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5. 6.

PICA PICA by GARDEN TERRACE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가든 테라스 피카 피카 2022년 5월


가든 테라스가 오픈 하기 전날에 같은 호텔 내의 찰스 H. 바에서 행사가 있었다. 마치 아뮤즈 부쉬와 같았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그래도 좋다. 분명 다음날 본격적으로 판매할 요리를 먼저 먹어볼 기회였으니 말이다. 물론 행사에 나왔던 요리 모두가 가든 테라스에서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 칵테일도 마찬가지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는 모두 훌륭했었다. citrus 와 spicy, 이 두 단어만으로도 흥분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다음날 요리가 정말 기대되었다.


다음날 손님이 없을 때 미리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으러 오후 다섯시 반쯤 도착했는데 벌써 긴 줄이 형성되었었다. (결국 유튜브에는 음식 영상만 올렸다.) 가장 인기 많은 소파석은 이제 예약만 받고, 최소 삼십만원 이상 소비를 해야 하고 나머지 좌석 - 테이블 좌석 - 은 예약이 없으니 미리 와서 줄을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 모든 음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만큼 가 치가 과연 있을까?



이 날 먹었던 요리에 대해 말하기 전에 가든 테라스 이야기부터 해보자. 처음 비어 앤 버거로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평은 부정적이었다. 짜고, 너무 기름진 이런 버거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어차피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이야기 해도 듣지 않는다. 미국 버거 여행을 수십번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는 경험이 정말 많다며 극찬을 하지만, 정작 당시 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꽤 공을 들인 호텔 직원이 미국인이었던 것은 그렇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 미국인이 주관해서 잘 했다는 의미가 아님을 주의 하시라. 경험이 절대적 근거가 된다면 만드는 사람 빼고 아무도 그 음식에 대해 평할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 그리고, 처음에 그런대로 선택지가 많았던 맥주는 결국 작년에는 국산 생맥주 - 비어 크래프트? - 위주였고, 버거도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은 아주 순한 버거로 바뀌었지만 아무리 코로나 19 때문에 해외를 많이 못 나가서 그렇다 하더라도 인기는 최절정을 달렸었다. 그 결과물이 올해 오픈 당일 그렇게 긴 줄을 형성했을 것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오픈 이래 꾸준히 다이닝을 방문하고 있지만 늘 갈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시작은 좋았지만 좋게 말해 '현지화' 되는 과정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는 그런대로 본인들의 의도를 지킨다고 할까? 그마저도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를 올리기 위해 칵테일 하나 주문 후 몇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말이다. 


이제 멕시코 요리를 이야기 해보자. 호텔에서는 제대로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멕시코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셰프를 초빙했다. 어차피 모든 식재료를 국내로 갖고 올 수 없었을테니 현지와 비교해서 재료 수준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비교해봤자 마음만 아플테니까 말이다. 전날 찰스 H. 바에서 진행한 행사에 나왔던 요리는 정말 훌륭했었다. 짠맛 중심에 citrus가 더해지며, 다시 spicy까지, 부드러움과 공존하는 바삭함,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이며 아보카도가 갖고 있는 고소함 등이 더해지니 당연히 입안은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칵테일은 또다른 citrus를 더하거나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니 지금까지 진행했었던 찰스 H. 바의 행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들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든 테라스에서는 그런 결과물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칵테일은 요리와 잘 어울리는 구성들로 잘 만들어져 나온다. 그러나 음식들은 다르다. 토르티야의 두께는 제각기 다른 가운데 맛의 매개체가 아닌 오히려 중심으로 돌출하며, - 적절한 두께가 얼마였더라? 망할 놈의 인치법!!! - 정작 중심에 있어야 할 부속물들은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끝부분과 가운데의 맛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 대부분 간이 약했는데, 함께 곁들여진 소스마저도 전날과 달리 밋밋함을 보이고 있었다. 가장 기대했었던 yellow worm 은 감칠맛을 전혀 느낄 수 없이 희미한 바스락거리는 질감만 겨우 느꼈었는데, 그마저도 별다른 향이 없는 채소들이 눈치 없이 아삭거리며 끼어들었다. tripa 타코는 질겅거리는 질감만 남아 있을 뿐 그 외에는 어떠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함께 나온 소스는 맛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주지 못했었다. 메뉴판에 보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설명되어 있지만 그런 것들이 큰 의미가 있지도 않았다. 매콤한 마요네즈? 살사 마차 소스? 콩 스프레드? 절인 양파? 유튜브 영상을 보면 분명 존재함을 알 수 있는데, 입안에서는 정작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다. 셰비체 역시 신맛이 존재는 하지만 단어 그대로 존재에 의미를 둘 뿐이다. 과카몰레도 호텔 인스타그램 홍보 사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데, 함께 나온 토르티야 칩도 희미한 짠맛만이 있을 뿐이다.


왜 이런 결과물들이 나온 것일까? 일단 셰프가 모든 요리를 혼자서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그러나, 셰프만 바뀐다고 해서 결과물 역시 달라질까? 실제로 주방에서 만드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하루 이틀 교육만으로 극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먹는 사람이 이것이 잘못 만든 것인지 제대로 만든 것인지 구분조차 못한다면 셰프와 주방 인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올 수 있을까?

버거 못지 않게 멕시코 음식 마니아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느 요리와 다르지 않게 평가의 기준은 객관적인 - 과학적인 - 기준과 상관없이 주관적인 - 대체로 경험에 기초한, 그 경험이란 것이 단지 횟수 위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 기준에 근거해서 대체로 평을 이룬다. 물론 대중들이 선호하는 취향을 선택한 호텔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지 않았을 때의 매출과 그렇게 했을때의 매출은 굳이 계산하지 않더라도 인기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이닝이 형편 없는, 포시즌스라는 이름값이 아까운 호텔이란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와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뷰 맛집',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날 의도하지 않았는데 객실에서 발가벗고 춤을 추는 커플을 정면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덤으로 슬리퍼와 샌들을 신고 온 사람들의 무좀 걸린 발을 보면서, 가만 그래서 더욱 음식이 맛 없게 느껴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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