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11. 18.

PREMIER OCEAN VIEW ROOM at THE SHILLA JEJU - 제주 신라 호텔 프리미어 오션 뷰 룸 2020년 9월


4년인가 5년만의 투숙이었다. 더 이상 갈 생각이 없었고, 그만큼 관심도 끊었었지만 때마침 신용 카드 바우처로 무료 투숙할 일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예약을 했었다. 






신라 호텔은 처음 생길 때부터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한국인들이 말하는 친절함이 돋보이긴 하지만 나는 늘 사람을 갈아 넣는 구조라 생각해서 그것이 마냥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일종의 가식적인 모습도 보이는데다 일단 거의 모든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생기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그렇다고 하기엔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꼭꼭 눌러진 피로감이 온전히 전해지는 그런 모습들이었다.

나중에 객실에 올라가서 알게된 사실인데 오픈한지 올해로 3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국내 최고의 호텔이라 평가를 받고, 역사도 그 정도 되었다면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서 자부심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반면 젊은, 그래서 근무한지 오래되지 않은 직원들은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생기 잃은 모습과 함께 메뉴얼에 따른 기계적인 멘트와 행동들을 주로 보여줬었다. 

그래도 상관 없다. 어차피 기대란 것을 하지 않았을뿐더러 어찌되었든 나는 일박에 육십만원이 넘는 방값을 주고 투숙한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그 금액을 지불하고 투숙한 상황이라면?















물론 지은지 삼십년이나 되었으니 낡은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페인트 칠이 벗겨진 자리에 덧칠한 흔적들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레노베이션 할 때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몇 년전 하우스 키퍼의 청소하는 모습이 뉴스에 나오면서 시끌시끌 했었는데, 제주 신라 호텔의 대응책은 비닐을 씌운 뒤 봉인을 하는 것이었다. 이왕 하는김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입욕제는 없었는데, 요청을 하면 갖다 주는지 모르겠다. 














몰튼 브라운 제품을 제공하는데, 향이 너무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욕실의 덧대어진 페인트 칠을 생각한다면 클로짓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미니 바의 경우 이 정도 방값을 받는다면 이제 캡슐 커피는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술이나 음료 리스트도 바꿔야한다. 명색이 로컬 브랜드의 위치가 럭셔리 브랜드쪽에 있는데, 이런 음료 구성은 소위 말하는 품격에 맞지 않다. 예전에 투숙했을 때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니 심지어 가짓수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제주 신라 호텔의 정체성이다. 신라 호텔이 추구하는 정체성이라고는 어딜 봐도 찾을 수 없는 인테리어는 단순히 오래되어 낡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런 특색 없는, 휑하니 놓여져 있는 가구들을 보면 비록 관리는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신라 호텔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카페트부터 소파까지 중구난방의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어지럽다. 

신라 호텔 정도라면 해외 럭셔리 브랜드 호텔들을 충분히 벤치 마킹할 수 있을텐데,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하여간 속된 말로 너무 구린 모습의 객실 디자인이다. 이런 방을 하룻밤 머무는데 육십만원 넘게 지불하라고? 스스로 양심에 찔리지도 않나 보다. 






맛도 없는 이 스낵은 여전히 환영 과자로 제공되고 있었다. 제주도이니까 귤과 관련된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는데 왜 하필 말린 감귤인가? 쓴맛이 주를 이루니 환영 인사가 아니라 저주 인사를 하는 것 같아서 더욱 불쾌했었다.






예전에는 층마다 방 명칭을 달리 해서 가격마저 다르게 책정했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이 부분은 좋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가?






바닥 타일도 그렇고 의자와 탁자까지, 호텔 브랜드의 위상은 물론 방값마저도 못하는 결과물을 보노라면 신용 카드사의 바우처로 온 것이 다행이다.






카드 키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뷰야 좋은 편이긴 하지만 그만큼 신경써야 할 부분들도 제대로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단순히 오래되고 낡아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로컬 브랜드로써 자타가 공인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위치를 지향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구조물을 갖춰야 한다. 물론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라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또한 제주 신라 호텔이 추구하는 개념과 함께 생각해서 디자인으로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실무진에서 기껏 제안해도 책임자가 허락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실무진에서조차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 그보다 신라 호텔의 정체성과 제주 신라 호텔이 추구하는 개념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한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서비스도 친절함이란 것이 단순히 무릎을 꿇어 가며 사물에까지 존칭을 쓴다고 해서 모든 것이 친절한 것은 아니다.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서는 자부심을 볼 수 없고, 젊은 직원들은 웃고 있지만 그게 진심으로 웃는 것은 아닌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사람을 갈아 넣는 구조여서 서글프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또한 리조트형 호텔이다보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존재하는데, 직접 이용을 여러번 했었지만 진지하게 연구해서 개발한 프로그램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고 머무는 투숙객들을 상대할거라면 다양함은 물론 유료 프로그램도 여러가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반 비용을 엄청 아껴서 운영하려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을 갈아 넣는 구조도 적당히 해야지 너무 노골적이다.


제주도에 해외 럭셔리 브랜드 호텔과 리조트들이 몇 개 들어서면 자극이 되어서 조금이라도 바뀔까? 물론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미 서울에서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부동의 일위, 서울 신라 호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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