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해야할 시기를 놓쳤다. 2017년 1월에 방문 했었던 레스토랑이라 메뉴도 바뀌었고 기억도 희미하게 남아 있어서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프라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포스팅 한다.
당시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에 묵으면서 체코 전통 요리를 파인 다이닝으로 즐길 수 있는 곳 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였더니 그런 레스토랑은 프라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프라하에 한 시간인가 두 시간을 차로 달려서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차선책으로 프라하 시내에서 파인 다이닝 추천을 부탁하였더니 한 곳을 추천 받았는데 하필 내가 프라하에 머무는 시기에 잠시 문을 닫는다는 공지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추천 받은 곳이 바로 지금 포스팅 할 필드라는 레스토랑이다. 당시 미슐랭 별 하나를 받은 곳이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계속해서 별 하나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다른 추천 받은 곳도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다.)
호텔에서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였지만 당일에 눈이 제법 내려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다. 오픈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해서 내가 첫 손님이었는데, 한참 눈을 쓸다가 내가 택시에서 내리니 반갑게 맞이해주던 직원들이 생각난다. 파인 다이닝이지만 조금은 캐주얼한 분위기도 있었는데, 영어로 대화 가능하였고 직원들도 유머러스한 면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메뉴는 데구스테이션을 선택하였고, 와인 페어링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아마 B로 선택했을 것이다. A와 B의 차이는 물론 가격 차이도 있지만 어떤 와인 리스트의 차이가 있었는지 당시 문의를 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서 잘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식전빵을 한국에서는 대부분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상 식사 시작에서부터 디저트가 나오기 전까지 빵이 계속해서 테이블에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파인 다이닝에서 나는 음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직접 굽든 아니면 사정에 의해서 외부에서 공급을 받든 빵이 맛이 없으면 음식도 크게 기대를 안 하는 편이다. 필드는 빵이 괜찮았다라고 기억이 남아 있다. 물론 제공되는 버터도 마찬가지이다.
아뮤즈 부쉬는 세 가지가 나왔었다.
이제 와서 사진을 찾아보니 하필 와인 라벨은 찍지 않고, 안타깝게도 와인잔만 찍었었다.
음식이 계속 나오면서 그에 맞는 와인도 함께 짝지어져 나왔는데, 내가 술을 잘 못 마시다보니 대부분의 와인을 어느 정도는 남겼었다. 소믈리에가 슬픈 표정으로 와인이 마음에 안 드는지 물어보던데, 항상 외국에서 와인 페어링을 할 경우 느끼는 것이지만 소믈리에들은 대체로 와인과 관련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은 대부분 내가 와인을 남기니 한결같이 혹시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조심스레 묻던데, 술을 잘 못해서 남기는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빨개진 내 얼굴을 보여주면 다들 유쾌하게 웃으며 이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홈페이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와인 페어링 A와 B, 그리고 논 알콜 페어링도 선택지로 나와 있다.
처음에 물수건이 먼저 나오길래 의아 했었는데, 곧 이어 나온, 내 기억에는 거위 간이었던가? 위에 트러플이 올려져 있고 하여간 서양 요리에서 맨손으로 집어 먹어야 하는 음식은 처음 만나서 생소하였다. 꽤 기름진 음식이다보니 손에 잔여물이 많이 묻었는데 그것을 나중에 닦으라고 물수건이 나온 것이었다. 기억에는 지방의 고소함과 함께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짠맛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가운데 트러플 향이 전체적으로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괜찮았었다.
메인 요리는 사슴 고기였던가? 오리 고기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옆에 곁들어진 것은 호박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식당 이름과 잘 어우러지는 메뉴 구성인데, 재미있는 것이 치즈와 함께 맥주가 제공되는 것이었다. 보통 와인과 짝짓기를 하는데 맥주와도 잘 어울렸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피클의 아삭한 질감과 신맛이 인상적이었다. 치즈도 어찌나 맛있던지 남김없이 다 먹었는데, 정확하게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해서 아쉽다. 아무래도 프라하를 한 번 더 가야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짝짓기 한 맥주인데, 체코 맥주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나? 짝짓기한 맥주는 벨기에산이었다. 분명 이 메뉴 구성과 잘 어울리는 맥주도 있을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아 있다.
아무튼 즐거운 식사였는데 포스팅을 뒤늦게 하다보니 맛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정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슐랭 별을 떠나서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기에 프라하를 다시 찾는다면 재방문 할 의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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