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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9.

SUMMER PALACE at REGENT SINGAPORE - 리젠트 싱가포르 섬머 팰리스 디너 2020년 1월


지난 삼년간 매번 딤섬을 먹으러 방문했었지만 저녁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생각하면 섬머 팰리스의 요리들을 무척 기대했었지만 가야할 곳은 정말 많고 시간은 한정적이니 매번 미뤘었는데, 이러다가 영영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에는 하루 시간을 내어 방문했었다.

어떤 부분에서 섬머 팰리스의 요리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는가? 섬머 팰리스의 딤섬은 질감 대조가 흥미롭다는 생각이 먹을 때마다 들었었는데, 다른 요리들도 그렇지 않을까는 생각을 매번 했었다. 과연 요리도 그런 재미를 보여줄 것인가?






Pu Er

몇 번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음료 - 술을 포함하여 - 주문은 기본적으로 "유료" 라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판매하는 쪽이나 먹는 쪽이나 서로 그것을 밑바탕에 깔아 두고 주문을 시작 한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종종 국내든 국외든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생기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음료들은 식당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이니 "유료" 로 판매하는 것이 맞다. "무료" 로 마실 수 있는 것은 수돗물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Shredded Roasted Duck, Chicken and Fresh Fruits with Crispy Croissant

메뉴명만 놓고 봤을 때 크루아상과 얼른 연결이 안되어서 서버에게 어떻게 나오는지 물었었다. 설명을 들어도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데다 양도 조금 많은 편이라 해서 주문을 안하겠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잘못 들었는지 이게 제일 먼저 나왔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향이 어찌나 좋던지 그냥 먹겠다고 얼른 다시 이야기 하였다. 부드러운 오리와 닭고기, 그와 대조되는 바스락거리는 튀긴 크루아상이 무척 재미있었다. 향을 따로 메모해놓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향인지 이제는 기억이 안 나는데, 함께 나온 망고 등과 잘 어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향이 정말 식욕을 당기게 해서 주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곧바로 먹겠다고 이야기 했었다. 게다가 열대 과일의 신맛이 맛의 균형을 잡아 주니 정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에 서버가 어땠냐고 물었을 때 잘못 나왔지만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이야기 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요리를 늦어도 내년에 먹을테고, 코로나 19 상황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보다 더 뒤늦게 먹거나 아니면 메뉴에서 빠져서 먹어보지 못했을테니까 말이다. 잘 어울리는 술과 함께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매일 저녁 식사 후 바를 최소 세 곳은 돌아볼 계획을 세웠던터라 잔술이라도 주문하지 않았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래도 한 잔은 마셨어야 한다는 후회가 든다.







Deep - fried Frog Legs with Chinese Five - spice

개구리 뒷다리를 처음 먹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주문했었는데, 개구리 뒷다리라는 생각만 안 한다면 꽤 맛있는 음식이다. 부드러운 개구리 살과 대조되는 바스락거리는 튀김 옷, 딤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요리까지 섬머 팰리스의 셰프는 질감 대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염지, 사실 이건 칭찬할 일이 아니긴 한데 워낙 한국에서 염지조차 안 한 요리를 너무 많이 만났던터라 그저 고마웠었다. 소비자들의 짜다라는 반응이 두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난 한국의 많은 주방들이 염지는 꼭 했으면 좋겠다.







Double - boiled Fish Maw with Aweto Flowers and Silky Fowl

생선 부레가 들어간 수프가 메뉴판에서 눈에 띄면 무조건 주문하고 보는데, 가끔 오리 수프와 고민을 할 때도 있다. 다행히도 섬머 팰리스에서는 생선 부레 수프만 있었는데, 거기에 동충하초와 오골계까지 들어가니 음식이 나왔을 때 시각적으로 다소 화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맛이야 따로 불만을 가질 것 없이 좋았는데, 특히 여느 레스토랑과 달리 큼지막한 부레를 여러개 넣었기에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수프에서도 질감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부드러운 오골계 살코기와 꼬드득 소리를 내며 살짝 저항감 있게 씹히는 동충하초,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게 씹히는 부레까지 먹는 내내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요리는 국내에서는 만날 수 없으니 해외에 나갔을 때 기회가 된다면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Fried Fish Noodles with Fresh Fillet and Enoki Mushrooms

배가 어느 정도 불러서 다른 요리를 먹기는 부담스러워 곧바로 면 요리 하나를 주문했었다. 이미 전날에 지앙난춘에서 프라이드한 생선 면요리를 먹었기에, 섬머 팰리스는 또 어떻게 내올지 궁금해서 이 요리를 선택했었는데 - 물론 지앙난춘과 단순 비교하기 위해 주문한 것은 아니다. - 생선 면 특유의 탄력있게 씹히는 질감과 부드럽게 씹히는 생선살 - 아마도 대구살이 아니었을까 -, 그리고 면과는 다른 결의 탄력있게 씹히는 팽이 버섯까지 또다른 독특한 질감의 리듬감이 마지막까지 좋았었다. 







Chilled Cream of Mango with Sago and Pomelo

디저트로 망고류는 선택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포멜로가 먹고싶어서 주문했었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밍숭맹숭한 단맛에 묽은듯한 질감, 거기에 끔찍한 신맛의 포멜로까지 들어갔으니 반응이 안 좋을테지만 대체로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디저트이다. 이게 한국에서는 뻑뻑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단단해지는 질감에 포멜로는 온데간데 없고 - 물론 수입의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 물컹거리는 사고만 바닥에 잔뜩 깔려 있으며 신맛은 덜하고 단맛만 강해 오히려 텁텁한 여운을 갖게 하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해외에 나가서도 국내의 경험이 먼저 떠올라 주문을 잘 안하게 되는데,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었다. 아마 다음에도 해외에서는 가끔 주문하지 않을까?

딤섬 경험에 비춰 생각했었던 질감 대조의 흥미로움을 요리에서도 - 비록 몇 가지만 먹었지만 - 만날 수 있어서 좋았었다. 이제 섬머 팰리스도 점심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방문할 곳으로 정해졌는데, 이러면 싱가포르에 머무르는 기간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런 핑계로 좀 더 길게 여행을 갈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문제, 즉 돈과 시간의 제약을 생각하면? 게다가 코로나 19의 영향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보자. 새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나도 또 여행을 가서 다양한 음식들을 먹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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