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5. 2.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디너 새 메뉴 2022년 4월


이미 지난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통해 한껏 기대감을 가졌었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 뻔한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나름대로 재치있게 표현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자신의 요리 이야기는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주 간단하게 보이지만 그러나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과연 그것을 한국에서도 요리로 보여줄 수 있을까?










먼저 빵부터 이야기 해보자. 여전히 '식전빵' 이니 배 부르게 먹으면 안되는 존재로 인식하여 한국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빵말이다. 지난 방문때 빵의 심각함을 당연히 셰프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호텔 내 페이스트리 셰프는 공석이고 - 최근에 부임하였다. - 설사 페이스트리 셰프가 있다고 해도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것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의 빵은 정말 불필요한 존재로만 남아 있으니 보칼리노에 새로 셰프가 왔다고 해서 빵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빵의 결과물은 어떠한가? 안초비를 발라 구웠다고 하지만 짠맛은 희미하게 느껴졌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처음에 반응이 너무 짜다는 이야기가 많아 바꿨다고 한다. 이래서 내가 새 메뉴가 나오면 무조건 첫 날에 가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사정이 있어 뒤늦게 방문했으니......

게다가 방문 당일 두 번째로 받은 빵 접시를 보라. 마이야르 반응이 어떻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하얀 밀가루를 반죽해서 빵을 구웠을 때 대체로 색이 어떻게 나온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 않나? 짜다 타령과 함께 아주 지긋지긋한 소리 탔다 타령도 21세기에 한국에서는 여전하다. 

식사하는 내내 자리를 차지하는 빵의 존재를 생각하면 아무리 임시 방편이라고 하지만 보칼리노의 요리들과는 그렇게 썩 어울리는 존재는 아니었다. 억지로 먹긴 했지만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이제 새로 왔으니 무언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호텔 오픈 초창기에 'The Market Lader' 라고 빵을 따로 파는 곳이 있었으나 그곳의 가장 큰 인기메뉴는 크림 단팥빵이었고 그마저도 사람들이 빵을 사러 잘 오지를 않아 - 지하에 있었으니 단순히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 결국 사라졌던 것을 생각하면, 그 중 일부의 빵과 샌드위치를 1층에서 따로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하는 빵을 생각하면, 나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빵 문제는 비단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니 해봤자 재미 하나도 없는 빵 이야기는 그만 하자. 


보칼리노의 요리는 그럼 어떠한가? 셰프가 이야기했듯이 아주 간단하게 보이지만 먹는 내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었다. 오픈 초창기의 경험은 거의 없었으니 그걸 제외하더라도 보칼리노는 항상 전채 요리로 내세운 것은 토마토와 부라타 치즈였었는데, 각 셰프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당연히 달랐었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토마토의 맛은 여전히 밋밋하면서 단맛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신맛과 짠맛과 감칠맛을 더할 것인가? 새로 온 셰프는 발사믹 캐비아를 통해서 신맛은 물론 향까지 더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요리를 다 먹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새로 온 셰프는 향을 적재적소에 잘 쓴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의 완두콩 스프는 민트향이 맛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셰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fresh' 에 초점을 두었다. 전채, 수프, 파스타, 메인 요리까지 모두 무언가 아쉬운 부분을 - 재료의 한계? 조리의 한계? - 향을 더해 나름대로 해결하면서 셰프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이 봄의 또다른 표현이든 셰프가 새롭게 한국에서 요리를 시작함을 표현한 것이든 말이다. 그래서 여러번의 방문 내내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함께 짝지은 와인인데, 향과 잘 어울리는 와인의 부재가 방문 내내 너무 아쉬웠었다. 당장 와인 리스트를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 상쾌함을 표현한 향들과 어울리는 와인이 한 병이라도 있었다면 더욱 즐거웠으리라. 


보칼리노의 고질적인 문제, 접객의 미숙함은 여전했는데 유독 호텔 내 다른 다이닝에 비해 보칼리노는 그 미숙함이 더욱 크다. 직원들이 자주 이직하는 것이야 이 호텔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손님이 많을때와 적을때의 접객 차이는 그 간격이 너무 컸었다. 호텔 내 다른 다이닝들은 언제나 예약이 많다보니 특히 주말에는 예약 없이 방문한 고객들이 자리가 없어 차선책으로 보칼리노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손님이 몰릴 때에는 직원들이 정신 없이 심지어는 뛰어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한국에서 이탈리아 요리는 너도 나도 잘 아는 요리의 세계라 그런지 늘 '내가 아는 이탈리아 요리가 아닌데' 와 같은 무논리 의견이 지배적인데, 제발 이번만큼은 보칼리노에서 또 그런 세계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새로 셰프가 오면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을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타성에 젖은 요리를 너무 많이 만났기 때문인데, 이번만큼은 셰프의 재미있는 요리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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