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2015년 10월 1일에 오픈했었다. 첫 투숙은 10월 3일에 했었는데, 체크 인 할 때부터 첫인상이 무척 좋았다. (당시 체크 인을 도와줬던 직원은 다음날 체크 아웃 할 때 역시 도와줬었고, 그 이후 나중에 이그제큐티브 클럽 라운지에서 또 마주쳤으며 지금도 여러가지로 편의를 제공해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10월 3일 당일 저녁에 바로 2주 뒤 예약을 또 잡았었는데, 하여튼 첫인상은 꽤 좋았었다.
당시 다이닝도 무척 궁금했었는데, 특히 한국에서 거의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광동식 레스토랑이 가장 궁금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10월 15일 이후에 오픈 한다기에 키오쿠를 먼저 이용했었는데, 아무튼 2주 뒤 다시 투숙하면서 처음으로 유 유안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 유안의 첫인상도 역시 무척 좋았었다.
물론 엄격하게 이야기 하자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부분도 있긴 했다. 그러나, 오픈 초였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신경 쓰는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왔기에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과연 음식은?
지금도 유 유안에서 앉아 요리를 먹고 있다보면 듣기 싫어도 옆좌석, 심지어는 저 건너편 좌석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다 들린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거의 소음 수준에 가까운데, 일단 그 부분은 언제 기회가 되면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고, 하여튼 듣기 싫어도 들리게 되는 소리 중에 하나가 짜장면과 짬뽕이다. 첫 이용을 하는 날에도 어디선가 짜장면과 짬뽕 찾는 소리가 들렸다. 블로그든 여러 카페든 첫 이용 후기를 나중에 보니 팔선 등과 비교하는 얘기도 있었다.
한국은 다양성을 그리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한국식 중식 요리 - 나는 이 한국식이란 표현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 한국식이란 것이 대부분 어이가 없는 조리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 가 먹고싶다면 광동식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이 곳에 올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런 음식들을 안 내놓는다고 항의 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다. 내가 돈을 냈으니까 그런 의견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여간 그런 이상한 분위기에서 주문한 요리를 먹으면서 참 여러가지로 서글펐다. 일단 주문할 때 고수 빼지 말고 주세요라는 요청을 먼저 했었다. 심지어 고수를 여분으로 더 갖다 달라고 했고, 되도록이면 본토 방식대로 요리를 해달라고까지 요청 했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는가?
그리고, 제공된 고수를 맛 보면서 또 한 번 서글펐는데 향이나 맛이 밋밋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국산 고수와 해외에서 생산된 고수는 향이나 맛이 생각보다 꽤 차이가 난다. 그리고, 일부 음식들은 향신료 일부가 빠진듯한 느낌이었고, 간 또한 약간 밋밋했으며 심지어 질감도 문제가 있었다. 당연히 그랬던 이유는 한국에서 유통되는 식재료의 한계가 가장 크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의 질감이나 맛에 대한 기준이 엉뚱한 부분도 있고.
쓸데없는 서두가 너무 길었는데, 그렇게 서글픈 가운데 유 유안을 이용했었고, 그 때 셰프 사이먼 우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조리 자체에 큰 문제가 없는한 되도록이면 셰프와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 하는데 - 상황에 따라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다. - 그 이유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지식이 잘못된 것이라면 바로 잡을 수 있고, 무엇보다 셰프가 왜 이렇게 음식을 만들 수 밖에 없었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그에게 감사할 일이 정말 많았다. 여러가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그는 최상의 요리를 제공해 주었다. 종종 그가 직접 웍을 붙잡고 요리를 만들어 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인상 좋고 맛있게 요리를 만들던 그가 어느 날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새로 오게 될 총괄 셰프도 미리 만났었다.
셰프 사이먼 우가 근무하는 마지막 날은 평일이었다. 평일 저녁에는 시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그 날은 시간을 늦게라도 낼 수 있어서 부랴부랴 예약을 잡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요리를 맛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그리고 먹고싶은 요리는 많았지만 눈 딱 감고 셰프 사이먼 우에게 맡겼다.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평소 내가 양고기를 좀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마지막으로 그가 만들어 준 메뉴에 있던 요리는 양고기 요리였다. 음식을 먹으면서 감정 이입은 하지 않는 편인데, 이날만큼은 2년동안의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메뉴에는 없는 요리가 하나 더 나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나에게 만들어준 요리이다. 그 전에 잠깐 마지막 대화도 나눴다. 이날 내가 준비했던 선물이 유 유안에서 따로 준비했던 선물과 짝이 맞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슬펐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요리를 맛볼 수 없으니까.
그가 옮긴 곳에서 나중에 또 만나자고 약속 했지만 그게 말처럼 어디 쉬운 일인가!
배는 여전히 고팠지만 더 이상 음식을 맛 볼 수가 없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면서 그냥 그렇게 두 요리를 기억하고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셰프 사이먼 우를 만날 수가 없다. 열악한 현실에서 그는 그 안에서 최상의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노력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도 당연히 내놓았다. 물론 그 결과물을 대중들은 여전히 잘못된 상식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그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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