 다시 한 번 스프를 한 스푼 떠넣으면 이번에는 지방의 고소함이 함께 느껴지며 스프 맛의 층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진다. 완자를 갈라보면 덜 익은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늘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과조리가 일상화 되어 있다보니 이런 질감과 완자의 색상이 덜 익힌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전혀 흠 잡을 것 없이 완벽하게 잘 만들고 잘 익혔다.
"Hunan" Deep - Fried Abalone with Red Pepper
전복은 잘 튀겼다. 바삭한 가운데 부드럽게 씹히는 전복의 질감도 좋고, 대조적인 아삭한 대파의 질감도 좋다. 살짝 매운 가운데 느껴지는 감칠맛과 대파의 단맛이 살아 있어서 좋지만 이내 사라져버리는 감칠맛과 매운맛의 짧은 여운이 조금 아쉽다.
"Guizhou" Hanwoo Beef Stew with Black Fungus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요리가 아닐까싶다. 흔히 칼칼하다라고 표현하는 스튜의 매콤함과 감칠맛이 입에 착착 감길 정도다. 처음 한 입 떠넣으면 단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뒤를 이어서 감칠맛과 매콤함이 느껴지는데 어느 하나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이 균형의 조화가 훌륭하다. 향도 달콤함과 매콤함이 부드럽게 느껴지는데 처음 설명을 들을 때 당근이 들어갔다고 들었다. 한국 당근이 이렇게 맛있었던가? 조금 의외였다. 고기는 부드럽게 잘 조리되었고 목이 버섯의 탱글함과 아삭한 질감의 숙주가 역시 질감의 대조를 이뤄 씹는 즐거움도 있다.
"Fujian" Fried Rice with Shrimp, Chicken and Asparagus
볶음밥이지만 위에 소스가 얹어져 있는데 이 소스의 감칠맛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새우와 닭고기도 아주 부드럽게 잘 익혔다. 무엇보다 볶음밥의 향이 지방의 고소함과 계란의 향이 어우러져 한층 flavor를 풍부하게 해준다. 만약 최상급의 자스민 쌀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지만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를 아쉬워 하기에는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수많은 볶음밥 중 향과 맛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Sunde" Egg White Milk Pudding
정말 이런 디저트를 유 유안에서 기다렸었다. 국산 우유로는 이런 유지방의 고소함을 느끼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고소했다. 단맛의 여운도 너무 길거나 짧지 않고 적당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플레이팅인데, 보통 광동식 레스토랑에 이런 류의 디저트를 낼 때에는 복잡하게 장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푸딩만 내놓거나 위에 한 두 조각의 신맛이 나는 베리류 위주로 장식을 하는데 그에 비하면 조금 과한 느낌이다. 담아내는 그릇도 이런 접시보다 보통 잔 형태에 담아서 내놓거나 아니면 작은 그릇에 내놓아서 떠먹기 편하게 한다. 물론 그렇게 내놓으면 오히려 한국에서는 성의 없게 내놓는다고 항의를 들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어쨌든 정말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디저트였다.
새로 바뀐 메뉴와 더불어 이번 프로모션 메뉴도 대부분 마음에 들어서 좋은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접객이다. 오픈 초창기부터 자주 이용하다보니 애정이 있고, 그 가운데 내부 사정도 대충은 알기에 이해는 하지만, 어쨌든 부족한 서버 숫자는 빨리 채워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사실 이런 파인 다이닝에서 접객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정말 싫어하는데 내부 사정을 알다보니 한 발짝 물러서서 이해는 하지만, 적어도 손님이 나간 후 테이블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한창 식사 도중에 옆 테이블의 빈 접시와 흐트러진 테이블 상태를 보면 먹는 내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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