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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5.

MARIPOSA at FAIRMONT AMBASSADOR SEOUL -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마리포사 디너 2022년 3월


한 달 사이에 재방문하였다. 그 이유는? 메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셰프가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더 이상 한국의 파인 다이닝에서 빵에 대한 기대는 않겠노라고 이야기 했었지만 이번에는 빵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한국 호텔답지 않게 의외로 빵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베이커를 초빙하였는데, 드디어 그가 만든 빵이 마리포사에 등장하였다.

'식전빵' 이란 용어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빵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에서 - 스시에선 밥을 엄청 신경 쓰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왜 서양 요리에서 빵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식에서의 밥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  의외의 영입인데, 결과적으로 썩 좋은 상태의 빵이 나오진 않았다. 처음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덜 구웠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대다수의 아주 쫄깃 쫄깃 하다 못해 질척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레스토랑에선 나오는 음식에 따라 다양한 빵을 직접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었는데, 그 결과물이 썩 좋지 못하지만 ㅔ마냥 업장의 잘못이라고 탓하진 못하겠다. 빵을 입으로 베어 물고, 배를 채우면 안 된다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한 조각 정도만 먹고, 빵 접시가 빌 때마다 채워 주는 것이 매우 친절하다고 평하는 현실에서 이 정도면 그래도 꽤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전복과 문어 요리가 마리포사에서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가 된 것 같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 번갈아 가면서 또는 둘이 동시에 - , 당연하게도 전체적인 흐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의 세계를 생각하면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문득 다음 메뉴에서도 이 요리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빠져 버리면?


마리포사 오픈 때부터 일관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smoky, earthy, 그리고 지방이 선사하는 풍성한 바탕인데 다른 요소들은 제쳐 두고 이 세 가지만 집중해서 느끼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항상 갈 때마다 기대 된다. 게다가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sweetbread 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여건만 갖춰진다면 사슴과 같은 육류나 비둘기와 같은 조류 요리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물론 거의 꿈만 같은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여전히 메인은 쇠고기 요리이다.)


한편 와인 페어링의 경우 지난 메뉴에서는 다소 맛의 균형을 맞추는데 급급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요리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셰프와 소믈리에가 처음부터 메뉴를 구상할 때 어떤 조합을 선보일지 충분히 협의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짝짓기였었다.


그러나, 앞서 시작인 빵과 함께 마무리인 디저트의 아쉬움이 매우 컸었다. 메인 요리까지 경쾌하면서도 강렬하게 휘몰아치던 이야기의 흐름은 정작 디저트에서는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끝맺음조차 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디저트의 뻣뻣한 질감은 흐릿한 단맛에 신맛은 거의 없는 물컹거리는 딸기의 질감과 더해지니 그것만으로도 이내 흥미를 잃게 만든다. 초콜릿에서 느낄 수 있는 맛 (flavour) 을 맛없는 딸기가 모두 뒤덮는다고 할까? 그런 가운데 신맛의 라즈베리 소르베만이 그나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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