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7. 12. 28.

BENCOTTO at MANDARIN ORIENTAL TAIPEI -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 벤코토 디너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하여 2년만에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에 재방문하게 되었다. 2년전 방문때에는 타이페이 시내를 구경 다니느라 사실 제대로 식당들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세 번째 방문때에는 식당들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시간 여건상 많은 레스토랑을 방문하긴 어려워 투숙하는 호텔 식당들을 중심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첫번째로 벤코토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현재 헤드 셰프가 작년까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의 헤드 셰프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보칼리노에 대해서는 평가가 많이 갈리는데, 난 그 대부분이 무지로 인한 평가라고 본다. 짜다, 덜 익혔다, 양이 적다 등등 말이다. 보칼리노에서 나는 그 반대로 좋게 보지 않는데, 다시 말해 덜 짜고, 너무 익혔고 등등 때문이다. 심지어 따로 그렇게 조리 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어이없게 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 전 셰프가 있을 때에는 자주 가지 않았다. 그러나, 타이페이로 옮긴 지금은 본인의 음식 세계를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일단 메뉴를 선택한 뒤 기다리는 동안 매니저가 와서 인사를 하는데, 서울에서 왔다니까 자기가 홍콩에서 같이 근무했던 셰프가 현재 보칼리노에 가 있다고 한다. 어? 나 보칼리노 자주 가는데...혹시 셰프 치로를 말하는거냐니까 그렇다며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벤코토 셰프도 서울에서 왔다고 인사를 시켜주겠단다. 나는 셰프의 얼굴을 알기는 하지만, 사실 두 번 정도 방문이 다였고, 딱히 따로 인사 나눈적도 없어서 셰프는 나를 잘 모를텐데 뭐 암튼 나와서 인사를 하길래 사실 전에 보칼리노에서 당신 만난적 있다고 하니 그 역시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단 이 부분은 사적인 내용이 많으니 넘어가겠다.






우선 주문은 디너 4 코스로 와인 페어링도 함께 선택했다. 나중에 서버가 서울에서 왔다니까 한 가지 물어보던 것이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주문하냐는 거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질문 의도를 알 수 있었는데, 서울이나 타이페이나 큰 차이가 없나 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나올 음식에 대해서 불안감을 갖게 하기도 하였다.










포카치아와 치아바타가 나왔는데 생김새도 그렇고, 하나 떼어서 먹어보니 이런, 둘 다 덜 구워졌다. 한국에서 만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이걸 반갑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빵부터 이렇게 나오니 더더욱 음식에 대해서 불안감이 커졌다.














Sautéed king octopus, parsley potatoes, olives crumble, lemon dressing


우선 전채로 선택한 요리는 질감이나 향은 흠 잡을 것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짠맛이었다.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전형적인 한국식이랄까? 간이 거의 안되어 있으니 단맛이나 신맛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음식은 맛이 매우 밋밋하게 느껴졌다. 간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전채 요리로써 딱 좋았을것이다.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갔다.


















Red prawn, prawn bisque


감칠맛과 스파게티와 새우의 단맛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여전히 간이 거의 안되어 있다보니 그게 매우 밋밋하게 느껴진다. 스파게티의 질감은 과조리되어 흐물흐물하다. 이걸 다시 물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분명 감칠맛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일 정도로 훌륭한데, 짠맛이 관통하지 않으니 이 밋밋한 요리를 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정말 짧은 시간동안 엄청 생각했었다. 그나마 와인과의 짝짓기는 아주 좋았는데, 어찌되었든 폭발적인 감칠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Roasted Kagoshima pork tenderloin, crushed potatoes, pancetta, bok choi

타이페이에 왔으니 bok choi (bok choy)를 내놓는 것인가? 어찌되었든 전체적으로 조리 상태는 완벽했다. 질감은 흠잡을 것이 없었고, 특히 저 감자의 경우 순무 케이크를 떠올리게 하면서 (물론 맛이나 이런 것들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카고시마산 돼지고기도 나중에 셰프가 나와서 자랑할 정도로 재료의 질 자체는 아주 좋았다. 문제는 역시도 짠맛의 부족이었다. 대체 왜 간을 거의 안 한 것일까?

그 이유는 이 요리를 먹는 도중에 다시 헤드 셰프가 나와서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되었다. 일단 셰프가 오늘 요리가 어땠냐고 물어보길래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전체적으로 조리 상태는 아주 좋았지만 간이 좀 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그렇게 내놓으면 항의가 많다고 한다.

응? 이건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하는 생각에 사실 당신의 요리를 서울 보칼리노에서도 맛봤지만 그때 아마 많은 한국인들이 짜다, 덜 익혔다 등등으로 항의하지 않았는가? 물어보니 맞다고, 이곳 대만인들도 대부분 그런식으로 항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왜 전반적으로 모든 요리가 간이 밋밋했는지, 스파게티의 질감이 왜 흐물거렸는지 말이다. 셰프는 언제까지 머무르냐고 다시 묻길래, 25일까지 있지만 식당 예약을 모두 다 해놓은 상태라고 하니 알겠다며, 일단 남은 요리들 맛있게 즐기라며 돌아서는데 그의 뒷모습이 힘없어 보이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Tiramisu


둘 다 맥빠지는 대화를 나누고 나니 디저트는 입에서 거의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수없이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을 이곳 타이페이에서, 그것도 첫번째로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똑같이 보게 되니 더 이상 식사 자리가 즐겁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에스프레소 싱글이 그나마 아쉬움들을 달래주었는데, 일단 온도가 알맞았다. 한국에서처럼 너무 뜨겁지도 않았고, 맛도 이 정도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따로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의 케이크샵에서도 판매한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사먹어봐야지 해놓고는 깜빡했다. 질감이나 맛이 의외로 괜찮았는데말이다.

아마 셰프와의 대화가 없었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재방문할 의사는 있다. 대신 그때는 주문할 때 미리 요구를 해야할 것이다. 직원들의 응대도 아주 좋았다. 아마 요리의 간까지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호텔 객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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